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오늘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도서실에서는 이벤트를 세 가지 하였다.
 
첫째 그동안 응모한 행운권 추첨을 하였다.
방송실에서 전교회장단들이 공개 추첨을 하는데
중간에 카메라 고장이 나서 조금 아쉬웠다.
방송부 아이들도 열심히 준비했는데....
수많은 경쟁(대학 입시보다 더 치열한)을 뚫고 여섯 명의 어린이가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여섯 명에게는 따끈따끈 신간이 선물로 주어졌다.
각 학년별로 뽑았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었다. (사서 샘 아이디어였다.)
우리 일 학년은 6반 남자 어린이가 로또(?)에 당첨되었다.
어제 오후 학년별 분류 작업을 하는데 1학년은 정말 많고,
6학년은 너무 빈약하여 참 씁쓸하였다.
이것이 바로 우리 나라 독서 교육의 현실이구나 싶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책과 멀어지는 이 문화를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둘째 오늘 하루 도서대출을 하는 어린이에게 막대 사탕과 명언이 담긴 책갈피를 선물하였다.
그걸 받기 위해 도서실은 1교시 시작 전, 자습 시간부터 완전 북새통이었다.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아이들이 빙글빙글 줄을 서 있었다.
놀이 동산 저리 가라였다.
"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야!" 란 말이 절로 났다.
하지만 아이들은 질서정연하게 한 줄로 서서 대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정말 예뻤다.
공개 추첨을 해야 할 시간이 되어서 이들 보고 1교시 쉬는 시간에 오라고 모두 교실로 돌려 보냈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사탕을 받으러 도서실에 갔다.
 
오후에 가보니 준비한 350개의 선물이 모두 나갔다고 사서샘이 전해 주셨다.
사서 샘은 하루종일 정신없으셨지만 대성황이다.
우리 아이들도 급식 먹고 도서실에서 받은 사탕을 야무지게 빨아 먹었다.
사탕 하나로 이렇게 행복해질 수도 있구나!
6학년 샘 말 들어보니
6학년도 오늘은 사탕 받으려고 도서실에서 대출을 많이 했다는 후문이다.
1년에 두 번은 힘들어서 못 하고, 내년을 기약해야지.
 
셋째 연체된 아이들의 도서대출정지를 풀어주었다.
광명을 찾은 셈이다.
이것도 도서관 담당 베테랑 샘으로부터 얻은 아이디어인데 좋은 듯하다.
 
며칠 쉬었다 5월 도서실 이벤트 시작해야지.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14-04-24 0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네요~ 막대사탕의 위력이 쎄군요.ㅋㅋ
연체자 대출정지를 풀어기는 우리지역 공공도서관들도 도서관주간에 거의 다 행는데 반응이 괜찮았다고... ^^

수퍼남매맘 2014-04-24 20:54   좋아요 0 | URL
진짜 막대 사탕의 위력(?)은 대단하였습니다.
고등학교 도서실 행사도 막대 사탕 준다고 하면 아이들이 몰린다고 하더라구요.
연체자 대출정지 해제도 굿 아이디어예요. ㅋㅋㅋ

2014-04-24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24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예원&예준맘 2014-04-24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습니다.

예원이가 아쉬워하며...우리반은 아무도 안뽑혔어요..하더라구요!!
예쁜책갈피 받아서 좋겠다..하고 이야기 해주었답니다.ㅎㅎ

작년까지는 알지도 못했는데...
어제가 세계책의 날인걸 알고 지나가니...
선생님을 만나 배워지는게 많습니다.ㅎㅎ

수퍼남매맘 2014-04-24 20:59   좋아요 0 | URL
우리 반 아이들 행운권이 가장 많이 들어있었을 터인데....
운을 타고나는 사람은 따로 있나 봅니다.
저도 몇 년 전에는 세계 책의 날이 있는지도 몰랐답니다. ㅋㅋㅋ
아는 만큼 보인다.
알면 이해한다.
알면 사랑한다. 이런 말들을 되새겨 봅니다.

2014-04-25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25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들과 진짜로 씨앗 심기를 하였다.

통합 교과서 <봄>에 씨앗 심기가 나온다.

그래서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지난 번에는 씨앗이 아니라 어린 모종을 심고, 그것도 거의 내가 다 심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처음부터 아이들 스스로 하게 하려고 어제 오후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자료실에서 모종삽, 강낭콩 씨앗, 옥수수 씨앗, 흙, 화분, 이름표 등등을 가져왔다.

 

4교시에 나가서 심어야 하는데

몇 명 아이들이 학습 속도가 너무 느려서

결국 5교시가 되어야 나갈 수 있었다.

저학년은 이렇게 학습 속도가 느린 아이들 때문에

계획했던 일들이 어그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속 상하게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알림장을 미리 쓰고

5교시가 되어서야

운동장에 나가 씨앗 심기를 모둠별로 할 수 있었다.

화분 구멍을 그물망으로 막고,

자갈을 깐 후

배양토를 담는다.

옥수수 씨앗 또는 강낭콩 씨앗을 네 알 심은 후

다시 흙을 살짝 덮는다.

물을 듬뿍 준다.

이제 " 인내심 "을 가지고, 싹이 트기를 기다려야 한다.

모둠별로 아이들이 다 심고, 난 물만 적당히 줬다.

내일 교실에서 모둠별로 이름표를 쓰면 된다.

 

새싹이 나는 씨앗도 있을 테고

그렇지 않은 씨앗도 있을 테다.

어디서 먼저 싹을 틔울지 궁금하다.

모종이 아니라

직접 씨앗을 심어보니 더 정이 간다.

 

3월에 심은 모종들도 교실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난 식물 가꾸기 재능이 거의 없다.

기르다보면 꼭 시들게 해서 죄책감이 들어 집에는 화분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나이 들면서 식물 기르기가 점점 재밌어진다.

 

고운 마음으로 식물을 기르는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이 있다.

책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면

식물도 그런 것 같다.

리디아도 미스 럼피우스도 꽃을 기르면서 세상을, 이웃을 아름답게 변화시킨 이들이다.

 

 

 

 

 

 

 

 

 

 

 

 

 

 

 

 

 

 

 

 

 

 

 

 

 

 

 

 

 

 

 

 

 

 

 

 

 

 

 

 

 

 

우리 아이들이 심은 씨앗이 잘 자라길 바란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4-04-22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 키워서 모두들 씨앗 한 톨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를 잘 배우기를 빌어요

수퍼남매맘 2014-04-23 21:18   좋아요 0 | URL
본인들이 직접 심으니 더 마음이 가나 봅니다.

순오기 2014-04-24 0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히 두 권 빼고 다 있네요~ ^^
<놓치면 안 될 우리 아이 책>에 추천된 <못생긴 씨앗 하나>도 추천할 만해요.

수퍼남매맘 2014-04-24 20:5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나무나 씨앗에 대한 책이 많아서 좋아요.
 

오늘부터 도서실이 다시 대출을 시작하였다.

누구도 손 댄 흔적이 없는 책을 가장 먼저 접하는 그 마음이 참 설레인다.

 

아이들은 2교시 쉬는 시간에 도서실 가서 대출을 해 오라고 하고

난 아이들이 다 간 후 도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책이 있을까 요모조모 살펴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보고 싶던 책들이 눈에 쏙쏙 들어와서 골라서 교실로 와서 읽기 시작하였다.

 

옥이와 다희의 옥신각신 이야기가 참 재미나다.

나 또한 책보 세대가 아니라서

책보에 얽힌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왔다.

김동성 작가는 역시 그림을 잘 그린다.

특히 두 쪽 가득 펼쳐지는 초록 잎이 무성한 나무 표현은 감탄사가 연거푸 난다.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마저 싱그러워진다.

 

 

국시 꼬랭이 마지막 시리즈는 바로

국시 꼬랭이이다.

국시는 국수의 사투리다.

국시 꼬랭이는 국수를 썰고나서 남은 자투리 조각을 뜻하는데

이것을 불에 구우면 맛있는 간식이 되었나 보다.

가난한 시절, 먹을 게 별로 없던 그 시절,

아이들은 이 국시 꼬랭이를 차지하기 위해 형과 동생이 투닥투닥한다.

 

<책보>나 <국시 꼬랭이>나 넉넉한 우리 조상들의 마음이 잘 담겨져 있어서

읽고나서 마음이 푸근해진다.

<국시 꼬랭이>도 모두 소장하고 싶은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다음은 내가 진짜진짜 좋아하는 이세 히데코의 그림책이다.

이 작가의 책도 모두 소장하고픈 책 중의 하나이다.

일단 빌려서 읽고 하나하나 모으려고 한다.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이란 책을 통해 이 작가를 알게 되었다.

어쩜 이리 투명 수채화의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볼 때마다 놀랍다.

내용도 철학적이고....

내가 좋아하는 첼로, 바흐에 대한 내용이 나와서 완전 반했다.

이 책은 당연 구매 1순위이다.

 

 

 

 

 

 

 

다음은 내가 구매한 책들이다.

반 아이들에게 상표 50개를 모으면 선물을 준다고 하였는데 그 선물이 바로 책이다.

현재 49개까지 모은 아이가 있어서- 급식을 잘 먹어서 많이 모았다.-

내일 쯤이면 선물 1호가 나갈 듯하다.

아이에게 일단 선물로 주고, 가장 먼저 이 책을 읽게 한 다음

친구들을 위해 기증을 받으려고 한다.

우리 반 아이들은 마음이 고와서 잘 이해할 거라고 믿는다.

나 혼자 이 책을 소유하는 것보다

함께 보는 기쁨을 알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 책이 집에 있으면 나와 우리 가족만 보는 것이지만

교실에 있으면 다른 친구들이 모두 볼 수 있기에 더 가치로운 일이다.

권정생 할아버지처럼 10억을 기부할 순 없지만

내가 선물로 받은 책 한 권 기증하는 예쁜 마음을 우리 아이들이 가졌으면 한다.

책 읽는 사람은 모름지기 저만 혼자 좋은 책을 읽을 게 아니라 나누는 기쁨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위 책보다 이 책이 더 뭉클하였다.

번역자를 보니 이름이 달라서 번역의 문제인가 싶기도 하고....

일단 이야기 자체가 이 책이 더 서사가 있고, 치밀하다.

이 책에 장애를 가진 아기 공룡이 나와서 미리 알았더라면

장애우의 날에 읽어줘도 좋을 뻔 했다.

아깝다! 장애우의 날이 지나버려서.

눈이 안 보이는 아기 공룡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 하는 장면을 읽을 때는

가슴이 시렸다.

우리 아이들 중에도 혹시 이런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아저씨가 티라노사우루스여도 여전히 나를 닮은 아저씨를 좋아한다"

는 아기 공룡의 고백은 눈가에 눈물이 맺히게 만들었다.

 

<고녀석 맛있겠다>시리즈는 우리 교실에 있는 책 중에서 대출1위이다.

선물 1, 2호가 나가면 아이들이 돌려볼 수 있겠다.

좋은 책 보면서 아이들의 마음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04-22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22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예원&예준맘 2014-04-22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원이도 드디어 어제부터 책을 다시 빌려 왔더라구요..
2014년 4월 14일 이라고 보라색 도장이 찍힌 새책을요...
그 책을 보면서 잠시 생각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작업 하셨던 선생님들의 애쓰심을요...
책에 대해서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순간순간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엔 권정생 작가님의 책을 위주로 읽어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권정생 작가님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권정생 할아버지 이야기를
예원이가 저에게도 띄엄띄엄 들려준답니다..



수퍼남매맘 2014-04-22 18:23   좋아요 0 | URL
저는 권정생 작가님 일화를 읽고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나더라구요.
세상에 많은 작가가 있지만 권 작가님처럼 살다 가신 분은 진짜 드물거든요.
마치 예수님 같아요.
요즘 권정생 작가 전기문을 읽고 있는데 일화 하나하나가 감동 그 자체예요.
아이들에게 중간중간 시간 날 때마다 들려주려고 꼭꼭 기억하고 있어요.
나도, 우리 아이들도 그 분의1/1000 이라도 닮았으면 좋겠어요.

예원&예준맘 2014-04-23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이 핑 돕니다...
저도 읽어 보아야겠습니다.

수퍼남매맘 2014-04-23 21:19   좋아요 0 | URL
그림책 보다가 저도 잘 울어요. ㅠㅠ
 

지난 주 금요일 책을 읽어주는데 세 번의 경고를 받아 책장을 덮는 일이 발생하였다.

뒷 이야기를 오늘, 3교시에 읽어줬다.

 

함께 살게 된 길 아저씨와 손 아저씨는

처음에는 구걸을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새끼를 꼬고, 짚신을 삼아 돈을 벌기 시작하였다.

장애우라고 해서 마냥

이웃들에게 구걸을 해서 연명을 하는 게 아니었다.

열심히 일을 하여 만든 생활용품들을 장에 내다 팔아 돈을 벌어

하나하나 살림살이를 장만해 가는 그들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그런 그들의 성실함, 착함에 반한 처자들이

길 아저씨와 손 아저씨와 혼인을 한다.

이 처자들의 마음도 참 곱다.

만약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그런데 두 처자는

두 사람의 외모가 아니라 마음씨에 반해 혼인을 한다.

지금도 자주는 아니지만

비장애우와 장애우가 결혼을 하는 경우를 본다.

살다가 장애를 가지는 경우는 일단 보류하고

처음부터 장애를 인정하고 결혼하기는 그리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본인들은 사랑하여 어쩔 수 없다 하여도

결혼이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므로 주변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손 없는 색시>에서 시어머니가 손 없는 색시를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게 눈에 들어왔는데

이 이야기에서 마찬가지이다.

옛이야기 속에서는 오히려 장애우와 비장애우와 결합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을 본다.

 

얼마 전 장애 관련 동영상을 볼 때도

조선 시대에도 장애우에 대한 복지 정책이 있었다고 하는데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읽었던 여러 번 읽었던 책인데도

오늘은 두 부분이 마음에 들어온다.

먼저 권정생 작가는 옛이야기 속에

장애우라고 해서 늘 구걸하여 살기보다는

스스로 노동을 하여 사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담 비장애우인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자문해 볼 수밖에 없다.

다리도 못 쓰고 눈도 안 보이는 그들도

그렇게 열심히 새끼를 꼬고, 짚신을 삼아 자신의 의식주를 해결하는데

사지 멀쩡한 나는?

 

나머지 비장애우와 장애우가 서로 결혼하는 모습을 통하여

둘이 서로 아름답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나니 장애, 비장애를 떠나

우리가 사람을 볼 때 외모보다는 심성을 먼저 봐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우리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상대방을 외모로 판단하기 이전에 그 사람의 됨됨이를 봤으면 좋겠다.

아울러 상대방의 단점보다는 강점을 발견하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서실에 새 책 700여 권이 들어왔다.

사서 선생님 혼자서 이 일을 하고 있다.

전에는 정독 도서관 학교 지원단팀이 나와서 바코드작업을 도와줬는데

몇 년 전부터 지원이 끊겼다.

다른 학교는 보통 명예교사 어머니들이 마무리 작업(라벨 작업)지원을 해 주기도 하는데

본교는 어머니들 지원을 일체 받지 않기 때문에

오롯이 사서 선생님 혼자서 이 많은 일을 담당하고 있다.

3일 도서실 문을 닫았지만 역부족이다.

침 맞아 가면서 일을 하고 계시다.

진짜 안스럽다.

책이 오죽 무거운가!

일이 많아 연일 7시에 퇴근한다고 하신다.

하여 교사 독서동아리 선생님들에게 금요일 오후 하루 지원을 가자고 쪽지를 날렸다.

나 포함 네 명이 도서실 가서 라벨 작업을 지원해 드렸다.

학교가 갈수록 더 바빠져 독서동아리도 이번에 처음 하게 되었지만

이 일을 도와드리는 게 의미 있겠다 싶었다.

 

두 명이 한 팀이 되어서

한 명은 분류번호를 붙이고 다른 한 명은 그 위에 투명 테이프를 붙였다.

대체로 800번 (문학작품)이 많았다.

가끔 000번 나올 때는 반가웠다.

처음에는 손이 익지 않아 엄청 작업이 천천히 진행되었는데

점점 속도가 붙어서

2시 30분-4시 40분까지 우리 넷이서 500권의 라벨 작업을 하였다.

작업 하면서 우리 모두 군침이 흘렀다.

모두 책 좋아하는 분들이라서.

" 와 ! 이 책 탐 난다" 소리가 났다.

작업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니 별로 힘든 줄 몰랐다.

200권 정도가 남았는데

그건 사서 선생님이 짬짬이 하셔야 한다.

당장 월요일부터 도서실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부모 지원 안 받는 것 좋다. 나도 찬성이다.

그렇다면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가령 도서실 열람 시간도 학부모가 시간 연장을 해 달라고 건의해서

30분 연장을 했다고 한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다. 작년 2학기부터 그렇게 됐다고 한다.

4시 30분에 마감하면 서가 정리할 시간이 부족하다. 10분 동안 어떻게 그 많은 책들을 정리하나?

사서 선생님은 당연히 퇴근 시간을 넘겨 작업을 해야 한다. 수당도 못 받고 말이다.

 

새 책 작업도 학부모 지원 없이 사서 선생님 혼자 하게 하려면 5일은 휴관을 해야 한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1주일 휴관하면 학부모 항의가 들어올까 봐 3일로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것이야말로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 대우가 아닌가 싶다.

엄기호 교수의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를 보면

학교 현장에 비정규직들이 많아지면서

행정자들의 그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과도한 노동력 착취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하였는데

이것 또한 그런 예가 아닌가 싶다.

행정자들은 비정규직의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들은 행정자들의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행정자들은 비정규직들도

한 가족, 한 식구라고 하면서 정말 그런 대우를 해 주고 있는가 의문스럽다.

700권의 책을 혼자서 무슨 재주로

3일 만에 완료할 수 있단 말인가!

정독 도서관에서도 2분이 지원나와 꼬박 2일 동안, 컴퓨터 작업하고

나머지는 사서와 명예 교사 어머니들이 라벨 작업을 하곤 했었는데 말이다.

 

두 시간 반 정도 수다 떨며 작업할 때는 몰랐는데

집에 오니 졸음이 쏟아지고 여기저기가 쑤셨다.

오늘 아침에도 잘 못 일어날 정도였다.

내가 이러니 매일 무거운 책을 들었다 놨다 하는 사서 선생님은 오죽할까!

 

멀리서 보면 그 일에 대해 잘 모른다.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면 조금 보인다. 뭐가 어려운지 뭐가 힘든지 말이다.

함께 작업한 특수반 선생님 일도

멀리서 볼 때는 아이들 넷 가르치는데 뭐가 힘들까 싶었지만

이야기 들어보니 넷이서 30명 몫을 한다고 한다.

알지 못한 채로 그까짓 게 뭐가 힘들다고?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4-04-19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책 700권이란 얼마나 반가울까요.
그러나 그 책들을 입력하고 이것저것 하려면
참 고단하겠지요.

이런 일을 아이들이 거들면서
도서관 일을 배우면
한결 나을 텐데요.

수퍼남매맘 2014-04-20 08:41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봉사하는 방법도 있겠네요.
좋은 생각이예요.
6학년 여자 아이 정도는 꼼꼼하게 할 수 있을 거예요.

희망찬샘 2014-04-20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벨 작업 다 해서 들어오지 않나요? 학교 장터에 올릴 때부터 그렇게 단서를 달고 올리라고 교육 하시던데요.
혼자서 그만큼 하시려면 정말이지 힘드실 것 같아요.
올해는 검수할 때 여러 사람이 함께 도와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업체는 책만 휙 던져주고 가는데, 그냥 꽂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 권 한 권 살피면서 해야 할 것 같고, 그 때 저는 학부모 명예사서 어머님들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에요. 봉사 시간 다 기록 해 드리고, 봉사를 위해 결성된 모임인지라 어머님께서 시간 되시면 도와 주실 것 같아요. 작업 마무리를 빨리 해야 하는데... 그 도서관은 엄청 빨리 하셨네요.

수퍼남매맘 2014-04-20 08:56   좋아요 0 | URL
라벨 붙여서 구매하면 단가가 올라간다고 하더라구요.
도서 구매는 제 담당이 아니라서....
본교는 도서실 명예 교사가 없어요.
묵묵히 혼자 하는 것 보니 딱했어요. ㅠㅠ
어머니들의 봉사 시간도 기록하는군요.

2014-04-20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4-04-21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지역은 라벨작업 다해서 들어와도 10~15% 할인 적용되는데요.
학부모 지원 안 받으면 관할구 자원봉사센터에 의뢰하면 봉사자 지원받을 수 있어요.
도서관쪽 봉사하는 분들은 업무를 잘 알기 때문에 수월할거에요.
다음엔 사서샘 혼자 고생하지 않게 방법을 찾아보시면 좋을 듯하네요.

2014-04-21 0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퍼남매맘 2014-04-21 17:32   좋아요 0 | URL
담당 교사와 사서 교사가 라벨지 붙여서 들여오면 아무래도 단가가 높아지고,
그러다 보면 구매할 수 있는 책 권수가 줄어드니
힘들어도 그렇게 해오셨나 보더라구요.
다음에는 돈을 더 주고, 권수가 줄어들더라도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한 사람의 노동 강도가 너무 높아요.
자원봉사자도 한 번 알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