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말방학(봄방학)이 방학이 아닌지는 몇 년 된 듯하다.
서울보다 지방이 더 심해 지방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매일 출근하다시피 한다고 알고 있다.
서울도 몇년 전부터는 학년말방학 전에 담임 발표를 하고
학년말방학때 교실 정비를 완료하고 아이들 맞을 준비를 하는 게 대세라서
학년말방학이라고 해서 겨울 방학처럼 집에서 쉴 틈이 별로 없다.
게다가 부장이라고 맡게 되면 거의 매일 출근을 해야 한다.
이번 학년말방학은 첫주에 설연휴가 잡혀 있어서 예년보다 참 짧아 해야할 일이 많다.
시댁에 내려 가기 전 교실 이사를 해 놓았는데
정리는 못했다.
이번 주 천천히 해야겠다 마음 먹고 있었는데
4일 내내 친정 어머니 백내장 수술 때문에 병원을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계획이 흐트러졌다.
대학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하니 왜 그리 오라가라 하는 일이 많은지...
게다가 수술 당일은
6시간을 붙잡아놓는데 정말 기가 막혔다.
그렇게 6시간을 병원에 있어야 1일 입원으로 인정하여 공단으로부터 1인당 90만을 챙겨받는 시스템이었다.
헐~ 진작 알았더라면 다른 병원에서 할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엄마 당뇨 기록이 그곳에 다 있어서 거기서 한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가까운 대학 병원에서 일련의 검사를 다시 받더라도
길과 대기로 버리는 시간이라도 절약했을텐데...
고작 수술 시간은 20분 밖에 안 되는데
대기시간이 5시간 30분이 넘다니...
대학 병원의 횡포였다.
서울 교통 체증이 너무 심각했다.
도보로 출퇴근 하다보니 심각성을 못 느끼다가
이번에 절감하였다.
정말 도보로 출퇴근하는 것에 감사해야겠다.
차가 막히니 진이 다 빠졌다.
멀리 있는 병원 다니느라 엄마도 고생, 나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제는 대학 졸업식까지 겹쳐 차가 꼼짝도 안하는데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엄마 병원 모시고 다니느라 어제까지 교실 정리를 못하고 있자
걱정과 불안이 심해져 잠이 제대로 안 왔다.
장도 예민해지고 말이다.
비단 나만 그런 게 아니었나 보다.
다른 샘들도 뭔가 준비가 미진한 듯하여 신경이 곤두서고 자다가 새벽에 깨기도 하였단다.
어제와 오늘 이틀 출근하여 교실 정리를 하고나니
이제야 마음이 좀 평안해진다.
일단 교실 정리 첫단계.
필요 없는 물건부터 과감히 버린다.
가구를 포함해서 말이다.
난 거기다 학급문고를 한번 다 훑어본 후 학년에 맞지 않거나 너무 오래되고 파손된 책은 모조리 폐기처분한다.
선별 작업이 꽤 오래 걸린다.
대부분 샘들은 교실을 물려 받으면 학급문고는 손 안 대고 그대로 쓰시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나도 그랬다.
다른 것은 과감히 버리는데 책은 잘 안 버리게 된다.
그러니 오래 묵은 책이 정말 많다.
하여 1학년 교실에도 고학년책이 꽂혀 있기도 하고 (간혹 교실 배치가 바뀌어 학년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맞춤법 개정 이전의 책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도 엄청나게 폐기처분하였다.
마대 자루로 2자루가 나왔다. 책이 좀 무겁나!
주무관님께 죄송했다. 너무 무거워서 말이다.
학년에 맞는 책 볼만한 책만 남겨놨다. 난 내 학급문고를 따로 갖고 다니기 때문에 이 책이 굳이 필요없지만서도
다음 해에 이 교실을 사용할 샘을 위해서 몽땅 버려선 안 된다. 얼마는 꼭 남겨놔야 한다.
책 빼고도 내가 다른 샘에 비해 짐이 좀 많은 듯하다.
이참에 잘 안 쓰는 재료들은 교수학습센터에 올려보내야겠다.
어제는 그렇게 짐정리를 했고
오늘은 쓸고 닦고 했다.
개학식 첫날 아이들과 함께 짐 옮기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 때는 담임 발표가 개학식날 났었다.)
많이 달라졌다.
1학년 담임을 안 하니 시간적 여유가 있다.
5년 내내 입학식 준비를 해야 하니 봄방학 때 정말 분주했었는데
이번엔 교실 정리 정돈만 하니 훨씬 빨리 끝났다.
<길벗어린이>에서 주문한 원화 아트 프린트가 도착해 있어서
게시 작업을 하였다.
개학식날 텅 빈 게시판보다
상큼한 원화를 보면 모든 사람 마음이 행복할 듯하다.
이번에 온 원화는 봄을 느낄 수 있도록
이 책의 원화를 게시하였다.
권혁도 작가는 작년에 본교에 방문하시어 "작가와의 만남"을 가졌었다.
애벌레가 똥 싸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ㅋㅋㅋ
원화와 연계하여
본교 어린이에게도 세밀화에 도전해 보는 미션을 줘봐도 좋을 듯하다.
다 걸어놓고 나니 참 예쁘다.
싱그런 초록색이
이제 새학년 새출발 하는 우리 같다.

지난 번 어떤 아이가
" 다음 번에 어떤 원화가 와요?" 라고 물어봐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알게 모르게 원화를 기다리는 이가 있다는 것은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참 기쁜 일이다.
학교에서 일하다 보니 작년 제자들과 마주치게 된다.
"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몇 반이에요?" 물어본다. 귀여운 녀석들 같으니라고.
1학년 아이들 --이제 2학년이 되었지-은 특성상 1학년 담임 샘이 그대로 1학년 담임을 하는 줄 알기 때문에
몇학년이라고 물어보는 게 아니라 몇 반이라고 물어보곤 한다. ㅋㅋㅋ
" 비 밀~~" 이라고 답해 줬다.
교실 정리는 이제 끝냈고... 다음은 첫날 생각 뿐이다.
어떤 아이가 우리 반이 되었을까?
개학날, 무슨 공부를 할까?
내 소개는 어떻게 할까?
첫 날 어떤 그림책을 읽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