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방학 때 큰 맘 먹고 애플 맥북을 구매했었어요.

제가 그 때 개봉기를 쓴 적이 있죠. 

우리 가족은 맥북 때문에 참 행복했답니다.

전 알라딘 서재에 글을 올리고(포토 리뷰를 자주 썼었죠 )

딸은 맥북을 이용해 그림을 멋지게 그리고 말이죠.

애플 모양도 멋스럽고 성능도 탁월해서 정말 글이 마구마구 쓰고 싶어지던 아름다운 시절이었어요.

 

10일이 경과한 날,

갑자기 맥북이 고장이 난 거예요.

전원조차 켜지지 않는 거예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죠.

산 지 10일 만에 먹통이 되다니....

그 후 우리 가족은 모두 우울 모드가 되었죠.

알아보니 초기고장이었어요.

맥북이 초기고장이 좀 있다네요. 알아두세요. 

왜 하필 그런 제품이 우리한테 오다니....운명이죠.

전 포기가 빠른 편인데 옆지기는 좀 오래 가더라구요. 

같은 제품을 받으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그냥 환불받았어요. (역시 큰 쇼핑몰에서 구매해야 해요. )

그 후로 아예 그 사양(맥북 프로 레티나)이 나오질 않아 맥북과는 이제 정말 안녕이구나 싶었어요.

수퍼남매는 행복한 10일 체험이었다고 그 시절을 회고하곤 했죠.


그렇게 맥북 없이 5개월이 지났어요.

그제 웹서핑을 하다 "ㅎ" 쇼핑몰에 바로 우리가 찾던 그 제품이 입고된 것을 발견하였어요.

리뉴얼되어 나오느라 그동안 물품이 없었던 거죠.

마침 "ㄹ" 카드 할인도 해서 얼른 지르고 말았답니다.

골드 칼라가 있어서  그걸로 달라고 메시지도 적었어요.

나이 드니 어쩐지 골드가 끌리더라구요. 


오늘, 드디어 5개월만에 반가운 맥북을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골드를 기다렸는데 실버여서

제품이 잘못 왔나 싶어 문의를 했더니

우리가 구매한 사양은 원래 실버만 나온대요. 헛 제가 어리바리한 거죠.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제가 본 골드는 이번에 새로 출시된 12인치 사양이었던 거죠.

12인치는유저들 사이에  좀 평이 그렇다고 하네요. (참고하세요. )


이제 색깔도 확인했겠다 두구두구 개봉을 하였어요.

수퍼남매는 지난 번보다 호응도가 낮더군요.

와서 보지도 않아요.

옆지기와 나만 열심히 개봉하고, 사진 찍고, 세팅을 했답니다.

(실은 전 옆에서 구경만 했어요. 기계치라서)


지금 써 보니 10일 체험했던 맥북과 조금 달라진 듯해요.

10일만 사용했던 터라

또 낯설어요. 

애플 프로그램이 윈도우랑 많이 다르거든요.

공부하는 딸한테 이거저거 물어보며 겨우 페이퍼 하나 쓰고 있답니다. 

리뉴얼 되면서 사양이 조금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에요.

아무튼 이번에는 초기고장을 일으키면 안 되는데...제발요.


맥북이 잘 굴러가야 제가 리뷰를 자주 올릴텐데 말이죠.


'다시 만난 맥북, 이번엔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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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리릿 2015-06-12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맥 유저로서 맥월드에 재입성하신것을 환영합니다. ^^

수퍼남매맘 2015-06-12 14:56   좋아요 0 | URL
맥북 유저시군요. 반갑습니다. 고장 안 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1. 온이의 질투

 

고양이도 질투심이 있나 봅니다.

 

엊그제 아들 가창 시험이 있어서 내가 반주를 하고 아들이 노래를 불렀어요.

거실에 있던 온이가 어느새 피아노방에 와서

노래 부르는 아들의 손가락을 깨물더군요.

갑자기 우리 손이나 발을 공격할때가 있어 장난치나 보다 생각했어요.

 

가창연습을 또 하는데 지 볼일은 안 보고

우리 옆에 계속 붙어서

노래하는 아들에게 계속 태클을 거는 거예요.

음~

그제서야 이 녀석이 질투하는구나! 생각했죠.

역시 암컷이라서 질투심이 많나 봅니다.

 

그 모습이 정말 귀여워 우린 한참 웃었어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아들이 큰소리로 노래 하는 걸 아들이 우는 걸로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아들이 울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

아들을 위로해주던 온이였으니까 말이에요.

 

 

2. 내 배는 소중하니까

 

우리 집은 따로 온이 침대를 마련하지 않고 있어요.

하여 온이가 눕는 곳이 곧 온이 침대가 되곤 하죠.

밤에 잘 때는

거의 내 발 아래나

아들 발 아래 둥지를 틀고 자곤 한답니다.

 

요즘 온이가 낮에 주로 사용하는 침대는 수퍼남매 가방이에요.

아이들이 가방을 아무데나 팽개쳐 놓는 바람에(수퍼남매가 정리정돈이 약해요. )

그 곳이 온이의 포근한 안식처가 되고 있답니다.

 

아이들 가방에 알 품는 암탉 자세로 쪼그리고 앉아있어요.

사진을 보여드리면 진짜 좋을텐데

지금 영어 교과 시간에 잠시 시간 내어  쓰는 거라 아쉽네요.

아무튼 그 모습이 정말 귀여워요.

자식 자랑하는 것은 팔불출이라고 하던데...

그냥 맨바닥에 눕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아주 더울 때나 지쳤을 때를 빼고는)

왜냐구요?

온이 배는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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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2 09: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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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2 14: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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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파리 한 조각 - 전2권
린다 수 박 지음, 이상희 옮김, 김세현 그림 / 서울문화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어린이책에 관심을 갖고나서 눈여겨 보던 책이 있다. 바로 <사금파리 한 조각>이란 책이다. “사금파리라는 어감이 참 독특하고 좋았던 듯하다. 게다가 뉴베리상에 빛나는 책이라니 정말 궁금했다. 이 책은 재미교포인 린다 수 박이 저자이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도 잘 알지 못하는 고려청자 이야기를 어떻게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이렇게 잘 알고 있을까 놀라웠다. 무늬만 대한민국 사람이지 참 무지했구나 싶었다.

 

  미국으로 유학 온 부모 밑에서 태어난 저자는 가정에서조차 영어로 대화하며 자랐다고 한다. 어느덧 어머니가 되어보니 자녀에게 자신의 뿌리인 한국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줘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때부터 한국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엄마라는 존재는 참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녀에게 우리의 뿌리를 알리고자 노력하는 중, 한국인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문화 유산 중 하나인 고려 청자이야기를 써서 전 세계에 주목을 받게 된다. 뉴베리상을 받았다는 것은 미국 도서관마다 이 책이 꽂혀 있다는 것을 뜻한단다. 고려청자 이야기가 세계에 널리 전파된다는 의미인 셈이니 이거야말로 대단한 문화 홍보 활동인 셈이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가 참 고맙다.

 

  때는 고려시대이다. 도자기 마을 줄포를 배경으로 삼아 고아 목이의 성장 이야기와 상감 청자 빚는 이야기를 잘 버무려 감동적으로 들려준다. 도공이 되고 싶은 고아 소년 목이, 오갈 데 없는 고아 목이를 맡아 키운 장애인 두루미 아저씨, 목이에게 꿈을 생기게 해 준 도공 민영감, 엄마처럼 따스하게 품어준 민영감 부인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줄포(지금의 부안 근처)라는 바닷가 마을은 도자기 굽는 마을이다. 줄포 다리 밑에 목이와 두루미 아저씨 하루하루를 빌어먹고 살고 있었다. 목이는 오며가며 민영감이 도자기를 굽는 모습을 보게 되고 도공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된다. 목이는 어렵사리 민영감 집에서 허드렛일을 맡아 하게 된다. 하지만 민영감은 도자기 만드는 일은커녕 일감을 줄 때도 얼마나 냉기가 흐르는지 말 한 번 붙이기조차 어렵다. 민영감 밑에서 아무리 죽어라 일을 해도 번번히 야단에다 퇴짜 맞기가 일쑤다. 하지만 민영감의 도자기 굽는 솜씨는 줄포에서 아니 고려에서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어느 날, 송도에서 감도관이 와 궁궐에 납품할 그릇을 심사하게 된다. 그 무렵, 목이는 강영감이 상감기법으로 도자기를 만드는 것을 몰래 엿보게 되고 이를 민영감에게 알려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에 빠진다. 남의 기술을 훔쳐보는 것은 도둑질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목이의 고민을 들은 두루미 아저씨는 상감기법이 스스로 드러나길 기다리라 조언해준다. 결국 상감기법은 감도관 심사날 만천하에 드러나지만 안타깝게도 상감기법이 아닌 민영감의 도자기는 채택되지 못 한다. 감도관은 민영감의 도자기 기술을 못내 아쉬워하여 송도로 도자기를 한번 가져오길 당부하고 떠난다.

 

  강영감의 상감기법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된 민영감 또한 상감기법으로 도자기를 만들어보지만 유약 처리의 실패로 애써 구운 도자기를 모두 바닥에 내던져 버린다. 그 후, 천신만고 끝에 상감청자를 만들어내지만 그걸 가지고 민영감이 송도까지 가기란 쉽지 않았다. 이 사정을 안 목이는 심부름을 할 것을 자청하고, 민영감의 도자기를 조심스레 챙겨 송도로 혼자 먼 길을 떠난다. 목이의 나이는 겨우 열 셋 정도이다.

 

   줄포에서 송도까지 긴 여정 동안 오직 민영감의 빼어난 상감청자를 감도관 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일념으로 걷고 또 걷는 목이를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가장 가슴 졸인 순간은, 낙화암 근처에서 만난 강도가 목이를 덮쳐 그 소중한 매화꽃병을 절벽으로 떨어뜨리던 장면이다. 사금파리(도자기의 깨어진 조각)로 변해버린 꽃병을 피가 흐르는 줄도 모른 채 움켜잡고 우는 목이의 모습이 정말 가련하였다.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소중한 꽃병이 깨졌다는 절망감 때문에 나쁜 생각까지 품게 되는 목이... 이대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민영감의 상감청자는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채 사금파리로 남게 될까.

 

  이야기를 읽다보면 목이의 성장담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특히 산전수전 겪으며 고약한 민영감 심부름을 하는 것과 송도까지 상감청자를 전해주러 가는 이야기는 과연 뉴베리상을 탈만하구나 느끼게 해준다. 또 목이의 꿈에 대한 열정과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용기는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하나 더, 상감청자를 빚는 민영감을 통해 고려 도공의 예술혼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민영감의 철저한 장인 정신은 비록 글 속의 인물이지만 숙연하게 만든다. 지금은 온천하에 상감기법이 알려지고, 고려 시대보다 더 좋은 도구로 청자를 빚어내지만 그 당시 고려 도공들이 빚어낸 상감청자의 오묘한 빛깔은 재현할 수 없다고 하니 고려 도공들의 솜씨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알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니 예전 미술교과서에 실려 있던 매화꽃병이 남다르게 보였다. 매화 한 가지를 꺾어 꽃병에 꽂는다는 것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멋을 아는 고려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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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2 09: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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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2 15: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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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등교시각이었다.

원래 반별체험학습을 가야 했으나 메르스 때문에 취소된 날이기도 하였다.

 

교실에 도착하니 두 명의 아이가 케일 화분 앞에 붙어 있었다.

" 선생님! 나비 되었어요"라고 하였다.

진짜 번데기가 나비로 탈바꿈 되어 있었다. 기특한 녀석들! 그 힘든 과정을 모두 통과하여 어여쁜 나비가 되었다.

정말 축하한다.

체험학습 못 간 대신 우리에게 큰 선물이 온 셈이다.

 

최초발견자와 둘째 번 발견자는 신이 나서 오는 아이한테 자랑을 늘어놓았다.

최초발견자가 나비 날개가 젖어 있는 상태에서 자석으로 집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젖은 상태에서 날개를 건드리면 다칠 수도 있다는데...

다른 애들이 왜 만졌냐고 최초발견자한데 항의를 했다.

나비는 오랫동안 얌전히 날개를 말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번데기 하나가 더 보였다.

번데기 속으로 고스란히 날개 무늬가 보여 아이들한테 돋보기로 살펴보라고 시간을 줬다.

정말 신기했다.

 

아침독서를 끝내고 한 사람씩 돌아가며 책을 읽는데

아까 번데기였던 것이 어느새 나비가 되어 있었다.

우리 책 읽는 사이 날개돋이를 하다니....

나비 밑에 번데기 껍질이 그대로 있었다.

그 나비는 1-2교시 동안 날개를 말렸다.

 

4교시 쯤 보니 또 한 마리 나비가 붙어 있었다.

다행이도 세 마리 모두 날갯짓을 제대로 잘했다.

나비가 호기심이 많아 자꾸 창문에 달라 붙으려고 해서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겨우겨우 유인하여 나비를 운동장으로 날려보냈다.

아이들이 손을 흔들며

" 나비야, 잘 가. 우리가 너희 엄마, 아빠야"라고 인사를 했다.

그렇다.

우리가 너희 부모인 셈이야.

 

너희 동족 있는 데로 가서, 건강하게 잘 지내야 돼.

 

아이들의 일기를 보니

어제 나비가 된 사건을 쓴 아이들이 많았다.

알, 애벌레, 번데기, 나비로 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아이들에게

나비는 그냥 나비가 아니었다.

우리의 가족이자, 자식이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6마리의 나비가 태어났다.

한 두 마리는 꾸러기들 때문에 밟혀서 다치거나 죽기도 하였다.

그때마다 다른 친구들이 왜 그랬냐고 언성 높여 꾸지람을 하였다.

애벌레 시기에는 수 십 마리가 있었는데

중간에 식량 부족으로 개체수가 많이 줄어 들었다.

그 와중에도 번데기가 되고, 이렇게 아름다운 나비가 된 녀석들은

정말 생존능력이 탁월한 녀석들인 듯하다.

 

오후에 아이들 관찰기록장을 살펴보니

그동안 배추흰나비 알을 키우면서 참 정이 많이들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배추흰나비 한살이를 체험하면서

아이들의 마음도 한층 더 자란 듯하여 뿌듯하다.

지금도 한 마리 나비가 창문에 살포시 앉아 있는데

쓰는 걸 멈추고 운동장으로 내보내야줘야겠다.

 

나비야, 잘 가.

건강하게 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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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9 08: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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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0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3학년 과학에 배추흰나비 한살이가 나온다. 교육청에서 배추흰나비 알을 분양해줬다. 케일 화분 6개에 알을 키우게 되었다. 알에서 애벌레가 나왔고, 수 십마리의 애벌레는 케일을 먹으며 쑥쑥 자랐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게 정말 신기했다.

 

  지난 연휴 동안,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는 바람에 애벌레가 걱정되어 학교에 한번 점검차 왔다. 정문이 잠겨 있어 기사님를 부르는 것도 죄송해서 ' 잘 있겠지. ' 하며 되돌아갔다. 하지만 내내 마음이 쓰였다. 모두 죽어 있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다. 어제 교실에 오자마자 애벌레한테 달려갔다. 웬걸? 애벌레가 케일을 다 먹어치워 케일이 온데간데 사라졌고, 애벌레는 먹을 게 없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다행이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먹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러다 아사하겠다 싶어 학부모한테 전화를 하여 케일 화분을 구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동네 화원에 가봤으나 이미 시기가 지나 구할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 다른 반 선생님께 케일 화분을 구걸하여 겨우 하나를 얻었다.  부회장 2명이 애벌레를 모두 싱싱한 케일로 옮겼다. 나도 다른 아이도 애벌레 만지는 것을 무서워하는데 둘은 참 용감했다. 먹이를 만난 애벌레는 열심히 먹어대기 시작하였다. 이 화분 하나로 번데기가 될 때까지 견뎌낼까 걱정이 되었다.

 

  오늘 아침, 애벌레한테 가보니 또 케일을 다 먹어치워 서로 붙어 있었다. 이제 어디서 케일을 구한담?  다른 학년에 쪽지를 보내 케일이나 배추 화분을 구한다고 하였더니 5학년에서 연락이 왔다. 싱싱한 케일을 주시겠다는 것이다. 5학년 실과에서 모종 심기를 해서 조별로 키우는 화분인데 이렇게 기부해주시니 정말 감사했다. 회장 4명을 보내 화분을 접수하고, 또 애벌레를 이사시켰다. 애벌레가 실을 자꾸 내서 옮기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혹시 케일 맛이 달라 안 먹으면 어쩌지 했는데 기우였다. 싱싱한 케일을 만난 애벌레는 미친듯이 먹어댔다. 진짜 먹보다.  케일에 구멍이 뻥 뚫렸다. 번데기가 되기 전까지 엄청 먹어대는 듯하다. 5학년에서 준 케일은 다행이 커서 며칠은 견딜 듯한데 하루빨리 번데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른 반은 애벌레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우리 반은 너무 많아서 식량 문제가 생겼다.  아이들에게 식량문제는 먹이보다 개체수가 많을 때 발생하는 거라고 부연설명을 해줬다. 그래도 애벌레는 서로 먹지는 않았다.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땠을까? 역사 속에서는 인육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하는데 말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애벌레가 바로 눈앞에서 꼬물꼬물거리니까 신기한가보다. 징그럽다고 꽥꽥 소리지르는 통에 애벌레가 스트레스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알 때부터 길러서인지 정이 들었는지 쉬는 시간마다 애벌레 앞에 붙어 있는 아이도 있다. 한 마리가 케일에서 탈출하여 아이 발에 밟혀 죽었다고 땅에 묻어 줘야 하지 않냐면서 소식을 전해주기도 하였다. 직접 기르다보니 정이 듬뿍 드나보다. 나비가 되면 떠나보내야 되는데.... 애벌레가 케일 갉아먹는 것을 보면 진짜 귀엽다. 똥을 싸는 모습도 직접 봤다. 수 십 마리가 싼 똥 덕분에 냄새도 좀 난다. 식량이 부족하여 여기저기 구하느라 고생을 좀 했지만 아이들에게 산 교육이 된 듯하다. 조별로 키우던 화분을 기꺼이 기부해 준 5학년 * 반에게 금화 초콜릿을 보내 드렸다. 심부름 다녀 온 회장말이 언니 오빠들이 금화 초콜릿을 보더니 선생님한테 몰려와서 난리가 났단다. 우리반 애들에게도 언니오빠 만나면 고맙다고 꼭 인사하라고 교육을 시켰다.

 

  내일쯤은 번데기가 되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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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8 11: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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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8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