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은 너무 힘들다.

요즘은 더 그렇다.

온이가 계속 새벽에 밥 달라고 울어서 잠을 깨곤한다.

갓난 아기 키우는 거랑 똑같다.

푹 잠을 못 자니 피로가 누적된다.

게다가 목요일은 격주로 동아리 활동이 있어서 6교시까지 수업을 해야 한다.

동아리가 있는 날은 심리적으로 더 힘들다.

지난 번에는 독서부 아이들이 교실에서 폭력 행사까지 하여 책을 덮고, 일장 훈계를 늘어놨다.

그 덕분인지 아님 내가 너무 불쌍해서인지

오늘 동아리 시간에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줬다.

폭력을 주고받던 두 아이가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기까지 해줬다.

마지막 갈 때는

말 잘 듣지 않았냐면서 나에게 사탕을 요구해온다. 헐~~

당연히 폭력을 해서는 안 되고, 독서부에 와서 책을 읽는 것이 마땅한 일인데 말이다.

어처구니 없었지만 다음에는 사탕을 준비해 놓겠다고 했다.

 

동아리 시간에 편두통이 와서 가벼운 그림책을 한 권 골랐다.

교실에 내내 있었던 모양인데 한번도 내 레이다에 들어오지 않더니 오늘 불쑥 제목이 클로즈업되었다.

<글짓기 시간>이라는 그림책이다.

요즘 읽고 있는 <고종석의 문장>과 비슷해서 골랐는데

내용과 주제가 전혀 달랐다.

오히려 그게 더 좋았다.

 

축구를 좋아하는 소년은 생일 선물로 고무 축구공을 받아 적잖이 실망한다.

가죽 축구공을 원했기 때문이다.

또래보다 키는 작지만 몸이 날래 축구를 잘하는 소년은 언젠가는 진짜 축구공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어느 날, 친구 아버지가 "반독재"를 찬성하였다는 이유로 군인들에게 잡혀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10살 소년은 그런 이유로 군인들이 아저씨를 잡아가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것 뿐이 아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함께 군인이 교실에 들어오더니 갑자기 글짓기를 하라고 한다.

글짓기 내용은 다름 아니라

밤에 부모님이 하시는 일을 자세히 쓰는 거란다.

이건 또 뭐야?

 

그렇다.

독재 정권은 아이의 글짓기를 통해 반독재에 찬성하는 부모를 색출하고자 하였다.

이들의 음흉한 의도를 모르는 아이는 글짓기를 잘하면 원하는 상품을 준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글짓기 장원을 하면 진짜 축구공을 갖게 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아이는 생각한다. 요즘 부모님이 밤마다 뭐 하시지?

주인공의 부모님은 밤마다 "반독재"를 외치는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심지어 엄마는 울기까지 했다.

이걸 솔직하게 다 써? 말어?

 

나의 예상과는 완전 다르게

<글짓기 시간>은 독재 정권 하에 벌어지는 일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소년이 사실대로 쓸 것인지 아님 거짓말로 쓸 것인지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사실대로 쓰면 부모가 잡혀갈 것이요

거짓말로 쓰면 축구공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소년은 어떤 선택을 할까?

겉표지를 보라.

총을 든 네 명의 군인 앞에서 자신이 쓴 글을 읽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 너무 애처롭다.

 

칠레처럼 한국도 독재를 경험한 나라이다.

독재 아래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살벌한 일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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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6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26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주 반가운 소식 하나를 전합니다.

가까운 곳에서 북 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합니다.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께서 쪽지를 통해 알려주셔서 저는 이 곳에 홍보를 합니다.

자칭 홍보대사. ㅋㅋㅋ

백발이 멋진 송 언 작가도 온다고 하니 저도 수퍼남매 데리고 산책 삼아 다녀오려고 합니다.

 

하나 더 알려드릴게요.

출판 도시 파주에서 파주 북소리 잔치를 합니다.

이 곳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로 책 잔치를 합니다.

지난 봄에는 세월호 사건 때문에 행사가 연기되다가 대폭 축소하여 진행되었죠.

가을에는 계획대로 추진하나 봅니다.

마침 황금 연휴가 시작되는 주일이죠.

 

가을 바람도 쐴 겸 저렴하게 책도 장만할 겸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가도 좋을 듯합니다.

<지혜의 숲>도서관도 아주 멋집니다.

천장까지 닿은 서가를 배경으로 사진 한 짱 찍어도 좋습니다.

 

http://www.pajubooksori.org/2014/sub2/sub2_1.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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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9-25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봉구 북페스티벌.....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한다니 뜻깊군요^^
저도 파주 북소리 잔치 다녀온적이 있는데 가볼만 하죠~~~
헤이리 마을도 가고 싶네요.
우리 충북도서관북페스티벌도 내일하고 모레 한답니다.

수퍼남매맘 2014-09-25 19:08   좋아요 0 | URL
충북도서관북페스티벌도 응원합니다.
바야흐로 책 읽기 좋은 계절인데 요즘은 진도가 잘 안 나가지네요.
좀더 열심을 내야 할 듯 싶어요.

2014-09-26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26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나나가 뭐예유?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8
김기정 지음, 남은미 그림 / 시공주니어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바나나가 가장 귀하고 비싼 과일이었던 시절이 있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만 해도 그랬다.

소풍 갈 때, 바나나를 싸 온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 앞으로 우르르 몰려갔을 정도였다.

그 때만 해도 바나나가 이렇게 싸고 지천에 깔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아주 오래 전 이야기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아이였을 때 정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이 아홉 겹으로 둘러싸인 곳에 사는 지오 마을 사람들은 바나나가 뭔지 조차 모르고 살았다.

말끝마다 ~~유를 붙이는 지오 마을 사람들은 가끔씩

저 산꼭대기에서 굴러오는 수박 때문에 몸을 피해야 했다.

수박이 어찌나 큰지 굴러오는 수박을 피하지 못했다가 큰 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박 굴러가유~~ 얼른 비키시유~~

이런 말이 메아리치면 지오 마을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몸을 날려야했다.

수박 뿐 아니라

참외도 어지간히 커서 아이들이 참외 속에 쏘옥 들어가서 참외를 파먹곤 하였다.

지오 마을 수박과 참외는 꿀보다 더 달았다고 한다.

내가 듣기론 지상 낙원 같아 보였다.

 

어느 날, 서울에 갔던 마을 청년 한 사람이 지오 마을로 돌아온다.

지오 마을 사람들은 앞 다투어 그 청년에게 집 채 만한 수박, 아이들 머리통보다 큰 참외가 달다며 자랑하는데

서울 갔다 온 청년은

" 제일 맛있는 것은 바나나예요"라고 서울 말씨로 말한다.

지오 마을사람들은 바나나란 말에

" 바나나가 뭐예유?" 궁금해하지만 좀처럼 맛 볼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 때부터 지오 마을 사람들의 바나나 앓이가 시작된다.

 

본 적도 없고, 먹어 본 적도 없는 그 바나나 한 번 먹어봤음 소원이 없겄는디~~

지오 마을 사람들은 바나나 한 번 먹어봤음 하는 소원을 간직한 채 한 세대가 흘러간다.

어느 날, 지오 마을 앞으로 고속도로가 뚫리고 세상이 변하기 시작하였다.

바퀴 달린 것이 붕붕 소리를 내며 달리기 시작하던 그 때쯤

상자를 가득 실은 트럭 한 대가 뒤집힌 사건이 발생한다.

지오 마을 사람들은 사고가 난 그 지점에 모여들고,

상자 안에서 삐져 나온 것이 바로 그 " 바나나"란 것을 알게된다.

아무도 보는 이 없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그토록 먹고 싶어하던 그 바나나가 눈앞에 뒹굴고 있는 게다.

구구장 할아버지부터 용기를 내어 바나나를 가져 가기 시작한다.

처음에 하나만 가져갔다면

다음 사람은 한 송이, 그 다음 사람은 점점 대담해져 3-4송이씩 상자에서 꺼내 집으로 가져간다.

 

소박하고 순수하던 지오 마을 사람들이 "바나나"를 본 순간, 뭐에 홀린 것처럼 바나나를 모두 가져간다.

바나나를 싣고 가던 트럭이 전복된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이

지오 마을 사람들을 의심하고 경찰서에 불러 조사를 하게 된다.

마을 사람들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바나나 도둑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일단락된다.

마을 사람들이 가져간 바나나는 어떻게 되었냐고?

궁금하면 직접 확인해 보길.

 

책에서는 바나나를 예로 들었지만

보지도 듣지고 못한 것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가져 본 적이 누구나 한 번 쯤 있을 테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국가적으로 그렇다.

내가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남이 가진 것만을 부러워하고 숭배한 적이 분명 있을 테다.

지오 사람들은 집채만한 커다란 수박과 꿀보다 더 달콤한 참외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다녀온 청년이 바나나를 말한 이후로 오직 바나나만을 숭상하기 시작한다.

누가 지오 사람들을 비웃을 수 있겠는가!

나 또한 그런 어리석음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고

한국 또한 그런 과오를 범하고 있는데 말이다.

지오 사람들이 바나나 앓이를 시작한 이후,

수박과 참외가 작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 책의 주제와 연관이 있다.

내가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무조건 남이 가진 것만을 부러워하고 숭배하기 시작할 때

결국 내가 가진 것조차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이다.

 

이번 유럽 여행에서 유럽이 가장 부러웠던 것은 자신이 살아온 흔적과 역사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점이었다.

파리, 로마, 피렌체, 하이델베르크 등.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도시들이지만 현대적인 모습보다는 중세,고대의 모습 그대로였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시는 그 모습을 보존한 채로 도시 개발을 한 덕분이다.

파리도 구시가지는 그대로 놔둔 채, 신시가지는 멀찍이 떨어져 개발을 하였다고 한다.

하여 그 곳 시민은 여러 가지가 불편하지만 그런 것들을 감수하고 살고 있었고

옛것을 그대로 보존한 덕분에 어마어마한 관광비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600년 도읍지였던 서울은 어떠한가!

궁궐을 제외하고는 높은 빌딩과 화려한 네온 사인 때문에 옛 도읍지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높은 빌딩과 화려한 네온 사인을 보러 한국에 비행기 타고 오지는 않을 듯하다.

그런 것들은 다른 곳에 가서도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서울만의 특화된 것이 있어야 지구 반대편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는데

과연 서울은 그런 것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는 지오 마을 사람들처럼 너무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고,

도시를 난개발한 덕분에 귀중한 관광 자원 또한 잃어버렸다.

베네치아가 일 년에 오천만 관광객이 오는 것에 비해

한국은 일 년에 천만 관광객이 온다고 한다.

이 어마어마한 차이는 바로 옛것을 잘 보존하였느냐 안 하였느냐 하는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자기 것을 얼마나 귀히 여겼느냐 그렇지 않았느냐 하는 차이인 셈이다.

 

한옥 마을을 만들 게 아니라

한옥을 잘 보존했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게 하려면

우리가 가진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부터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도 얼마나 자랑할 만한 것들이 많던가!

한복도 그렇고, 김치도 그렇고, 굽이굽이 흐르는 강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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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4-09-24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키득거리고 읽었던 책인지 몰라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읽어주기는 반응이 그렇게 뜨겁지 않았어요.

수퍼남매맘 2014-09-24 20:52   좋아요 0 | URL
아이들에게는 바나나가 더 이상 신기하지도 귀한 과일도 아니라서 공감하는 부분이 적을 듯해요.
 

지난 추석 때, 2박 3일로 시댁에 다녀왔다.

고양이 온이는 무사히 잘 있었는데 그만 장수풍뎅이가 싸늘하게 죽어 있었다.

장수풍뎅이의 죽음을 안 아들은 대성통곡을 하였다.

 

자신의 친구이자 장난감이었던 장수풍뎅이의 죽음을 알리 없는 온이는

2박 3일 닫혀 있던 문이 열리자 눈치코치 없이 얼른 장수풍뎅이 집으로 달려갔다.

장수풍뎅이의 시체를 만지려고 난리를 치자

아들은 그런 온이가 미워서

" 저리 가!" 라고 소리 질렀다.

" 너 때문에 죽었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지난 번 온이가 장수풍뎅이를 발로 누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둘 다 자기가 데려온 동물이지만

그 때만큼은 장수풍뎅이가 더 소중한가 보다.

 

" 한 번 날지도 못했는데... 사진도 찍어 주지 못했는데....." 아들의 넋두리다.

그러고 보니 장수풍뎅이 사진이 한 장도 없다.

그동안 우리가 참 무심했구나 싶었다.

 

"우리가 잘 묻어주자." 약속했다.

온식구가 묻어주기로 했지만 아빠와 누나는 배신을 하고,

나와 아들만 장례식에 참여했다.

학교에 오며가며 볼 수 있도록 화단에 묻어줬다.

지금 이 페이퍼를 쓰는 이유도

장수풍뎅이가 우리 집에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나중에 온이가 죽게 되면 우리 가족은 어쩌지 싶었다.

그 때는 나도 너무 슬플 것 같다.

아들처럼 후회하지 않도록

온이의 이쁜 모습, 귀여운 모습, 많이 남겨놔야겠다.

반려동물에게도

"있을 때 잘해"란 말이 맞는 듯하다.

 

지금 온이는

이불 포장했던 비닐 안에 들어갔다 나갔다 저 혼자 난리를 치고 있다.

아까는 방 청소를 하는데

청소하는 것을 옆에서 내내 지켜보는 것이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데도 방에서 나가지도 않고 앉았다 드러누웠다 하면서 말이다.

매번 청소할 때마다 그러는 걸로 봐서 온이는 청소를 좋아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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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4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24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는 분의 부탁으로 잡지에 처음으로 서평을 기고하게 되었다.

유럽 여행 가기 전에 부랴부랴 써서 메일로 보냈는데 담당자로부터 몇 가지 수정, 보완을 해주십사는 연락을 받았다.

난감했다.

서평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다.

그냥 나 좋아서 알라딘 서재에 심심풀이 삼아 리뷰를 쓴 게 전부이다.

알라딘에 리뷰 쓰듯이 편하게 썼는데 담당자가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서평을 원했던 것이다.

 

담당자의 요구에 어떻게 부합할까 고민스러웠다.

먼저 전문 서평가들의 서평을 다시 찾아 읽어봤다.

원고를 부탁한 잡지의 과월호도 꼼꼼히 살펴봤다.

약간 감이 잡히긴 하였지만 한 번 퇴짜를 맞아놓고 보니 많이 위축되었다.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 하니 어찌어찌 수정해서 메일로 보냈다.

유럽 여행 가기 하루 전이었다.

이번에도 담당자 마음에 안 들면 안 실리면 그만이지 싶었다.

마음을 비웠다.

어찌 되었건 좋은 경험을 했다 싶었다.

서평을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오기도 조금 생겼다.

리뷰와 서평은 많이 달랐다.

내가 리뷰대회에서는 1등한 적도 있는데 말이다. ㅎㅎㅎ(깨알 같은 자랑)

 

어제 택배가 도착했다.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가을호이다.

거기 내 서평이 실려 있었다.

독서신문에 짧게 원고가 실린 적은 있지만, 이렇게 내 이름 걸고 서평이 실린 것은 처음이다.

가보로 놔둬야겠다.

 

바로 이 책에 대한 서평이다.

 

 

 

 

 

 

 

<아이의 거짓말은 성장통이다.>

  제19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인『양들을 부탁해』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양치기 소년』과 『빨간 모자』 이야기를 조합하여 새롭게 만든 그림책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두려움이라는 주제 아래 봉합되어 있다.

늑대의 소행으로 양이 하나둘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고 소년의 아버지는 소년에게 양을 맡기고 늑대를 사냥하러 숲으로 떠난다. 홀로 양을 돌보던 소년은 갑자기 나타난 그림자 때문에 늑대가 나타난 줄 알고 "늑대다!" 소리치며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어른들이 서둘러 와보니 늑대는 없었고 어른들은 소년에게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하면서 돌아간다. 우리에게 익숙한 『양치기 소년』이야기 그대로다. 사실 이 책의 이야기는 그리 새로울 것이 못된다.

  후반의 『빨간 모자』도 알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소년의 내면으로 보다 깊이 들어가 왜 그런 거짓말을 했던가를 보여준다. 그것이 이 이야기를 새롭게 만든다.

결국 『양들을 부탁해』는 아이들이 어째서 거짓말을 하게 되는가와 어떻게 거짓말을 낳는 두려움을 이길 것인가를 말하는 책이다. 그런 점에서 소년의 변화가 눈에 띈다. 이야기에서 소년은 두려움에 대하여 크게 다른 두 가지 태도를 보여준다. 처음 소년은 그저 두려움을 피하려고만 한다. 자신은 이길 수 없으리라 생각하고 힘센 어른들이 자기 대신 그 두려움을 없애주길 바란 것이다.

거짓말은 두려움을 없애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거짓말은 두려움을 지우지 못한다. 오히려 소년을 더욱 고립시켜 버린다.

  소년이 꼭 안아주었던 혼자서 벌벌 떨고 있는 새끼양은 소년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철저히 외톨이가 되자 비로소 소년은 자기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두려움을 이겨 늑대와 당당히 맞서기로 한 것이다.

  소년의 태도 변화에 따라 숲의 모습도 변한다는 게 이채롭다. 소년이 두려움에 빠져있을 때는 온통 검정색이던 숲이 용기를 가지고 맞서려 하자 서서히 초록빛을 되찾아 간다. 어두운 숲은 소년을 짓누르는 실체 없는 공포를 뜻하고 초록빛 숲은 두려움을 피하지 않는다면 무서울 게 없음을 말해준다.

이와 함께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소년이 빨간 모자 소녀를 구하기 위해 늑대와 맞서 싸우려 할 때다. 묘사가 특이하다.

  소년이 실제 방아쇠를 당기는 게 아니라 맨손으로 총 쏘는 시늉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모두 소년의 상상임을 일러주는데 그러고 보면 유독 늑대가 나타날 때마다 그림이 거칠어지는 것도 그 모든 게 실은 소년이 한 상상임을 나타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책은 두려움은 실제보다 더 과장된 것이며 두려움을 야기하는 것도, 극복하는 것도 모두 자기의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림을 통해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림이 몽환적이어서 아이들이 조금 어렵게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마지막 부분의 내용도 살짝 아쉽다. 전반부에서 늑대 사냥을 떠난 소년의 아버지가 양들을 데려온다는 내용이 얼른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아이의 거짓말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어리고 약하면 그만큼 두려움도 많이 드는 법이니까. 아이에게 거짓말이란 하나의 성장통과도 같다.

  성장통은 어른이 헤아려주어야 할 대상이다.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무작정 혼내기 보다는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지 헤아려 보는 게 먼저라는 의미다. 아이의 두려움을 이해하고 아이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보다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싶다.

  이 그림책은 아이와 소통을 위해서 아이 마음을 헤아려 주는 어른의 지혜, 두려움에 맞서는 아이의 용기를 말하고 있다. 아이가 자라는 것이 어떤 것이라고 단정한 수는 없으나 두려움과 맞서는 마음도 아이 마음을 한 뼘쯤 자라게 하는 큰 힘이라는 비밀을 은근히 말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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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0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23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4-09-21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서평이 실린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가을호가 궁금하네요.^^

수퍼남매맘 2014-09-23 21:51   좋아요 0 | URL
맨 마지막으로 서평이 실렸더라구요.
한 뼘 더 자란 느낌이에요.

2014-09-24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24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25 0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