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고전 읽기 혁명>에서 저자는 동산초등학교 전학년과 함께 1년간 고전 읽기를 시행하였다고 했다.

1학년도 했다는 말에 정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었다.

지난 번 리뷰 쓰려고 사진을 찍어 놨는데 리뷰가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사진은 올리지 않았다.

그랬더니 3학년 자료가 암만 찾아도 안 나온다. ㅋㅋㅋ 또 찍기는 귀찮고( 이 놈의 귀차니즘)

올해부터 나도, 수퍼남매도, 교실 아이들도 고전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해 보려고 결심한 이상

동산초등학교의 귀한 자료를 애용할 수밖에 없다. ( 이 목록 만드는데 만도 1년이 걸렸다고 한다. )

그 쪽으로는 내가 문외한이니 1년간 경험을 해 본 분의 자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보배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독서 교육도 물론 준비 작업이 많이 필요하고, 책 선정이 아주 중요하지만 고전은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이 자료를 토대로 해서 수정 보완해 가면 좋을 듯하다.

 

방학이 얼마 안 남았지만 지금이라도 고전을 함께 읽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수퍼남매는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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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1-18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학년들이 읽기에 부담스러운 책도 있지만, 조금씩 조금씩 읽다보면 독서수준도 높아지겠지요^^
아자 아자 화이팅입니다!

수퍼남매맘 2013-01-18 09:44   좋아요 0 | URL
저도 목록만 보면 저게 가능할까 의심스러운 부분이 없잖아 있는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보려고요.

2013-01-18 1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22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1-18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운동 반대해요.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정해놓고 읽히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아이들 스스로 재미를 느끼며 읽는 독서를 저해하는 부작용도 있기 때문에...
그리고 너무 어려서 축약본으로 고전을 읽으면 읽었다는 기억으로 정작 읽어야 할 때 읽지 않아요.
그래서 제대로 된 고전읽기를 하지 않는 폐해도 크다 싶어서...

수퍼남매맘 2013-01-23 00:2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지금껏 고전을 읽으라 권하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권하지 않으면 고전은 스스로 잡질 않는 것 같아요. 수퍼남매 경우에는요.
그래서 고전도 다양한 책의 한 종류라 생각하고 추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해서 울 애들부터 한 번 시도해 보려고요.
저도 순오기님 생각과 비슷해요. 축약본 반대!
고전 읽기가 책에 대한 흥미를 저하시키면 당연히 스톱해야죠. 아무리 좋은 것도 자신에게 안 맞으면 과감히 버려야죠.
좋은 말씀 감사해요.
 

아들에게 이번 겨울방학에는 그림책 보다는 동화책에 한 번 도전해 보자고 하였다.

그래서 그림책에서 벗어나 글밥이 좀 되는 동화책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도록 책 선정을 하였다.

집에 있는 60-100쪽 되는 동화책들을  2일에 나눠서 읽혔는데 이제 호흡이 제법 길어졌다.

잘 따라와 줘서 기특하고, 고맙다.

울 반 아이들한테도 겨울방학 때는 그림책 읽지 말고- 그건 언제든 볼 수 있으니깐-

60쪽 넘는 책들을 며칠에 걸쳐서 읽으라는 숙제를 내주었는데 잘하고 있겠지?

울 반 애들은 2학기 때부터 아침독서시간에 글밥 좀 되는 동화책들을 읽혔으니 잘할 거라고 믿는다.

 

겨울방학 초기와 중간중간 읽은 그림책은 빼고, 동화책만 모아 본다.

남은 방학 동안에는 1학년이 읽을만한 고전에도 도전해 보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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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연말정산 자료를 제출하러 갔다. 볼 일을 다 끝내고

교무실에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택배 한 상자가 와 있었다. 발신인은 <푸른숲 주니어>

교실에 올라가서 상자를 열어 보니 7권의 신간이 들어 있었다.

전에도 이 출판사에서 가끔 책이 오곤 했는데

여기 저기 이벤트에 당첨되었겠거니 하고 넘어가곤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권수가 7권이나 되어서 혹시 잘못 온 것은 아닌가 싶어서 확인 전화를 했다.

출판사 말은 신간이 나오면 학교 선생님들께 간혹 보내 드린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시라고 말이다. 좋은 출판사로군!

왜 내가 거기에 들어가 있는지는 담당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아무튼 배달 사고는 아니라고 하셨다.

" 좋은 책 보내주셔서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여 서평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였다.

어린이책 리뷰를 열심히 쓰다 보니 이런 행운도 오나보다.

개학하면 재미있는 책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어서 아이들이 참 좋아하겠다.

 

 

 

 

 

 

 

 

 

 

 

 

 

 

이 그림작가 그림이 웬지 낯익다 싶었는데 울 딸 말이 " 엄마, 이 작가 <틀려도 괜찮아> 작가잖아!" 한다.

그러고 보니 맞네.얼마 전 신간 코너에서 이 그림책 시리즈를 보고 '울 아들 이야기네' 싶어서 선물로 사 줘야겠다 싶었는데 이 책 시리즈가 와서 진짜 반가웠다. 울 아들이 가장 공감할 이야기 <울면 좀 어때>부터 읽어봤다. 반도 똑같다. 1학년 1반

1학년 아이들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아이들의 공감대를 충분히 끌어낼 것 같다. 함께 본 아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자기 말고도 울보가 또 있다는 것에 위로를 받았나 보다.

머털도사 같은 헤어스타일의 아이가 바로 둘도 없는 장난 꾸러기 구로사와 이다. 일본판 김 배둘뚝이라고 하면 딱이다.

 

 

 

이 책들도 눈여겨 보고 있던 책인데 만나서 반갑다.

틀려도 괜찮아

일등이 아니라도 괜찮아

이런 말을 해 주는 부모이고 싶다.

 

 

 

 

 

 

 

 

 

 

<나는 비단길로 간다>는 알라딘 서평책으로 이미 있는데....

<세계 지리 이야기>도 아주 유용할 듯하다. 

 

 

 

 

 

 

 

 

 

 

 

이 책은 인디스쿨에서 서평 도서로 받은 것이다.

 

 

 

 

 

 

 

 

 

 

 

이렇게 좋은 책이 한꺼번에 와서 오늘은 안 먹어도 배부를 것 같은 날이다.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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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7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13-01-17 21:37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그림을 보고 그림작가의 다른 그림책을 잘 알아내더라구요.

세실 2013-01-18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7권씩이나~~~ 출판사에서 님께 큰 행복 주었네요^^

수퍼남매맘 2013-01-18 09:41   좋아요 0 | URL
네. 무지 행복해요. 저, 중, 고학년이 고루 들어 있어서 좋아요.

순오기 2013-01-22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부터 책선물 복을 받으셨군요.
먼저 책선물을 주시니까 받는 행운이 따라 왔네요.^^
 
크리스마스 휴전 Dear 그림책
존 패트릭 루이스 지음, 서애경 옮김, 게리 켈리 그림 / 사계절 / 2012년 12월
절판



존 패트릭 루이스는 <그 집 이야기>를 통해 처음 만났고
또한 그 책이 전해 준 진한 감동으로 내 기억 속에 깊이 새겨져 버린 작가다.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에 그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크리스마스 휴전>이 바로 그 책이다.

이번엔 또 어떤 감동을 줄까 잔뜩 기대하며 첫 장을 넘겼다.

그림책의 시간적 배경은 1차 세계대전이다.
서부 전선을 사이에 두고 독일군과 영국군이 힘들고 지리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와 같은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없다>도 생각난다. 그건 독일인의 시점으로 바라 본 것으로 원하지도 않는 전쟁에 끌려나와서 헛되이 목숨을 잃는 독일 청년 병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비극을 이야기하는 소설이었다. 지금도 유명한 반전소설로, 레마르크는 이 소설로 인해 독일나치에 의해 자신의 소설이 모조리 불태워지는 등 핍박을 받아 망명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같은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크리스마스 휴전>은 영국인의 시점에서 이야기 한다.
젊은 영국 청년 오웬은 신병 모집 포스터를 보고 군에 입대하게 된다.



그림작가 게리 켈리에 따르면,여기 보이는 이 포스터는 그 당시 영국에서 모병을 하기 위해 실제 붙였던 포스터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오웬처럼 많은 영국의 젊은이들이 이 포스터를 보고 전쟁터로 갔을 것이다. 아마 그 때에는 자신 앞에 얼마나 참혹하고 비통한 전장이 펼쳐질 지 상상도 못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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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웬은 서부전선으로 배치를 받는다.
그리고 가장 치열했던 그 전선에서 전쟁이 끔찍한 것이라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애벌레처러 몸을 말고 있어야 할만큼 작은데다 질척거리기만 하는 진흙 참호와 무인지대에서 풍겨오는 썩은 시체 냄새 그리고 언제 총알이 내 심장을 관통할지 모르는 그 두려움 속에서 오웬은 그래도 크리스마스 전에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겠 지 하는 한 가닥의 희망으로 어두운 현실을 버텨낸다.

그러나...



이 그림책의 가장 뛰어난 점은 충실한 고증을 바탕으로 당시의 전쟁 상황을 꾸밈없이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이다.가장 마지막의 그림은 두 다리를 제대로 펼 수도 없는 좁은 참호에서 일기를 쓰고 있는 오웬의 모습이다. 그런데 참호에서 죽는 병사들은 저 자세 그대로 죽는다. 죽어서까지 두 다리를 마음껏 펼 수 없다는 현실에서 얼마나 전쟁이 비참한 것인지 정말 새록새록 느껴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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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점점 가까워져 갈수록, 그 희망은 사그라져 가기만 할 뿐이다.
결국 크리스마스가 찾아왔지만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었고 결국 오웬은 고향이 아니라 참호 속에서 크리스마스 밤을 보내게 된다.
그 마음이 얼마나 심란했을지는 일부러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의 귓가에 조용한 밤을 비집고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귀 기울여 보니 고향에서 크리스마스만 되면 늘 듣곤하는 <고요한 밤>이다.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만 되면 모처럼 맞이하는 풍성한 식탁을 가운데 두고 온 가족이 부르곤 했던 그 노래...

그 노래가 전선의 저 편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독일군의 목소리로....

몸은 비록 고향에 가지 못하나 그 노래로 인해 마음만은 고향에 갈 수 있었던 오웬은 독일군의 노래가 끝나자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번엔 <저 들 밖에 한밤중에>라는 노래를...



왼쪽의 그림이 <고요한 밤 >을 부르고 있는 독일군의 모습이고 오른쪽의 그림이 <저 들 밖에 한밤중에>를 부르고 있는 오웬의 모습이다. 벌린 입 밖으로 나오는 입김까지 묘사되어 참으로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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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 지 모르는 전장에서
이번에는 서로가 고향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오고갔다.

날아든 총알은 서로를 적으로 만들 뿐이었지만 들려온 노래는 서로의 마음에
'모두 다 같이 전쟁을 끝내고 고향에 가고 싶어할 뿐인 사람'이란 생각을 심어주었다.

이윽고 독일 진영에서 깃발 하나가 올라와 펄럭인다.
"총을 쏘지 말라"는 그 깃발과 함께 독일군이 뚜벅뚜벅 영국군 진영으로 걸어온다.
무방비로 걸어오는 그들에게 영국군 역시도 발포를 하지 않는다.
이미 그들의 마음엔 이 순간만큼은 적이라는 개념이 모두 사라져 있기 때문이다.

독일군과 영국군이 아닌, 모두 같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으로 만나 그들은 악수를 하고 얼싸 안거나 우정의 표시로 군복의 단추를 교환한다.
그 시간 지구 위에서 가장 어둡고 참혹했던 곳에서 가장 진정한 크리스마스가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의 휴전은 짧게 끝났다.
바로 다음 날부터 전쟁은 다시 재개되었던 것이다.

오웬은 무인지대 너머에 있는 독일 진영을 바라본다. 하지만 이제 그의 눈에 보이는 독일 진영은 더 이상 쏘아 죽여야 할 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눈 앞에 펼쳐지는 건 다만 그토록 그리워하는 고향의 모습 뿐....



오웬의 눈 앞에 펼쳐지는 상상된 고향의 모습


게리 켈리는 그 그림의 구도를 이렇게 신병 모집 포스터를 볼 때의 그림과 똑같이 함으로써 오웬의 마음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해 준다.



또한 오웬이 군인이 되어 처음 총을 차고 있는 모습과 크리스마스 휴전이 끝나고 독일 진영을 바라보는 오웬의 모습 역시 똑같은 구도를 취함으로써 <크리스마스 휴전>으로 인해 얼마나 오웬이 달라져버렸는지 느끼게 한다. 일단 오웬은 더 이상 총을 잡지 않는다.
그리고 독일군을 보다 가깝게 볼 수 있는 망원경을 잡는다. 하지만 그 눈에서 우리는 이제 그 망원경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하리라는 것을 예감한다. 총을 든 오웬의 눈은 비정해 보이지만 망원경을 든 오웬의 눈은 그리움이 짙게 배인 눈이다. 같이 크리스마스 휴전을 나누었던 독일군을 향한 인간적인 시선이 느껴진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망원경에 비친 독일군의 모습은 더 이상 적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오웬 손의 저 망원경을 보다 가까이서 그들의 얼굴을, 모습을 느끼고 싶다는, 적이 아니라 같은 사람으로서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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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비정하고 참혹했던 전장에 있었지만 오웬의 마음은 이제 지옥을 보고 있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늘 돌아가고 싶었던 고향을 보았다. 오로지 적을 죽이기 위한 전쟁 기계에 불과했던 오웬은 이제 적이라 할망정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여 우정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이건 치열한 전쟁에서 거의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결국 존 패트릭 루이스와 게리 켈리는 어떻게 이 기적이 가능하게 되었나를 보여주기 위해 이 그림책을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때의 서부전선만큼이나 나와 너를 나누고 서로 간의 적대가 커지고 있는 지금에 있어 우리가 정말 가져야 할 자세이기도 하기 때문에.

대답은 간단하다. 그건 크리스마스 휴전 당시의 영국군과 독일군이 그러했듯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기만 하면 된다. 그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또 그가 어떤 나라 출신인지 따위는 과감히 던져 버리고 오로지 나와 같은 고향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고 가족을 그리워하며 같은 노래로 지난 날을 추억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만 중심에 놓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럴 때 평화는 <크리스마스 휴전>이 보여주듯이 꿈이 아니다. 현실에선 불가능한 기적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가 그냥 지어낸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있었던 실화라는 것이 더욱 확실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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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고전읽기 혁명 - 내 아이가 고전에 빠져든다! 성장한다! 초등 고전읽기 혁명
송재환 지음 / 글담출판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사람마다 타인에게 호감을 느끼는 부분은 다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외모에, 어떤 이는 유머에 또 어떤 이는 경제력에 호감을 느끼겠지만 난 주로 상대방의 지적인 모습에 호감을 느낀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언제 내게 이런 호감도가 생겼나 하면 고등학교 때, 1학년 담임 선생님을 만나고부터이다.

 

 고 1 담임 선생님은 박학다식한 분이셨다. 담당 교과는 한문이었지만  한문 외에도 중국사, 미술, 음악, 철학 등 정말 여러 방면에 두루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가지고 계셨다. 덕분에 한문 시간이 즐거웠다. 한문을 해석해주시면서 그와 관련된 배경지식을 총망라하여 들려주셨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역사의 보고, 이야기의 보고 같았다. 하나의 문장에 저렇게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음에 놀라면서 많이 안다는게 참 멋있는거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도 이 때부터 지적인 면에 대한 호감이 생겼던 것 같다. 그러자 당연하게도 선생님은 어떻게 저 많은 지식들을 머릿 속에 담아 둘 수 있었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바로 책 덕분이었다는 걸. 선생님은 정말 책벌레셨다. 항상 몇 권의 책을 손에 들고 계셨다. 책은 선생님의 그림자 같았다. 그 책을 틈날 때마다 읽으셨다. 야간 자율학습을 할 때도 기억나는 건 우리들을 감독하시는 모습이 아니라 항상 저만치서 열중해 책을 읽는 모습뿐이다. 그렇게 읽으시는 책들이 방대한 지식의 원천이 되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지적인 모습에 대한 호감과 더불어 책에 대한 흥미도 그 때 비로소 생기게 되었다. 책을 통해 담임과 친해졌고 그 분이 추천하시는 책들을 읽으면서 점점 책의 세계로 빠져들어갔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내게 책을 읽으라고 권해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다가 온 책의 세계는 내게 신천지나 다름없었다. 매혹되었고 중독되었다. 물론 사는 게 점점 바쁘다보니 그 때처럼 열정적이고 지속적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책이 얼마나 멋진 것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똑똑히 마음에 새겨 둘 수 있었다.

 

 새삼스레 선생님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초등 고전읽기 혁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올랐던 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고전을 처음 접했던 것도 선생님 덕분이었다. 그 때 추천해 주신 <데미안>이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읽은 고전이었다. 처음 추천해주셨을 때 솔직히 실망했다. 나는 뭔가 근사한 베스트셀러라도 추천해 주실 줄 알았는데 나온지 한참 되는 케케묵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라니! 내가 이렇게 실망했던 건 일단 고전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공부의 부담 때문에 어지러운데 어려운 고전까지 읽으면서 심신을 괴롭혀야 하나 싶어 좀 망설였지만 그래도 그토록 박학다식한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데는 뭔가 이유가 있겠지 싶어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솔직히 굉장했다거나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말은 어렵고 내용은 선뜻 들어오지 않아 읽다 말다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다 읽고나니 '해냈다!'라는 뿌듯한 성취감은 있었다. 물론 내가 얻은 게 그 성취감만은 아니다. 비록 집중해서 읽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내가 읽어 온 책들과는 남다른 깊이를 가졌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스스로 고양되는 느낌도 나고 지금까지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이 왜 이 고전을 추천해주셨고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를...

 

 그런 고전과의 첫만남이 있었기에 고전의 유용성을 말하는 이 책에 쉽게 설득은 되었으나 그래도 초등학생에게 고전을 읽히는 건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했다. 아무래도 고전의 깊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나이를 먹어야 가능한 일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역시 아이들에게 고전을 읽히지 않았다. 적어도 중학생 정도 되면 읽혀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초등학생부터 시작하라니! 솔직히 어디 어떻게 하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지은이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이다.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한 그는 독서 교육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책을 읽혀야 하고 그러러면 검증된 좋은 책이라 할 수 있는 <고전>이 가장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 말한다. 이건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머리가 채 자라지 못한 초등학생이 과연 이 고전을 소화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지은이는 아예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전을 읽혀야 한다고 하는데 가벼운 책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그 나이의 아이들에게 이런 고전이란 무거운 짐을 안겨주면 이제 막 싹을 틔운 책에 대한 흥미마저 잃게 만들어 버리지나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이건 비단 나만의 걱정은 아니다. 사실 학부모들은 고전이 좋다는 걸 안다. 하지만 다들 고전이 아직 아이들에게 버겁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베스트셀러, 권장도서 혹은 흥미위주의 독서를 시키는 것은 독서의 중요성은 알고 있으니 최소한 아이들이 독서에 대한 흥미라도 잃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책들이 깊이가 얇다는 건 알지만 여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학부모들은 이런 깊이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독>에 집중하기도 한다. 양을 늘려 질을 높이려는 전략인 셈이다. 또 어떤 학부모들은 그래도 고전을 읽혀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축약본>에 집중하기도 한다. 막상 고전을 아이들이 소화시키기는 어려우니 미음처럼 소화하기 쉽게 만들어진 <축약본>을 읽히는 것이다. 하지만 둘 다 문제가 있다. <다독>은 결코 양이 질을 높이지는 못한다는 문제가 있고 <축약본>은 전혀 다른 책이나 마찬가지라는 문제가 있다. 지은이는 축약본에 대해 이런 비유를 든다.

 "축약본은 2시간짜리 영화를 30분짜리로 편집한 것과 같다. 과연 그것으로 2시간의 내용을 다 파악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축약본은 고전을 미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르게 지은 밥이라는 이야기다. '고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진짜 고전을 읽혀라'가 지은이의 주장인데 그럼 강력한 장애물이라 할 수 있는 이 소화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남는다. 과연 아이들이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고도 고전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이 책이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지은이가 실제로 실시했던 <고전 읽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듯이 아예 실제 사례를 통해 아이들이 고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리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다. 책은 자세하게 학급 단위에서 시작되었던 고전 읽기 프로젝트가 어떻게 학교 전체 단위까지 나아가게 되었으며 또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보여주고 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아이들은 전혀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았다. 물론 소화하는데 어려움을 느낀 아이들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다들 무난히 소화시켰다. 고전을 읽히기에 아이들의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고전을 이해한다. 그러니 너무 걱정말고 당장 시작하라!"고...

 

 이렇게 눈에 보이는 확실한 결과가 나왔으니 나 역시 승복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내가 아이들의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보았는지도 모르겠고 사실 고전이라는 게 딱 이런 의미다 하는 것도 없으니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해석하면 그만일텐데 너무 어른들이 생각하는 수준을 아이들에게 요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도 이제 고전을 읽혀보려 한다. 이 책엔 그 학교 독서전문가 선생님들이 1년간 함께 노력한 끝에 선정한 학년 별 고전 목록이 나와 있어 아이들에게 맞춤한 고전을 읽히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아무리 아이들이 나름대로 고전을 이해한다해도 2학년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이해하는 건 역시 버거울테니까 말이다. 

 

 나는 일단 고전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고전을 읽히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것을 중점으로 글을 써 왔지만 이 책은 이런 나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학부모들에게 참 유용한 것 같다.

 

  첫째, 고전이 중요하다는 건 막연히 알지만 정작 고전을 읽히는 게 왜 좋은지는 잘 몰랐던 학부모.

  둘째, 책만 잡고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아이가 학습만화나 흥미위주의 책들만 봐도 만족했던 학부모. 

  셋째, 그저 많이 읽히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아이를 다독에 집중시키는 학부모

 

 이런 분들이 이 책을 보면 참 깨닫게 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깊이 없이 재미만 있고 내용만 습득하는 독서가 얼마나 수박 겉 핥기에 지나지 않는지 똑똑히 배울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여기서 자꾸만 굳이 '학부모'를 운운하는 건 역시 아이들 독서 지도에 있어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3년간 <아침 독서 10분>을 이끌었다. 그 때의 경험으로 나는 아이들은 어른이 이끄는대로 잘 따라온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의 독서를 성공시키기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은 먼저 부모부터 좋은 안내자가 되는 것이다. 좋은 책들을 선별하고 제대로 된 목표와 그 때 그 때 이정표를 세워 놓으면 아이들은 잘 따라오니 성공적인 독서교육을 할 수 있다. 지은이도 이를 강조한다. '아무리 고전이 좋다고 해도 그냥 툭 던져 놓고 읽으라고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100% 실패한다. 고전은 오히려 다른 책들 보다 철저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라고 말이다.  즉 관리가 중요한 것이다. 아이들의 독서는 방목이 아니라 유목이 되어야 한다. 부모가 길잡이가 되고 앞에서 잘 이끌어 주어야만 아이들은 <고전>이라는 양질의 풀을 뜯어 무럭무럭 잘 자라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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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3-01-16 0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잘 읽는 아이들은 고전도 잘 읽지요. 책 읽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는 선뜻 권할 수 없지만, 먼저 고전명작부터 접근해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해요.

희망찬샘 2013-01-16 06:09   좋아요 0 | URL
데미안은 이 책을 찬양하는 언니 덕에 읽었는데, 중학교 때 읽어서 제겐 무지 어려웠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축약본으로 읽었네요. 그 때 문고판 도서로 언니가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많이 읽었거든요. 다시 읽어봐야지 생각하고 있는 책 중 하나에요.

수퍼남매맘 2013-01-16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 읽기 중요하고 꼭 필요하단 걸 알고 저부터 실천해 보려고 지금 <논어>를 조금씩 읽고 있어요.
딸도 창작 동화와 고전을 교대로 읽기 시작했답니다.
<데미안>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스승님 생각하면서요.

1학년 봐도 가끔 축약본을 읽는 아이들이 있더라고요.
아이들이 뭘 알겠어요? 부모가 사주고 읽으라고 하니 읽는 거겠죠.
축약본은 차라리 안 읽는 것보다 더 못한 것 같아요.

희망찬샘 2013-01-17 21:36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읽으면서 <<논어>>를 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