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말을 거꾸로 해 본 경험이 있을 테다.

"워거즐튼무아" 즉 "아무튼즐거워"를 거꾸로 읽은 것이다.

재미있으면서도 감동도 주고, 부모로서 자녀를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불편한 그림책이었다.

 

아마 임금님도 왕자에게

공부를 많이 시켜서 자신의 대를 이어 훌륭한 왕이 되게 하려고 했을 테다.

하지만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간의 미래다.

미래까지 왕자가 건강하게 살아 있어야 왕위를 물려받는데

왕자는 왕과 왕비가 여행을 떠난 후, 너무 팍팍한 스케줄 때문에 심신이 지쳐

급기야 단식을 하게 된다.

 

<보물1>25곱하기 38이나, 지구로부터 태양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왕자님이었지만,

개구리가 알을 낳는 장소나 어떤 모양의 썰매가 잘 미끄러지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보물2>왕자님은 정말 잠깐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쉴 틈이 없었습니다.

외국어 공부가 끝나는 순간, 벌써 역사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었고, 역사 공부가 끝나자마자

바로 법률 선생님이 뒤를 이어 들어와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보물3>이것을 먹으려면 바깥에서, 그것도 시냇물 가의 풀밭에서 먹지 않으면 안 되옵니다.

그 외의 장소에서 먹는다면, 목구멍이 막혀서 죽게 될 것입니다.

 

이것을 먹을 때는 반소매 티셔츠와 반바지, 목이 짧은 구두를 신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배탈이 나서 죽게 될 것이옵니다.

 

이것은 혼자 먹서어는 절대로 안 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그것도 동갑내기와 함께 나누어 먹어여 합니다.

 

매일 궁궐에서 여러 개인 선생님과 공부만을 하기를 강요 받은 왕자는 산책을 갔다가 우연히 본

"워거즐튼무아"가 먹고 싶다고 한다.

자신들이 돌아와서 지식이 쌓인 게 하나도 없거나, 왕자가 조금이라도 야위어 있으면 해고를 시킨다는

왕과 왕비의 엄명을 기억한 신하들은 사람들을 시켜 "워거즐튼무아"를 당장 찾아오라고 한다.

"워거즐튼무아"를 심은 아주머니의 조건은-보물3-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놀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듯이

아이들은 직접 자연 속에서 놀면서,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생각보다 판형이 작고, 제법 글밥이 많은 편이다.

재밌으면서 주제도 분명해서 도서실에서 찾은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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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새벽에 화장실 다녀온 아버지가

꼭지를 잠가 화장실 문이 열리질 않는다.

아버지는 화장실도 가끔 헷갈리셔서

어제도 현관쪽으로 자꾸 나가시려고 했다.

남편이 맥가이버처럼 옷걸이를 이용해서 화장실문을 열어줬다. 땡큐

 

아버지 진지를 차려드리고 출근 준비를 했다.

토요휴업일 도서실 당직이다.

도서실에 와서 신간이나 실컷 읽어야지.

 

부모님 때문에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은 페이퍼에

여러분이 용기와 위로의 댓글을 달아주셔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앓는 것도 이렇게 마음이 찢어지는데

새파랗게 어린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시신도 찾지 못하는 세월호 가족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 곁에는 썩은 창자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하루빨리 구조가 진행되어 시신이라도 유족 손에 돌아가야 할 텐데.....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아 보인다.

잔인한 4월이다.

 

마을 어귀 세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도시로

하나는 바다로

나머지 하나는 갈 수 없는 길 이라고 적혀있다.

마르티노는 왜 갈 수 없는 길인지 물어보지만

마을 사람들은 원래부터 갈 수 없는 길이라고 대답할 뿐이다.

어느 정도 혼자 길을 떠날 수 있을 만큼 자란 마르티노는 짐을 꾸려

갈 수 없는 길을 떠난다.

누군가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갈 수 없는 길이라고 지정해 놓은 게 마르티노는 못내 이해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인류의 역사는 마르티노 같은 개척자들 때문에 지금처럼 발달한 것이 아닐까 싶다.

 

 

<보물1>정말 바보 같은 이야기예요.

그 길을 가보지 않고는 모르는 거잖아요.

제 생각에는 누군가 갔던 길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보물2> 아무도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은 제일 처음 오는 사람에게만 보물을 주기 마련이지요.

고집쟁이 마르티노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답니다.

 

 

이란 그림책이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매우 궁금하였다.

알라디너들이 리뷰도 많이 올려서 기대도 컸다.

부조리에 맞서는 사람들의 멋진 모습을 떠올렸는데

생각보다 결말이 사람들의 자각에 의해서가 아니라

햇님이 햇살을 쏴 눈사람을 녹게 만드는 것이라 좀 맥이 풀렸다.

작가는 왜 사람들이 스스로 눈사람을 허물게 하지 않고

해님이 하도록 이야기를 끝맺었을까!

그만큼 부조리에 맞서는 것은 힘들다는 의미일까!

 

커다란 눈사람은 성경에서 바벨탑을 쌓는 모습이 오버랩된다.

더 높이 쌓은 바벨탑처럼 아이들은 더 큰 눈사람을 만들려고 한다.

다음 날, 눈사람이 폭군 지도자로 변해 얼토당토 않는 명령을 해도 누구 하나 맞서지 않고

그대로 복종한다.

사람은 누구에게 대항하는 것보다 순종하는 것을 더 자연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는 더 그렇단다.

단원고 학생들이 " 그대로 있으라"하는 방송을 듣고 순종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한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아쉬움이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보물1> 마을 사람들은 눈사람의 명령을 고분고분 따랐어요. 눈사람이 명령을 하다니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그리고 시킨다고 꼭 따를 필요는 없잖아요. 하지만 아무도 그걸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정말 이상한 일이죠?

이 마을에 누군가 정의감이 투철하고, 부조리에 맞설 용기가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면

마을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 누군가가 " 나" 일 때 세상은 서서히 변하는 게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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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큰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낙상을 하셔서 119로 이동한다고.

아버지가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엄마가 만류하시다가

아버지가 엄마를 밀쳤단다.

그 바람에 엄마가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나 보다.

고관절이 나갔다고.

엄마는 응급실에 계신다.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응급실로 갔다.

무릎이 펴지지 않아 무릎에 쇠를 박아 놨다. ㅠㅠ

양쪽에 몰핀을 맞고 있었다.

 

아버지는 엄마를 간호할 수도 혼자 계실 수도 없어

우리 집으로 모셔왔다.

어젯 저녁 아버지에게 그림책 두 권을 읽어드렸다.

<허허 할아버지>를 읽어드렸는데 그림을 보고 웃으셨다.

웃음 소리가 어쩐지 슬프게 들렸다.

아들이 할아버지에게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를 읽어줬는데

아기처럼 집중을 못 하시고 다른 데를 보신다.

 

 

 

 

 

 

 

 

 

시어머니께서 엄마 낙상한 것을 아시고 전화를 주셨다.

친정 아버지 모시고 온 것을 말씀 드렸더니

반찬 해서 택배로 보낼까 하신다.

본인도 지난 겨울에 넘어지셔서 아직도 무릎이 성치 않으신데...

우리 시어머니는 진짜 천사다.

시어머니와의 통화를 끝내고 나니 갑자기 슬픔이 몰려들어 꺼이꺼이 울었다.

폭풍 같은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렀다.

그렇게 총명한 아버지였는데.

지병은 있었지만 지금까지 몸에 칼 한 번 안 댄 엄마였는데.

 

울다보니 설교 말씀이 기억났다.

목사님 말씀 중에서

나에게 갑자기 일어난 일들도

하나님께서 미리 다 예비하신 거라는 그 부분이 퍼뜩 떠올랐다.

수퍼남매 키우면서 부모님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

큰 애는 6세 때까지 거의 키워주셨고,

작은 애도 2세부터 4세 때까지 키워주셨으니

부모님께 참 빚진 게 많다.

그 빚 조금이라도 갚으라고 아버지를 우리 집에 보내신 듯하다.

우리 집에 계시는 동안 잘해 드려야겠다.

수퍼남매에게도 너희들 정말 아끼고 사랑하며 애지중지 키워주셨으니

잘해드리라고 당부하였다.

매일 한 권씩 그림책 읽어드리라고 미션을 주었다.

아버지가 온이를 좋아한다.

온이만 보면 웃는다.

진작 온이를 부모님께 입양 보낼 걸 그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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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5 18: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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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6 09: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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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5 2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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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6 09: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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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6 07: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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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8 07: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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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8 11: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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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8 18: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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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도봉도서관에 갔다가 이 책의 원화를 보게 되었다.

앙증맞게 생긴 토끼 다섯 마리와 우락부락 생긴 팥이 영감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수퍼남매도 원화를 보자마자

"우와! 토끼들 진짜 귀엽다" 라고 말했다.

 

이 책을 꼭 사야겠다 싶었는데 학교 도서실에서 발견하고 일단 빌려와서 읽었다.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팥이 영감 이야기를 원형은 그대로 살리고 약간 변형시킨 것이었다.

원화에서 봤던 개구쟁이 산토끼들을 다시 보니 으~~ 정말 정말 귀여웠다.

이 원화를 꼭 빌리고야 말겠다.

도봉도서관 사서는 정말 발이 빠른 듯하다.

매번 갈 때마다 원화가 바뀌어 있으니 말이다. 

 

어제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줬더니

아이들이 까르르까르르 난리가 났다.

특히 팥이 영감이 산토끼를 잡으려고 꾀를 부려

죽은 척 하는 대목에서 박장대소하였다.

 

눈에는 곶감을 넣고

코에는 대추를 넣고

귀에는 밤을 넣고

얼굴에 숯칠을 하여 죽은 것처럼 누워 있는 팥이 영감의 모습은

어른인 내가 봐도 정말 우스웠다.

 

게다가 그런 팥이 영감의 모습을 보고 산토끼들이 하는 말은 더 웃기다.

" 눈이 터져 죽었나? 코피가 나서 죽었나? 귀가 막혀 죽었나? 불에 타서 죽었나?"

여기서 아이들이 빵 터졌다.

자신들을 호심탐탐 노리던 팥이 영감이 죽었는데

토끼들은 영감의 꽃무덤을 만들어 준다. 그 장면도 참 이쁘다.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면서

청중인 아이들이 그렇게 까르르까르르 웃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형에는 산토끼들이 영감이 무를 가지러 밭에 간 사이

영감의 아기를 가마솥에 넣는 대목이 나온다고 하는데

이 그림책에서는 빠져 있다.

 

토끼가 팥을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토끼를 칡넝쿨로 꽁꽁 묶어 가마솥에 푹푹 삶을까?

동물도 좀 먹게 하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천국의 이야기꾼 권정생>을 끝까지 읽었는데

권정생 작가라면 절대 팥이 영감처럼 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배고픈 생쥐에게도 자신의 먹거리를 나누어 준 분이기 때문에

산토끼들이 팥을 실컷 먹도록 놔두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나니 권정생 작가야말로 예수처럼 살다가셨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분이셨다.

 

산토끼들이 팥이 영감을 한바탕 골려주는 모습에서

토끼처럼 힘 없고 연약한 백성들이

팥이 영감 같은 탐관오리들을 혼내주는 모습이 겹쳐졌다.

 

그래서 이 그림책을 보면서 강자에 대한 약자의 복수극이 통쾌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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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예준맘 2014-04-25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시간이 날때면 권정생 작가님 동화책 위주로 한권한권 검색하는 일에 빠져 있네요..
마음이 가는 책은 구입하기도 하구요..
그분이 어떤 분인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어서요..

"동화 나라에 사는 종지기 아저씨-권정생"이라는 책을 한번 읽어 보고 싶은데...
모든 싸이트에 절판이더라구요ㅠㅠ
이번주에 도서관에 가서 빌려 볼 생각을 하고 있어요...

예원이는 권정생 할아버지의 책은 슬픈것 같다고 하면서...
어제는 듣지 않겠다고 하더라구요...ㅠㅠ
너무 책읽기를 강조했나??이런 생각이 들면서 인내와 내려놓음을 또 배웁니다...

그래도 제비꽃 피는 어느 장날에 나오는 형제 개미들의 모습은 재미있다고
깔깔 거리며 다 듣더라구요..ㅎㅎ 저도 좀 재미있기는 했어요..ㅎㅎ

천국의 이야기꾼 권정생 - 이책도 한번 읽어 보고 싶습니다.

수퍼남매맘 2014-04-26 12:11   좋아요 0 | URL
아이가 듣기 싫다 하면 멈춰야죠.
권정생 작가님에게 예원이 같은 꼬마 독자가
왜 할아버지는 슬픈 이야기만 쓰시냐고
재밌는 이야기도 써주시라고 편지를 썼답니다.
작가는 세상에는 행복한 일도 있지만 슬프고 불행한 일도 많기에
그런 슬픈 일들을 쓰는 거라고 책에 적혀 있더군요. 재미난 이야기도 써보려고 노력하겠다고 하시구요.
작가의 인생을 살펴보니 왜 슬픈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지 이해가 됩니다.
작가 인생이 철저하게 가난하고 불운하구 아프더군요. 읽다 보면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아직 아이들은 작가의 인생을 이해할 나이가 아니니
재밌고 즐겁고 우스운 이야기를 원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재밌는 이야기를 원한다면 <랑랑별 때때롱>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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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아주 예쁜 표지의 책이 보이길래 한 번 들춰봤다.

작가 이름이 요시모토 바나나 란다.

바나나?

이름이 진짜 웃긴다.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릴 수 없도록 필명을 잘 만들었네.

 

표지가 여자들이 좋아하도록 진짜 이쁘다.

우리 딸도 나중에 이런 일러스트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미용실에 가서 읽으려고 한 권을 챙겨 가지고 가서 읽었다.

이 작가 매력 있네!

내가 읽은 책은 아련한 사랑에 대한 추억을 담은 <막다른 골목의 추억>인데

정유정 작가처럼 강한 내용도 흡인력 있어서 좋지만

때론 이런  잔잔한 내용도 옛 추억을 되살려 줘서 다른 맛으로 좋다.

 

다른 책은 요즘 알라딘에 자주 보이는 <도토리 자매>인데

이 책도 1/3 정도 읽어봤다.

부모님을 사고로 한 순간에 잃고 친척집에 더부살이를 하면서

알게 모르게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두 자매의 이야기이다.

이것도 물 흐르듯 잔잔하다.

 

나머지 한 권은 아직 한 쪽도 읽지 않았지만 표지는 진짜 이쁘다.

파스텔톤의 표지 색깔이 마음을 상큼하게 한다.

세 권 다 책꽂이에 꽂아 놓으면 보는 것만으로 흐뭇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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