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삼일간 너무 힘든 일이 있었다.

하여 엄청 큰 뾰루지가 입 근처에 올라왔다.

은근 예민하고 은근 완벽주의적 성향이 있어서

조금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반응을 한다.

 

어느 정도 사건도 해결되고, 마음도 정리되어 빗소리가 음악으로 들릴 무렵,

우리 반 여자 아이 한 명이 앞교실에서 종이 공예를 하다가 교실로 오더니

슬쩍 내가 뭐하는지 들여다 본다.

" 선생님은 몇 시에 가요?"

" 응, 5시에 간단다."

"**는 아파서 집에 있을 때가 좋아, 학교 올 때가 좋아?" 물어보자

" 학교 오니까 좋아요" 한다.

" 왜?"

" 학교 오면 재밌는 것도 많이 하고, 공부도 하니까 좋아요." 한다.

종이 공예를 하러 갈 생각은 안 하고 내가 뭘하는지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쁜 공주님을 들어오라고 해서

과자를 주었다.

" 종이 공예 하는 아이들 중에 우리 반 또 없어?" 하자

" @@도 있고, ##도 있어요" 한다.

" 그럼 살짝 불러와 봐!" 하자

작은 소리가 아닌 큰 소리로 불러댄다.

수업이 안 끝난 것 같아 작은 소리로

" 얘들아, 수업 끝나면 교실로 와 봐!" 하고 얼른 들여 보냈다.

 

쉬는 시간에 나온 아이들에게 과자를 주고 냄새 나면 다른 친구들이 먹고 싶어지니 다 먹고 들어가라고 했다.

종이 공예 시간에 만든 것 같은 예쁜 리본 머리띠를 똑같이 하고 있어서

"와! 진짜 예쁘다. 나도 그런 것 하고 싶다" 했더니

 그 중의 한 명이 자기 것을 주겠다는 거다.

1학년 앞에서는 농담도 못 한다.

" 아니야, 선생님이 한 번 해 본 소리야" 하고 방과후 교실로 돌려보냈다.

잠시 후,

세 명 중의 한 명, 나의 비타민 ##양이

자신이 만든 예쁜 목걸이를 선물하고 싶다고 가져왔다.

" 진짜 예쁘다. 정말 고마워!!!" 하며

그 아이가 보는데서 목걸이를 했다.

한 번 껴안아 주고, 볼에 뽀뽀를 해줬다.

 

사랑스러운 1학년 아이들이다.

선생님과 친구들을 못 봐서 방학이 싫다는 우리 반 아이들!!!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면서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데도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조차 켜지 않는 우리반 아이들이 정말 예쁘다.

남은 기간 동안 즐겁게 공부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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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독서 동아리 연수를 다녀오니 지금 하고 있는 교사 독서동아리의 중요성이 더 커져 보인다.

이 책 1-3꼭지를 가지고 각자 찾아 온 보물을 나누었다.

 

1꼭지- 공부-한홍구 님

2꼭지-학벌-홍세화 님

3꼭지-정치-김규항 님

 

 

각 선생님들이 뽑아 오신 구절들을 간추려 본다.

 

 

 

 

 

1꼭지- 공부

개인적으로 난 1꼭지 내용이 팍팍 와닿았다.

평생학습 시대가 도래한 지금, 학창시절에만 국한된 공부가 아니라

평생 동안 즐겁게 공부할 수 있으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여기에 잘 풀어놓고 있다.

미국에서 스펙이라는 말은 원래 제품을 설명하는 단어라고 합니다.제품의 기능을 설명하는 설명서나 사양, 특성, 기능 등을 의미하는 단어죠. 그것이 어느새 한국에 들어와 사람들에게 적용된 것입니다.

사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본래 사교육이라는 것은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은 아이들을 위한 것인데,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누구나 다 사교육을 시키니 경쟁 지점에 도달하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반면에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은 아예 사교육을 받지 못하니 일찌감치 꿈을 접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죠. 

 

공부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 관심 있는 분야를 찾는 것이 중요해요.

사실 우리는 엉뚱한데다 시간을 많이 쓰잖아요, 트위터니, 페이스북이니, 인터넷 검색이니 하면서, 나 역시 쓸데없이 인터넷 사이트 여기저기 들어다 보면서 보내는 시간이 굉장히 많은데, 그런 시간들을 관리해야 해요.

 

공부라는 것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할 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그것에 대한 기회비용은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는 말씀이시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돈까지 많이 벌기를 원한는 것은 과욕이 아닐런지....

 

2꼭지-학벌

우리가 공부하는 학문은 크게 인간과 사회에 관한 학문인 인문,사회과학과 정밀과학인 수학과 자연과학으로 나뉩니다. 수학과 자연과학은 정답이 있는 학문이지요. 그러나 인문,사회과학은 정답이 없어요. 논리력과 사고력, 인식 능력 그리고 감수성을 요구하는 학문입니다. 이런 능력을 기르려면 필수적으로 해야 할 것이 글쓰기예요. 그러나 중,고등학교 때 글쓰기 공부하나요? 하지 않죠. 무슨 뜻이겠습니까? 인문, 사회과학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미국, 유럽 아이들에게 뒤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나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바드 대학을 비롯해 아이비 리그 입학은 어찌어찌 하지만 우리나라 유학생들이 에세이를 쓰지 못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 비율이 가장 높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지.....청소년기에 인문학 서적을 탐독하지 않고 입시를 위해 전략적으로 책을 읽은 우리나라 학생들은 에세이를 쓰는 숙제를 당해내지 못한다고 한다. 따라서 중학년 이상이 되면 의도적으로 글쓰기를 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학교에서 하지 않으면 스스로 글쓰기를 할 아이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책읽기는 사람을 풍성하게 만들고, 글쓰기는 사람을 정확하게 만든다는 말이 떠오른다.

 

 

나머지 부분은 조만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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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들의 ppt발표

 

딸의 미술영재교육원 1학기 종강식이 있어서 학부모도 함께 와서 참관을 하라고 하였다.

놀토에 그 좋아하는 늦잠도 못 자고 둘 다 부시시하게 일어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서 차 안에서 먹고 목적지로 갔다.

 

아이들이 1학기 동안 해 온 학습활동을 ppt로 각자 제작하여 5분 이내로 발표하는 수업이었다.

2명의 결석자를 제외한 18명의 프레젠테이션을 꼬박 들으려니 정말 힘들었다.

대동소이한 내용들이어서 더 지루했던 것 같다.

개성 있고 재치 있는 발표를 하는 아이도 있었다.

역시 영재답다라고 모든 학부모를 놀래킨 아이도 있었다.

그 아이가 만든 스톱모션 동영상은 정말 훌륭했다. 말도 참 독특하게 해서 인상 깊었다.

초5,6학년의 ppt 제작 솜씨가 나보다 훨씬 낫다는 것에 대단히 놀라웠다.

 

우리 딸은 발표장소에 자신이 사용한 폰트가 안 깔려 있는 바람에 ppt가 깨져 버려서 제대로 발표를 못 하였다.

으~ 속상해!!!

다른 것도 아니고, 선생님, 친구들, 학부모 앞에서 발표를 하는 건데

나도 모르게 머리 끝까지 실망하고, 화가 나서

도중에 딸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 문자에 딸은

"자신도 많이 속상한데 엄마까지 왜 그러냐?" 고 볼멘소리를 했다.

내가 보기에 자신이 제일 엉망으로 한 줄도 모르고 희희덕거리고 있어서 현실을 알려주려는 의도가 있었는데

자신도 속으로 속상하긴 했나 보다.

ppt는 나보다 잘하고,ucc도 여러 번 하여 수상을 한 적도 있는 아이라서

믿고, 확인하지 않았던 내 잘못도 있다.

 

나중에 집에 오는 차안에서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ppt가 깨지는 바람에 당황해서 발표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부분이 내가 화난 지점이다.

ppt는 그렇다치고, 발표를 너무 성의없이 해서 제대로 준비를 안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듣고 보니 당황해서 머릿속이 하얗게 됐을 것 같다.

나같아도 그랬을 것이다.

다음에는 그런 것까지 예상하여 ppt를 제작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해 줬다.

(무난한 폰트 사용하기)

 

집에 가서 영재교육원 홈피에 올린 걸 보니 제대로 잘했다.

음~ 딸에게 많이 미안했다.

엄마가 조금만 더 참고 너를 믿어줄 걸.

딸이 당황하고 발표 못하여 속상한 것을 헤아려주기보다

내가 다른 학부모들에게 부끄러운 게 더 화가 나서

그 화를 딸에게 퍼부었던 게 정말 미안했다.

 

딸도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니 가장 무난한 폰트를 사용해야 하는 것도 알았고,

다른 친구들의 작품을 보면서 새로운 기법도 많이 배웠고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는 그냥 읽는 것보다 요약하여, 자신만의 발표 노하우를 가져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며 금세 밝아지는 딸의 얼굴을 보니 나도 마음이 환해진다.

 

2. 창의성은......

 

쉬는 시간에 잠깐 창의성에 대한 동영상을 보여 주셨다.

내용이 좋아서 요약을 해 본다.

 

창의성이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게 아니라 부단한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란다.

창의적인 사람은 원래부터 타고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창의성을 신장하기 위해서는

1. 호기심

2, 노력

3, 경험

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호기심은 그 어떤 것도 당연하다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생각해 보는 자세일 것이다.

 

노력은 <꿈 꾸는 다락방>의 저자 이지성씨를 예로 들었는데

초등학교 교사였던 이지성 씨가 어떻게 하여 작가가 될 수 있었는지 보여 주었다.

그는 출판사에서 여러 번 거절당한 후, 도서관이 가장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하였다고 한다.

그 후 인문학 서적을 엄청나게 읽었다고 한다.

한 해 동안 그가 대출한 권수는 1900여권이 넘었다.

그렇게 9년 동안 5000권이 넘는 인문학 서적을 탐독하였다고 한다.

1일에 1.5권의 책을 읽은 셈이란다.

2000권의 책을 읽게 되는 순간, 그 때부터 자신감과 확신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 동안은 끝까지 해 보지 않았기에 못했다는 것과 자신이 끝까지 하면 못 할 게 없으리라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렇게 인문학 서적을 탐독한 후에야 자신만의 독특한 책을 만들 수 있었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경험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 씨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많은 것을 경험해야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직접 경험이 가장 좋지만 모든 걸 직접 경험할 수 없기에 독서 같은 것으로 간접 경험을 한다고 한다.

그는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긋고, 그 부분을 워드로 옮긴다고 한다.

정말 좋은 구절은 써서 자신의 사무실에 덕지덕지 붙여 놓고

시시때때로 읽어 제 것으로 만든다고 한다.

그의 수첩에는 빼곡하게 많은 것들이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이런 경험들이 축적되어 있어야 필요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끄집어져 올라온다는 것이다.

"많이 기억된 사람들일수록 필요한 순간에 올라온다"

"감동받는 게 능력이다."

는 그의 말을 재빨리 받아 적었다.

"시청하는 게 아니라 견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도 참 멋지다. 역시 광고를 한 사람답게 말이 가슴에 팍팍 박힌다.

시청은 그냥 보통 사람들이 하는 방식이고, 창의적인 사람은 모든 것들에 감동을 받으며 견문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다.

알라디너 세실님이 왜 이 분을 좋아하시는지 이해가 된다. 방학이 되면 이 분 책부터 읽어봐야지.

 

 

며칠전 연수와 오늘 창의성 강의를 통해

결국 창의성 신장의 해답도 "독서"에 있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다양한 책을 읽고 배경지식이 넓어진 상태에서 창의성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방학 동안에는 나도 아이들도 여러 가지 체험들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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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7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07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3-07-07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피티 usb에 저장할때 폰트도 함께 저장하면 되더라구요.
조금만 참으면 되는걸 순간에 화가나서......
따님이 대견하네요^^

직장인들에게 더 공감 되는 박웅현이죠.
감성과 창의력을 키우는 힘은 책읽기!

수퍼남매맘 2013-07-07 18:34   좋아요 0 | URL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교사 독서동아리 다음 책은 박웅현 님 책으로 강추하려고 합니다.

물빛 2013-12-08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딸이 미술을 워낙 좋아하고 주변에서 재능이 있다고해서, 미술영재쪽에 관심이 있는데 정보가 많이 없어서 막연하더라구요. 아직 초1이지만요.
혹시 미술영재쪽 지원준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심 감사하겠어요.. 너무 실례되는 질문이죠? 일면도 없으신 분인데...
막막한 마음에 도움 청해봅니다.
그럼, 따님과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수퍼남매맘 2013-12-08 18:31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딸도 그렇고 다른 영재원 아이들도 아주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하고 늘 그림을 그리던 아이들로 미술 학원 경험이 전무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더라구요. 미술 학원을 일찍 다니면 기술적인 면은 향상될지 모르지만 창의성은 발달하지 못한다고 해요. 지금은 그저 아이가 미술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놔두세요. 좋은 그림책 많이 보여주시고, 종이접기, 클레이아트, 레고 같은 것도 하면 좋아요. 딸은 초 6이지만 지금껏 한 번도 미술 학원에 다니지 않았답니다. 영재원 아이들 대부분도 그렇구요.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이 책의 저자인 백화현 선생님의 강의가 있다고 해서 부장회의가 있는 목요일이지만 용감하게 연수를 신청하였다.

나 외에 독서에 관심 있는 두 분과 함께 교육청으로 갔다.

초, 중, 고등학교가 함께 모이는 연수는 드문데 오늘 연수는 "독서동아리"라는 주제 때문에 한자리에 모였다.

 

백 선생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고 글도 간혹 읽어본 적이 있긴 한데

제대로 만남을 가진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알라딘 지인인 순오기님과 비슷한 인상이라서 참 반가웠다.

책과 가까이 지내시는 분들은 인상도 좋다.

 

선생님은 왜 자신이 학교도서관 그리고 책모임에 열정을 갖게 되었는지 아주 장황하게 설명을 하셨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독서라는 것도 철학이 없이 기능면으로 접근하게 되면

또 하나의 사교육이 되어 아이들을 쥐어 짜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4년 동안 우수한 아이들을 가르첬던 선생님은

난곡 달동네에서 만난 정반대의 아이들 때문에 충격을 받으셨다고 한다.

세상이 너무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참 힘드셨단다.

교과서도 없고, 학습 의욕도, 꿈도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악만 남아 있는 그 아이들에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할지, 그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무엇으로 풀어줘야 할지 고민고민하다

꺼내들은 고육지책이 바로 책이었다고 한다.

백 선생님이 사춘기 때 책으로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자신이 힘들 때 책 속의 인물들로부터 용기를 얻었던 것처럼

달동네의 아이들도 책과의 만남을 갖게 해 주고 싶었단다.

책이 친구가 된다면 이 아이들에게 자존감이 생기고, 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으리라.

 

이래저래 상처 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그 해결책으로 학교 도서관을 제대로 정비해야겠다는 일념 하에 지금까지 달려왔다고 한다.

적어도 공교육기관에서만큼은 강남의 아이들이나 달동네의 아이들이나 똑같이

좋은 책을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셨던 거다.

실제로 연구 결과

저소득층의 아이들은 중산층 아이들보다 좋은 독서 환경에서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책과 친하지 않다고 한다.

공교육기관에서만이라도 이런 간극을 줄일 수 있도록 제도나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게 바로 보편적 복지이기도 하다.

부모의 경제 능력, 계급을 떠나서

누구나 학교 도서관에서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권리를 누리게 하자는 것이다.

 

자신의 큰 아들을 위해 시작한 도란도란 책모임이,

교사 독서동아리, 학부모 독서동아리, 학생 독서동아리 모임을 운영하고, 이제 책모임이 전국적으로 운동을 확산되기까지

정말 열심히 달려온 백선생님의 열정과 끈기, 수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나도 내가 처한 위치에서 아이들,학부모, 동료 교사들을 설득해 나갈 것이다.

학교도서관은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이며 학교의 심장이라고 말이다.

(우리나라 교장님 중에 이렇게 생각하고 계시는 분이 있을까? 백 선생님이 만나본 미국의 8명 교장님은 이구동성으로 학교도서관은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심장이라고 했단다. 진짜 부럽다. 밑에서 개혁을 하는 것은 정말 지난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리더의 철학이 바뀌면 학교의 모든 것이 바뀐다.)

아직 학교도서관에 정식 사서교사가 배치되지 않고 있다.

현재 근무하시는 분들은 모두 계약직 사서들이라고 알고 있다.

작년부턴가 초등학교에

스포츠강사가 전면배치되었는데 정작 더 중요한 사서교사는 아직 한 명도 없다니.

이게 바로 우리 나라 교육의 현주소다. 참 슬프다.

어디에 돈을 가장 많이 쓰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는 독서가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돈은 다른 곳에 쓰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1-2학년 때 사서교사가 아이들을 데리고 매주 1시간씩 그림책 읽어주기를 한다고 한다.

아무런 독후활동도 없이 오로지 읽어주고,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고, 그림책을 소개해주는 활동으로만 채워진다고 한다.

사서교사가 2년 동안 좋은 그림책을 읽어준 미국 초등학교의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온 우리나라 아이들과 얼마나 많은 차이가 날 건지 뻔하다.

백 선생님이 만난 우리 나라 모 재벌 그룹의 인사과장도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룹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우리나라 SKY 출신을 채용하지 않고, 해외출신들을 채용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해외출신들이 국내 대학 출신자들보다 훨씬 창의적으로 업무수행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우리 나라 아이들은 암기식 공부를 잘할지 몰라도 창의적이지 않다는 결론이다.

 

우리는 왜 그 많은 사교육비를 들이고 그렇게 많은 시간을 공부를 하면서

해외출신들에게 밀려서 88만원세대를 양산해내고 있는지 정말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결국 죽 써서 남 주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백선생님은

앞으로 88만원세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99% 지금의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높이고, 행복지수를 높이고, 학교 폭력을 줄이고, 자살률을 낮추고, 꿈을 꾸게 만들 수 있는 해결책이

바로 독서와 책모임이라는 것이다.

나 혼자 하는 독서도 물론 좋지만

책모임은 책과 만남이 전제된다.

책을 매개로 해서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다.

그 속에서 삶을 나누고,  토론을 하고, 타협을 배우고, 사랑과 실천을 배우는 것이다.

책모임을 통해 나를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결국은 달동네의 아이들이 백 선생님을 지금으로 이끈 셈이 되었다.

백 선생님은 꾸러기 큰 아들이 결국 자신의 스승이 되었다고 회고하셨다.

어떤 하나에 미쳐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가열차게 달려온 사람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다.

연수 종료 시각이 지났는데도 백 선생님의 열띤 강의에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끝까지 남아 강의를 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또 하나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나부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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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3-07-06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연수를 들으셨군요. 요즘은 이런 독서 운동하시는 분들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읽습니다. 저도 백화현 선생님을 강연 듣고 싶네요. ^^

수퍼남매맘 2013-07-06 15:36   좋아요 0 | URL
혼자 읽는 책도 좋지만 백선생님 말씀처럼 모이면 시너지 효과가 나니 책 모임이 훨씬 효과적이죠.
샘도 저도 독서동아리 열심히 하자고요. ㅎㅎㅎ

희망찬샘 2013-07-07 09:00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저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어 하길 잘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2학기에는 학교에서도 동아리를 한 번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어른들이 원하시기도 하지만, 독서에 대한 목마름이 교사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수퍼남매맘 2013-07-07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반대 생각이에요.
교사들조차도 독서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독서를 하지 않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그건 학부모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가야 할 길이 참 멀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야죠.
한 사람 한 사람 설득하면서 말이죠.

희망찬샘 2013-07-07 16:50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제가 만난 많은 분들은 독서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필요성도 느끼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에 대한 안내가 있다면 좀 더 쉽게 함께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책을 싫어하는 아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이 접하지 않은 아이가 있을 뿐이라는 한상수 이사장님 말씀과도 조금 맥을 같이 한다고나 할까요? 관심은 있지만,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이지요. 뭐, 달리 풀어 말한다면 실천이 없는 것은 관심이 없는 것이라는 말과도 통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지요. 먼저, 이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 조언자로서의 역할은 할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해 보려 합니다.

수퍼남매맘 2013-07-07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너무 회의적이었나요? 관심은 있으나 실천이 부족하다고 해야겠네요.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저 또한 책과 담 쌓고 지내는 사람 중의 한 명이었으니
제 경험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절망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고 갈 길을 가야하겠죠.
우리 모두 화이팅!!! 입니다.
 

3시부터 출장을 가야하는데

6교시 5학년에 보결을 들어갔다 왔다. 바쁘다 바뻐!!!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이라서 내가 잘할 수 있는 독서교육을 하였다.

우리 반 아이들 데리고 했던 창의성 수업 말이다.

먼저 책 좋아하는 친구들 손 들어 보라고 하니

예상보다 절반 이상이 든다.

끝말에 " 만화책이요~" 했지만서도 절망적이진 않다.

 

이보나 씨의 <문제가 생겼어요>를 플래쉬 동화로 들려주고

다리미 자국으로 연상하여 그려 보라고 하였더니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하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집중하더니 놀라운 작품들을 그려내기 시작하였다.

역시 선배답다.

 

자기들끼도 놀라운지 흘끔흘끔 서로의 작품을 곁눈질로 본다.

내친 김에 하나를 더 보여줬다.

우리 반 아이들은 다 아는 이보나 씨를

5학년 아이들은 전혀 알고 있지 않았다.

<학교 가는 길>을 보여 주며 발자국이 어떻게 변하는지 잘 보라고 하였다.

발자국이 각양각색으로 변하는 걸 보더니 마지막에 박수를 보낸다.

손뼉까지 칠 줄은 몰랐다.

 

5학년 아이들을 보면서 또 깨닫는다.

아이들은 책을 좋아한다.

다만 책을 읽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에 책과 덜 친한 것 뿐이다.

아이들을 책과 멀어지게 한 것은 결국 부모와 교사, 이 사회가 아닌가 싶다.

책 읽어야 할 시간에 학원 다니고, 게임 하고, 카카오톡 하고 말이다.

책 읽을 시간이 주어지고, 주변에 좋은 책들이 있다면 분명 책과 친하게 지낼 아이들이다.

 

너희가 그린 작품은 1학년 동생들에게 보여줄 거라고 하니 더 열심히 한다.

끝나는 종이 울렸는데도 집에 돌아가지 않고

끝까지 남아 완성을 한 남학생도 인상적이다.

5학년 정도 되면

" 아무 것도 생각이 안 나요." 라고 배 째라는 식으로 가만 있는 아이가 한 둘 있기 마련인데

끝나는 종이 울렸는데도 열심히 그리고, 색칠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을 잘 이끌어 줘야 할 터인데....

 

수업을 끝내면서 담임 선생님 컴퓨터 바탕 화면에 그림책을 언제든 볼 수 있도록 링크를 걸어 놨으니

공부하기 싫을 때, 너무 더워서 집중하기가 힘들 때, 담임 선생님께 틀어 달라고 말씀 드리라고 했다.

전학년이 아침자습 시간만이라도 차분히 앉아 독서를 할 수 있는 학교 분위기가 마련된다면

아이들에게 많은 자양분이 될 텐데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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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3-07-06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걸요.

수퍼남매맘 2013-07-06 15:38   좋아요 0 | URL
고학년도 얼마든지 책을 즐길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엿봤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