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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 좀 어때! ㅣ 푸른숲 새싹 도서관 6
고토 류지 지음, 하세가와 토모코 그림, 고향옥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우리 아들을 위해 나온 책이라는 생각이 제목을 보면서부터 들었다. 울보인 울 아들 때문에 고민이 좀 많았다. 이 아이가 학교 들어가서 울보라고 놀림을 당하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남자 아이인데 남자 답지 못하다고 핀잔을 들으면 어쩌나 부모로서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가 속한 반 아이들은 아들의 울음 폭발에도 아들을 놀리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고, 담임 선생님께서는 그런 걸 다 포용해 주시는 정말 넉넉한 분이셔서 1학년을 잘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엄마의 걱정이 없어지진 않았다. 이대로 계속 울보로 자라면 어쩌나 싶고,1학년은 착한 아이들 덕분에 잘 지냈지만 학년 올라가서 이 책에 나온 고지마 같은 짖궂은 아이를 만나서 놀림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염려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 책은 그래서 나에게도 반가운 책이었다.
주인공 신은 아들처럼 울보이다. 별거 아닌 일에도 울음이 폭발해서 그칠 줄을 모른다. 우리 아들도 내가 보기엔 별거 아닌 일인데도 불구하고 찔끔거리거나 간혹 울면서 폭풍 방언을 해대는 통에 가족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신지가 오늘 대폭발한 이유는 바로 둘도 없는 단짝 친구 구로사와의 장난 때문이었다. 구로사와는 머털 도사 같은 헤어 스타일에 행동은 만화에 나오는 짱구와 비슷한 소문난 말썽꾸러기이다. 그 구로사와가 교실을 청소한 걸레로 신지의 얼굴도 청소해 주겠다면서 신지의 얼굴을 문지르는 바람에 신지의 눈물샘이 폭발한 것이다. 이 정도의 장난을 당하면 안 우는 애가 거의 없을 듯하다. 구로사와의 창의적인 장난은 이 시리즈 전편에 걸쳐 나온다. 교실에 보면 이런 구로사와 같은 꾸러기들이 꼭 한 명은 있게 마련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런 꾸러기들 때문에 교실이 활기찬 면도 있다. 모범생만 모여 있다면 얼마나 싱거울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 본다.
한 번 폭발한 눈물샘은 쉽게 그치질 않고, 친구들이 위로를 해 줘도, 선생님이 타일러도, 계속하여 나왔다. 그나마 울 아들은 얼른 상대방이 진심을 다해 사과를 하면 금세 그친다는 점이 다행이다. 아들이 눈물이 많아진 것은 순전히 누나와의 관계성 때문에서 비롯되었다. 둘째로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유일한 방법이 울음이 아니었을까 나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하여튼, 단단히 구로사와에게 토라진 신은 다시는 구로사와와는 놀지 않기로 결심을 하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모두 말한다.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도깨비로 변하여 신이보다 더 화를 내는데 신이는 이제 구로사와와 절교을 해야 하는 걸까? 구로사와와 절교하면 아무래도 심심할 듯한데....
신이 그렇게 수업을 방해할 정도로 울어대는데도 야단치기는 커녕 오히려 위로해 주고, 울도록 내버려 두는 선생님의 아량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아동 심리 상당가들도 잘 우는 아이들에게 부모가" 울지 마, 울면 못 써. 울면 애들이 놀린다"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일단 내 아이나 교실의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그걸 참아내기기 힘들긴 하다. 우는 아이는 분명 이유가 있어서 울음으로 자신의 기분상태를 표현하는 것일 텐데 일단 울음 소리를 들으면 신경이 곤두선다. 특히 수업 시간에 방해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엄마와 담임으로서 우는 아이들을 참아 내는 것은 대단한 인내가 필요하다. 저학년을 하다보면 신이 같은 아이들이 교실에 꼭 한 두 명 있기 마련인데 신이의 담임 선생님을 보니 예전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신이나 우리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나도 이제는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우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련다. 아들은 이 책을 읽더니 자기보다 더한 울보가 있다는 데서 많은 위안을 받은 것 같다. 울 아들도 신이도 점점 우는 횟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를 해 본다. 울 아들도 아홉 살이 되더니 우는 횟수가 많이 줄어서 요즘 칭찬을 많이 해 준다. 울고 싶으면 울 자유도 아이들에게는 있으니 운다고 해서 너무 윽박지르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