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교과서 <가족>을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첫 장을 열자마자

그림책 <가족은 꼭 안아 주는 거야>가 나온다.

 

바로 이 그림책의 몇 장면이 교과서에 실렸다.

국어 교과서에 실린 <으뜸 헤엄이>는 저작권 때문이지 우스꽝(?)스러운 삽화로 변질되었는데

가족 교과서에 실린 것은 그나마 그림책 장면 그대로여서 다행이다.

 

 

 

 

 

각자 읽어보고

그 다음 내가 한번 쭈욱 읽어줬다.

다 읽고나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나 기억에 남는 부분에 밑줄을 그어보라고 하였다.

이름하여 책 속 보물 찾기.

보물을 찾은 다음 발표를 하였다.

왜? 이 부분에 밑줄을 그었는지 이유도 말해 봤다.

똑같은 책을 읽었지만 보물은 다 다르다.

 

가족은요,

함께하는 게 많은 거예요.

그래서 나눌 수 있는 추억도 많아요.

 

우리 집은 놀이터.

아빠 다리는 미끄럼틀.

엄마 등은 기차가 돼요.

 

바닷가에 놀러 갈 때 우리 가족은 바다 탐험대,

산에 오를 때는 뒷산 탐험대,

함께 노래할 때는 가족 음악대.

 

가족은요,

하는 일을 서로 도와주어요.

혼자 하면 힘들지만

함께하면 기분 좋은 놀이가 돼요.

 

나는야 꼬마 도우미예요.

무엇이든 다 도울 거예요.

 

복잡한 퍼즐을 맞출 때는 엄마 아빠가 나를 도와주어요.

 

가족은요,

좋은 일이 생기면 모여서 축하하고

슬픈 일이 있을  때는 서로 위로해 주는 거예요.

 

손꼽아 기다리던 내 생일에는

함께 축하해 주어요.

 

가족은요,

언제나 꼭 안아 주고 싶은 사람들이에요.

가족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흐뭇해지고 행복해지는 거예요.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다.

 

난 첫 부분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 가족은요, 함께하는 게 많은 거예요. 그래서 나눌 수 있는 추억도 많아요."

 

나의 유년 시절을 떠올리 때, 여러 가지 추억들이 생각난다.

요즘 수퍼남매와 배드민턴을 치는데

어릴 때 아버지가 나에게 배드민턴을 가르쳐 주던 게 떠오른다.

아버지는 운동 신경이 좋아서 스케이트도 잘 타셨고, 달리기도 잘하셨다고 한다.

배드민턴을 가르쳐 주시면서 나에게 벽 치기를 여러 번 하라고 하셨다.

난 배드민턴을 잘하려고 매일 벽치기를 했었다.

어느 정도 벽치기를 잘하게 되자 아버지와 경기를 했었다.

 

아버지가 운전하는 자전거 뒤에 타면 아버지의 땀 냄새가 났던 기억도 있다.

어릴 때는 아버지가 날 무릎에 앉히고 자신의 수염을 내 얼굴에 부벼대서 얼마나 따끔했는지 모른다.

고등학교 때는 아버지가 뜨끈뜨끈한 저녁 도시락을 자전거 타고 매일 배달해 주셨다.

아침에 도시락 두 개 싸가면 저녁 도시락은 식어서 맛이 없다면서 엄마가 저녁 도시락을 해 주시면,

그 도시락을 매일 힘들게 배달해 주시곤 하셨다.

지금처럼 가족과 여행을 가거나 체험을 한 추억들은 거의 없지만서도

아버지와 함께한 추억들이 참 많다.

지금, 아버지는 내 유년 시절에 대해 기억이 안 나시겠지만서도 난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

 

수퍼남매가 자신들의 유년 시절을 떠올릴 때도 나처럼

가족과 함께한 추억들이 떠올라

마음이 포근해지길 바란다.

 

가족 공부를 하다보면

아이들이 너무 솔직하게 다 말해버려서 난감할 때가 있다.

오늘만 해도 어떤 아이가

" 우리 엄마 아빠는 매일 싸워요" 해서

" 맞아. 선생님도 남편과 자주 싸워, 가족은 싸우기도 하고 그러다 화해하기도 하고 그렇지 뭐" 라고 말해줬다.

아이들이 가족 공부 하면서

어떤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낼지 기대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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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5-28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과서에 실린 가족 이야기, 공감이 되네요.^^
'사랑은 추억이다!'는 말을 즐겨 쓰는 나는 누구하고든 뭔가 같이해야 정도 들고 사랑도 깊어지고 그러더라고요.
심지어 바로 위 언니와 징글징글 싸웠던 기억도 세월이 흐르니 추억이 되어 정이 깊어지더라고요.^^
이제 초등학교와 인연이 없으니 바뀐 교과서는 구경도 못했어요.
학기 끝나면 아이들도 학교에 내기 때문에 동네 아이들한테 구하기도 어렵더만유.ㅠ

수퍼남매맘 2014-05-28 22:13   좋아요 0 | URL
5년 내내 일 학년 가르치는데도 매번 교과서 내용이 새로워 보여요.
그 동안 교육과정이 바뀌긴 했지만서도....
작년에 이 그림책이 들어가 있었나 없었나 헷갈려요.
빛고을에서는 교과서를 모두 수합하나 보군요.
저흰 다 배운 교과서는 가정으로 돌려보내는데....
개인적으로 단원 개관할 때 이렇게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것은 좋아요.

하늘바람 2014-05-29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일학년 선생님이시군요 저도 해봐야겠어요

수퍼남매맘 2014-05-30 07:07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아이가 일학년이죠?

예원&예준맘 2014-05-29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어려서인지 너무 아이들에게만 관심을
쏟고 사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 글을 보면서 남편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ㅎㅎ

수퍼남매맘 2014-05-30 07:07   좋아요 0 | URL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이제는 엄마가 고양이 온이만 좋아한다고 가족들이 질투를 하네요.

꿈꾸는섬 2014-05-30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수네도 이 부분 배웠어요. 우린 쓰기공책에 쓰는 숙제로 내주셨어요.

수퍼남매맘 2014-05-30 23:14   좋아요 0 | URL
우리애들은 쓰는 걸 너무 힘들어 해서 가급적 쓰기를 안해요.
오늘은 손을 본떠 그린 후에 손톱에다 가족을 일일이 그리고 가족 소개를 했어요.
 

지난 금요일, 아이들에게 권정생 작가 허구 그림의 <용구 삼촌>을 읽어줬다.

잘 보이는 곳에 이 책이 꽂혀 있는데

아이들 손길이 잘 안 가는 듯하여 내가 읽어줬다.

난 이 책 참말로 좋아하는데

왜 아이들 손길이 안 갔을까 하니 제법 글밥이 많다.

그림도 언뜻 보기에 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스타일일 수 있다.

(약간 무서워 보일 수 있다.)

난 개성 넘쳐서 좋던데....

 

용구 삼촌은 서른 살이지만 정신 연령은 다섯 살 정도이다.

흔히 말하는 바보이다.

바보 삼촌은 바로 옆에서 불러대도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문 채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런 삼촌이 잘하는 일이라곤 암소 누렁이를 밖으로 데려가 먹이를 먹이는 일인데

이 날 따라 해가 저물었는데 삼촌이 돌아오질 않는다.

암소 누렁이 혼자 돌아온다.

바보 용구 삼촌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화자인 경식이가 용구 삼촌에 대해 묘사하는 부분이 가슴 깊이 박힌다.

" 삼촌은 바보지만 새처럼 깨끗한 착한 마음씨를 가졌다"는 경식이의 말이 심금을 울린다.

서른 살 나이에 다섯 살의 지능을 가지고, 할 줄 아는 것이라고 소를 데려가 꼴을 먹이는 것 정도,

자기 이름을 불러도 대답 한번 제대로 못하고 벙어리처럼 사는 삼촌이지만 용구 삼촌은 착하다.

맛있는 게 있으면 자신이 먼저 먹지 않고 조카들 먼저 먹게 하고, 자신은 찌꺼기를 먹는다.

 

항상 내 옆에 있을 것 같던 사람이 사라지면 잘해 주지 못한 기억들이 비수가 되어 남는다.

그러지 말 것을.

좀더 잘해 줄 것을.

왜 그런 모진 말을 했던가.

사랑하기도 아까운 시간인데 왜 미워했을까 등등.

경식이네 가족도 삼촌이 사라진 그 날 저녁, 후회 가득이었을 테다.

맛있는 음식, 좋은 옷 한번 제대로 챙겨 주지 못한 그 일들이 가슴을 후벼팠을 테다.

 

도대체 삼촌은 어디 갔을까!

혹시 잘못 된 것은 아닐까!

나도 애 타는 마음으로 경식이 가족과 함께 삼촌을 이리저리 찾는다.

이 그림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경식이 가족이 삼촌이 혹시 못에 빠졌을까 봐

손전등을 깊숙하게 비추는 장면이다.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최고조에 달하는 장면이다.

붓 터치도 아주 강렬하다.

 

전에 읽을 때는 몰랐는데

이번에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용구 삼촌의 모습이 바로 권정생 작가의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평생 늘어진 윗옷과 기워 입은 바지에, 검정 고무신을 신은 모습이 권정생 작가와 흡사하다.

게다가 용구 삼촌의 성품이 권정생 작가와 닮았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기 것을 남에게 퍼주었던 분이 권정생 작가이지 않았던가.

속물들이 보면 "바보"처럼 살다간 권정생 작가의 모습이 바로 용구 삼촌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이 이 책을 많이 사랑했으면 좋겠다.

세상은 바보처럼 살지 말고

내 것 챙기면서 약게 살라고 유혹하지만

바보처럼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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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5-27 0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알라딘에 들어오지 못했어요.
분주했고 또 인터넷이 안된 기간도 닷새나 되었고....

용구삼촌이 권정생 선생님이구나!
이런 발견은 참 뿌듯하면서도 마음이 아파요.
이젠 그분을 만날 수 없으니까요.ㅠ

수퍼남매맘 2014-05-28 18:10   좋아요 0 | URL
5월은 좋은 분들이 많이 떠나신 달이잖아요. ㅠㅠ
왜 권정생 작가가 살아계실 때 알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커요.

2014-05-27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퍼남매맘 2014-05-28 18:11   좋아요 0 | URL
@@가 꼭 꿈을 이루길 저도 기도합니다.
제가 하는 말을 흘려 듣지 않고 귀담아 들어
앞으로 더 말 조심하고, 아름다운 말, 감동적인 말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에 가족을 위한 구매한 책이다.

 

아들이 직접 고른 책이다. 오늘 책이 도착하여 펼쳐 보니 "윔피 키드" 같은 류의 책이다.

처음에 보자마자 두께에 놀라더니

글씨가 크고 한 쪽에 글씨가 듬성듬성 있는 걸 보더니 조금 안심하는 눈치이다.

사은품으로 온 "해리포터 연습장"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난 이 책보다 다른 책을 골라주기 원했지만

아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딸이 고른 책이다.

4월은 우리에게 너무 잔인하고 슬픈 달이었는데....

딸이 왜 이 책을 선택했는지 못 물어봤다.

몇 장 읽고나서는 아주 재미있다고 소감을 말한다.

주인공이 개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나!

아무튼 요즘 책을 잘 안 읽는 우리 사춘기 딸이 완독하고 독후감까지 써 주길 바란다

 

 

 

 

 

 

 

 

 

그러고보니 나와 남편을 위해서는 책을 못 샀네!

요즘 아버지 돌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놓쳤다. 

 

그 다음 우리 반 아이들에게 선물한 책들이다.

상표 50개를 모으면 책 선물을 하고 있다.

선물 받은 아이는 제일 먼저 책을 읽은 다음, 자기 이름으로 학급문고로 기증을 받고 있다.

알라디너 희망찬샘은 생일 선물로 책을 주시고 기증을 받던데 그걸 응용해봤다.

이런 저런 칭찬을 받아 상표를 50개 채워오면, 그 상품으로 책을 주고, 다시 기증을 받는다.

지금 절반 정도의 아이들이 50개 상표를 다 모은 듯하다.

지금까지 어떤 책들이 선물로 나갔나 기억을 되살려 보자. 한 권이 부족한 듯한데....

 

 

 

 

 

 

이번에 4권을 또 구매해서 월요일에 선물로 주려고 한다.

가능한 그 아이에게 어울리는 책을 매칭하려고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선물 받을 그 아이를 생각하면서 어떤 책이 적격일까 고민하고, 주문하고, 축하 엽서를 쓰고....

바쁠 때는 내가 왜 이걸 시작했을까 후회도 된다.

아이들과 학부모는 나의 이 마음과 수고와 정성을 알까 싶기도 하고.....

몰라줘도 할 수 없고....

아이들이 책과 더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계속 새로운 책을 공급해 주기 위해서 내가 자청한 일이니

이번 한 해는 마지막 아이까지 책 선물을 줄 예정이다.

작년에는 전학 가는 아이에게 책 선물을 했는데 그건 학급문고로 남지 않아

다른 아이들이 책 읽을 기회가 없어 별로였던 듯하다. 물론 전학 간 아이는 좋았겠지만서도.

지금 상표가 겨우 2-3개인 아이도 있던데 부지런히 상표를 모으면, 아마 2학기 때 받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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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4-05-26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선물이 되겠네요.
아이들 정말 좋아하겠어요. 게다가 기증까지 배우게 되구요.^^

수퍼남매맘 2014-05-26 22:39   좋아요 0 | URL
기증을 배우라는 의미가 커요.
요즘은 학급문고 할 책 가져오라는 말도 감히 못하는 각박한 세상이라서....
 
유니세프가 들려주는 어린이 권리
제라르 도텔 지음, 곽노경 옮김, 루이즈 외젤 그림 / 개암나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세월호 침몰로 인한 충격 때문에 책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아마 우리 나라 국민 대다수가의 멘붕 상태가 오래 지속될 듯하다.

출판 시장도 얼어붙었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 같은 아이들이 주검이 되었는데.....

하지만

잔인하게도 살아 있는 사람은 어찌어찌 살아간다.

주검으로 변해 버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하다가도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살아 있으니까 또 하루를 살아낸다.

 

이 책을 보니 또 한 번 분노에 몸이 부르르 떨린다.

연두빛 같이 싱그런 아이들을 우린 정말 허망하게 보냈구나 싶은 생각에 또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 아까운 목숨들을 정말 죽음으로 내몰았구나 하는 생각에 또 한 번 가슴이 미어진다.

책임져야 할 이들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유니세프가 들려주는 어린이 권리를 살펴보니

제 3조 어린이를 제일 먼저

정부나 사회복지기관, 법원 등 우리와 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기관은 우리에게 무엇이 가장 이익이 되는지 그 점을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제 6조 생존과 발달

우리는 타고난 생명을 보호받고,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습니다.

 

이런 권리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더 안타깝고 분노할 수밖에 없다.

국민 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떠들어대던 나라에서

기본적인 아이들의 권리조차 지켜주지 못했다니...

책에 나온 나라들의 아이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병에 걸려도 약이 없어서, 연필 대신 총을 잡아서 죽어가는데

우리 아이들은 객실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그대로 있으라"는 말에 순종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책은 세계 곳곳에서 아직도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의 생활을 보여주며

왜 이런 일들이 자행되고 있는지

이들의 권리를 지켜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아가 "나"의 권리를 보호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가장 가슴 아픈 이야기는 역시 소년병 이야기였다.

연필 대신 총을 들고, 학교 대신 전쟁터에 나가야만 하는 소년병들의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정말 가슴이 저럿저릿하다.

강제로 징집되기도 하지만 배가 고파 자원 입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전쟁터에 나가 죽고 죽이는 것을 경험한 아이들은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지 못해 마약의 힘을 의지한다고 하니 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그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우리 나라 아이들은 어떤가!

우리나라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OECD국가 중에서 최하위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책에 나온 아이들과 양상이 다를 뿐이지 우리나라 아이들도

아주 어릴 때부터 선행학습과 무한 경쟁, 최고가 되라는 어른들의 잔소리에

매일 되풀이되는 학원 투어에 자신들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살고 있다.

엊그제 작가와의 만남을 학교에서 가졌는데

어떤 3학년 아이가 3시에 끝내주면 좋겠다고 말을 하였다.

이유인즉 2시 50분부터 방과후 영어가 시작되는데 50분에 끝나면 방과후 영어를 가야하기 때문이란다.

비슷한 예로

현장 학습 인솔을 하다보면 아이들이 "제발 학원 시간 지나서 학교에 도착하라"고 주문을 외운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

수련활동 및 수학 여행에 여러 가지 위험 요소가 많은데 왜 아이들이 이런 활동을 하길 원했던가 하는 질문에

단 며칠이라도 학교와 학원 공부에 시달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다.

즉 수련활동과 수학 여행 등은 아이들의 해방구였던 셈이다.

그 이야기 듣고 참 가슴이 아팠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의식주 걱정에서는 해방되었지만서도

친구들과 놀 시간도

자연을 바라볼 시간도

책 읽을 시간도 빼앗긴 채 학교, 집, 학원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생활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아이들도 권리를 보장받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어른인 내가 아이였을 때를 잊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내가 아이였을 때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했던지 기억해 보자.

친구들과 마냥 뛰어놀 때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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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뤄진다.

간절히 원하면 꿈은 이뤄진다고 난 믿는다.

도서실을 담당하면 꼭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작가 초청이었다.

오늘 그 희망이 이뤄졌다.

올해 도서실을 담당하고나서 하고 싶었던 원화 전시회도 하고, 작가 초대도 해서 난 정말 행복하다.

 

작가를 섭외하고, 원고를 받고, 아이들을 선정하고, 기안을 올리고 강사료 때문에 학교와 옥신각신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고, 자잘자잘하게 신경 쓸 게 많았지만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을 해낸 감격스러운 날이다.

마지막에 학교에서 작가 강사료를 그것밖에 줄 수 없다 하여

정말 작가님께 죄송하였지만서도 작가님은 개의치 않으신다며 기꺼이 본교를 방문해 주셨다.

 

아이들 하교 지도하는데 사진에서 본 얼굴을 하신 분이 맞은편에서 화분을 들고 가시길래

"혹시 권혁도 작가님이세요?" 라고 물어보니 맞단다. 사진보다 훨씬 더 잘 생기시고, 동안이시고, 인자한 인상이었다.

악수를 먼저 청하셔서 악수를 한 다음 아이들 하교를 시키고,

얼른 실과실로 올라갔다.

작가님은 손수 기르시는 애지중지 애벌레가 있는 화분들을 가져오셨다.

교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난 후, 본격적인 " 세밀화 체험 교실 " 즉 " 작가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작가님은 그동안 본인이 찍어 놓으신 귀중한 사진 자료를 일일이 보여 주시면서

애벌레, 번데기, 우화 과정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곤충 학자도 아니신데 어쩜 저리 잘 알고 계실까 감탄이 절로 났다.

나비의 종류에 따라 알의 모습도 각양각색.

진주처럼 예쁜 알도 있었고, 청포도 사탕처럼 맛있어 보이는 알도 있었다.

한 개씩 알을 낳는 나비도 있고, 한꺼번에 수백 개를 낳는 나비도 있단다.

요즘 3학년에서 배추흰나비 애벌레를 기르는데 때맞춰 나비의 알, 애벌레, 번데기를 관찰할 수 있어서

살아있는 교육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작가님은 약간 경상도 억양이 남아 있는 말투로 아주 조곤조곤, 재미있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을 잘해주셨다.

역시 여러 학교를 다녀보신 베테랑 작가이셨다.

 

두번 째 활동은 직접 애벌레, 번데기, 나비, 잠자리 애벌레를 관찰하는 시간이었다.

작가님이 집에서 기르시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셨다.

아이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알은 없었지만서도 1령 애벌레부터 5령 애벌레, 번데기, 나비 표본까지

나비의 한살이를 한눈에 관찰할 수 있었다.

내가 옆에 있던 모둠이 관찰하던 호랑나비 애벌레(5령)은 냠냠 맛있게 나뭇잎을 먹더니

똥 싸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어서 우리 모둠 아이들은 신기해서 난리가 났다.

나도 애벌레가 똥 싸는 모습은 처음이라 정말 신기했다.

어떤 아이는 딱딱한지 본다면서 손으로 만져 보지는 못하고 연필로 찔러 보더니 말랑하다고 하였다.

작가님이 붓으로 애벌레를 귀찮게 건드리자 애벌레 머리 뒤쪽에서 노랑 뿔이 톡 나오더니

사과 향기가 났다. (난 코가 막혀 냄새를 못 맡았는데 아이들 말이 사과 향기가 났다고 관찰 일지에 썼다.)

애벌레가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하는 행위가 정말 신비로왔다.

 

다음은 질의 응답 시간이 있었다.

작가와의 만남을 하기 전에 미리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기 때문에 저학년인데도 아이들의 질문이 의외로 날카로왔다.

(1학년~ 3학년이 대상이었고,

독후감은 기존의 독후감과 달리 작가님께 궁금한 점과 책을 읽고나서 스스로 퀴즈를 내는 것이었다.)

왜 작가님이 되셨는지

어떻게 그림을 잘 그리게 되었는지

어떻게 꽃과 나비를 관찰하게 되었는지 등의 질문이 나왔다.

이어서 이번에는 작가님이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어떤 여자 아이가 책을 꼼꼼하게 읽었는지 대답을 척척 해냈다. 알고보니 2학년 아이였다. 헐~~

 

이어서 단체 사진 촬영과 사인회를 가졌다.

작가님은 미리 준비해 오신 세밀화 엽서에 아이들 이름을 일일이 써 주시면서 사인을 해 주셨다.

옆에서 지켜보니 기특하게도 책을 사서 가져온 아이도 여럿 있었다.

기억에 남는 아이는 영아 때 읽은 작가님의 책을 가져와서 사인을 받았다.

어머니가 함께 오셨는데 어찌 그 책을 고이 간직하고 계셨는지.... 참 감동스러운 장면이었다.

25명 일일이 다 사인을 해 주시고, 나에게도 사인을 해 주시고, 엽서도 넉넉하게 주셨다. ㅎㅎㅎ

화분을 차에 실는 것을 도와드리고, 작가님을 배웅해 드렸다.

 

관찰 일지 중에 우수작을 선정하여 권 작가님 책 한 권을 선물로 주려고 한다.

그 전까지는 관찰일지를 대충 하던 아이들이 그 말이 떨어지자 얼마나 관찰 일지를 열심히 쓰던지....

역시 선물이 있어야 한다. ㅎㅎㅎ

 

작가님 말씀처럼

작은 생명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산이나 숲에 가서도 그냥 지나쳐 버릴 것들이 나비, 알, 애벌레, 번데기들이다.

이번 만남을 통하여 징그럽게만 느껴지던 애벌레, 그냥 쓰윽 지나쳤던 알과 번데기들,

잡아서 날개를 뜯기도 하며 못살게 굴었던 잠자리들도

나만큼 소중한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라는 것을 우리 아이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

알면 이해하게 된다.

이해하면 사랑하게 된다.

호랑나비 애벌레를 보았다.

나는 애벌레를 싫어하는데 오늘 때문에 좋아졌다.

애벌레는 동글동글 한 똥도 쌌다.

그리고 2령 애벌레를 보았는데 새똥처럼 생겼었다.

권혁도 작가님과 함께 애벌레를 붓으로 자극해 봤는데 노란 뿔 같은 게 나왔다.

또 호랑나비 애벌레가 잎을 갉아 먹는 것도 봤다.

 

- 2학년 아이가 쓴 관찰 일지-

 

애벌레가 똥을 싸니까 참 신기하고 웃겼어요.

그리고 권혁도 작가님이 붓으로 찔러 보았더니 애벌레 머리 뒤에서 노란색 뿔이 나왔다.

냄새를 맡아보았는데 사과 냄새가 났다.

5령 애벌레는 크고 연두색이지만

2령 애벌레는 작고 새똥 같이 생겼다.

똥은 자세히 보면 찐한 청록색이다.

만지면 말랑말랑하다.

호랑 나비 애벌레는 무엇을 먹고 살까?

 

-2학년 아이가 쓴 관찰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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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예준맘 2014-05-22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기회가 자주 있는 일이 아닌것 같아 마음먹고 휴가를 냈었죠..ㅎㅎ
작가님에 대해 검색을 좀 했더니..세밀화로 유명한 분이시더라구요..
꽃과나비라는책을 5년에 걸쳐 만들었다는 내용을 보며 얼마나 많은 인내와 끈기가 필요했을까..
사진같이 그려진 곤충과 꽃의 그림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예원이는 애벌레를 본다는 기대로 엄청 좋아했는데...
4교시 수업 마치고 또 수업같은 걸 하니 좀 힘들었나봐요..
그래도 왕잠자리애벌레가 올챙이를 직접 먹는 것을 보면서 눈을 떼지 못하더라구요...
왕잠자리애벌레 보다는 잡아먹히는 올챙이가 너무 불쌍했는지 두마리 남은 올챙이는
살았으면 좋겠다고 감상평을 적네요..ㅎㅎ

작가님 대답중에 세밀하게 잘 그리려면 자세히 볼 줄 알아야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저에게는 또다른 경험의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퍼남매맘 2014-05-23 17:44   좋아요 0 | URL
예원이 어머니도 3학년이 된 제자 지후 어머니도 휴가 내고 오신 것 보고 저도 감동 받았습니다.
잡아 먹히는 올챙이를 더 걱정하는 예원이 마음이 참 곱습니다.
어머니와 예원이에게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blanca 2014-05-22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훈훈하고 뭉클한 페이퍼네요...

수퍼남매맘 2014-05-23 17:44   좋아요 0 | URL
칭찬해 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희망찬샘 2014-05-24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참으로 큰 선물이 된 시간이네요.
아이들과 (교과서)서평 공부하고 있는데, <<티키티키템보>>를 조사해 온 아이가 작성자가 수퍼남매맘님이라고 해서 선생님이 잘 아는 분이야~ 하고 이야기 해 주었어요.

수퍼남매맘 2014-05-25 11:55   좋아요 0 | URL
이렇게 학습 자료로 사용될 줄 알았으면 서평을 더 성심성의껏 쓸 걸 그랬네요.

꿈꾸는섬 2014-05-26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시간이 되었겠어요.^^
이렇게 멋진 기획은 아이들을 더 많이 살찌우겠죠. 부럽네요.

수퍼남매맘 2014-05-26 22:37   좋아요 0 | URL
아이들도 좋아했지만 학부모들도 굉장히 좋아하시더군요.
저에게도 아주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