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38
이동진 글.그림 / 봄봄출판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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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나 팝송을 즐겨 부르고 좋아하던 내가

동요도 이렇게 근사할 수 있구나! 깨닫게 해 준 동요가 있다.

"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 연기~~"

바로 <노을>이라는 동요다.

이 동요를 처음 듣던 순간,

'와! 진짜 낭만적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 작은 언니와 함께 이 노래 가사를 연습장에 받아 적어 외어 부르곤 하였다.

이 동요가 1984년에 나왔다고 하니 그 땐 난 이미 동요를 즐겨 부를 나이는 아니었는데(언니는 이미 고등학생이었다)

얼마나 이 동요가 마음에 와 닿았으면 언니와 함께 날마다 불렀을까!

그림책이 어린이의 전유물이 아니듯이

동요 또한 세대를 아울러서 함께 부르고 즐겨 들을 수 있는 노래임을 이 동요가 입증해 주는 게 아닐까!

근래에는  노을과 같은 국민 동요가 드물어서- 아니 어쩌면 내가 관심이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서도-

입가에서 중얼거려지는 동요가 없다는 게 좀 씁쓸하다.

아이들의 입에서도 동요보다는 가요가 더 많이 흘러나온다는 현실도 안타깝고 말이다.

이번에 이 동요를 모티프로 해서 그림책이 나왔다고 해서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 노래를 처음 듣던 그 감흥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기대가 되었다.

그림책은 노래의 느낌과 어울리게 수채화로 표현되어 있다.

노래 가사를 쓴 이동진 작가가 노래의 배경이 되었음직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아버지 저녁 드시러 오세요"라는 말을 전하러 떠난 세 남매가

아름다운 노을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노래의 배경이 된 평택의 노을이 그렇게 아름다웠다니.....

작가와 세 아이가 마주한

" 하늘에 숯불을 쏟아부은 듯 빠알간 노을"을 나도 한번 보고 싶다.

이런 멋진 자연 경관을 보게 되면 저절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림책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 장면은 장독대와 감나무, 여러 가지 들꽃이 그려진 바로 이 장면이다.

지금은 한창 여름으로 가는 길목이지만(오후에 큰 우박이 내리긴 하였지만서도 오전 내내 더웠다.)

울긋불긋 곱게 옷을 갈아입은 나뭇잎이며 수줍은 들국화의 모습을 보니 벌써 가을이 그립다.

이 장면이 내 눈을 오래 사로잡았다.

나이가 들수록 가을이 좋아지는데

가을의 한 자락을 아름답게 표현해 준 이 장면이 참 좋다.

아마 가을 한복판에서 이 장면을 마주하였더라면 더 감흥이 깊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이 그림책을 보면서 특히 눈을 사로잡은 것 중의 하나가 남보라색을 많이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아이를 업은 포대기 색깔

거북이 등 같은 산의 색깔

커다란 느티나무의 등줄기 색깔까지 모두 남보라색을 사용한 것이 특이했다.

나무 줄기하면 당연히 밤색 또는 갈색이 연상되는데 남보라색을 사용하니 어쩐지 신비롭다고 할까! 

무더워지는 여름 길목에서 가을을 만나는 기분도 나름 좋았다.

 

30여 년을 단숨에 거슬러 올라가

그 때 언니와 함께 매일 부르던 이 노래를 다시 한번 불러보니

어느덧 수퍼남매가 따라 부른다.

30여 년이 지났지만 누구나 들으면 따라부르고 싶어지는 그런 노래임에 틀림 없다.

 

이 노래를 시작으로 창작 동요제가 큰 인기를 끌면서

훌륭한 동요들이 많이 나왔고  몇년 동안 창작 동요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나도 일부러 창작 동요제 수상곡 테이프를 구매하여

일일이 따라 부르곤 하였는데 지금은 창작동요제를 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른다.

아마 관심이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이 노을이라는 동요만큼 우리의 심금을 울려주는 그런 동요가 나오지 않는 탓도 있다 싶다.

이 그림책을 기점으로 하여 다시 동요 전성 시대가 도래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우리 아이들의 입에서 아름다운 동요가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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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아트 프린팅 액자를 다음 학교로 보내기 위해

우체국 택배를 몇 주 전부터 예약해 놨다.

지난 주 금요일 오후, 택배 기사가 왔는데

상자 사이즈를 재어 보더니 가로 세로 높이의 합이 기준치를 초과한다고 하면서 그냥 가버렸다.

헐~~ 이런 일도 있나?

몇 주 전부터 우체국 택배 예약을 해 놓았건만 사이즈가 6cm 초과한다고 그냥 가버리다니...

다른 택배 회사에 전화를 해 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쳇 택배 회사들이 배가 불렀나 보다.

 

하는 수없이 우리 학교에 택배를 보낸 송도도서관에 전화를 걸었다.

그 쪽에서도 택배를 보내기가 너무 힘들어 애를 먹었다고 하였다.

결국 가까운 집하장에 직접 가져가서 접수를 하였다고 한다.

진작 알았다면 소형 택배 회사를 물색해 놓는 건데....

대형 택배 업체들이 이렇게 까다로울 줄 미처 몰랐다.

사서선생님이 학교 근처에 소형 택배 회사가 있다고 알려주셔서 수소문 한 결과 전화를 걸었다.

일단 짐을 회사로 가져오면 된다고 하여 한시름 놨다.

워낙 사이즈가 커서 차를 타고 가야해서 선배님께 차량 운전을 부탁 드리고 택배 회사를 찾아갔다.

우리 집 가까운 곳에 화물 센터가 있었다.

사이즈도 크고, 30kg 도 넘어서 택배비가 많이 나오겠구나 싶었는데

웬 걸 대형 업체보다 훨씬 저렴했다.

대형 업체는 이 정도면 15000원 나오는데 7700원 나왔다.

앞으론 이 곳을 애용해야겠다.

 

미리 일을 계획한다고 해서 반드시 일이 계획한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우체국 택배 기사가 단번에 안 된다고 가버릴 때는 진짜 어안이 벙벙, 하늘이 노래졌다.

다음 학교는 부산인데 이걸 어쩌나 싶어서 말이다.

교생 실습 때문에 1주일을 연기해서 보내는 것인데 이것마저도 늦어지면 정말 죄송스럽지 않겠는가!

원화가 잘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원화 대여하고 반납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네!

앞으로 매달 원화 대여, 반납을 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기안 올리고, 택배 부치고....

무슨 일이든지 일을 벌이면 수고로움을 감수해야지 어쩌겠나!

한번 해봤으니 다음에는 계획한 대로 잘할 수 있겠지.

처음부터 소형 화물 회사에 갖다줘야지.

 

앞으로 계획한 원화 전시는 이런 작품들이다.

 

 

 

 

 

 

 

 

 

 

 

 

길벗어린이 출판사에서 매달 1일 원화대여 신청을 받는데

첫날 거의 마감되는 편이다. 정말 경쟁률이 장난 아니다.

어제 홈피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집에 있다보니 깜빡 했다.

오늘 학교에서 불현듯 생각이 나서 얼른 홈피에 접속했는데

다행스럽게 원화가 몇 개 남아 있었다.

그 중에서도 우리 반 아이들이 진짜 좋아할 <팥이 영감과 우르르 산토끼>를 신청했다.

6개월 전 미리 예약을 하기 때문에

순서대로 6월, 9월, 10월, 11월에 전시할 원화들이다.

이제 7월 1일, 12월 원화만 예약하면 일 년 농사 끝이다. ㅎㅎㅎ

<강아지똥> 원화는 아마 매달 1일 자정 즈음에 대기하고 있다가 들어가야 예약할 수 있을 게다.

7월 1일에는 가능할려나!

길벗어린이 출판사가 좋은 일 한다.

학교 도서관과 공공 도서관에 원화를 대여해 줘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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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2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02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14-06-0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벗 어린이 문도 두드려 보아야겠네요.
우리 택배 상자는 문제없이 우체국 택배로 배달이 되던데...
사이즈가 조금 더 컸나 봅니다.
에고~ 고생 많으셨어요.
1년 내도록 원화가 전시 되는 학교는 많지 않겠지요?
멋지셔요.

수퍼남매맘 2014-06-11 21:20   좋아요 0 | URL
길벗어린이가 가장 먼저 원화 대여한 걸로 알고 있어요.
매월 1일에 접수해야 가능하답니다.
<강아지똥>을 대여하고 싶은데 매월 1일을 놓쳐서 아쉬워요.

예원&예준맘 2014-06-03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경소식지에 보니 6월에도 원화 전시회를 하더라구요.
그것도 지원이병관이 시리즈인 두발자전거 배우기를요..ㅎㅎ
선생님이 지원이병관이 책을 방출한 후 저희집에도 이시리즈가 4권이나 생겼네요...
예원이는 지하철을 타고서만 빼고는 다 갖고 싶다고 하지만...
한꺼번에 사주기는 좀 그래서 매주 한권씩 구매한게 4권이 되었습니다.

예원이도 좋아하지만 4살짜리 둘째가 정말 좋아하네요..
과연 알고 그럴까 싶기도 하지만 암튼 병관이병관이 하면서 좋아합니다.ㅎㅎ
저는 그림을 그리신 김영진 선생님이 어떤 분일까?? 뵙고 싶더라구요.
어쩜 이렇게도 아기자기하게 진짜 집처럼...그림만 보고도 내용을 다 알아버릴 것 같더라구요
이런 재능이 있는 사람은 참 좋겠다..부럽기도 합니다.ㅎㅎ

선생님에 애씀으로 아이들의 보는 눈이 좀 더 키워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저도 두발자전거 배우기 원화는 꼭 보고 싶어요..

수퍼남매맘 2014-06-11 21:20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이 시리즈를 참 좋아해요.
5학년 독서부 아이도 매번 울교실 올 때마다 이 책만 보더군요.
수퍼남매도 취학전부터 좋아했어요.누가 숨은그림 빨리 찾나 내기도 하고요. 한번 해 보세요.

김영진 작가는 내년에 작가와의 만남에 한번 초청을 의뢰해 볼까 생각 중이에요.
우리 학교에 오실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이니 한번 문을 두드려 봐야죠.

violetfog7 2014-07-04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편의점택배 픽업서비스도 가능해서 전 편의점택배 이용하는 편인데.. 기준치 초과 됐다고 예약했는데 안가져 가면 ㅠ ㅠ 담엔 편의점택배도 알아보세요

수퍼남매맘 2014-07-04 12:42   좋아요 0 | URL
좋은 방법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편의점택배는 한번도 이용을 안해봐서 어렵게 느껴졌어요.
 

통합 교과서 <가족>을 배우고 있다.

누구나 가족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도 흥미 있어 하고 여러 가지 나눌 이야깃거리가 있는 단원이다.

적재적소에 그림책을 투여하면 더 효과적인 공부가 될 수 있다.

 

오늘, "집안일"을 공부하고나서

<돼지책>을 읽어줬다.

모름지기 집안일이란 한 사람 즉 엄마의 몫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이 조금씩 나눠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니고 여자가 다 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이러 시대 상황을 반영하여

교과서 삽화도 자세히 보면 아빠가 요리하고, 아빠가 청소하느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대부분 집안일을 엄마가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

교과서에 집안일을 누가 담당하는지 붙임딱지를 붙여보는 활동이 있는데

검사하면서 살펴보니 아직도 대부분 엄마가 하는 걸로 아이들이 표시해 놓았다.

우리 반도 맞벌이 가정이 많은데 말이다.

만약 북유럽 국가에서 이런 공부를 하였다면 엄아 아빠 붙임 딱지가 동시에 붙어 있었겠지.

설거지, 청소, 아이 돌보기, 알림장 확인하기, 책 읽어주기, 요리하기 등등

맞벌이 부부가 많아졌지만서도 여전히 그런 하찮은 (?) 집안일들은 엄마의 몫인가 보다.

나도 그렇지만 워킹맘들은 직장일에 집안일까지 정말 힘들다.

진짜 수퍼우먼이 되어야 한다.

바로 이 돼지책의 엄마처럼 말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남자들의 사고 방식은 집안일을 분담한다는 생각 보다

본인이 시간 날 때  살짝 옆에서 도와주는 것으로 (그것도 도와줄 때 엄청 생색내면서) 여기는 경향이 짙다.

도와주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것, 분담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야 하는데.....

유럽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집안일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데 말이다.

 

그림책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아주 중요한 회사에 다니는 피곳 씨와

아주 중요한 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은 집에 오면 아무일도 하지 않는다.

반면 엄마는

세 사람이 아침을 먹고 나가면

설거지, 침대 정리 등 집안일을 혼자 다 처리하고나서 직장에 나간다. 전업주부가 아니었다.

겉표지에 보면 엄마는 표정이 일그러진 채 아주 힘겹게 남편과 두 아들을 업고 있는데

남편 피곳 씨는 이까지 드러내며 웃고 있고

두 아들도 아주 행복한 표정이다. 불공평한 세상이지 않는가!

엄마가 가족의 노예도 아니고, 엄마는 죽어라 일하고 나머지 가족들은 누리기만 하고 말이다.

엄마의 슬프고 힘든 표정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아이들도 피곳씨와 두 아들들이 너무 한다 싶었나 보다.

약간 분노를 드러낸다.

너희들 가족은 어떠니? 아빠가 요리도 하고, 설거지, 청소 등을 자주 하시니?

이렇게 물어보진 않았지만

아까 붙임 딱지가 현실을 말해 주고 있다.

아주 가끔은 아빠가 집안일을 많이 분담하고 있는 가정을 발견하기도 한다.

가령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요리를 자주 하기도 하고, 청소를 하기도 하는 등 말이다.

지난 학교 부장님께서는 부부교사이셨는데 사부님이 50대 후반이신데도 그렇게 집안일을 잘하신다고 하셨다.

아침밥을 다 채려 놓고 본인을 깨우신다고 하셨다. 애궁 부러워라!!!

30대 40대 남편들도 안하는 집안일을 50대이신 사부님이 하신다는 소릴 듣고 후배들이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다른 것 제쳐 놓고

아빠가 양육에 많이 참여하는 가정의 자녀가 정서행동적으로 안정된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그만큼 양육에 있어서 아빠의 역할이 지대하는 의미인데

우리 나라 아빠들은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 늦게 퇴근하니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당연히 적을 수밖에.

 

보육 기관이나 학교 돌봄 시간을 확대하는 게 우선이 아니라

아빠를 일찍 퇴근시키고,

엄마가 편안한 마음으로 양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복지 정책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가 아닌가 생각한다.

부모가 자녀를 양육해야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것이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가정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아이를 장시간 돌보는 것이 정서안정에 도움이 될까?

 

유대인 가정은 아빠가 저녁을 직접 준비하고,  예배를 인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 유대인들의 특별한 교육방식 " 하브루타"를 배우자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들려온다.

하브루타를 배우기 이전에 온 가족이 한 밥상에 둘러앉아 대화할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와 분위기를 마련해 주는게 가장 필요하지 않나 싶다.

부모는 부모대로 직장 때문에 늦게 퇴근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학원 다니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하브루타가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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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예준맘 2014-06-02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돼지책" 보면서 얼마나 공감이 되던지요...ㅎㅎ
처음 읽을땐 돼지책속 엄마가 꼭 저처럼 느껴지더라구요..
아이들의 아빠가 많이 도와주는데도 말이죠..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느껴지려면
얼마나 많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까요..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 말이죠..

수퍼남매맘 2014-06-02 20:05   좋아요 0 | URL
통계에 의하면 <돼지책>이 우리나라 엄마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나와 있어요.
아마 동병상련을 느낀 탓이 아닐까 싶어요.
북유럽 국가들처럼 엄마아빠가 동등하게 집안일을 함께할 날이 언젠가는 오겠죠.
진정한 복지국가가 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전 거창고등학교 교장 전성은 선생님이 쓴 책을 읽고 있다.

교사 독서 동아리에서 읽었으면 좋겠다고 선배님께서 추천을 하셔서

읽어보고 있는 중이다.

거창고등학교라 하면 우리 나라 대안 학교 중에서도 유명한 곳으로 알고 있다.

어제 잠깐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는데

직업 선택 십계 눈에 띄었다. 이게 거창고등학교의 다는 아니겠지만서도

어떤 교육 철학을 가지고 이 학교를 세웠는지 십분 이해가 된다.

 

 

 

 

 

 

직업 선택 십계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것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을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선택하라.

7.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참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만 담겨져 있다.

수퍼남매에게 이 십계에 적혀진 대로 직업을 선택하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책을 읽어보니 거창고등학교로 나온 졸업생들 대부분도 이 십계에 담겨진 내용대로 살지는 못했나 보다.

십계를 지켰다면 전성은 교장의 부친처럼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로 돌아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었나 보다. (다른 이들과 똑같이 출세의 길을 걸어갔던가 보다.)

그래서일까!

전 교장의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 내 교육은 실패했다"라고 아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 책은 왜 아버지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하는 고민에서 비롯된다.

아버지가 말한 내 교육은 실패했다는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지금 1/3 정도 읽었는데 우리 동아리 샘들과 함께읽고 나누려고 한다.

 

어제 아이들 동아리 시간에 읽는데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 옮겨 적어 봤다.

교생들이 들락날락 하여도 최대한 집중하여 읽으려고 하는데

내 앞에 앉은 아이가 계속 말을 시켜서 음~~

이 아이는 작년부터 오는 아이인데 책에 집중 못하게 나에게 계속 말을 걸어온다.

책은 다소 딱딱한 제목과는 달리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힌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 첫째는 역시 가정 교육이 중요하구나 이다.

보고 자란 대로 된다 이런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 아버지, 전성은 교장 3대에 이어지는

인, 사랑, 자비의 실천은 자녀에게 어떤 부모로 비춰져야 하는지 깨닫게 하는 부분이다.

 

학문은 원래 그 시대, 그 곳에서 한치 의심의 여지가 없이 절대적 가치로 자리 잡은 진리에 대한 의심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아닌가

 

천명- 하늘의 뜻을 이 땅 위에 펼칠 때, 펼친 만큼 세상이 밝아지고 따뜻해진다.

 

톨스토이 <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중에서

사람은 오직 사랑하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란 사실을 확실히 깨닫는 것만큼 중요하고 큰 깨달음은 없다.

 

진리는 언제나 단두대 위에 불의는 항상 왕좌에

단두대가 미래를 지배하는 듯이 보이나

진리의 뒤에는 보이지 않게 하나님이 지켜보고 계시느니라

- 제임스 러셀 로웰-

 

대한민국에서 불우 이웃 돕기에 성금을 내면 TV에 그 이름과 액수가 방영된다.

그러나 불우 이웃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고 하면 좌익 용공주의자라고 한다.

-유보성 거창고 목사-

 

맨 마지막 거창고 목사가 한 말씀이 가장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다.

 

전 교장은 천명을 이루는 길 그것이 교육이라고 말하고

교육은 곧 거절이라고 한다.

불의와 부정에 맞서는 것. 그것이야말로 교육이라는 것이다.

특정계층만 잘 먹고 잘 사는 길이 아니라 모두가 잘 사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천명을 이루는 것이란다.

공자 말씀에 남의 빚을 탕감하는 자리에 이르는 게 바로 인이라는 것이다.

인은 예수님이 말하는 사랑이고,

부처님이 말하는 자비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교육은 천명을 이루라고 가르치고 있는가!

남과 무한경쟁하여 나 혼자 살아 남아 잘 먹고 잘 살라고 가르치고 있지는 않는가!

 

전성은 교장 집안은 대대로 기독교 집안이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그 시대가 필요한 일 즉 정의를 실현한 이 가족이 참 멋지고, 존경스럽다.

기독교인이자 교육자였던 전성은 교장의 책이 나에게 큰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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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5-31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창고 '직업선택 십계'는 우리 아이들 어려서 듣고 찾아 읽었지만
실천은 쉽지 않으니 늘 고민입니다.ㅠ
우리 아이들이 저런 길을 간다고 할 때, 말리지 않고 응원할 수 있을까...

수퍼남매맘 2014-06-01 15:0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부모로서도 그렇지만 내 자신도 이런 길을 택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거창고등학교 출신들도 월급이 적은 쪽보다 월급이 많은 쪽을 택했고,
돌아와야 할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고 전 교장의 부친께서는 " 내 교육은 실패했다" 라고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책을 끝까지 읽어봐야 부친의 그 말을 이해할 듯합니다.

 

2014학년도 본교는 교생실습학교가 되었다.

내가 원해서 된 건 아니고, 윗분들이 원해서 되었다.

이거 하고 싶은 학교가 그렇게 많다나!

승진할 사람에게는 교생 실습 학교가 정말 중요하단다.
실습 교사들은 완전 파김치가 되어 가고 있다.

옆에서 보니 참 딱하다.

난 실습 교사 안 하길 정말 잘했다 생각하고 있다.

승진 안 할 거니 점수도 필요없지만서도

점수에 상관 없이 위에서 시켜서 하는 분도 꽤 있다.

 

지난 주부터 나의 후배들 즉 서울교대 2학년 학생들이 교생 실습을 오고 있다.

지난 주에 40명이 왔다갔고,

이번 주에는 다른 팀 50명이 와서 학교가 시끌벅적 바글바글하다.

지난 주 팀은 인사를 안해서 내가 먼저 인사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번 팀은 인사성이 아주 바르다.

교생들이 인사를 잘 안 한다는 항의가 실습 당담 교사에게 들어가 실습생들에게 인사 잘하라는 말이 들어갔나 보다.

하여튼 지난 주 실습생들보다 인사성도 바르고, 활기차다.

 

싱그러운 젊은이들이 정장 쫙 차려 입고 학교를 왔다갔다 하니 보는 이마저 즐거워진다.

역시 젊은피가 좋다.

난 교생 실습 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반에는 교생 선생님이 들어오지 않지만

오며가며 마주치면서 옛날 내 모습도 떠오르고, 일단 보는 것만 해도 즐겁다.

 

말 들어보니 교생 실습반은 아이들이 교생들에게 엉겨붙어서 난리도 아니란다.

심지어 우리 일학년 아이도 남자 교생 선생님 본 지 2초 만에

"여자 친구 있어요?" 라고 물어봤다하니

고학년 교실은 오죽 하겠나 싶다.

교생 선생님에게 편지며 선물이며 볼 뽀뽀며 난리가 났다고 한다.

교생이 모두 가고 나면 아이들이 한동안 멘붕 상태가 될 성 싶다.

교생 후유증이라고 해야 하나?

 

나도  첫 실습학교에서 2학년 아이들을 맡았는데

떠날 때 아이들이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내서 얼마나 놀랍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지난 주에는 아이들이 교생 선생님들의 진가를 모르다가 엉겁결에 헤어졌다.

그 아쉬움을 안 아이들이

이번 주에는 필사적으로 교생 선생님들에게 매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있을 때 엉겨 붙자."

 

드디어 교생 실습반을 지나가던 우리 반 꼬맹이가

" 왜 우리 반은 교생 선생님이 안 와요?" 물어본다.

" 응~ 부장님 반에만 오는 거야" 라고 대답해 줬다.

 

싱그러운 젊은이들을 보는 것은 좋은데

동학년이 모이지도 못하고,

아이들은 붕붕 뜨고,

실습 교사들은 연구 점수를 얻는 대신 스트레스 엄청 받고,

옆에서 보는 동료 교사들도 덩달아 쫄아서 살고 있다.

학교가 너무 정신이 없고 빡빡하다.

 

지난 주 동아리 시간에 교생들이 참관하러 계속 들락날락하니

나도 아이들도 제대로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내일도 동아리 활동이 있는데 교생들이 들랄날락 거리겠지?

 

담임이 매일 먹는 밥이라면

교생은 특식이나 간식에 해당되니

아이들이 얼마나 설레고 좋아할까!

아이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일 것이다.

 

교생 실습 때문에 원화 반납도 1주 연장시켰다.

다음 학교가 부산인데 우리 학교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니 사정을 봐주셔서

이번 주까지 전시하고 보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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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4-05-30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저도 학창시절 교생쌤들 좋아하고 떠나실때 눈물 꽤나 흘렸었던 기억이 나요. 젊은 쌤들이 좋았던가봐요.

수퍼남매맘 2014-05-30 23:12   좋아요 0 | URL
학창 시절 교생쌤을 만나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죠.
하여튼 애들이 교생들에게 들러붙어 난리도 아니예요.

순오기 2014-05-31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생실습학교가 되어도 저렇게 많이 오는 건 좀 문제지 싶네요.ㅠ
우리 큰딸도 교생실습하고 나면 교사로서의 사명감에 불타오르더만....
지금은 글쓰기에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듯...^^

수퍼남매맘 2014-06-01 15:10   좋아요 0 | URL
실습반에 5명이 들어가니 조금 정신 없긴 해요.
지난 주 금요일로 일단 1학기 실습은 끝났으니 이제 좀 한가해지려 싶네요.
제가 실습 나갈 때는 한반에 3명 정도 나간 기억이 있는데... 워낙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