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화분 만들기를 하였다.
본교에서는 1인 1화분 가꾸기를 하기 위해
전교생 수만큼 꽃과 화분을 구매하였다.
식물을 잘 못 기르는 나로서는 화분 하나도 아니고
24개 화분을 어떻게 잘 기를까 걱정이 태산이다.
일 학년에도 아이들 수만큼 식물과 화분이 배달되었다.
그걸 심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직접 해 보면 좋겠지만
그랬다간 난리가 날 듯하였다.
궁여지책으로 아이들은 조각 그림을 그리게 하고
교실 앞에서 내가 다 심었다.
페페, 산세베리아, 아이비, 천냥금. 카랑코에가 있었다.
조각 그림을 그려오는 순서대로 식물을 고르게 하였다.
심어 놓고 보니 참말로 예뻤다.
노랑, 연두, 빨강, 분홍 색 화분이 일학년 꼬마들처럼 고왔다.
화분에 네임펜으로 이름을 쓰게 하고, 식물 이름도 지어보라고 하였다.
일 년 동안 너희들이 물도 잘 주고, 예쁜 말도 자주 해줘서 잘 키우라고 말해 주었다.
24개의 화분을 만들고나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힘이 없었다.
2교시 중간쯤이 되어서 아이들에게 이제 8칸을 하자고 하였다.
일학년 아이들은 하나라도 안 하면 큰 일이 나는 줄 알기 때문에
시간이 없더라도 조금이라도 해야 한다
오늘도 화분 만드느라 8칸을 먼저 안 하고, 조각 그림부터 하자
어리둥절하는 표정이었다.
3교시에는 유괴예방교육을 하였다.
보여주는 동영상이 무섭다며 울먹이는 아이도 있었다.
동영상에서 말한 대로 지켜야 할 것들을 잘 지키고,
위험 상황에서 " 안 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를 아주 큰소리로 외치라고 알려 주었다.
낯선 사람을 물론 조심해야 하지만
얼굴을 아는 사람도 여러분을 납치, 유괴할 수 있으니 따라가서는 안된다고 알려 주었다.
나 어릴 때는 버스 2정류장 거리를 혼자 걸어서 등하교 하였는데
요즘 아이들은 바로 코앞에 학교가 있는데도(본교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다.)
하교 시간에 보면 엄마들이 교문에 벌떼처럼 모여 있다.
흉칙한 사고들이 자주 생겨서이기도 하지만
이제 초등학생이고 2주 정도 학교 생활을 하였으니
다음 주부터는 혼자서 등학교 하는 것을 연습해 보라고 말해 주긴 하였다.
선생님들이 하교지도할 때마다 다 민망하다고 하신다.
그도 그럴 것이 레드 카펫 걷는 것도 아닌데
교문 앞에 엄마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으니
민망할 수밖에.
예전에는 3-4일 정도는 아이들을 기다리고 계시다가
그 다음부터는 엄마들이 안 계시는데 올해는 유독 심하다.
가르쳐보니 아이들 똘똘한데 말이다.
다음 주에는 엄마들 수가 조금 줄어들겠지.
4교시에는 체육관에 데리고 가서 이어달리기를 하였다.
모둠별로 이어달리기를 하는데
아이들이 말도 잘 알아듣고 넘어져도 울지 않고 벌떡 일어나 끝까지 잘 달렸다.
이렇게 야무진 아이들인데.....
체육관에 2번 데리고 왔는데
그 넓은 체육관을 우리 반만 쓰니 얼마나 신나겠는가!
이어달리기 끝나고 나서
개인 달리기도 해봤다.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은 아주 신바람이 났다.
날이 좀 포근해지면 운동장 가서 또 해봐야지.
게다가 화이트 데이라고 해서 사탕과 초콜릿을 가져 온 아이들이 있어서
아이들은 푸짐하게 선물을 받아갔다.
집에 가려고 준비를 하는데
" 매일 학교 오고 싶어요"
하는 아이들이 있다.
"응~ 고맙네! 그런데 선생님도 쉬어야 하니까 토요일, 일요일 쉬고 월요일에 만나요" 라고 했다.
이렇게 바쁘다 보니 <방귀쟁이 며느리>를 못 읽어줬다.
월요일에 읽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