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휴 때, 가족과 나들이 삼아 파주 북소리 잔치에 다녀왔다. 휴일이라 온 가족 늦잠을 자는 바람에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출발하였다. 어린이책에 관심을 갖고나서 봄, 가을에 파주로 들락날락거린 게 6년이다. 입구부터 차가 막힌 것은 처음이었다. 가족 모두 의아해했다. " 교보문고에서 창고 대방출을 한다 해서 이렇게 밀리나" 싶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니 교보문고 앞에서 4시간 기다려서 겨우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올라와있었다. 최대 90%할인이라는 말에 사람이 많이 몰렸나 보다. 하여튼 우리가 가 본 중에 최고로 차가 많았다. 입구에서 30분 정도 정체한 후 겨우 주차를 하였다.
교보문고는 어디 있는지 몰라서 항상 다니던 데부터 갔다. 차가 많았던 것에 비하면 체험 부스와 사람 수는 적었다. 첫 해 파주 어린이책 잔치에서 봤던 왁자지껄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도대체 그 많은 차에 탔던 사람은 어디 있는 걸까. 홍대에서도 와우 북 페스티벌을 하고 있어서인지 파주에서는 행사를 하지 않는 출판사도 여럿 있었다. 아들과 <고양이 학교>시리즈를 사려고 문학동네를 찾아갔다가 낭패를 봤다. 가판대에 내놓은 책 종류가 너무 적고, 우리가 사려고 한 책이 없어서 아들이 너무 실망하였다. 창비도 행사를 하지 않아 서운했다. 나처럼 어린이책 사려고 온 사람은 적잖이 실망했을 듯하다.
이번에는 기필코 "푸른숲" 출판사에 가야지 다짐하여 다리품을 팔아서 겨우 갔건만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진짜 인연이 없나보다. 푸른숲은 홍대에서 행사를 하나보다. 남편은 이럴 줄 알았으면 홍대에 갈 걸 하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파주 북소리 행사 자체가 너무 썰렁하였다. 6년 내내 다녀본 사람으로서 걱정스러웠다. ' 이 정도로 출판계가 얼어붙었나!' 하는 걱정이 생겼다.
그나마 시공사에 가서 그림책과 동화책을 몇 권 샀다. 파주에 가서 이렇게 책을 적게 산 것 또한 처음이다. 여러모로 처음이 많은 나들이였다. 늦게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남아 "까사이마 아울렛"에 들러 구경을 하였다. 전에는 책 구경하고, 사는데도 시간이 모자랐는데 말이다.
6시 폐장하여 집으로 향하는데 처음 본 한우 직판장이 보여 차를 멈추고 들어갔다. 봄에 평창 직판장에서 고기를 직접 골라 음식점에서 구워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여기도 그런 곳인 줄 알고 들어왔는데 메뉴판을 보니 아니어서 그냥 등심, 안심, 채끝 1인분씩을 시켜먹었다. 비싸긴 하였지만 이왕 왔는데 나갈 수는 없고,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해서 눌러 앉았다. 고기가 살살 녹았다. 내 기억상 최고로 맛있었다. 평창 한우보다 더더더.
맛있게 다 먹었는데 남편이 다른 사람들이 옆 출구로 드나드는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따라가봤다. 알고보니 여기도 평창처럼 직판장에서 고기를 사와 음식점에서 구워 먹어도 되는 곳이었다. 그게 더 저렴하였다.우린 그런 줄도 모르고 가장 비싼 한우를 시켜 먹은 게다. 그 사실을 알고나서 남편의 얼굴이 완전 구겨졌다. 자기 말대로 직판장 입구로 들어갔으면 저렴하게 먹었을 텐데 내 말대로 음식점 입구로 들어와서 비싼 고기 먹었다고 불만을 토로하였다. 우리에게 메뉴판을 갖다주면서 직판장에서 살 수 있음을 안내 안 한 판매원 잘못도 있고, 지레짐작하고 메뉴판에 있는 걸 주문한 내 잘못도 있다. 그래도 맛있게 먹었으면 됐지 그걸 가지고 몇 시간째 투덜투덜대는 남편을 보니 내 맘도 답답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파주 북소리가 썰렁해서 기분이 조금 우울하였는데 고기 맛있게 잘 먹고나서 남편의 타박을 몇 시간 동안 들으니 더 심란해졌다. 잔소리 듣기 귀찮아서 다음에는 남편 하자는대로 해야겠다. 남자들은 나이 먹으면 왜 그리 잔소리가 많아지는지 모르겠다. 여성 호르몬이 많아져서 그렇다지. 쳇!!! 내년에는 홍대 와우 북 페스티벌에 가야겠다. 다녀온 사람들 후기를 보니 그 쪽이 더 나았던 듯 싶다. 홍대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는데 젊음의 거리 홍대로 진출 좀 해봐야지. ㅎㅎㅎ
시공사에서 건져온 책들이다. 그림책 3권과 동화책 3권이다. 고작 6권이라니...
시공주니어 그림책은 전에 208권이 당첨되어 시리즈를 안 모을 수가 없다. 파주에 올 때마다 시공사에 들러 새로나온 시리즈를 구매하고 있는 중이다. <생명의 나무>는 라가치상을 받았고, 글밥도 장난이 아니게 많아서 아직 읽고 있는 중이다. 역시 피터 시스 그림은 참 독특하고, 내용도 깊이가 느껴진다. 그림책이라고 무시하고 펼쳤다간 큰 코 다친다.
고정욱 작가 책인데 나중에 " 장애 이해 교육" 할 때 필요할 듯하여 구매하였다.
제목이 선정적(?)이라서 구매한 게 아니라 박상률 작가 이름이 눈에 띄어 얼른 골랐다. 아들 먼저 읽히려고 샀는데 아들이 요즘 <고양이 학교>에 푹 빠져 있어서 그것 다 읽은 후에 권해 보려고 한다.
우리 반은 매달 짝을 바꾼다. " 얘들아, 짝 바꿀 거야" 하면 " 와!!" 우렁찬 함성이 터져 나온다. 제비를 뽑아 자리와 짝을 정하는데 어떤 짝이 되느냐에 따라 아이의 반응이 사뭇 달라진다. 내가 좋아하는 <건방진 도도군>을 쓴 강정연 작가는 짝 바꾸는 날을 어떻게 그려냈을까 궁금해서 골랐다.
이번에 못 사 온 책들은 내년 5월 어린이책잔치에 가서 사와야겠다. 어린이책은 그때가 더 풍성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