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수표 받아쓰기는 겨울 방학 하기 전에 이미 끝나서

랜덤으로 받아쓰기를 한다.

나 어릴 때는 선생님이 아무 데서나 불러주시면 받아적는 받아쓰기였는데

언젠가부터 친절하게도 급수표가 나가고, 아이들은 그걸 가지고 예습을 해 와서 시험을 본다.

그러니 점수가 높다고 해서 어휘력이 높다고 할 수는 없다.

받아쓰기 점수 따로, 평소 실력 따로. 뭔가가 잘못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은 어제 읽어준 책 <노란 양동이>에 나온 문장들을 불러줬다.

 

급수표 받아쓰기는 연습해서 100점 맞던 아이들도

이렇게 랜덤으로 부르면 점수가 형편 없이 내려간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받아쓰기는 평소에 책을 읽을 때 얼마나 정독하느냐에 그 실력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책을 읽을 때 대강대강 읽는 아이들은 이렇게 랜덤으로 받아쓰기를 실시해 보면 금방 실력이 들통 난다.

물론 일기장을 봐도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 구성이 엉망이다.

 

그런데 오늘, 어떤 아이 덕분에 보람을 느꼈다.

1학기 때 일기장에 쓴 글자의 맞춤법이 너무 엉망이라서 해석도 못 할 정도였다.

아주 차분하고, 집중력 좋은 아이인데 깜짝 놀랐다.

보기와 다르게 맞춤법이 전혀 안 되어 있어서

지난 학부모 상담 때 어머니께 그 점을 말씀 드리고

해결 방안을 말씀 드렸다.

그 후 가정에서 그대로 실천을 하셨는지 점차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다가

오늘 랜덤 받아쓰기에서 90점을 맞은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무지 기뻤다.

이렇게 일취월장 하는 아이를 보면 교사로서 보람을 느낀다.

내 조언대로 꾸준히 실천해 준 부모님께도 격려의 박수을 보내 드린다.

저학년은 부모가 조금만 관심을 가져 주면 이렇게 몇 개월 안에  폭풍 성장을 할 수 있다.

그 아이의 성장의 가장 기본은 책 읽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것도 정독과 부모님의 책 읽어주기 말이다.

 

어떤 학자는 초등학교 1학년은 오로지 책 읽기만 교육해도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책 읽기가 전부다" 라는 의미이다.

1학년을 연거푸 4번 해 보니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 스스로 하는 책 읽기에 맡기지 말고, 가장 가깝고 신뢰도가 높은 부모와 교사가 아이들에게 책을 꾸준히

아니 매일 읽어준다면 놀라운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어른이 읽어줄 때 아이는 더 깊은 상상력과 더 깊은 독해력이 길러진다.)

무엇보다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게 될 것이다.

앞에 예를 든 아이가 몇 개월 안에 받아쓰기 실력이 향상된 것도 정독과 책 읽어주기 덕분이라고 난 생각한다.

지금 아이가 받아쓰기 실력이 약하다면

기본으로 돌아가서 부모님이 매일 밤, 잠 자기 전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읽어주시라고 권하고 싶다.

 

이 아이들과 헤어질 날도 머지 않아 매일 책을 읽어주려고 한다.

이 아이들이 또 언제 책 읽어주는 선생님을 만나겠는가!

나도 우리 아이들도 이제껏 책 읽어주는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는데 꺼이꺼이~~

오늘은 국어 교과서에 나온 <황소 아저씨>를 그림책으로 읽어줬다.

훌륭한 그림책도 교과서에 실리면 내용이 다 잘려 나가고, 그림은 조잡해진다.애휴휴~~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하면서도 정말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문학 작품은 편집하지 말고 그대로 실었으면 좋겠다.

그림도 저작권 때문에 원그림 대신 유치한 삽화가 들어가는 것인 줄 알면서도

참 난감하고, 안타깝다. 이렇게 멋진 그림이 유치하게 변해 버리니 말이다.

그림책을 알고나서부터는

국어 교과서에 나온 문학 작품 만큼은 가능한 원작을 읽어주려고 한다.

 

도서실에서 빌려오라고 해서 그림책을 읽어줬다.

개정 전 교과서에도 <황소 아저씨>가 실려 있었는데 볼 때마다 참 멋지고 따뜻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는 정승각 그림 작가의 사인이 있는 그림책이 있는데 쥐를 그려 주셨다. ㅎㅎㅎ

아이들도 참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따뜻함도 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코딱지가 나와서 이 부분 읽어줄 때면 어김없이 웃음이 터져 나온다.

권정생 작가가 유쾌한 분이셨음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정승각 그림 작가가 권정생 작가의 문장은 고민할 것도 없이 그림이 쫘악 그려진다고 하셨다.

그래서 작업하기가 편했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이 그림책을 다시 읽어보니 정말 그렇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그대로 그림으로 재현된다. 내 머릿속에서.

넉넉한 황소 아저씨의 인심과 함께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다섯 마리의 새앙쥐들은

"겨울이 지나도록 따뜻따뜻하게 함께 살았습니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추운 겨울, 따뜻하게 해 준다.

우리 아이들도 "책 많이 읽어서 똑똑한 사람 되어야지." 라는 결심보다

책 읽으면서 내가 즐겁고, 책 속 인물들에 공감하고,

더 나아가 황소 아저씨처럼 이웃을 위해 사랑을 나눠주는 따뜻한 이들로 무럭무럭 자라났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직도 개학 전날이면 잠을 설친다.

혹시나 알람을 못 들어 지각을 할까 염려되어 어젯밤도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딸도 걱정되는지 옆에서 계속 부시럭거렸다.

다행히 제 시간에 기상하여 출근 준비를 하였다.

오늘부터는 아이들과 걸어다니기로 하여서 걸어서 갔다.


우리 반 꼬맹이들은 한 명도 지각없이-어제 학부모님게 일찍 재워달라고 문자를 다 돌렸다.- 제 시간에 교실에 들어와 

칠판에 써진 대로 그림책을 골라 읽었다.

39일 동안 난방기를 가동하지 않은 상태라서 교실은 조금 냉기가 느껴졌지만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1교시부터 공부하면 아이들도 나도 적응이 안 되니 준비체조 삼아

"겨울 방학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 발표하기를 하였다.

먼저 종합장에 한 번 써 보라고 하였다. (5분 동안)

쓴 내용을 가지고 짝에게 1분 동안 말하는 연습을 하였다. (1분 동안)

그 다음 앞에 나와서 전체를 대상으로 방학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발표하였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말한 것은 "겨울 왕국 관람" 이었다.

절반 정도의 아이들이 이 영화를 봤다고 하다.

아직 안 본 아이들은 꼭 보라고 말해줬다. 아주 감동적인 영화라고.

우리 수퍼남매도 그 영화를 보고와서 1주일 동안 내내 "Let it go"를 불러대서 나도 이 노래를 중얼거리게 되었다.

주제가도 덩달아 대박 났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야외 체험을 말하지 않는 걸로 봐서

올 겨울 방학은 집이나 실내에서 하는 체험을 주로 한 듯하다.


18명의 발표(1명은 결석)가 모두 끝난 후 아침독서시간에 읽은 책을 읽어줬다.

제목은 <노란 양동이>이다.

몇 년 전에 읽은 기억은 나는데 내용은 통 생각이 안 났다.

아마 리뷰를 안 써서 그럴 것이다.

리뷰를 써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

좋은 책 목록에 항상 들어 있는 책이라 책장에서 꺼내 아침시간에 읽어봤는데

내용과 주제가 참 좋아서 아이들에게 읽어줘야겠다 싶었다.


아기 여우가 우연히 발견한 노란 양동이.

주인 없는 양동이를 덥석 가지지 못한 아기 여우는

친구인 아기 곰과 아기 토끼의 조언대로

일 주일을 기다려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 양동이에 자신의 이름을 써서 가지기로 한다.

고작 양동이 하나.

그냥 가져갈 법도 한데(누가 본 것도 아니고 말이다.)

양심을 지키는 아기 여우의 모습과

세찬 비가 몰아칠 때 그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양동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슬픈 표정을 짓는 여우의 모습에서

"공감력"이란 이런 것이구나! 가 전해졌다.

그새 누가 가져갔을까 봐 하루에도 몇 번씩 외나무다리 옆에 있는 노란 양동이를 찾아가 문안을 드리는 여우의 모습에서

작은 물건 하나에도 온갖 정성을 다하는 여우의 고운 마음결이 느껴졌다.

그에 비하면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자신의 물건에 대해 소중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을까!

예전에 나는 지우개 하나라도 교실에서 잃어버리면 끝까지 찾고야 말았는데

수퍼남매만 해도 학용품이나 장난감에 대한 애착이 너무 없다.

학용품, 장난감이 너무 많아서겠지.

아기 여우는 자신의 것이 되지도 않은 주인 없는 노란 양동이에 대해서도 참 지극정성이다.


월요일에 발견한 노란 양동이.

다음 주 월요일까지 주인이 나타날까 나타나지 않을까 조마조마 이야기는 전개된다.

내가 실감 나게 읽어줘서인지(자화자찬) 우리 반 아이들이 아주 귀 기울여 잘 들었다.

드디어 월요일,

항상 있던 자리에 노란 양동이는 없었다.

친구 아기 곰과 아기 토끼가 아기 여우를 위로해 준다.

나 같으면 너무 속 상해서 꺼이꺼이 울 듯한데

여우는 "괜찮아!" 라고 말한다.

지난 일주일 동안 노란 양동이로 인해 좋은 추억이 생긴 것으로 충분하다는 아기 여우의 말에 가슴이 찡하다.


결말이 노란 양동이가 아기 여우의 것이 되었다면 이 책의 감동은 훨씬 덜하였겠지.

일 주일 동안 그렇게 애지중지 하였건만

운명은 얄궂게도 아기 여우에게서 노란 양동이를 빼앗아 갔다.

물론 처음부터 노란 양동이는 아기 여우의 소유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 주일 동안 노란 양동이를 지켜보면서 아기 여우는 행복했고,

어쩌면 마음 저 밑바닥에서 ' 저게 내 양동이가 되었으면' 하는 욕심도 스멀스멀 올라왔을 것이다.

노란 양동이 대신 비싼 물건이나 돈다발이라고 생각해 보면

욕심이 생길 법하다.

이 명제 가지고 도덕 수업을 해도 좋을 듯하다. 또는 토론 수업?


노란 양동이가 없어지고 나서 아기 여우가 보여준 어른스러운 행동은 본받을 만하다.

아무리 지극정성을 다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내 것이 되지 않는 경우가 살다보면 꽤 많다.

그럴 때 자족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좋은 인생 공부라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해 본다.

노란 양동이를 발견한 첫 날, 그걸 냉큼 가져갔다면 여우는 양심 없는 녀석일 뿐이었을 것이다.

가지고 싶어도 참고 기다리는 여우의 인내심과 절제력

사라졌다고 해서 분노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양동이와 함께한 추억을 떠올리는 아기 여우의 어른스러움이 눈에 들어왔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찬샘 2014-01-28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학을 하셨군요.
우리는 명절을 보내고 개학을 합니다.
노란 양동이... 읽으면서 조마조마했던 그 기억~

수퍼남매맘 2014-01-28 07:37   좋아요 0 | URL
아하! 부산은 개학이 늦군요. 오늘과 내일만 나가면 또 며칠의 황금연휴가 있다는 이 설레임....

마노아 2014-01-28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체 관람가 영화가 극장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게 흐뭇해요. 온 가족이 함께 열광할 수도 있고요.^^

수퍼남매맘 2014-01-28 18:5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오랜만에 온가족이 열광할 수 있는 애니가 나왔어요. 연휴동안 더 많은 관객이 보게 되겠죠.
 

지지난 주 금요일 중성화 수술을 받은 온이는 깔때기(아직도 명칭을 모름)을 내내 목에 두르고 있어야 했다.

이유인즉 상처 부위를 혀로 핥으면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금요일 수의사가 수술 자국을 보시더니 상처가 잘 아물었다면서

일요일에 깔때기를 빼주라고 하였다. 10일 만이다.

드디어 자유의 몸인 것이다.

그 동안 그루밍(털 손질)은 하고 싶으나 목 주변에 있는 플라스틱 깔때기 때문에 온이는 제대로 털 손질을 못 했다.

그래서 털이 거칠거칠해졌다.

그루밍 하고 싶을 때는 깔때기를 털인 줄 알고 열심히 혀로 핥는 모습을 보고 우리 가족은 웃음을 참느라 혼 났다.

자유의 몸이 된 오늘, 온이는 몸 여기저기를 그루밍 하느라 난리가 났다.

2일 동안 아무 것도 못 먹고 힘 없이 누워 있을 때는 정말 안스러웠다.

딱 3일 째 되자 사료를 먹고, 또 하루가 지나자 물도 마셨다.

수컷은 수술이 간단하다고 하는데

암컷은 개복 수술을 하는 것이라 수술 후 회복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암컷의 경우, 수술 후 회복하지 못 하고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정말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하겠다.

온이가 예전처럼 자유롭게 명랑하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정말 다행이다 싶다.

중성화 수술 후에는 복부 쪽에 살이 많이 붙는다고 한다.

중성화 수술 한 양이들 보면 배 주위가 동글동글하다.

비만이 안 되도록 먹이양을 줄이고, 운동을 많이 시켜야 한다고 한다.

힘든 과정을 잘 견뎌낸 우리 온이가 고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희망찬샘 2014-01-28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한 고비를 넘은 온이를 위하여~

수퍼남매맘 2014-01-28 07:38   좋아요 0 | URL
수술 후 사람을 많이 의존해요. ^^
 
[엄마 손맛이 그립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엄마 손맛이 그립다 - 사시사철 따스한 정성 담아 차려주던
김경남.김상영 지음 / 스타일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저자가 참 특이하다. 친정 어머니와 딸이 함께 만든 책이다. 딸이 요리 분야의 직업을 가지게 된 것도 분명 엄마의 요리 솜씨가 한 몫을 했을 거란 짐작이 든다. 내가 요리를 못 하는 이유는 우리 엄마 탓이 크다. 우리 엄마는 장사를 하느라 요리할 시간이 없었다. 장사하는 틈틈이 요리를 해서 식구들이 먹을 밥상을 마련해야 했기에 쉽고 간단한 요리들이 전부였다. 어려서부터 보고 배운 것이 거의 없으니 내가 요리를 잘할 턱이 있겠나!ㅋㅋㅋ 저자는 전업 주부이자 원래부터 손맛이 좋았던 어머니 밑에서 눈으로 보고 배운 것이 많았으리라. 내가 아는 영양사 선생님은 참 요리를 잘하고, 즐겨 하는데 얼마 전 연수를 같이 다니면서 본인의 딸(초6)이 요리한 음식 사진을 보여주었다. 초등학생이 나보다 요리를 더 잘하는 것이다. 장식도 이쁘게 하고 말이다. 그러니 모전여전이 분명 맞다. 영양사 샘 엄마가 요리를 잘하셨다고 하니 요리 재능이 외할머니, 엄마, 손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그 가족 중에 누군가가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에 반해 난 엄마한테 보고 배운 것이 거의 드물다. 결혼할 때도 거의 전수 받은 것이 없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엄마가 어렸을 때 해 주던 음식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특히 애호박 고추장 찌개, 갈치 조림, 봄동 김치, 달래 무침 등은 엄마를 그립게 하는 메뉴들이다. 이 책에도 이런 메뉴들이 등장하는데 그 사진을 보면서 엄마와 엄마 손맛이 그리워졌다.

처음에 김 재우기부터 시작되는데 엄마와 내가 유일하게 함께 작업했던 요리가 바로 김 재우기여서 정말 반가웠다. 지금은 조리된 김을 사서 먹는데(한 번도 아이들과 김을 함께 재운 적이 없다.급반성)어릴 때, 김 재우는 담당은 막내였던 나였다. 엄마가 솔에 기름을 묻혀서 김에 바르면 난 엄마 옆에서 소금을 솔솔 뿌렸다. 엄마가 김을 구울 때면 그 옆에 바짝 붙어서 시식을 하곤 하였다. 그 때 먹던 김이 최고였지.지금 우리 아이들은 엄마의 게으름 때문에 김 재우는 재미도 한 번 못 느껴봤구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책에서 가장 고맙게 얻은 아이디어는 바로 멸칫국물 만들기 비법이었다. 저자의 어머니께서는 양파 껍질과 대파 뿌리를 버리지 않고 깨끗이 씻어 냉동실에 보관한 후, 멸칫국물을 낼 때 이용하였다고 한다. 이 비법을 듣고 나서 나도 한 번 시도해 봤더니 음~ 국물 맛이 끝내준다. 일단 양파 껍질 때문에 국물 색깔이 빨갛다. 양파 껍질에 좋은 영양소가 있다고 하니 버리지 말고 꼭 한 번 시도해보길.....

이 책에서는 집에서 주로 해 먹었던 요리들 중에서 한 가지 재료로 다른 양념을 사용하여 만든 요리들이 한 컷에 나와 있어 편리했다. 예를 들어 깻잎을 가지고 만든 요리 두 가지, 오이를 가지고 만든 요리 두 가지가 나란히 나와 있어서 보는 사람이 굉장히 편리했다. 나는 오이를 주로 쌈장에 찍어 먹거나 오이 무침을 해서 먹는 편인데 오이 볶음이 바로 옆에 나와 있어서 다음에는 한 번 도전해 보려고 한다.

시금치 요리도 마찬가지이다. 시금치를 한꺼번에 데친 후 삼등분하여 각각 간장 양념, 소금 양념, 된장 양념한 요리들이 한 컷에 나와 있다. 난 주로 소금 양념하여 시금치 무침을 해 먹는데 다음에는 여기에서 가르쳐 준대로 삼등분하여 각각에 양념에 버무려봐야겠다. 어떻게 맛이 다를까 궁금하다. 나물 요리가 제일 귀찮기도 하고, 자신이 없는 분야인데 이 책에 여러 가지 팁들이 많이 나와 있어서 요긴하게 쓰겠다.

우리 애들은 솔직히 시금치보다는 콩나물을 좋아하는데 기존에 내가 알던 방법보다 아주 쉽고 간단한 방법이 나와 있어서 실제로 해 봤다. 보통 콩나물 데칠 때 뜨거운 물에 뚜껑을 닫고 데치는데 여기서는 물 2큰술에, 소금 약간을 넣고 5-6분 삶은 후, 뚜껑을 열고 콩나물을 뒤집어 준 후 삶아낸다. 직접 해 보니 조리 시간이 훨씬 단축되었다. 이번에 얻은 아주 유용한 비법이라고 할 수 있다.

1월말이 되니 김장 김치가 많이 시어졌다. 우리 아이들은 통통한 김치(새김치)를 좋아해서 이제 익은 김치를 처치할 일이 숙제로 남았다. 신 김치 처리로 가장 자주 해먹는 게 바로 김치 찌개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김치 찌개가 쉬운 듯하면서도 맛 내기가 참 어렵다. 된장 찌개처럼 말이다. 여기에 나온 대로 해 먹어 보지 않았는데 오늘 저녁에 이 방식대로 한 번 해봐야겠다. 김치를 살짞 볶아야 단 맛이 우러난다는 이야기는 영양사 샘한테도 들었다. 그리고 멸칫국물을 넣던지 그게 아니면 멸치를 직접 넣어라는 이야기인데!그러고 보니 우리 엄마도 이런 식으로 김치 찌개를 해 주셨던 기억이 살포시 난다. 나 어릴 때는 조미료가 유행이라서 우리 엄마도 꼭 조미료를 넣었는데 엄마는 요즘도 국이나 찌개 요리할 때 조미료를 넣곤 하신다. 이 문제 때문에 다툰 적도 있다. 한 번 굳어진 습관은 잘 안 고쳐진다는 것을 엄마의 조미료 사랑을 보면서도 깨닫게 된다.ㅎㅎㅎ 그래도 가끔 엄마가 해 주시던 음식들이 기억나는 것은 그 음식에 담긴 엄마의 사랑과 추억이 생각나기 때문이 아닐까! 어제도 친정에 갔다가 밥 하기가 귀찮아서 엄마네 밥솥에 있던 밥을 몽땅 가져왔는데 엄마란 그런 존재인 듯하다. 나도 우리 딸에게 그런 엄마가 되어야 할텐데...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꿀꿀페파 2014-01-27 0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보고 갑니다!

수퍼남매맘 2014-01-27 07:35   좋아요 1 | URL
늦어서 죄송해요.
 

독서교육연수가 끝났다. 정말 유익한 시간들이었다.

강사님들 모두 커다란 울림을 주셨고,

"독서"가 아니라 왜 "독서교육"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생각도 갖게 되었다.

조금 지쳤던 마음이나 매너리즘에 빠졌던 상태에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후배들 중에도 밤마다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를 시작했다는 사람도 생겨났고,

앞으로 맡은 아이들에게도 책을 읽어주겠다는 사람도 생겨났다.

그야말로 돈오점수의 상황이다.

 

함께한다는 것은 커다란 힘을 준다.

이번 연수가 공지되자마자 독서동아리샘이 알려주고, 다같이 연수를 받자고 의견을 모으고

뜻을 같이하는 샘들에게 문자를 돌려 5명이 함께 연수를 받았다.

나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 동지가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을 준다.

선배님, 후배들과 함께한 연수였기에 더 뜻깊고 더 의미가 있었다.

물론 매일 점심 메뉴 정하고, 맛있는 것 탐방하는 재미도 컸다. ㅎㅎㅎ

혜화동(대학로)이 아니던가!

무엇보다 이 연수를 들은 교사 한 명 한 명이

이제 개학하고나서 자신이 맡은 아이들에게 서서히 달라진 모습들을 보여줄 것을 생각하니 정말 감동스럽다.

함께했던 영양사샘이 어떤 직무연수에서도 보지 못했던 역동적인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실은 여름 연수 때가 더 뜨거웠었는데....

그만큼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연수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오늘은 직접 1: 1 토론  2 : 2 토론 실습 하였는데도 정말 진지하게 열심히 토론을 하였다.

배우고 익혀 교실에서 써 먹으려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매 시간마다 질문하게 하고,

강사들로 하여금 오버타임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전혀 불만이 없었다.)

여름과 겹치는 강의가 2개였던 게 흠이라면 흠이었는데

6개월만에 들으니 그 사이 많이 잊어버려서 또 새로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는

<생로병사의 비밀>을 연출한  신성욱 PD의 "뇌과학 " 이야기였다.

교육계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시는 분의 이야기, 그것도 뇌 이야기는 정말 신선하고, 충격적이었고, 도움이 많이 되었다.

좌우뇌 신화를 믿는 분이 현실에서 아주 많기에 신 피디님의 뇌 과학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좌뇌는 논리적 부분을 담당하고, 우뇌는 창의성을 감당한다고 지금까지 알고 있는데

이 가설은 벌써 오래 전에 뇌과학에 의해 뒤집혀졌다고 한다.

 

몇 가지 기억나는 것들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1.뇌는 통합적으로 작용을 한다.

2.뇌는 일정 나이까지 발달하고, 그 이후에 쇠퇴하는 게 아니라 죽을 때까지 발달한다.

3.침팬지와 인간의 뇌가 99% 일치하는데 단 1%에 의해 인간이 침팬지와 구별된다.

4.그 1%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바로 뇌과학인 셈이다.

5.그 1%는 오랜 시간 동안 휴먼 스킬(human skill)의해 침팬지와 구별되어진 것이다.

6.휴먼 스킬의 대표는 바로 아이를 품 안에 안고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7.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 자는 것은 휴먼 스킬이 아니다. 아이가 혼자 잔다고 독립 선언을 할 때까지 부모의 품 안에서 함께 자는 게 좋다.

8.만 12세를 기억하라. 이 때까지는 완전한 인간이라 할 수 없다. 즉 이성이 아직 온전하지 못하기에 부모가 잔소리를 하더라도 그 때 뿐이고, 금방 잊어버린단다. 물론 정리정돈도 안 되는게 당연하단다. 뛰는 것이 당연하다. 10분 이상 집중을 못한다.

9.인간의 뇌는 50대 중후반 정도에 최대 성능을 가진다고 한다. 즉 통찰력 등이 이 때 최고조에 달한다고 한다.

10. 인간의 선택은 무의식에서 먼저 결정을 내리고, 감정을 담당하는 뇌가 선택을 한 후, 비로소 입을 통해 나온다.

   생각한 다음 말한다는 것은 이런 면에서 거짓이다. 

교사와 부모라면 꼭 이 분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뇌를 이해하면 아이를, 남편을 훨씬 잘 이해할 듯하다.

우리 학교 학부모 연수 때 꼭 강사로 초청하고 싶은 분이다.

피디 님이 보여주신 " 안 보이는 고릴라 " 동영상이 던져 주는 의미도 참 감동적이다.

부모는 자신이 아이에게서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아이의 안 보이는 것을 보고자 노력하는 태도를 가지라는 의미였다.

예전에 이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난 고릴라를 보지 못 했다. ㅋㅋㅋ

수퍼남매의 안 보이는 고릴라를 찾으려고 노력해야지. "주시"가 아니라 "응시"를 해야 보인다고 하니 명심하자.

 

그 다음 강좌는 바로 오늘 강사셨던 이영근 샘의 강의였다.

<아침독서신문>에서 이 분의 칼럼을 매달 읽고 있었는데 동일인물인 줄은 강의를 듣다 쉬는 시간에 직접 찾아가 질문을 드려 알게 되었다.

솔직히 신문 칼럼을 볼 때 어떻게 이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어?

하면서 건성건성 읽을 때가 많았다.

오늘 강의를 들어보니 이 분은 정말 교사로서 소명의식을 가지고,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존경심이 우러났다.

아침에 기타와 노래로 아이들을 맞이해 주시고, 함께 싱어롱을 하고,

전체를 향해 화를 낸 적은 일년에 한 번,

점심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하며 주변을 관찰하고,

아이들이 "영근 샘" 이라 부르게 하고, 토론을 자주 하고,

민주적인 학급 문화 등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거의 신의 경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이들을 위해 바쁘게 사는 분이었다.

영근 샘이 토론 부분을 맡아 강의를 해 주셨는데 아주 귀에 쏙쏙 잘 들어오고

무엇보다 실습을 통해 토론을 경험하게 하여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토론이야말로 독서교육의 꽃이라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도, 해 본 적도 없어서 두려움이 많았다.

물론 한 번의 실습으로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닐테지만 그래도 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음~ 다음에 고학년을 맡게 되면 꼭 토론 수업을 해 보고 싶다.

우리 1학년 꼬맹이들과도 한 번 해볼까나! 아주 쉬운 논제로 말이다. ㅎㅎㅎ

백 그라운드 음악으로 틀어준 백창우 선생님의 음악도 아주 근사했다.

아! 마지막에 라이브로 노래를 들려주셨다.

강사가 마지막에 노래 선물을 준 것은 처음이다. 가사가 심금을 울렸다.

현직교사가 쓰신 곡인데 교사라면 모두 공감할 그런 노래였다. 완전 감동이었다.

 

5일간 30시간의 연수가 끝나고,

후배들과 함께 근처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 거기서 건져온 책들이다.

무겁게 들고 왔더니 아이들이 "엄마, 집에 있는 책을 또 사 왔어? "

도대체 어떤 책이 이미 집에 있단 말이야?

집에 있는 책 목록 정리를 언제 날 잡아서 해야 할 듯하다.

아무튼 강의 내용 잊어버리기 전에 빨리 정리해야 할텐데....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4-01-27 0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사들은 뜻만 있으면 좋은 연수를 받을 수 있으니 좋겠어요.
부럽습니다~
좌뇌,우뇌 역할에 집착하는 분들 많던데... 뒤집혀진 가설이었군요.ㅠ
고릴라와 다른 1%가 휴먼 스킬이라... 저 책을 사봐야겠어요.
집에 있는 책인 줄 모르고 또 살때가 나도 있지요~ ^^

수퍼남매맘 2014-01-27 07:37   좋아요 0 | URL
피디님 말씀에 의하면 좌우뇌 가설은 이미 정설이 아님이 드러났다는데
교육 현장에서는 아직도 맹신하고 있거든요.
휴먼 스킬의 대표가 아이를 품에 안고 책을 읽어주고, 관계를 형성해서 그 안에서 사는 것이라고 해요.
저도 이 책 사서 정독하려구요.

희망찬샘 2014-01-28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내셨네요. 집에 있는 책, 또 사기! 저도 전공입니다. ><

수퍼남매맘 2014-01-28 12:40   좋아요 0 | URL
이영근 샘과 신성욱 피디님 강의는 정말 다른 분들도 들으셨으면 할 만큼 좋았어요.
저와 같은 분들이 주변에 있어서 살 맛 납니다. *^^* (산 책 또 사기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