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어린이들은 일주일에 두세 번 책을 읽어주면서 
정작 수퍼남매에게는 책을 자주 읽어 주지 않았다.
첫째는 두꺼운 명작도 여러 권 읽어준 데 비해 둘째는 참 무심했다.
가끔 새로 들어온 그림책을 읽어주긴 하였지만 누나에 견주어 정말 부족했다.
둘 째는 항상 첫째에 비해 신경을 덜 쓰는 것 같아 늘 미안해 하면서도
잘 안 고쳐진다.

요즘 다니엘 페낙의 <소설처럼>을 재차 읽어보니 
아이들이 책으로부터 멀어지는 건 바로 부모가 책 읽어주기를 부모 맘대로 중단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런 부모 중의 한 사람이다.
수퍼남매가 먼저 그만 읽어달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
내가 이런저런 핑계로 그만둔 것이다.
교실의 아이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실 내 자녀가 더 중요한데 
교실아이들
책 읽어주느라 목이 아파서 우리 수퍼남매한테는 책을 못 읽어줬다.
물론 그것도 핑계지만서도.
마음만 있었으면 읽어줬겠지.
책읽어주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어느샌가 책읽어줘야 할 시간에 다른 일들을 하고 있었다.
아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그러면서 너희들은 집에 이렇게 책이 많은데도 왜 스스로 책을 즐겨 읽지 않냐고 잔소리를 해댔다.
수퍼남매가 책과 멀어진 건 결국 책읽어주기를 중단한 내 탓인데 말이다.

오늘부터 매일밤 10 시에 책을 읽어주기로 했다.
초6 과 초2 라서 책선택이 좀 힘들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을 우선 선택했다.
아이들 스스로는 안 읽을 것 같은 책을 골랐다.
<책만 보는 바보> 이다.

이 책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이고 수퍼남매가 꼭 읽어봤으면 하고 바라는 책이기도 하다.
딸에게 몇 번 추천을 했지만 들춰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은 내가 읽어줘야겠구나 결심했다.
작가 서문과 첫꼭지를 읽어줬는데 남매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
지루해 할까 봐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싶다.

무엇보다 유려한 문장이 압권이다.
읽는 나조차 감탄사를 연발시키는 좋은 문구는 느리게 두세번 읽어줬다.
아들에게는 좀 난해할 수 있지만 모르면 언제든 질문을 하라고 했다.
스스로를 간서치-책만 보는 바보-라  칭했던 조선 시대 선비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를 통해
수퍼남매도 진정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다니엘 페낙의 경고를 통해 깨달았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려고 한다.
사람마다  책을 받아들이는 자신만의 리듬이 다 다르니 
어른은 그저 자녀가 아기였을 때 아무 댓가 없이 자신이 스스로 멋진 이야기꾼이 되어 밤마다 이야기를 들려줬듯이
지금도-자녀의 나이는 상관 없다-책을 읽어주면서 때를 기다리라고 충고해 준다.
자녀가 책을 즐기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매일 책읽어주기임을 난 왜 놓치고 있었을까!
교실 아이들에게는 읽어주면서 말이다. 참 어리석었다.
이제부터라도 나 스스로 중단하지 않도록 노력해야지.
수퍼남매야, 그 동안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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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사촌모임에 다녀왔다.
왜 사촌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나만 계속 빠진다고 째려보는(?)친언니들의 눈치를 외면할 용기도 없어 구시렁거리며 삼선교에 내렸다.

큰언니가 먼저 와있었다.
사촌언니 차를 타고 중국집으로 갔다.


우리 자매 셋, 둘째이모네 언니 하나, 셋째이모 넷. 이렇게 여덟 사촌이 모였다.
올해 들어 갑자기 사촌모임을 한다고 해서 진짜 의아했다.
친자매 모임도 안하는데 자랄 때 왕래를 자주한 사이도 아니고 왜 갑자기 모이지?
남편도 사촌들이 경조사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은 첨 본다며 썩 내켜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나가면 본인이 아이 둘을 돌봐야 하니 당연 구시렁거릴 수밖에.
더구나 다른 언니들은 애들이 어느 정도 크지만서도 난 애들이 초딩이라 보살필 게 많은데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만나서 하는 이야기가 뭐가 될지 뻔하기 때문에 시큰둥했다.

서천석박사님도 맘을 흔드는 모임에는 나가지도 말라고 하셨는데....
나가보니 왜 모임을 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예전에 곗돈 비슷하게 회비를 모은 게 있었는데 그 회비가 많아져서 얼굴도 볼 겸 모여서 먹게 된 거였다.

지방에서 온 언니들도 있으니 서울에 살면서 한 번도 안 나온- 그것도 막내이면서- 내가  얼마나 괘씸했을까 싶다.
하지만 모두들 인품이 되어서 티를 안 냈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출석 안 한 내가 괜히 마음이 불편했지.

가끔은 막내라는 위치가 하고 싶은 대로 못 하도록 하는 게 있다. 

우리 부모님, 이모와 이모부도 나이가 많아서 서로 잘 지내시는지 안부를 물었다.

다들 나이가 많으셔서 골골하시는 듯하다. 유병장수라고 했던가!
우리 엄마는 딸 넷의 장녀였는데 두 이모는 먼저 돌아가시고 엄마와 둘째 이모만 살아계신다.
큰언니처럼 자녀를 다 키운 사촌도 있고 이번에 수능을 본 자녀를 둔 사촌도 있지만 

아무튼 내가 막내라서 아이들도 제일 어리다.

시댁에 가면 내가 제일 연장자인데.

예전에는 막내인게 더 편했는데 요즘은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하다. 

막내는 아무래도 윗사람 눈치를 보기 마련이다. 

 

언니들도 예전보다 모습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세월이 지나간 흔저이겠지. 언니들 눈에도 내 모습이 그랬겠지?
마음 고생을 많이 한 언니는 얼굴이 확실히 조글조글했다.

40대 이후의 얼굴에서는 그 사람의 삶이 묻어나는 것같다.
고생 한 얼굴과 안 한 얼굴이 확 드러난다.
곱게 늙어가는 것이 참 어렵다.

언니 중에 독신으로 사는 어니가 있는데 확실히 같은 또래에 비해  더 젊어 보였다. 


모임에서 얻은 지식은 비염 환자는 절대 찬물을 마시지 말라는 것이다.
사촌 중에 비염이 심한 언니가  있었다.
본인도 아토피와 비염이 너무 심해서 안 해 본 방법이 없는데 가장 기본으로
평소에 냉수 대신 온수를 마시라는 것이다.
우리 집도 당장 실천해야겠다.
집에 와서 냉수 금지령을 내렸더니
딸이 볼멘 소리를 해댄다.
본인이 비염이 제일 심하면서 말이다.
비염은 완치되는 병은 아니지만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이 온수 마시기라니 당연히 실천해야지.

<나폴레옹> 이라는 유명한 제과점에서 커피를 마셔서 나올 때 빵을 좀 샀다.
처녀 때 다니던 교회 앞에도 이 체인점이 있었는데 빵이 다소 비싸긴 하지만 참 맛있다.
샌드위치 두 상자, 카스테라, 빵을 샀는데 이만원이 넘었다.
원래 이 집이 비싸긴 한데 오랜만에 사보니 확실히 동네 제과점이랑 차이가 나네! 
사촌이 소개해준 중국집 < 청도> 도 요리가 나름 괜찮았는데 마지막으로 나온 커피가 너무 보리차 같아서
여기에 와서 커피를 마셨다.
커피 맛은 보통이었다.

삼선교는 집에서 가까운 편이라서 모임 나가기가 덜 부담스러웠는데
다음에는 서초동에서 한단다. 나갈 수 있을까! 그때 가봐야 알겠지.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아프면 또 못 나가게 되겠지.

3월은 교사들에게 정말 바쁜 달이기도 하니깐.

그래도 나가기 전에 가졌던 부담스러움이 많이 가셨다.  

어찌저찌하여 사촌모임을 하게 되었지만 오랜만에 사촌 언니들 만나니 예전에 외할머니 살아계셨을 적이 떠오른다.
외할머니 살아계셨을 때는 명절이나 할머니 생신 때 가끔 얼굴 보곤 했었는데....

매번 빠지다 처음으로 모임에 참석했다고 하니 친정 엄마가 좋아하신다.

엄마도 제일 막내가 매번 빠져서 체면이 좀 안 섰나 보다.

내가 사람 가리는 편은 아닌데 나이가 들어가니

일단 내가 편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는 자리가 더 좋은 것은 사실이다. ㅋㅋㅋ

서천석 박사님의

쓸데없는 모임에는 아예 나가지 말라는 말에 동감한다.

내 갈 길 잘 가고 있다가도 동창회나 그런 모임들 다녀모연

나도 남편한테 바가지, 아이들한테 잔소리를 하게 된다.

한마디로 흔들린다.

하여 내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모임.

특히 뒷담화 잘하고, 남편 욕, 자식 자랑 하는 모임에는 아예 발을 내딛지 말도록 하자는 게 내 신조다.

오늘 사촌 모임은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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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샘의 책읽어주기(8) 시간이다.

이번에 꼬마 샘은 내일 다른 학교로 전출할 박@@ 어린이이다.

내일 전출을 가니 마음 속으로 이 어린이를 지목하고 싶었는데

스스로 손을 들어서 다행이었다. 억지로 시킬 수는 없으니 말이다.

원래 다른 어린이가 예약을 했으나 @@가 전출하므로 순서를 바꿨다.

지방은 아니지만 어찌 되었건 친구들, 선생님과 마지막 책자리 시간이었다.

20년 교육 경력 동안 이렇게 많은 어린이들이 전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모두 6명이 전출을 가고, 1명이 전입해왔다. 헉

아래 책을 연습해 오라고 하였다.

 

평소에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걱정이 조금 되었지만

마지막으로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는 것이니 평소보다 잘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요즘 1학년 통합 교과서 <우리나라>의 전통 문화에 대해 배우고 있다.

도서실에서 관련 그림책들을 26권 단체 대출해 와서 아침독서시간마다 읽고 있다.

이 책은 우리의 전통 옷 한복 특히 여자 한복에 대한 지식그림책이다.

지식그림책이지만 전혀 딱딱하지 않고 여백이 많고 글씨가 적어서

저학년 아이들에게 적격이다.

무엇보다 그림이 아름답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이 여자 아이가 진짜 앙증맞아서 이 책이 탐 났었다.

지난 번 파주에 갔을 때 설빔 2권(여자, 남자)를 사왔는데

학교 도서실에는 여자 한복밖에 없단다.

내년에는 꼭 비치를 해 놓도록 사서 선생님께 수서를 해 주십사 부탁 드렸다.

 

지난 수업 시간에 한복을 입고 전통 인사를 하는 법을 공부했는데

그것과 연관지어 이런 아름다운 그림책을 한 번 읽어주면 아이들 뇌리에 오래 남을 것이다.

더 확실한 방법은 한복을 가져와서

한 번 입어보고 전통 절도 해 보는 것이겠지.

뭐니뭐니해도 체험만큼 확실히 기억되는 것은 없으니까.

어떤 아이는 지난 번 큰절을 공부하더니

한복을 가져 오고 싶다는 말을 내비쳤다.

지난 학교는 예절 교육 시간이 잡혀 있어서

한복 바르게 입고, 절 하는 시간이 있었더랬다.

이번 전통 문화 공부를 하면서 학교 여건이 된다면

다 공부하고나서 체험해 보면서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일일이 한복 가져오라는 아쉬운 소리 안 해도

학교 예절실에 30벌 정도 비치되어 있으면

추석이나, 설 명절 가까울 즈음

예절 교육을 하면 정말 좋을텐데 말이다.

 

겨울 방학 끝나고 개학 후 며칠 뒤에 설날 연휴가 있던데

그 때 혹시 한복을 입게 되면 이 그림책을 떠올리길 바란다.

전학 가는 박@@는 이 그림책이 더 잘 생각나겠지!

 

격식에 맞게 한복을 하나하나 입는 과정이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한복 하나하나의 명칭과 쓰임새까지 저절로 익히게 된다.

이런 그림책은 한 번 보고 끝내지 말고

곁에 두고 명절이 될 때마다 꺼내 보면 좋다.

개인적으로 동화책은 여러 사람의 손 때가 묻은 책을 도서실에서 빌려 보더라도 그림책은 소장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필요할 때마다 펼쳐볼 수 있도록 말이다.

 

 

꼬마 샘이 다 읽어주자 어떤 아이가

" 목소리 커졌다"고 기분 좋은 말을 해 주는 걸 들었다.

책과 함께 바른 인성도 길러지는 행복한 우리 교실이다.

우리 교실에서 끝까지 공부하지 못하고 조금 일찍 이 교실을 떠나지만

이 교실에서 함께 했던 수많은 시간들과 함께 읽었던 책들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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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으로 달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높은 곳으로 달려! -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 2014 SK 사랑의책나눔, 아침독서신문 선정, KBS 책과함께, 우수환경도서 선정, 2013 고래가숨쉬는도서관 겨울방학 추천도서 바람그림책 17
사시다 가즈 글, 이토 히데오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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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2년이 지났다. 내년 3월이면 3주기를 맞게 된다. 그 동안 우리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가장 먼저 자연의 파괴력을 뻐져리게 느끼게 되었고,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을 알게 되었으며, 방사능 유출로 인해 일본 여행과 해산물을 자제하게 되었다.

이 그림책은 동일본 대지진 때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어른도 아닌 아이들이 어떻게 그 엄청난 쓰마니의 재앙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이렇게 두 손을 맞잡고 높은 곳으로 달렸던 게 목숨을 구한 방법이었다니....책에서는 "자기의 목숨은 스스로 지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하니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2011년 3월 11일 5교시 수업이 끝나갈 무렵, 학교가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아이들은 모두 책상 속으로 숨었다.이어서 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큰 지진이 일어났다는 방송에 모두 대피하기 시작한다.

무조건 높은 곳으로 달리라는 어른들의 말씀에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있던 아이들은 학교를 벗어나 높은 곳으로 달렸다. 신발이 벗어져도 그걸 주울 시간은 없다. 일초가 급하기 때문이다. 학교가 갈라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다시 더 높은 곳으로 달리기 시작하는 아이들. 이번에는 중학생들이 초등학생들의 손을 맞잡고 달리기 시작한다. 도대체 어디까지 달려야 하는 걸까! 이 아이들은 쓰나미를 피해 2km의 산길을 달렸다고 한다.

그 때 당시의 상황을 그림책은 이렇게 펼친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학교와 마을이 쓰나미에 덮치는 그 장면을 목격한 아이들의 무서움은 얼마나 컸을까! 학교 수업 하다 말고 대피를 하는 거라 부모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두려움은 극에 달했을 것이다.

쓰나미가 마을을 덮치고 지나간 그 밤, 600명의 아이들은 체육관에 옹기종기 모여 밤을 보냈다. 순식간에 학교와 마을,내가 살던 집이 박살나는 것을 본 아이들의 마음은 슬프기 그지 없었을 테다. 거기다 부모님 생존 소식도 모르고.... 그렇게 쓰나미가 할퀴고 간 첫 날이 지나갔다.

다음 날 부모님을 만나 조금 걱정을 던 어린이도 있지만 부모님과 영영 이별한 친구들도 있다. 아직 생사도 모르고 행방불명된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한다.이렇게 자연의 힘은 한순간에 가족과 그 모든 것을 앗아 갔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현재 진행형이고 방사능 유출의 위험은 미래까지 이어질 거라고 한다.

그 당시 초등학생의 손을 잡고 달렸던 중학생들은 가족의 생사를 몰라 집에서 마냥 기다리다 목숨을 잃을까 봐 집집마다 이런 쪽지를 붙여 소식을 알렸다고 한다. 그 급박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이런 지혜를 발휘한 중학생들의 명민함이 없었다면 집에서 가족을 기다리다 쓰나미에 휩쓸려 죽은 사람들이 더 많아졌을 것이다.

봄에 일어난 쓰나미로 인해 학교는 사라졌고, 아이들은 인근 학교에서 여름까지 생활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쪽지에 각자의 희망을 적었다고 한다. 쪽지 하나하나를 읽다 보니 그들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이 아픔이 언제 끝날지....하지만 하루아침에 일터와 보금자리 학교를 잃어버린 그들은 좌절하지 않고 복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쓰나미가 있기 전의 바다와

쓰나미가 지나간 마을의 바다는 결코 같을 수가 없다. 쓰나미만 지나갔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바다 또한 복구가 되었겠지만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로 인해 문제가 심각해졌다. 방사능이 유출되었고 그로 인해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들을 예전처럼 안심하고 마음껏 먹을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장면은 바다가 예전처럼 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은 듯하다.

꼬마의 할아버지는 쓰나미가 무섭지 않냐는 손주의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 쓰나미는 무섭지....하지만 바다가 잘못한 게 아니란다. 자연은 원래 그런 거야, 지금까지 우리가 먹고살게 해 주었으니 고마운 바다이기도 해."
자연재해는 늘 있어 왔었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자연 재해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다만 자연 재해를 예측하고 그 피해를 줄이는 것일 뿐. 그나마 가마이시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이렇게 생존할 수 있었던 것도 평소에 쓰나미에 대비해 철저하게 훈련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여 이렇게 큰 재앙을 끼칠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었나 보다.

올 겨울 들어 자주 미세 먼지 주의보가 내리고 있다. 이것 또한 얼마 전까지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일인데 이건 자연 재해라기 보다는 무분별한 산업화 때문에 생긴 것이니 자연보다 인간이 더 무서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앞으로도 여러 가지 자연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또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목숨을 지키기 위한 마음가짐과 훈련, 살아갈 힘을 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생각을 전하기 위해 어렵게 이 그림책을 냈다고 한다.

아이들이 높은 곳을 달리는 모습을 보고 어떤 할머니가 자신 또한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렸다는 그 말씀은 바로 나의 생존이 다른 사람의 생존 이유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가마이시 아이들은 침착하고 용감한 행동으로 그 엄청난 재앙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생존했지만 그들의 아픔 또한 아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우리도 살면서 어떤 재앙을 만날지 모른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남아야 남도 살릴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임을 이 그림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하여 목숨을 지키는 세 가지 원칙을 되뇌여 본다.
1.상상에 그치지 말 것! 자연의 힘은 사람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2.어떤 때에도 온 힘을 다한다. 자연을 두려워하고 어떤 때에도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3. 첫 번 째로 대피하는 사람이 될 것! 내가 진심으로 도망쳐야 주위 사람들도 따라서 열심히 도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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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12-22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갑니다!
 
왕할머니는 100살 - 촌수와 호칭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17
이규희 글, 신민재 그림 / 책읽는곰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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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생신을 맞는 왕할머니라?

나에게는 95세를 사셨던 외할머니가 계셨고

수퍼남매에게는 95세를 지내고 하늘나라에 가신 왕할아버지가 계셨다.

이 그림책에 나온 왕할머니만큼은 아니지만 두 분 다 장수를 하신 셈이다.

내 외할머니도 그렇지만 아이들의 왕할아버지께서도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 아프시지 않고 정정하시다가 조금 앓고 돌아가셨다.

평균 수명 100세가 시대가 도래한다고 한다.

수명 연장이 꼭 좋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의 왕할머니처럼 정정하게 팔다리 움직이시고, 소일도 하시면서

건강하게 사는 것은 분명 복 받은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골골하면서 또는 치매에 걸려 오래 사는 것은

본인에게도 자손들에게도 힘든 일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무병장수하는 게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병장수의 비결은 무엇일까?

왕할머니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왕할머니는 대가족이다.

증손자는 자신을 쏙 빼닮아서 알록달록 장신구를 좋아하고

두 명은 마음이 잘 통한다.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웃음소리가 넘쳐 나지만,

돈이 있는 집에서는 한숨 소리만 새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래 사는 비결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사는 게 아닐까!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하하호호 웃다 보면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스트레스가 없으면 병에 걸릴 확률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수퍼남매 왕할아버지께서도 우리 둘째 때문에 더 오래 사신 거라고

시부모님이 말씀하시곤 한다.

어른들끼리 모여 살 때는 웃을 일이 없다가

우리 아들이 시댁에서 같이 사니

왕할아버지가 그 녀석 재롱 때문에 허허허 웃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다른 친척들은 왕할아버지가 어려워서 못 하는 일을

이 녀석은 거리낌없이 하고 왕할아버지는 그게 마냥 귀여워서 껄껄껄 웃으셨단다.

" 누가 나이 많은 사람을 야만큼 좋아해 주겄노?" 라고 자주 말씀하셨단다.

나도 요즘 고양이 온이 때문에 자주 웃는 걸 보니 그게 장수의 비결인 듯하다.

부모님께 손주를 자주 보여 드려 웃게 만드는 게 효도인 셈이다.

 

 

둘째 일을 하는 것이다.

왕할머니는 꽃밭을 가꾸시는 등 그 연세에도 몸을 움직이신다.

이게 장수의 비결이다.

우리 외할머니, 왕할아버지께서도 돌아가시기 계속 몸을 움직이셨다. 

장수하는 사람들을 취재한 것을 보면 하나같이 일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무병장수하는 방법인 듯하다.

그리고 소식하는 것까지 덧붙이도록 하자.

 

 

셋째 이건 다른 책에서 읽은 것을 남편이 알려준건데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 오래 산다고 한다.

평소에 잘 웃고, 잘 우는 사람이 건강하고 오래산다는 뜻이란다.

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잘 울고, 남편은 개그를 보면서 아이처럼 잘 웃는다.

가끔은 남편이 너무 크게 웃어서 핀잔을 주곤 했는데 이젠 잔소리를 그만 해야겠다.

앞으로는 나도 개그 프로를 보면서 박장대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무엇보다 무병장수의 비결은 마음이 평안한 것이 아닐까 한다.

모든 병은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다고 한다.

상황이 달라질 수 없다면 그걸 받아들이는 내 마음의 태도를 바꿔 보는 게 날 위하는 길이 아닐까 한다.

전에 연수에서 들었던 내용인데 어떤 일본의 존경 받는 여자 ceo가 자신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난 내가 처한 환경 때문에 좌절한 게 아니라 그 환경 덕분에 더 열심히 살아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 고 말이다.

그 여자 회장님은 매우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한다.

하지만 불우한 환경을 탓하며 자신의 인생을 포기한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불우한 환경 덕분에 자신이 더 열심히 살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하였단다.

이런 마음의 자세가 무병장수의 가장 큰 비결이 아닐까 싶다.

때문에 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왕창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덕분에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즉 내 관점을 바꾸면 달라져 보일 것이다.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환경이 있나!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나!

그 환경과 그 사람 덕분에 내가 어제보다 오늘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 보면 마음이 평안해질 것이다.

 

그림책의 왕할머니처럼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100세 생일을 맞이하려면

지금부터 내 맘을 평안히 다스리고, 소식하며, 즐겁게 일 하고, 잘 울고 잘 웃도록 노력해 보자.

무병장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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