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은 주말 숙제로 동시 외우기를 내준다. 월요일에 자신이 외어온 동시를 친구들 앞에서 발표한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시를 플루터로 뽑아 칠판 앞에 게시하고 다함께 암송한다. 은근히 자신이 외어온 동시가 뽑히길 바라는 아이도 있다. 그렇게 한 편 두 편 외운 동시가 꽤 된다. 처음 국어 교과서에 나온 8행 짜리 동시를 외울 때는 잘 외우지 못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척척 잘 외운다. 암기가 무엇인지 터득한 듯하다. 암기도 훈련이 필요하다.

 

  도서실에 가서 동시집을 빌릴 줄도 안다. 1학기 때 몇 번 동시집 대출하는 미션을 주기도 하였지만 매주 동시를 외우다보니 저절로 동시에 관심이 생긴 모양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시집이 있어 교실에 비치해 놓으려고 주문했다. 계속 선생님을 하는 이상, 이 동시집을 한 권 가지고 있으면 유용할 듯하다. 안도현 씨의 동시집 <냠냠>이다.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내가 봐도 참 맛깔나게 잘 썼다.  몇 주 전에 음식 관련 동시를 외어오라는 숙제를 내줬더니 이 동시집에 나온 동시를 외어 온 아이가 여럿 있었다. 나머지 한 권은 <선생님 과자>라는 시그림책인데 모양은 동화처럼 보이나 실은 동시이다. 내용도 재밌고 감동적이다.

 

  두 권의 동시집을 주문했더니 행복하게도 두 개의 사은품이 따라왔다. 하나는 메모지이고, 다른 하나는 원화 세 점이다. <넉점 반> <영이의 비닐 우산> <강아지와 염소 새끼>이다. 두 권은 교실에 이미 있다. 마지막 책은 최근 출간되었고, 권정생 님의 시라서 궁금하다.

 

  가을에는 시가 참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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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10-28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 숙제 동시 외우기 굿입니다~
가을에는 시가 잘 어울리죠.

전 요즘 정호승 시인의 시집 <여행> 읽고 있어요.

이슬은 사라지는 게 꿈이 아니다
이슬은 사라지기를 꿈꾸지 않는다
이슬은 햇살과 한몸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
.
.
햇살과 한몸을 이루는 기쁨만 있을 뿐
이슬에게는 슬픔이 없다

수퍼남매맘 2014-10-30 13:19   좋아요 0 | URL
반 아이들과 외운 안도현 씨의 동시입니다.
세실 님처럼 멋진 시를 외우고 있어야 하는데...
빵 하고 한번 웃으시라고 올립니다.

<국수가 라면에게>
너, 언제 미용실 가서 파마했니?


2014-10-28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9 0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민음사 패밀리 세일에 다녀왔다. 원래 어제만 다녀오려고 하였는데 오늘까지 2일을 파주에 다녀왔다. 이러다 몸살 나겠다. 그그저께 비룡소 패밀리 세일을 한다고 문자가 왔다.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왜냐하면 금요일 체험학습을 다녀오면 분명 피곤해서 토요일 못 일어날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남편이 너무 아쉬워 하였다. 얼마 후 도서정가제를 하게 되면 이번이 마지막 창고 세일이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책 좋아하는 남편한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노력 봉사하자 싶은 마음이 생겨 가보자 마음을 먹었다.

 

  토요일, 알람을 맞춰서 제시각에 일어났다. 민음사 패일리 세일은 10시부터 개장하지만 미리 가서 대기 번호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수퍼남매는 집에 있겠다 하여 놔두고 남편과 8시에 출발하여 8시 40분, 민음사 까멜레옹 앞에 도착하였다. 벌써 여러 명이 있었다. 지난 5월에 다녀온 사람이 올린 후기를 보니 8시 40 분 도착하여 대기번호 2번을  받았다 하는데 우린 52번이었다. 도대체 그 사람들은 몇 시에 출발한 것일까. 아마 우리처럼 이번이 도서정가제 때문에 마지막 창고 세일이 되리라는 예상 때문에 일찍 서두른 이가 많았나 보다. 대기자를 위해 차도 마련해 놓은 센스 있는 민음사. 그런 세심함과 배려가 고객을 감동시킨다. 일단 번호표는 받았으니 편의점 가서 삼각 김밥을 사서 옆 기와집 툇마루에 앉아 먹었다. 어느새 물든 잎들이 참 예뻤다. 남매도 함께왔음 좋았을텐데.... 

 

  9시 55분에 대기번호 50번까지  입장시켰다. 패밀리 회원이라는 인증을 하기 위해 손목띠를 채워줬다. 드디어 우리 차례. 남편과 함께 부리나케 3층으로 올라갔다. 난생 처음 출판사 창고에 가봤는데 지혜의 숲보다 높은 창고에 책들이 그득그득 쌓여 있었다. 야외에도 책을 판매하였으나 일단 남편이 갖고 싶어하는 책부터 고르자 싶어 따라갔다. 자기가 원하는 책을 고르고자 열기가 뜨거웠다. 10만원당 한정판 2권 선물이 있고 5만원 이상 사면 택배로 보낼 수 있단다. 남편이 골라 담는 동안, 슬슬 돌아다녀보니 세계 문학 전집이 제일 인기가 높았다. 나도 얼른 <안나 까레니나> 세트를 담았다. 모녀가 온 팀도 있고, 어린 아기를 안고 온 부부도 있고, 연인도 있고, 나이 지긋한 분도 있었다. 수퍼남매도 함께왔음 좋았을 텐데...모두 상자를 가지고 다니며 이 책 저 책 담았다. 여기에 오니 '책 좋아하는 사람이 아직 이렇게 많구나' 싶어 웬지 마음이 뿌듯하였다. 어느새 남편 이마에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두 상자를 택배로 부치고, 비룡소로 내려왔다. 비룡소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네버랜드 클래식 시리즈>였다. 이 시리즈는 매장 오픈하기도 전에 10명 선착순으로 붙임딱지를 줘서 완판되었다. 우린 이 시리즈를 거의 다 가지고 있어서 아쉬울 게 없었다. 딸이 4학년 때,  비룡소 독후감 대회 대상을 받아 상품으로 받았다. 그러면 뭐하나! 남매가 읽어주질 않으니... 몇 권 읽긴 읽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읽겠지. 책꽂이에 꽂아 놓으면 이쁘긴 하다. 딸이 좋아하는 <괴짜 탐정의 사건 노트>를 다 샀다. 그밖에 중학생이 읽을 만한 책을 몇 권 샀고, 아들이 읽을 만한 책도 몇 권 샀다. 70% 세일이라서 여러 권 사도 저렴하였다.

 

  하나 더 대박은 사은품으로 10만원 당 세계문학전집 한정판 2권을 받는다는 것이다. 우린 영수증 합산으로 따지면 6권을 받아야 하는데 아까 2권 밖에 못 받아서 다시 물어봤더니 맞다고 하여 4권을 더 챙겨받았다. 초반에 물량이 부족하여 나중에 채워넣었나 보다. 역시 물어봐야 한다. 이 한정판 원래 가격은 10권 세트 30만원 상당이라고 한다. 북 디자이너들이 직접 디자인한 것이라서 희소가치가 있어 보였다.  3시간 책 쇼핑을 마치고나서야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집에 돌아와서 한숨 자고 일어나 정신 차려 책을 확인하는데 괴짜 탐정 1-2권이 빠져 있는 것이다. 이게 어쩐 일이지? 아까 직원이 2권 뺀 게 9-10권이 아니라 1-2권이었나 보다. 왜 1-2권을 뺐는지 이해가 안 갔다. 게다가 한정판 10권 중에 6권을 손에 쥔 남편은 나머지 4권을 소장하고 싶어서 애처로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것이다. 검색을 해 보니 나도 욕심이 생겼다. 내일 하루 더 가볼까! 나머지 한정판 4권이 있으라는 보장도 없는데....

 

  일요일 아침, 아들이 먼저 눈을 뜨고, 그 다음 남편이 일어났다. " 지금 9시인데...." 이 말은 파주 민음사 패밀리 세일에 가자는 말이었다. " 좋아, 파주에 데려다주는 대신 당신은 오늘부터 1주일 동안 우리들의 노예가 되어야 해. 알았지?" 하며 노예 계약을 하고, 서둘러 준비를 해서 온가족이 파주로 출발하였다. 어제보다 훨씬 사람이 적었다. 대기 번호도 안 받고 그냥 입장했다.  한정판 4권을 손에 쥐기 위해 딸은 1층에서 한정판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고, 남편은 자신이 빠뜨린 책을 골라 담았다. 어제보다 책이 엄청 빠져 있었지만 대신 어제는 다 빠져나갔던 책이 보충된 것도 있었다. 남편이 그토록 원하던 <로마 제국 흥망사>도 구했고 나머지 한정판 4권도 손에 쥐었다. 앗싸!!!  왜 괴짜 탐정 1-2권을 계산에서 제외시켰는지 그 의문도 풀렸다. 2시즌 1-2권이라서 뺀 것이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당연히 1 시즌 1-2권인 줄 알고 골라담은 것이고, 매장 직원은 그건 신간이기 때문에 10% 세일 밖에 안 해 고객을 위해 뺀 것이었다. 1시즌 1-2권은 절판이어서 아쉬운 대로 2시즌 1-2권을 담아왔다.  이것도 동일하게 70% 세일이라고 하였다. 어제 계산하신 분이 잘못 알고 계셨던 게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니 남편 혼자 실컷 구경하라고, 세 모자는 가까운 북 카페에 갔다. 허니 브래드와 레몬차, 커피를 마셨다. 효형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카페인데 분위기가 멋졌다. 주로 예술 관련 책들이 많았다. 남편을 기다리면서 한 권 꺼내 읽었다. <커피 기행>이란 책인데 그 자리에서 딸에게 몇 쪽 읽어줬더니 집중하여 잘 들었다. 남양주에 있다는 커피 박물관 관장이 커피 로드를 따라 가며 쓴 기행문 형식의 책인데 내용이 좋아서 구매했다. 자신이 원하는 책을 다 구매한 남편은 기분이 좋아서 돌아왔다. 6년 동안 파주 출판 단지에 다녔지만 어제와 오늘처럼 책을 많이 산 적은 처음이다. 지금도 집에 책이 많아 넘쳐 나는데 말이다. 이틀 내내 파주에 다녀와서 힘들긴 하지만 사고 싶은 책을 사서 행복해 하는 남편을 보니 나도 기쁘다. 덕분에 어제는 남편과 오랜만에 데이트를 했고, 오늘은 온가족이 짧은 가을 여행을 다녀왔다. 책 구경 마치고,  파주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쇼핑을 했다. 아울렛 둘러보니 명품 가방 하나보다 몇 십 권 책 값이 더 저렴하다. 도서 정가제가 실시되면 오늘처럼 책을 많이 살 수는 없을 듯하다. 누구를 위한 도서정가제인지 모르겠다.

 

 

사은품으로 받은 한정판이다.  이렇게 멋진 케이스를 받진 못했지만 어찌됐건 10권을 다 소장하게 되었다. 푸하하!!!

 

 

 

 

 

 

 

 

 

 

 

 

 

 

 

나를 위한 책

 

 

 

 

 

 

딸을 위한 책

 

 

 

 

 

 

 

 

 

 

 

 

 

 

 

아들을 위한 책

 

 

 

 

 

 

 

남편이 고른 책은 정말 많아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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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7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7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8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9 0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지난 주말에 책베개를 주문했는데 책만 오고 책베개가 안 왔다. ㅠㅠ 이렇게 슬플 수가.... 물량이 모자라나. 오기는 하겠지. 배송이 늦는 알라딘이 아닌데 주말에 주문하면 당일 배송이 안 되고, 화요일에 오는데 이번엔 더 늦게 수요일에 왔다. 아마 주문이 밀려서이겠지.

 

아들은 월요일부터 이제나저제나 목 빠지게 <고양이 학교>오기만을 기다렸다. 어젯밤 책을 받자마자 자리 잡고 책을 펼치더니 1시간 여만에 세계편 1권을 읽었다. 글씨도 마음에 들고, 앞표지 겉표지도 마음에 든단다. 세계편도 재밌다고 하니 다행이다.

 

중딩 딸도 어제는기특하게 책을 손에 들었다. 학원 숙제를 다했단다. 영어 학원 다니는데 숙제가 장난이 아니다.  <14세와 타우타우>는 너를 위해 산 책이라고 하니 읽기 시작하였다. 그림이 많이 들어가 있어 부담이 덜했을 거다. 몇 장 읽더니 " 엄마, 요시오가 사춘기를 심하게 겪네" 한다. 휴대폰 안 하고, 끝까지 읽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 타우타우가 뭐야?" 했더니 " 응 동네에서 왔다갔다 하는 사람 이름이야. " 한다." 이 책은 학교를 비판하는 책이야" 한 마디 덧붙인다.  " 그래?  읽고 독후감 좀 써라." 했더니 순순히 " 알았어" 한다. 마음에 들었나 보다. 한달에 1번 독후감 쓰기로 한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곤 하였는데  이번 달엔 지킬 것 같다. 나도 좋아하는 작가라서 이 책 읽어봐야겠다. 학교를 비판하는 내용이라 하니 더 관심이 간다.

 

두 남매가 침대에 제멋대로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보니 참 이쁘다. 자기한테 맞는 책은 저렇게 빠져들어 읽을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해야지. 솔직히 난 1시간 내내 책 잡고 있지는 못하는데 남매가 나보다 낫다 싶다.

 

2.

지난 목요일, 독서부 아이들이 우리 교실에 들어오더니 " 선생님, 건방이 책 없어요?" 한다. "글쎄, 책이 하도 많아서 어디 꽂아 놨는지 모르겠다. 니가 찾아 봐" 했다. 2년 동안 이 아이를 독서부에서 만났지만 스스로 날 찾아와 책을 찾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교실에 있는 책꽂이를 대충 둘러봤는데 못 찾았나보다. 마침 어떤 아이 한 명이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내용이 정말 궁금해서 서점에서 샀다고 자랑을 하였다. " 선생님, 2권이 나올 것 같아요. " 한다. " 그래, 선생님도 끝을 보니 작가가 2권을 염두에 두고 쓴 것 같더라" 했다. 책을 못 찾은 아이는 그 아이가 책을 빌려주길 바랐지만  " 너는 빌려주기 싫다. 어쩐지 내 책을 찢을 것 같다"는 가슴 아픈 거절의 말을 들었다. 실망했을 아이가 가여워 내가 직접 책꽂이를 살펴봤는데 보였다.

 

책을 건네주니 다른 2명의 아이가 그 아이를 별안간 덮쳐 책 쟁탈전이 벌어졌다. 5학년이라서 여차하면 다치거나 책이 찢어질 것 같았다. 처음 책을 건네받은 아이가 " 선생님이 판결해 주세요" 한다. " 그래? 가위바위보로 2번 먼저 이긴 아이가 이번 시간에 이 책을 읽는 거야" 했다. 가위바위보가 시작되었고, 처음 책을 건네받은 아이는 억울하지만 가위바위보에서 패해 다른 아이에게 책이 넘어갔다. 솔직히 그 아이가 나에게 책을 물어봤고, 건네받은 장본인인데 친구들이 덮치자 자기가 먼저 읽어야한다고 끝까지 주장을 하지 못했다. 마음이 여린 탓이겠지. 지지난 번에 독서부 전체에게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한 꼭지를 읽어준 것밖에 없는데 그 후로 우리 교실만 오면 이 책을 서로 읽겠다고 야단법석을 한다. 급기야 뒷내용이 궁금해 책을 산 아이도 있고 말이다. 평소에는 책과 친하지 않은 5학년 남자 아이들이 이 책을 읽기 위해 쟁탈전을 하는 걸 보고, 느낀 바가 많다.

 

 

3.

수퍼남매와 독서부 아이들을 보면서, 아침독서운동 한상수 이사장인 한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 책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 " 다만 어려서부터 책 문화에서 자랐느냐 자라지 못했느냐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 문구를 처음 읽었을 때 전율이 느껴졌다. ' 그래, 바로 이거였구나' 싶었다. 어려서부터 책 문화에 묻혀 자랐느냐 그렇지 못했느냐가 책 읽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로 나뉘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이 말은 가정에서 벌어진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결국 공교육이나 사회 기관이 담당해야 함을 일깨워 주는 것이기도 하였다.

 

첫째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하려면, 어린이책 작가가 재미와 감동을 전해주는 좋은 책을 써야 한다. 잘 쓰면 독서부 아이처럼 스스로 책을 찾게 된다.  책과 별로 친하지 않은 아이가 스스로 책을 찾을 수 있을만큼 잘 쓰는 게 작가의 몫인 듯하다. 독서부 아이 한 명이 무슨 책을 읽을지 몰라 두리번거리길래 <고양이 학교>를 추천해줬다. 40분 동안 다 읽지 못하자 " 빌려갈 수 있어요?" 묻는다. " 이거 선생님 아들 책이라서 꼭 반납해야 돼, 안 그러면 선생님 아들한테 혼 나" 하며 빌려줬다. 두 책을 쓴 작가가 그만큼 잘 썼다는 반증일 것이다. 우리 반 아이들도 요즘 <가부와 메이>를 읽어주자 도서실에서 이 시리즈를 빌리기 시작하였다. 결국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되는 첫째 번 비결은 작가가 좋은 책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좋은 책을 소개해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작가가 좋은 책을 썼어도 책과 친하지 않은 아이는 도서실에 오지도 서점에 가지도 않는다. 좋은 책을 접할 기회가 없다. 그러니 누군가가 그 책을 소개해줘야 한다.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부모와 교사다. 부모와 교사는 " 왜 너는 책을 안 읽니? 책을 싫어하니? " 타박하기 전에 그 아이에게 좋은 책을 접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책 읽어주기이다.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은 진실이다. 그 힘을 직접 체험해 본 사람이기에 난, 부모라면 자녀에게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해야 하는 게 매일 책 읽어주기를 실천하고 지속적으로 좋은 책을 소개하고, 구매해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아이가 책을 좋아하길 바란다면 말이다. 

 

 

 

 

 

 

 

 

 

 

 

 

 

 

 

 

 

 

 

 

 

 

 

 

 

 

 

 

 

요즘 아이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걱정을 많이 한다. 아이 뿐 아니라 어른도 참 책을 안 읽는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수퍼남매, 우리 반 아이들, 독서부를 보면서 자그마한 희망을 본다. 어린이책 작가들이 재밌고 감동적인 책을 꾸준히 쓰고, 부모와 교사가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좋은 책을 소개해주면 책을 거부할 아이는 없을 듯하다.

 

또 하나, 아이가 책을 읽을 시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아침독서든 잠 자기 전이든 매일 꾸준히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해줘야 한다. 학교 숙제, 학원 투어, 학원 숙제, 게다가 스마트폰,TV시청 까지 하면 책 읽을 시간은 없다.  요즘 듣는 원격 연수에서 창의성은 책상 머리에 앉아 머리를 쥐어짜서 나오는 게 아니란다. 여가 시간에 여가를 즐기다가 번뜩이는 창의성이 나온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 그래, 맞아. 그래서 한국의 아이가 창의성이 없는 거구나.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살면서 여가를 즐길 마음의 여유와 시간의 여유가 없는 아이에게서 어떻게 창의성이 나오겠는가' 그 말이 옳았다. 아이에게 여가를 허락하는 것부터 어른이 해야 할 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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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10-26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좋은 책을 소개해주는 어른들이 많을수록 책을 읽고 책 좋아하는 아이들도 많아지리라 믿어요.

수퍼남매맘 2014-10-26 21:33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이세요.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어른이 지금보다 많아져야겠죠.

sijifs 2014-10-26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렷을 때 책을 좋아해도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시험 잘 보는 법만 가르치고 대학교에서 학점과 스펙만들기만 가르친다면 말짱도루묵인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퍼남매맘 2014-10-26 21:34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이에요. 딸의 경우를 보니, 중학교 올라가고부터는 절대적으로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네요. 그래서 아침독서가 더 절실히 필요한 것 같아요. 아침시간만이라도 조용히 책 읽을 시간을 학교에서 확보해줬음 좋겠어요.

2014-10-27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7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4-10-27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안 읽는 부모가 문제예요. 부모가 책을 읽으면 아이도 따라서 책을 읽을텐데요.....
책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에 공감합니다.
요즘 집에 있는 TV를 치울까말까 고민중입니다^^

수퍼남매맘 2014-10-27 18:52   좋아요 0 | URL
저희 부부는 TV를 포기 못하겠어요.
요즘 ˝ 미생˝이 정말 재미있어서요.

책 읽는 부모 밑에서 책 읽는 아이가 자라는 거겠죠.
 

2학기 들어 반 아이들이 티격태격 잘 다툰다. 책 읽는 아이들인데 왜 서로 상처 주는 말을 주고 받을까. 어제 체육관에서만 해도 2명의 아이가 친구의 말 때문에 마음이 아파 울었다. 어떻게 하면 친구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남은 기간 동안 사이좋게 지내게 할까 궁리 끝에 <가부와 메이>이야기를 읽어줘야겠다 싶었다. 어떤 경우는 나의 잔소리 100번 보다 한 권의 책이 아이 마음을 쿵 울릴 수 있으니깐. 작년 아이들에게는 1~6권까지 모두 읽어줬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일단 시작했다. (7권은 근래 들어 나왔다.)요즘 학부모 상담에다 운동회, 산행 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 때문에 몸이 많이 피곤하고 목 상태도 별로지만 아이들이 서로 상처주는 말을 주고 받는 것을 계속 지켜보는 게 더 힘들다.

 

아들 몰래 집에서 책을 가져왔다. 아들 몫으로 사 준 책이라서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귀찮아서 슬쩍 가져왔다. 들키는 날엔 아들 잔소리를 들어야한다. 듣는 태도가 좋으면 6권까지 읽어주고 아니면 1권이 끝이라고 미리 경고를 했다. 그제도 책을 읽어주는데 태도가 너무 안 좋아 경고 3번이 누적되어 책을 덮고 말았다. 아이들도 10월 내내 행사가 많아서 들뜬 분위기라서 그럴 게다. 이제 내일 현장 체험 학습만 끝나면 커다란 행사는 다 끝나서 지금보다 훨씬 안정된 학습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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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3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4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이의 무덤
노사카 아키유키 지음, 서혜영 옮김, 타카하타 이사오 그림 / 다우출판사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1939년. 세계역사에 남을 전쟁이 일어난다. 바로 제 2차 세계대전이다. 이 세계대전에서 총 5,480만 명이 죽었다. 정말 어마어마한 사람이 죽어나갔다. '반딧불이의 무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의 잔인한 현실을 일본 서민의 눈으로 묘사한 책이다.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며, 얼마나 잔인한 지 슬픈 이야기로 그 진실을 알려주고 있다.


중학교 3학년인 세이타는 동생 세츠코와 어머니랑 살고 있었다. 어느 평범한 아침, 적군에 의한 공습이 시작되고 세이타는 어머니를 방공호로 대피시킨 후 동생과 함께 피난했다. 하지만 공습에 의해 세이타의 어머니가 계신 방공호가 불타버리고 방공호에 있던 사람들과 근처 마을의 피난민들은 모두 초등학교로 모인다. 세이타와 세츠코도 어머니를 보기위해 초등학교로 모인다. 하지만 어머니는 온 몸에 붕대를 둘둘 감은 채 끔찍한 모습으로 간신히 숨만 내쉬고 있었다. 결국 어머니는 다음 날 아침 돌아가시고, 세이타는 세츠코를 한동안 신세를 질 친척집에 먼저 보낸 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다. 그리고 화장을 한 후 나온 어머니의 하얀 뼈를 나무상자에 담아 주었는데 그것을 보고도 울지 않는 세이타가 참 대단했다. 어린 동생을 맡아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인지 모르지만 나는 절대로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사람들 시체가 너무 많아서 버스에 거적으로 둘둘 말아 산더미처럼 실고 함께 태워버렸다. 세이타는 어머니의 뼛가루를 들고 친척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세츠코한테는 어머니가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입원했다고 거짓말한다. 계속 엄마가 보고 싶다는 세츠코도 안타깝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세이타도 불쌍했다. 그렇게 불쌍한 아이들인데도 친척집 아줌마는 너무 모질게 대했다. 처음에는 친절한 척 하더니 나중에는 아예 대놓고 너희는 밥만 긁어 먹고 일도 안하면서 그러고 있냐고 막 짜증을 낸다. 물론 그 집 사정도 어려운 것은 알지만 그래도 그 집에 있는 흰쌀밥은 세이타 어머니의 유품인 기모노를 팔아서 마련한 것인데 그렇게 욕을 하다니 내가 보기에는 좀 너무했다. 친척집에서 눈칫밥을 먹다가 도저히 못 참겠다 하며 집을 나와 강둑에 있는 굴에서 살게 된다. 하지만 결국 세츠코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곧이어 세이타도 지하철역의 기둥에 기대어 "오늘이 며칠이지, 며칠일까……."하며 죽는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전쟁을 보고, 듣고, 겪어왔다. 작은 전쟁부터 큰 전쟁까지 인류의 역사에는 무수히 많은 전쟁이 기록되어 있다. 그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고, 생태계가 파괴되었다. 그리고 폭탄이나 총에 맞아 팔다리가 잘려나간 채로 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전쟁은 지금까지 계속 되고 있다. 초록우산이나 굿네이버스 같은 곳에서 방송하는 전쟁고아에 대한 영상을 보면 정말 가슴 아픈 소식이 많다. 아직도 세이타와 세츠코처럼 죽어가고 고아가 되는 아이들이 너무 많은데 그런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다니 정말 슬프다. 전쟁을 하면 자신의 나라 국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국민도 모두 똑같이 피해를 본다. 그런데 종교 문제나 영토 문제 그런 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으면서까지 꼭 전쟁을 해야 하나 싶다. 전쟁을 하면 가장 득이 되는 사람은 바로 무기를 파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 말고는 아무런 득이 되는 것이 없다. 우리나라도 지금 전쟁의 위험에 놓여있다. 같은 민족끼리 서로 싸우고 죽이고 했던 것이 참 씁쓸하다. 정말 이런 전쟁의 위험에 놓여 있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불안하다. 우리는 휴전 중이어도 이렇게 아슬아슬 하고 두려운데 진짜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의 아이들은 어떨까? 세이타와 세츠코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마 행복하게 지냈던 옛날이 무척 그리울 것이다.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사람들 마음속에 와 닿아서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게 해야 한다.


"쇼와 28년, 9월 21일 나는 죽었다."

반딧불이의 묘의 첫 소절이다. 문장에서 묻어나는 쓸쓸함과 왠지 모를 편안함도 느껴진다. 제 2차 세계대전 때 죽은 많은 사람들…….우리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전쟁 때문에 힘들게 살고 있을 사람들에게 반딧불이의 빛처럼 희미한 희망을 찾아내주어야 한다. 그래서 다시 일어 설 수 있도록, 또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에게는 왜 전쟁이 나쁜지 알려줘야 한다. 다시는 무고한 생명이 죽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1딸이 쓴 리뷰를 그대로 옮깁니다. 저도 이 책과 영화를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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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2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3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