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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신청합니다 ㅣ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74
이명랑 지음, 이강훈 그림 / 시공주니어 / 2013년 3월
평점 :
5학년 올라오면서 전학을 온 현상이는 아직 학교가 낯설고, 친구도 없어 외롭다.
그런데 어느 날, 급식 시간에 미트볼을 3개 먹은 것 때문에 재판을 받게된다.
5학년 5반에는 누구든지 억울한 일이 생기면 재판을 신청할 수 있다는 규칙 때문이다.
장 진이 현상이가 미트볼을 3개 먹는 바람에 자신은 미트볼을 하나도 먹지 못했다며 재판을 신청한 것이다.
친구가 없는 현상이는 변호사도,판사도, 배심원도 구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변호하기에 이른다.
재판의 결과는 뻔하지 뭐.
현상이는 이런 이상한 재판에 도저히 승복할 수가 없다.
뭐야? 고까짓 미트볼 3개 때문에 재판을 받고, 장 진의 도우미를 1주일이나 해야 한다니?
말은 도우미이지만 완전 노예잖아?
어릴 적 재밌게 보던 미드 중에서 <하바드 대학의 공부 벌레들>이라는 것이 있었다.
제법 늦은 시각에 하는데도 주거니 받거니 토론을 펼치는 게 흥미로와서 끝까지 보고, 챙겨보곤 했었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아주 잠깐 " 변호사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지금도 내가 법정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은 아마 어릴 적 그 미드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 책을 보면서도 아이들이 재판을 하는 과정이 상당 부분 나와서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나처럼 법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분명 이 책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보다 더 이 책이 재밌었던 이유는 바로 5학년 5반이라는 곳이 기성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바로 5학년 5반에서 똑같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아이들 스스로 반성하고 뉘우치라는 의미에서 재판제도를 마련하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재판을 악용하여 도우미가 된 같은 반 친구들을 노예처럼 부려먹기 시작한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법이 보이는 법 위에 군림하면서
아이들은 서서히 강자의 눈치를 보게 된다.-여기서 강자는 소위 잘 나가는 아이들이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양심의 목소리들은 묻혀지게 된다.
더 나아가 현상이 같은 아이들이 양심을 지키려고 이의를 제기하려 들면 무참하게 짓밟아 버린다.
지금 우리 사회도 엄연히 법이 존재하지만
이 사회가 법이 잘 지켜지고 있다던지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말 그대로 법은 법이고, 다른 것들(권력이나 돈)이 법보다 더 위에서 우릴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약자들은 서서히 거기에 길들여지고, 패배주의가 만연하여 더 이상 맞서 싸울 용기도 내지 않는다.
왜? 어차피 법은 강자의 편에 서고, 강자의 손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5학년 5반이 그렇다.
현상이는 그런 반 아이들을 보면서 갈등한다.
현상이의 갈등은 오늘을 사는 나의 갈등과 똑같다.
나도 항상 이런 갈등을 하고 산다.
나도 모른 척하자. 남들도 그러는 데 뭐.
나 하나 항의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지.
괜히 모 나게 굴면 나만 손해야.
조용히 있는 게 남는 거야.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 , 그렇게 무시하고 살자.
현상이는 불의와 맞서기로 한다.
자신의 양심이 시키는 대로 용기를 내기로 한다.
왜 현상이라고 두렵지 않겠는가!
이제 전학 와서 친구도 하나 없는데
괜히 나섰다가 완전 왕따 될 게 불 보듯 뻔한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상이는 악법에 맞서기로 한다.
스스로 가시밭길을 택한다.
난 우리 어린이들이
부디 현상이처럼 자라주길 바란다.
불의에 주저앉지 말고,
저 혼자 편한 길을 택하지 말고,
약자의 편에 서서,
정의를 이룩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으로 자라주길 바란다.
현상이 같은 아이들이 많아진다면
분명 오늘보다 더 나은 미래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