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재 교육원 입학식
지난 목요일에는 딸의 미술 영재 교육원 입학식이 북부 교육 지원청에서 있었다.
그 전날 수요일에는 학부모 총회가 있었는데 총회 때는 엄청 말을 많이 하기에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또 행사를 가야 해 정신력으로 버티었다.
그래도 딸 영재 교육원 입학식인데 어찌 안 갈 수가 있겠는가!
다른 영재들도 모두 함께하는 합동 입학식이여서 (수학, 과학, 정보, 미술 입학생 160명)
지난 번 내가 연수를 받을 때는 넓어 보였던 교육청 대강당이 입추의 여지 없이 꽉꽉 들어찼다.
학교에 조퇴를 하고 가야 해서 아들도 데리고 갔는데
중간에 지루해진 아들은 난간에서 잠이 들어 버렸다. 안고 있느라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 160명에다 보호자들, 내빈들까지 더해지니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어서 공기가 탁했다.
미술 영재가 제일 늦게 만들어졌다고 하여 모든 것이 제일 나중이었다.
축사할 때 교육장님이 여성으로 바뀐 지도 오늘에서야 알았다.
여성 대통령에 여성 교육장에 여성 교장에 바야흐로 여성 시대인 듯하다.
미술 영재도 20명 중에 여자 어린이가 16명이다.
2. 부장 회식과 갓 로스팅한 맛난 커피
입학식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집에 데려다 주고, 난 또 부장 회식을 가야했다.
다른 회식이면 둘러대고 빠질 수 있지만 첫 부장회식이다 보니 참석을 해야만 했다.
다른 부장님을 모시고, 함께 갔는데 회식 장소가 서울도 아니고 의정부였다. ㅋㅋㅋ
음식은 괜찮았다. 특히 목살 스테이크는 처음 먹어본 요리인데 고추장 소스가 매콤 한 게 독특했다.
학교는 학년말과 학년초에 회식이 몰아 있어서 버거울 때가 있다. 좀 분산됐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본다.
오죽 하면 울 아들이
지난 학년말부터 지금까지 회식을 자주 하는 걸 보더니
" 엄마, 오늘도 회식 있는 거 아니지?" 이렇게 물어 본다.
여자가 가정일 하면서 사회일 하는 게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평교사일 때는 잘 몰랐는데
부장되니 교감, 교장으로 승진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대단해 보이는지 모른다.
그 자리에 가기까지 가족들의 협조와 많은 희생이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1차까지만 하면 좋은데
서울로 다시 넘어 와서 라이브 카페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아주 다행스럽게도 윗분이 알고 있던 그런 라이브 카페가 변질되어 잠시 있다가 나오게 되어
나에게는 천만다행이었다.
오늘 내내 나의 네비가 되어주신 선배님을 댁까지 모셔다 드리면서
로스팅을 직접 하는 커피 전문점에 들어가게 되었다.
작년에 항상 그 커피집의 커피가 맛있다고 하시곤 하셨는데 이제서야 오게 되었다.
선배님께서 커피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갓 로스팅한 커피와 수퍼남매가 엄마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거라며
와플을 사주셨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맛있는 커피집 알려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데 커피에 와플까지...
하여튼 난 주변에 좋은 사람이 무지 많다.
회식하고 나서는 뭐라도 집에 들고 들어가야지 빈 손으로 들어가면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와플을 들고 집에 들어 가니 아이들이 무지 좋아한다. 나보다 와플을 반기는 듯.....
그런데 또 하나의 선물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뭐냐하면 순오기님이 딸이 전교회장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보내 주신 책이 도착해 있었다.
난 진짜 인덕이 많은가 보다.
선배님과 순오기님에게 언젠가 갚을 날이 오겠지.
3. 교과서 10권 배부와 급식판 사고
금요일에는 새내기들에게 교과서 10권을 배부하였다.
교과서를 확인하러 연구실에 가 봤더니 어느새 교과서들이 상자에서 나와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 있었다.
우렁 각시가 다녀갔나?
물어물어 보니 어제 내가 조퇴한 사이 두 선배님께서 정리를 해 놓으셨단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초짜 학년부장 힘들지 않게 이렇게 세심한 배려를 해 주시다니....
아이들 인솔해서 교과서를 10권 챙기게 하고,
교실에 와서 10권 확인하고, 이름 쓰고, 사물함에 정리하다 보니 진이 다 빠졌다.
1학년 아이들 특징이 전체적으로 세세히 말해 줘도 안 듣고 있다가,
아니 들었더라도 꼭 개인적으로 물어보고 확인하려는 아이들이 여럿 있다는 것이다.
그 아이들에게 일일이 대답해주려니 진이 빠진다.
5반을 다 배부하고 나니 1질만 겨우 남았다. 어쩌면 교과서 여유분이 이렇게 하나도 없을 수가 있나?
절대 분실하면 안 된다고 아이들에게 주지시켰다.
수학익힘책만 가정으로 보냈다.익힘책을 가방에 넣어라고 하니
어떤 아이 왈
" 선생님, 오늘부터 익힘책 풀어요?" 한다. 역시 일학년다운 질문이다.
" 아니. 나중에 알림장에 써주면 그 때 푸는 거야"
교과서 받아서 아이들이 흥분하였는지
급식판을 두 명이나 엎어서
그것 치우느라 하교 시간이 지체되었다.
아이들이 흥분한 날은 꼭 그렇게 사건사고가 생긴다.
4. 미술 영재 첫 수업
놀토지만 이제 놀토의 여유로움과는 멀어질 것 같다.
어제 분명 알람을 맞췄는데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알고 보니 토요일 설정을 안 해 놓은 것이다. 이런 바~ 보
영재 첫 수업에 지각할 뻔 했다.
신호등은 왜 그리 잘 걸리는지, 길을 또 잘못 들어 돌아가고, 겨우 2분 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하였다.
영재 교육원은 지각, 조퇴, 결석을 철저히 체크하기 때문에 내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놀토되면 늘어지게 자던 좋은 시절은 당분간 끝이다.
오늘은 오리엔테이션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미술 영재 교육 과정이 운영될지 어린이, 학부모를 한자리에 모아 놓고 설명을 해 주셨다.
여름 집중 수업도 있고, 서울 시내 미술 영재 합동 캠프도 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았다.
무엇보다 자기와 똑같이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하며 훌륭한 멘토의 지도 하에 다양한 미적 체험을 하게 될 것 같다.
지난 입학식 때 아이들에게 자화상을 4절지에 그려오라는 숙제가 있었다.
딸은 어제 학교 끝나마자마자 친구들과 몇 시간을 놀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하였고,
내가 보기에 그게 마음에 안 들어 다시 그리라고 하였다.
첫 인상이 중요한데 그렇게 대충 그려서야 되겠냐고 좀 잔소리를 했더니
딸은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그리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완성하는 것 보고 자느라 늦게 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다른 아이들 작품 보니 어제 첫 작품을 가져왔더라면 많이 창피했을 듯하다.
실력이 좋은 아이들이 몇 명 보였다. 아이디어도 참신하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무대 위에 선 채로 자신의 자화상을 보여 주면서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5학년 어린이가 첫 스타트를 하였는데 웬 걸?원고를 써 온 것이다.
아뿔사 울 딸은 어제 자화상 다시 그리느라 아무 준비도 안 했는데....
5학년 6명이 끝나고 이제 6학년 차례가 되었다.
5학년은 원고를 써 온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6학년은 원고를 보지 않고 즉흥적으로 하는데도 떨지 않고 잘하는 아이들이 여럿이었다.
드뎌 울 딸 차례. 딸은 그새 스마트폰에 원고를 썼나 보다.
스마트 폰을 잠시잠시 보면서 자기 소개를 똑똑하게 잘하였다.
역쉬~ 전교회장 선거를 했던 그 경험이 좋은 영향을 끼친 듯하다.
미술 좋아하는 아이들이 어쩌면 하나같이 말도 잘하는지....
앞으로 일 년 간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서로 좋은 시너지를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
딸은 벌써 친구를 사귀었다면서 나를 놀래켰다.
당장 다음 번 수업 때 미술관 견학이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오늘은 첫 수업이라 학부모들도 4시간을 꼬박 특강을 받느라 힘들었다. 물론 내용은 좋았지만서도 말이다.
춥고 배고프고....
5. 수퍼남매 치과 진료
영재 수업이 끝나고 집에 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며칠 전 아들이 이가 아프다고 해서 들여다 보니 이가 부서져 나가서 아이들 데리고 치과를 갔다.
더 방치해 두었다간 안 되겠다 싶어서 어젯밤부터 아들에게 조근조근 설명을 해 주고, 마음의 준비를 시켰다.
먼저 누나부터 들어가서 치료를 받았다.
지난 겨울에 받았어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지금에서야 치료를 하게 되었다.
아들도 겨울 방학 때까지는 조금 썩은 정도였는데 갑자기 확 진행이 된 것 같아서 놀랐다.
신경치료를 해야 하면 마취 주사가 아파서 많이 놀랄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예상 했던 것과는 달리 아들은 하나 울지도 않고, 마취주사를 잘 맞았고
신경 치료, 씌우는 것까지 잘했다. 하루에 다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오늘 오길 잘했다 싶었다. 그래도 아들은 누나에 비하면 이가 강한 편이다.
누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치과 다니느라 돈도 많이 들고, 고생도 많이 했었다.
치료를 마친 아들을 보고
누나와 내가 " 용감하다"고 칭찬을 해 주니 아들은 기분이 많이 업 되었다.
오는 길에 수퍼에 들러 이런 저런 먹을 거리를 사서 들고 오면서
아들은 " 일기 쓸 게 생겼다" 고 좋아한다.
이가 번쩍번쩍 빛난다면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빠에게 자랑을 했다.
이 많은 일들이 내게 일어났다.
이번 주까지 교육과정을 마무리 해야 하는데 오늘과 내일 완성할 수 있을까? 아! 머리에 또 쥐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