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새벽에 화장실 다녀온 아버지가
꼭지를 잠가 화장실 문이 열리질 않는다.
아버지는 화장실도 가끔 헷갈리셔서
어제도 현관쪽으로 자꾸 나가시려고 했다.
남편이 맥가이버처럼 옷걸이를 이용해서 화장실문을 열어줬다. 땡큐
아버지 진지를 차려드리고 출근 준비를 했다.
토요휴업일 도서실 당직이다.
도서실에 와서 신간이나 실컷 읽어야지.
부모님 때문에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은 페이퍼에
여러분이 용기와 위로의 댓글을 달아주셔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앓는 것도 이렇게 마음이 찢어지는데
새파랗게 어린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시신도 찾지 못하는 세월호 가족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 곁에는 썩은 창자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하루빨리 구조가 진행되어 시신이라도 유족 손에 돌아가야 할 텐데.....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아 보인다.
잔인한 4월이다.
마을 어귀 세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도시로
하나는 바다로
나머지 하나는 갈 수 없는 길 이라고 적혀있다.
마르티노는 왜 갈 수 없는 길인지 물어보지만
마을 사람들은 원래부터 갈 수 없는 길이라고 대답할 뿐이다.
어느 정도 혼자 길을 떠날 수 있을 만큼 자란 마르티노는 짐을 꾸려
갈 수 없는 길을 떠난다.
누군가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갈 수 없는 길이라고 지정해 놓은 게 마르티노는 못내 이해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인류의 역사는 마르티노 같은 개척자들 때문에 지금처럼 발달한 것이 아닐까 싶다.
<보물1>정말 바보 같은 이야기예요.
그 길을 가보지 않고는 모르는 거잖아요.
제 생각에는 누군가 갔던 길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보물2> 아무도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은 제일 처음 오는 사람에게만 보물을 주기 마련이지요.
고집쟁이 마르티노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답니다.
이란 그림책이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매우 궁금하였다.
알라디너들이 리뷰도 많이 올려서 기대도 컸다.
부조리에 맞서는 사람들의 멋진 모습을 떠올렸는데
생각보다 결말이 사람들의 자각에 의해서가 아니라
햇님이 햇살을 쏴 눈사람을 녹게 만드는 것이라 좀 맥이 풀렸다.
작가는 왜 사람들이 스스로 눈사람을 허물게 하지 않고
해님이 하도록 이야기를 끝맺었을까!
그만큼 부조리에 맞서는 것은 힘들다는 의미일까!
커다란 눈사람은 성경에서 바벨탑을 쌓는 모습이 오버랩된다.
더 높이 쌓은 바벨탑처럼 아이들은 더 큰 눈사람을 만들려고 한다.
다음 날, 눈사람이 폭군 지도자로 변해 얼토당토 않는 명령을 해도 누구 하나 맞서지 않고
그대로 복종한다.
사람은 누구에게 대항하는 것보다 순종하는 것을 더 자연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는 더 그렇단다.
단원고 학생들이 " 그대로 있으라"하는 방송을 듣고 순종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한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아쉬움이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보물1> 마을 사람들은 눈사람의 명령을 고분고분 따랐어요. 눈사람이 명령을 하다니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그리고 시킨다고 꼭 따를 필요는 없잖아요. 하지만 아무도 그걸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정말 이상한 일이죠?
이 마을에 누군가 정의감이 투철하고, 부조리에 맞설 용기가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면
마을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 누군가가 " 나" 일 때 세상은 서서히 변하는 게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