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10일간 딸과 함께 서유럽에 간다.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독일 이렇게 5개국을 둘러보게 된다.
딸하고 가는 세번째 여행이다.
지금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인지라 예전과 달리 다투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중3 여름방학 때  온가족이 가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시기가 좀 당겨졌다.
아들이 허락해줘서 이번 여행이 가능해졌다.

아들아, 고맙다.
다음에는 아들과 둘만의 여행을 가야지.
나도 나지만 딸이 넓은 세상을 보고 많은 것을 가슴에 담았으면 좋겠다.
중학교는 일찍 개학을 하여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하고 가는 여행이다.
교실에서의 공부보다 더 넓고 깊은 공부가 되었으면 한다.


일정이 10일이나 되고 거리도 멀어서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우리와 비슷한 코스를 가족여행으로 다녀온 후배는 정말 이름다워서 또 가고 싶다고 한다.
유럽 여행은 나의 로망이기도 해서 기대가 많다.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보던 것을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
책으로도 예습을 좀 하긴 했는데 후배 말로는 바티칸 박물관에 가서 보니 숙연해지더란다.

루브르 에서 모나리자를 직접 두 눈으로 보는 게 목표인데 
후배 가족도 줄이 너무 길어 시간이 아까워서 다른 작품을 보고 왔다고 한다.
후배 경험 이야기 덕분에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볶음 고추장도 사고, 멀티 아답터도 한 개 얻었다.  
여행사에서는 한 개만 주는데 많이 필요하단다.
사진 많이 찍어야지.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으니까.

 
어제 짐을 일단 꾸려봤다.
비로소 실감이 났다.
먼저 다녀온 분들이 꼭 먹어야 할 것과 사야 할 것을 알려줘서 잘 적었놨다.
 
안전하고 즐겁고 감동적인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일정이 빡빡해서 책 읽을 여유는 없다고는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도 읽고 숙소에서도 읽을 겸 책을 주문하였다.

나를 위한 책으로는 고종석의 문장,
딸을 위한 책으로는 배유안의 뺑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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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8-12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럽고 또 부러워라~~~
저도 내년엔 딸과 함께의 여행을 꿈 꾸어 봅니다.
이탈리아, 스위스 꼭 가고 싶어요.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수퍼남매맘 2014-08-22 08:59   좋아요 0 | URL
스위스, 이탈리아 최고입니다.
꼭 가세요.
저처럼 모녀 여행, 모자 여행 온 팀이 꽤 많아요.
가족이 다하면 좋겠지만 사정에 따라 둘씩 다니는 것도 좋아요.

2014-08-12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22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정리 편지>를 쓴 배유안 작가가 신작을 냈다.

<뺑덕>이라는 작품인데 알라딘과 창비가 협조하여 북 토크를 한다고 하여 신청을 하였다.

가까운 노원문화정보도서관에서 하길래 수퍼남매까지 세 명 신청을 하였는데 당첨이 되었다.

지난 토요일에 북 토크에 다녀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데 작가가 함께 탄 걸 모르고 있다가 직원과 인사 나누는 걸 보고

'음~ 배유안 작가였구나' 뒤늦게 알았다.

휴가철이고, 토요일이라 자리가 군데군데 비었다.

행사 기획하고 사람이 적으면 많이 안타깝고 서운한데

창비와 알라딘, 도서관 사서, 작가 마음이 좀 그랬겠다 싶다.

작가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먼 거리를 왔는데 말이다.

너무 구석진 동네여서 그랬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작가는 나이 40 정도가 되어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며

남들은 늦은 나이라고 하였지만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40이라는 나이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데 결코 늦지 않은 나이이니

엄마는 아이만 바라보지 말고, 자신의 꿈을 꾸라고 격려의 말을 전해 주었다.

아이를 키우는 30대 젊은 엄마를 보면 열변을 한다는 작가는

아이에게 올인하는 엄마의 인생이 얼마나 쓸쓸한지 일찍 깨달은 분 같았다.

엄마가 엄마의 인생을 살고, 자신의 꿈을 꿀 때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을 여러 번 하였다.

100% 공감하는 바이다.

그리고

" 내가 나에게 기대를 걸자"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엄마와 아내로 살고 있는 나에게 가족초자 기대를 안 하는데(엄마가, 당신이 뭘 하겠어? 이거지.)

내가 나에게 기대를 걸자는 의미란다.

꿈 꾸는 엄마, 꿈 꾸는 아내, 꿈 꾸는 내가 있어야 행복하지 않겠는가!


<뺑덕>을 읽어보고 갔어야 하는데

여행 준비 하느라 미처 책을 사지 못했다.

인근 서점에 가니 없어서 아쉬운 대로

<스프링 벅>을 사서 갔다. 

두 작품 모두 청소년 소설이다.

작가의 청소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게 강연을 통해 전달되었다.

작가가 국어 교사였던 게 한 몫 하는 것도 있겠지만서도

우리 나라 청소년에 대한 미안함, 안타까움이 청소년 소설을 쓰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일찍부터 무한경쟁에 내던져진 아이들에게

작가는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었던 듯하다.

작가가 해 주고 싶은 말이 <스프링 벅><뺑덕>에 나와 있겠지.

작품을 읽어봐야겠다.

청소년 자살율 1위인 우리나라.

우리나라보다 더 가난한 나라의 아이보다 행복지수가 훨씬 더 낮은 우리나라의 청소년들.

그들에게 작가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짐작이 간다.


작가마다 색깔이 있다.

열심을 내는 분야도 다르다.

배유안 작가는 당분간 청소년 소설에 매진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힘든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어서일 거라고 생각한다.

배유안 작가는 역사 동화에 참 강하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라서 배유안 작가의 신작이 나오면 눈길이 쏠린다.

<뺑덕>도 기대가 된다.

뺑덕을 쓰게 된 배경 설명을 해주셨는데

<스프링 벅>이 부모의 과잉 케어를 받는 아이의 이야기인 반면,

<뺑덕>은 그 반대의 아이, 

즉 스프링 벅에서 전혀 부모의 관심도 케어도 받지 못한 민구라는 아이의 이야기를 하였다고 한다.

민구와 뺑덕의 모델은 작가의 어릴 적 친구란다.

그 친구의 이야기가 오랜 시간 삭혀져 <뺑덕>으로 재현된 모양이다.

그런데 왜 지금 아이들 이야기가 아닌 고전이냐하면 그 이유가 이렇다.

민구 같은 아이를 현대 시점으로 옮겨오면 너무 식상할 듯하여

고전에서 찾다 보니 <심청전>에 등장하는 포악한 여인 뺑덕이 생각났단다.

심봉사를 등쳐 먹은 여인이 바로 뺑덕 어미이지 않던가!

뺑덕 어미라고 불리우니 아이가 있었음직하고

그렇담 그 아이는 어디서 어떻게 자라고 있었을까? 상상하였단다.

엄마에게 버림 받은 뺑덕. 그 아이 뺑덕을 주인공으로 하여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한쪽은 너무 과잉 케어를 받아

다른 한쪽은 너무 케어를 못 받아

마음의 병을 앓는 아이들.

작가는 그 아이들에게 공통으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단다.

어떤 이야기일지는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작가마다 색깔이 다르다.

북 토크를 들어보면 더 그렇다.

대중 앞에서 굉장히 수줍어 하는 분도 있고,

연예인 처럼 대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분도 있다.

배유안 작가는 전자인 듯 조용조용 말씀하셨다.

작가마다 열심을 내는 분야도 다르다.

배유안 작가는 당분간 청소년 소설을 많이 쓸 듯하다.

배유안 작가는 역사 동화에 참 강하다.

하여 <뺑덕>도 기대가 많이 된다.

<초정리 편지>는 3-4번 읽었는데도 읽을 때마다 감동 받고, 정말 빼어나다는 느낌이 든다.

역사 동화를 쓰기 위해 고증을 하려면 참 힘든 일일 텐데 작가는 그걸 즐기는 듯하다.

<초정리 편지>를 쓰기 위해서 여러 가지 자료들을 찾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정말 자신이 즐기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들 같았다.

초정리 편지에는 서찰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장면을 넣기 위해 당시에 사용하던 한지에 대해서 자료를 찾았다고 한다.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방대한 자료 찾기와 철저한 고증을 했는지 알려주는 부분이었다.

그 때 자신이 원하는 공부, 제대로 된 공부를 고3이었던 아들보다 더 열심히 했다고 한다.


<스프링 벅>은 다 읽었는데-딸이 아주 재밌다며 열심히 읽고 있는 중이다-

<뺑덕>은 비행기 안에서 읽어야되겠다.

아무쪼록 힘든 우리나라 청소년에게 희망을 주는 좋은 책을 꾸준히 쓰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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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8-1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간 되셨군요^^
뺑덕이 뺑덕어미에서 나온 제목이라니....ㅎㅎ
어떤 분이 요즘 아이들은 '사랑을 넘치게 받아서 문제'라고도 합니다.....

수퍼남매맘 2014-08-11 17:42   좋아요 0 | URL
저도 설명을 듣기 전에는 단순히 <심청전>의 비틀기 작품인 줄 알았는데
심오한 뜻이 있었더라고요.

부모의 사랑이 넘쳐서도 부족해서도 안 되나 봅니다.
그게 참 어려워요.

2014-08-12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늑대가 나는 날 내 친구는 그림책
미로코 마치코 글.그림, 유문조 옮김 / 한림출판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딸이 3-4살 무렵이었던 듯하다.

교회를 가려고 차를 타고 영동대교를 건너는데 한강물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그걸 본 딸은

" 엄마, 물 속에 보석이 있나봐" 하였다.

'세상에 그런 창의적인 표현을 하다니 우리 딸이 나중에 시인이 되려나 봐' 생각했다.

그 날, 딸이 말한 그 표현이 정말 아름다워서 육아일기에 옮겨 적었다.

유아기 때 아이가 하는 말은 모두 시이니 빠짐없이 기록해 놓는 게 좋다.

다 적어 놓지 못한 게 내내 아쉽다.

지나고 나면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고,

아이는 자라면서 더 이상 그런 아름다운 언어를 쏟아내지 않는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모든 아이는 자연과 교감하고 대화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딸이 어릴 때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딸만이 가진 재능이 아니라 아주 당연한 거였던 셈이다. 크하하

만 6세 이하의 아이들은 지극히 당연하게 자연과 대화하고, 교감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물하고도 대화를 나눈다.

되돌아보니 우리 수퍼남매도 그랬다.

꽃과 이야기 하고, 장난감과 이야기하고, 동물과 이야기하고....

놀이터에  있는 비둘기를 보고 어른은 그냥 지나치지만

"구구야 , 어디 가? 나랑 놀자" 라고 먼저 말을 거는 게 바로 아이다.

아이는 모든 것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존재로 태어난다.

그런 아이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과의 대화를 멈추게된다.

그것 또한 자연스러운 성장 단계라고 한다.

어른이 자연과 대화하고 있으면 시인이거나 광인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게 틀림 없다.

 

이 그림책을 읽노라면

아이의 순수한 그 마음, 자연과 교감하고 대화할 수 있는 해맑음 덕분에 미소 짓게 된다.

나의 그 시절과 내 아이의 그 시절을 되돌아 보게 한다.

늑대가 나는 날은 도대체 어떤 날일까? 정말 궁금했다.

" 오늘은 바람이 세다.

휘잉휘잉 세차게 분다.

하늘에서 늑대가 뛰어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난 바람이 불면

' 응 또 태풍이 북상하네 보네!' 이렇게 생각하는데 아이의 마음은 전혀 다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이의 머리가 바람에 날려 하늘 위로 치솟은 부분이다.

" 바람에 날려서 머리카락이 치솟았다.

삐죽삐죽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그게 아니다.

머리에 고슴도치가 올라앉았다."

이 표현이 압권이었다.

 

그림책 속의 아이는 자연 현상과 자신에게 벌어진 모든 일들을 이렇게 동물과 연관지어 생각한다.

이게 유아기 아이가 가지는 큰 재능이고,

작가는 아이의 마음으로 자연과 사물을 바라보며 글을 쓴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림책은

이제는 건조하고 딱딱해진 마음이 되어버린 나 같은 어른마저 촉촉하고 보드랍게 만든다.

이런 게 그림책의 힘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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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7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07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발디 - 하나뿐인 내 친구
헬게 토르분 글, 마리 칸스타 욘센 그림, 손화수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비발디" 하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사계절을 주제로 하여 곡을 쓴 작곡가 비발디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이 그림책에서는 주인공 타이라가 기르는 고양이 이름이다.

타이라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곡가 비발디의 이름을 고양이에게 붙여준다.

비발디의 사계가 자신의 슬픔, 아픔, 분노, 절망을 감소시켜주듯

고양이 비발디 또한 타이라에게 그런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을 붙여 줬을 지도 모르겠다.

 

타이라는 학교 가기가 너무 싫다. 아니 두렵고 무섭다.

학교에서 타이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아무 말 하지 않는 타이라를 향해

무언의 폭력들을 쏟아 붓는다.

타이라의 학교 생활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타이라가 걸어 놓은 외투마저 더럽다는 듯 아이들은 타이라 옷만 휑하니 놔두고

자신들의 옷을 다른 자리로 옮길 정도이다.

딱 한 명, 말을 더듬거리는 페트라가 타이라에게 말을 걸라치면

어느새 다른 아이들이 눈치를 줘 또 다시 타이라는 혼자가 되고 만다.

페트라는 타이라와 말을 하게 되면 자신 또한 타이라처럼 왕따를 당할까 봐 겁이 나서 더 이상 용기 내지 못한다.

 

타이라가 좋아하는 음악 시간이다.

선생님이 타이라가 정말 잘 알고 있는 음악을 틀어 주신다.

선생님이 작곡가를 물어본다. 아무도 손을 들지 못 한다.

타이라는 자신 있게 손을 들지만

선생님은 타이라를 보지 못했는지 기회를 주지 않는다.

타이라는 절망한다.

"비발디"라고 용기 내어 말하고 싶었는데....

타이라의 절망이 책장을 통해 전해진다.

칠흑같이 어둔 밤, 유일한 불빛을 발견하고 거기로 달려가는데 그만 불빛이 사라져 버렸을 때의 그 절망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테다.

타이라의 이때 마음이 바로 그러하였으리라.

 

그 음악 시간, 선생님이 타이라에게 발표를 시켰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 전에 선생님이 타이라의 왕따 사건을 알아챘다면.

아니 선생님이 진작에 타이라가 왜 교실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는지 타이라와 대화를 나눴다면.

페트라가 더 용기 내어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일찍 사정을 말하였더라면.

타이라 반의 누군가가 친구들이 타이라를 향해 하는 일들을 보고 " 안 돼, 멈춰!" 라고 소리질렀다면.

타이라의 부모님이 타이라의 아픔을 좀더 일찍 살펴봤더라면.

타이라가 용기 내어 자신이 당한 슬픔을 부모나 선생님께 말했더라면.

여러 가지 가정들을 해본다.

그랬다면 타이라가 한 학기 이상 짊어지고 있었던 커다란 응어리는 좀더 빨리 풀리지 않았을까!

 

얼마 전 라디오에서 어떤 작가가 한 말을 DJ가 읽어준 게 뇌리에 남았다.

" 자유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용기와 결단을 가지는 것이다"

페트라와 같은 용기를 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 때 끔찍한 폭력과 부조리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타이라반 아이들이 타이라를 그렇게 대한 이유는

페트라처럼 무서워서, 자신이 그 피해를 당할까 봐, 상관할 바 아니니까

폭력에 동조하거나 모른 척한 것일 게다.

어른도 마찬가지이다.

불의에 대항할 수 있는 용기만이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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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남편과 오랜만에 데이트를 했다.

연애할 때는 정말 자주 가던 곳이 극장이었는데

결혼하고 애 낳고, 양육하다보니 둘이서 잘 안 가게 되는 곳 또한 극장이 되어 버렸다.

남편은 주로 혼자서 영화를 보고

난 주로 아이들과 영화를 보니

단둘이 영화를 보게 될 일이 거의 없었다. 에궁!!!

둘만 남겨 놓고 가는 게 내내 마음에 걸렸지만

아이들은 부모님이 안 계시니 그야말로 해방구를 맛본 셈이었겠지.

(중간에 누나와 싸웠는지 아들이 한 번 울면서 전화를 하긴 했다.)

 

세계 3대 해전 중의 하나라고 하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 해전"을 영화로 만든 "명량" 시사회를 다녀왔다.

작가와 감독이 이순신 배역을 놓고 처음부터 다른 배우는 생각해 보지 않고 무조건 "최민식"씨를 염두에 뒀다고 하니

최민식 씨가 그려내는 이순신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영화화 하기 쉽지 않은 해전을 어떻게 그려낼까 하는 게 이 영화를 보는 관전 포인트였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남편이

" 당신이 생각하기에 흥행할 것 같아?" 묻는다.

난 취향이 대중적인 편이어서 흥행 성공을 잘 맞추는 편이다.

" 음~ 별로 흥행 못 할 것 같아. 너무 진지해!"

아뿔사! 오늘 뉴스를 보니 내 예상이 빗나가서  개봉 3일 만에 관객수 200만을 넘어섰단다.

예상은 빗나갔지만 반가운 일이다.

이런 영화는 꼭 봐줘야 한다.

40대 이상 남성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고 하니

드라마 "모래시계" "정도전 " 같이 중년 남성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이 생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 우리도 이순신 장군과 같은 그런 인물을 갈망하기 때문에 이 영화에  빠져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백성과 소통하고, 백성의 고통에 공감하고,

무조건 명령하기보다 자신이 몸소 죽기를 각오하고 적과 맞서 싸우는 모습을 백성에게 보여줌으로써

백성의 두려움을 진정한 용기로 변화시키는 그런 카리스마 말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을 꼽으라 하면

한글 창제의 업적을 이룬 세종대왕과 아마 막상막하를  견줄 사람이 바로 이순신 장군이 아닐까 싶다.

영화 명량에서 최민식이 보여주는 이순신은 그동안 알고 있던 이순신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서 좋았다.

영화 에피소드 중의 하나를 예로 들면 이렇다.

12척의 배만 남겨진 시점에서 백성과 병사들의 사기 저하는 물론이거니와 왜군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극에 달해 있다.

병사들의 탈영이 속출하는 가운데

탈영병 한 명이 잡혀 오고 이순신 장군과 대면한다.

그는 울면서 "살고 싶었다, 죽음이 두려웠다"고 말하고

이순신은 " 다 말하였느냐?" 하고나서

그의 목을 단칼에 베어 버린다.

군율을 어긴 자는 마땅히 엄하게 다스려야 하는 것이라면서 말이다.

기존 이순신 이미지였다면 따듯하게 병사를 위로하고 용서할 줄 알았는데

그런 예상을 깨고 단칼에 목을 베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자상하고 인자한 모습의 이미지로만 이순신을 기억하고 있다면 영화 명량에서는 단호한 장군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어떤 이순신을 그려낼 것인지

작가, 감독, 배우가 고민한 부분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기존의 이미지로만 끌고 가기에는 너무 식상하고,

그렇다고 새로운 이미지를 부각시키면 기존 이미지와 충돌이 심해 역효과가 날 우려가 있고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존 이미지와 새로운 이미지를 잘 버무렸다고 할 수 있겠다.

 

이순신 장군과 아들 이회가 주고 받는 대화가 참 마음에 와닿는다.

흔히 충성을 말할 때 임금에 대한 충성을 떠올리는데

이순신은 "백성에 대한 충성"이라고 대답한다.

엔딩신에서 아들과 주고 받는 대목 또한 명대사이다.

명량 해전을 승리로 이끈 천행이 울돌목에 생긴 회오리이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순신은 그 천행 또한 백성이라고 대답한다.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 그것이야 말로 12척으로 330척을 물리친 기적 같은 명량 해전을 이끈 천행이라는 것이다.

 

충이라는 함은 백성에 대한 충성을 뜻하며,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이야말로 천행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지도자들이 많아진다면

지금보다는 좀더 살만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 명량 해전을 소재로 한 그림책을 아이들과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이 담 작가의 그림이 아주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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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2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03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14-08-03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번 보고 싶어지네요. 남편과의 오붓한 시간~ 참 좋아요. ^^

수퍼남매맘 2014-08-03 16:30   좋아요 0 | URL
귀가하시면 남편분과 꼭 보셔요. 요즘 이 영화가 대세인가 봅니다.
우리 시대에도 이순신 같은 인물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 마음들이 극장으로 향하게 하는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