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토요일 딸의 미술 영재 4차 면접이 있었다. 작년에 4차 면접까지 가서 고배를 마시는 바람에 우리 가족은 연말을 좀 우울하게 보냈다. 이번에는 꼭 붙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이번 3차 실기 시험을 볼 때는 최악의 컨디션이었다. 구내염과 구순염이 동시에 생겨 학교를 3일 동안 결석한 상태였다. 딸말로는 태어나서 가장 아팠다고 한다. 입 안팎이 난리가 나니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해 보는 사람도 안타까웠다. 실기 시험이 제일 중요한데 최악의 컨디션으로도 최선을 다해  힘든 3차를 통과해 준 딸이 정말 기특하였다. 3차에서는 1.3배수를 뽑는다. 최종 20명 선발인데 26명이 면접을 봤다. 면접 보기 전, 구내염과 구순염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서 온 얼굴에 알러지가 생겨 또 하루 결석을 하였다. 피부과에 가니 의사가 피곤해서 그런 거라면서 약과 연고를 처방해줬지만 면접 때는 온 얼굴이 불긋불긋한 상태로 임할 수밖에 없었다. 일 주일은 간다고 하니 여드름 난 것처럼 당분간 그렇게 지내야 한다. 다행히 가렵지는 않은가보다.

 

면접 시험은 인성을 물어보는 문제들로 나온다. 올해까지 합하면 4번 면접을 본 건데 딸도 나도 문제들이 기억나지 않아 연습도 못했다. 면접 하루 전 얼굴 두드러기 때문에 집에서 쉬면서 면접 연습 좀 하라고 해도 들은 척도 안 하고.... 시험장, 학부모 대기실에서 초등 미술 영재원에 함께 다니던 엄마를 만나 줄곧 수다를 떨었다. 엄마  둘 이상이 만나면 어쩔 수 없이 아이 이야기, 교육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나 보다. 나 포함 세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는데 예고를 보내야 할지 일반고를 보내야할지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예고 보내려면 내신도 아주 우수해야 하고, 경제적 뒷받침도 되어야 하고.... 울 딸은 지금 거창고등학교 간다고 하는데.... 두 엄마는 작년에 중등 미술 영재를 다녔다. 올해까지 합격하면 초2년, 중 2년 그러니까 4년 내내 미술 영재원을 다니는 셈이다. 그런 경우가 참 드문데 재능도 있고 성실하고 게다가 노력파라서 3년 내내 미술 영재원을 다닌 게 아닌가 싶다. 영재원 다녔어도 3차 실기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울 딸은 그래도 매번 3차 실기는 통과하니 영재성과 창의성은 있나보다.  @@과 울 딸의 공통점은 미술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 미술 학원을 한 번도 안 다녔다는 점이다.  다른 점은 @@은 성실하고 노력한다는 점, 울 딸은 그게 부족하다는 점. 초등 미술 영재 할 때도 둘이 친하게 지내고, 엄마들도 친해서 둘 다 합격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제발 그러기를.....

 

면접 시험은 제비를 뽑아 순서를 정한다. 울 딸은 3번을 뽑아서 일찌감치 면접을 끝내고 대기실로 왔다. 면접 문제가 뭐였냐고 물어보자 기억상실증에 걸린 듯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단다. 해마다 그랬다. 왜 아니겠나?  질문지를 뽑아 5분 동안 답을 메모한 후에 면접관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5분 안에 말하는 것이다. 나라도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날 듯하다. 그러더니 연필을 잡으면 손이 기억할지도 모른다면서 종이를 달라 하더니 정말 하나하나 기억해 내는 것이다.

 

1번 문제는 만약 다른나라 박물관에서 우리나라 문화재를 봤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2번 문제는 학교 시설물 중에서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고치겠는가?

3번 문제는 동물 로봇을 어디에 이용할 것인가?

 

1번 문제 듣고 " 그야, 반갑지" 했더니 딸이 " 왜 반가워? 우리나라 문화재를 빼앗아 가서 전시한 건데?" 한다.그렇구나. 엄마보다 낫다. 그래도 이번에는 황당한 문제는 아니고 평범한 문제가 나왔다는 딸의 이야기이다. 작년은 "상자가 하나 있다.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상상해서 말해보라" 는 했다는 거다. 3차 실기 시험 문제도 참 당황스러웠다. 딸은 이제 시험을 4번 보니 문제가 익숙하단다. 3차 실기 시험 문제는 " 원기둥을 분활하여 동물을 그리시오" (그리기 문제) " 원기둥을 이용하여 동물 로봇을 만드시오" (만들기 문제) 였다고 한다. 난 문제 자체를 이해 못하겠는데 영재 시험 치르는 아이는 그걸 이해하고 그리고 만든다는 것을 보니 역시 다르긴 다르다 싶다. 제발 합격의 페이퍼를 쓸 수 있도록 좋은 소식이 있기를 응원해 주시길.

 

2. 알라딘 서재의 달인에 선정되었다. 작년에 이어 2번째이다. 수상 소감 같지만 먼저 내 서재를 방문해서 댓글 남겨 주시고, 별로 잘 쓰지 못한 글임에도 공감 눌러주시고, 관심 가져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내가 쓴 글의 양이 <엄마를 부탁해 >단행본으로 7권 정도라고 하니 그래도 꾸준히 글을 쓰긴 했나 보다. 리뷰보다는 페이퍼를 많이 썼던 한 해였다. 리뷰 100개 쓰기가 목표였는데 절반 밖에 이루지 못한 점은 좀 아쉽다. 페이퍼는 책을 다 안 읽어도 쓸 수 있지만 리뷰는 완전 소화를 해야 쓸 수 있어서 솔직히 리뷰 쓰기가 더 어렵고 정성이 더 들어간다. 내년에는 리뷰를 많이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얼마

전 읽은 책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서 저자가 예민함 즉 인문적 통찰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로 세 가지를 추천한 게 기억에 남는다. 수퍼남매에게도 오늘 그 이야기를 들려줬다. 세 가가 안전 장치가 뭐냐면 바로  글쓰기, 운동, 낭송이다. 셋 다 몸을 쓴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은 실천과 체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몸으로 표현할 때 비로소 체득이 된다는 것이다. 글쓰기, 낭송은 꾸준히 했었는데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더니 몸 여기저기 경고등이 켜졌다. 알라딘은 글쓰기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적합한 장소이다. 낭송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니 이것도 꾸준히 하는 것이고, 마지막 운동 이걸 보다 열심히 해야겠다. 요즘 절운동을 하고 있는데 나름 괜찮다. 실내에서 할 수 있고, 자리도 많이 안 차지하면서 쉽게 따라할 수 있어 좋다. 작심삼일에 그치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하고 있다. 수퍼남매한테 중도에 포기하는 엄마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다. 아자 아자 파이팅!!!

 

3. 드라마 <미생>이 끝났다. 다른 결말은 없었다. 이제 무슨 낙으로 사나. 원작을 다 봤지만 드라마 미생이 훨씬 더 생동감 있

었다. 그 이유는 인물의 성격이 더 섬세하게 그려졌다고 할까. 오차장, 안영이, 장백기, 한석율 기타 인물들의 캐릭터가 하나

하나 섬세하게 잘 표현되었고 갈등 구조가 원작보다 더 뚜렷해서 보는 맛이 더 있었다. 19화 20화 보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장그래의 섣부른 말 한 마디 때문에 전무와 오차장이 회사에서 물러나는 것을 보고, 말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다. 평소에는 진중하기 이를 때 없던 장그래도 그런 실수를 저지른다. 모두 미생이기 때문이다. 차가운 강대리가 본사에서 감사온 사감 선생 같은 여자를 흠모의 눈길로 보는 장면은 진짜 웃겼다. 상사 속도 모르고 사감 선생 같은 대리 보다 신입 사원이 취향이라는 말을 해버린 장백기를 향해 " 여자 취향이 그 정도입니까? 실망입니다" 라고 말하는 강대리의 모습은 코믹했다. 이처럼 주인공 장그래 뿐만 아니라 원 인터내셔널에 근무하는 한 명 한 명의 캐릭터가 잘 드러난게 드라마 미생의 매력이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회 김대리가 오차장이 새로 차린 사무실에 들어와서 벌어지는 일은 개그 콘서트보다 웃겼다. 직장을 다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김대리의 마음을 알 것이다. 일은 아무리 힘들어도 버틴다. 하지만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는 것은 버티기가 힘들다. 오차장, 장그래가 떠난 영업 3팀. 대화보다는 페이퍼로 사업 이야기 하자는 새상사는 김대리에겐 견디기 힘든 환경이었을 것이다.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게 메신저와 페이퍼로 대신하는 게 많아졌다. 인간미가 없어졌다. 각자 교실에 콕 박혀 있으면 하루종일 동료 얼굴 한번 마주치기도 힘들다. 전에는 커피 타임이다 해서 잠깐이라도 모여서 이야기 나눴는데 요즘엔 겨우 1주일에 1번 회의할 때 만나는 학년도 많다고 한다.  만나야 정이 드는데 만날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학교도 점점 개인주의가 심해지고, 삭막해져 간다. 난 그게 정말 싫은데 다른 분들은 잘 견딘다. 아니 그게 더 좋다는 분도 있다. 난 영업 3팀 라인인가 보다. 얼굴 맞대고 이야기하는 게 좋다. 메신저나 페이퍼는 딱딱하고 인간미가 없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길이 아닌 게 아니라는 오차장의 말. 여러 사람이 함께 가면 곧 그게 길이 된다는 말. 멋지다. 오차장 같은 좋은 선배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직장에서 존경할만한 상사를 만나는 것, 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동지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 큰 복이다. 난 운좋게도 가는 근무지마다 그런 선배를 꼭 한 분씩 만났더랬다. 진짜 감사하다. 이제는 내가 그런 선배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위치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직장에서 그런 동지가 있으면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버틸 수 있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김대리가 잘나가는 대기업을 박차고 오차장을 찾아 온 것이 이해되고 그런 용기를 낸 김대리에게 박수를 보낸다.  전무도 젊었을 때는 오차장 같은 초심으로 일했을 게다. 어쩌다 전무는 초심을 잃어버렸을까. 욕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린 누구나 오차장처럼 살 수도 있고, 최전무처럼 살 수도 있다. 내 선택에 달려 있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서 저자의 말을 되새겨 본다.  "자신의 욕망대로 살아라."  "자신이 바라는 일,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라."  "행복한 개인이 모인 사회가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이다." 라는 말도 명심하자. 영업 3팀은 자신이 바라는 일,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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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4-12-21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이어 올해도 따님이 같은 시험에 응시하는군요. 이번엔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해에 서재 달인 되셔서 축하드렸던 것이 얼마전 같은데, 그 사이 한해가 지나서, 올해도 또 서재의 달인이 되셨네요. 축하드려요.

수퍼남매맘 2014-12-22 17:53   좋아요 0 | URL
네 그때 축하해 준 인연으로 서니데이님과 알게 되었죠.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순오기 2014-12-21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재미술 면접에 그런 문제들이 나오는군요.
요즘 아이들 정말 똑똑하죠~^^
아~서재의달인 축하하고요.
선배들이 그랬듯 수퍼남매맘님도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실거라 믿어요!!

수퍼남매맘 2014-12-22 17:55   좋아요 0 | URL
전 모르거나 힘들면 선배를 쪼르륵 찾아갔는데
요즘 후배는 자신들이 알아서 다 하더라구요.
그것도 달라진 모습이죠.
어찌 되었건 배울 게 있는 선배가 되려고 노력해야죠.

2014-12-22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22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서정가제 실시 후 처음으로 책을 구매하였다. 

내 책 하나, 아들 책 한 권이다.

요즘 통합 교과 <겨울>에서 나눔과 봉사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데 때마침 관련 책이 나온 게 있어서 구매하였다.

바로 이 책이다.

교과서에 나눔과 봉사를 실천한 사람으로

장기려 박사, 김만덕 할머니가 나온다.

또 찐빵 할아버지 이야기도 나온다.

아이들에게 

"나눔은 지금 당장 실천하는 것이지 

이 다음에 돈 많이 벌면, 부자가 되면 한다는 것은 나누기 싫다는 말과 같다" 고 힘 주어 말했다.

지금 나누지 않는 사람은

나중에 부자가 되어도 결코 나누지 않는다는 것을 우린 너무 잘 알고 있다.

나누는 것도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실천되는 나라가 아니다. 그게 정말 안타깝다.

우리 주변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 중에 부자보다는 서민들이 훨씬 더 많다.

미국 부자들은 기부며 사회 환원을 잘하더구만! 우리는 왜 그런 미담이 없는 걸까. 

윗 지도층이 먼저 모범을 보이고 실천을 하면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되련만.

돈 좀 있고, 권력 좀 있다 싶으면 갑질부터 하려고 하니....

장기려  박사, 유일한 사장,  김만덕 할머니, 최부자  같은 사람이 많이 생겨났음 좋겠다.

주변에 이런 어른이 많아야 우리 아이도 마음 따듯한 사람으로 자라나지 않겠는가.


아들을 위해 구매한 책은 <완득이>작가 김려령  씨의 신작이다.

<완득이>에 반한 후부터는 김려령 작가 신작은 늘 눈길이 간다.

게다가 이번 작품은 <만복이네 떡집>의 그 만복이랑 이름이 같아서 더 관심이 간다.

울 아들도 그 만복이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 이 책을 고른 듯하다.

아들 다 읽은 다음 빌려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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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9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9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9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9 1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음 주에 크리스마스가 있다. 요즘에는 거리에서조차 캐럴이 들리지 않아 크리스마스가 오는지 가는지도 잘 모르겠다.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으나 그래도 크리스마스다. 울 아들은 받고 싶은 선물이 있어서 산타 할아버지에게 엽서를 썼다. 누나가 옆에서 영어 번역기로 번역해줬다. 작년에는 엽서를 안 써서 선물을 못 받은 게 기억이 났던지 이번에는 일찌감치 엽서를  써서 보냈다.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생각나는 책과 영화가 있다. 바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다. 로알드 달이라는 작가를 알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이 책 때문에 <마틸다>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도 연이어 읽었던 기억이 난다.  1학년 아이들이 읽기에는 좀 어려울 수 있어 마침 5교시에다 날도 춥고 해서 마음이라도 따뜻해지라고 영화를 봤다.  더빙판이면 좋을 텐데 자막이라서 좀 그랬다. 그래도 이제 많이 커서 자막인데도 집중해서 잘 본다. 1년 동안 많이 자랐다.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의 아이 찰리는 쓰려져가는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부모님과 살아간다. 찰리 가족은 너무 가난하지만 서로에게 불평을 늘어좋지도 않으며 화목하게  산다. 찰리의 생일이 다가올 무렵, 특별한 일이 벌어진다.  찰리가 사는 마을에 웡커 라는 아주 유명한 초콜릿 공장이 있는데 그 초콜릿 회사에서 황금 티켓 이벤트를 한다는 것이다.  초콜릿 포장지에 황금 티켓이 숨겨져 있는데 이 티켓을 발견한 어린이 5명을 웡커 초콜릿 공장에 초대하는 것이다. 그 중 한 명에게는 특별상을 준다고 한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웡커 초콜릿 공장이 하는 이 이벤트는 전 세계 사람을 흥분하게 만든다. 너나할 것 없이 초콜릿을 사기 시작한다. 누가 행운의 주인공이 될까?

 

  세계는 이 황금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들썩인다. 찰리도 황금 티켓을 가지고 싶지만 생일날 한 번 초콜릿을 먹는 형편이라 기대하기가 어렵다. 생일도 다가오고 해서 찰리의 부모님이 큰 맘 먹고 미리 생일 선물을 준다. 바로 웡카 초콜릿이다. 하지만 거기엔 황금 딱지가 없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은 찰리는 그 귀한 초콜릿을 가족들과 나눠 먹는다. 어린 아이가 어찌 이리 마음이 넓고 깊을까.  왜 이렇게 착한 아이 찰리에게 행운이 주어지지 않는 걸까? 야속하기만 하다.  앞서 네 개의 황금 티켓 주인공은 하나같이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말이다.  음식 욕심이 많은 아이, 무조건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 하루종일 껌만 씹어대는 아이, 게임 중독에 걸린 아이. 이들에 비하면 찰리는 천사처럼 착한데 왜 신은 이런 가여운 아이에게 은총을 주지 않는 걸까?

 

  너무 애 어른 같은 찰리를 보며 할아버지 한 분이 자신이 아껴둔 비자금을 주며 다시 한 번 초콜릿을 사보자고 제의한다. 초콜릿을 사온 찰리와 할아버지는 떨리는 마음으로 개봉을 하지만 역시나 꽝이다. 찰리네 형편상 또 초콜릿을 살 수는 없고,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마저 실직을 당하게 된다. 자기와는 너무 먼 세계인 웡카 공장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터덜터덜 걸오오다 누군가 흘리고 간 10달러 지폐를 발견한 찰리는 그 길로 초콜릿 가게에 가서 초콜릿을 산다. 이번에는 황금 티켓이 들어 있을까? 우리 반 아이들 모두 제발 제발 들어있기를 하는 마음으로 화면을 뚫어지게 봤다.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해줘서 다행이다. 내일 또 보자고 한다. 그러자고 하였다. 착한 아이 찰리에게 행운이 오지 않자 너무 안타까워 하며, 셋째 번 초콜릿에 황금 티켓이 들어있기를 바라며 응원하는 우리 반 꼬맹이들도 찰리만큼 착하다. 그런 마음 변하지 말고 더 멋진 어른으로 자라길 바란다. 몇 번 본 영화인데 다시 봐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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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8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9 07: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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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의 추억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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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박눈이 펑펑 내립니다. 언젠가부터 눈이 내리면 기쁘기보다 걱정이 앞서곤 하는데 오늘만큼은 눈을 즐기고 싶습니다. 눈 내릴 때 읽으면 제격인 책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막다른 골목의 추억>이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집입니다.

 

  요시모토 바나나. 그녀의 책은 정말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표지 디자인이 이쁩니다. 표지만 이쁜 게 아니라 그 속에 담겨진 이야기도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줍니다. 지난 토요일, 시험 보는 딸을 기다리면서 중학교 강당에서 열심히 읽었습니다. 어느 막다른 골목, 그 곳에 가면 바래져 버린 추억이 하나둘씩 되살아 날 듯합니다. 모두 5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이야기가 가장 재밌고 진하게 여운이 남아 소개해 봅니다.

 

  첫째 번 이야기는 연인도 아닌 우정도 아닌 어정쩡한 동네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의 제목은 어울리지 않게 <유령의 집>입니다. 남자는 롤 케이크 가게 아들이고, 여자는 돈가스 가게 딸입니다. 동네에서 꽤 유명한 가게들이죠. 사명감을 가지고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여자와는 달리 남자는 가업을 이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일본은 여자처럼 가업을 잇는 경우가 참 많은 듯합니다. 바람직한 현상이죠. 남자는 가업을 이을 생각은 안 하고 오히려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인생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유복한 집안인데도 불구하고 본가에서 나와 금방이라도 스러질듯한 집에서 사는 남자는 가끔 전주인이었던 노부부가 보인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호러가 된 듯합니다. 하지만 그게 아닙니다. 남자 눈에만 보이는 노부부 유령은 여자네가 하는  돈가스 가게에 자주 왔던 단골이었습니다. 돈가스 집  딸 어머니 기억으로 노부부는 규칙적으로 돈가스 집에 들러 식사를 하곤 하였더랍니다. 노부부가 항상 같이 와서 항상 같은 메뉴를 먹는다 상상해 보세요.  아름답지 않나요? 젊은 남녀가 손 잡고 다니는 것도 아름답지만 노부부가 서로를 의지하듯 손잡고 다니는 모습 보면 자연스레 ' 나도 저렇게 늙어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닮고 싶은 모습이지요.

 

  미지근한 두 남녀가 남자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다음 날, 여자의 눈에도 노부부가 일상 생활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영화<건축학 개론>이 겹쳐지더군요. 사랑한다 말도 못한 채 서로의 마음을 접어버린 두  남녀의 이야기가 참 안타까웠죠.  그 영화 보면서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 아들아, 넌 저 아저씨처럼 사랑한다 말도 못하고 그냥 스스로 마음을 접으면 안 돼. 고백이라도 해봐야지.  알았지?" 라고 말이죠.  이 남녀도 답답하기가 그 둘 못지 않습니다. 독자가 보기엔 사랑하는 게 분명한데 서로 붙잡지도 기다리라 말하지도 않고 헤어집니다. 참 대책 없는 남녀죠. 아니면 서로에 대한 배려가 정말 컸거나. 인문적 통찰로 따지면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남녀일 수도 있구요. 이 남녀는 어떻게 될까요?  이대로 영영 헤어지게 될까요? 아님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될까요? 고백도 못하고 스스로 접어버린 짝사랑 경험이 있으신 분은 이 이야기 읽으면서 공감이 팍팍 될 겁니다.

 

 눈 내리는 오늘 같은 날이면, 가슴 한 켠에 묻어 둔 첫사랑이 그립지 않나요?  아니면 가슴 저린 사랑 이야기가 그리워지기도 하고 말이죠. 그렇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다른 이야기들도 메마른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줍니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자신의 소설 중 이 책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읽다보면 여러분도 막다른 골목에서 그 때는 많이 아팠지만 돌이켜 보면 소중했던 추억과 만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금주는 내내 강추위가 이어진다고 하네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책도 읽으면서 마음이라도 따듯하게 데워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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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6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7 0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배운다는 건 뭘까? 초등학생 질문 그림책
채인선 글, 윤봉선 그림 / 미세기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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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학생 중에 배우는 게 좋아요 라고 대답하는 아이가 몇 명이나 될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상위 몇 % 를 제외하고는 왜 배워야 하는지도 모른 채 하루 8시간 이상씩을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요즘 공부 때문에 냉전기를 가진 딸도 처음부터 배움을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도 국어 시간은 좋고 재밌단다.  초등학교 때는 학교 가기를 즐거워하며 콧노래 부르며 다녔었다. 배우는 것도 즐거워했다. 오늘 뭐 배웠다고 밥상 머리에서 쫑알쫑알 자랑했던 기억도 난다. 초3 아들만 봐도 배움 자체를 싫어하진 않는다.

 

 초1 우리 반 아이들은 배움을 좋아한다. 물론 가끔 어려운 것을 배울 때면 힘들어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배운다는 것을 즐거워할 때가 더 많다. 지난 번 <열두 띠 이야기> 읽어주고 나서 12동물 외어보자고 할 때도 대부분의 아이가 즐겁게 따라외웠다. 애국가 1절 밖에 몰랐다가 2-4절까지 외우고 나서 틈만 나면 애국가 부르자고 하는 아이들이다. 수학 가르기 할 때는 매우 힘들어하다가도 점점 잘하게 되자 수학 시간마다 가르기 문제 내달라고 보채는 아이들이다.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고, 여러 번 연습하여 잘하게 되었을 때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는 모습을 보면 참 흐뭇할 때가 많다. 하다못해 화요일 마다 받아쓰기 시험을 보는 데 " 얘들아, 받아쓰기 시험 보자" 하며 " 와!" 하며 환호를 지르며 좋아한다.  덧셈 뺄셈 공부할 때, 끝나기 5분 전에 쪽지 시험을 보는데 그것마저 좋아한다. 이렇게 배운다는 것을 좋아하고 즐거워했던 아이들인데 왜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배움을 싫어하게 된 것일까? 이 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우리가 하는 교육이 올바르다면 학년이 올라가고, 배움이 늘어날수록 기쁨이 커지고,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증대되어야 맞는데 정반대이다. 초1 아이들 중에도 배움에 무기력한 아이가 물론 있지만 소수이다. 6학년 교실을 둘러 보면 배우고자 하는 열망의 눈으로 교사를 바라보는아이가 현격히 줄어든다. 고등학교 교실은 더 심하단다. 학생  2/3는 모두 엎드린 채 교사는 1/3을 위한 수업을 한다고 한다. 분명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교과서적인 대답일 지도 모르지만 배운다는 것의 의미를 스스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무조건 배워온 아이는 어느 순간. 왜 자신이 배워야 하는지 모르게 된다. 배우기 전에 왜 배워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았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아니 아이에게 그런 고민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태어나자마자 학교 들어가자마자 무조건 공부하라부터 했으니깐. 나도 그랬다. 초, 중, 고, 대학까지 스스로에게 왜 배우는 걸까 자문자답하지 못했다. 오히려 어른이 되고서야 의문을 품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답을 찾았을 때 배움의 가치를 알게 되었고, 배움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요즘 들어 하는 공부는 정말 재밌다. 스스로 좋아서 찾아서 하는 공부이니 재밌고 의미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왜 배우는 걸까? 물어보지 못한 아이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답을 스스로 찾으면 더 좋겠지만 이렇게 좋은 그림책이 있으니 참고하라는 뜻이다.

 

배운다는 건 보는 거야.

배운다는 건 궁금한 것을 묻는 거야.

배운다는 건 듣는 거야.

배운다는 건 읽는 거야.

배운다는 건 따라 하는 거야.

해 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건 옳지 않아.

기다려 봐. 이것저것 해 보면서 기다려 봐.

 (잘하고 싶지만 배우는 건 싫다고? 그건 반칙이야)

잘하고 싶으면 배워야 해.

배우는 방식은 저마다 달라.

어떤 일은 마음으로 배워야 하는 걸?

세상에는 배울 게 정말 많아.

배울 게 많은 사람이 좋은 사람이야.

배울 게 많은 친구가 좋은 친구야.

배운다는 것은 자라난다는 것과 같아.

배우는 것은 끝이 없어.

배운다는 건 멋진 일이야.

멋진 인생을 사는 거야.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서 저자는 이렇게 질문한다. 배울수록 더 여유로와졌는가? 지식을 많이 가질수록 유연해졌는가?

참 찔린다. 

 

  1학년 아이는 선생님 말이 하나님 말인 줄 알기 때문에 가끔 세뇌를 하기도 한다. " 얘들아, 배워서 남 주자." 라고 따라해본다. 배움이 배움으로만 그치면 안 된다. 실천으로까지 이어져야지. 얼마 전 받아 내림 뺄셈이 안 되는 아이가 몇 명 있어서 짝꿍이 선생님이 되어 가르치라고 한 적이 있다. 친구 선생님은 열심히 가르쳤다. 그리고나서 앞에 나와 테스트를 하는데  친구가 합격하자 자신의 일처럼 얼마나 좋아하던지..... 그래. 그거야. 배워서 남 주는 거야. 아이는 친구를 가르치면서 완전히 이해를 하게 된다. 가르치는 아이는 완전이해를 하고 친구를 도와줘서 기분 좋고, 가르침을 받은 아이는 알게 되어 기쁘고. 모른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고, 모르는 친구를 비웃고 놀리기보다 얼른 달려가서 도와주는 교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배운다는 것은 멋진 일이고, 배워서 나눠주는 일이 이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란 걸 아이가 평생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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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5 16: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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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5 18: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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