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가족 돌개바람 6
강정연 지음, 한지아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한민국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의 하나가 바쁘다 바빠라고 한다. 24시간을 48시간처럼 바쁘게 사는 우리의 모습을 이 동화책은 잘 담아내고 있다. 과연 이렇게 바쁘게 사는 것이 옳은 걸까? 행복한 걸까?

  

  즐거운시 행복구 여유동 어귀에서 세 번째 골목 가장 끝 집에 유별난 가족이 살고 있다. 이름 하여 바빠 가족이다. 유능한씨, 깔끔여사, 우아한양, 다잘난군이 가족 구성원이다. 바빠 가족은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각자 준비를 한다. “유능한씨는 성공하기 위해 높은 사람에게 아부하느라 바쁘고, 깔끔여사는 칭찬받는 주부가 되기 위해 깔끔 떠느라 바쁘고, 우아한양은 예뻐지기 위해 멋 부리느라 바쁘고, 다잘난군은 잘나 보이고 싶어 여기저기에 나서느라 바쁘다.”(작가의 말 인용)

 

   이렇게 매일 각자 일에 바빠서 서로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볼 시간도, 함께 앉아 밥 먹을 시간도 없던 바빠 가족에게 믿지 못할 일이 생긴다. 서로의 그림자가 바뀐 것이다. 24시간을 48시간처럼 바쁘게 사는 바람에 그림자가 너무 지쳐 반란을 일으킨 셈이다. 그림자가 바뀐 것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다잘난군이다. 하지만 다른 가족은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서로의 일에 바빠 다잘난군의 설명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온가족이 그림자가 서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바빠 가족은 이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모처럼 한자리에 앉아 고민을 시작한다. 서로 마주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았던 바빠 가족에게 뜻하지 않게 휴가가 주어진 것이다. 예기치 않은 휴가 동안, 서로의 얼굴 생김새도 확인하고, 서로의 성격도 알게 되고. 그림자에 맞추어 살다 보니 함께하는 시간도 늘어난다.

 

   바빠 가족의 모습은 극단적이긴 하지만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서로 각자 일에 바쁜 나머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앉아 대화 나눌 시간조차 빼앗긴 채 무엇을 위해 그리 내달리고만 있는지.

 

   평소에는 너무 바빠서 며칠만 아무 것도 안하고 멍 하니 있음 좋겠다 생각하지만, 막상 여유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오히려 더 불안해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다가 뭔가 일거리를 만들어 부산하게 움직이곤 한다. 이것은 바빠야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안 바쁘면 뭔가 실패자라는 느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바빠 가족처럼 나의 나됨을 자꾸 밖에서 찾으려는 것도 내공이 작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살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가족과 눈 한 번 더 마주치고, 주변 사람과 이야기 한 자락 더 나누고, 힘들어하는 이를 따뜻하게 한 번 더 안아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 고개 들어 파랑 물감 풀어놓은 듯한 하늘 한 번 쳐다보고,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나뭇잎 색깔에 탄성을 질러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린 그 소중한 시간을 다른 것에 빼앗긴 채 바쁘다 바빠만 연발하며 현재의 행복을 누리지 못할 때가 왕왕 있다. 어리석게도 말이다.

 

   지난 연휴 때, 담양에 있는 슬로 시티에 갔다. 그 곳에 가니 시간이 참 느리게 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을 입구에는 슬로 시티라는 의미로 달팽이가 그려져 있었다. 푸후훗 웃음이 나왔다. 마을을 걷다 보니 나도 모르게 여유가 생겼다. 일단 바삐 움직이는 차와 사람이 안 보이니 한결 마음이 누그러지고 이완되었다. 하늘이 보이고, 땅이 보였다. 작은 생명체가 눈에 들어왔다. 나뭇잎 색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마음이 여유로우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게 보였다. 그런 게 행복 아닐까.

 

   현대인은 참 바쁘게 산다. 우리나라 국민은 더욱 그러하다. 마치 그게 진리인 듯 스스로를 볶아치며 바쁘게 사는 경우도 많다. 뭐든지 빨리 빨리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국민성은 달팽이처럼 느리면 실패자라는 이상한 공식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에 주눅 들 필요도 따라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바빠 가족처럼 가족 얼굴도 잊어버린 채, 옆은 보지도 않고 앞만 보고 빨리 달리는 것이 꼭 행복한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길을 가며 하늘도 보고, 땅도 보고, 꽃도 보고, 지나가는 이와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그렇게 가는 것이 행복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뜻에서 작가가 말한 행복한 게으름뱅이가 되는 기쁨을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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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2 08: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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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2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년부터 파주 어린이책잔치에 갔다. 그 중 올해가 가장 썰렁한 기분이 드는 것은 비단 나만의 느낌일까. 아마 첫째날이라서 그럴거야 마음을 달래보지만 그게 아닌 듯하다. 바로 도서정가제의 여파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사람들 손에 책 꾸러미가 안 들려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끌고 다니는 장바구니에 책을 그득 싣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올해는 책 꾸러미 자체를 보기 힙들었다.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 겨우 2권만 구매하였다. 부스에서 책을 사는 사람도 없고, 항상 바글바글 붐비던 네버랜드(시공주니어 북마켓 )도 너무 한산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구간, 리퍼 도서 또한 10%만 할인하니, 너무 아까워서 살 수가 없었다.  절반 가격에 샀던 게 자꾸 생각나서 그냥 발길을 돌렸다. 책 잔치이니그래도 설마 하는 기대를 하고 왔건만 역시나였다.

 

  멀리 내다볼 때 도서정가제가 출판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출판사가 과연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나같은 소비자는 구간을 싸게 샀던 기억에 감히 지갑을 열지 못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신간은 예나 지금이나 할인율이 똑같으니 상관 없다. 그런데 구간까지 10% 할인 적용을 받아야 하니 싸게 구매했던 기억이 지워질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다른 경기도 어렵다고 하지만 출판계는 더욱 심하다고 한다.  과연 이 제도가 안착될 때까지 얼마 정도의 출판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다.

 

  이번에 사온 책은 단 두 권이다. 둘 다 18개월 넘지 않은 신간이다. 가격이 꽤 비싼데 소장가치가 충분히 있어 보여 질렀다. 보림 출판사 매니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진짜 책이 안 팔린단다. 책 잔치가 이 정도인데 보통 때는 두 말할 필요가 없겠지.

 

  이 책 보고 우리 가족 모두 입이 쩌~억 벌어졋다. 칼로 잘라낸 면들이 정말 압권이었다. 고급스러운 황금색을 기본으로 해서 하나하나 예리하게 오려낸 조각이 탄성을 자아냈다. 이제 수퍼남매가 웬만큼 컸으니 이 책을 망가뜨리지는 않겠지 생각하며 구매했다. 큰 아이 어릴 때, 사부다의 팝업 북을 여러 개 샀었는데 그 때의 느낌과 흡사하다. 아주 경이로왔다.

 

 

 

 

 

 

  이 책은 사람의 손으로 인쇄한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진짜 사고 싶었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나가서 조금 망설였다. 3100개만 만든 데다 한정판답게 고유넘버가 적혀 있다는 매니저의 말에 이내 결심을 굳혔다. 색감이 장난이 아니다. 인도 전통 회화 "미틸라 예술"을 이용하여 만든 그림책이다.

 

 

 

책 잔치에 가서 달랑 두 권만 사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무쪼록 이 혹독한 빙하기를 잘 견뎌내고 출판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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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5-05-07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갑을 열게 만드는 페이퍼예요.ㅎㅎ~~~
파주 가고 싶은 이유가 북아울렛 매장에서 가득가득 장바구니를 채우면서 내 돈 쓰면서 돈 버는 듯한 느낌 때문이었는데... 행사가 북적북적 돼야 제맛일텐데... 아쉽네요.

수퍼남매맘 2015-05-08 14:49   좋아요 0 | URL
그런 기쁨이 사라져서 너무 아쉬워요.
적은 돈 내고 그득그득 책을 사오던 때가 그립습니다.

순오기 2015-05-08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온 두 권 책값이 쎄네요.
책잔치가 그렇게 한산한다니...출판계가 얼마나 버틸지, 도서정가제가 문제긴 문제네요.
책을 읽지 못해서 안 사기도 하지만 솔직히 예전 할인받던 생각에 불쑥 살 수가 없어요.ㅠㅜ

수퍼남매맘 2015-05-08 15:01   좋아요 0 | URL
네~ 가격이 많이 나가서 두 권 밖에 못 사왔어요. ˝나무들의 밤˝은 다음 기회에....
지난 가을, 민음사 패밀리 세일했던 기억이 자꾸 떠오릅니다.
이제 그런 즐거움은 못 누려볼 듯해요.

2015-05-08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8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기가 된 우리 형 작은걸음 큰걸음 6
브리짓 페스킨 지음, 정미애 옮김, 김경희 그림 / 함께자람(교학사)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본교에는 특수학급이 있어서 아이들이 학교 여기저기 오며가며 장애아를 만나기 쉽다. 영어 수업을 다녀오던 우리 반 아이 중 한 명과 장애아 사이에 이런 일이 있었다. 교실로 오던 길에, 장애아가가 해맑게 웃으며 손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우리 반 아이가 큰소리로장애인이다라고 했단다. 우리 반 아이는 아무 뜻 없이 한 말이지만 해당 아이나 아이의 부모가 봤으면 속상할 수도 있었을 듯하다. 부지불식 중 나오는 말로 인해 상대방이 상처받기도 하므로 늘 말조심을 해야 하는데.... 특히 생긴 모습 갖고 말하면 더욱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 일을 계기로 교실에서 장애인 이해 관련 교육을 한 시간 정도 했다.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 동정과 배려의 차이 등등을 이야기 했다. 장애인관련 책도 소개해줬다.

 

  이 책은 선천적 장애가 아니라 불의의 사고로 인하여 후천적 장애를 가지게 된 형과 그 가족의 이야기이다. 예전에 들었던 장애 관련 연수에서 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사람보다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이 말은 누구도 장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몸이 안 좋은 자비에 형과 함께 온 가족이 무인도 캠핑을 갔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형은 어느 때보다 힘들어했다. 밤새 자비에는 열이 펄펄 났고 부모님은 형을 간호했지만 무인도라서 헬기가 올 때가지 속수무책 기다려야만 했다. 골든타임을 넘겨 버린 형은 하루아침에 갓난아기로 되돌아가버렸다. 형이 입원한 사이 동생 뱅상은 외할머니댁에서 생활한다. 다시 만난 형은 얼굴마저 달라져 있었다. 살이 피둥피둥 찌고 말도 제대로 못 했다. 동생의 우상이었던 형이 하루아침에 아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오로지 먹을 것만 밝히는 아기 말이다.

 

  이런 뜻하지 않은 불행을 겪은 뱅상 가족은 절망, 죄책감, 외면, 불화, 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아픈 형을 데리고 무리하게 캠핑을 갔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엄마, 오로지 큰 아들에게만 매달리는 엄마와 사사건건 부딪히고 장애를 갖게 된 큰 아들을 외면하려고만 하는 아빠, 우상이었던 형이 이제는 돌봐줘야 하는 아기가 되어버린 그 현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집에서 존재감을 잃어버린 동생 뱅상, 그리고 그전부터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던 외할머니까지, 가족은 뜻하지 않은 자비에의 장애로 풍비박산 난다. 그리고 서로에게 깊은 생채기를 내며 웃음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지낸다. 오로지 아무 것도 모르는 형만 가끔 웃을 뿐이다.돌연 장애를 갖게 된 형도 형이지만, 그 가족들이 겪는 갈등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전에 같이 근무하던 선배 교사 중에 장애아를 자녀로 둔 분이 계셨다. 장애아를 낳고 나서 겪었던 남편과의 불화, 20년 간 장애아를 키우면서 그때그때마다 느꼈던 갈등과 고통, 준비도 못 한 채 딸을 일찍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했던 일, 갑자기 언니를 보내면서 둘째 딸이 치러야 했던 속앓이 등등, 선배의 가정사를 옆에서 지켜본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자연스레 선배 가족이 겹쳐졌다. 선배도 이 책에 나온 엄마처럼 자책감이 컸겠구나 싶었다.

 

  선배 첫째 딸이 하늘의 별이 된 지도 5년이 넘은 듯하다. 그 힘든 시기를 남은 가족은 잘 버텨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온가족이 노력을 참 많이 하였다. 오랜 시간 많은 돈을 들여 전문가의 도움도 받았다. 백 번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선배님 말씀이 1시간 상담하고 상당수의 돈을 내는데 그 돈이 아깝지 않다고 하셨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상담을 받은 게 아니었다. 일단 선배가 살아야겠고, 가족 전체가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으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았다면 선배는 그 힘든 시간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선배 가족과 더불어 세월호 유가족이 자연스레 겹쳐졌다. 세월호 유가족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 필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정부에서 예산을 들여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남은 이들도 심리 치료를 꾸준히 받도록 해야 한다. 지난 번, 세월호 1주기 때였다. TV를 통해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20명을 구해낸 김동수 씨가 죄책감에 빠져 하루하루를 힘들게 사는 걸 봤다. 너무 안타까웠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살아남은 자를 외면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들이 힘든 고통의 시간을 버텨내고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고,  마땅히 그런 일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같은 나라에 사는 국민으로서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다 보면 뱅상 가족처럼 뜻하지 않은 불행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엄청 거대한 파도여서 가족을 통째로 삼켜 버릴 수도 있고, 급기야 가족의 존폐마저 위험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뱅상 가족과 선배 가족이 그랬던 것처럼 서로 허심탄회 마음을 터놓고, 서로 격려하고, 서로 의지한다면 힘든 시기를 버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더욱 강하게 묶여 더 큰 사랑으로 거듭나는 게 가족이니까.

 


덧붙이는 말

본교 특수반 선생님이 이 리뷰를 올리던 날,

공교롭게도 장애 이해 관련 쪽지를 전체에 뿌리셨다.

쪽지를 읽자마자 뜨끔했다.

" 장애우"란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알려주셨다.

그 이유는 철저히 비장애인 입장에서 장애인에게 시혜를 주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란다.

다시 말해 " 너는 장애를 가졌으니 내가 친구해줄게" 라는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듯하다고...

그런 줄도 모르고,

장애인이라는 말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듯하여 "장애우"란 말로 쓰고 있었으니 참 무지하였다.

나처럼 모르고 쓰는 분이 있을 듯하여 덧붙인다.

장애인, 비장애인이라는 말이 옳다고 한다.

그 쪽지를 읽고 리뷰를 얼른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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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3 22: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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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5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큰 아이 중간고사가 금요일부터 시작되었다. 16개월 만에 시험을 치른다. 큰 아이 학교가 자유학기제 시범학교여서 중1 때 시험을 딱 한 번 봤었다. 덕분에 아이는 행복한 중1를 보냈다. 딱 한 번 시험 가지고 아이의 성적을 평가하기는 참 애매하지만 그 한 번의 점수 때문에 특히 수학, 우리 가족은 엄청 충격을 받았더랬다. 으윽~~ 낮은 점수 앞에서 역시 태연할 수는 없었다.

 

  작년 수학 점수가 나오자 아이 손을 잡고 처음으로 수학 학원을 찾아갔다. 아이는 수학에 대해 거의 트라우마 수준의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학원에서 만든 자체 수준 평가 문제지를 받아들자마자 널브러져버렸다. 학교 시험 볼 때도 문제가 지렁이 꿈틀대는 것처럼 보여 제대로 풀 수가 없었다더니 그 말이 진짜였다. 아이의 심각한 상황을 목격한 나는 딸에게 너무 미안했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구나 싶어서 말이다.

 

  무엇보다 수학에 대한 두려움 없애기가 급선무였다. 수학을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두려워하진 말아야 할텐데... 딸은 원장과 상담을 하고 스케줄까지 잡았지만 끝내 수학학원을 안 갔다. 억지로 다니게 하면 더 역효과만 날 것 같아 아이 의견을 존중했다. 사촌 언니한테 과외를 받자고 해도 그것도 싫다고 하였다. 학원, 과외 모두 싫다고 하니 다시 나와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 가르치는 것과 자식 가르치는 것은 천양지차다. 학생은 몰라도 제어가 잘 된다. 그런데 자식 가르치는 것은 제어가 안 된다. 인신 공격적 말이 나가고, 상처 주는 말을 막 하게 된다. 그것이 아이를 더욱 주눅 들게 했고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만들었다는 걸 깨달았고 깊은 반성을 하였다. 내가 잘못한 거구나 뼈저리게 느꼈다. 아이한테 많이 미안했다.

 

  지난 겨울 방학, 큰 아이와 다시 수학 공부를 시작하였다. 최대한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고, 못 푼다고 구박 하지 않고, 알 때까지 여러 번 반복 설명해주고, 매일 공부를 하려고 노력하였다. 1 수학 복습을 다 끝내고 2학년 예습을 조금 했다. 딸은 점점 실력이 늘었다. 역시 수학 문제 해결 방법은 반복과 자신감이었다. 이번 중간고사도 수학 먼저 끝내놨다. 그렇다고 해서 수학을 아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상위권 문제는 여지 없이 틀린다. 하지만 전에 비해 수학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가끔은 어려운 문제를 풀고나서 아주 큰 소리로 얏호라고 환호를 지르곤 한다. 더 기쁜 것은 " 수학이란 학문, 나름 괜찮네. 단순한 게 매력적이야!" 라고 칭찬을 하기도 한다. 자기 수학 선생님보다 엄마가 더 잘 가르친다고 엄마를 비행기 태우기도 한다.

  

  수학만 평소대로 해 주면 이번에 작년 평균 2배는 거뜬히 받을 수 있을 법하다. 작년 수학이 워낙 최악의 점수였거든. 과학은 내가 봐도 어려운데, 담임 선생님이 아주 재밌게 가르쳐줘서 과학은 스스로 공부를 아주 잘한다. 기특하다. 과학책 슬쩍 봤는데 나도 잘 모르는 게 많았다. 작년과 다른 것은 작년에는 내가 일일이 공부하는 법을 가르쳐주면서 함께 했는데 이번에는 수학 빼고 자기 주도 학습을 하고 있다. 시험 전날, 친구 집에 가서 족보 닷컴사이트에 들어가 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작년 친구들은  딸말에 의하면 " BEAUTY" 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친구들은 "공부"에 관심이 많아 아이도 따라한다.

 

  금요일 오후,  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엄마! 나 과학, 도덕 다 맞았어. 국어는 4개 틀렸어기쁘고 아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잘했다고 칭찬해줬다. 첫시험인데 긴장 안 하고, 그 어려운 과학을 다 맞았으니 정말 잘했다 싶다

 

  오늘 드디어 1교시에 수학 시험을 본다. 문제가 꿈틀대진 않았는지,  긴장 안 하고 잘 봤는지....점수가 잘 안 나와도 그동안 열심히 하는 과정을 옆에서 쭉 지켜봤으니 격려해 주려고 한다.


  퇴근하려고 준비하는데,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울면서 "엄마,미안해." 한다. " 수학 시험 시간이 너무 모자랐어. 엄마, 정말 미안해" 연거푸 미안하단다. " 알았어. 엄마 곧 가니까 가서 이야기하자"고 끊었다. 집에 오면서 생각했다. '나한테 미안할 게 아닌데.... 자신이 제일 속상할텐데' 

  

 

딸의 말을 들어보니 서술형 문제를 풀 수 있었는데 못 풀어서 너무 아쉽다는 거였다. 시험지를 보니 뒷장은 거의 손을 못 댔다. 시간 분배를 잘 못 한 거다. 객관식도 여러 번 푼 문제인데 놓친 게 많고... "괜찮아"라고 위로해줬다. 그동안 열심히 공부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속상해하는 딸을 위로해 줬다. 아는 문제를 틀린 게 너무 아까웠던 딸은 흐느껴 울었다. 못 풀어서 속상한 마음이 생긴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다음에 기말고사 때는 시간 안 모자라도록 더 여러 번 반복해서 풀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 책에서 말하듯이 7번 반복하였더라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건 작년처럼 문제가 꿈틀거리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싶었다. 역사와 가정 시험은 실수 안 하고 잘봐서 다행이다. 수학 때문에 2-3교시도 망쳤을까 봐 걱정스러웠는데 말이다.


  중1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수행평가도 챙기고, 중간고사 시험지도 가져오고, 채점도 열심히 하고, 못 푼 것에 대해 안타까워할 줄도 안다. 그런 딸을 보며 생각과 마음이 많이 자랐구나 싶어 대견했다. 기말고사는 이번보다 더 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생긴다. 왜냐하면 공부에 대한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부"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되어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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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04-27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시험 때문에 가여운 우리 학생들!ㅠ 그래도 열심히 한 성과가 있었으니 다음엔 더 나아질거에요!!

수퍼남매맘 2015-04-28 12:00   좋아요 0 | URL
영어 학원에서 1달 전부터 내신체제로 돌입하더니 반복시키는 게 장난 아니더라구요.
이렇게 아니 이보다 더 내달려서 고3까지 버티어야 하는 거지요?
정말 불쌍하고 가여워요.

2015-04-28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8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8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다.
드디어 딸의 키가 내 키를 넘어섰다.
내 키는 160cm 이다.
내 나이에선 평균보다 조금 큰 편이다.
딸과 마주보는데 눈높이가 나보다 높은 거다.어?
남편을 불러 등돌리고 키를 비교해달라고 했다.
머리 꼭대기가 나보다 조금 높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작았는데 갑자기 추월했다.
우리 부부는 많이 뭉클했다.
어느덧 이렇게 자랐구나 싶어 가슴이 벅찼다.
요즘 중간고사 기간이라 평소보다 많이 힘든데
이런 감동을 줘서 진짜 고맙다.
우리부부가 가장 아이한테 강조한 게 키였다.
얼굴과 이는 나중에 본인이 고치고 싶으면 고칠 수 있지만
키는 한번 정해지면 수정불가능 아닌가!
초등학교 때는 또래보다 작았다.
중1부터 또래 평균키가 되더니 이제 엄마키를 앞질렀다.
축하해!
좀만 더 크자. 아자아자 화이팅!!!
지금도 쿨쿨 자고 있어 안 깨우고 있다.
성장기 때 쑥쑥 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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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7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7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