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총회가 있었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시간을 늦춰 오후 네시부터 학교설명회를 한 후 각교실에서 담임과의 시간이 있었다.
학부모가 네시 사십분경에 교실에 오고 그 때부터 내 시간이었다.
일곱시까지 학급경영에 대해 이야기했다. 진짜 길게도 했다. 뭔 할말이 그리도 많은지....
책 이야기만 해도 거의 한 시간 넘게 한 듯하다.
학교에서
우리 반이 제일 늦게 끝난 듯하다.
 너무 늦어서 죄송하기도 하지만 
이 때 아니면 한자리에 모일 기회도 없고 학급경영에 대해 설명할 자리도 없어서  오래 걸리더라도 세세히 말한다.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학부모께 감사 드리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친정에 가서 엄마 인슐린 갈아드리고 오니 푹 절인 배추가 되었다.
그래도 나의 수고로 단  한 명의 부모라도 회심하여 오늘부터  당장 자녀에게 책 읽어주기를 시작한다면
보람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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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율맘 2014-03-20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선생님의 책사랑에 반한 1인 학부모 예담맘입니다^^;
일반적인 학부모총회가 아닌 책을 읽어주면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책을 읽어주는 엄마이고 싶었으나 워킹맘이다 보니 육아와 일에 지쳐 집에오면 아이들과 함께 하는게 많이 힘들곤 했거든요
어제 예담이가 책을 도서실에서 빌려온책이 가방에 있더라구요 그래서 선생님말처럼 아이를 무릎에 앉혀 책한권을 읽어줬더니 무척이나 좋아하더라구요 예담과 약속했습니다^^;; 도서실에서 책을 빌려오면 매일 저녁 자기전 엄마가 책을 읽어주겠노라고^^;;; 처음이 힘들지 저도 선생님처럼 열혈책읽어주는 엄마가 되지않알까요^^;;
어제 너무너무 좋은시간이었어요.. 작은책상에 앉아서 듣고 있자니 엉덩이가 조금 아프긴 했지만요^^;;
오늘도 우리아이들과 함께 하루 잘보내세요^^ 자주 들어와 좋은책과 정보 얻고 가겠습니다^^

수퍼남매맘 2014-03-20 12:41   좋아요 0 | URL
어머머! 예담 어머니, 반갑습니다.
그리고 어머님 말씀 듣고 힘이 납니다.
자기 전에 그림책 한 권 읽어주기 어제 당장 실천하셨다니 정말 기쁘고 보람있네요.
쭈욱 실천하시면 기적(?)을 발견하실 거예요.

예원&예준맘 2014-03-20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선생님 예원이 엄마입니다.
저는 어제 학부모 총회를 다녀오면서 뭔가 한대 뻥~~하고 얻어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나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하는 그리고 되돌아 보게 하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뭔가 희망이 보이는 듯한 그런 힘을 얻었습니다.
예원이가 책을 읽어주시는 선생님을 만나 참 감사합니다.
저또한 가슴속에 뜨거운것을 느끼게 해 주셔서 올 한해가 기대가 됩니다.
선생님이 애쓰시는 만큼 저도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학부모가 아닌 진정한 부모가 되기 위해서 말이죠..

선생님의 블로그를 구경하면서 자꾸자꾸 눈물이 나네요..
좋은정보!!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에너지 충전!!! 꼭 하세요~~

수퍼남매맘 2014-03-20 12:47   좋아요 0 | URL
예원 어머니, 저는 어머니들의 응원 덕분에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저도 어머니처럼 5년 전 도서관담당자 연수 때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답니다.
이렇게 조금씩 달라지면 되는 거죠.
저의 말 중에 하나라도 마음을 움직이는 게 있었다니 정말 기쁩니다.
일 년 동안 우리 아이들을 위해(내 아이 뿐만 아니라 우리 반 아이 모두)를 열심히 달려보자구요.


2014-03-20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0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계속 숙제를 안 해오는 아이가 있다.

아직 학교 규칙을 모르는 철부지이다.

오늘 이 아이에게 딱 어울리는 그림책을 읽어줬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이 아이는 양심이 많이 찔렸을 것이다.

어떤 책 읽어줄까 선택하라고 하여 아이들이 선택한 책이다.

 

새벽부터 밤까지 아내는 허리가 휠 정도로 일을 하건만

남편은 방구석에서 뒹굴거리기만 하는 천하의 게으름뱅이이다.

여름이 되어 큰 가뭄이 들자 마을 사람 모두 논밭에 물을 퍼나르는데도

게으름뱅이는 아랑곳 안 하고 방에서 놀고만 있다.

그런 남편에게 아내가 참다 못해 잔소리를 해대자

남편은 그 길로 베 두 필을 챙겨 집을 나간다. 뭐 잘한 게 있다고 가출이야?

길을 걷다 한 오막살이를 발견하는데 어떤 영감이 소머리탈을 만드는 게 아닌가!

이 소머리탈을 쓰면 평생 놀면서 살 수 있다는영감의 말에

게으름뱅이는 소머리탈을 넙죽 받아쓴다.

그 런 데

갑자기 소머리탈이 머리에 착 달라붙고 온몸에서 누런 털이 돋아나고, 발굽이 생기더니 소가 되어버린다.

도와달라고 말을 해도 음메음메 소리만 나올 뿐.

그렇게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소의 고된 삶을 살기 시작한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느라 코피가 터지고, 발굽이 부서지고, 등허리에 피멍이 들 정도로 일을 하는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이렇게 살 바에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

 "무를 먹으면 이 소는 죽소" 했던 영감의 말을 떠올리며

무밭으로 달려가 무를 우적우적 씹어 먹는다.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이제 죽게 될까!

 

숙제 안 해 온 꼬마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내일은 꼭 숙제를 해 오라고 힘주어 말해 주었다.

부지런함, 즉 근면은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 중의 하나이다.

옛이야기답게 게으름뱅이는 소가 되어 엄청 고생을 하게 되는 권선징악적 구조를 담고 있다.

그림책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꼴라주 기법이 보인다.

그냥 색칠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물건들을 이용해서 표현한 것이 꼴라주이다.

아이들이 "가뭄"이란 낱말을 모를 듯하여 물어보니 아무도 몰랐다.

가뭄의 뜻을 설명을 해 주었더니

지진과 같지 않냐는 아이가 있어 다르다고 말해 주었다.

 

어른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점이다.

저 혼자 읽으면 뜻도 모르고 대충 읽을 텐데

어른이 옆에서 어려운 낱말도 알려 주고

시대 배경도 설명해 주고

표현 기법도 알려 주면

훨씬 배경 지식이 많이 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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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느 그림책과는 달리 고전방식을 모방하여 만든 그림책이다.

제목도 위에서 아래로 쓰여져 있고,

책도 우철되어 있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겨야 한다.

본문 또한 아이들에게는 아주 생경한 방식으로 위에서 아래로 글이 써져 있다.

아마 이런 책을 처음 보는 아이들은 읽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부모나 교사가 먼저 읽어준 뒤 스스로 읽어보게 하면 좋겠다.

 

그것 뿐만 아니라 이야기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입말이 그대로 살아 있어 정겹다.

"했지 잉~~참 거시기하네" 이렇게 책에 쓰인 대로 읽어주자 아이들 웃음보가 터졌다.

전에 읽어준 <노랑각시 방귀 소동>과 약간 다른 점을 비교해서 읽어보니 더 재밌다.

 

방귀를 참고 참아 얼굴이 누렇게 떠간다는 설정과

방귀쟁이 며느리가 방귀를 세게 뀌어 온 식구가 날아가고 집안이 온통 난리가 난다는 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방귀쟁이 며느리가 방귀 때문에 내쫓기게 된다.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친정에 데려다 주는 길에 비단 장수와 놋그릇 장수가 하는 말을 듣게 되는데 내용인즉

" 저 주렁주렁 열린 배를 원없이 먹게 해 주면, 비단 절반과 놋그릇 절반을 나눠 주겄는디~~"이다.

이 소릴 들은 방귀쟁이 며느리가 자신의 방귀로 배를 따주겠다 하고,

배나무를 향해 엉덩이를 대고 시원하게 방귀를 뀌자

저 높이 열려 있던 배들이 후두둑 후두둑 떨어진다.

 

겉표지에 그려진 아리따운 자태의 처자가 방귀쟁이라니?

얼마나 안 어울리는가!ㅎㅎㅎ

처자는 그 방귀 때문에 시댁에서 내침을 당하기도 하지만

또 그 방귀 때문에 비단과 놋그릇 절반을 얻어 다시 집안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야말로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아이들은 어떤 이야기와 어떤 그림책이 더 마음에 와닿았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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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율맘 2014-03-20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책을 보고와서 그런가 이틀내내 저에게 사투리써가면서 " 엄마 나 사투리 진짜잘하지"하면서 그랬군요..역시 하얀도화지네요 ^^;;

수퍼남매맘 2014-03-20 12:4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래서 저학년 아이들은 어른이 정말 신중을 기해서 잘 그려야 하지요.
좋은 책 많이 읽어주셔요. 곱게 잘 자랄 겁니다.
 

교회와 비교적 가까운 도봉도서관에 간김에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실로 가서 책을 좀 읽었다.

<초등독서평설3월호>를 보는데 거기 딸의 그림이 실려 있어서 놀랍고 반가웠다.

100호 축하 만화 그리기에서 2등에 당선된 그림이 이번 호에 실려 있었다.

수상자 명단과 그림이 실릴 줄 알았으면 벌써 주문했을 텐데...

(수퍼남매가 그닥 독서평설을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주문을 안 했더랬다.)

이미 3월의 절반이 지나 과월호가 되어가지만 딸의 그림이 실린만큼 기념으로 사야겠다.

 

 

 

 

 

 

 

수퍼남매는 이 책을 보고 징그럽다, 불쌍하다, 잔인하다를 연발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300만마리도 넘는 가축들을 살처분한 엄청난 사건이니 왜 안 그렇겠는가?

태어나서 처음 한 외출이 마지막 외출이자 죽음의 길이었다니....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는 가축들의 처절한 울음소리.

인간이 참 나쁜 짓 많이 한다.

가는 길이라도 곱게 보내줘야 할 텐데 정말 끔찍하다고 밖에 할 수 없었던 살처분 현장이

이렇게 그림책으로 나왔다.

환경 교육할 때 이 책을 함께 읽고 생각 나누면 좋을 듯하다.

살처분당한 가축들이나 자신의 가족처럼 아끼던 가축들을 생매장해야 했던 주인들이나

모두에게 끔찍한 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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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화분 만들기를 하였다.

본교에서는 1인 1화분 가꾸기를 하기 위해

전교생 수만큼 꽃과 화분을 구매하였다.

식물을 잘 못 기르는 나로서는 화분 하나도 아니고

24개 화분을 어떻게 잘 기를까 걱정이 태산이다.

일 학년에도 아이들 수만큼 식물과 화분이 배달되었다.

그걸 심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직접 해 보면 좋겠지만

그랬다간 난리가 날 듯하였다.

궁여지책으로 아이들은 조각 그림을 그리게 하고

교실 앞에서 내가 다 심었다.

페페, 산세베리아, 아이비, 천냥금. 카랑코에가 있었다.

조각 그림을 그려오는 순서대로 식물을 고르게 하였다.

심어 놓고 보니 참말로 예뻤다.

노랑, 연두, 빨강, 분홍 색 화분이 일학년 꼬마들처럼 고왔다.

화분에 네임펜으로 이름을 쓰게 하고, 식물 이름도 지어보라고 하였다.

일 년 동안 너희들이 물도 잘 주고, 예쁜 말도 자주 해줘서 잘 키우라고 말해 주었다.

 

24개의 화분을 만들고나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힘이 없었다.

2교시 중간쯤이 되어서 아이들에게 이제 8칸을 하자고 하였다.

일학년 아이들은 하나라도 안 하면 큰 일이 나는 줄 알기 때문에

시간이 없더라도 조금이라도 해야 한다

오늘도 화분 만드느라 8칸을 먼저 안 하고, 조각 그림부터 하자

어리둥절하는 표정이었다.

 

3교시에는 유괴예방교육을 하였다.

보여주는 동영상이 무섭다며 울먹이는 아이도 있었다.

동영상에서 말한 대로 지켜야 할 것들을 잘 지키고,

위험 상황에서 " 안 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를 아주 큰소리로 외치라고 알려 주었다.

낯선 사람을 물론 조심해야 하지만

얼굴을 아는 사람도 여러분을 납치, 유괴할 수 있으니 따라가서는 안된다고 알려 주었다.

나 어릴 때는 버스 2정류장 거리를 혼자 걸어서 등하교 하였는데

요즘 아이들은 바로 코앞에 학교가 있는데도(본교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다.)

하교 시간에 보면 엄마들이 교문에 벌떼처럼 모여 있다.

흉칙한 사고들이 자주 생겨서이기도 하지만

이제 초등학생이고 2주 정도 학교 생활을 하였으니

다음 주부터는 혼자서 등학교 하는 것을 연습해 보라고 말해 주긴 하였다.

 

선생님들이 하교지도할 때마다 다 민망하다고 하신다.

그도 그럴 것이 레드 카펫 걷는 것도 아닌데

교문 앞에 엄마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으니

민망할 수밖에.

예전에는 3-4일 정도는 아이들을 기다리고 계시다가

그 다음부터는 엄마들이 안 계시는데 올해는 유독 심하다.

가르쳐보니 아이들 똘똘한데 말이다.

다음 주에는 엄마들 수가 조금 줄어들겠지.

 

4교시에는 체육관에 데리고 가서 이어달리기를 하였다.

모둠별로 이어달리기를 하는데

아이들이 말도 잘 알아듣고 넘어져도 울지 않고 벌떡 일어나 끝까지 잘 달렸다.

이렇게 야무진 아이들인데.....

체육관에 2번 데리고 왔는데

그 넓은 체육관을 우리 반만 쓰니 얼마나 신나겠는가!

이어달리기 끝나고 나서

개인 달리기도 해봤다.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은 아주 신바람이 났다.

날이 좀 포근해지면 운동장 가서 또 해봐야지.

 

게다가 화이트 데이라고 해서 사탕과 초콜릿을 가져 온 아이들이 있어서

아이들은 푸짐하게 선물을 받아갔다.

집에 가려고 준비를 하는데

" 매일 학교 오고 싶어요"

하는 아이들이 있다.

"응~ 고맙네! 그런데 선생님도 쉬어야 하니까 토요일, 일요일 쉬고 월요일에 만나요" 라고 했다.

 

이렇게 바쁘다 보니 <방귀쟁이 며느리>를 못 읽어줬다.

월요일에 읽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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