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독서2부 즉 5학년 독서 동아리를 맡게 되었다.
작년에 이어서 혹시 날 찾아 올 아이들이 있을까 긴가민가 하였는데
여러 명이 아이들이 다시 내 교실을 찾아왔다.
" 와! 또 만났네! 선생님인 줄 알고 온 거야?" 물어보니
그렇단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작년에 이어 올해 또 독서2부에 온 아이들이
새로 들어 온 아이들에게 1년 선배로서 여러 가지 것을 알려준다.
일단
독서부가 편하다는 것.
독후감은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독후감이 아니라 엄청 쉬운 독후감이라는 것.
쉬는 시간에는 놀잇감 가지고 놀 수 있다는 것.
발표를 하면 사탕을 준다는 것.
작년 독서부 아이들 중 절반은 책벌레였고
나머지 절반은 가위바위보에서 져서 마지못해 온 책기피자들이었는데
그 아이들이 다시 날 찾아 온 것이니
정말 뿌듯할 수밖에 없다.
그새 키도 많이 자랐고 생각도 많이 자란 듯하다.
" 얘들아, 너희들이 5학년이잖아. 5학년에 국사가 나오지?
선생님 교실에 국사 관련 그림책이 많으니까
선생님 교실 올 때마다 3-4권씩 읽으면 도움이 될 거야." 하자
얼른 책꽂이에 달려가 삼국사기, 삼국유사 그림책을 골라 읽는 아이가 3-4명 있었다.
1시간 동안은 무조건 조용히 집중하여 책을 읽는 것이 우리 독서부의 철칙이다.
새내기들도 아주 집중하여 읽었다.
덕분에 나도 읽고 있던 책을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한상수 이사장님 말씀처럼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없다. 책과 가까워질 기회가 없었던 탓이지.
작년 아이들은 우리 교실이 "도서관" 같다고 매번 감탄을 하였다.
이번에 온 새내기들도 책이 많다며 좋아했다.
" 그림책 읽어도 되니까, 절대 창피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말고, 마음대로 골라서 읽어라"고 말해 줬다.
" 선생님도 그림책 좋아해서 자주 읽고, 머리 아플 때 읽으면 힐링이 된단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5학년이지만 독서력이 모두 다르니 혹시 그림책을 읽는 것을 창피해할 수 있으므로 미리 말해 줬다.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읽는 책이라고 말이다.
작년 아이들이 올해에도 사탕을 주냐고 물어서
그 기대감을 실망으로 안겨줄 수 없어서
선배반에서 사탕을 빌려왔다.
다시 날 찾아와 준 아이들을 실망시킬 순 없지.
쉬는 시간에는 마음대로 놀게 했다.
2교시에는 세상에서 제일 쉬운 독후감 쓰기를 했다.
작년 아이들이 새내기들에게 방법을 알려줬다.
책제목 쓰고, 글 작가, 그림 작가 쓰고 , 옮긴 이 쓰고, 출판사 적은 후에
보물 2개를 쓰는 것이다.
보물이란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을 감동시킨 부분을 찾아
공책에 옮겨 적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곳이 왜 감동적이었는지 짧게 이유를 적어 보는 것이다.
그 다음 꼭 발표를 시킨다.
남의 보물을 들으면서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책을 읽어도 자신을 감동시킨 부분은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꼭 해본다.
작년부터 함께한 아이들은 이 독후감 쓰기가 어렵지 않아
다시 날 찾아온 듯하다.
물론 사탕도 주고 말이다. ㅋㅋㅋ
역시 5학년이라서 그런지 역사에 관심 있는 아이들이 몇 있었다.
남자 아이들인데
오늘 사회 시간에 자기들이 조사를 해서 발표를 했다면서 아는 지식을 쏟아 낸다.
배경 지식이 예사롭지 않다.
이런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 정말 재밌는데....
중1인 우리 딸은 아직 국사에 관심이 없는데
역시 남자 아이들이 국사 쪽에 관심이 일찍 생기는가 보다.
나한테 6가야 이름을 다 아느냐며 물어보는 아이도 있다.
솔직히 두 개 밖에 모른다고 하자
자기가 이번에 6가야에 대해 조사 발표를 했다면서 줄줄줄 말한다.
국사 부분은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이렇게 조사학습을 시켜서 발표를 시키면 적어도
자기가 조사한 부분만큼은 확실히 기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슬쩍 물어봤다.
" 얘들아. 3월 한 달 동안 아침독서 했잖아. 어땠어?" 하자
" 좋았어요." 한다.
" 아침독서 계속 하고 싶니?" 하자
" 네 " 한다.
독서부라서 그런 대답이 나왔나 싶기도 한데....
"도서실 이벤트, 행운권 응모는 잘하고 있니?" 하자
전혀 모르는 아이도 있고,
" 행운권이 많아야 뽑힐 확률이 높죠?" 라고 묻는 아이도 있다.
" 맞아. 학년별로 추첨할 거니까 대출증 잃어버렸으면 얼른 만들어서 행운권을 많이 넣으렴" 조언해 줬다.
" 내거 뽑아 주세요" 하는 아이도 있다.
" 눈 감고 뽑을 거야"라고 대답해 줬다.
3월 한 달은 전교가 아침독서를 했는데
4월부터 각 학급 활동을 한다.
우리 반처럼 일년 내내 아침독서를 하는 반도 있지만
학급 상황에 따라 아침자습 활동을 다양하게 하는 반도 있다.
독서기회불평등을 해소하는 가장 쉬운 길은 아침독서인데
독서 습관이 한 달 만으로 정착되기는 어려운데.... 참 안타깝다.
아이들에게 책 읽을 시간을 주고, 좋은 책이 가까이 있으면
아이들은 이렇게 집중하여 읽고, 책을 좋아할 수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