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동료장학이 있었다.

동료장학이란 학부모들은 참관하지 않고 동료 교사들이 오셔서 참관을 하는 것이다.

 

점심 시간에 안 내보면 아이들이 정작 공개수업 때 날뛸 것 같아

다른 반은 교실에 남겨 놓았는데 울 반 아이들은 나가서 놀다 오라고 내보냈다.

늦게 들어올 것 같아 걱정스럽던 꾸러기들도 시간 맞춰 들어와서 수업을 시작하였다.

 

다섯 고개로 오늘 배울 수업 주제를 알아봤다.

오늘 수업 주제는 <가을>이었다.

가을과 관련된 그림책을 읽어주고 <가을>하면 떠올리는 낱말들을 빙고칸에 써 보는 창의력수업이었다.

 

이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가을이 되어 바빠진 마루와 마루의 가족, 이웃들의 모습을 세밀화로 그려낸 수작이다.

말끝마다 <바빠요 바빠>라는 추임새가 들어가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잘 들었다.

꾸러기 두 명은 여전히 공개수업인데도 불구하고 장난을 하고

중간에 물 먹으러 간다고 졸라대고.... 정말 못 말리는 꾸러기들이다.

책을 다 읽어주고 제 자리로 돌아가는데

마침 교장 선생님이 참관하러 들어오시자

큰 소리로 활기차게

" 안녕하세요?" 라고 알맞지 않은 인사를 한다.

 수업 시간에는 누가 들어와도 뒤돌아보며 인사하지 않는다는 걸 우리 꼬맹이들이 잊으신 게다.

 1학년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교장 선생님이 오히려 흥분한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셨다.

고학년들은 공개수업하면 평소에 날뛰던 아이들도 그 날은 조용히 할일을 잘하는데

1학년은 철이 없어서인지 여전히 날뛴다.

아무리 담임이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해도 가장 중요한 요인인 아이들이 준비가 안 되어 있고

따라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저학년 수업이다.

 

16 빙고칸에 가을 하면 연상되는 것들을 2분 30초 안에 적는 활동을 하였다.

이 활동은 창의력의 특성 중에 유창성을 연습시켜 주는 것이다

시간이 다 되도록 하나도 못 쓴 아이도 있고,

타이머 켜자마자 다다닥 쓰는 아이도 있었다.

방금 읽어준 책에서 엄청 많은 것들이 나왔는데도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며 연필만 쥐고 있는 아이도 여럿 보였다.

예전에 이 수업과 관련하여 연수를 받을 때 2분 30초라는 제한된 시간을 줘야

사람의 뇌가 순간적으로 우뇌를 사용하여 생각을 한다고 들었다.

사람은 긴장할 때 갑자기 회로를 바꿔 우뇌를 사용한다고 한다. 보통 때는 좌뇌를 사용한다고 한다.

오늘 수업 시간에 얼른 낱말들이 안 떠오르는 아이들은 우뇌를 잘 사용하지 못하고

기억력, 순발력이 약하고, 어휘력이 약하고, 긴장을 잘하는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불어 창의력, 연상력이 부족한 아이들이기도 하다.

작년에도 이 활동만 하면 뇌가 작동하지 않아 멍하니 앉아만 있는 아이가 있었다.

조금 전 그림책에서 수많은 낱말들이 나왔는데 16칸을 못 채우다니...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어른도 실제로 해 보면 이 시간 안에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평소에 이런 활동을 많이 하면 사고가 유연해진다고 한다.

9칸, 16칸, 25칸 빙고로 차츰 업그레이드시켜 가면서 아이들의 창의력 연습을 시키면 창의력이 발달한다고 한다.

타이머가 꺼지고 4명의 아이들만 16칸을 다 채워서 나왔다.

나머지 못 채운 아이들에게는 시간을 더 주고 채워 보라고 하였다.

 

그 다음 활동으로는 왜 내가 이 낱말을 썼는지 이유를 말하는 것이다.

자신이 쓴 낱말이 과연 가을과 연관이 있는지 타당성을 점검해 보는 단계이다.

그리고 친구가 말한 낱말이 나에게도 있으면 지우는 것이다.

가로, 세로, 대각선 두 줄이 지워지면 빙고를 외친다.

빙고 놀이는 이미 여러 번 해 봤기에 아이들은 스스럼 없이 잘 지웠고

왜 그 낱말을 썼는지 이유도 제법 잘 말했다.

추석 때 배운 <올게심니>를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기특한지고....

발표하는 모습을 보니 1학기 공개수업 때보다 많이 좋아졌다. 엄마들이 봤으면 뿌듯했을 것이다.

투 빙고를 외친 아이들 세 명을 시상하였다.

 

그 다음에는 다른 친구들은  절대 쓰지 않았을 것 같은 낱말을 불러보도록 하였다.

창의성 중에서도 독창성 부분이다.

다른 친구들이 흔하게 쓴 낱말이 아니라 나만 쓴 낱말이 있다면 이 아이는 분명 창의력이 우수한 아이이다.

이 연수를 받았을 때

강사님은 우리에게 "주머니 안에 있는 것을 모두 쓰라"고 문제를 주셨다.

예전에 어떤 분이 " 먼지 "를 쓰셨다고 하시면서 자신이 만나 본 답 중에서 가장 창의적이었다고 하셨다.

아이들 중에도 남이 생각하지 않은 것을 떠올리는 아이들이 간혹 있다.

우리 반 꼬맹이들 중에

개천절, 한글날, 천고마비를 쓴 아이가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그럴 듯하게 말을 한다.

모두 가을과 관련된 낱말이 맞다.

두 명에게도 칭찬을 해 주었다.

 

아이들과 한 시간 동안 창의력 수업을 진행하였다.

다행인 것은 창의력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위와 같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오늘 하나도 못 쓴 아이들도 점차 좋아진다고 하니

시간 날 때마다 해 보는 것이 좋겠다.

 

중간에 교장님께 큰 소리로 인사를 한 게 마음에 걸리지만

교장 선생님도 이해하실 거다. 1학년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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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가부와 메이 이야기 - 전6권 가부와 메이 이야기
키무라 유이치 지음, 아베 히로시 그림, 김정화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염소 메이와 늑대 가부는 폭풍우 치는 밤에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비밀친구가 된다. 작가는 절대 친구가 될 수 없어 보이는 두 존재가 목숨까지내어주는 우정에 이르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들려준다. 6권을 읽고나서 내 눈에서 어느덧 눈물이 똑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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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따먹기 법칙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4학년 1학년 국어교과서 국어 4-1(가) 수록도서 작은도서관 33
유순희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 친구들과 책상에서 지우개 따먹기 하던 기억이 난다. 하나하나 규칙을 음미하다 보면 아이들의 마음도 어느덧 자라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은 아이들 손에는 어느덧 지우개가 들려 있고 ˝ 나랑 지우개 따먹기 할 사람?˝하고 물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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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아이들에게 2학기 들어 그림책이 아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읽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읽어주는 것을 더 좋아하고, 이해도 더 잘한다.
가끔 학부모들이 언제까지 읽어줘야 하나요? 라고 물어본다.
정답은 아이가 그만 읽어주세요 할 때까지. 
초6인 울 딸은 아직도 내가 읽어 주면 옆에 와서 잘 듣는다.


두번 째 선택한 책은 <왕창세일 엄마아빠 팔아요>이다.
아이들은 첫 문장을 읽어줄 때부터
"푸하하!" 웃었다.
그만큼 이용포 작가님이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글을 썼다는 의미일 게다.
 
오늘 아이들이 독후화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 얘들아, 선생님한테 귀만 빌려줘요. 너희들은 그림을 계속 그리면 돼요"
분위기가 좋아서 7-8꼭지를 다 읽어줬다. 흉내까지 내며 읽느라 지금 목이 잠겼다.
책 읽어주는 선생님 만난 걸 큰 행운으로 여겨야 하는데
학부모와 아이들은 그 고마움을 알랑가 몰라. 후후~~(요즘은 자기 PR시대니깐)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면서도 재밌는 장면에서 까르르 웃었다.
하지만 "재미있었다"로 끝내 버리면 이 동화책에 대한 기억은 1주일이면 사라진다.
 

하여 집에서 <엄마아빠 팔아요>를 읽고난 생각과 느낌을 일기로 써 오라고 숙제를 내주었다.
"여러분도 엄마, 아빠가 싫을 때가 있었을 거예요. 그 때를 잘 기억해서 쓰면 엄청 생생한 일기가 될 것 같아요."
라고 귓뜸을 해 주었다.
웅성웅성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느라 소란스러웠다.
할 말이 많은가 보다.
" 엄마아빠한테 혼 날까 봐 걱정하지 말고, 솔직하게 쓰는 거예요. 그게 좋은 일기예요." 란 말도 해줬다.
아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써 올지 사뭇 궁금하다.
이 집 저 집 가정사가 다 드러나는 거다.
나에게도 종종 있는 일이다. 
엄마아빠가 싸운 날이면 어김없이 둘째가 일기에 써서 담임 선생님 보기가 얼마나 민망한지....
 
우리 수퍼남매도 엄마, 아빠를 팔아버리고 싶었던 적이 있었겠지?
없었을 리가 없다.
한 번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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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2 0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퍼남매맘 2013-10-02 07:2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오랜만이에요.
아이패드로 작업하다보니 책 사진이 사라졌어요.
다시 넣어야죠.
 

드라마 <주군의 태양>때문에 이 그림책이 요즘 아주 잘 팔리고 있고, 도서실에서도 대출이 잘 된다고 한다. 드라마 때문에 책이 잘 팔린다고 하니 그 점은 고마울 뿐이다. 어떤 이유든지 간에 책이 팔린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난 개인적으로 드라마나 영화에 의도적으로 책을  읽거나 도서관에 가는 장면을 집어 넣었으면 좋겠다. 몇 년 전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주말 드라마에서는 아예 출판사가 배경이 되었고, 그 덕분에 <푸른숲>출판사도 유명해지고, 덩달아 책도 많이 팔렸던 예가 있다. 우리 나라처럼 책을 잘 안 보고, 잘 안 사는 곳에서는 작가나 피디들이 의도적으로 책 읽는 장면을 집어 넣어 주는 게 시청자들에게 독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첩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주군의 태양>도 초딩들이 많이 보는데 그 드라마 여주인공이 계속해서 가부와 메이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 책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맥락에서 이 드라마가 책을 인용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나 드라마 즉 많은 대중들이 보는 매체에서는 책을 자주 인용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다른 것들은 심하게 간접 광고를 하면서 책은 별로 하지 않는다. 발 빠른 출판사들은 그래도 요즘 드라마에 협찬을 하는 게 가끔 보인다.

 

지난 봄에 했었던 신하균과 이민정이 나왔던 드라마-이름이 생각 안 난다-에서도 모출판사가 협찬을 했는지 남녀 주인공 서재에 모 출판사의 책들이 쫘악 꽂혀 있었다. 이 드라마에서는 김수영 시집이 자주 인용되었다. 남주인공 이름과 같았기 때문이다. 막장 드라마에서 책이 나올 리가 없다. 도서관에서 데이트하는 장면이 나올 리도 없다. 그러므로 청소년이 즐겨 보는 드라마라면 이런 장면들을 의도적으로 넣어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드라마 작가나 피디라면 책과 관련된 장면들을 꼭 넣을 텐데.....  책에 대한 내용이 자주 나왔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신하균의 연기력도 아주 뛰어났다. 

 

그건 그렇고, 나는 이 드라마 때문에 16부작인 <투윅스>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흑흑흑! 수퍼남매에게 매번 양보했다. 마지막회만 아이들에게 사정사정해서 겨우 볼 수 있었다. 마지막이라고 양보해준 수퍼남매에게 한없이 고마워했다. 마지막회 보여준 걸로 수퍼남매가 얼마나 생색을 내던지... 칫!

 

<주군의 태양>이 이번 주에 끝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드라마 폐인들이 주변에 많은 것 같다.  동서2명도 추석 때 보니 <주군의 태양>을 넋이 나가서 보더라. 주군에 빠져 있는 동서들을 보니 내 취향이 독특한 것 같기도 하고.... 난 나쁜 남자 스타일은 싫다. 오히려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해 보려는 <투윅스>의 장태산 같은 역이 더 매력적이다.  어찌 됐건 <주군의 태양>을 안 보면 다음 날 학교 가서 대화가 안 된다는 딸 덕분에 동생도 누나 따라 같이 보고 있는 상황이다. 아들은 처음에는 귀신들이 나와서 좋아했는데 교실에 있는 그림책 <가부와 메이 이야기>를 보고, 선생님이 애니메이션도 보여 주셔서 그 후로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나에게 살짝 알려 줬는데 책과 애니메이션은 마지막 내용이 다르다고 한다. 음~ 그렇군!

 

 드라마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책은 세트로 주문했다. 알라딘 지인 중에서도 강추하시는 분이 계셔서 말이다. 그래도 혹시 소장 가치가 없으면 어쩌나 싶어서 학교 도서실에서 빌려와 한 권 읽어봤다. 1권은 누가 대출해서 2권을 읽었다. 그림도 단순하면서도 특징이 살아나고, 내용도 감동적이다.  책장을 들춰 보니 그림책 치고는 제법 글밥이 있다. 1-2학년 아이들에게 딱이겠다 싶다. 아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일본 작가가 쓴 <고녀석 맛있겠다>시리즈와 비교해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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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3-10-0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좋습니다. 후회없으시리라 생각!!! 저처럼 멋 모르고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거예요.

수퍼남매맘 2013-10-01 13:38   좋아요 0 | URL
4권 읽었는데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책 추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