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베네치아
영어로는 베니스.
이탈리아 마지막 여행지는 3대 국제 영화제 장소이자 인공 수상 도시로 유명한 베네치아이다.
이 날만 비가 조금 왔다. 10일 중에 하루만 비가 왔으니 정말 날씨 운이 따라준 거다.
베네치아 가는 다리를 건너고부터는 모든 바퀴 달린 것들은 섬에 들어올 수가 없단다.
베네치아 까지 배를 타고 들어갔다.
거기서 현지 가이드와 만났는데 베네치아 현지 가이드가 인기 짱이었다.
파리, 로마, 베네치아까지 세 명의 현지 가이드를 만났는데
갈수록 업그레이드 되어서 일행들도 신이 났다.
특히 우리 딸은 베네치아 가이드와 몇 시간 밖에 못 있었다고 굉장히 아쉬워했다.
가이드들이 이구동성으로 중2가 가장 무섭다고 하는데 중2는 아무리 웃긴 말을 해도 인상을 팍 쓰고 있단다.
무서운 중2병이 이틸리아까지 소문이 났나보다.
딸은 가이드 말에 리액션을 아주 잘하고 일행들과도 스스럼 없이 잘 어울려서 귀여움을 받았다.
가이드가 중딩 같지 않다고 칭찬을 해 줬다.
베네치아 가이드는 원래 발레 전공이었다고 하는데 일행 모두 믿을 수 없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깐조네도 잘 부르시고, 요점만 짚어 주는 명강의에다, 교주 같은 포스를 풍겨서 우릴 내내 웃게 만들었다.
몇 시간 만에 헤어져 어른인 우리도 참 아쉬웠다.
"여행까지 와서 이마에 내천 자 그리고 다니지 마시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하하호호깔깔 웃으면서 즐겁게, 행복하게 여행 다니는 것입니다." 라는 명언을 들려줬다.
베네치아에서도 바티칸처럼 수신기를 끼고 다녔다.
곤돌라, 수상택시를 각각 나눠타서 가이드 설명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베네치아는 1500년 전 훈족의 외침으로 의해 피난 나온 이탈리아 인들이 인공으로 세운 섬이다.
백향목을 가져와서 일일이 손으로 촘촘히 기초를 다녀 그 위에 도시를 건설했다고 한다.
셀 수 없이 많은 백향목 기둥들이 도시를 받치고 있는 셈이다.
자세히 보면 지반이 흔들려서 건물들이 기울어져 있는 게 상당히 많고,
피사의 사탑과 같은 탑이(기울어져서) 이 곳에는 무진장 많단다.
그 오래 전에 어떻게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인공 섬을 만들었을까!
베네치아인의 의지와 끈기가 정말 대단하다.
베네치아인들은 조상 덕분에 일 년에 5천만 넘는 관광객을 맞아들여 엄청난 수입을 얻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 들어오는 관광객 수는 1천만이라고 하니 5배나 된다. )
섬이 물에 잠기고 있어 제발 관광 좀 그만 오라고 해도 전세계 여행객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고 한다.
곤돌라 젓는 사공의 연봉은 자그마치 연 3억이 넘는다고 한다.
두 명이 하는 곤돌라는 연봉 7억이 넘는다고 하니 정말 부자이다.
정원이 딸린 집은 볼품 없어도 정원 없는 집의 두 세 배 가격이 나간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수상 도시이기 때문에 정원을 가져보는 게 이들의 소원이라고 한다.
이 섬도 지구 온난화 때문에 점점 물에 잠기고 있어
일 년에 50일 이상은 도로가 완전히 물에 잠긴다고 한다.
가이드가 물에 잠긴 베네치아 동영상을 보여줬는데 온 도로가 물에 잠겨 여행객도 장화를 신고 다니고 있었다.
베네치아 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조상이 인공 수상 도시를 세운 것처럼
물에 잠기는 베네치아를 구하기 위해서 진행 중인 모세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향후 100년은 끄떡 없다고 한다.
불가능한 일과 맞서 기적을 일으키는 베네치아인의 이야기는 뭔가 찡한 감동을 전해줬다.
베네치아 가이드도 이 부분에서 다섯 명의 학생들을 호명하며
" 불가능한 일은 없다. 베네치아는 그걸 말해주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탄식의 다리를 먼저 감상하였다.
탄식의 다리는 무기징역수나 사형수들이 마지막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두 개의 창이다.
법원과 교도소를 연결한 다리인데 두 개의 창이 나 있다.
이 창을 통해 마지막으로 세상을 보게 되니 얼마나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겠는가!
그 유명한 카사노바도 베네치아 출신인데
이 곳을 지나가서 수감되었다고 한다.
"사계"로 유명한 비발디 또한 베네치아 출신이라고 한다.
곤돌라를 타러 갔다.
곤돌라 조는 어제 미리 제비로 뽑았다.
악사가 타는 곤돌라도 어제 저녁 먹으면서 제비로 뽑았다.
곤돌라 탈 때 마침 비가 좀 세차게 내려 사진이 잘 안 나와 아쉬웠다.
비 맞으며 곤돌라 타는 것도 낭만적이긴 했다.
앞 곤돌라에서 악사가 부르는 깐조네가 들렸다.
할아버지였는데 성량이 풍부하였다.
건물과 건물 사이사이 수로를 지나갓다.
영화 속에서 보던 한 장면을 지금 연출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꿈만 같았다.
베네치아 지도를 보면 마치 물고기처럼 생겼는데
베네치아는 118개의 작은 섬이 모여 이뤄졌다고 한다.
이 작은 섬들을 다리가 이어주고 있는 것이다.
곤돌라는 이 작은 섬과 섬 사이 수로를 지나다닌다.
곤돌라는 낭만 그 자체였다.
이어 수상 택시를 탔다.
수상 택시는 베네치아 가운데를 지나는 큰 운하를 도는 것이다.
수상 택시는 정말 상쾌하였다.
곤돌라보다는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한국보다는 속도가 느리다. 규정이 있다고 한다.)
베네치아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어 곤돌라와는 전혀 다른 맛이다.
수신기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중요한 건물을 살펴봤다.
베네치아는 나무기둥이 간판 역할을 대신한다.
기둥의 색깔로 무슨 건물인지 파악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들은 파란색에다 금장식이 들어 있다.
아무 색깔이 없이 그냥 나무로만 된 기둥은 보통 주택이라고 한다.
50분 정도 수상택시를 타고 투어를 하는데
신났다.
베네치아가 유리 공예가 유명하다고 해서 아들 줄 선물을 하나 샀다.
유리로 만든 곤돌라다.
베네치아를 끝으로 이탈리아 여행이 끝났다.
이탈리아 고속도로에서 처음으로 에스프레소를 마셔봤다.
에스프레소 맛을 알면 그것만 먹게 된다고 하던데.....
이 곳에 와서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에스프레소도 한번 맛 봐야지 하면서 도전해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아메리카노 커피도 있긴 한데 카푸치노를 많이 먹는다.
카푸치노도 굉장히 순하다.
에스프레소 한 잔은 1 유로 (1400원 정도)로 아주 저렴하다.
스프레무따 라는 음료가 있는데 오렌지 몇 개를 통째로 갈아서 주는 것이다.
딸은 휴게소 들를 때마다 이걸 마셨다.
휴게소도 우리랑 너무 다르다.
입구로 들어가서 화장실 먼저 들르고,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반드시 수퍼를 한 바퀴 돌아야 출구가 보인다.
카프리, 베네치아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여유와 낭만을 주는 그런 공간이었다.
베네치아를 끝으로 이탈리아 여행은 막을 내렸다.
이탈리아를 훑고 나니 여행이 막바지로 접어 들었다.
오스트리아로 가면서 가이드가
<글레디에어터>와 <로마의 휴일>을 보여줬다.
우리가 봤던 곳이 나오니 정말 반가웠다.
다시 알프스 산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오스트리아로 출~ 발!
<tip> 유럽의 선택 관광은 가능한 모두 하는 게 좋다.
우리 팀은 이번에 26명 모두, 선택 관광을 다하였다.
선택 관광비가 모두 합쳐 280유로, 한국돈으로 392000원 정도이다.
이렇게 마음 맞는 팀도 만나기 힘들다고 한다.
다른 팀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동남 아시아 선택 관광과는 달리 유럽은 선택 관광을 안 하게 되면 즐길 거리와 볼거리 줄어든다는 점을 기억하자.
다음에 와서 해야지 하는 생각은 버리자.
내가 언제 또 베네치아 와서 곤돌라를 타게 될 건가!
유럽 가기 전, 만난 후배가 꼭 다하라고 해서 우린 고민 없이 다했다.
아주 만족스럽다.
곤돌라와 수상 택시도 맛이 달랐다. 가는 지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행 가기 전에 가 본 사람의 경험을 들어보는 것도 좋다.
유럽 여행 경비가 비싸지는 것은 숙소와 먹거리 때문인데
잠만 자는데 숙소가 별이 많을 필요 없는 듯하다.
이동 거리가 멀기 때문에 정말 잠만 잔다.
대신 휴양지 갈 때는 부대시설을 이용해야 하니까 꼭 비싸고 좋은 호텔에 묵으라고 했다.
우린 3성급에서 잤는데 샤워 부스가 작아서 그렇지 괜찮았다.
먹거리야 집 떠나면 고생하는 게 당연하고....
그래도 못 먹을 정도의 음식은 아니었다. 현지식은 나름 괜찮았다. 특히 스파게티.
오히려 일본과 중국 여행 갔을 때보다 먹거리가 나았다.
대신 호텔 조식이 부실하긴 하다.
내 생각엔
비싼 호텔에 들어가는 경비 절약해서 선택 관광을 다하고 현지를 대표할 기념품을 사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럽 여행은 일정을 꼼꼼하게 잘 따져야 한다.
워낙 장거리이기 때문에 한번 가면 다시 오기가 힘든만큼
거기까지 가서 꼭 가야할 곳, 해봐야 할 것 등이 상품에 들어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스위스 인터라켄까지 갔는데 융프라우요흐를 안 가는 일정도 있다고 하니 자세히 살펴보고 결정해야 한다.
인솔자 말이 내가 다시 이 곳에 오리라는 희망은 실천 불가능이란다.
베네치아에 다시 올 확률은 거의 없고, 권하지도 않는단다.
그 돈으로 가보지 않은 곳, 다른 곳을 가라고 조언해 줬다.
100% 공감이다.
갈 곳이 얼마나 많은데...
아무리 좋아도 왔던 곳을 또 가게 되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니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왔을 때 마음껏 즐기라.
마침 이 책이 나와서 구매했다.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다음에 어떤 곳을 갈까 참고할 겸
내가 가 본 곳을 다시 기억할 겸
겸사겸사.
어제 영화<폼페이>를 봤는데 우리가 가 본 그 곳이 그대로 재현되어 정말 반가웠다.
여행은 끝났으나 사진으로, 책으로, 영화로 다시 보게 되니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갑고 정겹다.

밀라노, 피사, 바티칸시국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폼페이, 카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