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부터 잇몸이 자꾸 붓고 아팠다. 잇몸 치료를 가야하는데 겁도 나고, 시간도 없어 차일피일 마루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이번에는 동네 치과가 아닌 좀 더 괜찮은 치과를 동료들에게 물어봤다. 그 중 한 분이 생활협동조합으로 만들어진 <함께걸음 마을 치과>가 노원역에 있다고 알려줬다. 지난 주 조퇴를 하고 마을 치과를 찾아나섰다. 생각해보니 여름 즈음에 " 마을 치과 건립을 위한 1000명 조합원 모집 " 이라는 현수막을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노원역 주변을 거의 30분 이상 헤맸는데도 찾질 못하고 거의 포기하고 있다가 우연히 단골 미용실 부원장을 만났다. 이 근처에 미용실이 있기 때문에 혹시나 하고 물어봤더니 본 기억이 있다며 가르쳐 주셨다. 귀인을 만난 셈이다.  일단 모르면 아무나 잡고 물어봐야 한다니까. 지푸라기 잡는 마음으로 부원장이 알려준 골목으로 들어갔다. 아까 내가 지나온 길이었다. 그 때는 간판을 못 보고 지나쳤는데 이번에는 보였다. 앗싸!  좋아하던 순간, 간호사가 말하길 담담 의사가 휴무란다.  헐~~ 30분 동안 헤매고 겨우 찾아왔는데. 휴진이라니!!! 인생 새옹지마라니까.

 

  다음 주에 오기로 예약을 하고 왔다. 쓰윽 둘러봤는데 시설이 꽤 좋았다. 마을 주민 1000여 명이 조합원으로 투자를 하여 5억원으로 치과를 개업하였다고 한다. 조합원 가입비는 5만원, 매달 1만원씩 증자를 하면 비보헙되는 치료비를 10% 할인해준다고 한다. 가족 중 한 명만 조합원이면 그 가족 모두 헤택을 본다고 한다. 남편과 상의하여 조합원에 가입하기로 하였다. 치과는 비보험 되는 것이 많으므로 10%도 큰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치과갈 일이 많을 듯하니 보험 든 셈치고 조합원에 가입하려고 한다.  우리 마을에 이런 치과가 있다니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의사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드디어 어제 진료를 받으러 갔다. 먼저 최첨단 X-ray 장비로 이 전체 사진을 찍었다. 의사는 전체적으로 잇몸이 내려앉았다고 하면서 걱정하는 내게 앞으로 관리 잘하면 된다고 위로를 해줬다. 이어 요즘 불편했던 잇몸 쪽에 마취주사 세 방을 맞고 잇몸 치료를 받았다. 굉장히 아플 줄 알았는데 괜찮았다. 동네 병원에서는 3회 정도 잇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여기서는 경과를 보고 차도가 없으면 오라고 하였다. 과잉진료를 안 한다는 느낌을 받아 신뢰가 확 갔다.

 

  병원에 가면 거의 ㅈ 일보, ㄷ 일보가 테이블을 장식하고 있는데  마을 치과에는 시사 IN 이 여러 권 있었다. 반가웠다. 병원 바로 옆에 쉼터가 있는데 기다리면서 책을 볼 수 있는 북 카페 같은 공간이었다. 병원도 깨끗하고 의사도 젊고 힘 있어  오래된 치석을 한번에 제거했다. ㅎㅎㅎ. 조합원이 많아지고 증자가 되면 저소득층과 장애우를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할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단다. 이에 나도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한다. 의사도 더 좋은 조건 내세우며 오라는 병원 많았을텐데 함께 걷고자 하는 마음으로 마을 치과에서 일하는 모습 보니 아직 세상에 좋은 사람이 많나보다. 물론 땅콩 껍질 안 깠다고 비행기를 돌리는 안하무인, 무례한 사람도 있지만서도.  아직은 마을치과를 건립한 1000명의 조합원과, 기꺼이 함께 걷는 의료진 같은 좋은 사람이 여기저기 건재하기에 사회가 유지되는 게 아닌가 싶다.

 

  마취가 깨면 아플 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는 아프지 않다. 겨울 방학 때는 협동 조합 관련 책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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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12-1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치과네요.
저도 가고 싶은 치과!
직장맘은 시간 없는데 자꾸 오라고 하니 짜증나요. 과잉진료 느낌도 나고...

수퍼남매맘 2014-12-11 19:41   좋아요 0 | URL
세실 님 사시는 곳에는 언젠가는 생기지 않을까요?

수이 2014-12-1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병원이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우리 동네에는 아쉽게도 없네요 ㅠㅠ

수퍼남매맘 2014-12-11 19:4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마을마다 생긴다면 좋겠죠. 그러기 위해선 마을 사람이 힘을 모아야 하구요.

2014-12-11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1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2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4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4-12-16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협동조합 치과가 생겼군요~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네요!!
<협동조합, 참 좋다> 김현대 기자님은 우리 구청에서 초청강연도 했었지요.
내가 알라딘에 강연페이퍼 올렸었는데... ,님도 댓글을 남겼었네요.^^
http://blog.aladin.co.kr/714960143/6190050

수퍼남매맘 2014-12-16 07:37   좋아요 0 | URL
그랬었네요. 순오기님이 추천한 이 책부터 읽어봐야겠어요.

팅커벨 2014-12-16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함께걸음 마을치과에 근무하는 직원입니다. 이렇게 좋은 후기를 남겨주시니 더욱 어깨가 무거워지네요~~

수퍼남매맘 2014-12-18 21:36   좋아요 0 | URL
우아~ 반갑습니다. 어떤 분일까 궁금하네요. 다음 번에 치과 가면 아는 척해야겠어요.
˝제가 알라딘 서재 수퍼남매맘입니다˝ 하고 말이죠. ㅋㅋㅋ
 
엄마에게 보림 창작 그림책
서진선 글.그림 / 보림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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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학교 도서실에서 이 그림책을 발견하였다. 나온다는 소식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일상에 묻혀 살다보니 까많게 잊고 있었다. 도서실 당직을 서다 무심코 잡아든 이 책이 바로 그 그림책일 줄이야.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읽었다. 읽는 도중 마음이 울컥하였다. 이 그림책은 실화이며 이산 가족의 아픔을 다루고 있다. 역시 서진선 작가는 전작 <오늘은 5월 18일>에 이어 점점 잊혀지려 하지만 절대 잊혀져서는 안 되는 묵직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들려주는 분이다. 즐겁고 경쾌하며 밝은 이야기도 좋지만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서작가처럼 감동적으로 그려내는 이가 있어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고맙다. 앞으로 "서진선" 이라는 세글자를 꼭 기억할 것이다.

 

   우리 아버지도 이산 가족이다. 자라는 내내 아버지는 밥상에서 식기도를 할 때마다 빨리 통일이 되어 북한에 있는 가족을 만나게 도와달라고 기도하였다. 아버지의 기도가 늘 똑같아서 제발 그 기도는 그만 했으면 하고 속으로 바랐던 적도 있었다. 기도한다고 통일이 되는 것도 아닌데 하는 반항심도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내 생각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깨달았지만서도. 어제 아버지는 90세 생신을 맞이하셨다. 청년일 때 고향을 떠나온 아버지는 이제 초로가 되었다. 아버지는 예전보다 기도를 잘 못하시지만 아직도 식기도를 하실 때 더듬더듬 통일이 되어 가족을 만나게 해 달라는 말을 빼먹지 않고 하신다. 총명함이 많이 가셨는데도 그 기도는 잊지 않으셨다. 아버지 무의식 속에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가득 남아있나보다.  아버지 살아 생전에 통일이 이뤄질까. 가족을 만나볼 수 있을까.

 

  이 그림책의 화자와 아버지 또한 이산가족이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터지고 화자의 가족은 쏟아지는 비행기 폭격에 토굴에도 숨어보지만 남으로 피난을 가야 살 수 있다는 말에 먼 길을 나섰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고향을 지키시겠다며 우리를 배웅하셨다. 아버지는 부모님만 놔두고 갈 수 없다며 어머니와 우리 먼저 피난을 떠나라며 발길을 돌리셨다. 그렇게 어머니와 화자, 동생들은 추운 겨울, 피난길에 오른다. 짐 속에 아버지의 옷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 추운 겨울 두툼한 옷도 없이 지낼 아버지 생각에 화자는 다시 집에 갔다 온다며 떠났다. 그러다 병원 버스를 탄 아버지와 만나게 된다. 병원 버스를 타고 길을 가다 어머니와 동생들을 보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차에 태울 수 없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아버지와 화자만 부산 영도 다리 아래까지 피난을 왔다. 아버지는 그 곳에서 천막 병원을 열어 환자를 치료하셨다. 화자는 피난민을 위해 임시로 지어진 천막 학교에서 어머니가 즐겨 부르시던 "봉선화"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니 어머니가 더 그립다. 이 장면에서 저자는 화자의 이름을 살며시 보여준다. 화자의 이름은 장가용. 그렇담 아버지는 장기려 박사? 그렇다. 이 그림책은 장기려 박사와 그의 둘째 아들 장가용 교수의 이야기이다.

 

  이 그림책을 만나기 전, 나도 장기려 박사의 슬프고 애잔한 가족사 이야기를 듣고 같은 이산가족으로서 마음이 저릿저릿했다. 장기려 박사와 북에 있는 부인이 주고 받은 편지를 읽고 울컥해지기도 했다. 장기려 박사와 북한에 남겨진 부인과 가족들, 서로를 평생 그리워하고, 서로를 위해 평생 기도한 그 부부와 그 가족의 마음이 너무 절실하게 다가왔다. 저자도 그랬단다. 장기려 박사의 가족사를 듣고 아버지를 따라 피난내려왔던 둘째 아들 장가용 교수에게 마음이 쏠렸다고 한다. 아버지와 단둘이 피난와서, 엄마를 비롯한 모든 가족과 헤어져 지내야 했던 가용이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그렇게 서로를 그리워하던 중, 북에 있는 어머니로부터 소포 하나가 온다. 육성으로 녹음한 봉선화 노래 테이프, 고향집 봉선화 씨앗, 가족 사진이었다. 그걸 받은 날, 가용이는 엄마 사진을 끌어안고 울고, 아버지 장기려 박사도 이불을 뒤집어 쓴 채 꺼이꺼이 우는 장면은 정말 슬펐다. 다음 날, 아버지와 가용이는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단정히 정리하고,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 북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낼 사진이었다. 가용이의 가족은 평생 서로를 그리워하였다.

 

  장기려 박사는 이산 가족 상봉이 추친되고나서 모 대통령으로부터 특별 방문을 제안받았다고 한다. 이에 박사는 이산 가족이 모두 다 만나고 난 후 가족을 만나겠다며 특별 대우를 거절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장기려 박사는 그리워하던 부인과 아이들을 만나지 못한 채 눈을 감으셨고, 둘째 아들 장가용 박사가 북에 있는 가족들과 상봉을 하였다고 한다. 자료를 살펴보니 장가용 교수도 벌써 고인이 되셨다. 이건 비단 장가용 교수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모든 이산 가족의 슬픔이다. 슬픔이 끝났다고? 아니다. 슬픔은 계속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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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0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0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1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1 1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3년 전부터 독서 동아리를 하고 있지만 올해가 가장 활동이 뜸했다. 학교가 여러 모로 바쁘다 보니 그 안에 살고 있는 선생님들도 덩달아 바쁘다.  동호회 모이기도 힘들고 모여도 책 내용을 나눌 기회가 적었다.  알라딘 지인 희망찬 샘의 독서 모임은 여러 학교 선생님이 모였는데도 진지하고 잘 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같은 학교인데도 모이기도 힘들고 모여서도 책 이야기는 좀체 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슬럼프였다. 왜 그럴까! 원인이 뭘까. 모임의 정체성도 모르겠고 하여튼 마음이 좀 심란했었다.  어찌 되었건 책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수다만 하고 갈지라도 계속 명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도 대선배 2분이 항상 출석해주셔서 얼마나 든든한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던 차에, 조희연 교육감의 북 토크 소식을 들었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가지고 학부모 대상 북 토크를 한다는 공문이 내려왔다. 그래?  무슨 책이지? 일단 학부모 3분을 추천해서 북토크에 보냈다. 우리 독서 모임도 이 책으로 한번 해보자 의견을 냈더니 모두 흔쾌히 찬성하셔서 책을 일괄 구매하였다. 이 책은 인문학 서적이므로 발제를 하기로 하였다. 혹시라도 안 읽은 사람을 위해 한 번 짚어주는 게 좋겠다 싶었다. 이 책을 통해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독서 모임이 살아있고, 활발하게 움직여야 학교와 사회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모두 4꼭지로 되어 있는데 1꼭지는 내가 발제한다고 자원하였다. 조희연 교육감이 추천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책을 읽었다. 서문을 읽자마자 빠져 들었다. YG양현석 대표의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양현석은 돈을 벌기 위해서 음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90년대 힙합은 돈이 되지 않는다고 모두 말릴 때, 자신은 힙합이 좋아  힙합 그룹을 만들었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이지 돈을 벌기 위해 노래를 하지는 않았다는 인터뷰 기사였다. 워쇼스키 형제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하였다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의 공통점은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게 인문학과 무슨 관련이 있냐고? 있단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바람직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바라는 일을 하는 것, 좋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즉 자신의 욕망을 쫒아 사는 것, 내가 나의 주인으로 사는 것이 인문학적 삶이라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저자는 그걸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그동안 인문학이 중요한지는 알면서도 어렵다는 이유로,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홀대해왔다. 그 결과 우리는 자살률 1위를 달리는 나라가 되었다. 모든 국민이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경제 발전만 강조하다 보니 경제는 발전했을지 몰라도 사람들은 점점 피페해졌다. 개인이 피폐해가니 사회 또한 각박해져 갈 수 밖에 없다. 내가 나의 주인으로 살지 못하니 상대적 박탈감에 괴로와하며 몸부림친다. 인문학을 홀대한 결과이다.

 

  스티브 잡스 같은 기업인은 인문학이 돈이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빨리 알아차린 사람이란다. 하여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는 못 해도 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보다. 인문학은 인간이 그리는 무늬이다. 인간이 무엇을 원하는지 통찰할 수 있는 지평을 열어주는 게 인문학이다. 스티브 잡스는 그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는 것이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통찰력, 즉 감을 키우는 것이다. 앞으로 인간이 어떤 무늬를 그릴지 그 조짐을 읽어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분 인문학 열풍은 학계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기업에서 출발하였다고 한다. 이익이 되는 것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는 더듬이가 발달한 사람이 바로 기업인이다. 기업인은 인문학이야말로 이윤 창출을 해 낼 수 있는 보고라는 것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알아차렸다고 한다. 미래는 창의성, 창조성의 시대이다. 이 창의성과 창조성은 인문학을 통해서 발현된다. 남과 다른 것을 만들어 내야 하는 기업인은 따라서 인문학을 붙들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왜 우리나라 학생들이 창의성이 부족한지 알 수 있다. 인문학적 토대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문적 성찰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정치적 판단을 벗어야 한다."고 한다. 이 말은 무슨 일을 두고 사유할 때 " 싫다. 좋다" 이분법적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귀고리를 하고, 머리를 기다랗게 늘어뜨리고, 화장을 한 남자를 보고 싫다, 좋다로 판단하는 사람은 아직 인문적 성찰과 거리가 멀다고 한다. 싫다, 좋다를 판단하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이념, 신념, 가치관 등에 기인한다. 그 모든 것을 정치적 판단이라 한다. 그 정치적 판단에서 벗어나야 하는 게 인문적 성찰의 첫 관문이다. 저자는 싫다 좋다 이전에 질문을 던져 보라고 조언한다. (유대인의 교육과 흡사하다.) 왜 저 남자는 화장을 하였을까? 몇 년 전에는 저런 사람을 보지 못했는데? 인류에게 무슨 변화가 있는 걸까?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인문학적 성찰이라는 것이다.

 

 책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우리나라 호프집에서만 볼 수 있는 안주가 있단다. 바로 "아무거나" 란다. 이 부분 읽으면서 웃음도 났지만 참 서글펐다. 우리가 얼마나 남의 눈치 보면서 사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니까.  더이상 말이 필요없다. 인문학은 내가 나의 주인으로 사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거나 라니? 무슨 메뉴를 시킬 때면 겸손하거나 양보하는 듯이 "아무거나 좋아요" 고 말하는 사람이 꼭 있다. 이건 한 마디로 나는 생각이 없어요라는 말과 같다는 거다.  또 말투 중에 " ~~ 하는 것 같아요"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저자는 힘 주어 말한다. 자기 생각을 말하면서 ~ 같아요 라니.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100% 공감한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하는 말 중에서 인문학적 성찰과 대조된 것 2가지가 기억나 적어 봤다.

 

  이제 음식 주문할 때 옆 사람 눈치 보며 아무거나 라고 말하지 않도록 하자. 자기가 먹고 싶은 메뉴를 생각해서 자신 있게 말하도록 하자.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  "~~ 같아요" 하지 않도록 하자. 내 생각을 제대로 말하는 훈련부터가 인문적 성찰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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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12-08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행자가 책이야기만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커트를 해야겠지요.
책을 읽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는것도 방법입니다^^

수퍼남매맘 2014-12-09 17:29   좋아요 0 | URL
제가 의외로 마음이 약해서 야박하게 책 이야기만 하자고 못 하겠더라구요. 제 능력으로는 안 되더라구요.
모임에 와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해서....
책 안 읽어오는 것도 그냥저냥 넘겨요. 발전은 없는 듯해요.
이번이 전환점이 되면 좋겠어요.

2014-12-09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9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0 0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4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토요일, 도서실 당직 하며 읽은 그림책이다. 요즘 건강이 안 좋아 우울했는데 도서실에서 조용히 음악 들으며 그림책 보니 한결 마음이 밝아진다. 이 중에서도 <엄마에게>는 기다려온 그림책이라서 정말 반가웠다. 기다리고 있던 그림책이었는데 발간된 것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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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9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9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도 모를거야, 내가 누군지 - 개정판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1
김향금 지음, 이혜리 그림 / 보림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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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교과서에 탈춤 놀이가 나온다. 한삼을 끼고 하면 더 좋아할 텐데 학교에 없다해서 그냥 하다 나중에는 휴지를 뜯어서 한삼처럼 들고 했더니 아이들이 엄청 좋아했다. 휴지가 아깝긴 했지만 버리지 말고 나중에 코 풀 때 쓰라고 말해줬다. 동영상을 보고 따라하는데 아이들은 처음 배우는 동작인데도 제법 그럴싸하게 따라한다. 한민족의 피가 흐르는 게 확실하다. 불림, 고개잡이, 외사위, 양사위 동작을 간단하게 숙지하고 이 네 동작을 이어 만든 짤막한 탈춤을 따라하는데 엉덩이를 씰룩대며 하는 모습이 정말 귀엽고 예쁘다. 1학년은 무엇이나 열심히 해서 참 예쁘다. 그게 매력이다. 우리 무의식 속에 우리 결이 살아 있는데 이걸 지켜주고, 발전시켜 주고, 잃어버리지 않게 하는 게 어른의 몫일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5교시인 날이라 탈춤 관련 그림책 한 권을 읽어줬다. 솔거나라 시리즈 중에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누군지>라는 책이 있다. 내용도 재밌고 어렵지 않아 아이들이 충분히 좋아할만한 책이다. 오전에 탈춤의 유래도 배우고, 탈춤도 춰봐서 아이들은 흥미있어 하였다.

 

   맞벌이 가정인 건이네는 아침마다 전쟁이다. 아마 우리 나라 모든 맞벌이 가정이 건이 집 같을 게다. 생각다 못해 건이 부모님은 외가에 건이를 한 달 간 맡기기로 한다. 건이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말이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건 어쩌면 부모로서 저지른 일방적인 결정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10밤씩 세 번 자면 데리러 온다던 부모님이 오시지 않아 건이는 잔뜩 심술이 나서 할머지 집에 있는 모든 것에 장난을 쳐놨다. 이 장면은 참 우스꽝스럽다. 그 우스광스러운 장면 속에 부모를 원망하고, 부모를 그리워하는 건이의 마음이 잘 녹여져 있어서 웃기면서도 슬픈 장면이다. 얼마나 부모가 보고 싶었으면....아이가 문제 행동을 하면 그 단면만 보지 말고, 왜 그런 일을 했을까 부터 생각해 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일단 장난은 쳤는데 뒷감당이 겁이 난 건이는 다락방에 숨어든다. 그 때 거기서 옛날 물건들과 조우하게 된다. 어른들께 혼 날 게 두려웠던 건이는 탈을 쓰면 "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누군지...'라고 생각하며 이 탈 저 탈을 써 보며 재미나게 논다. 진짜 탈을 쓰면 아무도 모를까, 내가 누군지? 독자는 건이와 함께 여러 탈을 쓰면서 탈의 종류를 알게 된다. 네눈박이 탈, 소탈, 각시탈, 말뚝박이탈, 양반탈, 할미탈 등등.

 

   탈은 원시 시대부터 있었지만 탈춤은 조선 시대 후기에 들어서면서 서민을 괴롭히던 양반을 놀려주기 시작하면서 정착되었다고 한다. 서민의 등골을 빨아먹던 양반, 탐관 오리를 혼내 줄 수도, 자신들의 억울함을 마음껏 호소할 수도 없었던 시대에, 힘 없는 그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탈을 쓴 채로 양반들을 실컷 골려 주는 일이었다는 게다. 지금은 어떤가!  탈이 필요없는 시대일까. 탈이 없어도 소외계층, 약자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해결해 주는 평등한 시대인가.

 

   얼마 전 강남 모 아파트 경비원이 분신 자살한 일이 있었다. 그 자살을 놓고 아파트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하여 모든 경비원을 해고시켰다고 한다. 조선 시대 양반이라는 신분으로 아랫 신분 사람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한 거나, 자본이라는 힘으로 약자를 짓밟는 것이나 매한가지가 아닐까 싶다. 또 한 이야기를 들었다. 모처에서 장애인은 장애인 전용 주차장을 사용하려면 비용을 더 내라는 것- 정작 그 장애인은 비장애인들인 주차를 하는 바람에 한 달에 두 번 밖에 주차를 못했다고 한다-이었다. 두 이야기 모두 자신이 갖고 있는 "힘"을 이용한 약자에 대한 횡포라고 생각한다. 조선 시대 뿐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힘"을 가진 자들의 약자에 대한 횡포는 계속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탈을 쓰고 "갑"을 놀려주면 마음이라도 후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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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12-07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는 우리교육이 우리 것을 얕잡고 홀대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홀대하는 부분도 많은 듯... 국적있는 교육을 생각케하는 리뷰!!

수퍼남매맘 2014-12-08 18:03   좋아요 0 | URL
무조건 우리 것이 최고라는 것도 문제지만 우리것을 무시하는 것도 나쁜 태도인 듯해요.
제대로 바로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4-12-11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