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폴로와 쥐 한림 고학년문고 28
마갈리 에르베르 지음, 곽노경 옮김, 오정택 그림 / 한림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폴로는 지하철역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다. 자신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왜 이러고 살고 있는지에 대해선 잊은 지 오래다. 존재감 없는 노숙자. 그게 폴로의 캐릭터다. 폴로는 다른 사람의 도움도 뿌리치고 혼자 묵묵히 살아간다. 딱히 잡을 희망도 없는 폴로는 너무 가엾다. 사람에게 꿈과 희망과 목표가 없다니 그건 살아갈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우리 반에서는 '스프링 노트'라는 것을 쓰는데 하루 동안 공부한 것을 기록하고 복습하는 노트이다. 처음 필기를 시작할 때 하루 동안 내가 이룰 목표를 적는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와서 처음 세운 계획에 대한 반성을 쓴다. 처음 세운 목표를 달성했을 때 정말 쾌감과 기쁨이 느껴진다. 5일간 목표를 세우고 그걸 달성하는 게 쏠쏠한 재미다. 그런데 작은 목표도 없이 사는 폴로는 이런 쾌감을 느껴보지 못할 것이 아닌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했다. 언젠가 폴로에게도 살아갈만한 힘이 되어주는 목표와 희망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이다.

 

 

   쥐는 자신의 영역에선 그 누구보다 힘도 세고 몸집이 큰 쥐다. 쥐는 하나의 걱정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바로 먹어도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 허기... 쥐는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사라지지 않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자신의 보금자리와 가족을 버리고 점점 외로운 떠돌이가 되어갔다. 자신과 같은 종족도 무참히 먹어버리는 쥐 앞에선 그 누구도 찍 소리도 못했다. 그렇게 먹어도 쥐는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계속 눈에 보이는 대로 먹어치우고 닥치는 대로 물어뜯고 여기저기 방황하였다 쥐도 딱히 희망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어 보였다. 희망이라고 해봤자 끝없는 이 허기가 사라지는 것 정도 일 것이다.

 

 

   이렇게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듯 존재감 없이 살아가던 폴로와 쥐가 만난 곳은 오래전 발길이 끊긴 골목의 분수대였다. 폴로는 쏟아지는 빗줄기를 피해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간다. 아무도 오지 않는 이 골목은 폴로가 살기엔 안성맞춤 인 것 같았다. 폴로는 포도주와 빵을 챙겨들고 분수대에서 묵기로 정한다. 때마침 근처에 있던 쥐는 향긋한 빵 냄새에 이끌려서(그 때가지도 여전히 쥐는 허기진 상태였다.) 폴로가 있는 분수대로 오게 된다. 이렇게 둘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쥐가 처음부터 폴로에게 쉽게 마음을 열었던 것은 아니다. 쥐는 인간이 잔인하고 비열한 동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로웠던 폴로는 쥐에게 마음을 쉽게 연다. 자신처럼 혼자 떠돌아다니는 부랑자 같아 보여서 쉽게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이다. 폴로가 쥐에게 자신의 속마음도 털어 놓고 얘기도 나누다 보니 쥐도 어느새 폴로가 좋아지게 된다. 인간과 쥐도 서로 기댈 존재가 될 수 있다니......둘 모두 희망을 얻은 것 같다. 이제 폴로는 자신이 벽이 아니라 살아있음을 느끼고 쥐는 함께 할 친구가 생겨서 기쁠 것이다.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된다는 것은 중요하고 기쁜 일이다. 그것은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폴로와 쥐가 서로 기대고 의지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듯이 말이다. 서로에게 의미가 된다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엔 함께 있기만 해도 기쁜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 함께 있는 것, 앞으로 함께 라는 것으로도 둘은 행복할 것이다. 서로에게 의미가 된다는 것은 바로 작은 관심과 사랑을 통해 생기는 것이다.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언제 죽을지 몰라도 지금 이렇게 같이 있어서 행복한 것이 서로에게 의미가 되는 것이다. 폴로와 쥐도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고 아낌없이 애정을 주었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서로가 소중한 의미를 품게 되지 않았을까? 조금만 사랑을 주고 관심을 보여준다면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에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딸이 쓴 리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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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뺀 날 - 2.3학년 어린이 일기 모음 쑥쑥문고 75
이영근 엮음, 박지은 옮김, 경하 그림 / 우리교육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둘째 담임 선생님이 돌려읽기 책으로 사오라고 하셔서 구매한 책이다.

아들이 먼저 읽고 아무 데나 놔뒀길래 나도 한 번 읽어봤다.

2-3학년 어린이들의 일기 모음집이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여기에 실린 일기들은 해마다 하는 학급문고 대회에 출품한 문집 중에서 고른 일기라고 한다.

솔직히 잘 쓴 일기도 있고, 그냥저냥한 일기도 있고, 못 쓴 일기도 있다.

하지만 엮은이의 말처럼

자신의 삶을 잘 담아냈다면 잘 쓰고 못  쓴 일기가 굳이 따로 있겠는가라는 그 말에 양심이 찔렸다.

아이들이 일기를 쓰기 싫어하는 많은 이유 중의 하나가

엄마가, 선생님이 검사하니까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일기는 평가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 일기를 평가하려고 하는 습관을 빨리 고쳐야 한다.

 

나도 한 때 일기에 별 세 개, 별 두 개, 별 한 개로 평가를 한 적이 있더랬다.

틀린 글씨도 친절하게 고쳐 주고,

글씨가 삐뚤삐뚤하면 다시 쓰라고 하기도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랬더랬다.

아이들이 자신의 생활을 쓴 일기를 국어 수행평가 하듯이 평가를 했다.

 

안타깝게도 아직도 많은 교사들이 일기 지도를 예전의 나처럼 하는 분들이 꽤 계시다.

독서 교육의 목표가

평생 독서가를 만드는 데 있다면

일기 지도의 목표는

평생 일기를 쓰는 사람으로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일기 지도를 예전의 나처럼 국어 수행 평가 하듯이 해서는 안 된다.

일기는 삶을 나누는 것이다.

일기 속에 일기를 쓴 사람의 삶이, 마음이 들어가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첫째는 일기 쓰기를 그렇게 힘겨워 하지 않았다.

1-2학년 담임들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두 분 다 아이의 일기에 꼬박꼬박 댓글을 달아 주셨다.

두 분이 쓴 댓글을 보면서 나도 도전을 많이 받았더랬다.

'음~ 저렇게 멘트를 날려야 겠구나' 하고 말이다.

아이는 선생님의 댓글에 탄력을 받아

일기 쓰는 것을 좋아했고, 저절로 문장력도 좋아졌다.

그 저력은

학년이 올라가도 계속 되어 일기, 독후감 등 글짓기 하는 것을 힘들어하지 않았다.

 

저학년은 담임이 조금만 시간을 내어 댓글을 달아 주는 게 아이들이 일기 쓰기를 좋아하게 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전에는 굳이 일기까지 댓글을 달아 줘야 해?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일기 지도 관련 책과 수퍼남매를 보면서 생각이 변했다.

저학년 때는 담임이 자신의 일기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큰 에너지가 되는지 나도 지금 댓들을 달아 주면서 체험하고 있다.

우리 반 아이들도 자신들의 일기장에 달려 있는 내 댓글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는지 모른다.

 

1년 간 쓴 일기는 제본하는 게 또 일기 지도에 도움이 된다.

내가 쓴 일기가 책처럼 제본된다고 생각하면 좀 더 일기에 정성을 들이는 것 같다.

수퍼남매도 일기를 제본해 줬는데 그 일기를 가끔 들여다 보며

자신의 추억을 되새김질해 본다.

제본을 하지 않으면 일기들이 제각각 굴러 다녀서 결국 추억은 날아가고 만다.

 

셋째 이런 일기 모음집을 읽어주는 게 일기 지도에 도움이 된다.

자신의 삶을 담아내는 것이 일기라는 것을 자주자주 들려주면

아이들의 일기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줄 거라고 생각한다.

일기 모음집에는 물론 학년답지 않게 잘 쓴 일기도 들어있지만

자기들이 보기에도 못 쓴 일기들도 있다.

그런 걸 볼 때면

"와! 저런 일기도 책이 되어 나오네! 저 정도는 나도 쓸 수 있겠다" 하며

불끈불끈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표제가 된 일기 <이빨 뺀 날>도 읽어보니

횡설수설 그 자체다. 글쓴이에게는 미안하지만서도.... ㅎㅎㅎ

하지만 일기를 보면서 그 날 있었을 장면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아이의 이빨이 흔들거려 아빠와 함께 이를 실에 묶어 이빨을 빼기까지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이의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일기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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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교과서 <우리나라>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배경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우리나라 공부가 재미없을 수도 있다.

5학년에 국사 부분이 나오는데도 아이들이 흥미를 못 갖는 것은

배경 지식이 전무하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하여 1학년에게는 어쩜 무리일지 모르지만

5천년 역사를 이야기식으로 간략하게 소개해 주었고(1시간 동안)

고조선-고구려, 백제,신라- 통일신라-고려-조선-대한제국-일제시대-대한민국

시대순으로 알려줬다. 이것 말고도 여러 나라들이 있었지만

가능한 이 나라 정도는 알고 있었으면 한다고 말해줬다.

 

국사 공부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으로 들어가서 중요한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아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생각한다.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은 국사를 아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왜곡된 국사는 아이들에게 더 해로우므로

바로 된 국사를 아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교과서에 우리나라를 빛낸 위인들이 나오고, 더 나아가 조사 학습을 하는 내용이 있어서

어떤 책을 읽어줄까 고민하던 터에 떠오른 책이 있었다.

바로 삼국유사, 삼국사기 전집이다.

 

딸이 5학년 올라가서 국사 공부를 하기 전에

미리 책으로 한 번 훑어 보라고 산 책들이다.

내가 유일하게 지른 전집류이기도하다.

삼국유사, 삼국사기에 나온 인물들을 그림책으로 만든 것인데

보기에 그림도 조잡하지 않고, 내용도 괜찮아서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질렀는데

역시 전집은 가능한 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책들이다.ㅋㅋㅋ

그 후로 다시는 전집을 사지 않는다.

딸도 그닥 열심히 읽지 않아(여자 아이들은 역사책에 대한 관심이 중학교 올라가서야 생긴다고 하니 때를 기다려야지.)

작년, 딸의 교실에 전권을 기증했다가 학년말에 다시 집으로 가져왔다.

책 읽기 싫어하는 남자 아이들이 일단 그림책이라서 애용했다고 딸이 전해줬다.

올해는

우리 교실에 갖다 놓고 있었는데 우리 반 아이들도 이 책에 관심이 없었다.

딱 한 명만 이 책을 보는 아이가 있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읽는 사람이 없으면 먼지만 풀풀 쌓이기 마련

삼국유사, 삼국사기는 그렇게 집에서도 교실에서도 외면 받은 채 외롭게 한 귀퉁이를 지키고 있었다.

 

거기서 <원효 대사>를 골라 읽어줬다.

원효 대사는 신라 시대 스님이었고,

불교를 대중들에게 전파한 업적을 남겼다.

아이들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를 이미 알고 있어서

원효 대사 해골물에 대한 일화가 나오자 귀를 쫑긋 세우고 잘 들었다.

일연이 쓴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에 비해 신화적인 요소들이 많이 나오는 편이다.

딸보다 내가 이 책들을 더 열심히 읽어더랬다.

원효 대사에도 그런 일화들이 몇 개 나오는데 아이들은 그런 게 신기한지 귀담아 잘 들었다.

인물전은 처음 읽어줬는데

독서 일기 써 온 것을 보니 아이들이 제대로 이해를 잘한 것 같았다.

우수한 일기들이 몇 편 보였다.

교실 한 쪽 귀퉁이에 있던 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다음에는 원효와 함께 불교에 대한 공부를 하기 위해 당나라로 떠났던 <의상 대사>를 읽어준다고 약속을 하였다.

대부분 인물전은 3-4학년 때가 적기라고들 하는데

이런 기회에 한 번 접해 보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고

독서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한다.

마침 교과서에도 위인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쓰는 것이 나오니

겸사겸사  인물전에 입문해 봄도 좋을 듯하다.

 

조사보고서도 쓸 겸 도서실 미션으로 인물이 나오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찾아오라고 하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1-2권씩 골라왔다.

지난 번 <세종대왕>공부할 때 몇 권을 소개해 준 적이 있어서 잘 찾아왔다.

인물전은 그림책이나 동화책보다 어려우니 여러 번 읽고 머리에 정리를 잘하라고 말해줬다.

과연 아이들이 

어떤 인물들로 조사보고서를 써 올지 기대가 된다.

 

저학년 아이들이 읽을만한 인물전으로 비룡소에 나온 <새싹 인물전>을 추천한다.

몇 권 읽어봤는데 아주 흥미롭다. 중간중간 그림도 들어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다.

다른 위인전과의 차이점은 위인들이 처음부터 위인이 아니었다는 점을 이 시리즈는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타이틀도 <위인전>이 아니라 <인물전>이라고 하는 것이고 그 철학이 마음에 와닿는다.

위인이라 하면 어쩐지 나와는 다른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인물이라고 하면 어쩐지 가깝게 느껴지는 것도

나와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에서 오는 편안함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아래책 중에서 <박에스더><허난설헌><최은희><박지원>은 아이들이 도서실에서 못 찾아왔다.

기회가 되면 이 시리즈를 구매해서 교실에 비치해 두면 교사로 있는 동안 두고두고 잘 사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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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선생님의 책 읽어주기 4회 째이다.

오늘 책 읽어주는 꼬마 선생님은 우리 반에서 책임감이 강하고, 봉사정신이 투철한 남자 어린이 김##이다.

며칠 전 책을 건네주고 다른 친구들에게 절대 말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줬더니

친구들이 책 제목 알려주라고 꼬드겨도 비밀을 잘 지켰다.

읽어주러 나오는 순간까지 책을 들키지 않으려고 잠바 속에 꼭 감추고 나왔다. ㅋㅋㅋ

아주 실감 나게 잘 읽어줬다.

1학년 답지 않게 구연 동화 하듯이 실감 나게 읽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 동안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 보람을 느낀다.

그 동안 수고한 꼬마 선생님에게 쿠키를 선물하자

너도나도 다음 번에 자기가 읽어주겠다면서 손을 들어서 깜짝 놀랐다.

친구들 앞에서 꼬마 선생님이 되어

책을 읽어줘 본 경험은 아이들에게 자라면서 좋은 추억과 함께 성장의 자양분이 될 거라고 믿는다.

 

 

꼬마 선생님이 읽어준 책은 피터 시리즈 둘째 번이다.

긍정적 사고의 대명사인 피터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셔츠의 단추가

하나씩 떨어지면서

수 개념도 공부하고

단추가 떨어질수도 다시 달 수도 있다는 긍정적 사고를 경험하는 아주 재밌는 그림책이다.

 

읽어주는 꼬마 선생님이 노래하듯이 읽어주자

듣고 있던 아이들도 그 음을 따라 불렀다.

마지막 단추마저 떨어져 나갔어도 울지 않는 피터를 보니 나까지 행복해진다.

이제 단추가 하나도 없는데 피터에게 어떤 단추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더 재미있다.

단추가 다 떨어지더라도

내 몸에 딱 달라붙어 있는 배꼽 단추가 있다는 피터에 말에 아이들 모두 푸하하 웃었다.

작가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 이 세상 그 무엇이든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는 거랍니다.

그러니 이제는 울지 마세요!

그저 신 나게 노래 부르면 돼요"

라고 말하는 피터 때문에 우리 반에 긍정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것 같다.

 

오늘 참 힙들었다.

우리 반 댄디 라이언들이 이런저런 사건들을 벌여서 진이 다 빠졌다.

학기말이 되니 아이들이 조그마한 일에도 흥분을 하여 친구들끼리 자주 티격태격한다.

한동안 차분하던 남자 아이들도 자세가 흐트러지고

돌발 행동들을 저지른다.

금요일인데다 운동장수업까지 해서 아이들의 흥분이 더 커졌다.

겨우겨우 진정을 시키고, 지난 학예회 동영상을 틀어주니

어느새 다른 학년, 다른 반 것까지 신이 나서 따라 하는 아이들.

우리 반 동영상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에서 다 일어나

무용을 하고 있다. 에궁 귀여운 것들~~

 

아이들은 나를 힘들 게 할 때도 있지만

웃게 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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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전학년이 물건을 한꺼번에 수합하여 어머니회에서 쓸만한 물건을 고르고, 가격을 붙이고, 판매를 하였는데

올해부터는 각학년 단위로 알뜰 시장을 하게 되었다.

각학년 별로 특색 있게 알뜰 시장을 하는데

우리 1학년은 마침 통합 교과서에 <가게>단원이 들어 있어서 제대로 체험을 하는 셈이다.

 

몇 주 전부터 가정통신으로 집에서 물건을 골라서 깨끗이 정리해 달라고 학부모님께 안내를 했다.

지난 금요일 견출지를 보내 부모님과 함께 적당한 가격을 붙여 오라고 하였다.

 (1학년이라서 돈 액수가 크면 계산이 어려워서 500원까지만 허락함)

어제는 광고지를 만들었다.

 

오늘 알뜰 시장을 하는 날이다.

1교시에 아이들이 가져 온 물건을 개봉하였다.

붙여 온 가격들을 보니 물건에 비해 너무 비싸게 책정한 것들이 보여 가격을 조정하라고 충고를 해 주었다.

부모님이 만드신 쿠키와 꼬치를 가져 온 아이도 있었다. 불티나게 잘 팔렸다.

학급 단위로 하니 물건의 질은 작년보다 많이 떨어졌다.

작년에는 좋은 책도 많이 나오고, 옷도 쓸만한 게 많았는데....

전학년이 하는 것과 학급 단위로 하는 것의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은 현금을 직접 가져 와서 물건을 사고 파는 체험을 하였다.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장사를 하고, 한 팀은 손님을 하였다.

 

알뜰 시장을 오픈하면서부터는 철저히 경어를 쓰라고 하였다.

" 손님은 왕이다는 것 잊지 말고,  다 끝나고 나서 친절한 가게를 뽑을 거예요"라고 말해 주었다.

아이들은 물건을 이리저리 살펴 보고, 제법 주인과 손님 답게 물건을 사고 팔았다.

여기저기서

"어서 오세요."  " 싸요 싸" 소리가 들렸다.

인기 있는 가게가 몇 군데 있었다.

물건의 질이 좋고, 저렴하며 주인이 친절한 곳이었다.

1차로 물건이 팔리지 않는 곳은 세일을 하게 하였더니 잘 팔려 나갔다.

물건이 잘 팔리자 아이들이 신 났다.

제일 먼저 완판을 한 아이는

엄마와 함께 비즈 팔찌를 만들어 일일이 가격표에 "우정을 지켜줘요" 라는 등의 설명을 붙인 액세서리 가게였다.

쿠키를 만들어 온 아이의 가게도 잘 팔렸다.

나도 돌아다니면서 좀 팔아줬다.

마스크, 연필꽃이통, 액자, 열쇠고리, 블럭장난감, 스케치북을 샀다.

자기 물건은 하나도 안 팔고, 남의 물건만 열심히 산 아이도 물론 있었다.

2차, 3차 세일을 다 하고도 안 팔린 물건은 도로 가져가기로 하였다.

 

가게 정리를 하고 돈 계산을 해 봤다.

자신이 가져온 돈 보다 많아진 사람?

자신이 가져온 돈 보다 줄어든 사람?

무슨 물건을 구매하였는지 발표해 봤다.

스스로 충동 구매하였다고 반성하는 아이도 나왔다.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고 말해 줬다.

오늘 알뜰 시장을 하면서 잘한 점, 아쉬운 점도 발표해 봤다.

친절한 가게도 뽑아 봤다.

아이들이 친절하다고 말한 이유는

" 존댓말을 써요"

" 설명을 잘해 줘요."

" 가격이 싸요" 란다.

알 것은 다 아는 우리 꼬맹이들이다.

 

엄청 소란스럽고 돈 계산 못 해서 난리법석이 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우리 꼬맹이들이 진지하게 물건을 사고 파는 모습을 보고

나의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1학년 3반 최고!!!

 

가정에서는 아이가 사 온 물건을 보고

" 뭐 이런 것을 샀어?" 라고 구박하지 마시고,

실패 또한 아이의 소중한 경험이니 다음에는 더 신중하게 구매하라고 잘 타일렀으면 한다.

아이들이 산 물건을 쭈욱 들어보니

장난감만 산 아이,

학용품만 산 아이,

아끼고 아껴 1-2개만 산 아이

가족 것을 두루두루 산 아이 등 구매 성격이 가지가지이다.

안 팔린 물건을 도로 집으로 가져갔는데

왜 안 팔리고 남았는지 부모님과 같이 생각해 보면 2학년 알뜰 시장할 때 도움이 될 듯하다.

오늘의 경험을 발판 삼아 다음 알뜰 시장 때는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점심 시간에 교실에 남아 자신들이 산 물건 가지고 재미나게 놀았다.

 

-아이들 컴퓨터 공개 수업 간 사이에 후다닥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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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11-20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또하나의 멋진 추억을 선사하셨네요.
비즈팔찌랑 쿠키 인상적입니다.

수퍼남매맘 2013-11-21 07:44   좋아요 0 | URL
역시 직접 만든 물건이 인기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