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친 할아버지께 라임 어린이 문학 1
강정연 지음, 오정택 그림 / 라임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방진 도도군>을 쓴 강정연 작가의 책이다.

강정연 작가는 우리 가족과 인연이 깊다.

딸이 쓴 건방진 도도군 독후감이 비룡소 대상을 탔기 때문이다.

<건방진 도도군>을 정말 재밌고 의미 있게 읽은 터라, 강정연 작가가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썼을까 무지 궁금하였다.

 

제목부터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친친 할아버지가 뭘까?

친친 할아버지는 주인공 장군이가 할아버지를 부르는 애칭이다.

" 친한 친구 같은 사랑하는 나의 할아버지" 라는 뜻이다.

장군이는 할아버지를 무척이나 따르고 좋아하며 부자기간 보다 더 돈독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장군이가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나서 장군이 아빠는  혼자 양육할 힘이 없어

장군이를 속초에 계시는 할아버지에게 맡겼다.

몇 년 동안 할아버지가 장군이를 키웠기 때문에 손자지간이 그 어느 집보다 돈독할 수밖에 없다.

장군이와 할아버지 사이에는 많은 추억이 있다.

아마 아빠와 함께한 추억보다 수십 배, 수 백 배 많을 것이다.

장군이에게 할아버지는 엄마, 아빠를 합한 것보다 더 큰 존재이다.

아니 어쩌면 세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할아버지에게 있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였던 장군이는 이제 어엿한 5학년이지만

장군이의 학교 생활은 지옥 같다.

이름처럼 씩씩하지도 않고, 뚱보에다 울보여서 아이들은 그런 장군이를 "뚱볼보"라고 놀린다.

그 중에서도 장군이보다 키 작은 창식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장군이를 못살게 군다.

하지만 장군이는 그런 창식이를 향해 반격은 커녕 말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다.

선생님이 가장 쉬운 여름 방학 숙제로 자신이 하고 싶은 숙제를 해오라고 하였지만

장군이는 그 숙제조차도 힘들고, 어렵다.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지 모르기 때문이다.

 

못난이처럼 살고 있는 장군이에게 아빠는 어느 날, 구세주 같은 할아버지를 모셔 온다.

아빠는 둘만 남겨 놓고 또 떠난다.

할아버지만 계시면 여름 방학 숙제는 잘할 수 있을 법하다.

다시 장군이와 함께 살게 된 할아버지가 예전 같지 않다.

바로 알츠 하이머를 앓고 계시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는 할아버지가 장군이를 돌봤다면

이번에는 반대다.

즉 장군이가 할아버지를 돌봐야 한다.

국어 선생님으로 정년퇴임을 하신 할아버지는 알츠 하이머 라는 병에 걸려

한글을 깡그리 잊어버리셨단다. 헉~ 세상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나보다.

"위대한 개츠비"를 즐겨 읽으셨던 할아버지는 이제 장군이가 쓴 편지도, 간판 글자도 읽지 못한다.

 

한글을 깡그리 잊어버리는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자신보다 작은 덩치를 가진 아이와도 대면하지 못할 정도로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은 손자 장군이가

함께살며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의지하며, 서로 치유 받는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

 

표면상으로 볼 때는 장군이가 어린 보호자가 되어 할아버지를 돌보는 것처럼 보인다.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보면 장군이 또한 할아버지를 통해 치유를 받는다.

할아버지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 장군이 또한 "뚱볼보"로부터 점차 탈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장군이는 할아버지를 통해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을 받으며

한글을 잊어버린 할아버지에게 매일 편지를 쓰고, 읽어주는 일상을 통해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해 나간다.

 

통계상 노인 10명 중 한 명은 치매 환자라고 한다.

장군이 할아버지처럼 일상 생활은 전혀 지장이 없는데 한글만 깡그리 잊어버리는 치매도 있고-진짜 놀라웠다.-

이밖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침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치매 초기인 아버지가 우리 집에 계셔서

더 묵중하게 와닿았다.

나는, 우리 수퍼남매는 장군이처럼 치매 걸린 할아버지를 극진히 모실 수 있을까!

한글을 잊어버린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쓰고 읽어주는 장군이를 보면서 반성하였다.

어른이라도 하지 못할 일을 12살 장군이는 싫은 내색 없이 할아버지를 위해 그 일들을 해낸다.

그것만으로도 장군이는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사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해 보니 치매 환자 돌보는 게 정말 만만한 일이 아니다.

장군이는 아빠도 못한 일을 해내고 있으니 얼마나 기특하고, 대견한 아이인가!

 

혹시 주변에 치매 환자를 가진 가족이나

장군이처럼 자존감이 낮은 아이가 있으면 강력하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강정연 작가 또한 기대감을 무너뜨리지 않는 멋진 작가이다.

 

창식이를 두려워하는 손자 장군이를 격려하며 해 준 할아버지의 말이 참 마음에 와닿는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들려주고 싶다.

" 딱 한 번만, 더도 말고  딱 한 번만 부딪쳐 보거라. 처음 친구 집에 놀러간 것처럼,

처음 도서관에 들어간 것처럼, 첫 번째 벽만 깨면 그다음은 믿을 수 없이 쉽게 무너진단다.

하지만 그 한 번이 없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아무것도."

 

 참 멋진 대사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 차는 처음에 길을 들여야 잘 나간다고 한다. 고속도로를 몇 번 타줘야 한다고 한다.

금요일 저녁, 아버지가 큰언니 집에 가셔서 모처럼 우리 가족은 새 차를 길들이기 위해 고속도로로 나왔다.

목적지는 파주 프로방스 마을이었다.

처음에는 좀 뻑뻑한 듯하더니 자꾸 밟아주니 금방 부드러워졌다.

다홍이 때는 80를 넘어본 적이 거의 없다.

티티 (새 차 이름이다.)는 100km를 밟는데도 60정도인 듯 아주 안정감이 느껴졌다.

엔진 소리도 거의 안 나고, 차의 흔들림도 거의 없고. 아이들은 뒷자리가 진짜 넓고 편하다며 신이 났다.

새 차가 좋긴 좋다.

나도 운전하기가 훨씬 편안하다. 다만 차가 커져서 주차는 완전 초보처럼 하고 있다.

공간 감각이 다홍이에 맞춰져 있어서 얼마 동안은 버벅댈 듯하다.

 

파주로 가는 외곽순환도로가 차도 별로 없고 밟기 좋아서 그 길을 선택했다.

속도가 빨라서 카메라에 찍힐까 봐 걱정해 본 적이 없는데

어제는 계속 속도 감시 카메라에 찍혔나를 걱정하였다.

내 느낌상 80정도인 듯한데 남편이 자꾸 100넘었다고 경고등이 켜진다고 하여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

이래서 큰 차 타는 사람들이 속도 나는 줄 모르고 마구 밟는구나 싶었다.

 

목적지는 프로방스 마을이었으나 운전자 마음대로 파주 출판단지로 바꿨다 다시 아울렛으로 바꿨다.

점심도 먹을 겸 쇼핑도 할 겸 해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갔다.

주차장이 넓직해서 좋았다

"소렌토"가 있어서 파스타와 피자를 시켜서 먹었다.

인테리어도 훌륭하고, 맛도 좋았다.

남편과 아들은 벤치에서 자기 할 일 하라고 하고, 딸과 난 쇼핑을 나섰다. 두 시간 후에 만나기로 하고 말이다.

 

피아노 선생님 선물을 샀다.

엊그제가 스승의 날이었는데 애들이 미처 선물 준비를 하지 못해 "포트메리온" 가서 예쁜 머그컵 2개를 샀다.

피아노 선생님은 이번 어린이날에도 수퍼남매에게 얼마나 감동적인 선물을 해 주셨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되지.

딸은 우리 것도 사자며 졸라댔지만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밥공기, 국그릇을 많이 깨먹어서 코렐 그릇을 좀 샀다.

딸이 자신이 사고 싶었던 브랜드가 있다면서 갈 생각을 안해 구경을 했다.

나름 개성이 있어서 딸 티셔츠와 모자를 사주고, 거기서 남편과 아들 티셔츠까지 사서 레고 매장으로 갔다.

모녀가 쇼핑하는 동안 부자는 레고 매장에 있었다.

아들은 거기서 레고 무비를 하나 골랐고, 남편은 인터넷이 싸다며 인터넷으로 사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던가 보다.

아들은 요즘 레고 무비를 모으기 시작하였는데 지루한 쇼핑 시간을 참아줬으니 내가 감사의 뜻으로 사줬다.

레고 무비를 거머쥔 아들은 따라오길 잘했다며 신이 났다.

 

남편이 여기까지 왔으니 프로방스 말고 임진작을 가보자고 하여 그쪽으로 목적지를 바꿨다.

우리 가족은 처음 정한 목적지를 가 본적이 없다. 매번 중간에서 목적지가 변경된다. ㅎㅎㅎ

임진각 가는 길도 차 길들이기에 좋았다.

예전에 6학년 아이들 데리고 와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평화 랜드 라는 이름으로 공원처럼 꾸며져 있어서 가족, 연인들이 많았다.

전망대에 올라가 북한땅을 바라봤으나 아스라히 산만 보이고,우리 쪽 DMZ만 보였다.

아버지도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토록 가고 싶어하는 고향인데.

알츠 하이머 환자에겐 여행이 좋지 않다고 하니 오실 수 있을까 싶다.

총구멍이 숭숭 난 철마도 보고, 연못도 구경하고, 찔레꽃도 봤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나왔던 그 찔레꽃 말이다. 진짜 덤불이었다.

아이들이 이제 사진 찍는데 협조를 안 해 사진을 많이 못 찍었다.

 

딸의 레이다에 놀이 동산이 잡혀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나도 수퍼남매와 바이킹을 탔다.

아들과 난 타기 싫었는데 누나 때문에 억지로 탔다.

셋째 줄에 앉았는데도 꽤 높이까지 올라가서 가슴이 철렁철렁하였다.

옆에 앉은 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개를 푸욱 숙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타니 무섭지만 짜릿하였다.

딸은 이 다음에 크면 번지 점프도 할 아이다. 아빠 닮아 겁이 없다.

다음 코스는 연 날리기였다.

임진각에 도착했을 때부터 연이 가장 눈에 띄었다.

전선줄도 없겠다 바람도 적당히 불겠다 이런 데서 연 날리기 한 번 해봐야지 싶어 아이들에게 연을 사줬다.

남편이 조금 도와주자 둘 다 연이 높이 높이 날았다.

실 끝에서 전해지는 팽팽한 긴장감을 느낀 아이들은

"와 진짜 팽팽해!!" 라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에서 몇 번 연 날리기를 시도해봤으나 번번히 실패했는데

임진작은 장소도 넓고 무엇보다 바람이 잘 불어서 정말 높이 날았다.

아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이었을 듯하다.

어른들은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아이들은 뭔가 체험을 해야 오래 기억에 남는 듯하다.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들이 잊어버리기 전에 집에 가서 얼른 일기를 써야겠다고 하는 걸 보니

티티 길들이기 나들이가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 하나를 선사한 듯하다.

딸이 고딩 되면 아무래도 여행 가기 힘들어질 테니

지금 열심히 가족 여행 다니도록 해야겠다.

다홍이는 헤드라이트가 어두워서 야간운전하는 것을 매우 무서워하였는데

티티는 헤드라이트가 아주 밝아서 야간 운전하기도 엄청 편했다.

피곤하고 힘들다며-진짜 피곤해서 하루 종일 잠 자고 싶었다.- 집에 콕 박혀 있었으면 이런 추억이 남겨지지 않았을 텐데

가족과 함께 콧바람 쐬고 오니 나도 힐링을 받은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홍이는 우리 자동차 이름이다.

우리 아이들이 지어준 이름이다.

다홍이가 우리 가족과 함께 살게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딸이 태어나고서이다.

딸과 동갑이다. 아니 딸보다 더 나이가 많다.

딸이 태어나자 차가 필요하게 된 우리 부부는 중고차를 알아보게 되었다.

마침 후배 아버지가 중고 매매업을 하고 계셔서 안심하고 다홍이를 인수하게 되었다.

교회 장로님이신데다, 딸의 선배인데 설마 속이지는 않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후배 아버지께서는 딸- 즉 후배 여동생-이 타던 차를 뺏다시피해서 나에게 다홍이를 주셨다.

딸이 타고다니던 차라서 차의 연식에 비해 아주 상태가 양호하였다.

8년된 액센트였는데 300만원에 매입하였다.

지금까지 잔고장 없이 소모품만 갈아주면서 우리 가족의 발이 되어주었다.

 

이름에서 연상되듯이 색깔이 특이해서

내 차를 한번 본 사람들은 기억을 아주 잘한다.

오죽 하면 내가 자주 가는 카페 사장님은 나를 볼 때마다

내 차 안부를 물어본다.

엊그제 원두 사러 갔다가 이제 다홍이 못 본다고 하자

굉장히 아쉬워했다.

내 차는 곧 나를 상징하기도 했다.

함께 근무했던 샘들은 내 차가 지나가면

" 음~ 저기 노 선생이 지나가는군!" 한다고 했다.

워낙 차 색깔이 독특해서 말이다.

우리 동네에 우리 차랑 쌍둥이가 있어서 볼 때마다 참 반가웠는데 이젠 우리 차는 영영 이별이다.

아직 더 탈 수 있는데....

차 욕심이 별로 없는 우리 부부인지라 그 동안 고장 없이 멀쩡한 차를 버리고 신차를 구입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다만 외곽으로 나가거나 고속도로를 타야 할 일이 생기면 좀 불안하고,

이제 20년을 넘어가니 소모품을 갈 때도 돈이 꽤 많이 나갔다.

하여 작년부터 다른 차 구입을 신중히 검토 중이었다.

아이들 더 크면 함께 나들이 가기도 힘든데 지금 부지런히 여기저기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다홍이는 부적합하다는

생각에 합의를 하였다.

이번에도 마음 편하게 중고차를 구매하자는 남편 말에

그 때는 후배 아버지이니까 믿고 샀지만

지금 같은 세상에 누굴 믿고 중고차를 사냐고 좀 시큰둥했다.

우여곡절 끝에

14년 전처럼 믿고 살 수 있는 중고차 매매업자를 소개 받긴 했는데 울산에서 매매업을 하시기 때문에

울산에서 서울까지 차를 끌고 올라올 자신이 없어서 결국 포기하였다.

(우리 남편은 면허증이 없다.)

도련님이 울산에서 서울까지 대신 운전해 준다고도 했지만 이래저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중고를 사자는 남폄 말에 아는 사람 아니고는 중고차 매매는 믿을 수가 없다고 내가 박박 우겨서

신차를 구매하게 되었다.

 

뉴 소나타를 사냐 K5를 사느냐를 두고 가족 투표도 하고 제비 뽑기도 하고 난리를 한 결과

아이들 의견을 따라서  K5로 결정했다.

차 인수 받아 창동에서 집까지 오는데

손이 덜덜 떨렸다.

차가 사방향으로 모두 커지니 운전하기가 무서웠다.

어찌어찌 집까지 와서 주차까지 했는데 비뚤해서 다시 시동을 켜려고 하는데

시동이 안 켜진다. 엥?

최첨단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 하여 시동을 켜지 못해

결국 카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고,

카 매니저는 긴급 출동을 시키는 둥

첫날부터 대대적으로 신고식을 톡톡히 했다.

긴급 출동 기사님이 나 같은 사람 많다면서 위로를 해 주셔서 창피함이 누그러졌다.

남자분들도 처음에 적응이 안 되어 나처럼 시동을 못 켜는 분도 있다고 하니..... 음 좀 위로가 된다.

버튼도 너무 많고, 당분간 머리가 복잡할 듯하다.

게다가 차가 커서 적응이 안 된다.

엑센트에 맞춰진 내 감각을 수정해야 한다.

 

아까 가족들과 잠깐 시승식을 했는데

소음이 거의 안 들리고, 승차감도 좋고, 넓직넓직하다고 가족들의 소감이 터져 나왔다.

아직 이름은 미정이다.

수퍼남매가 예쁘게 지어주겠지.

 

아까 신차를 인수하기 전에 다홍이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이 다음에 아이들이 자랐을 때 자신들의 유년을 함께해 준 다홍이를 기억하라는 의미에서

사진 한 장 정도는 있어야 할 듯했다.

감수성 예민한 아들은 이제 다홍이를 볼 수 없다는 말에 한바탕 울었다.

우리 아들도 권정생 작가님처럼 좋은 작가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가끔 든다.

생명체가 아닌 다홍이와의 이별도 이렇게 아쉬워하니 말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실 2014-05-1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축하드립니다^^ K5 멋져요~
아직 운전면허증 없는 남편분이라니.....ㅎㅎ

수퍼남매맘 2014-05-19 17:3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러게나 말이에요. 운전면허 안 딴다고 꽤나 싸웠는데 나중에서야
크게 교통 사고가 난 적이 있어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실토하더라구요.
그러니 제가 기사 노릇해야죠.

꿈꾸는섬 2014-05-21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5 멋져요.ㅎㅎ
다홍이와의 추억이 많겠네요.
축하합니다.^^
 

올해는 공개수업이 좀 빨라졌다.

시기도 빠른 데다 5교시라서 최악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전문가는 주변 조건을 따지지 않아야 한다지만서도

설상가상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에 알러지 비염까지 재발하여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공개수업 전날 주사를 맞아 몸살 기운(근육통)은 사그라들었지만

목소리는 코맹맹이에다 잘 나오지 않았다.

전날, 수업 시간에 사용할 인절미를 사놓지 않아

시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쑥찰떡을 밤새 녹였다.

아침에 일어나 콩고물을 발라 인절미를 만들었다. 휴우~~ 다행이다.

수업 시간에 쓸 중요한 준비물인데 깜박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매번 느끼는 건데 책읽기 수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책 선정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익히 알고 있는 책을 선정하면 흥미가 낮아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 수 있는 책을 선정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순오기님과 희망찬샘께 자문을 구해 몇 권의 책이 물망에 올랐지만

요즘은 옛이야기에 매력이 빠져 있어서 옛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책 선정을 가지고 며칠 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아이들이 잘 알지 못하는 옛이야기였으면 좋겠고 역할극으로 표현하기 좋은 책이었으면 싶었는데 마침

도서실에 새롭게 들어온 700권 중에서 한 권이 내 레이다에 잡혔다. 심 봤다~~

바로 이 책이었다.

 

따끈따끈한 신간인데다 "인절미" 즉 우리 전통 음식에 대한 이야기라서

수업하기에 딱이다 싶었다.

거기다 마침 독서 토론 연수를 받아 두 가지 팁을 얻었다.

수업 도입 부분과 정리 부분에 써먹으며 좋겠다 싶었다.

이렇게 책이 선정되고

도입과 마무리 활동이 선택되자 지도안 구상이 되었다.

책읽기 수업은 기존에 나와 있는 지도안이 전무하기 때문에

지도안 짜기도 온전히 내 몫이다.

 

하지만 정작 공개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상태가 좋아야 한다.

그런데 5월, 5교시 그 조건이야말로 수업이 어떻게 흘러갈지 판가름 짓는 중요한 변인이 된다.

1학년 아이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예상해야 한다.

 

공개수업 때문에 아이들에게 점심 먹고 오늘만큼은 바깥에 나가지 말고 교실에서 놀아라 하였다.

교실에 갇힌 아이들은 어찌할 줄을 몰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날씨도 화창한데 밖에 나가 놀고 싶은 아이들은 좀이 쑤셔 난리를 쳤다.

이렇게 에너지가 넘치면 5교시 수업 때 과잉행동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어

아이들을 모아 놓고 열심히 운동이라도 시켜 에너지를 빼는 게 낫겠다 싶었다.

무용 동영상을 틀어주고 무용을 시켰더니 조금 진정이 되었다.

 

학부모들이 뒷자리에 한 분 두 분 서 계시기 시작하자, 아이들은 조금 흥분하기 시작하였다.

아이들 보고 수업 중에는 인사 못하니 미리 부모님과 인사하라고 시간을 주었다.

자기는 엄마가 안 왔다고 하는 아이가 있어

"친구 부모님도 다 내 부모님이고, 선생님은 학교 엄마니까 서운해 하지 말고, 씩씩하게 수업 잘하자"라며 격려해 줬다.

1학년 아이들은 부모님이 참관을 오시지 않으면 굉장히 서운해 하고, 불안해 하는 경향이 짙다.

간혹 부모님이 참관오시지 않았다 하여 수업 훼방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 아이 부모님은 끝까지 오시지 않았는데 그 아이는 의젓하고, 씩씩하게 수업을 잘했다.

 

아마도 매 시간 수업을 하고나서 만족하는 교사는 없을 테다.

나 또한 매번 공개 수업을 하면 아쉬운 부분이 남는다.

하지만 이번 공개 수업하고 나서는 기분이 좋았다.

마지막 정리 부분에서 아이들에게 공개 수업을 한 느낌을 색종이로 표현해 보라고 하였을 때

아이들이

"웃는 입"  "웃는 얼굴" 등을 표현하였다.

그 이유는 수업이 재미있고, 즐거워서 하고 말해 줘서 기뻤다.

작년 공개수업 때는 한 아이가 자꾸 수업 흐름을 방해해서 수업 끝나고 나서 내내 찝찝했었다.

어떤 해는 부모님이 지켜보시자 아이들이 얼어서 평소보다 발표를 안 해 애를 먹은 적이 있기도 하였다.

이번 우리 반 아이들은 평소대로 잘해줬다. 평소대로 해 주는 게 가장 좋다.

(솔직히 짝과 함께 이야기 만들기와 모둠별로 역할극은 연습 때가 훨씬 잘했다. 아이들도 나름 긴장했나 보다.)

부모님이 지켜본다고 해서 기분이 업되어 과잉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지켜보니 평소보다 발표를 잘하는 아이들도 몇 명 있었다. 무대 체질인가 보다.

 

선배 교사가 우리 반 아이들이 발표를 잘한다고 칭찬해줘서 기분이 으쓱해졌다.

그동안 목소리 크게 하라고 입에 단내가 나도록 잔소리를 해댔다.

후배 교사가 내가 책을 진짜 실감 나게 잘 읽어준다고 칭찬해줘서 또 한 번 기분이 업되었다. ㅋㅋㅋ

5교시에 책을 읽어줘야 하는데 중간중간 목소리가 잠겨서 걱정스러웠는데 그래도 목이 끝까지 잘 버티어 주어 고맙다.

좋은 수업이었다고 소감을 써 준 학부모들 덕분에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한 보람을 느꼈다.

책읽기 수업은 아이들도 책을 함께 읽는 것이지만 부모님도 함께 읽는 시간이기 때문에 의미가 더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어주면서 책을 통하여 자녀와 얼마나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겉표지, 면지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깊고 나눌 이야기들이 참 많은데 그동안 우린 그런 것들을 너무 간과해 왔었다.

독후활동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책읽기 전 활동과 책읽기 활동은 너무 쉽게, 너무 빨리 지나쳐 버린 경향이 있었다.

내 수업을 통해 그런 것들을 깨달았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수업과 역할극이 재미있었고, 인절미가 또 먹고 싶다고 말해줘서 행복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콩고물 묻혀 인절미를 준비한 덕을 톡톡하게 봤다.

인절미 책을 읽고나서 인절미를 직접 시식해 본 것이 아이들이 재미있게 느낀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앞으로도 배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교사이고 싶다. 이번에 독서 토론 연수 덕을 좀 봤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두려워하지 않는 교사이고 싶다. 인절미 시식을 할까 말까 하다 하였는데 역시 한 게 좋았다.

매 시간은 아닐지라도 공개수업 만큼이라도 아이들이 기억에 남는 수업을 하고자 노력하는 교사이고 싶다.

(직히 매시간 수업을 이렇게 준비할 순 없다. )

무엇보다 좋은 책을 꾸준히 읽어주는 교사이고 싶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찬샘 2014-05-18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많으셨어요. 아, 그 수업 참관 정말 하고 싶네요. 입 안에 들어오는 인절미 하나와 함께 말이지요. 도입과 정리 부분에 사용하신 팁이 궁금합니다. 인절미 맛보기???
저도 지금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얼른 지도안을 짜야지 자문을 구할 텐데, 생각보다 진도가 계획에 맞게 나가지지는 않아요. 그래도 열심히, 두 주먹 불끈!!!

수퍼남매맘 2014-05-18 09:25   좋아요 0 | URL
도입에 써먹은 활동은 짝과 협력하여 네 가지 낱말(물론 그림책에 나오는 낱말이죠)을 가지고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거예요. 전 부엌, 시루, 인절미, 잔치 라는 낱말을 주었어요. 남자 아이가 앞에 두 낱말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면 나머지 두 개의 낱말로 여자 짝이 이야기를 완성하는 활동이에요. 의외로 창의적인 내용이 많이 나오더라구요. 단 하나의 낱말로 하나의 문장을 만들라고 미리 말해주세요.
(예를 들어 부엌에 시루가 있었어요 는 안 돼요)
정리 부분 활동은 색종이로 내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활동이에요. 절대 연필을 써선 안 되구요.
찢거나 오리거나 구기거나 해서 "공개수업을 하고 난 느낌"을 색종이로 표현하는 거예요.
다른 수업에서도 써 먹을 수 있어서 저는 자주 애용해요.
이 활동도 아주 재미있어하고, 독창적인 것들이 많이 나와요.
학부모님들이 아이들이 표현한 것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구요.

희망찬샘 2014-05-18 17:34   좋아요 0 | URL
우와, 색종이 느낌 표현 좋군요. 한 번 따라 해 봐야 겠어요.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2
정유정 지음 / 비룡소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한창 중간고사 기간이다. 다들 집, 학교, 학원을 오가며 바쁘게 산다.

긴 릴레이가 끝나고 집에 오면 엄청난 양의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정말 이 하루가 쳇바퀴처럼 계속 돌아간다. 겨우 쉬려고 다리를 뻗으면

문 밖에서들려오는 부모님의 잔소리..잔소리..잔소리 때문에 힘든 몸을 일으켜

다시 공부를 한다.

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 김밥으로 떼우고,

그나마 쉴 수 있는 휴일에도 학원에 가는 게 내 친구들의 일상이다.

 

가끔씩 이런 기계 같은 일상에 화가난 친구들이 부모님에게

"도대체 나는 무얼 위해 이렇게 사는 거죠?"

하고 물으면 친구들의 부모님들은

"다 네 미래를 위해서야." 라는 차가운 대답이 돌아온다고 한다.

친구들은 내게 말한다.

"그냥 어디 멀리 모험을 떠나보고 싶다"고 말이다.

 

내가 읽은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라는 책에서도 모험얘기가 나온다.

난 이 책이 참 좋다.

왜냐하면 너무 거창한 모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 한 이야기라서 특히 더 재밌었다.

큰 임무를 맡은 소심한 준호, 가정폭력을 겪은 정아,

딸을 잃은 할아버지, 모범생 승주가 주요 인물이다.

각자 개성은 무척 강하지만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성격들이다.

그리고 모험 하는 배경이 익숙해서 좋았다.

내가 그들의 모험을 진짜로 함께하고 보고 듣는 것 같았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수많은 신기한 것들이 있다.

숲이 있고 강이 있으며 그 속에 사는 동식물들이 있다.

나는 그런 자연을 느끼고 보는 것이 좋다.

학교에 가다가 길가에 피어있는 꽃에 정신 팔린 적도 있고,

나무 위에서 우는 새들을 "까악~까악~" 따라 해 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자연스레 모험을 떠난다.

내 친구들은 이런 느낌을 모른다는 게 참 불쌍하다.

왜 앞만 보고 질주할까, 어른들은 왜 "잠시 쉬었다 가렴."하고 알려주지 않는 걸까.

 

한 번 쯤은, 아니 하루에 한 번이라도 모든 짐을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자.

주변의 모든 모험거리들, 자연이 우리들을 조금 더 성장 시켜줄 멋진 모험으로 이끌 것이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조금만 들여다보고 조금만 느껴도 그것이 모험이다.

아주 잠깐. 그 시간이 삶 속에서 가장 행복한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일 것이다.

 

중1딸이 쓴 리뷰를 옮겨 본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05-19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