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친구들이 놀러온다고 하여 자리도 비켜 줄 겸 아버지 산책도 시켜 드릴 겸
겸사겸사 근린공원으로 나왔다.
아들과 난 배드민턴을 하고,
남편은 정자에 앉아 책을 보고,
아버지는 우리 모자를 지켜 보며 웃으셨다.
나는 아버지로부터 배드민턴을 배웠는데
우리 아들은 나와 함께 배드민턴을 쳤다.
배드민턴을 한 20분 치자 땀이 날똥 말똥 하였다. 난 워낙 땀이 안 나는 체질이다.
아들의 이마에서는 땀이 줄줄 흘러 내렸다.
운동을 마치고, 숲속 작은 도서관으로 항하였다.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도서관이 있어서 진짜 행운이다.
지난 번에는 카페가 개장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오늘 가 보니 영업을 하고 있어서
아버지와 아들은 오렌지 주스를 시키고,
남편은 아이스 커피,
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었다.
커피 맛이 괜찮았다. 종이컵이 아니라 머그컵으로 줘서 좋다. 종이컵에 주면 맛의 질이 떨어진다.
아버지 모시고 산책 삼아 자주 와야겠다.
아버지도 그림책 읽으라고 권해 드렸는데 읽는 둥 마는 둥 하셨다.
집중이 안 되시나 보다.
이 도서관은 그림책이 꽤 많다.
단점이라면 대출이 안 된다는 점.
집에서는 책을 잘 안 읽는 아들도 이 곳에 오니 어쩔 수 없이(?) 책을 읽는다.
종달새 부부가 알을 낳았는데
두더지 때문에 알이 위험에 처한다.
아빠 종달새는 늑대에게 도움을 구하는데
늑대는 먼저 자신이 먹고, 마시고, 웃기게 해 줄 것을 요구한다.
자신의 알을 구하기 위한 아빠 종달새의 고군분투가 재미있다.
유한양행을 만든 유일한 사장님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나왔다.
참 이상한 사장님이란 제목처럼
어쩌면 우리 나라에서는 유일한 사장님 같은 사람을 "바보" 라고 부를 지도 모르겠다.
다른 나라에서는 기업가의 사회환원, 사회기부가 자주 들려오는 이야기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유일한 사장님 같이 사회환원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학교도, 교회도, 병원도, 기업도 자신들이 이룩한 것이므로
자신들의 사유 재산이고, 그렇기 때문에 세습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듯하다.
미국의 부자들이 자신들 재산의 일부-일부라고 하지만 정말 어마어마한 액수다.-
를 사회에 환원하고, 부자세를 늘리자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우리 나라 부자들은?'
이라는 물음이 저절로 든다.
미국과 우리 나라 모두 빈부 격차가 심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미국의 부자들 중에는 노블레스 오빌리주를 실천하는 자들이 여럿 있고 우리 나라는 글쎄... 있나? 그게 다른 점이다.
그러니 권정생 작가와 유일한 사장님이 대단한 분이시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셨으니 말이다.
아이들의 꿈을 물어 보면 부자가 되고 싶다고 아주 솔직하게 말하는 아이가 가끔 있다.
가난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왕이면 부자로 살고 싶은 게 우리의 솔직한 심정일 테니까.
그런데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면
부자가 된 이후 그 부를 어떻게 사용할지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려면 어른들이 먼저 본을 보여야 한다.
카네기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의 용돈 중에서 1/10을 정확하게 기부하였다고 한다.
부모님의 교육 덕분이었다고 한다.
그런 가정 교육이 있었기에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이 번 돈의 1/10을 기부하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작은 것을 기부 못 하는 사람이 어찌 큰 것을 기부할 수 있을까! 말도 안 되지.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유일한 사장처럼, 권정생 작가처럼, 자신이 평생 번 돈을 장학금으로 바치는 김밥집 할머니들처럼
그런 멋진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회 지도층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 지도층이 보여주는 행태라 하면 윽~ 두 말하면 잔소리지.
이런 나라일진대 아이들에게
'너는 그러지 말고 어려서부터 기부하는 습관을 가져라' 말하기가 참 부끄럽지만서도
지금보다 좀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꼭 가르쳐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일한 사장처럼
자신이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 되는 세상이 하루 속히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