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산 아이 산하작은아이들 34
로익 도빌리에 지음, 마르크 리자노 외 그림, 이효숙 옮김 / 산하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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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온 가족이 외식을 한 후에 그냥 집에 들어가기 아쉬워서 알라딘 중고 서점에 들어갔다. 거기서 아들이 재밌겠다고 고른 책이 있다. 끝까지 읽지 못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줬다. 

 

무슨 내용이길래 아들이 이 책을 골랐을까 싶어 어제 읽어봤다. 만화책이라고 해서 다 불량한 것은 아니다. 만화책 중에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도 있다.  만화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 될 일이다. 아무튼 아들이 고른 책은 기대보다 훨씬 심오한 만화책이었다. 아들에게 " 와! 어쩜 이리 좋은 책을 골랐어?" 라고 칭찬을 해 주었더니 으쓱해한다.

 

독일에 항복하고, 친나치 정부가 세워진 상태에서 프랑스에 살고 있던 유대인을 색출해 수용소에 보낸 역사적 사건을 다룬 만화이다. 두니아는 어느 날부터 학교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다. 엄마가 외투에 보안관 별을 달아주고나서부터이다. 선생님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뒷자리로 가서 앉으라 하고, 발표도 하지 말라고 한다. 친했던 친구도 하루아침에 두니아를 멀리한다. 두니아처럼 보안관 별을 달았던 친구 이삭은 교실에서 바지를 내리라는 소리를 들은 후부터 학교에 오지 않는다. 돈이 많았던 이삭 가족은 프랑스를 떠난다. 두니아의 부모님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아빠도 회사를 나가지 않고 세 식구는 집에서만 생활한다. 마치 안네 가족처럼 말이다.

 

문을 쿵쾅쾅 두들기는 소리에, 부모님은 두니아를 옷장 깊은 속에 숨기며 " 너를 정말 사랑한다" 말하고 절대 아무 소리도 내지 말라고  주의를 준 후 문을 닫는다. 경찰의 협박하는 소리와 물건 부수는 소리, 부모님의 우는 소리가 들려도 아이는 눈물만 흘릴 뿐 아무 소리도 낼 수 없다. 그 후 이웃에 사는 아줌마가 두니아의 울음 소리를 듣고 꺼내 준다. 아줌마는 자신의 아이인 것처럼 위장하고 두니아의 이름도 바꾼 채 숨어 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대로 있다간 아이까지 수용소에 잡혀갈 형국이라 부부는 아이를 탈출시키기로 한다. 그런데 관리인에 눈에 발각되어 큰 위험에 처한다. 아저씨가 경찰을 다른 데로 따돌리는 사이 아줌마와 아이는 탈출에 성공한다. 경찰에 쫓긴 아저씨는 결국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아이와  남편을 잃은 아줌마는 모녀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생활한다. 탈출한 두 사람은 농장에서 주인을 도우며 가족을 기다린다. 마침내 아저씨가 돌아왔고 셋은 안전한 곳으로 옮겨 한가족처럼 지낸다. 아저씨가 돌아왔듯이 아이의 부모님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독일과의 전쟁에 패배한 프랑스에 친나치 정부가 세워졌다고 한다. 프랑스 정부는 나치에 협조하는 일환으로 프랑스에 있는 유대인 13000 여 명을 색출해서 수용소로 보냈다고 한다. 여자와 아이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수용소에 보내진 유대인은 우리가 알다시피 거의 죽었다.  이처럼 나치에 협조한 사람도 있지만 아이의 이웃처럼 이 나쁜 일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저항한사람도 있었다.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아이와 여자를 강제 수용소에 보내는 일에 협조할 수 있냐고? 아니다. 평소에 훈련된 저항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리도 저들처럼 언제든 나쁜 일에 동조할 수 있다.  언젠가 나라로부터, 상사로부터, 힘센 누군가로부터 나쁜 명령을 받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내재된 저항감이 없다면 우리도 저들처럼 힘 앞에 굴복할 수 있다.  

 

지금도 유대인 학살처럼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학살을 당한 것처럼 현재도 종교가  다르다고, 가난하다고, 비정규직이라고, 외모가 볼품 없다고, 생각이 다르다고, 그냥 나랑 다르다고 등의 이유로 핍박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대방에게 노란 별을 달아주고, 오직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 만으로 상대방에게 무한 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일이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보고만 있는다면 우리도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을 방조했던 프랑스 사람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학교 폭력도 같은 맥락이다. 내 앞에서 친구가 왕따를 당하는 것을 모른 척하고,  폭력에 동조하고, 무서워서 뒤로 숨고 하는 것도 다 마찬가지이다. 


사람에게는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일제 시대를 보라. 목숨을 걸고 독립 운동을 한 사람도 있지만 친일한 사람도 많다. 옳지 않은 일에 저항하는 힘을 길러주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의롭지 않은 일을 거절할 수 있는 힘, 그 힘을 가지려면 세상 돌아가는 일에 민감해야 한다. 남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수 있는 자일 때만 불의에 저항할 수 있지 않을까. 평소에 저항력을 기르지 않는다면 우리도 그 때의 프랑스인들처럼 권력 앞에 스스로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  그러니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불의를 본다면, 저항하라!


"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올바른 미래를 위한 길잡이가 되는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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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6 21: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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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9 19: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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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가 오셨다. 책 선물 꾸러미를 들고.

 

 

 

 

 

 

 

<엄마를 빌려 드립니다.>와 <두더지를 지켜 줘>는 그림책이라서 단번에 읽었다.

 

< 엄마를 빌려 드립니다>는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다른 엄마를 구매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 엄마, 저 엄마를 만나면서 자신의 엄마가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내용이다. 읽으면서 수퍼남매도 나 아닌 다른 엄마랑 살고 싶은 건 아니겠지 하는 약간의 불안감이 생겼다. 가능한 잔소리를 줄이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두더지 집을 지켜 줘>는 환경 그림책이다. 재생지로 만들었는데 두더지가 사는 곳이 개발되면서 여기저기 들쑤시는 바람에 두더지가 보금자리를 잃고 안전한 곳을 찾아 이사를 간다는 내용이다. 재생지로 만든 그림책도 나쁘지 않다. 번뜩거리는 코팅지로 만들 필요가 굳이 없을 듯하다.

 

<화장실 몬스터>는 얇은 동화책이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3꼭지 정도 읽어줬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화장실 이야기에다 몬스터가 나온다고 하니 으스스하다면서도 호기심을 가지고 들었다. 공부 시간에 화장실에 간 여자 아이가 옆 화장실에 커다란 검정 구두를 신은 사람을 발견한다. 소문은 눈덩이처럼 커져 급기야 화장실에 무시무시한 몬스터가 있다는 이야기까지 퍼지게 된다. 아이들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선생님들을 뒤로 한 채 스스로 몬스터를 퇴치하기로 하고 체육관에 모여 작전 회의를 짠다. 수동적으로만 지내던 아이가 점심 먹으러 집에 오는 것도 잊어버린 채 뭔가 골똘히 하는 것을 본 부모들은 체육관에 달려와 아이들에게 간식을 만들어주기까지 한다. 아이들은 어떤 작전으로 화장실 몬스터를 퇴치할까. 스스로 한다는 것은 참 멋진 일임을 느끼게 해 주는 재밌는 동화책이었다.

 

나머지 책들은 방학 동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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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6 2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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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9 2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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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로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 베틀북 그림책 67
바버러 쿠니 그림, 글로리아 휴스턴 글, 이상희 옮김 / 베틀북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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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이브다. 여느 해 같으면 크리스마스 시즌을 방학 때 보내는데 올해는 방학이 늦어져 학기 중에 맞게 되었다.  다른 나라의 크리스마스는 어떤지 알려줄 겸 <최고로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라는 그림책을 읽어줬다. 제법 글밥이 많아 혼자 읽기 힘들어 할 수도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부모가 자녀를 무릎이나 곁에 앉히고 읽어줘도 좋을 책이다. 바바라 쿠니의 그림인만큼 소장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그림책이다.

 

  루시는 깊은 산골짜기 마을에 살고 있다. 올해 크리스마스 트리는 루시 가족이 준비하여 교회에 헌납하게 되어 있다. 루시 마을에서는 해마다 돌아가면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교회에 헌납하는 게 풍습이란다. 그리고 트리를 담당한 가정의 아이가 크리스마스 연극의 천사를 맡게 된단다. 아빠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미리 골라놔야 한다고 한다. 이제 겨우 봄인데도 말이다. 아빠가 고른 나무는 용감한 사람만이 갈 수 있는 곳에 자라는 발삼 전나무이다. 루시와 아빠는 발삼 전나무에 표시를 하기 위해 말을 타고 길을 나선다. 아빠 말대로 발삼 전나무는 바위산 높은 곳에 혼자 우뚝 서 있었다. 아빠는 루시의 빨간 머리 리본을 풀어 전나무 꼭대기에 묶어 표시를 했다.

 

  여름 즈음에 아빠는 군대에 가게 된다. 바다 건너 세계1차대전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빠에게서 소포 하나가 온다. 엄마를 위한 검정 실크 스타킹, 루시를 위한 파란색 리본이었다. 선물과 편지가 도착하고 한참이 지났어도 아빠는 감감무소식이다. 전쟁은 끝났다고 하는데 왜 안 돌아오시는 걸까. 크리스마스가 점점 다가오고, 급기야 목사님이 찾아온다. 목사님은 다른 가족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준비하는 게 어떻겠는지 의견을 내놓지만 엄마는 약속을 꼭 지킬거라  힘주어 말한다.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엄마는 잠든 루시를 깨운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두 모녀는 깜깜한 밤, 발삼 전나무를 구해 오기 위해 눈썰매를 끌고 출발한다. 아빠도 없이 엄마와 딸이 그 험한 산을 밤중에 그것도 말에 커다란 썰매를 매달아 끌면서 가는 게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인지 알 수 있다. 겨우 발삼 전나무를 발견한 엄마와 루시는 먼저 도끼로 내리친 다음, 힘을 합해 톱질을 한다. 영차영차 톱질하세.  쓰러진 나무를 커다란 썰매에 싣고 교회 종탑 앞에 갖다 놓으니 다음 날 아침이다. 약속을 지키려는 루시 모녀의 노력이 정말 눈물 겹고 감동적이다. 한편 루시는 천사역을 맡게 되었지만 아빠가 안 계셔 돈이 없는고로 예쁜 천사옷을 살 형편이 안 된다. 루시는 잠들기 전 매일 밤 기도를 한다. " 아빠가 돌아오게 해 주세요. 예쁜 크림색 천사옷과 인형을 갖게 해 주세요" 라고 말이다. 산타 틀로스는 루시의 기도를 들어줄까. 나무를 구하느라 지쳐 쓰러진 루시와 달리 엄마는 난롯불 앞에서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루시에게 있어서 가장 쓸쓸하고 허전한 크리스마스인 듯한데 어떤  뒷이야기가 기다리고 있길래 최고의 크리스마스가 되는 걸까. 그건 비~  밀!!!

 

  꽤 글밥이 많은 그림책인데 지루해 하지 않고 잘 들었다. 읽어주기 전,  잘 듣고 퀴즈를 맞추면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다고 미리 말해 줬던 탓인지 메모하면서 듣는 아이도 여럿 있었다. 우리나라 크리스마스와 사뭇 다른 풍경은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가족이 해마다 돌아가면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구한다는 것과 그 가정의 아이가 천사 역을 한다는 것,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트리 장식을 한다는 것. 성 니콜라스 할아버지가 나쁜 짓을 한 아이에게는 버드나무 가지와 석탄 한 덩어리를 선물로 준다는 것 등 크리스마스 문화가 우리와 참 많이 다르다. 루시 마을의 크리스마스는 한마디로 낭만적이다. 게다가 초입에도 말했듯이 바바라 쿠니의 그림은 언제봐도 아름답다. 그러니 아이가 귀 쫑긋, 눈 반짝 하고 들을 수밖에 없다.

 

  전에는 새벽송이라고 해서 새벽에 삼삼오오 다니면서 캐롤도 부르고 그랬는데... 그런 일은 요즘 찾아볼 수가 없다. 아마 요즘 그랬다가는 신고 들어갈 게다. 교회 문화 속에서 자란 덕에 크리스마스에 얽힌 추억이 꽤 많은데 수퍼남매와 우리 반 아이들은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을까! 수퍼남매만 해도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보냈을 뿐이지 교회에서 연극을 하거나 루시처럼 마을 전체가 축제로 즐긴 적은 한 번도 없다. 이 다음에 어른이 되어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를 떠올린다면 너무 이야기가 빈약할 듯하다. 난 가진 추억이 참 많은데..... 초2 때 크리스마스 연극에서 마리아 역을 맡은 적도 있고, 중학교 때는 크리스마스 축제 사회를 본 적도 있고, 친구들과 올나잇을 한 적도 여러 번이고,  새벽송을 돈 적도 많고... 전보다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럴도 듣기 힘들어지고, 새벽송은 아예 들리지도 않고, 트리는 지저분하다고 올해는 아예 꺼내 놓지도 않았다. 수퍼남매에게도 루시처럼 최고로 멋진 크리스마스 추억을 만들어줘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해서 많이 미안하다. 추억이 많아야 부자인데 말이다. 수퍼남매가 최고로 여길 크리스마스가 되도록 생각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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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4 22: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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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6 12: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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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포인트의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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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입니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벚꽃 같은 눈이 살며시 내리더군요.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경쾌했어요. 좀 덜 추우면 아이들과 나가 놀텐데 너무 추워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요즘은 하도 추워서 거실에도 잘 안 나오고 이불 속에서 뒹굴거립니다.  이불 푹 뒤집어 쓰고 읽기에는 만화나 연애 소설이 제격이지 않나 싶습니다. 지난 주말에 잠시 행방불명되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사우스 포인트의 연인>을 찾아 끝까지 읽었습니다. 그동안 결말이 궁금했는데 속시원했습니다. 찾으려고 애를 쓰면 안 보이다가 무심코 책꽂이를 보면 보입니다. 역시 마음을 비워야 하나 봅니다.

 

  "사우스 포인트"가 뭔지 참 궁금했습니다. 직역하면 남점인데 그게 뭘까요?  책을 읽어보니 하와이 남쪽, 깎아지른 절벽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 책 읽으면서 그 곳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책 읽는 내내 남편한데 " 여보, 나도 사우스 포인트 가고 싶다" 노래를 불렀습니다.  만약 가게 된다면 당연히 이 책이 생각날 겁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헤어져 있다 운명처럼 만난 테트라와 다마히코가 아른거릴 겁니다.

 

  약간은 독특한 가정사를 지닌 테트라와 다마히코는 초등학교 동창생입니다. 가끔 초등학교 때 첫사랑을 하는 경우를 보곤 하는데 이 둘이 그렇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가정사 때문이었을까요? 별로 친구가 없던 둘은 아주 자연스레 친구가 됩니다. 동병상련이었나 봅니다. 둘의 관계는 테트라가 이사를 가고 나서도 지속됩니다. 주로 다마히코가 기차를 타고 와서 데이트를 하곤 했지요. 하지만 뿔뿔이 흩어지내던 다마히코 가족이 하와이에 정착하게 되어 둘은 결국 이별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제 기차가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가야 만날 수 있는 머나먼 거리로 멀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의 사랑이 계속될지 궁금합니다. 다마히코가 하와이를 떠나기 전 기차를 타고 테트라를 찾아옵니다. 테트라의 엄마는 둘에게 마지막 이별 의식을 허락해 줍니다. 저라면 상상도 못할 일인데 테트라의 엄마는 딸과 딸의 남자 친구를 위해 합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테트라와 다마히코의 가정은 펑범하지 않습니다. 테트라 엄마의 행동만 봐도 알 수 있죠?  사춘기 혈기 왕성한 남녀를 한 방에 놔두고 자리를 비우다니 말이에요. 어쩌면 이 밤이 마지막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 사람은 초야를 치릅니다.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들 하지요. 다마히코는 하와이에서 테트라에게 편지를 보내지만 테트라는 다마히코를 추억으로 간직하기로 결심합니다. 초등학교 동창생이었던 테트라와 다마히코, 둘의 첫사랑은 이렇게 기억 속에 묻힙니다.

 

  성인이 된 테트라는 퀼트 작가로 살아갑니다. 어느 한 사람의 삶을 수 놓는 작업이지요.  그런 그녀에게 언뜻 우쿠렐레 소리가 들려오고 낮익은 가사가 그녀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이럴 수가! 그 가사는 자신이 오래 전 다마히코에게 썼던 편지였습니다. 그렇담 이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바로  다마히코? 그런데 아닙니다. 다마히코가 아니라 다마히코의 동생이랍니다. 더 기가 막히는 사실은 다마히코는 죽었다는 거예요. 믿을 수 없습니다. 연락은 끊었지만 하와이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줄 알았는데... 테트라는 다마히코 동생의 부탁을 받고 하와이로 향합니다. 다마히코가 살았던 그 하와이, 사우스 포인트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첫사랑은 그렇습니다. 까맣게 잊은 듯 하루하루를 살다가도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노래 하나로 불현듯 추억이 되살아나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가게 됩니다.  테트라가 그랬던 것처럼요. 십 수년 전, 그 때는 너무 어려서 다마히코를 따라갈 수 없었지만 이제 그녀는 하와이에 혼자 갈 만큼 돈도 있고, 무엇보다 다마히코가 죽었다는 말에 그가 살았던 장소에 가서 그의 흔적이라도 느끼고 싶어 하와이행을 실행합니다. 테트라는 다마히코를 잊은 게 아니었습니다. 다만 저 가슴 깊은 곳에 숨겨놓았던 거지요. 아마 힘든 시절, 순수했던 때 정을 주고받았던 사이라서 단박에 알아차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데 다마히코가 죽었다는 그 말에 읽는 저도 얼마나 맥이 빠지던지... 첫사랑이 이 세상 어디선가 땅에 두 발을 딛고 잘 살고 있겠지 생각하며 살아가죠. 그러다  상대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걸 알게 되면 정말 충격이 클 거예요. 당장 하와이로 날아가는 테트라의 마음이 이해됩니다.  진짜 죽었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서야 믿을 수 있다는 그 마음이 애절하게 다가옵니다. 하와이로 간 테트라는 다마히코의 죽음을 인정하게 될까요?

 

  책은 하와이 곳곳을 사진처럼 펼쳐 보여줍니다. 책 읽는 내내 " 정말 하와이에 가고 싶다"를 연발하게 됩니다. 하와이에서 탄생한 악기, 우쿠렐레는 하와이에서 연주할 때와 타지에서 연주할 때 음색이 완전 다르다고 합니다. 오리지날을 듣고 싶다면 하와이에서 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테트라로부터 다마히코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 낸 그 악기, 우쿠렐레레와 더불어 테트라의 동선을 따라 펼쳐지는 하와이의 풍경은 이 책을 읽는 또다른 매력입니다. 예전에 하와이로 신혼 여행을 가는 게 유행이었죠. 지금도 하와이행 경비가 꽤 비싼 걸로 알고 있는데.... 얼마 전 읽은 책에서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커피 나무가 재배되는 곳이 하와이라고 하더라구요. 하여튼 오래 전부터 관광지로 유명한 곳인데도 갔다 온 사람 이야기를 빌리자면 문명보다는 자연이 더 느껴지는 곳이라고 하더라구요. 책에서도 인공적이고 기계화된 모습보다는 하와이의 대자연과 하와이 사람의 소박한 삶이 묻어져 나와 좋았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하와이에 더 가고 싶어졌습니다. 테트라의 첫사랑을 찾아가는 여행 덕분에 하와이 이모저모를 느낄 수 있어 행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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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 - 도와주세요 꿈터 책바보 10
질 르위스 지음, 김지연 옮김 / 꿈터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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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한창 쓸개즙이 몸에 좋다고 사람들이 막 사들이던 때가 있었다. 쓸개즙을 많이 찾고 또 그만큼 잘 팔렸을 때는 동아시아나 중국에서는 불법으로 쓸개즙을 빼내고 유통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났다. '반달곰'이라는 책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사람들은 쓸개즙의 효능에만 관심 가지고 알고 싶어 할 뿐 쓸개즙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추출하는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 까지만 해도 그런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책을 읽고 나서야 쓸개즙을 빼내서 파는 일은 정말 몹쓸 짓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인공인 탐은 동남아시아 숲속 깊은 곳에 있는 마을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숲을 개발한다고 그 주변지역을 통치하는 장군에게서 억지로 마을을 떠나겠다는 계약서를 쓰고 쫓겨난다. (훗날 그 숲은 허허벌판이 되고 나무는 전부 잘려나가게 된다.) 마을사람들은 장군이 만들어준 새 마을에 삶의 터전을 만들고 농사를 지으며 산다. 이제 막 이곳에 터를 잡았다고 생각했던 탐의 가족들. 하지만 가장이었던 탐의 아버지가 농사를 하던 도중 밭에 숨겨져 있던 폭탄을 건드려 폭탄이 폭발해 사망한다. 남겨진 어머니와 동생들을 위해 탐은 도시로 일하러 나간다. 탐이 일하게 된 곳은 불법으로 쓸개즙을 추출해 파는 공장이었다. 공장의 모습은 우리 안에 여러 마리의 곰들이 갇혀있고 바닥은 곰들의 배설물과 온갖 오물로 더러운 상태다. 탐이 하는 일은 공장의 바닥을 청소하고 곰들에게 먹이를 주는 일이었다. 먹이도 쓸개즙을 빼내기 전에만 준다. 그전에는 물도 한 모금 주지 않고 먹이는 일절 없다. 그렇게 잡혀 사는 곰들이 너무 불쌍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 곰 숙디가 공장으로 오게 된다. 탐은 그 어린 곰이 이렇게 위험한 곳에 온 것이 불쌍해서 숙디를 잘 돌봐준다. 그로 인해 우리 안의 다른 곰들과도 더 친해진다. 한편, 공장의 주인이고 곰들의 주인인 '박사님'은 쓸개즙 공장의 단골인 '장군'이 딸의 병을 고치려고 숙디의 쓸개즙을 필요로 하자 결국 어린 반달곰 숙디의 쓸개즙을 빼낸다. 어떤 날은 쓸개를 찾지 못해서 숙디의 배를 20바늘이나 찌른다. 그 장면에서 숙디가 너무 불쌍해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쓸개즙을 여러 번 추출한 뒤로 숙디의 건강은 갈수록 악화된다. 숙디는 털이 숭덩숭덩 빠지고 눈은 초점을 잃어간다.

 

 

  아무리 돈이 좋고 건강이 제일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그런 잔인한 일을 할 수가 있는지 화가 났다. 다 큰 커다란 곰도 아니고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어린 곰을 말이다. 쓸개즙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 검증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무자비하게 곰들을 학대하다니. 이건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나로서는 정말 참을 수 없는 짓이다. 숙디의 절규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 책을 읽고 숙디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을 해 보았다. 얼마나 숲이 그리웠을까. 얼마나 간절히 도움의 손길을 바랬을까. 사람의 잔인함 때문에 아픈 것은 곰들뿐만이 아니다.

 

  최근 인터넷 상에 떠돌아 다녔던 모피코트를 만드는 영상을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모피코트를 여우나 라쿤 등의 털로 만드는 줄 알았지만 하프물범이라는 동물의 털로 만드는 것도 있었다. 하프물범은 어릴 때는 온몸이 털로 덮여져 있다가 자라면서 그 털이 점점 비늘로 변하는 동물이다. 사냥꾼들은 다 큰 하프물범은 온 몸이 비늘이니까 어린 물범을 잡는다. 그 동영상에는 사냥부터 털 손질까지 다 나와 있었는데 너무 잔인해서 끝까지 보지 못했다. 어린 하프물범의 하얀 털에 붉은 피가 번지고 엄마 하프물범은 옆에서 울고……. 사냥꾼들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어린 하프물범들의 피와 눈알 그리고 뼈만 남았다. 사냥꾼들이 살까지 다 발라내 가져간 것이다. 그런 하프물범 시체들이 수십 구가 있다. 정말 끔찍하다. 도대체 인간은 정말 얼마나 더 많은 생물을 멸종 시켜야 만족하는 걸까. 저렇게 굳이 하프물범의 가죽을 벗기지 않아도 코트를 만들 수 있는데, 반달곰들의 쓸개를 찔러 피를 흘리게 하지 않아도 다른 방법으로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인간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참고 다른 길을 모색하면 다른 동물들과 상생할 수 있다. 인간인 우리가 조금만 욕심을 버리면 모두 행복해 질 수 있다. 숙디 같은 동물이 더 이상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희생양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1 딸이 쓴 리뷰를 그대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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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3 16: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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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4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