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나 씨의 상상그림책 1번 <문제가 생겼어요>를 내 목소리로 읽어주었다.

 

할머니가 손수 수 놓은 새하얀 식탁보를

아이는 엄마 몰래 다리미질을 하다가 딴 생각하는 바람에 태워버렸다.

문제가 생긴 것이다.

새하얀 식탁보에 누렇게 다리미 자국이 생기자

아이는 엄마한테 혼날까 봐 두려워서

거짓말을 하려고 궁리를 해 보기도 하고

도망치려고 해 본다.

아이들은 주인공이 점점 양심을 버리고 거짓말을 생각해 내는 과정과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고, 배를 타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회피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이해가 되는 듯하다.

아마 각자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게다.

나도 이 아이처럼

엄마한테 혼날까 두려워 양심을 팔아먹은 적이 있었던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싶었던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 보면

서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난 엄마와 교사의 입장에서

주인공의 엄마의 언행에 더 눈과 마음이 간다.

다리미 자국이 나 버린 식탁보를 본 엄마는 화를 내기는 커녕

두려워하는 아이를 향해

" 예쁜 얼룩이구나!" 라고 말해 준다.

그리고 색실을 가져와서 다리미 자국을 이용해 창의적인 모양을 만들어 낸다.

이게 바로 창의성이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고, 엄마의 사랑이 아니겠니?

나 또한 잘못을 저질러 불안에 떨고 있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마음이 넓고 깊은 어른이고 싶은데 오늘도 아이들과 쟁쟁거리고 실랑이를 하고 있다.

하다 못해

럭셔리한 화장실을 사 줬는데 아무데나 변을 싸 버린 우리 집 고양이 오니에게도 화를 낸 게 참 부끄럽다.

집에 온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도 우리 가족에게 마음을 열어 주지 않는 오니에게

많이 서운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많이 반성했다.

오니가 부모 형제와 떨어져서, 낯선 환경에서 얼마나 힙들까 더 배려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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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7-04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보나 씨 책 중에 이게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엄마의 입장에서 책 속의 엄마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더 감동했거든요.

수퍼남매맘 2013-07-04 13:15   좋아요 0 | URL
오늘 아이들과 이 책 다시 보니 정말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더군요.
님 말씀처럼 엄마이거나 교사인 저희들에게 더 감동을 주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집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보고 구매해야겠어요.
 

이틀 전 저녁에 울 반 아이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자신이 얼마 전 교회에서 골든벨을 울려 문화상품권을 받았는데

그걸로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이보나 씨의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거였다.

우리 반에서 단연 최고의 책벌레인 이 어린이는 어쩜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이야기의 발단은 이렇다.

요즘 교실에 이보나 책을 비치해 놓고 하나씩 읽어주고 있는데

그 중에서 도서실에서 빌려온 이 책을 보여 주면서

" 이 책은 말이야, 너무 비싸서 선생님도 아직 못 사고 있어요. 다음에 세일하면 사려구요" 라고 했던 책이다.

내 말을 귀담아 들었던 @@ 어린이는 엄마에게

그 책을 선생님께 선물하고 싶다고 하였고,

그 책 이름이 아리송송해서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그 책을 선생님께 선물하면

교실에 놔두고 친구들과 후배들이 두고두고 볼 수 있어서 선물하고 싶다는 거였다.

내가 나중에 2학년 올라가기 전에 돌려주겠다고 하니

선생님이 교실에 가지고 있으면 후배들도 볼 수 있으니 기증하겠다는 말을 하였다. 어쩜 이리 예쁠까!

고작 8살인데 이런 속 깊은 생각을 한다는 게 정말 감동적이었다.

 

진정한 책벌레의 이 기특한 마음을 거절할 수 없어서 고맙게 받았다.

솔직히 이번에 사계절 북카페에 갔는데도 내년에 좀 더 가격이 다운되면 사야지 하며

마음을 접었는데(출간한지 18개월이 지나야 가격이 다운된다.)

이렇게 제자에게 선물을 받게 될 줄이야....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이런 게 진정한 책벌레의 태도라고 이야기 해 주었다.

책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가?

단순히 혼자서 똑똑해지기 위해서라면 그건 얼마나 마음의 넒이가 좁은 것인가!

이 어린이처럼 진정한 책벌레는 남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자리에까지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힘 주어 말해 주었다.

권정생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반 어린이들은 "책 읽어서 남 주자"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고 다시 한 번 말해 주었다.

 

그리고 작년 아이들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작년에도 @@어린이처럼 기부 천사가 여러 명 있어서

자신이 읽었던 재미난 책들을 교실에 가져와서 선생님과 다른 친구들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이다.

선생님이 집에 있는 좋은 책들을 가져와서 너희들에게 빌려주는 것처럼

여러분들도 자신이 감동 받은 책들을 교실에 가져와서 친구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교실이 되겠니?

하고 말이다.

지금의 어린이들도 작년처럼 기부를 실천으로 옮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하고 싶어도 부모들이 허락하지 않으면 실천이 안 되니깐-

@@ 어린이의 이 따뜻하고 멋진 행동이 다른 아이들에게 깨달음을 주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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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7-04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 깊은 아이의 마음씀이 정말 감동이네요~
경쟁이 아니라, 이런 아이를 키워내는 걸 목표로 삼는 학교교육이 되면 좋겠어요.

수퍼남매맘 2013-07-04 13:14   좋아요 0 | URL
아이가 부모님을 닮아 마음 밭이 큰 걸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아이처럼 가정과 학교가 나눌 줄 아는 사람을 키워냈으면 좋겠어요.
똑똑하고, 부자 되어서 자기만 잘 먹고 잘 사는 사람 말고요.

희망찬샘 2013-07-06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멋진걸요.

수퍼남매맘 2013-07-06 15:37   좋아요 0 | URL
참 멋진 아이죠.
 

아침부터 장맛비가 거세게 내려서 나도 아이들도 학교 가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빗소리 들으며 아침독서를 하니 운치가 느껴졌다.

 

5교시에 이보나 씨의 <학교 가는 길>을 플래쉬 동화로 들었다.

내가 직접 읽어주는 것이 더 좋으나 가끔 목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별로일 때는 플래쉬 동화를 이용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발자국이 여러 개로 변신할 때마다

" 와! " 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곤 했다.

 

다 듣고 나서 우리도 한 번 해보기로 하였다.

발자국으로 연상되는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자

어제보다는 더 쉽게 그리기 시작한다.

 

 

한 바퀴 돌아보니

미래의 이보나가 될 것처럼 아주 창의적인 그림도 몇 개 보였다.

내일 가서 사진으로 찍어서 올려야겠다.

역시 아이들의 창의력은 무궁무진하다.

다른 친구들의 그림도 돌려 보면서

하나의 발자국이 이런 저런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음에 스스로 대견해 하였다.

<학교 가는 길>이 즐거워서 아파도 비가 와도 꼭 오고 싶은 학교인 울 1학년 아이들,

이제 17일 후면 첫 여름방학을 맞이하게 된다.

방학 동안에도 좋은 책 읽고 생각과 마음이 쑥쑥 자라나길 바란다.

 

내일은 <문제가 생겼어요>를 읽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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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7-03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보나 씨 책을 보면 독자도 덩달아 상상력과 창의력이 커질 것 같죠.^^
'와아~ ' 탄성을 지르는 아이들도 멋진 생각을 잡아낼 거에요!!

수퍼남매맘 2013-07-03 14:5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보나 씨 책을 볼 때마다 창의성의 정석을 보는 것 같아요.
아이들도 즐겁게 창의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답니다.
 

7월에 아이들에게 읽어줄 책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해 줄 책들로 주제를 잡아 봤다.

창의력 하면 떠오르는 작가는 바로 폴란드 출신의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님이다.

어른인 내가 봐도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어쩜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미 50대를 넘어선 그녀의 창의력은 나이를 무색하게 만들며

벌써 2번의 라가치 대상을 수상하게 만들었다.

<마음의 집>과 <눈>으로 말이다.

 

지금의 어린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 성공의 열쇠는 단연 창의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누누히

" 너희가 살아갈 세상은 공부 잘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게 아니라 창의적인 사람이 성공할 것이다" 라고 말해주곤 한다.

그래서 틈 날 때마다 창의력 연습을 하곤 한다.

이보나 씨의 책은 아이들에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충분히 자극해 주고, 활성화시켜줄 거라고 믿는다.

다행인 것은 창의력도 훈련과 연습을 통해 신장된다는 점이다.

 

오늘 읽어준 책은 <생각연필>이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특히 국어 시간에 뭔가 자신의 생각을 쓰라고 할 때마다 하염없이 공책만 보고 있는 아이들이 보이곤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나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생각 그러니까 상상력, 창의력은 어디서 오는지

이보나 씨는 연필 한 자루를 통해 여러 가지로 보여 준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여기저기서 " 대박" 이라는 말이 터져 나온다.

 

마지막

"여러분도 이보나 아줌마처럼 연필 한 자루로 창의적인 것을 그려 보세요" 하고 하자

생각을 잡아 자신만의 창의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좋은 생각이 났다면서 연필에서 연상되는 무엇인가를 그려오는데 물론 엉터리도 있지만

제법 그럴 듯하게 그린 아이도 있다.

아이들은 무작정 흰도화지를 주고 그려라 할 때보다

하나의 선이라도 단서를 주면 더 창의적으로 표현을 한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

내일부터는 장마도 시작된다는데

여름 방학 전까지

이보나 씨의 그림책과 함께 창의력이 쑥쑥 자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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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7-03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보나씨 정말 대단한 작가에요.@@

수퍼남매맘 2013-07-03 14:54   좋아요 0 | URL
우리 나라에도 이런 그림작가가 언젠가는 나오겠죠.
그러기 위해서 이런 창의적인 그림책을 어려서부터 많이 읽고 모방하는 것도 필요해 보여요.
 

사계절의 시리즈 중에서 <일과 사람>시리즈가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시리즈 중의 하나인데요

지금 알라딘에서 리뷰 대회를 하고 있네요.

11-14권까지는 아직 구매를 못 했는데 얼른 구매부터 해야겠네요.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detail_book.aspx?pn=130619_sakyejul_workn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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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6-30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홍보해야지 생각은 했는데 아직 올리지는 못했네요.
4권만 리뷰했는데 이참에 몇 권 더 써야겠어요.
아직 시리즈를 다 구입하지 못했지만...

수퍼남매맘 2013-07-01 14:11   좋아요 0 | URL
저도 그동안 오니 때문에 정신 없다가
엊그제 사계절 북카페 갔다가 포스터를 보고 홍보 시작했어요.
리뷰는 쓸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요.
바야흐로 성적의 계절이 도래하여서...

희망찬샘 2013-07-06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좋은 소식이에요. 선생님 이야기 언능 이 기회에 하나 사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수퍼남매맘 2013-07-06 15:35   좋아요 0 | URL
책 욕심, 리뷰 욕심은 나는데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네요. 큭큭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