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섬 오동도 우리 설화 (우리나라 그림책) 12
강벼리 지음, 유기훈 그림 / 봄봄출판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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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가 거리 여기저기서 울려퍼지던 무렵,

때마침 여수 엑스포도 하였던 기억이 떠오른다.

노래와 엑스포는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였다.

덕분에 여수를 찾는 사람이 갑절 많아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3년 전, 그 때는

어딜 가나 "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가 들렸었다.

방학 때,  학교 도서실에서

여수에 있는 작은 섬 "오동도"에 대한 그림책이 나온 걸 보고 무지 반가웠다.

 

여수는 내 고향이기도 하다.

특히 오동도는 우리 집과 정말 가까와 산책 삼아 다니던 곳이었다.

그림책으로 보니 감회가 새로왔다.

난 대학 때문에 서울에 왔고,

부모님까지 서울에 온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부모님이 여수를 떠나오신 후론 안타깝게도 여수에 가 본 적이 없다.

친척이라도 있다면 갔겠지만서도

여수에 살 때도 우리 가족만 있었다.

그러니 더 이상 여수에 갈 이유가 없었다.

그러던 차, 여수 엑스포가 열렸고

언니 2명이 부모님을 모시고 여수에 다녀왔지만

난 아이들이  어려 동행을 못 했었다.

그렇게 여수는 내 마음의 고향으로만 존재하였다.

 

우연히 고향 여수 오동도를 배경으로 한 이 그림책을 보니 정말 반가웠고

그리움이 샘 솟았다.

여수는 어떻게 변했을까? 오동도는? 돌산 대교는? 만성리 해수욕장은? 향일암은?

내가 다니던 학교들은? 우리 동네는?

여수의 현재가 정말 궁금해졌다.

더구나 글 작가 또한 나처럼 유년 시절을 여수에서 보냈다고 하니 갑자기 동질감이 느껴졌다.

오동도를 숱하게 다녔지만

그 섬에 얽힌 전설 같은 걸 들어본 적이 없는데

작가는 도대체 누구한테서 그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까!

오동도에 얽힌 전설을 들었다손 치더라도 나 같으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을 텐데

역시 작가가 될 사람은 다른 듯하다.

강벼리 작가는 그 이야기를 고이 마음에 새겨 이렇게 멋진 책으로 냈으니 말이다.

여수가 고향인 한 사람으로서 작가에게 오동도에 대한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줘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림책에는 오동도에 얽힌 전설 세 가지가 나온다.

왜 이름이 오동도인데 오동 나무가 한 그루도 없는지

왜 토끼는 소리를 못 내는지 (이 그림책을 보고나서야 토끼가 소리를 못 내는 걸 알았다. )

그리고 마지막 슬픈 어부 부부의 이야기까지.

 

한 가지만 소개해 볼까나.

오동도에 왜 오동나무가 없게 되었냐 하면 사연인즉 이렇다.

 

고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동도에 오동 나무가 많아 봉황이 엄청 날아들었다고 한다.

이를 알게 된 신돈이

봉황이 많이 날아 온다는 것은 오동도에서 귀한 인재가 날 기운이라 생각하여

왕께 고하여 오동 나무를 모조리 베어 버렸다고 한다.

그 때부터 오동도에는 오동 나무가 한 그루도 없게 되었다고 한다.

신돈도 왕도 자신의 권력을 누군가에게 뺏길까 봐 두려웠던가 보다.

 

책을 덮고나서 시리즈를 한 번 찾아봤다.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 그림책" 시리즈를 꽤 읽었다.

어릴 때 즐겨 보던 프로그램 중에 "전설의 고향"이 있었다.

삼천리 방방 곡곡에 있는 숨은 전설을 알려주곤 하였는데 이 시리즈가 그런 듯하다.

이 그림책 시리즈도 우리 나라 곳곳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귀한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내주길 바란다.

 

그림책을 읽고나니 내 고향 여수에 정말 가고 싶어진다.

친정 식구들 말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하던데.

전에 기차를 타고 갈 때는 6시간 정도가 걸려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는 KTX가 생겨 훨씬 시간이 단축되었다고 하니 한결 부담이 줄어들어 가볼만하다 싶다.

수퍼남매에게도 엄마가 자란 곳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말이다.

가보면 왜 "한려수도"라는 말이 생겼는지 저절로 알게 될 거다.

 

그림책을 보니 오동도의 대나무 숲과 동백꽃은 예전 그대로인 듯하다.

오동도엔 지금쯤 빠알간 동백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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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1-3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수가 고향이시군요^^
여수 밤바다 예쁘다고 하던데~~~
오동나무 전설! 이런...

수퍼남매맘 2015-02-02 18:33   좋아요 0 | URL
네 그렇답니다.
세실님 고향은 청주?


2015-02-02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2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페에서 카푸치노 마시며 끄적인다.
남매는 기다리던 "빅 히어로"를 보고 있다.
입장하는 거 보니 애들이 엄청 많다.
고대하고 있었나보다.
방학 끝무렵에 개봉하여 아이관객수가 줄었을 듯.
수퍼남매는 몇달전부터 이 영활 기다렸다.

방학이 달랑 이틀 남았다.
애들만 방학이 끝나는 게 아쉬운 게 아니다.
나도 무지 아쉽다.
한편으론 점심메뉴 걱정안해서 좋고.
중학교는 개학이 많이 늦어
둘째가 심술이 나있다.ㅋㅋㅋ

방학 동안 절운동 하나는 열심히 했다.
그 좋아하던 커피도 하루 한 잔으로 과감히 줄였다.
절은 첨엔 20개도 벅차더니
이젠 40분 동안 300여개를 한다.
혈압이 내려갔는지는 모르겠으나 체력이 향상되었고
유연성도 좋아졌다.
3.3.3 이라고 했지?
습관이 되려면
3일.3주.3개월을 꾸준히 하면 비로소 습관이 된단다.
3주는 넘어섰으니 3개월을 잘 버텨보자.

영화 본 남매의 평 "아주 재미있다" 이걸로 끝이다.
"박물관이 살아 있다"와 비교해보라 하니
빅 히어로가 더 재미있단다.
"겨울왕국"처럼 히트할 것 같냐 물어보니 갸우뚱한다.
"겨울왕국"히트야말로 기이한 일이었지.
지금도 아이물건 모두에 겨울왕국 캐릭터가 들어가 있으니.
난 방학 동안 영화 한 편 못보고 지나갔네.ㅠㅠ
"허삼관"은 원작과 비교해 별로라는 평이 많아
안 보고 싶어졌다.
유하 감독의 신작"강남1970"은 너무 폭력적일 듯하다.
책이 있어 읽어봤는데 피가 낭자해서 취향은 아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평이 좋던데 벌써 내렸다지?
원작이 훌륭하다고 하던데 집에 있으니 읽어봐야지.

세 작품 모두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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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5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26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26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30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나 카레니나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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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2권을 읽었다.

방학 때 3권까지 읽자가 목표였는데 도달하지 못했다.ㅠㅠ

그래도 날 쓰담쓰담해 본다.

2권은 1권보다 인물의 갈등이 더 심화되면서 한층 흥미로왔다.

(그리고 1권보다 더 길다.)

이야기의 큰 축이 되는 네 명의 남녀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결말부터 말하자면 안나와 브론스키가 결합하고 레빈과 키티가 결혼을 한다.

안나 카레니나의 전체 결말도 지난 번 <책은 도끼다>를 읽을 때 알게 되었다.

어떻게 안나가 그런 최후를 선택할까 생각하며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안나가 이혼하지 않은 채 브론스키와 결합한 거라 이들은 온 사교계에서 배척을 당하는 결과를 맞는다.

우아하고 고결함의 대명사였던 안나가 이런 푸대접을 받을 것을 알면서도 사랑을 선택한 점은 용기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후반부, 연주회장에서 한 부인의 비난을 직접 체험하면서 머리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한 모욕감을 느끼며

굉장히 분노하지만서도.

아무튼 그렇게 모든 걸 버리고 선택한 안나와 브론스키이지만 둘의 사랑이 위태해 보인다.

연인이 아니라 가짜 부부가 되고, 생활이 되자 전과는 달라 보인다.

첫 무도회장에서 브론스키를 매료시켰던 안나의 매력이 마지막 연주회에서는 전혀 반대의 느낌을 준다든지- 이런 부분은 브론스키가 더 강하게 느끼는 듯하다.- 영원할 거라 믿었던 브론스키의 사랑을 의심한다든지 하면서

서로에게 조금씩 지쳐간다.

결혼해 본 사람은 이 부분에 심히 공감이 갈 거다.

어쩔 수 없이 살면서 안고가야 되는 부분인 듯하다.

2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레빈이 키티의 마음을 얻고나서 신세계를 경험하는 부분이다.

가수 윤종신 노래 "환생"이 연상되면서 안나 카레니나 2권에서 가장 코믹한 부분이지 않나 싶다.

오래도록 짝사랑하던 여인이 자신 또한 그를 사랑한다고하자 믿을 수 없을만큼 기뻐하며

전혀 다른 레빈으로 태어나는 게 역시 사랑은 위대한 거라는 느낌이 든다.

그랬던 레빈도 막상 결혼을 하고나서는 키티에 대해 순간순간 실망하는 모습이 비쳐진다.

레빈을 탓할 순 없을 듯하다. 삶은 원래 그런거니까.

 

열정적인 사랑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 듯하다.

사랑하는 그 순간보다 그 사랑을 굳건히 지켜나가는 게 더 힘들다. 결혼해보니 그렇다.

연애와 결혼이 천양지차고 부부만 사는 것과 아이를 양육하면서 사는 게 또 천양지차이다.

사랑했던 그 열정적인 감정만 가지고는 이후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감당할 수 없다.

 "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딥니다."

예전에 자주 암송했던 성경구절이 떠오르다.

안나-브론스키의 모든 걸 불태워버릴 듯한 사랑도 두 사람이 가짜 부부가 되고, 삶을 공유하게 되자 틈이 생긴다.

3권에서 안나-브론스키가 이 틈을 어떻게 메워나갈지,

아님 틈이 점점 더 벌어져 절망과 원망으로 치달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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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4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24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갈색 아침
프랑크 파블로프 글, 레오니트 시멜코프 그림,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휴먼어린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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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때가 되면 "투표합시다. 자신의 소중한 표를 꼭 행사합시다" 등의 투표를 독려하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선거의 결과야 물론 투표를 한 자던, 안 한 자던 공평하게 모두에게 돌아오지만 말이다. "갈색 아침" 이란 그림책을 보면서 선거 때 이 책을 가족이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이 그림책은 1998년 출간되었으나 2002년 프랑스 대통령 결선 투표 당시 모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청취자에게 소개하면서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장 마리 르펜이라는 이름을 아는지 모르겠다. 프랑스의 유명한 극우파에다 인종차별주의자다. 그 때, 장 마리 르펜은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대통령 결선 투표에 나가는 후보를 고르는 1차 투표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장 마리 르펜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커다란 지지율로 결선 투표에 나가게 된 것이다. 프랑스 사회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고 프랑스 축구 대표팀의 주장인 지네딘 지단은 행여나 르펜이 대통령이 된다면 다시는 프랑스의 국가 대표로 뛰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그런 상황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이 책을 소개한 것이다.  " 국가 권력의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인 상황에 부딪힌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우화"인 이 그림책을 말이다. 이런 상황을 더 이상 침묵으로 방관해서는 안되며 원하는 사회의 모습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자는 의미로 소개한 것이다. 방송이 나간 후에 이 그림책은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프랑스 언론은 '갈색 아침 현상'이라 이름 붙였다. 결국 장 마리 르펜이 결선 투표에서 패배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물론 이 모든 사실은 그림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정치적 위기의 상황에서 한 권의 그림책이 그런 파급력을 가지고 옳은 길로 인도할 수 있다니 놀랍다. 건강한 사회일 수록 옳은 것을 외치는 작은 목소리도 소중히 여기고 귀기울인다고 하더니 아직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 프랑스가 참 부럽기도 하다. 혹시 왜 하필이면 '갈색'일까 궁금할지도모르겠다. '갈색'은 유럽인들에게 '나치를 상징한다고 한다. 어쩐지 그림책을 보노라니 나치 독재 정부가 자꾸 연상되더라. 그런데 그림책에는 알파벳 하나가 계속 등장한다. 하지만 그건 나치를 뜻하는 'N'도 아니고 갈색을 뜻하는 '브라운'의 'B'도 아니다. 반복해서 나오는 알파벳은 바로 'K'다. 얼른 생각하면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왜 'K'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일까? 혹시 그림책을 보다 나처럼 궁금한 분을 위해 미리 알려드린다. 알고보니 갈색을 러시아어로는 'korichneviy'라고 한단다. 바로 거기서 따온 첫 글자였다.


 혹시 도대체 어떤 이야기였길래 '갈색 아침 현상'마저 일으켰을까 궁금하실 분들이 계실 지도 모르겠다. 그 분들을위하여 이야기를 대략적으로 소개한다면 이러하다.


 갑자기 갈색 고양이만 살려두고 나머지는 모두 없애라는 정부의 명령이 떨어진다.



 군인들은 독약이 든 고기를 고양이에 나눠주고 고양이들은 거리에 픽픽 쓰려진다. 정부가 갑자기 그런 법을 만든 이유를 굳이 해명하자면 고양이가 너무 많아졌고 이런저런 실험을 해 보니 갈색 고양이가 도시에서 살기에 가장 알맞은 이유에서란다.



 '나'는 그 법령 때문에 사랑하는 검정색 고양이를 잃어야만 했다. 얼마 후, 갈색 개만 살려두라는 법이 제정되었다며 그 법 때문에 자신의 개를 안락사시켰다는 친구 샤를리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말에 사랑하는 고양이를 잃어야 했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난다. '나'만 이렇게 이상하고 불안하고 두렵고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다. 샤를리를 비롯해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 또한 갈색만을 허락하는 그 법에 차츰 순응해 간다. 정부는 갈색 고양이, 갈색 개에 이어 정부의 "갈색 법"을 비판한 "거리 일보"를 폐간시키고, 정부 비판을 하는 출판사를 하나둘 폐쇄시킨다. 언론 통제는 독재 정부가 거치는 필수 과정인 게 분명하다. 독재 정부는 국민의 비판할 권리, 알 권리를 모두 앗아간다.



 도시 전체는 이제 완전 갈색 뿐이다.

전혀 아름답지 않다.


 

  이제  대다수의 국민들은 "갈색 법"에 맞춰 산다. 갈색 개를 사들이고, 갈색 고양이를 기르고, 갈색 우유를 마시며, 말할 때마다 "갈색"을 넣으면서 그렇게 하루하루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살아간다. '나'도 처음에 가졌던 불안감을 애써 떨쳐 버리려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주문을 건다. 

"이렇게 세상이 돌아가는 방향대로 순순히 따르기만 한다면, 언제까지나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과연 그 주문대로 '나'는 평안히 일상을 누릴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나'의 소망과 믿음은 하루아침에 박살나고 만다.



 갑자기 군인들이 전에 기르던 고양이 색깔을 문제 삼으며 갈색이 아닌 동물을 길렀던 사람을 마구 잡아가기 시작한 거다. 정부가 하라는 대로 시키는 대로 순응하며 살면 아무 문제 없을 거라는 '나'의 생각은 완전 빗나갔다. 이웃은 '나'가 예전에 검정색 고양이를 길렀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이웃이 고발하면 잡혀갈 수밖에 없다. '나'는 몰래 아파트를 빠져 나와 거리로 나온다.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우리가 어리석었어요. 그들이 처음 갈색 법을 만들었을 때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눈치 챘어야 해요.

우리 모두 아무 말도 못하고 법을 따르기만 했어요.

그때 그들에게 맞서야 했어요.

하지만 어떻게요? 모든 것이 이렇게 빨리 움직이고 있는데...

해야 할 일도 많고, 걱정거리도 산더미 같은데...

나만 침묵하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들도 조용히 살겠다고 그저 보기만 하고 있잖아요.

안 그래요?"


'나'의 절규가 정말 생생하게 들려온다.

우리 모두가 저지르는 어리석음이기도 하고, 후회이기도 하며, 책임 전가이기도 하다. 갈색 법을 처음 만들었을 때 서로 눈치만 보지 말고 다같이 힘을 합쳐 정부에 저항하였다면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텐데...

결국 침묵하는 자는 고스란히 그 댓가를 받게 되어 있다.


 그림책도 멋졌지만 역사 의식, 사회 의식이 투철한 박상률 작가의 추천사 또한 정말 훌륭하다. 

옮겨 적고 싶은 좋은 말이 많이 있어 2-3번 반복해서 읽었다.

" 전쟁의 반대말은 평화가 아니라 일상이라고 합니다. 일상을 누리는 것이 곧 평화이니까요" 말로 추천사를 시작한다. 내가 좋아하는 니묄러의 시도 인용하고 있다.

" 나치가 유대인을 잡아갈 때/ 나는 유대인이 아니어서 모른 체했고 

나치가 가톨릭을 박해할 때/ 나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어서 모른 체했고

나치가 공산주의자를 가둘 때/ 나는 당원이 아니어서 모른 체했고

나치가 노동종합원을 잡아갈 때/ 나는 조합원이 아니어서 모른 체했지

그들이 막상 내 집 문 앞에 들이닥쳤을 때/  나를 위해 말해 주는 사람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도 선거 무렵이었던 듯하다. 투표를 독려하는 사람이 이 시를 인용하여 결코 침묵하지 말자고 하던 기억이 난다. 처음 읽었을 때 그 강한 찔림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적어도 부조리에 침묵하며 살지 말자 다짐했었다. 내 일, 내 가족뿐 아니라 좀더 시야를 확장하여 이웃, 사회, 나라, 지구촌 일에도 관심을 가지자 다짐했었다. 지금도 많이 역부족이나 침묵하는 자가 되지 않으려는 노력 중 하나로 양심을 일깨워주는 좋은 책을 소개하고 알리는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추천사에 실린 내용 중 하나를 더 소개하고 리뷰를 마치려고 한다. 박상률 작가는 나치 주범이었던 "칼 아돌프 아이히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사람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 검색해서 사진을 찾아보고 정말 놀랐었다. 정말 순하게 생긴 이 사람이 유태인 학살의 주범이라니... 믿음이 투철하고 성실하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깨닫게 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 아이히만은 아주 평범하고 성실하기 짝이 없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어떻게 무지막지한 학살의 주범이 되었을까요?

그는 아무 생각없이 조직의 명령에만 따랐습니다.

그가 한 번이라도 스스로 판단하여 '이건 아니야' 라고 말했다면 나치의 손발이 되지는 않았겠지요."


 때로는 침묵이 동조와 찬성의 의미로 해석되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림책에서도 다수의 침묵이 갈색 법에 동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정부는 점점 더 강력한 독재를 펼친다. 지금 우리의 침묵 또한 악법과 부조리에 찬성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흉악한 일에 이용될지 모를 일이다. 학교, 직장, 사회, 나라,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일에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니묄러의 시처럼 정작 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 아무도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저항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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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1 0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21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상한 할아버지 - 2004년 스페인 에데베 문학상 수상작 두근두근 어린이 성장 동화 3
팔로마 보르돈스 지음, 김정하 옮김 / 분홍고래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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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불량스러워 보이는 할아버지의 외모가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이끌었다. 

처음에 선글라스를 낀 할아버지가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줄로만 알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달걀 프라이를 멋지게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의 선입견이 작용한 부분이었던 거다. 불량=오토바이 이런 공식이 내 머릿 속에 있었던 거다.

아들을 위해 구매한 책이라서 아들과 한 꼭지씩 번갈아 가며 읽는데 처음엔 별 기대를 안 하다가 점점 흥미진진해졌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롤라 앞에 불청객 한 명이 온다.

엄마의 아버지, 즉 롤라의 할아버지란다.

할아버지는 시커먼 선글라스에다 새까만 가방을 들고 롤라를 침대가 아닌 바닥으로 내쫓더니 가족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

롤라는 생전 처음 보는 할아버지 용의자(책에서 그렇게 나온다)가 영 못마땅하다.

나라도 그럴 듯하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할아버지가 별안간 나타나서 혈육 운운하며 " 할아버지"라고 부르라하면 냅다 좋다며 안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게다가

자기 침대를 독차지하고 코는 또 얼마나 고는지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 대마왕에다

엄마와 자신의 이름을 헷갈려 부르기마저 한다.

외모로 보나 성품으로 보나 그닥 존경스럽지도 않은 할아버지인데.


더 기막힌 게 있다.

마침 은행 털이범 한 명이 도주하였고 그 도주범이 바로 할아버지 용의자가 아닐까 의심스러운 것이다.

롤라가 그렇게 의심하는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별안간 나타난 점.

엄마에게 생활비라고 내밀었던 동전들

결정적으로 늘 애지중지하며 자물쇠까지 잠궈놓은 비밀스런 그 까만 가방.


롤라의 할아버지에 대한 의심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엄마는 연극무대 초연을 한다면서 할아버지한테 롤라를 맡겨놓고 혼자 나가버린다.

'그 까만 가방에 무시무시한 무기가 들어있을 수도 있는데...'

거기까지 상상이 미친 롤라는 그 까만 가방을 할아버지 용의자 몰래 감춰야 겠다며 작전을 시도하는데

그만 가방 주인에게 발각되고 만다.


과연 은행털이범 도주자로 의심되는 할아버지 용의자로부터 롤라는 무사할 수 있을까!


왜 할아버지가 한 번도 가족에게 연락을 안 했는지

왜 갑자기 롤라와 롤라 엄마 앞에 나타났는지

자세한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할아버지 용의자 또한 오랜 세월 딸과 손녀를 버려둔 채 살다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미안하다. 잘못했다" 반성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없다. 한마디로 신파조가 아니다.


그래도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할아버지의 존재조차 몰랐던 롤라가 할아버지 용의자와 함께 살게 되면서 할아버지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싫었던가 보다. 룰라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됐다.

하지만 할아버지 용의자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롤라를 보게 되면서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였다.

극적인 요소는 없지만 서서히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이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무엇보다 최대 매력은 반전이다.

여기까지 밖에 말 못한다. 반전을 알아버리면 재미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어서이다.


할아버지 용의자가 과연 무서운 강도일까 나름대로 의심하고 유추하는 과정은 추리 소설 같아 흥미로웠다.

그러나 이 책은 따뜻한 가족애를 다룬 동화책이다.

가족은 어떤 극적인 요소가 없더라도 롤라네 가족처럼 

자연스레 용서하고 화해하고 위로해주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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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07: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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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16: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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