시월의 말 1 - 6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6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6번째 시리즈이자, 16번째 책인 [시월의 말1]을 읽었다. 전에도 말했듯이 출간 중인 시리즈는 잘 읽지 않는데 이 시리즈를 통해 기다리며 읽는 묘미 혹은 따끈따끈할 때 읽는 신선함을 느끼는 중이다. 전작 [카이사르]에서 '위대한 카이사르'만을 보았다면 이번 시리즈에서는 그동안 왜 안나오나 싶었던 인물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카이사르가 중심이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최소한 1권에서만큼은 철저하게 카이사르 중심의 이야기이니까.

 

먼저 클레오파트라. 양귀비와 더불어 동서양 미의 상징인 그녀들이 현대적 기준으로 보면 전형적인 미인이 아니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세계의 중심이었던 사내들을 정신 못차리게 하는 데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클레오파트라에겐 그것이 눈빛이었나보다. 코가 아니라. 이집트로 떠난 카이사르와 만나 카이사르의 도움으로 이집트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한 클레오파트라가 카이사르의 아이를 낳은 줄은 몰랐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클레오파트라의 이름을 읽었을 때 훗날 안토니우스와의 이야기를 기대했지 카이사르와 아이를 낳았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너무 무식했나? 아무튼 카이사리온의 존재는 놀라웠다. 그리고 이 책이 아무래도 카이사르 중심적이다 보니 훌륭한 여인들이 과소평가 되는 경향이 있는데 클레오파트라 역시 너무나 비주체적인 느낌으로 서술되어 있어 아마 현실 역사에서는 좀더 강인하게 기록되었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안토니우스. 아직은 클레오파트라와의 관계는 없다. 망나니에 가까운 그가 아직은 카이사르의 손 안에서 있으므로. 이토록 망나니였나? 안토니우스의 결말이 좋지 못함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니 역사에 그의 이름이 왜 그토록 오래 기억에 남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정도로 그는 이 책에선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 카이사르가 인정하는 부분이 있기는 한데 잘 못 느끼겠다 매력.

 

이젠 조금 더 자란 옥타비아누스. 어린 카이사르를 보는 기분인 것은 카이사르나 나나 마찬가지로 그의 앞날이 기대가 된다. 이후 이어지는 시리즈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임을 감안할 때 옥타비아누스의 전성기는 나오지는 않겠기에 좀 서운하지만 아무래도 흥미는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게 당기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시비 걸지 않겠다^^

 

소설 속에서 2년 남짓 되는 기간 동안 많은 사람이 죽었고,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역사란 원래 이토록 역동적인지, 카이사르가 역사를 역동적으로 만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다. 베니, 비디, 비키. 어디에 왔으며, 무엇을 보았고, 누구를 이겼는지 그 격렬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동시에 슬픔을 느낀다. 평화롭다는 것이 가능한 현실인지는 모르겠지만(제 3국에서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결코 평화롭지 못해 보일 것이므로.) 평화로운 현실에 고마움을 느껴야할지 내 삶의 역사조차 역동적이지 못하게 운용하는 내 아둔함을 탓해야할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완전한 영웅도 완전한 악인도 없다는 것도 느낀다. 카이사르를 너무나 위대하게 그려 신격화하다 보니까 그와 일면 상관도 없는 나조차도 살짝 꼬운데 카토가 꼬운 게 좀 이해가 되기도 한다. 더구나 이번 책에서의 카토는 뭐랄까 좀 지성미가 넘치고 인격적인 면모를 보였달까? 이 시리즈가 카이사르의 입장이어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게 아마 키케로와 카토 같으니 다음에 그들의 입장을 알아볼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민 독서 -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히 난 마태우스님과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한 알라디너이다. 몇몇 글을 읽었고 그 글에 공감을 했고,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몇 개 보았지만 그것은 호감에 그쳤을 뿐 그의 책을 읽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기생충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좋았겠지만 기생충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말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생충이 조금이나마 궁금해진 것은 순전히 서민 교수 덕임은 부인할 수가 없다.)

 

책 제목을 잘 지은 건지 교수님 부모님께서 이름을 잘 지어주신 건지 '서민 독서'라는 제목이 흥미로웠다. '서민적 독서'라고 하지 않고 '서민 독서'라고 한 것도 어떤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그저 짐작할 뿐이다. 순전히 호기심에^^ 하지만 부제의 묵직함이란 호기심으로 반짝이던 내 정신을 붙잡아 두었다. 저런 철학적인 질문이라니 이 책을 읽는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지???

 

일단 술술 읽힌다. 서민도 안서민도 다 술술 읽을 수 있는 글들이다. 그런데 서민이 아니면 가슴 한 켠 콕콕 찔려가면서 읽어야 해서 어쩌면 술술 읽히지 않을 수도 있는 글이다.

 

빌 게이츠의 예에서 보듯 책 읽기는 힘을 가진 이에게 특히 더 필요하다. 가진 게 없는 이들은 다른 이의 감정을 늘 헤아려야 하지만, 권력자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으니 말이다. 예컨대 재벌 회장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래서 배려심이 눈곱만큼도 없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우리나라 재벌들 중 일부가 타인에 대한 배려 없는 일을 한다. 치킨이나 제빵 같은, 영세 상인들의 영역에 뛰어들어 그들로 하여금 눈물 흘리게 하고,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기보단 부동산 등 당장 가격이 오를 만한 물건에 투자해 자신의 재산을 불리려 한다. (85쪽-86쪽)

 

만 읽어도 양심에 걸리는 사람이 있으면서도 짐짓 아닌 체 할 테지만 서민 교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대한항공과 한화그룹원의 실명으로 돌직구를 날린다. 이렇게 좋은 말을 나만 읽기 아깝다. 이 책에 실명이 오르락내리락 한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으련만. 아마 그들은 여전히 책을 읽지 않을 거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들에게 기득권을 줄 거고 이게 무한 반복될 거라는 생각이 들면 그집 녹즙 통에 매일 책을 배달하고 싶어지는 욕망이 생긴다. 휴~ 어떻게 그들을 책읽게 하지?

 

책생책사의 정신으로 기승전책을 외치는 서민 교수의 독서론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읽어도 이건 너무 책을 맹신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예들이 너무나 적절하고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굳이 반박하고 싶지 않다. 오늘 신문을 보니 파커 J.파머가 문재인 대통령이 본인 책을 읽었던 과거 단식투쟁 사진을 올리며 그에게 존경심을 보낸 것 같은데 지금 세상 돌아가는 것을 지난해와 아니 지난 10년과 비교해 볼 적에 책이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는 말 못하겠다. 책읽는 MB와 책읽는 그네가 도~~저히 상상이 안된단 말이다. 책을 제대로 많이 읽은 사람이 그렇게 나라를 이끌 수는 없으니까.

 

결국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람이 사람답도록 만드는 가장 기본이 되는 길 같다. 쉽다고도 못하겠고 어렵다고도 못하겠다만 분명 가다보면 갈 수 있는 길이라는 건 분명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저자의 생각도 아마 이런 맥락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나보다 더 책의 힘을 믿지만 말이다! 책을 즐겨 읽는 우리들과, 책을 어려워하는 사람들과, 책의 힘을 축소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서민 교수의 글은 매우 직설적이라 공감하기도 쉽고 반박하기도 쉬우니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젠 그의 기생충 책을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머 나 아직 랩걸 없는데☞☜

랩걸이 베스트셀러는 셀러인기보다. 서점마다 리커버에디션을 만들었다.

일진핀부터 시계방향으로 예스24리커버, 교보문고리커버, 알라딘리커버순.

개인적으론 일반판이 젤 이쁜데?^^

사은품도 각양각색이다.
에코백과 북슬리브를 준비한 알라딘,
양장노트와 책갈피를 준비한 예스24,
매칭박스라는 뭔지 궁금한 교무본고의 굿즈까지.

나 아직 사기 전인데....괜히 고민되네 ㅎ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본격적으로 히어로물을 보기 시작한 것은 아들이 10살이 되면서부터이다. 물론 나도 어릴 때 슈퍼맨은 보았고 배트맨도 보았다. 하지만 목에 망토를 두르고 날아다니는 시늉까지는 안해본 그냥 TV에서 틀어주니까 보는 거지 당최 배트맨은 이해하지도 못했다. 물론 어른이 되어서 본 배트맨의 몸매에 혹한 적은 있다.  크리스천 베일이었나? 그래, 어찌어찌 배트맨까지는 좋아했다.

 

 

그런데 아들이 10살이 되자 영화 취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꾸벅꾸벅 졸며 보던 요괴워치나 포켓몬스터를 극장에서 안봐도 되는 걸까?(포켓몬은 캐릭터는 귀여운데 영화는 지루하다 난 ㅠㅠ) 작년에 본 영화들의 목록을 적어보자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원더우먼

저스티스리그

포켓몬 너로 정했다

 

대충 이런 느낌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게 자꾸 보니까 빠져든다. 급기야 나는 원더우먼에 입덕했다. 그 와중에 올해 첫 영화가  <블랙팬서>가 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저 아름다운 수트를 보라! 그러나 내 옆에서 영화를 같이 보던 아들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저 장면을 제외하곤 지루해했다. 언제 싸우냐고! 니 에미는 옆에서 훌쩍이는데 말이다.

 

마블의 전작을 못본 나로선(개인적으론 마블보단 DC코믹스가 더 좋아서 마블 히어로를 잘 모른다.) 갑툭튀에 가까운 이 영웅이 신선하기 그지 없었다. 그건 그의 피부색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마블의 캐릭터들이 좀 도시적이긴 한데 블랙팬서 만큼 우아한 캐릭터가 있었나? 철갑을 두르거나 근육이 우락부락한 그런 영웅이 아니라 블랙팬서는 무척, 우아했다. 최빈국으로 알려진 와칸다가 알고보니 세상을 구원할 막강한 힘을 가졌다는 설정은 다소 현실도피적인 느낌이 들지만(어릴 적 하는 백마탄 왕자님이 나를 구해주는 상상처럼) 어쨌든 따뜻한 리더십을 가진 티찰라 왕의 등장은 힘 대 힘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구도를 깨는 것 같아 보기에 편안했다. 그래서 아들은 재미없어 했지만(아들아, 다음 편을 기대해 보렴.) 난 감동적이기도 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는 걸 안다. 이 영화로 인종평등을 말하는 것도 우습다는 것도 알고, 왜 아직도 여자 캐릭터들은 그저 보조적인가에 대하여 마블에게 항의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런데, 블랙팬서의 그 눈빛과 미소에 편안함을 느꼈으니 그리고 수트핏에 매력을 느꼈으니 대체로 만족한다. 개인적으로는 킬몽거가 죽지 않기를 바랐고(악은 그렇게 쉽게 처단되지 않으며, 그의 악은 교화의 가능성이 있지 않았을까?) 마지막 연설 씬은 오글거렸다는 건 말하고 싶다. 나키아 한국어도 넘 귀여운데 오글거리는 건 한국사람만 그런 거겠지???

 

그리고 한 가지 더! 도대체 이 배우들은 미소가 왜이렇게들 아름답지? 영화 보는 내내 티찰라, 킬몽거, 나키아, 오코에의 미소에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음...이 사진은 좀 어리숙하다만, 대체로 미소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족이 소설의 인물이 되는 한국 소설의 경우 내가 울지 않은 소설이 몇이나 될까? 그래도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인데 울진 않지 않을까? 아니, 더 울려나? 긴장을 하며 읽기 시작했고 문장 곳곳에 숨어 있는 내 가족의 이야기들이 들춰질 때 마다 놀라면서 또 때때로 역시나 눈물이 났다. 그래도 펑펑이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작가는 정말이지 어디까지 경험한 걸까? 이 소설을 자전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텐데 작가의 문장은 이 모든 것을 경험한 사람 같았다. 가령 다음과 같은 문장.

우진은, 가족을 잃은 경험이 있는 우진은, 수정이 태어나던 날부터 남모를 두려움을 느꼈다. (185쪽)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뒤에 이어지는 부연 설명을 읽지 않아도 우진의 저 마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나 역시도 곤히 자고 있는 아이의 숨소리를 자꾸만 확인하곤 했으니까. 아니 지금까지도. 


시작부터 우진과 재혁이 통화하기 전까지 긴장감과 몰입도가 고조되었다. 특히 초반의 장면은 숨도 안쉬고 읽은 느낌이다. 이후로도 이게 만약 단막극(예전엔 '드라마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꽤 좋은 단막극들이 많았다.)으로 만들어진다면 히트를 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을 읽으며 머릿속은 망설임없이 영상을 만들어냈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고(독자는 사실 중반부터 전말을 짐작할 수 있다.) 긴장이 풀리면서 범인의 자백을 읽는데, 아쉽게도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 범행 동기는 예전 같다면 뭔가 특별할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정서로 봐선 현실적인 동기라 짐작할 수 있었기에 다소 식상했다. 마치 영화 <블랙팬서>에서 유엔에서 와칸다의 입장을 전하는 티찰라 왕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처럼 말이다. 이에 대해선 호불호가 있을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 추리 소설은 역사적 배경이 다르지 않는 작품으론 처음이 아닌가 싶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지라 찾아가며 읽기도 했지만 한국 추리 소설을 읽지 않은 이유가 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잠시 생각해 보았다. 가족. 그랬다. 가족의 이야기나 저 먼 나라의 이야기나 저 옛날의 이야기라면 남의 이야기 보듯 보겠는데 도저히 가까이에서 추리 소설의 장르로 만나기엔 내 간이 너무 작다. 앞으로도 다를 것 같지 않으니 부디 가족이 아닌 추리 소설을 만나길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