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터 원격연수를 듣고 있다. 제목은 "자기주도학습, 공부는 시스템이다" 이다.  부장님이 추천해 주셔서 선택한 연수인데 완전 만족도가 높다. 역시 입소문이 정확하다.


  좋은 연수는 일단 내용이 좋아야 하고, 강사의 내용 전달력이 탁월해야 한다. 이 연수는 두 조건을 만족시킨다. 내용도 좋고, 강사의 내용 전달력도 아주 훌륭하다. 이제 절반을 들었는데 학부모 총회를 한 번 더 개최하여 학부모한테 전달 연수를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들은 즉시 수퍼남매에게 적용하고 있는데 효과가 보이고, 앞으로 첫째 기말고사를 어떻게 준비시켜야 할지 설계도가 보인다. 


  아이들은 누구나 공부를 잘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모두 다 공부를 잘하지는 못 한다. 교실에서 똑같은 공부를 해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있고, 공부 못 하는 아이가 나온다. 심지어 죽어라고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지능 때문일까? 집중력 때문일까?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 


  어제 저녁, 첫째가 자신의 친구 이야기를 해줬다. 친구는 수학 학원을 몇 년 째 다니는데도 아직 일차방정식도 모르고 심지어 이항조차 몰라 이번 수학 성적이 엉망이란다. 엄밀히 말해 그 아이는 그동안 돈과 시간을 낭비한 것이다. 중1과정인 이항조차 모른다니 심각한 상황이다.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연수는 이것에 대한 해답을 알려준다. 바로 공부 시스템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공부는 시스템인데 그 친구는 시스템을 모르고 있고 그냥 기계적으로 학원만 왔다갔다 했기 때문에 학습부진이 누적된 것이다. 그렇다면 공부 잘할 수 있는 시스템은 무엇일까? 연수는 그걸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이 연수는 열심히 학원을 다니는데 개념조차 모르는 아이, 공부 하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 죽어라 공부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 아이, 기타 공부 때문에 고민을 가진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것이다. 정말 많은 도움을 받는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죽어라 공부만 하면 죽을 뿐이지 공부를 잘하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공부는 시스템이라서 교사나 부모가 아이에게 올바른 시스템을 알려주고, 이에 따른 올바른 학습 방법을 알려줘야 결과적으로 자기주도학습이 되고 성적이 오르고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자신의 비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앎"에 대한 정의를 정확히 내려야 한다 점이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똑같이 그림책을 읽어줘도 어떤 아이는 내용을 잘 기억하는데 반대의 아이가 꼭 있다. 이 차이점은 무엇일까? 집중력? 그것도 맞다. 하지만 강사는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아이의 차이점은 " 앎 "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선생님 말씀을 듣고 이해하면 그걸로 안다고 착각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자신이 완벽하게 외어서 보지 않고 설명할 수 있을 때 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바로 목표 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 차이점이 바로 성적으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그 말이 맞다. 안다는 것은 남에게 보지 않고 줄줄 설명할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부진아들은 수업 시간,  선생님의 설명이 이해되면 자신이 아는 걸로 착각한다. 그러나 시험을 보면 완벽히 알고 있지 않아 틀리게 마련이다. 오늘, 우리반 아이들한테  이 말을 따라서 외우라고 하였다.  " 보지 않고 설명할 수 있을 때 진짜 아는 것이다" 라고 말이다. 이 말만 명심하고, 매 수업 시간 적용하면 지금보다 훨씬 공부를 잘하게 될 것이다. 학창 시절 돌이켜 보니 완벽하게 이해해서 모르는 친구에게 설명해 줄 때 더 확실한 지식이 된 경험이 나에게도 있다. 가장 확실한 앎은 남을 가르칠 때 완성되는 것이 맞다.  


  즉 이 말은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진짜 지식과 가짜 지식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진짜 지식은 안 보고 설명할 수 있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나머지는 가짜 지식이다. 즉 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독서로 따지면 책장만 넘겼을 뿐 아무 내용도 머리에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책을 볼 때는 이해가 되었으나 책을 덮고 나서 줄거리를 말해 보라고 하면 아무말도 못하는 아이가 여럿 있다. 제대로 책을 읽은 것이 아니다. 영화를 재밌게 봤으나 기승전결로 줄거리를 간추리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 이런 아이는 그 영화를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다. 바로 가짜 지식이라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려면 가짜 지식이 아니라 진짜 지식(메타 인지)를 확장시켜 줘야 한다고 한다. 메타 인지를 확장시켜 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반복이다. 


  무엇보다 "공부는 진도가 아니라 반복이다"라는 명제를 명심해야 한다고 한다. 앞서 이야기한 딸 친구의 경우, 학원에서 진도는 쭉쭉 나갔겠지만 스스로의 반복이 없었기에 진짜 지식이 쌓이지 않았던 것이다. 반복 없이 공부가 이뤄질 수 없다. 반복 없이 안 보고 설명할 수 없다. 우리 선조들이 사서오경을 마르고 닳도록 외었던 것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누가 물으면 안 보고 설명했던 것을 우린 알고 있다. 그렇게 무한 반복하여 안 보고 설명할 수 있을 때 진짜 아는 것이다.


  이렇게 유익하고 기다려지는 연수를 만났다니 정말 행운이다. 수퍼남매는 물론 교실 아이에게도 적용할 게 진짜 무궁무진하다. 연수가 다 끝나면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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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1 09: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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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1 10: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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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는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지 35년 된 날이었다.

 

  몇 년 전부터 518이 되면 이 날이 무슨 날인지 설명해 주고 있다. 2년 전부터는 이와 관련된 좋은 그림책이 나와 그림책을 읽어주게 되었다. 왜 그런 일을 하냐고 묻는다면, 이런 나의 행동이 아직도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광주시민을 향한 작은 양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실천은 교직에 머무는 한 어떤 학년을 맡더라도 지키려고 한다. 세월호 이야기, 광주 이야기, 625이야기 등등. 아이에게 감추고 싶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사실대로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역사를 바로 잡는 일이고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국어 한 시간, 수학 한 시간 공부 못 하면 좀 어떤가! 그보다 올바른 역사인식을 뿌리내리도록 도와주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어른 중에는 아이는 아름다운 이야기만 알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난 생각이 다르다. 아이라고 해서 반드시 세상의 아름다운 이야기만 들려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권정생 작가도 자신이 주로 슬픈 이야기를 쓴 이유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슬픈 일이 가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세상이 어디 아름다운 이야기로만 채워져 있던가! 그렇지 않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면 반드시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도 있다. 따라서 아이도 자신이 사는 세상의 양면을 다 아는 게 옳다고 생각하다. 아름다운 이야기,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를 골고루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바르게 살아갈 수 있다.

 

  혹자는 어른이 되면 자연히 알게 될 걸 굳이 어릴 때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줘서 충격을 주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이 때 세상의 어두운 면을 알지 못한 아이가 자라면서 세상의 후미지고 소외된 곳에 관심을 가지고 눈길을 돌리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어른이 되고나서 알아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영원히 알고 싶지 않다는 핑계일 지도 모를 일이다.

 

  1교시에 518민주화운동 관련 그림책 <오늘은 5월 18일>을 읽어줬다. 이 그림책을 낸 작가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혼자 말할 때보다 그림책 읽어주면서 중간중간 보충 설명을 해 주니 훨씬 수월하다. 우리 반 다 읽어주고나서 독서모임 선생님께 쪽지를 보내 필요하시면 빌려가라고 했다.  두반이 답신을 보내와서 아마 그 반도 선생님이 읽어주셨을 거다. 내년에는 더 많은 교실에서 이 책을 읽어줬으면 하는 작은 소원이 생겼다.

 

  그림책의 매력은 바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작가의 이력을 읽다가 이 책이 작가가 고 3일 때 옆집에 살던 친구에게서 모티프를 얻어 쓴 거란 걸 알게 되었다.  당시 광주에서 고3이었던 작가는 민주화를 부르짖던 친구가 돌아오지 않고 남겨진 친구 가족의 슬픔을 목격한 모양이다. 작가는 30여년 동안 얼마나 무거운 짐을 안고 살았을까! 작가는 얼마나 쏟아내고 싶은 말이 많았을까! 그렇게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나온 그림책이라서 이렇게 묵직한 감동을 주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작가의 세번 째 작품이 기다려진다.

 

 

  지난 번 가족 여행 때 보성 녹차밭을 가면서 보니 518역사관 이정표가 보였다. 거기도 들러보고 싶었는데 일정이 빡빡하여 가지 못했다. 다음엔 애들 데리고 꼭 가보고 싶다. 엊그제 뉴스에 보니 어떤 30대 학부모가 두 아이 손을 잡고 518역사관에 와서 이런 인터뷰를 하였다고 하다. 왜 어린 자녀를 이끌고 와서 이런 끔찍한 사진을 보여주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머니는 "아이도 알아야하니까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맞다. 아이도 알아야 한다. 그저 쉬쉬 덮는다고 해서 부끄럽고 아픈 역사가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518도 그렇게 오랜 시간 가리고 감추고 덮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이렇게 그림책으로도 나와 진실을 알려주고 있다.

 

  35년이 흘렀다고 해서 그 일을 겪은 광주 시민의 아픔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그들의 아픔을 공유하는 것은 이렇게 잠시라도 그들의 아픔을 되새겨보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것이야말로 가장 아프고 슬픈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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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0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20 19: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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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에서 또 책을 보내주셨다.

감사하게도.

지난 번 책잔치 때 무조건 푸른숲부터 가자고 해서 겨우 찾아갔더니

마침 문이 닫혀 있어 아무 것도 못 샀다.


눈길 가는 책이 두 권이나 들어 있어 엄청 반갑다.

 

 

 

 

 꿈터에서 신간을 보내주셨다.

잘 읽어봐야겠다.

알라딘 지인 덕분에 인연을 맺었는데 신간이 나올 때마다  

보내주시니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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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0 13: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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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0 18: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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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이가 또 큰 사건을 저질렀다. 이름하여 "강낭콩 봉변 사건"이다.

 

 사건의 요지는 이러하다. 아들이 과학 장기 수행평가로 집 베란다에 강낭콩을 기르고 있었다. 발아부터 시작해서 이제 제법 잎이 여러 장 나와 잘 자라고 있었다. 물도 주고, 때때로 자라는 모습을 관찰 일기로 기록하고 말이다. 온이는 관심 없는 척, 강낭콩 화분 옆에서 밖을 내다보곤 하였다. 우리 가족은 "음~ 온이가 작년엔 테이블 야자를 야금야금 갉아먹었는데 강낭콩은 싫어하는구나!" 안심하였다. 잎이 여러 장 자랐는데도 강낭콩을 거들떠 보지 않길래 정말 마음을 탁 놓았었다.

 

  어제, 저녁 드디어 사건이 터졌다. 온이가 우리 가족이 안 보는 사이, 강낭콩 잎사귀를 아작아작 먹어버린 거였다.  제일 먼저 발견한 아들은 대성통곡 하였다. 강낭콩 잎사귀의 처참한 모습 앞에 망연자실했다." 엄마, 온이 쫒아버려, 용서할 수 없어. 내가 아빠 말에 동의했어야 하는데" 난리가 났다. 화가 날수록 방언이 터지는 아들의 말 때문에 우리 부부는 몰래 웃기도 하였지만 아들의 분노와 슬픔이 이해됐다. 씨를 받아 발아시키고, 싹이 올라오자 화분에 심어 지금까지 금지옥엽 키웠는데 줄무늬 녀석이 하루아침에 냠냠해 버린 것이디. 일단 온이를 체포하여 캐리어에 감금시켰다. 아들이 1시간 동안 꺼내주지 말라고 엄포를 놨다.  독방에 감금당한 온이는 아주 구슬프게 울어댔지만-이 녀석 연기도 잘한다- 아들의 명을 거역할 순 없었다.

 

  1시간만에 풀려난 온이는 속도 없이 나에게 머리 박치기를 하며 애교를 떨었다. 온이를 보면서 만약 수퍼남매가 이와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면 온이처럼 독방에 감금시켰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고양이라서 감금 이라는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온이도 가족이라고 하면서도 사람과 고양이에 대한 차별은 엄연히 존재하였다.

 

  강낭콩 화분을 온이 발길이 닿지 않는 부엌 씽크대 쪽으로 옮겼다. 설마 여기까지 와서 갉아먹진 않겠지. 이 녀석이 요즘 온갖 것을 먹어대서 찌릿찌릿 골치가 아프다. 지난 번에 여행갔다 왔더니 내 옷을 여기저기 갉아 먹질 않나 온이 혼자 놔두고 외출할 때는 초비상이다. 비닐, 스트로폼, 종이까지 먹는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일상적인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수의사 선생님이 버릇이 고쳐지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하는데..... 내가 노이로제 걸릴 지경이다.  게다가 새벽에는 꼭 할 일도 없으면서 문 열어 주라고 앙앙대고... 이 녀석 입양한 후로 잠을 푹 자 본 적이 없다.  그래도 한 번 애교 떨면 그 애교에 홀딱 넘어가서 고생한 것 다 잊어버리곤 했는데 이 사건은 좀 심했다. 지난 번 아이패드 충전기 사건 이후 말이다. (아이패드 충전기 줄을 갉아먹은 사건이었다. 이 때는 진짜 중랑천에 쫓겨 날 뻔했다.)

 

  오늘 새벽, 갑자기 남편이 온이를 혼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또 사건이 터진 거다. 싱크대 위에 올려놓은 강낭콩을 또 습격했다고 한다. 그나마 남아 있던 잎을 먹어치운 것이다. 휴~ 진짜 이 녀석이.  한 번은 용서했지만 두 번은 안된다고 하면서 남편은 온이를 거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라며 베란다에 감금시키라고 하였다. 두 번째 감금이다. 온이는 베란다에서 방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밤새 앙앙댔다.  지치지도 않는지 정말 계속 울어댔다. 잠귀가 밝은 난 밤새 그 소리에 잠을 뒤척일 수 밖에 없었다. 저러다 감기 걸리는 것 아닌가 걱정되기도 하고, 스트레스 받아 이것저것 다 물어뜯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 수퍼남매에게 새벽에 일어난 두 번째 "강낭콩 봉변 사건"을 이야기해줬더니 애들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강낭콩 주인인 아들도 더 이상 놀라거나 울지 않았다. 잘 자라고 있던 강낭콩은 도대체 무슨 죄냐고? 갑자기 줄무늬 녀석한데 습격을 당한 셈이다. 온이는 밤새 울어대서 약간 쉰소리가 나는 듯하였다. 에고고!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할지....고양이와 함께 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고양이 2마리 키우는 선배한테 조언을 좀 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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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6 20: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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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9 07: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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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오후였다. <슬픈 종소리>를 쓴 송 언 작가와의 만남이 본교에서 있었다. 어린이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행사였다. 원래 어린이만 초대하려고 했으나 작가와의 만남이 날마다 하는 행사도 아니고, 송 언 작가는 유명세가 있어서 모시기 힘든 분이므로 학부모에게도 청강 기회를 주면 좋겠다 싶어 개방을 했다.

 

  송 언 작가는 본교 어린이들이 뽑은 가장 만나고 싶은 작가 1위였다.  그 결과를 토대로 작가와의 만남을 기획하였다.  하지만 정작 행사를 진행하다보니 생각보다 신청자가 적어 많이 안타까웠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더 바쁘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된다. 이런 좋은 행사를 기획해도 학원 내지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들이 너무 바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정말 안타깝고 씁쓸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가 강연 중에 말씀해 주신 에피소드도 내 생각과 일맥상통하였다. 다른 학교에서 열심히 강의를 하고 있는데 어떤 어머니 한 분이 머리를 산발한 채로 헐레벌떡 뛰어오시더니 자녀를 급하게 불러가더라는 거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학원에 아이가 안 왔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아이를 부르러 온 거라는 것이다. 학원 한 번 빼먹으면 어때서? 그보다  작가와의 만남에 와서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 듣고, 작가의 생생한 경험담을 직접 현장에서 체험하는 게 아이한테 더 소중한 추억이 될 터인데...   정작 무엇이 내 아이의 행복과 미래를 위한 것인지 한 번 고민해 볼 문제인 듯하다.

 

  작가는 1년에 100회 정도 강연을 다니시는데 서울이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가장 적고 이런 분야에서 낙후되어 있다고 하셨다. 지방에 가면 귀빈 대접을 받곤 하는데 서울이 강사료도 제일 짜고(진짜다) 이런 행사를 가지는 학교가 드물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면에서 본교는 앞서가는 것이라고 추켜세워 주셨다. 하지만 정작 손님이 오지 않으면 행사 진행자 입장에서 맥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행사를 기획하면서 너무 많은 아이가 신청하면 어떡하나 걱정하였는데 기우가 돼버렸다. 작가 초대해 놓고 인원이 너무 적으면 그것도 좀 그렇지 않나! 그나마 학부모가 여러분 오셔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도 작가가 꿈인 6학년 아이들이 수업 끝나자마자 멀티실로 와서 열중하여 듣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 사인 받을 책 안 가져왔다면서 집에 후닥닥 뛰어갔다오는 6학년 아이, 직장에 조퇴까지 하고 아이와 함께 듣는 학부모, 미취학 아이와 함께 와서 열심히 듣는 학부모, 2시간인데도 끝까지 집중하여 듣는 저학년 아이들, 행사 모두 끝나고나서 나한테 수고와 감사의 문자를 보내준 옛날 학부모에게서 희망의 불씨가 보였다.

 

  작가는 세 권의 책을 직접 읽어주셨다. 

 

 

 

 

 

 

 

 

 

 

 

 

  <선생님 사로잡기>는 읽어봤는데 나머지 두 권은 안 읽어본 책이었다. 작가의 육성으로 들으니 더 재미있었다. 읽어주시면서 그 때 그 때 포인트를 알려주셔서 도움이 되었다. <우리 동네 만화방>은 아마도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 놓은 책인 듯하다.  이번에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 한 권만 있으면 더없이 행복했던 시절,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 저녁 늦게 까지 만화방에 박혀 만화를 읽고 있었다.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내가 없어졌다고 초죽음이 되셔서 찾던 일이 기억났다. 엄마는 아직도 그 때 일을 기억하고 가끔 말씀하시곤 한다.

 

  <선생님 사로잡기>와 <새 친구 사귀기>는 학교 생활을 잘할 수 있는 비법이 실려 있는 책이다. 학교생활에서 정말 중요한 두 가지, 선생님 관계, 친구 관계 맺기만 잘하면 학교 가는 발걸음이 룰루랄라 신날 것이다. 

 

  작가 말씀 중에 어른이 5분만 기다려주면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데 어른의 조급함이 아이의 행복을 빼았는다고 하신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작가의 작품 속에는 유독 꾸러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작품을 읽다 보면 어떻게 이런 꾸러기들을 상대하실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 최강이 바로 " 김 배불뚝이"인데 작가는 배불뚝이를 물론 꾸러기라고 보기도 하셨지만 그 아이가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선생님을 골탕 먹일 때 불같이 화내기보다 그걸 인정해주는 여유를 가졌다. 어른에게는 그런 여유가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5분 기다려주기"미학,  지금 당장 실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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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5 08: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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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5 15: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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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8 21: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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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9 14: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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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30 19: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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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1 14: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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