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드립 커피에 빠져서 하나씩 기구를 장만하고

방학 들어서는 매일 한 두 잔씩 드립을 연습하고 있다.

이제 제법 바리스타의  냄새가 느껴진다. 나 혼자만의 만족감.

 

드립을 하려고 준비 중이던 차.

선배님으로부터 카톡이 하나 왔다.

예쁘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동영상과 함께.

 

http://www.youtube.com/watch?v=suvVEayEJww

 

" 가장 많이 가진 자가 부자가 아니라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란 것을"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동영상을 보고나서

드립 커피를 마시니

그 향기는 더욱 구수하고,

그 맛은 더욱 보드랍다.

 

커피 한 잔과

선배님의 카톡 하나

좋은 책 한 구절,

감동적인 동영상 하나로도 하루가 충분히 빛날 수 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실 2014-01-1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들내미가 타준 카누 마셨답니다.
핸드 드립 귀찮아요~~~~ ㅎㅎ

수퍼남매맘 2014-01-12 21:22   좋아요 0 | URL
마시는 것도 좋지만
전 내리는 재미가 더 있어요. ㅋㅋㅋ
핸드밀로 원두 갈 때 나오는 향기,
1차, 2차, 3차 추출할 때 올라오는 커피 향기
그런 것들이 좋아요.

꿈꾸는섬 2014-01-13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립커피, 맛나겠어요.
ㅎㅎ 저도 세실님과 마찬가지로 그냥 간단히 카누 마셔요.ㅎㅎ

수퍼남매맘 2014-01-13 16:47   좋아요 0 | URL
저도 직장에선 카누 즐겨 마셔요.
집에 있으니 나를 위한 호사를 누리고 있죠.^^
 

어제 저녁 7시, 딸과 함께 최은희 선생님 강연회에 다녀왔다.

좀 일찍 출발하여 인사동을 둘러 보고, 저녁도 먹으려고 하였다.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정독 도서관 가까운 곳에서 저녁만 먹게 되었다.

정독 도서관 올라가는 길이 참 예뻤다.

인사동에 굳이 갈 것 없이 삼청동 길도 볼거리, 먹거리가 참 많았다.

다음에는 낮에 와서 찬찬히 둘러봐야지.

 

강의실에 도착하여 출석 사인을 하고 좋은 자리를 찜했다.

일찍 오길 잘했다.

늦게 왔으면 후미진 구석 자리에 앉을 뻔 했다.

둘러보니 150명 정도 모인 듯하다.

평일, 7시에 그 정도 숫자만 꽤 많이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독도서관은 도서관이라기보다 대학교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어두워 잘 보이진 않았지만

도서관 앞 정원도 꽤 넓고, 여러 가지 문화 시설도 많고, 다양한 강좌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열람실을 안 가봐서 그 곳은 잘 모르겠고, 외관만 보면

내가 가 본 도서관 중에서는 최고이다.

 

최은희 선생님의 소개가 있었다.

첫 인상은 옆집 아줌마 느낌이랄까! 단언컨대 교사의 이미지는 아니었다.ㅎㅎㅎ

선배님들은 어디 나가면 처음 보는 분들이 금방 직업을 알아차릴 정도로 교사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최 선생님은 그렇지 않았다. 이 부분은 양가적 해석이 가능하다.

선생님은 자신의 미모를 연거푸 강조하시며 웃음을 선사하셨다. ㅋㅋㅋ

꾸미지 않은 수수한 모습과 약간 넉넉한 풍채에, 목소리는 꾀꼬리처럼 낭랑하셨다.

어젯밤에도 큰 아들과 한바탕 하셔서 온몸이 뭉쳐서 기치료를 받고 오셨다고 첫인사를 하셨다.

두 아들이 아직도 자신의 큰 스승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여셨다.

 

 

 

 

선생님은 책에서 세 명의 스승을 말하고 있다.

첫째는 멘토가 되어주시는 진짜 스승님들.

둘째는 커다란 스승으로 온 자신의 두 아들.

셋째는 불편함을 주는 그림책들.

이 셋이 선생님의 고양이 꼬리 같은 존재라고 털어 놓으신다. 나는 어떤 스승들을 모시고 있을까.

강연 내내 아들의 일화를 꺼내 주셔서 귀에 쏙쏙, 마음에 쏙쏙 들어왔다.

학교 아이들, 우리 아이들도 내 스승이 되어 주겠지!

 

선생님은 우리 사회가 실패를 공유하지 않은 사회라는 것을 아이들이 엇나가기 시작할 때 비로소 알게 되셨다고 한다.

옆집 아줌마들은 하나같이 자녀들의 성공담을 늘어 놓은데 왜 나만 이렇게 애들 때문에 힘들까 생각하셨단다.

더구나 친한 친구는 승승장구하는데 난 왜 이 모양이지 할 때는 정말 미칠 것 같았단다.

친구와 만난 날은, 마그마 같은 분노가 끓어올라 여지없이 가족에게 퍼붓게 되고, 급기야 몸이 아프기도 했단다.

내 경험상 마음이 아프면 몸이 따라 아프게 되어 있다.

나도 전에 대학 친구 모임 갔다오면 꼭 남편 바가지를 긁곤 했었다.

그녀들 앞에서 쿨 한 척 해도 절대 마음은 그렇지 않아 부글부글 거리는 마그마를 남편에게 쏫아내곤 했었다.

선생님은 수많은 사람들의 성공담이 어쩌면 허세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잘 포장해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런 성공담 뒤에도 아픈 이야기들이 무수히 숨어 있는데 아름다운 부분만 쏙 뽑아서 자랑을 했던 거라고.

실패담까지도 속속들이 꺼내 놓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데

우리 사회는 성공담만 공유하는 사회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철저히 자신들의 아픔과 실패는 꼭꼭 감춘 채 성공만 부풀려 말하는 사회가 우리 사회인 것이다.

 

그런데

강연을 하러 다닐 때, 자연스레

자신의 아픈 이야기, 실패한 이야기들을 꺼내 놓으니 청중들이 고개를 끄덕끄덕, 더 열렬히 지지를 하더란 것이다.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지 누구나 그런 실패담이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누구의 성공담을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의 실패담에 더 공감하고, 위로를 받기도 한다는 것을 그 때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도 강연을 듣는 입장에서 

잘난 체 하는 강사보다 자폭하는 강사의 말에 더 공감하고

강사의 실패담에 무장해제되어 더 강의를 잘 듣곤 한다.

아픔과 실패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나부터도 글을 쓸 때

나와 우리 가정은 전혀 아픔이나 불행, 슬픔이 없는 것처럼

성공한 이야기, 행복한 이야기들만 썼던 것 같아 반성을 하였다.

나의 슬픔이, 나의 아픔이, 나의 실패가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고, 공감과 희망의 단초가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실패를 공유하는 사회가 되자.

그 첫마디부터 공감이 팍 되면서 저 밑으로부터 커다란 지지가 생겨났다.

 

선생님은 강연 내내, 자신이 아팠던 이야기, 괴로웠던 이야기, 실패했던 이야기들을 쏟아내셨고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마음으로 공감했다. 나부터도.

하다 못해

책을 그렇게 많이 읽어주고, 책도 여러 권 낸 선생님의 자녀인데도

두 아들은 한글을 깨치지 못한 채로 학교에 입학하였단다.

책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단다. 70쪽 넘어가는 책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단다.

나도 그 기분 안다. 수퍼남매도 책벌레가 아니다.

부모는 책을 좋아하는데 집에 책이 사방팔방 있어도 스스로 책을 즐기지 않아 얼마나 애 타는지 모른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공감대는 또 한 번 나를 무장해제시켰다.

책 좋아하는 부모 밑에서 책 안 좋아하는 아이가 나올 수도 있다.

그걸 인정하기 까지 얼마나 내 안의 나와 싸워야 했던가!

옆집 아줌마 아이처럼

그림책을 매일 읽어줬더니 아이가 스스로 한글을 깨치고, 학교 들어가서 공부도 잘하고, 모든 상을 휩쓸고,

사춘기도 겪는 둥 마는 둥 지나가고, 스카이 대학 진학에, 좋은 직장 취업,

게다가 집안 빵빵한 곳으로 시집, 장가 잘 가고 등등

이런 자녀 양육 성공담들은 일반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모두 공감하지 않는가!

많은 아픔들과 실패들은 외면한 채

가장 빛나고 행복한 순간들만 캡쳐해서, 부풀려서 옆집 아줌마에게 전하지는 않았던가!

옆집 아줌마의 그 말만 듣고 난 우리 아이들을 다그치지는 않았던가!

서천석 박사님 말씀이 또 생각난다.

옆집 아줌마 말이 나를 가장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에 절대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말이다.

 

선생님이 들려주신 에피소들 중에 헬리콥터 엄마 이야기는 완전 대박이다.

얼마 전 제주도 강의를 하러 가야 해서 비행기를 타셨단다.

그 비행 시간(50분 정도)동안 줄기차게 통화를 하는 어떤 아주머니가 있었단다.

친구랑 통화를 하는데 앞뒤 사람들이 다 들릴 정도로 목소리 세기를 크게 해서

자식 자랑을 한도 끝도 없이 늘어 놓더라는 것이다.

학교 선생님들은 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부터 시작해서

어떤 학원을 보내야 하며, 어떻게 해야 외고를 보낼 수 있으며 등등

자세히 이야기 안 해도 그 상황이 다 그려진다.안 봐도 비디오다.

그렇게 비행기 타는 내내 주위 사람들이 다 들릴 정도로 통화를 하신 그 분의 마지막 말이.

" 근데 자기야, 우리 둘째가 나 닮아서 배려심이 많아, 호호호!"

뒤로 넘어가겠다.

친구와 대화 중에 자신의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자식 이야기로 시작해서 자식 이야기로 끝나는 그 분의 삶은 과연 풍요로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년 이상 여성 모임 즉, 학부모 모임, 동창 모임, 계 모임 온갖 모임에 가면 모두 자녀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걸로 끝난다.

갓난 아기부터 장성한 자녀까지 오로지 자녀 이야기 뿐이다.

"나"는 없다. 참 슬픈 현실이다.

이런 내가 온전히 자식을 사랑하고 있을까!

내 맘대로 자식을 조정하려고 하겠지.

 

선생님은 부모가 갖는 이런 문제점-자식만 바라보는 잘못된 부모관-을

 " 해와 달이 된 오누이"라는그림책으로 부연 설명해 주셨다.

거기에 나온 호랑이가 바로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 하는 부모의 또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사춘기"라는 것은

결국 부모 품 안에 있던 자녀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책임지는 성인으로 나아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훈련 과정인데

부모는 그 자녀를 언제까지 자신의 품안에 끼고 살면서 조정하려고 든다는 것이다.

그 호랑이의 모습이 선생님의 모습 같아 불편하였다고 한다.

내가 장렬하게 전사해야 자녀가 올바른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데

나는 호랑이처럼 끝까지 오누이를 쫓아가서 잡아먹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온 아들을 잡아먹는 크로노스처럼 말이다.

특히 386 세대들은 자신들의 부모도 잡아먹고, 자녀도 잡아먹는 크로노스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셨다.

호랑이의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이라는 것은 마주하기 힘든 참 불편한 진실이다.

결국 비행기 안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식 자랑을 늘어놓던 그 아줌마의 모습이 내 안에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겁난다.

어쩌겠나!

자식을 잡아먹는 크로노스가 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지.

"나"를 먼저 돌아보고, 살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자식만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가 없어지고, 급기야 자식을 잡아먹는 크로노스가 될 수밖에 없다.

자녀는 해와 달처럼 또 다른 객체로 나아가야 할 존재이지

내가 잡아먹을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수수밭에 떨어진 호랑이처럼 내가 장렬히 전사해야 한다는 말씀 기억하자.

 

선생님은 또 다른 그림책 <해골이 딸꾹>을 보여주시며 "나"와 직면해야 한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자녀 문제로 고민하고, 힘들고, 괴로울 때, 이 그림책에 나온 해골의 모습이

바로 자신으로 투사되었다고 한다.

 

잠에서 깨어난 해골이 갑자기 딸꾹질을 하게 된다.

이걸 멈추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들을 총동원하고,

어디선가 나타난 유령(선생님은 내 안의 현자라고 하셨다.)의 지시에 따라 다양한 시도를 해 보지만 멈출길이 없다.

마지막 유령이 내세운 방법은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보라는 것이었다. 와! 진짜 대단한 그림책이지 않는가!

그런데 절판되어 구할 길이 없다. ㅋㅋㅋ

살다 보면 딸꾹질처럼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럴 때 외면하고, 회피하고, 도망가기보다

거울을 들여다보듯이 나를 들여다 보는 것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셨다.

이것과 관련하여 꿈 이야기도 많이 해 주셨는데 생략한다.

한 가지

여자 아이들이 뱀 관련 꿈을 꾸는 것은 머지 않아 생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란다.

"꿈이라는 것은 신이 보내 준 연애 편지" 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꿈 속에 나오는 모든 것들은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꿈 공부도 오랫동안 하셨단다.

결국 사춘기 자녀와의 문제도,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의 문제도 그들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나의 문제였음을 이 그림책을 통해 불편하게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선생님이 쓰신 책 보고 남편과 나 모두

이 분 내공이 대단한데...... 감탄했었는데

오늘 강연을 들어보니 그림책에 대한 해석이 정말 예리하고 독창적이었다.

아! 나는 언제쯤 그런 단계에 오를 수 있을까 심히 부러워졌다.

 

그림책 하나에도 이런 철학적인 내용들을 찾아내고, 풀어낼 수 있는 창조적인 독자가 되려면

그림책도 찬찬히, 꼼꼼히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의 고양이 꼬리가 그림책들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되새겨 본다.

이런 그림책들을 보면서 선생님은 얼마나 불편한 진실들을 대면하고, 아프고, 절망하고, 사색하고, 용기를 내었을까 생각하니

그 고단한 과정이 조금은 이해된다.

어른에게 있어서 그림책은 불편함을 느끼게 해 주는 존재라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그런 듯하다.

직면하기 싫은 내 모습, 현실들을 바라보게 한다.

 

마지막 읽어준 그림책은 바로 이것이다.

세 권 중 두 권은 우리나라 옛이야기 그림책이다. 선생님의 우리나라 그림책 사랑이 느껴진다.

선생님은 우스갯소리처럼

외국그림책은 도서실에서 빌려보셔도 되지만 우리나라 그림책은 꼭 사서 보시길 바란다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아까 이야기한 <해와 달이 된 오누이>도 여러 출판사 버전이 있다. 나도 확인한 바이다.

사계절에서 나온 버전을 독서운동가들이 추천하는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어떤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조악스러운 그림에다

채록본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채로 글을 쓴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좋은 그림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독자가 그림책을 돈 주고 사는 것이야말로

좋은 작가가 좋은 그림책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나쁜 그림책을 발 붙이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뒤집힌 호랑이>도 다수의 출판사에서 나왔는데 보림 것을 최고로 생각한다고.

나도 다른 출판사 버전을 읽어봤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이 책이 으뜸이라는 생각이 든다.

옛이야기는 저학년 어린이들이 많이 읽는 만큼 다수의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있으니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해야겠다.

이 책에 대한 선생님 설명은 정말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좋은 만큼 할 말이 많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총총.

 

<별에서 온 그대>할 시간이라서.....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찬샘 2014-01-1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골이 딸꾹 책이 절판이지요!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수퍼남매맘 2014-01-15 00:50   좋아요 0 | URL
소장하고 계시군요. 부러워라!

보름달샘 2014-01-24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이시네요. 저도 교사라서~ 아이책 찾아보다 아래 선생님 북스토어가 있어 눌어봤는데 좋은 글들이 많네요.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림책도 읽어봐야겠어요. 개학이 저를 불편하게 하지만 선생님을 알게 된것은 저에게 행복이네요. 다음에 또 놀러올게요. 저는 대전에서 근무하는 초등교사에요. ^^

수퍼남매맘 2014-01-24 18:53   좋아요 0 | URL
같은 교사시라니 더욱 반갑습니다.
벌써 다음 주 개학이라는 사실이 정말 부담스럽죠. ㅋㅋㅋ 그래도 간만에 아이들 보니 사랑스러울 거예요.
저를 만난 게 행복이라는 말씀에 가슴이 벅찹니다. 자주 놀러 오세요.
 
여기는 취재 현장! - 기자 일과 사람 18
신옥희 지음, 차재옥 그림 / 사계절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계절 출판사의 <일과 사람>시리즈, 이번에는 기자 편이 나왔다. 한 때 나도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고3때 <인간 시장>이라는 미니 시리즈를 열중해서 보던 때였다. 장총찬 이라는 기자가 진짜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 멋있어 보이는 기자 내지 제대로 된 언론인을 묻는다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주@@ 기자와 손@@ 아나운서, 해직된 이@@기자 정도.

우리 나라 최초의 한글 신문인 "독립 신문"을 발간하면서 신문의 역할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고 한다.
" 온 백성들의 뜻을 대신 알리고, 정부가 하는 일을 백성들에게 전하고, 백성의 형편을 정부에게 알릴 것이며, 나쁜 벼슬아치들을 고발하겠다."
그 힘든 일제 강점기에 나왔던 독립 신문도 이런 정신을 가지고 신문을 발간하였다고 하는데 오늘은 어떤가! 이 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하는 신문사와 신문 기자들이 얼마나 될까 의심스럽다. 나쁜 선입관일 수도 있지만 난 그 사람이 어떤 신문을 즐겨 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정치 성향 내지는 가치관을 대충 파악한다. 그만큼 신문은 한 사람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신문을 만드는 기자가 어떤 일을 하느냐를 보여주고, 어떤 과정을 거쳐 신문이 제작되는지 등을 보여주는 인문 교양 그림책이다. 하지만 그걸 넘어서 이 책을 보는 어린이들과 뭇사람들이 기자 정신이 어떤 것인지 다시 돌아보고, 어떤 눈으로 좋은 신문과 나쁜 신문을 구별해 내야 하는지도 깨닫게 해 준다. 신문을 만드는 것은 신문관계자이지만 옥석을 가려내는 것은 바로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책에 나온 말처럼 " 신문 기사나 방송 뉴스는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창문과 같다" 고 한다. 빨간 창문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빨갛게 보이고, 파란 창문으로 보면 세상이 파랗게 보인다. 어떤 창문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독자이다. 지금처럼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거대한 자본과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할 때는 더욱 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 그림책은 사계절 신문 기자인 이기찬 기자의 24시간을 밀착 취재하여 기자가 하는 일에 대해 오목조목 보여주고 있다. 이기찬 기자의 하루는 새내기 김초롱 기자의 간밤 보고부터 시작된다.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곳은 어디든 달려간다. 기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이렇게 말주머니를 넣어서 만화처럼 표현해서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해줬다.

신문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신문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명칭들과 그 안내가 나와 있다. 몇 해 전부터 신문 가져오라고 준비물에 써 주면 애들이 신문 안 본다고 난처해한다. 이젠 신문을 가져오란 말을 아예 안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집도 일간지 대신 주간지를 보는데 인터넷 발달 이후 일간지 소비가 확실히 줄었다.그림책으로나마 신문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겠다.

이 장면에서 그림 작가의 섬세함을 발견하였다. 왼쪽편에 있는 편집장들의 모습을 보라. 커트 머리를 한 여자 분이 안경을 위로 올린 채 기사를 읽는 장면이다. 40을 전후하여 노안이 오면 책을 읽을 때 이런 자세를 취하는데 그런 것까지 잡아 내서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이 그림책에는 이 장면 말고 여러 군데에서 섬세함을 발견할 수 있으니 그림까지 꼼꼼하게 보길 바란다.

이기찬 기자는 사회부 기자인데 사회의 사건과 사고를 취재하는 기자이다. 그밖에 정치부 기자, 편집부 기자, 문화부 기자 등등. 각각의 기자들이 하는 일을 세세히 알려준다.

이기찬 기자가 오늘 취재할 내용은 바로 " 핵은 이제 그만" 이다. 핵 발전소를 반대하는 행사를 하는데 그걸 취재해서 행사 기사와 핵 에너지에 대한 기사를 보고할 거란다.

<기사 쓸 때 이것만은 꼭 지켜 줘!>
1. 보고 들은 사실을 써야 해.
2. 누가, 언제, 어디서, 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모두 드러나게 써야 해.
3. 정해진 양만큼 써야 해.
4. 꼭 마감 시간 안에 써야 해.
5. 짧고, 쉽고, 정확하게 써야 해.

기자라면 이 원칙들을 늘 기억하고, 실천해야 되겠지.

핵 반대 행사를 취재하다 급한 연락을 받은 이기찬 기자는 곧장 동물원으로 간다. 거기서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은 동물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더운 곳에서 사는 동물과 추운 곳에서 사는 동물들이 똑같은 우리에 있는 것을 보고 다음에는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에 대해 기사를 써보겠다고 생각한다.

그림책은 이기찬 기자가 하는 일을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가 당면한 핵 문제와 동물 문제를 이렇게 다루고 있다. 독자는 이기찬 기자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레 핵과 동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자가 쓴 기사는 신문사에 보내져 여러 가지 과정을 거져 신문으로 나오게 된다. 하나의 기사, 한 부의 신문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이 땀방울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자! 이기찬 기자와 새내기 김초롱 기자가 쓴 기사가 신문에 어떻게 나왔나 확인해 보자.

똑같은 핵반대 행사 기사이지만 기자가 어떤 시각을 가지고 그 행사를 바라보고,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지에 따라 기사는 정말 많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사계절 신문에는 이렇게 기사가 실렸지만 다른 신문사에서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실려 있기도 하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그래서 독자의 몫이다. 핵도 그렇다. 한 쪽에서는 핵이 안전하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핵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팽팽하게 대립한다. 가능하다면 여러 기사를 보고,비교하고,스스로 공부하여 제대로 된 진실을 아는 게 필요하겠다. 기존 언론을 믿지 못한 나머지 스스로 기자가 된 시민들도 종종 보게 된다.

일간지 기사 말고 지금은 다양해진 기사들을 접하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진실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세상에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하는 무리들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있어 왔다." 나라를 제 마음대로 하려는 정치인이나 사람들을 속여서 돈을 벌려고 하는 기업인, 그리고 제 욕심만 채우려는 사람들은 늘 있거든, 이 사람들은 기자들이 취재하는 것을 막고 협박을 하기도 해. 기자들은 맞서 싸우다가 신문사에서 쫓겨나거나 몸을 다치거나 때로는 감옥에 갇히기도 했어" 언론 조작, 언론 플레이, 물 타기 등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그들의 입맛에 맞게 기사를 내보내곤 하였다. 그런 무리에 굴복하는 기자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용감히 저항하는 기자들도 있다.

왜 기자들은 이렇게 위험을 각오하면서 진실을 알리려 하는 걸까?
" 우리 나라 헌법에 '모든 국민은 언론의 자유를 가진다' 고 쓰여 있어. 누구나 생각하고, 말하고 판단할 자유, 진실을 알고, 그것을 알릴 자유가 있다는 뜻이야, 그 자유를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 기자야. 그런 기자를 지키는 사람이 독자인 우리들이지."

이것이 우리가 좋은 기자, 좋은 독자가 되어야 할 당위성이라고 생각한다. 애석하게도 첫머리에 제대로 된 기자가 몇 명 떠오르지 않는다고 썼다. 난 이 그림책을 현직 기자들,기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 기자가 꿈인 어린이들,그리고 현명한 독자가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그림 작가의 후기도 꼭 찬찬히 읽어보길 바란다.
" 취재를 거듭할수록 나는 좋은 기자들이 많아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그러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거짓이나 속임수보다 참말과 참뜻이 통하는 세상이 될 수 있을 거야, 목소리가 크고 힘이 센 사람뿐 아니라, 가진 것 없고 힘이 약한 사람들 이야기도 널리 전할 수 있겠지. "

2014년에는 기자 정신을 올바르게 실천하는 기자들이 쓴 제대로 된 기사들을 만나고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4-01-08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퍼남매맘 님도 좋은 기자넋으로
아름다운 글을 올해에 즐겁게 흩뿌려 주셔요~

수퍼남매맘 2014-01-08 17:25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 님도 이 책 리뷰 올리셨던데...
저는 기자는 아니지만 제가 속한 곳의 이야기들, 제가 읽은 책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쓰려고 노력할게요.
함께살기 님도 계속해서 아름다운 이야기들 많이 올려주세요.
 

알라딘 강연회 참석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림책>의 저자인 최은희 선생님의 강연회이다.
오늘 저녁 7시, 정독도서관
딸과 들으면 좋을 듯하여 함께 가기로 했다.

기온이 어제와는 사뭇 달라져 옷을 든든히 입고 가야겠다.
정독도서관 가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가게 된다.

전에 근무하던 곳에서 도서관 담당 일을 할 때

정독도서관 사서들이 나오셔서 학교 도서실 데이타 베이스 작업을 해 주시곤 하셨다.

봄에 벚꽃 피면 정말 아름답다고 꼭 와보라고 했었는데

꽃이 하나도 없고, 이파리마저 없는 이 겨울에 가게 되었다.

눈꽃이라도 피었으면 덜 적막할텐데.....

그래도 꼭 만나서, 육성을 듣고 싶었던 분을 가까이서 보게 되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지.

도서관 구경도 하고 저자도 보고. 일석이조네.

인사동도 가까워서 한 바퀴 둘러보고 오면 좋으련만. 경인미술관에 들러 대추차라도 한 잔 마시면 더 좋고.

날이 추워서 가게 될까 싶다.

이 책 가져가서 사인 받아야지. 기대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4-01-08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였군요, 오늘이었으면 나도 갈 수 있는데~ ^^

수퍼남매맘 2014-01-08 07:13   좋아요 0 | URL
오셨으면 좋았을텐데.... 유익한 강의였어요.

희망찬샘 2014-01-14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사연이었군요. 이렇게 참석하셨구나~ 좋은 강연과 함께 보낸 축복의 시간이었네요.

수퍼남매맘 2014-01-15 00:49   좋아요 0 | URL
네. 알라딘에서 기획한 인문학 강좌예요.
 

알라딘 서재를 운영하면서 가장 좋은 점 하나를 꼽자면 좋은 분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진정한 책 향기가 나는 사람들.

책을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삶으로 실천하는 사람들.

그런 분들을 이 곳에서 알게 되었다.

그 분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멋지게 살아야지. 정의롭게 살아야지.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하곤 한다.


처음에는 쑥스러워 댓글도 못 달다가

차츰 댓글도 달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알라딘 지인들 덕분에 서재의 달인에 선정되기도 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2012년부터 내 서재에 댓글을 많이 달아 주신 고마운 분들께 책 한 권씩 선물하고 있는데

(이것도 알라디너에게 배운 것이다. )

2013년에는 ㅅ 님이 1등을 하셨다.

2위는  ㅎ 님이고, 3위는 또 다른 ㅅ 님이셨다. 두 분께는 책을 보내드렸는데

ㅅ 님은 너무 바쁘셔서 오늘에야 주문을 넣었다.

ㅅ 님이 나에게도 선물을 하고 싶다고 댓글을 달아주셨다. 

그렇게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기로 합의를 했다. ㅋㅋㅋ

아들 것만 보내주시면 되는데

딸 것도 보내신다고 하셔서

중학교 영재원 불합격 위로 겸 중학교 입학 축하 선물로 받기로 했다.


오늘  오후, ㅅ 님의 선물이 도착하였다.

상자를 열어 보고 또 놀랐다.

딸이 갖고 싶다는 윔피키드 7 말고도 8이 하나 더 들어 있었다.

나중에 내가 8권을 사 줄 것을 미리 헤아리시고 시리즈 끝까지 선물을 해 주신 것이다.

사은품 하나가 들어 있어서

"누나는 책 2권 선물 받았으니, 이건 동생이 해라" 하고 펼쳐 봤더니

윔피키드 사은품으로 온 머그컵이어서 누나 것이 되어야 할 운명이었다.

누나가 절대 양보할 리가 없지. 아직 멀었다.

아들은 실망해서 눈물이 그렁그렁

그도 그럴 것이 머그컵이 진짜 색감도 뛰어나고 예쁘다.

사진에는 색감이 잘 안 나타나는데 진한 군청색이어서 우유 담아 마시면 진짜 멋지겠다.

솔직히 나도 이 머그컵이 탐 난다. 알라딘 머그컵보다 더 예쁘다. 

아들은 둘째라서 그러나

진짜 욕심이 장난 아니다.

겨우겨우 달랬다.

언제나 내가 기대한 것보다 그 이상의 감동을 전해 주시는  ㅅ 님! 고맙습니다.


















알림 하나-윔피키드 8 권 구매시 예쁜 머그컵이 사은품으로 따라온다. 이 기회를 이용하시길....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찬샘 2014-01-07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이 머그컵 때문에 윔피키드를 하나 살까 고민을 했답니다.
책에서 빛이 나는군요.

수퍼남매맘 2014-01-07 12:31   좋아요 0 | URL
사은품이 좋아서 구매 욕구가 생기겠어요.

순오기 2014-01-08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머그컵이 인기 짱이네요.
하나라서 눈물 그렁그렁한 아드님 보게 해서 죄송!ㅠ

수퍼남매맘 2014-01-08 07:14   좋아요 0 | URL
죄송은요.둘째가 샘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