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실 님의 서재에서 본 이 책이 맘에 들어 방학하자마자 한 꼭지씩 꼭꼭 씹어 읽고 있다.
희망찬샘 님의 질문처럼 책이 왜 도끼지? 하는 궁금증이 자연스레 든다.

도끼하면 좀 으시시하지 않는가.
서문을 보니 "책은 도끼다"는 말은 카프카의 말이었다.
 "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음~ 멋지군! 이 구절 또한 나에게는 도끼군!

  
얼마전 지인이 중3 아들 친구 모임에서 본인과 아들만 유럽 여행을 접게 되었다고 한다.

몇 년 동안 적금을 부어 이번 겨울 방학 때 유럽을 가기로 계획한 것인데

막판에 남편분이 아들 공부에 방해된다고 여행을 못 가게 해서 다른 팀은 모두 가는데 본인들만 못 가게 되었다고 한다.
휴~정말 안타깝다.


그 말을 들은 날, 이 책의 어떤 부분을 읽게 되었다.

그 분의 남편분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이 책을 알고, 이 구절을 읽었더라도 아내와 아들의 유럽 여행을 못 가게 했을까.
남편분에게 읽어주시라고 이 부분을 복사해 드렸다. 오지랖도 넓지.

남의 가정사에 참견하는 것 같아 조금 죄송했지만 너무 안타까워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선배님은 남편에게 이거 읽어줘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했다.

왜 아니겠는가.

남편의 그런 행동이 한 두 번도 아니었을 테고.

기껏 적금 모아 계획한 여행도 못 가게 한 권위적인 남편을 이런 책 한 구절로 바꿀 수 있을려나.
그렇긴 해도 혹시 이 구절이 남편의 생각을 깨부수는 도끼가 될 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으로 복사해서 드렸다..

이 구절이다. 저자의 가치관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 삶은 목걸이를 하나 만들어놓고 여기에 진주를 하나씩 꿰는 과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주는 바로 그런 삶의 순간인 것입니다.
딸아이가 중학교 3 학년일 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삼 주 정도 해외여행을 가자고 했더니 난리가 난 겁니다.
삼 주면 수학 수업, 영어 수업을 몇 번이나 빠져야 하는지 아느냐는 거죠. 
얘기끝에 가족이 내린 결론은 이거였습니다.
아마도수학을 놓치고 영어를 손해볼 거다.
하지만 평생 아이가 가져갈 수 있는 순간, 우리가 살면서 문득 떠올릴 수 있는 순간,
마지막에 당신은 뭐가 생각나느냐는 질문을 받고 떠올릴 순간, 

이런것들 하나가 생길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죠."
<책은 도끼다> 50쪽

 

두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다르지 않는가.
무엇이 두 아버지의 차이를 만드는 걸까.

부디 선배님의 남편분이 도끼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한 순간의 행복이 중요함을 깨닫길 바란다.

수학 문제지 한 쪽, 영어 단어 10개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있음을 말이다.

 

이 책이 정말 좋다.

이 책은 나에게 도끼질을 마구 해댄다.

보지 못한 것들을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느끼고 깨닫을 수 있는 촉수를 가지도록 훈련시켜 준다.

이런 울림을 나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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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12-27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죠~~~ 카프카도 멋진 말 했고^^ 방학이라 얼마나 좋으실까! ㅎ

수퍼남매맘 2013-12-27 11:08   좋아요 0 | URL
네 방학이라 한결 여유롭고 좋아요.
카프카도 멋지고, 저자도 멋지고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저도 지금보다 조금 더 멋져지고 싶습니다.
좋은 책 추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2013-12-27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7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온 가족이 처음으로 영화를 함께 보러갔다.

둘째에게는 다소 어렵고 지루한 영화가 될 수 있으나 누나도 <변호인>을 보겠다고 하니 동생도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

2시간 넘는 런닝 타임 동안 둘째는 졸지 않고 끝까지 잘 봤다. 대견하게도.

이 영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지만 고문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깨달은 듯하다.


웬만해선 잘 울지 않는 딸이 이 영화를 볼 때 울었단다.

드라마 보면서도 잘 우는 난 오히려 눈물이 안 났다.

어느 장면에서 울었냐고 하자

송우석 변호사가 국밥집 아들 박진우 학생을 변호하는 대목이란다.

딸과 나는 송우석 변호사가 멋지게-맞는 말을 할 때마다- 변호를 할 때마다 박수를 쳤다.

가슴이 후련했다.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판사, 검사, 고문 변호사를 향해 던지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감동이었다.

" 국가는 국민이다" 라는 말은 당연한데도 지금도 그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는 세상이기에 더 뭉클하였던 장면이었다.

 

난 국밥집 아주머니와 변호사가 면회실에서 진우를 만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마 내가 어머니이기 때문에 그 어머니의 절절함이 느껴져서일 것이다.

두 달 동안 생사도 알지 못하고 실성한 사람처럼 아들을 찾아다녔을 어머니,

그 절망 끝에 찾아간 송 변호사,

그 둘이 면회실에서 만난 진우는 예전의 진우가 아니었다.

실성한 사람처럼 똑같은 말을 되뇌이고,

진우의 온몸은 고문의 흔적으로 가득차 있었다.

분노, 분노,분노

누가 진우를 이렇게 만들었나!

그걸 본 어머니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물론 살아 있어서 다행이지만

멀쩡하던 아들이 그렇게 바보처럼, 눈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겁에 질려 있는 걸 지켜봐야 하는 어머니의 심정은....

우리 역사 속에서는 수많은 진우와 그의 어머니들이 있었다.

하루아침에 

빨갱이로 내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가는 자녀의 죽음을 허망하게 지켜보던 어머니.

독재 타도와 민주주의를 외쳤다는 이유로 모진 고문을 당한 자녀의 만신창이된 몸을 지켜보던 어머니.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다 스스로 몸을 불사른 자녀의 시신을 부둥켜 안은 어머니.

그런 어머니들이 있었다.

내가 어머니인 까닭에 국보법 위반으로 피의자 신분이 된 진우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이 더 다가왔다.


마지막 장면은 가슴이 먹먹하다.

학벌도 부족하고, 인맥도 부족한 송 변호사가 

돈만을 바라보고 등기와 세무 전문 변호사일을 할 때는 친구도, 다른 변호사들도 그를 벌레 보듯이 쳐다본다.

돈은 많이 벌었을지 몰라도 그의 곁에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송 변호사가 인권변호사가 되어 정의를 위해 앞장서다 수의를 입게 되자

그를 변호하겠다는 수많은 변호사가 재판정에 스스로 나온다.

돈은 잃었지만 뜻을 같이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곁에 있다.

그들을 바라보는 송 변호사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엔딩 장면은

사람이 무엇을 위해 사는가? 라는 명제를 생각나게 한다.

딸은 그 장면을 보고 " 사람이 먼저다"가 떠올랐단다.

난 "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어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부와 명예를 위해 살 것인지

사람을 위해 살 것인지

내가 선택하고 결정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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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26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을 사랑하면
다른 모든 것은
저절로 뒤따라와요.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어느 것도
억지로 끌어당겨도 나한테 안 오겠지요~

수퍼남매맘 2013-12-27 11:0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사람을 사랑해야죠.
좋은 영화는 좋은 책만큼 나를 일깨워주고 달라지게 하네요.
새해에는 좀 더 사람을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희망찬샘 2013-12-29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슴 뭉클했던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어제 딸과 남편과 함께 말이지요. 찬이가 태권도 캠프 간 사이에요.
 

1.드디어 방학이다.

방학은 학생들만 기다리는 게 아니다.

교사는 더 기다린다.

학부모는 방학이 별로 달갑지 않을까?

난 학부모로서도 좋은데....

딱 한 가지

세 끼를 다 해 먹여야 한다는 게 안 좋은 점이다. ㅋㅋㅋ

 

그 동안 방전되어버린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바로 방학이다.

이런저런 일들로 지쳐버린 몸과 마음이 방학없이 계속된다면

아이들도 나도 정말 힘들텐데......

에너지가 고갈된다는 느낌이 올 때쯤, 방학을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이들도 한동안 못 본다고 생각하니

한 번씩 와서 나를 끌어안았다. 오랫 동안 못 봐서 싫다는 아이도 있었다.흠흠흠

 

2. 방학식인 오늘 또 한 명의 학생을 떠나보냈다. 방학 중에 이사를 가기 때문에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었다.

"신사임당" 같은 아이 김 @@

수업 시간에 집중력이 최고이고-항상 나를 바라보고 있다.-

책도 나만큼 잘 읽어주며

친구들이 모르는 것을 꼬마 선생님처럼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던 아이였다.

이사간 곳에서도 친구들을 잘 도와주고 배려하며 멋진 사람으로 성장할 거라고 믿는다.

이 아이에게는 이 책을 선물로 줬다.

반 아이들과 한 명 한 명 인사하는데도

@@가 어른스럽게

" 잘 지내"해서 울다가 웃을 뻔 했다.

내 심부름을 해 줘서 초콜릿 2개를 줬는데

그걸 @@에게 주고 싶다는 아이도 있었다.

이별은 언제나 슬프다.

 

 

3. <높은 곳으로 달려>는 2011년 3월 11일, 쓰나미가 발생한 일본 동북부 한 마을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책자리에 모아 놓고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줬다.

원래 오늘은 꼬마 선생님이 <재주꾼 오 형제>를 읽어주기로 한 날인데, 집에다 책을 놔두고 왔단다.

할 수 없이 이 책을 읽어줬다. @@가 가져가면 다른 친구들을 못 보니까 오히려 잘 됐다 싶다.

아이들은 실화라는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잘 들었다.

 

마지막 목숨을 지키는 세 가지 원칙을 따라 읽어 봤다.

첫째 상상에 그치지 말 것.

둘째 온힘을 다할 것.

셋재 최초의 대피자가 될 것.

 

다 읽어주고나니 우리 반 아이 한 명이 세 가지 원칙을 수첩에 적다가 두 가지가 생각 안 난다며 나에게 물어봤다. 기특해라!

쓰나미는 아니지만 전학이라는 상황도 쉽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전학 간 곳에서 어떤 일들이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남아 있는 우리에게도 어떤 일들이 도사리고 있을지 아무도 예상 못한다.

다만 우리는 위험한 상황이 올 때 온힘을 다하여 최초의 대피자가 되어야 한다고 다짐해 본다.

내가 살아 남아야 남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열심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포기하려던 누군가가 다시 일어설 수 있기 때문에.

 

4.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 온가족이 <변호인>을 보러가려고 예약해 놨다.

둘째에게는 다소 어렵겠지만 온가족이 영화를 함께 보는 역사적인 날이다.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오는구나!

원래 수퍼남매는 <썬더와 마법 저택>을 보고

우리 부부는 <변호인>을 보려고 했으나

시간대가 맞지 않아

아들을 꼬셔서 다같이 보기로 했다. 기대된다.

많이 울 것 같다.

하늘나라에 있는 그 분이 그리워서.......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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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3-12-24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퍼남매맘님, 메리 크리스마스,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수퍼남매맘 2013-12-24 23:38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hnine 2013-12-24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와서 껴안아주는 선생님, 슈퍼남매맘님은 그런 선생님이시군요 ^^
즐거운 성탄 되시길 바랍니다.

수퍼남매맘 2013-12-24 23:40   좋아요 0 | URL
저를 제일 힘들게 했던 아이가 저를 꼭 끌어안아서 순간 가슴이 뭉클했어요.
일학년은 방학 안 했으면 하는 아이도 여럿 있답니다.
학교에 와야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니까요.
님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순오기 2013-12-25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학을 했군요~~~~ 선생님과 아이들에겐 클스마스 선물보다 더 기쁘겠지요!^^
전학은 아이의 인생에 커다란 선을 긋는 사건이기도 하죠.
난 중학교 2학년에 촌에서 인천으로 전학해서 정말 촌닭으로 지냈는데...ㅠ

수퍼남매맘 2013-12-25 18:44   좋아요 0 | URL
네 방학 첫날 룰루랄라 보내고 있습니다.
역시 방학은 좋군요.

저는 단체로 가는 전학만 가봐서 전학의 어려움을 못느꼈는데(집 옆에 새 학교가 개교해서 단체로 전학감)
적응을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아요.
전학이 아이들에게 인생의 커다란 선을 긋는 중요한 일임을 부모들이 간과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이사나 전학 결정 전에 꼭 아이에게 물어보고 함께 의논함이 필요한 듯해요.

숲노래 2013-12-25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구들이 다 함께 극장에!
오오~

저희는 늘 식구들이 다 같이 지내니 방학이고 아니고를 모르지만,
아이들과 비로소 하루 내내 지낸다는 대목이
부모로서 얼마나 큰 사랑이요 즐거움인가를
다들 잘 느끼고 누리시면 얼마나 좋으랴 싶어요.

밥 차리다 힘들면 밖에서 사다 먹어도 되지요~

수퍼남매맘 2013-12-25 18: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이들과 온종일 함께 할 날도 따지고 보면 몇 년 안 되는데
(좀 더 크면 부모가 함께 있어 달라 애원해도 나가겠죠)
이 시간을 온전히 누려야죠.

온 가족이 같은 영화 보니 참 좋네요.

희망찬샘 2013-12-25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학동안 선생님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요? 라고 물어주는 고마운 아이가 있더군요. 미안하게스리~ 수퍼맘님 즐겁고 보람된 방학 보내셔요~

수퍼남매맘 2013-12-25 18:48   좋아요 0 | URL
그렇게 물어보는 아이들 때문에 저희가 보람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어요.
아랫지방은 날이 따뜻해서 좀 늦게 방학 하던데 방학 하셨나요?
 

어제 저녁 일이다.

아들이 새로 사 준 옷을 입어 본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옷은 검정 바탕에 가슴 근처에만 큼직하고 하얀 이빨 여러 개와 빨간 혓바닷이 그려져 있다.

후드티인데 후드에는 귀여운 귀가 달려 있다.

고양이 같아 보였다.

단순하면서도 귀여워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줬다.


아들이 동물 옷을 입은 걸 보자마자 온이가 이상해졌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꼬리는 사방으로 부풀리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한 번도 듣지 못한 괴상한 울음 소리였다.

우리 가족은 그 소리가 정말 희한해서

아들 보고 온이 앞으로 가 보라고 부추겼다.

너무 가까이 가면 온이가 아들을 할퀼 수도 있으니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라고 주의를 줬다.

몇 개월 만에 "캭" 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딸에게는 얼른 동영상을 찍으라고 주문을 했다.

온이는 아들의 동물 옷 입은 모습이 적처럼 느껴졌나 보다.

자기 구역에 웬 낯선 고양이가 나타난 걸로 알았는지도 모른다.

아들은 온이가 자기한테 "캭"하고 털을 세우고 싫어했다면서 한동안 삐쳐 있었다.

배은망덕한 고양이라면서 말이다.

매번 아빠의 구박으로부터 온이를 구해내는 게 자신인데

온이가 자길 보고 경계를 하니 서운하기도 했을 것이다.


고양이도 사물이 흑백으로만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자신의 털을 부풀릴만큼 부풀려서 괴상한 소리를 내며 공포심을 드러내는 온이와는 달리

우리 가족은 온이의 반응이 정말 신기해서 동영상도 찍고 온이의 울음을 따라해 보기도 하였다.

온이는 어쩌면 많이 공포스러웠을지도 모르는데 그 상황을 즐긴 것 같아 온이한테 조금 미안해진다.

사람 입장만 생각해서 말이다.


어제는 그렇게 경계를 하더니

오늘은 아들이 똑같은 옷을 입고 온이 앞에 알짱거리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걸 보니 이제 적응했나 보다.


어제 온이의 울음소리는 완전 대박 사건이긴 하다.

평소에 가느다란 소리만 내던 온이가

어디서 그런 낮으면서 큰 울음 소리를 만들어내는 걸까.

아직도 고양이에 대해 공부해야 할 게 참 많다.

이 책도 다시 한 번 정독해야겠다.


온이가 자기 이야기 쓰는 줄 어떻게 알고 껑충 뛰어올라 무릎에 앉아서는

내 손가락을 한 번 깨물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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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 - 도시 여자의 촌집 개조 프로젝트
오미숙 지음 / 포북(for book)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를 샀습니다.>라는 제목은 2억으로 집 한 채 못 사는 지금의 실정에 비춰 보면 꿈 같은 이야기로 들렸다. 2천만원으로 전세도 못 구하는 현실과 너무 동 떨어진 이야기 아니야 하는 저항감과 아직 이천만원으로 집 한 채 살 수 있는 지역도 있구나 희망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일단 꾹 참고 책을 끝까지 읽어봤다. 공사비 부분을 읽을 때는 어쩐지 속은 느낌도 살짝 들었다. 이유인즉 낡은 농가는 이천 오백만원에 구입하였지만 공사비는 두 배가 넘는 오천만원이 넘어갔다. 결국 공사비까지 합치면 7천만원이 넘는 거였다. 거기다 작가님은 원래부터 인테리어를 하던 분이었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시골집을 사서 고쳐 사용하는 내용이었더라면 더 공감이 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헌 집 사서 고쳐서 사용하는 것은 아무나 할 노릇이 못 된다는 것이다. 인테리어를 하던 분도 이렇게 힘이 많이 드는데 초보자들이 함부로 덤벼들 일은 아닌 듯하다. 작가님은 일단 인테리어를 좋아하고, 음식도 잘 만들고, 바느질을 잘하는 분이다. 반면 나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없고, 음식 만들기도 잘 못하고, 바느질도 못 하는 성격이라서 이런 일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공사 과정을 살펴보니 큰 골격만 놔두고 대부분은 다 뜯어고치는건데  정말 만만히 볼 일이 아니었다. 거기다 인부들 밥을 직접 해서 대접하셨다니... 아무나 할 일이 아니지. 책을 보는 내내 "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일은 도저히 못 해" 라는 생각만 절실히 들었다. 후배 한 명이 요즘 아파트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데 인테리어 업체를 끼고 해도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그 말 듣고나서 리모델링도 아무나 할 일이 아니네! 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아무리 업체에 맡기더라도 신경 써야 할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데 이렇게 전체를 뜯어 고치는 공사는 말할 것도 없겠지.그런 면에서 인테리어를 잘하고,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작가이기에 이 미션은 가능한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점점 드니 마당 딸린 집이 그립긴 하다. 30대만 해도 " 절대 시골 가서 안 살 거야. 난 도시가 체질이야"라고 말하곤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변했다. 전에는 아파트 1층은 거들떠 보지도 않다가 요즘은 1층에 자꾸 눈길이 가는 게 조금이라도 흙을 밟고 싶고, 가까이서 나무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책을 한창 보던 시기에 우리 반 책벌레가 부모님의 용단에 의해 양평으로 전학을 가는 일이 있었다. 나도 수퍼남매가 조금 더 어렸을 때 남편과 시골로 가서 한 번 살아볼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어릴 때 만이라도 자연을 벗 삼아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게 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생각들 때문에 실행에 옮기질 못했었다. 그런데 책벌레 가족은 마음먹은 대로 실행에 옮기는 것을 보면서 내가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부러움과 그런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존경심이 생겼다. 우리도 아이들이 좀 더 어렸을 때 시골에 가서 살았어야 하는데 큰 아이가 중학교 가려 하니 집에 대한 선택의 폭이 더 좁아진다. 물론 지금이라도 시골에서 꼭 살아야 돼 하는 강한 욕구가 용솟음 치면 모든 것 떠나서 당장 짐을 싸겠지만 아직 그만큼의 마음이 동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이렇게 도시의 아파트에서 살 것 같다. 그래도 동서남북 돌려가며 성냥갑처럼 따닥따닥 붙게 새로 지은 고층아파트보다 나무도 많고 동간 거리가 먼 낡은 주공 아파트가 마음에 드는 것은 나의 마음 저 밑바닥에 흙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언젠가는 나도 작가님처럼 마당이 있고 작은 텃밭이 있으며 흙을 밟을 수 있는 그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은 존재한다. 실행할 날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서도.

 

   작가는 어느 정도 아이들이 자란 상태에서 서천에 집을 지은 셈인데-오도이촌(닷새는 도싱서 이틀은 시골에서 사는 삶)의 생활은 작은 아이 교육 때문에- 요즘 30-40대 부부들도 시골로 내려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누구나 다 도시와 고층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집도 주인을 닮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작가님의 집을 살펴보니 작가님이 어떤 사람인지 그 향기가 풍겨난다. 나라면 낡은 농가를 그렇게 많은 돈 들여 고치지 않았을 텐데... 작가님은 소박한 농가를 사들이고, 그걸 고치고, 텃밭에서 자라난 푸성귀들로 사람들을 대접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보아 옛날 우리 어머니들의 성품을 닮은 듯하다. 놀랐던 것은 작가님이 쓰는 커텐 대용의 보자기랄지 방석이 친정어머니가 시집 올 때 해왔다던 것들과 똑같아서 이 분은 원래 옛것을 좋아하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다못해 오래된 문고리들도 버리지 않고 주어 담아 다시 예쁘게 재사용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작가의 서천 집에는 작가의 향기가 묻어 난다. 옛것을 좋아하고, 바느질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꽃을 좋아하는 작가의 성품을 그대로 닮은 듯하다.

 

   지난 여름에 독서교육 연수 때 강사로 오신 농부 시인 서정홍 시인이 들려주신 실화 하나가 떠오른다. 그 분이 사는 지리산 골짜기에 어느 날, 두 아가씨가 찾아왔단다. 둘다 교사 출신이었는데 경쟁만 시키고 서열화 시키는 교육 제도와  고된 학습에 지쳐서 학교 수업 시간에 잠만 자는 아이들을 보고, 정작 본인들은 무엇 하나 해줄 수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 사람답게 살고자 사직을 했단다. 두 아가씨는 그 길로 지리산 골짜기에 들어와서 살게 되었고 한 명은 거기서 만난 농촌 총각과 결혼하여 아이 낳고 잘 살고 있다고 하였다. 부부의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고 자연과 부모님을 스승으로 삼아 공부를 하고 있단다.  그 이야길 듣고 마음이 먹먹했었다. 교육자의 양심과 고뇌가 느껴졌다. 한창 의욕적으로 공부해야 할 아이들이 과잉된 공부에 지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바라봐야만 하는 교사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게다가 학교는 서열을 강조하고, 정작 자신은 그 지친 아이들에게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었던 절망감이 얼마나 컸을까! 오죽 하면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교직을 버리면서까지 시골로 들어갔을까 싶었다. 많지는 않지만 젊은 세대 중에도 이렇게 시골로 들어가 사람 답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시골에 가면 도시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고 한다. 도시에서는 너무 바빠 지나쳤던 것들이 시골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가서 자연이 보이고 이웃이 보인다고 한다. 

 

   앞뒤가 트인 시골집의 정겨운 모습을 보니, 어릴 적 살던 고향집이 떠오른다. 도시였지만 아파트는 아니었기에 옥상도 있고, 오고가는 사람들이 죄다 보이며, "@@야, 놀자" 하는 친구들 목소리, 실컷 놀다보면 해 질 무렵 엄마가 " @@야, 밥 먹어라!" 하던 정겨운 소리가 들렸는데.....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는 매일  " 주민 여러분! 층간 소음으로 여러 가지 민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 방송만 들린다. 도시의 아파트에 살면서 잃어버린 것들이 참 많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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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2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책에 나오기를 칠천만 원 안 팎이지만,
책에 적지 않은 다른 돈이 참 많이 들었겠지요.

그리고, 시골에서 이천만 원짜리 집이란
대단히 비싼 집이랍니다.
이천만 원쯤 되려면
도시와 많이 가깝거나,
마당과 텃밭이 아주 넓겠지요.

아무튼, 얼마를 들이는 일은 대수롭지 않아요.
즐겁게 잘 살기만 하면 되어요.

수퍼남매맘 2013-12-23 07:35   좋아요 0 | URL
시골에서 이천만 원은 비싼 집이군요.
한 평에 이천만 원 넘는 집도 있고....

사진 올리신 것 보면 함께살기 님 집도 참 정겨워요.
특히 파란 색 대문이 인상적이에요.

꿀꿀페파 2013-12-23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갑니다!

수퍼남매맘 2013-12-23 18:25   좋아요 0 | URL
항상 수고가 많으세요. *^^*

2013-12-25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5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