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띠 이야기 - 개정판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2
정하섭 지음, 이춘길 그림 / 보림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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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이 유치원 다닐 때이니 지금으로부터 거의 7-8년 전 일이다. 어느 날, 유치원 다녀온 딸이 굉장히 흥분해서 말했다. " 엄마, 나 오늘 굉장히 신기한 것 알았다. 우리 반 친구들 모두 나랑 띠가 같아. 모두 뱀띠래. 정말 신기하지?" 이런다. 그 말에 우리 부부는 배꼽 잡고 웃었다. 딸은 자신이 뱀띠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친구들마저 뱀띠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었나 보다. 같은 해에 태어난 친구들은 모두 띠가 같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된 셈이다. 아마 큰 깨달음이었을 테다.

 

  열두 띠 이야기는 딸의 신기한 발견처럼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 띠가 같다는 것을 재밌는 이야기를 통해 알려준다. 또한 어떻게 해서 열두 띠가 생겨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통해 들려준다. 하나 더, 왜 인간과 참 가깝게 지내는 고양이는 개와는 달리 열두 띠에 들어가지 못했는지 이 그림책을 읽어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집 귀염둥이 온이를 보면서 ' 왜 고양이는 사람게 친하게 지내는데 열두 띠에서 제외되었을까?' 궁금했었는데 그림책을 보고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이 그림책을 읽어줬더니 참 재미있어 하며 들었다. 요즘 한창 통합 교과서 <우리나라>에 대해서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인데 솔직히 배경 지식이 별로 없는 초1 아이들에게 <우리나라>는 좀 어려운 내용이다 싶다. 그렇다고 그냥 교과서에 있는 내용만 쓰윽 훑고 지나가기에는 마음이 너무 찝찝하다. <우리나라>에 대한 공부가 어쩌면 제대로된 역사의식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2학년에서는 세계에 대해서 배우는데 주제별로 통합 교과서를 만들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는 듯하다. 1-2학년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세계는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여서 관심도 적고 어려워한다. 나라와 세계에 대해서 재미있게 배우려면 배경 지식이 많아야 하는데 저학년 아이는 배경 지식 또한 별로 없으니 수업이 그야말로 교사 위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가능한 관련 그림책을 읽어주고, 소개해주려고 노력하나 내용이 어렵기는 하다.

 

  아무튼 열두 띠 이야기도 우리나라 공부,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하여 읽어줬다.  자신의 별자리는 알면서 자신의 띠가 무엇인지 모르고, 십이간지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것을 먼저 제대로 알아야 남의 것도 제대로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경험상 아이들은 동물이 나오면 굉장히 호기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집중하여 잘 듣는다. 수퍼남매도 유아기 때 동물이 나오는 그림책을 참 좋아했었다. 그림책에서 고양이까지 모두 열세 동물이 나오고  각자가 지닌 특징을 나열하는데 아주 경청하여 들었다. 다 읽어주고나서 12동물을 순서대로 외어보자고 하여 여러 번 반복시켰더니 금세 외우는 아이도 여럿 보인다. 세상에 내려간 12동물이 서로 대장을 하겠다고 싸우는 것을 들은 하느님이 돌아가면서 대장을 하라고 정해준다. 이리하여 해마다 한 동물씩 대장을 하게 된 것이다.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이렇게 순서대로 말이다. 마지막 돼지 차례가 오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쥐로 돌아가 또 한 해가 시작된다는 것이니 이 정도면 저학년 아이도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수학적으로 보면, 너희보다 12살, 24살, 36살... 더 나이 먹은 사람은 똑같이 돼지띠가 된다는 것까지 설명해줬다. 계산이 들어가서 머리가 복잡해졌을 지도 모르나 열두 띠가 돌고돈다는 것만큼은 이해했으리라 여겨진다. 

 

  솔거나라를 만들게 된 이유가 서문에 적혀 있는데 읽어보니 먹먹해진다. 김치는 싫어하면서도 피자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이 시리즈가 탄생하였다고 하다. 우리 것을 제대로 알아야 남의 것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미래를 책임질 우리 아이가 우리 것에 관심을 가지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자라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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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4-12-04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거나라 저희 아이들 키울 때도 같이 읽었어요. 지식책인데 재미있게 되어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나라, 우리 것의 근본을 잘 알아야 또 다른 지식들로 넓혀가는게 의미 있겠죠?
학생들에게 읽어주시는 좋은 선생님이시네요^^

수퍼남매맘 2014-12-05 13:57   좋아요 0 | URL
지식 관련 책인데도 불구하고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어렵지 않아서 좋아요.
오늘 수업 시간에 탈춤을 추고나서 탈 관련 그림책을 읽어줬는데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네요.

2014-12-04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5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성인의 경우, 하루 평균 2잔의 커피를 마신다는 통계가 보여주듯이 커피는 국민 음료, 아니 세계적인 음료입니다. 그 커피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고 계신가요? 이 책을 보기 전에는 저 또한 커피를 좋아하는 한 사림이었을 뿐 커피의 역사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고 문외한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저에게 커피에 대한 기본을 알려준 고마운 책입니다.

 

  몇 해 전부터 믹스 커피보다는 원두 커피가 더 깔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근래 들어 핸드 드립 커피를 스스로 내려 먹어 보고,가끔 더치 커피만의 독특한 맛을 즐기고, 아주 피곤할 때 진한 에스프레소를 삼킬 수 있을 정도이지 각각의 원두 맛과 향을 구분할 정도는 아닙니다. 매니아 내지 고수는 결코 아닙니다. 커피 내려지는 향기와 군고구마 맛이 살짝 도는 예가체프 덕분에 잠시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누구처럼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야겠다든지 나중에 퇴임하면 카페를  해봐야지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커피의 역사를 알고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우연히 만난 이 책은 커피의 역사에 대해  세세히 알려 주었고, 실크 로드 처럼 커피 로드를 함께 따라 걸으면서 커피가 걸어온 길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커피 관련 책을 한번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과 다른 점은 그 책은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핸드 드립 잘하는 커피집을 소개해 준 반면, 이 책은 커피의 원천지를 알려주고 커피가 전해진 그 길, 즉 커피 로드를 따라 커피 탐험대와 함께 가 보는 것입니다. 두 책 모두 커피를 먹고 싶다는 기분과 책 속에서 커피 향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이 책이 기본서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 커피의 역사를 세세히 알려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엇을 하든지 역사를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커피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1200년 전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됩니다. 에티오피아! 지금은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하는데 거기서 커피가 시작됩니다. 이 책은 커피 로드를 가기 위해 서로 다른 일을 하는 네 명을 탐험대로 모집하여 커피 로드를 직접 따라 걸으며 체험한 내용을 기행문 형식으로 쓴 책입니다. 그럼,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어떻게 커피가 시작되었을까요?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책을 읽고나서 커피의 근원은 알고 있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1200년 전 칼디라는 소년은 염소가 다른 때와는 달리 굉장히 흥분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염소들이 왜 그리 흥분했을까 요리조리 살펴보다 염소들이 빨간 열매를 먹고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자신도 몇 알 먹어 봅니다. 자신 역시 그 빨간 열매를 먹고나서 흥분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 빨간 열매를 마을의 수도사에게 가져옵니다. 그 당시, 수도사는 기도를 하는 중에 자꾸 졸음이 와서 애를 먹던 터였는데 염소와 칼디를 흥분시킨 그 열매를 먹자 잠이 달아나는 것을 경험합니다. 그 후로 수도사들은 잠을 쫓는 그 열매를 즐겨 먹었고, 그 빨간 열매가 바로 커피 열매였습니다. 이게 에티오피아에 전해져 내려오는 "칼디의 전설"이라고 합니다. 염소, 칼디, 수도사를 흥분하거나 잠을 달아나게 해 준 그 성분이 바로 카페인이겠죠. 그런데 정작 지금, 에티오피아에서는 칼디의 전설을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하네요.

 

  왜 커피라는 이름이 붙여졌느냐 하면, 칼디가 살았던 곳의 지명 카파에서 유래하였다고 합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지금도 커피라는 말 대신 "분나" 라는 말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칼디가 발견한 그 커피 열매가 유럽으로, 지금은 전 세계로 어떻게 퍼저나갔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던 것은 정작 커피의 근원지였고, 가장 먼저 커피를 발견한 에티오피아나 탄자니아, 예맨 등의 나라는 너무 가난해서 커피 농사를 죽어라 지을 뿐 정작 본인들은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현실이더군요. 마치 카카오를 따는 농장의 아이가 정작 초콜릿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지금은 에티오피아가 아닌 브라질이 커피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미국은 하외이 한 곳에서 커피를 생산하고, 일본도 자체 생산에 성공하였다고 합니다. 이 커피 원정대를 만든 이유 중의 하나도 커피 박물관을 운영하는 저자가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커피 자체 생산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우리나라 토양이 커피가 자라기에 그리 알맞지는 않다고 해요. 에티오피아나 탄자니아에서 봤던 빨간 흙 충적토, 그 한 줌만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저자의 간절한 마음이 마음에 와닿기도 했어요.

 

  우유만큼이나 커피도 몸에 이롭다 해롭다로 항상 의견이 분분한데요 확실한 것은 믹스 커피보다는 원두 커피를 마셔야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 참, 믹스 커피는 제일 먼저 우리나라가 개발한 거라고 하네요. 깜짝 놀랐어요. 남편은 아직도 믹스 커피를 좋아하는데 믹스 커피를 만드는 원두는 병충해에 강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로부스터 종을 사용하는데 원두 커피에 사용되는 아라비카 종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아무튼 커피를 마시려면 가능한 믹스보다는 원두 커피를 마시는 게 건강에 유리하다고 합니다. 옆지기한테 제발 믹스 커피 마시지 말라고 충언을 해도 끊질 못하네요.

 

  책을 덮으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마지막 마무리가 약하다는 점이었어요. 동서양 문화가 만나는 터어키 이스탄불을 거쳐 모카 항에서 오리지널 모카 커피를 맛보길 기대하였지만 그 또한 볼 수 없어 탐험대는 많이 실망하였죠. 앞서 말한 것처럼 커피 농사를 짓는 당사자들이 커피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더군요. 모카 항에서 모카 전통 커피를 마셔볼 수 없다는 사실에 저도 참 안타깝더라구요.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네 명의 후기가 있길 바랐는데 그냥 끝나버려서 너무 아쉬웠어요.  전 내심 그 힘든 커피 기행을 다 마치고나서 각자 느낀 점이 실려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없더라구요. 각자 커피 기행을 하면서 생각하고 느낀 바가 달랐을텐데 말이죠. 저자는 커피 박물관장이어서 커피 기행 내내 남다른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임했지만 나머지 일행은 어땠을까요? 박피디와 커피 탐험대 행운의 주인공이 된 두 사람의 후기가 참 궁금했었는데 그냥 끝나버려 못내 아쉬웠습니다.

 

  저녁에는 카페인이 덜 함유된 더치 커피 한 잔을 마셔야겠습니다.

 

<커피기행> 박종만 저/ 효형 출판(이상하게 "커피기행"이란 책이 검색되지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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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2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2 1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요일,  교내 독서토론대회가 있었다. 작년에는 5-6학년이 함께했는데 수준 차가 난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올해에는 따로 시행하였다.  하고보니 잘한 결정이었다 싶다.1년 차가 참 컸다. 몸이 둘이 아니라서 각 학년 독서 담당 선생님들이 대부분 진행하셨다. 난 전체적인 주관을 하고 기안 올리고 결재를 맡았을 뿐. 누구 말처럼 다 된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격이다.

 

  처음으로 독서토론하는 것을 직접 참관하였다. 독서토론은 그냥 토론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말 그대로 책을 읽고 그 바운더리 안에서 논제를 정하고 토론을 하는 것이다. 5학년은 <홍길동전>을 읽고 " 홍길동은 처벌 받아야 하는가?" 라는 논제로 찬반토론을 했다. 6학년은 그 동안 독서토론을 위해서 동일 주제를 다루고 있는 6권의 책을 읽었다. 그 6권의 책을 아우르는     "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인가?" 논제로 원탁회의를 진행하였다. 전임지에서 후배가 진행하는 찬반토론을 본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독서토론은 아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니 제대로 된 독서토론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영상을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생생한 현장감과 긴장감이 전해졌다. 아이들의 진지한 모습이 이뻤다. ㅎㅎㅎ

 

여희숙 선생님 말씀이 독서의 꽃은 토론이라고 하였는데 오늘 그 꽃이 활짝 피는 것을 봤다. 내가 토론자로 나서도 저렇게 조리 있게 말하지 못할텐데 아이들은 참 잘했다. 5학년은 3인 1조로 각반 대표가 나와서 찬반 토론을 하였다. 홍길동은 처벌 받아야 한다는 찬성측과 처벌 받지 않아야 한다는 반대측 의견이 팽팽하였다.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엄격하게 시간을 지키며, 명확한 근거를 들어 논지를 펼쳤다. 상대측 질의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책 내용을 완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하며, 배경 지식 또한 풍부하여야 한다. 임기응변도 강해야 하고, 말주변도 있어야 하며, 상대측 공격에 흥분하지도 않아야 한다. 예의를 갖춰 토론에 임해야 한다. 5학년인데도 나름 준비를 많이 해 왔으며 상대측의 질문에 적절히 대답 하는 것을 보니 참 기특하였다. 지난 겨울, 독서 연수 받을 때 일대일 토론을 해봤는데 참 힘들었다. 유대인들이 아주 어려서부터 이렇게 토론을 하면서 자라는 걸로 알고 있다. 이렇게 일상을 토론하며 자라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와는 커다란 차이가 있을 게 분명하다. 자기의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는 게 토론은 아니다. 타인의 주장과 근거도 자세히 들어야 하고, 예의 바른 태도를 갖춰야 하며, 내세우는 근거가 명확하고 말 또한 조리 있게 해야 한다. 토론하는 동안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생각이 바뀐 것에 대해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화를 낼 필요도 없다. 우리는 정치판에서 여야의원이 서로 핏대 세우며 욕설을 가끔 섞어가며 때로는 폭력도 행사하면서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는 모습만 봤다. 하여 토론은 해서 뭐하나! 다 쓸데 없는 말장난이지 하는 마음이 없잖아 있는데 과연 그럴까. 아이들의 토론을 들으면서 나도 계속 생각해봤다.  홍길동은 처벌 받아야 하나?  처벌 받지 않아야 하나?  "하얀 거짓말"도 알고,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소크라테스가 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만큼 아이들은 나름 준비를 철저히 해왔다. 이 토론대회에 나온 아이들은 준비하는 과정, 토론 과정을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6학년은 원탁토론이었다. 2인 1조로 이뤄졌고 한 팀이 입론을 펼치면 나머지 5팀이 질의하고 응답하는 형식이었다.  찬반토론은 워낙 많이 하기 때문에 익숙한데 원탁토론은 어떻게 하나 매우 궁금하였다. 이 토론을 하기 위해 6학년 선생님이 한 권씩 책을 담당하여 각반을 돌아가면서 독서 수업을 하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이번 논제 " 어떤 삶이 가치 있는 것인가?" 는 아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다. 4권의 책이 생각이 안 난다. 기억력 감퇴다.

목적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삶이 가치 있다는 의견도 있었고,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정당하게 돈을 쓰는 삶이 가치 있다는 의견, 서로 돕는 삶이 가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머지 세 팀은 어떤 의견을 내놓았을까! (5학년 구경하느라 나머지 세 팀 의견은 놓쳤다.) 한 팀이 자신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삶을 말하고, 그 근거를 제시하여 말하면 나머지 다른 팀이 거기에 반박하거나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이에 답하는 형식이었다. 질문과 응답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 토론대회를 준비하고 본선에 진출한 아이는 이 대회를 통해 한층 성장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다른 팀의 의견을 들으면서 내 생각을 수정, 보완하기도 하고, 내 근거의 오류를 스스로 발견하기도 하고 말이다. 왜 여희숙 선생님이 토론이 독서의 꽃이라고 했는지 절감한 날이었다.

 

  기성세대는 토론 문화에서 자라지 못해 토론이라 하면 무조건 비난,  말싸움, 상대 헐뜯기 등의 부정적 인식이 강한 편이다. 토론을 버거워하고 토론에 익숙하지 않아 의견에 반대하는 것인데 자신에 대해 어깃장을 놓는 거라 여기고 감정 싸움으로 발전하는 예가 비일비재하다. 토론하다 언성이 높아지고 삿대질을 해대는 것도 자신에 대해 공격을 한다는 느낌을 받아서이다. 그래서 기성세대는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더 나은 의견을 도출해 내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의견이 소중한 만큼 남의 의견 또한 귀담아 든는 자세가 필요한데 말이다.  미래를 책임질 우리 아이는 일찍부터 토론 문화를 접해보고 이왕이면 독서처럼 토론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을 통해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고, 그 안에서 소통을 배우고, 예절과 배려를 배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토론이야말로 민주 시민의 양식을 배우고 훈련할 수 있는 좋은 교육의 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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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11-29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5.6학년이 이런 토론을 했단 말이죠? 대단하네요~ ^^
우리구에서는 성인들이 독서토론대회를 합니다. 올해로 두번째...
12월 1일이던가~
주민투표로 선정된<위대한 유산>을 텍스트로 하는데 구경 가볼려고요.^^

수퍼남매맘 2014-12-01 18:33   좋아요 0 | URL
성인 독서토론도 흥미 있네요. 무엇이든지 앞서 가는 빛고을입니다.

기성 세대는 토론 문화에서 자라지 못했어도
지금 학생들만큼이라도 토론 문화에서 자라도록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2014-11-29 1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1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2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즘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서 혈압이 엄청 높이 올라갔다.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혈압이 높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검진 끝나고 다시 한 번 쟀는데도 높게 나와서 의사가 재검이 나올 거라고 했다. 헐~~새삼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구나 절감하였다. 40대 중반을 넘어서니 한번 스트레스를 받으면 즉각 몸이 축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법이 세 가지라고 서천석 박사가 말했었지. 첫째는 스트레스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고 둘째는 내 생각을 바꾸는 것이며 셋째는 회피하는 것이라고. 보통 성격상 첫째 번을 선택하는 편인데 요즘 일들은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둘째, 셋째 방법을 선택하다 보니 더 스트레스가 쌓이는 느낌이다.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몸이 축 나면 나만 손해니까.

 

  스트레스를 해소의 일환으로 지난 일요일, 두 편의 영화를 봤다. 하나는 <비커밍 제인>이고, 나머지는 <인터스텔라>이다. 비커밍 제인은 집에서 남편과 보고, 인터스텔라는 딸과 함께 극장에 가서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스트레스 지수를 낮춰준 것은 <비커밍 제인>쪽이다. 그렇다고 인터스텔라가 스트레스 지수를 높인 것은 아니지만 잠시나마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 것은  제인 오스틴의 삶을 다룬 영화 <비커밍 제인>이었다. 워낙 그 시대가 배경인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고,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둘 다 앤 헤서웨이가 나오는데 역할에 따라 사뭇 다른 매력을 선보이는 그녀는 분명 세계가 주목할만한  여배우였다. 약간 줄리아 로버츠를 닮은 듯하지만 어딘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는 얼굴이다. 그녀의 전작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두 편의 영화를 보았는데 다른 영화들도 찾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멋졌다. <비커밍 제인>에서는 약간 고집스러우면서도 자유분방하고 작가로서의 자존심이 돋보이는 제인 오스틴의 역이 잘 어울렸다. 또 <인터스텔라>에서는 맡은 역은 약간은 차갑고 매우 이성적인 천재 과학자인데 그런 특성을 잘 표현해줬다. 두 역 모두 잘 어울렸다. 배우가 그 역에 잘 맞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미생이 히트 치는 이유 중의 하나도 장그래, 김대리, 오차장 역을 맡은 배우들이 원작과 싱크로율이 매우 높기 때문인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얼마 전 봤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그런 면에서 좀 실망스러웠다. 원작 배우 최진실, 박중훈보다 두 배우가 그 역에 잘 어울리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노다메 칸타빌레> 우리나라 버전이 실패한 이유 중의 하나도 주인공 여자 역을 맡은 배우가 그 역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 컸다고 본다. 이처럼 그 역에 어울리는 배우가 그 역할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명량>을  최민식이  아닌 다른 배우가 했더라면 어땠을까!  1700만관객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낼 수 있었을까! 그만큼 배우가 그 역에 어울리느냐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실제로 제인 오스틴은 그렇게 예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아름다운 앤 헤서웨이가 제인 역에 정말 어울렸다. 좋은 가문에 시집가는 것이 여자가 갖는 최고의 목적이었던 시대, 소설가가 되기를 꿈 꾸며, 습작을 일삼고, 그 글을 가족 앞에서 낭독하는 일상을 지내던 제인이었다. 그녀 앞에 어느 날, 오빠 친구인 한량 쿠퍼가 나타나 대놓고 시골을 무시하는 언사를 행한다. 이에 분개한 제인과 그에 맞서는 쿠퍼. 티격태격 언쟁을 벌이는 동안 사랑이 싹튼다. 둘의 사랑은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한 번 위기가 찾아오지만 다시 사랑을 선택한다. 부자가 그녀에게 청혼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오직 사랑만을 선택했던 그녀도 쿠퍼가 소중히 간직하던 편지 한 장을 발견하곤 사랑을 포기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쿠퍼가 자신을 선택하게 되면, 가족을 등지고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결별을 선언하 후, 발걸음을 돌린다. "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말이다. 그녀의 사랑이 그렇게 슬프게 끝나서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했을까. 사랑이란 걸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인데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면서도 파문이 일듯 서서히 감동이 전해진다. 겨울 방학에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책으로 만나봐야겠다.

 

  동료 중에서 <인터스텔라>를 아주 재미있게 봤다고 추천해 주시기도 하고, 흥행 중이라고 해서 궁금했다. 우주 이야기도 좋아하는 편이고 말이다. 3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었는데 솔직히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흥행하는 게 좀 놀랍다. 영화는 꽤 어렵고 철학적이고 심지어 난해하기까지 하다. 어려운 전문 용어가 마구 등장한다.  예전에 봤던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우주 관련 영화를 상상한다면 좀 실망할 수도 있다. 스타워즈, 아마겟돈, 아폴로13, 아바타 등의 영화에 비하면 굉장히 스토리 전개도 느리고, 호흡도 더디며, 영상도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이런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흥행하고 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더구나 함께 본 딸도 어렵지만 재밌다고 하였다. 기이한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난 집에서 본 <비커밍 제인>이 훨씬 날 행복하게 해줬는데..... 우주의 광활함이나 신비보다는 부성애를 더 진하게 느끼게 만드는 영화였다. 누군가 날 애타게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우주이건 사지이건 가려고 하는 그 마음이 참 절절했다.  

 

  영화 두 편으로 한껏 높아진 스트레스 지수와 혈압이 당장 내려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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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7 16: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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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8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하루종일 알라딘 서버가 다운을 반복하였다.

도서정가제 실시 되기 전에 책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폭주한 덕분이었다.

언제 오려나 했던 도서정가제가 드디어 왔다.

마음 한 켠에 정말 시행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진짜 왔다.

남편은 도서정가제 오기 전에 사고 싶은 책을 사야한다면서 부지런히 지르는데

난 그저 멍 때리고 있었다.

다른 분들도 보통 때보다 2-3배 이상의 책을 산 듯하고 혹자는 100여 만원 이상 구매한 분도 있다고 들었다.

요 며칠 인터넷 서점이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한다.

포털에도 계속 도서정가제가 검색 순위에 오르고...

이렇게 책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 싶기도 하고

도서정가제 실시가 무섭구나 싶기도 하고

진짜 하긴 하네 보네 실감이 났다.

 

도서정가제 실시를 놓고 알라딘 마을에서도

갑론을박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구간까지 15% 할인 제한을 하는 것은 너무 한다 싶다. 소비자 입장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파주 출판 단지 책 잔치도 없어지는 걸까?

지난 번 민음사 패밀리 세일도 마지막이라고 했었지.

리퍼 도서는 할인율이 어떻게 되는 거지?

 

신간은 어쩔 수 없지만 구간인 경우는 중고를 많이 애용해야 할 듯하다.

한동안 출판업계나 서점은 빙하기를 지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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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2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6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14-11-2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열심히 사긴 샀는데, 왠지 모를 이 찜찜함이란... 싶네요.

수퍼남매맘 2014-11-26 16:11   좋아요 0 | URL
찜찜함 맞아요.
멍 하고 있다가 책을 못 샀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