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수퍼남매와 미술관 나들이를 갔다.

한 달에 한 번 미술관 나들이를 가자고 올해 계획을 세운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철에 미술관이 있어서 참말로 좋다.

북서울시립미술관에 가니 지난 2월에 전시된 작품들이 대부분이 고대로였다.

다음에는 전시품이 바뀌었는지 확인하고 와야겠다.

지난 달과는 달리 예술가를 카메라메 담은 사진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수퍼남매는 모르는 분들이지만 난 띄엄띄엄 아는 분들이 있어서 반가웠다.

특히 박경리 작가가 담배를 피는 모습이나 피천득 작가가 강아지풀 사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인상적이다.

전시장 한가운데는 무용가 최은희 사진이 커다랗게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 고인이 된 분들이지만 사진에서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어린이실은 다른 전시를 준비하느라 엄청 분주하였다.

로봇과 미술의 만남을 기획하고 있는 듯하였다.

3월 25일부터 전시한다고 하니 아이들 데리고 가보면 좋을 듯하다. (5개월 간 전시한다고 한다.)

두 명이 설계도를 보면서 큰 레고 같은 것을 가지고 로봇을 조립하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조금 걸었는데 둘째가 다리 아프다고 하여 미술관 내 카페에 가서 하겐 다즈 아이스크림을 사 줬다.

엄청 비쌌다. 하나에 4500원.

카페에 걸려진 고흐의 그림을 보고, 둘째가

"미술 시간에 저 그림 따라 그려봤는데...." 한다.

" 그래? 엄청 유명한 그림이니까...."

미술관 카페라서 모네, 고흐, 크림트의 그림들이 걸려 있어서 눈이 호사를 누렸다.

제법 봄 날씨 다워서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 데리고 나와 미술관 앞에서 놀고 있었다.

 

미술관 주차장이 비싸서 고 앞에 있는 홈 플러스에 주차를 해서 거리고 걸어가는데

시커먼 대형 버스가 딱 서 있는 게 어쩐지 연예인이 수행 차량 같아 보였다.

대충 정황을 짜맞춰 보니

영화" 몬스터 " 주인공들이 무대 인사를 온 듯하였다.

홈 플러스 위에 CGV극장이 있거든.

딸은 내 말에 연예인 보러 가자고 졸라대기 시작하였다.

경호인들이 꽤 여럿 있고, 엘리베이터 한 개를 운행 정지 시킨 걸로 봐서 확실하다.

졸립다는 아들을 꼬셔서 8층으로 올라갔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적었다. 알고보니 영화 상영 후 무대 인사를 하는 거였다.

엘리베이터 앞 의자에 앉아 있으니

어떤 경호인이 사진 찍지 말라고 경고를 하였다. 그러고나서

순식간에 이민기와 김고은이 지나갔다.

딸은 처음으로 연예인을 봐서 신 났다.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자랑을 해댔다.

이민기 씨는 키가 아주 크고 약간 구부정, 호리호리

김고은 씨는 옆으로 지나가는 데도 너무 수수해서 연예인 같지 않았다. 키도 생각보다 작고

둘 다 얼굴은 진짜 작았다. 연예이 되려면 일단 얼굴이 작아야 돼.

옆에 아가씨들은 이민기 손을 만졌다면서 절대 손 안 씻는다고 난리가 났다.

하여튼 내가 본 연예인 들 중에 가장 수수하였다.

그냥 모르고 옆으로 지나갔으면 연예인인 줄 모를만큼.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딸은

" 자신의 복코 때문에 이런 행운이 오는 거야"라고 자신의 복코를 만지작거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 교사들과 함께 쓴 학교현장의 이야기
엄기호 지음 / 따비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주 하던 직원협의회를 올해부터 월1회만 한다고 한다.

갈수록 바빠지는 학교 사회에서 이건 잘된 일일까!

매일 바쁜 업무에 시달리는 교사들에게 관리자들의 이 말은 어쩌면 기쁜 소식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생각은

모든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직원협의회 시간이 월1회로 준다는 것이 꼭 희소식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관리자 입장- 특히 성과주의 관리자들-에서는 평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는 것이 싫을 수도 있겠다 싶다.

자신들이 내세우는 주장에 1인이 딴지를 걸 수도 있고,

그것이 교사들 사이에 공론화되면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그렇게 되면 관리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뜻대로 학교를 운영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전교조가 활발히 활동할 때

교무회의 시간에 벌떡벌떡 일어나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던 그 때의 기억을 안고 있는 관리자라면

전체가 모이는 이런 협의 시간들을 회피하고 싶을 수도 있겠다 싶다.

요즘에는 이렇게 벌떡 교사를 만나기도 힘들지만서도.

 

책에서 짚고 있듯이

예전 관리자들은 무조건 벌떡 교사들을 자신들과 대치하는 사람들로 몰아 선과 악의 분명한 구조로 몰아갔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벌떡 교사들에게 은근한 지지를 호소하는 동료교사들을 만드는 빌미를 제공하였다.

하지만 근래 들어 더 현명해진 관리자들은 소신 발언을 하는 벌떡 교사들을 전과 같이 다루지 않는다고 한다.

회유책을 쓰거나 자신들이 아닌 동료교사들로부터 반발을 사게 만들게 하는 방법을 쓴다고 한다.

관리자들도 진화되었다.

 

가령 예를 들자면,

지금 우리 학교처럼 월1회 직원협의회를 한다고 위에서 결정이 통보되었는데

어떤 교사가 직원협의회를 매주 해야 관리자와 평교사가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그래야 학교일들을 서로 의논하고 조정할 수 있으며

그럴 때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등등의

이유를 들어 소신 발언을 한다고 가정하자.

오히려 이 교사는 동료 교사들로부터 외면당하는 형국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학교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대분분의 평교사들은

갈수록 바빠지는 학교 사회에서 관리자들이 고맙게도 월1회로 회의를 줄여줬는데

예전으로 환원시키자는 벌떡교사의 의견이 더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신 발언을 한 벌떡교사는 오히려 동료교사들의 냉소적인 시선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나서지 않고 벌떡교사를 다른 교사들로부터 외면당하게 할 수도 있는게

요즘 교직사회의 분위기라는 것이다.

 

엄기호 교수가 이 책을 쓰기 위해 만났던 소위 말하는 불온(?)시 여겨지는 벌떡교사들은

하나같이 관리자도 학생도 학부모도 아닌, 동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배척당하는 아픔이 가장 크다고 호소했단다.

바로 지금 우리 교직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변혁을 꿈 꾸는 교사들이 갖는 딜레마가 바로 이것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당신만 잘 났냐, 가만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 당신만 참교육자냐, 당신만 교육에 대해서 염려하냐 등

동료교사들로부터 받는 비난은 정말 참기 힘들고 자괴감이 들게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을 스스로 자기 검열에 빠뜨리게 만들고 점점 위축되게 만든다고 한다.

아까도 썼듯이 전에는 벌떡교사들이 관리자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조용한 지지를 받기도 하였는데

요즘은 오히려 동료교사들로부터 외면을 당한다고 한다.

하여 벌떡교사들은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머지 다른 교사들은 각자의 교실에서 열심히 업무를 하고 있다.

 

 

인간은 다름을 만나고 마주쳤을 때에만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

인간은 다름/타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자기 자신을 돌아볼 재간이 없는 존재다.

그래서 타자와 만나지 않는 성장이란 불가능하다.

 

학교가 성장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이질적인 존재들과 일상적으로 부딪치고 만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타자를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으며 나와 다른 목소리들을 들을 줄 알고 말할 줄 아는 존재가 된다.

 

교사들은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 간의 소통과 나눔은 점점 더 힘들어지거나 없어지고 있다고 전해주었다.

의견이 다른 것은 곧 서로 간의 "취향"이 다른 것이기 때문에, 토론할 만한 문제가 아니라 서로 건드리지 말고 존중해야 하는 것이 되어 있었다.이렇다 보니 형식적인 이야기나 뒷담화 정도만 살아 남아 있고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나누기 위해 둥들게 모여 앉는 일은 교육현장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내 경우만 봐도

나와 다른 타자(학생, 교사, 학부모 등)의 만남을 통해 성장을 하였다.

특히 작년에는 우리 반 꾸러기 한 명을 통해 정말 많이 성장하였다고 본다.

물론 처음에는 이질적인 존재가 거북하고, 이해도 되지 않았지만 그들과의 만남이 지속되는 동안,

분명 나는 성장하였다.

 

 

엄기호 교수가 말했듯이

성장이란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인데 다른 것은 빼더라도

지난 20여년 동안 교사-교사의 만남은 현격히 줄어든 게 사실이다.

초임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면 정말 그렇다.

예전에는 아이들 가고나면 동료교사들이 항상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지금도 그렇기는 하지만-일학년은 그래도 매일 만난다.- 그렇지 않은 학년도 있다고 들었다.

(1주일에 한 번 만나 부장 회의 자료만 전달한다고 한다.)

지금 우리 학교처럼 직원협의회도 자꾸 줄어드는 추세이다.

교사와 교사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모니터로 주고받는 게 훨씬 더 많다.(메신저의 부정적 영향이라고 본다.)

 

학교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수업 붕괴나 학교 폭력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학교는 강제적인 생활의 공간이지만, 그 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단위는 되지 못하는 것이 위기의 실체이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교무실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활발히 토론하며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하지만 정작 교무실은 침묵에 빠져있다. 위기를 감지하고 그것을 공론화하려는 교사들은 오히려 불온시된다.

공연한 분란을 일으키고 가뜩이나 피곤한 삶을 더 수고롭게 하는 '설치는 존재'들로 기피된다.

이 때문에 무엇인가를 시도하려는 교사들의 삶은 더욱 분주해지고, 자칫 사고라도 벌어지면 '독박'을 쓰게 된다.

아무도 나설 수 없는 구조, 나서면 망하는 구조, 그것이 지금 학교의 모습이다.

동료교사들 이야기를 들으면 예전보다 학교 생활이 더 힘들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정작 그 고민과 고통을 서로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교실에 콕 박혀 혼자 끙끙 앓거나 다른 곳(상담 센터나 방송국)을 찾아 자신의 심정을 텋어놓는다고 한다.

교육이 위기를 맞을수록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며 지혜를 모아야 하건만

모일 기회는 위에서부터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교사들은 적당히 타자의 삶에 터치하지 않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여 침묵으로 일관한다.

나 또한 직원회의에서 자주 느끼던 바다.

더 중요한 건 조금이라도 이런 학교 분위기를 역동적으로 바꿔 보려고 의견을 말하는 교사는

정말 "설치는" 교사, "분란"을 만드는 교사로 여긴다.

관리자의 말에 제동을 걸거나 딴지를 걸면 회의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퇴근 시간이 늦어질까 봐 그걸 가장 염려한다.

 

엄기호 교수는 이런 성장이 없는 학교의 모습에 "가르치는 이들"에게 해법을 제시한다.

교사가 둥그렇게 둘러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학교에는 관리자를 비롯해서 부장 교사, 평교사, 기간제교사, 시간 강사 등이 섞여 있다.

전에는 모두가 정규교사였지만 지금은 비정규 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비정규직들은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자들에게 순종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사안에 대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입장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교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교사는 이런 위계질서를 떠나 서로 "우정"(평등한 관계)으로 한자리에 둘러앉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 이렇게 우정을 나누는 평등한 이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이야기판을 벌일 때, 공동의 세계에 대한 공통의 감각을 만들어갈 수 있다. 다시 얼굴을 맞대고 자기 자신과 우리 사회가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자신은 어떤 고통과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이야기하고 나누어야 한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함께 겪고 감내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토론해야 하는 것이다. "

 

그러니 직원협의회가 월1회로 줄어든 것은 희소식이 아닌 셈이다.

모여야 한다.

모든 교사가  평등한 관계로 만나야 한다.

빙 둘러앉아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아야 한다.

다름/타자를 인정해야 한다.

그 안에 학교 위기의 해법이 있는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4-03-25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생활이 학교와 관계없으니
학교 풍경도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그래도 소신있는 교사들의 활동을 기대해봅니다~

수퍼남매맘 2014-03-25 15:04   좋아요 0 | URL
소신 있는 교사들이 점점 줄어들어 걱정이에요.
순오기 님 같은 분이 학교 사회에 있어야 하는데....
 

 

남편을 위하여 주문한 책

 

 

 

 

 

 

 

 

나를 위하여 주문한 책

이오덕의 교육일기 전권을 주문하고 싶었지만

이건 가격이 좀 나가니

다음에 파주 책 잔치 때 가서 사려고 아껴둔다.

아이들 <환경 교육>할 때 도움이 될 듯하여 구매한다.

 

 

 

 

 

딸은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만화책을 사달라고 한다.

 

 

 

 

 

 

 

 

 

 

 

 

아들이 선택한 책. 

 

 

 

 

 

 

 

 

 

 

 

< 독서평설>을 주문한 줄 알았는데 주문을 안 했다. 정신이 없다.

아! 가부와 메이 7권을 예약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두 권은 따로 주문한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찬샘 2014-03-2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가부메이 7권이 드디어 우리 나라에도 나오는군요. 이번 도서관 수서에 꼭 챙겨야겠어요.
참, 님의 학교는 도서 구매를 언제 하시나요?

수퍼남매맘 2014-03-23 15:42   좋아요 0 | URL
일년에 두 번 하는 듯해요.일학기는 벌써 수서해서 주문했을 거예요.
수서는 다른 분 담당이에요.

희망찬샘 2014-03-23 19:01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저는 모든 도서관 행사와 도서관 관련 일을 다 해야 해요. 그래도 도서 대출 반납은 사서께서 해 주셔서 신경 안 써서 그것만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 수서를 4월에 해야 해서 기웃기웃 거리고 있어요. ㅎㅎ~
 

종이접기를 하고 꾸미는데 편차가 너무 심해서

빨리 한 아이들은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고

늦은 친구들은 언제 완성할지 기약이 없다.

저학년의 어려운 점 중의 하나가 바로 아이들의 학습 속도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빨리 끝난 아이들에게 책 읽거나 자유 그림 그리라고 해도

주변 아이들과 장난치거나 자꾸 돌아다니거나 친구들을 훼방 놓으려고 하길래

그럼 네 명씩 모여서 어제 해 본 젠가를 하라고 하였다.

 

그렇게 종이접기를 끝낸 아이들 네 명씩 모여 젠가를 하였다.

아이들은 젠가를 하다가 좀 시시했는지

도미노를 해도 되냐고 묻는다.

" 그래. 해 보렴" 하자

여기 저기서 자신들이 개발한 놀이를 하기 시작한다.

젠가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경쾌했다.

아이들의 비명 소리.

교실에서는 절대 4,5번 크기의 목소리가 나오면 안 된다고 해도

놀이를 하면 저절로 괴성이 나오는 아이들.

나만 참으면 아이들은 즐거우니 참아야지.

우리 반 옆이 화장실과 컴퓨터실이라 다행이다.

아이들이 젠가 가지고 뭐하고 노나 살펴보니 나름대로 창의적으로 놀고 있다.

주어진 대로만 노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새롭게 만들어서 놀 줄 아는 아이들.

놀면서 창의성이 커진다는 말이 진짜다.

 

점심 시간에 " Let it go"를 틀어줬더니

뜻도 알지도 못하는 영어를 죄다 따라 부른다.

어떤 아이들은 놀잇감을 갖고 놀다가 내 책상 근처에 몰려와서 노래를 따라 부른다.

엘사의 동작까지 흉내 내면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이 노래를 좋아하고, 따라 부를 줄 몰랐다.

작년 아이들도 참 좋아하긴 했는데

나도 못 따라부르는데 잘도 따라 부르는 게 신기하다.

들어보니 대충 발음이 비슷하다.

 

아이들의 능력은 무한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14-03-2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마음대로 놀 시간을 가져서 좋았겠어요~ ^^
3월부터 유치원 숲체험 수업하는데, 예쁜 꼬마가 렛 잇 고~ 를 입에 달고 살아서
'겨울왕국' 공주라고 불렀더니 다른 아이가 공주 아니라고 질투하더라는~ ㅋㅋ

수퍼남매맘 2014-03-21 18:5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오랜만이에요. 반갑습니다. 많이 바쁘셨나 봅니다.
여자 아이들은 질투심이 좀 있죠.ㅋㅋㅋ
여자 아이들은 그래서 칭찬해 주는 것도 어떤 때는 좀 조심스러워요.
 

4교시 책 읽어주는 시간에 책 자리에 앉힌 후,  세 책 중에서 골라보라고 하니

아이들이 이 책을 선택하였다.

권사우 그림 작가가 그린 책으로

겉표지를 보면 지금 날씨처럼 좀 으스스하다.

커다란 그릇을 들고 있는 색시의 손은 과장되게 크며,

얼굴 또한 분장을 한듯이 허여멀겋다.

이쁜 그림은 아니다.

아이들은 별로 이쁘지-다른 두 책에 비해서- 않은 그림의 이 책을 왜 선택했을까? 궁금하다.

몰래 색시를 엿보고 있는 남편의 얼굴 또한 귀신처럼 하얗다.

내 느낌상 꼭두를 보는 듯하다.

도대체 이 부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읽어주기 앞서 아이들과 약속을 하나 정했다.

선생님이 책 읽어줄 때 옆사람과 장난하는 게 세 번이 되면

선생님은 그대로 책을 덮겠다고 말이다.

(최은희 선생님이 그렇게 하셨단다. 그러면 아이들은 꾸러기들 때문에

행여나 선생님이 책 읽기를 그만둘까 봐 귀 쫑긋 세우고 듣더란다.)

그 말을 해서 그런지

아니면 잘 듣는 친구에게 사탕을 준다고 해서인지

오늘은 단 한 사람만 딴짓을 하였다.

 

욕심 많은 남자가 색시를 얻었는데 입이 함지박만한 색시다.

이 색시가 얼마나 밥을 많이 먹던지 상상초월이다.

남자는 점점 곳간의 곡식이 줄어들까봐 근심이 쌓여간다. 아내가 밥 많이 먹는 게 그렇게 아까울까?

어느 날, 남자는 색시가 얼마나 밥을 많이 먹는지 실험을 하는데 색시가 가마솥에 있는 밥을 다 먹고,

그것도 모자라 콩을 볶아 먹는 것을 보고 자기도 먹을까 봐

아내의 배를 콕 찌르고 그만 아내는 배가 터져 죽는다.

 

남자는 새장가를 드는데-아내가 죽었는데 슬퍼하지도 않는다.-

이번에는 입이 개미구멍만한 여자라 밥을 겨우 세 알 먹고도 배부르단다.

아까 고봉으로 담긴 밥과 밥알 세 개 담긴 밥 그릇은 아주 대조적인 게 인상적이다.

새색시가 밥을 적게 먹자 신이 난 남자는 머지 않아 곳간에 곡식이 그득 차겠구나 생각하고

색시에게 밥을 좀 줄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겨우 밥 세 알 먹는데 어디 줄일 게 있다고? 남편의 욕심이 대단하다.

그렇게 두 알로 줄이고, 결국 한 알까지 내려간다.

다이어트가 절로 되겠다. 

 

이렇게 절약을 했으니 곳간에 곡식이 그득하겠지 싶었던 남자는 곳간 문을 열어보고 깜짝 놀란다.

곡식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하여 몰래 숨어 밥 안 먹는 색시가 무얼 하나 엿보는데....

밥 한 알 먹고

" 모자라네, 모자라" 하던 색시는 우리가 상상하던 이상의 모습을 하고 있다. ㅋㅋㅋ

전에 이 책을 봤을 때도 깜짝 놀랐는데

오늘 아침에 보고 또 놀랐다.

참 기발하다 싶다. 옛이야기에도 이런 멋진 반전이 숨어 있다는 사실. 

 

밥 안 먹는 색시의 숨겨진 모습.

그 장면을 보자 아이들이 "꺅" 소리를 질렀다.

진짜 엽기적이다.

내 생각에는 남자가 배를 찔러 죽었던 첫째 번 색시가 너무 억울하여 남편을 혼내주러 온 게 아닐까 싶은데...

 

예전에 어떤 일본 영화-제목이 생각 안 난다-에서

보고 있던 TV에서 머리를 산발한 귀신이 어그적어그적 나오던 그 장면만큼이나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은 무서워하면서도 좋아했다.

함지박만한 입.

개미구멍만한 입. 이런 표현이 참 맛깔나다.


밥 좀 많이 먹는다고 찔러 죽이고,

밥 적게 먹는 색시더러 더 적게 먹으라고 주문하는 이 남자는 도대체 아내의 존재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자신의 욕심에 따라 색시를 조정하던 남자의 몰락은 그래서 통쾌하다.

 


어쩌다 보니 계속 색시가 나오는 옛이야기를 읽어주고 있다.

색시가 나오는 옛날 이야기가 또 있나 찾아봐야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4-03-21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영화~ 링,이었죠. 아마.^^
개미입만한 색시의 반전이 궁금하네요~~`` ㅋ

수퍼남매맘 2014-03-21 19:00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링>이었죠. 그 영화 보고 한동안 공포에 시달렸어요.
전 아직도 공포 영화 못 봐요. 무서워서.
이 책 재밌어요. 반전 음~ 멋집니다.

희망찬샘 2014-03-23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 책의 다른 버전도 있답니다. 검색해 보심 나올 듯. 같이 비교해 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수퍼남매맘 2014-03-23 15:3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옛이야기는 여러 버전이 있어 흥미로와요.

예원&예준맘 2014-03-24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출근하면서 예원이에게 "오늘도 멋진책 빌려와" 라고 말했더니..
예원이가 하는말이.."엄마 2반 선생님은 우리가 도서관에 갈때 먼지털이 빌려오지 말고
보물을 빌려오라고 하세요" 라고 말합니다.
선생님을 만나 조금씩 변화될 예원이를 기대하며..
오늘도 이곳에서 책구경을 하다 갑니다.

수퍼남매맘 2014-03-24 12:50   좋아요 0 | URL
하하하 예원이가 제 말을 귀 담아 들었군요.
오늘 빌려 온 책 살짝 보니 보물을 빌려왔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