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이렇게 가슴 뭉클해지는 그림책은...

 지인이 아들 생일 선물로 그림책을 보내 주었다. 아이들과 같이 읽었는데 감동은 정작 내가 더 받았다.

 감동의 크기가 거의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맞먹는 것 같다.

 장정인 작가의 '가지를 나르는 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제목부터 흥미로웠다. 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자르다니? 왜 스스로 가지를 자르는 것일까?

 잔뜩 호기심을 느끼며 첫 장을 열면,

 

 

 멀리서 묘목을 가득 실은 트럭 하나가 과수원으로 달려온다. 과수원 주인의 트럭이다.

트럭에서 내린 주인은 싣고 온 묘목을 심는다. 봄이 되자 나무들은 하얀 눈 같은 꽃망울을 터트리고 나비와 벌이 모여든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하얀 꽃들로 가득한 그림에선 어쩐지 그 향기마저 전해져 오는 듯 하다.

 

 그런데, 어? 한 구석에 별로 표정이 좋지 않은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있다.

 가지도 별로 없는데다 짧아서 인지 꽃들도 얼마 피지 않았다.

 이 나무가 제목에 나오는 그 나무일까?

 저 짧은 가지는 나무가 스스로 잘라낸 탓일까? 왜 그러는 것일까?

 

 하지만 그림책은 그 이유를 속시원히 들려주지 않고 대신 다른 주인공 하나를 초대한다.

 

 어느 날, 한 마리의 새가 과수원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달콤한 사과꽃향기에 취해서일까?

 이리저리 비틀비틀, 두리번 두리번...

 그렇게 과수원을 휘젖고 다니더니 결국 한 쪽 귀퉁이 가지 잘린 나무를 발견하고는 거기에 앉는다.

 그리고 그 가지 위에 자기 둥지를 만든다. 아무도 찾아와주지 않아서 외로웠던 나무는 그 새가 반가웠고

 결국 둘은 친구가 되어 매일 신나게 보낸다.

 찡그렸던 나무는 행복해져서 참으로 오랜만에 웃는다. 

 

  휘엉청, 참 달이 밝았던 밤.

 새가 조심스레 나무에게 이렇게 묻는다.

 

" 작은 나무야, 왜 스스로 가지를 자르니?"

".........난 사과를 맺지 못하니까"

" 그게 무슨 소리야?"

" 어렸을 때 작고 약한 나를 보고 주인은 사과를 맺을 수 없을 거라 했어. 물도 충분히 주지 않았고, 큰 나무 옆에 있는 나를 잘 돌봐 주지 않았어."

" 그래서 난 가지를 잘라버리기로 했어. 어차피 사과도 맺지 못할 테니."

 

  이제야 우리는 궁금증을 풀게 되었다. 알고보니 주인 때문이라는 걸...

 그가 미리 사과나무의 미래를 단정하고는 말과 행동으로 그렇게 해버렸기에 사과나무조차 지레 포기해 버린 것이었다.

 새는 작은 나무의 마음을 위로한다. 그러다 알을 낳는다.

 작은 나무는 친구의 알을 보호하기 위하여 되도록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짧은 가지에 잔뜩 힘을 준다.

 

 그런데 이 둘 앞에 엄청난 어려움이 다가온다. 어느 날 강한 비바람이 몰아닥친 것이다.

 비바람이 너무나 세차게 가지들을 흔들고 있기에 작은 나무는 잔뜩 걱정스럽다.

 이러다 그만 가지가 부러져 알이 깨지기라도 하면 어쩌지 하면서 작은 나무는 더욱 가지에 힘을 준다.

 과연 그 나무는 친구의 알을 지켜낼 수 있을까?

 

 

  때로 감동은 그동안 미처 내가 생각지 못했던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을 때에도 찾아온다.

 이 책은 그랬다. 난 작은 나무에 대해 과수원 주인이 했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왜냐하면 그 과수원 주인의 말은 알고보면 나역시 자주 아이들에게 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사과나무가 그말에 충격을 받아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망가뜨려 버렸을 땐 그래서 더욱 모골이 송연해지기도 했다. 내가 아이들의 가능성을 섣불리 단정하고 생각없이 내뱉었던 말들 역시 아이들에게 그런 상처를 주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새 작은 나무는 내게선 그런 말을 들었던 아이들의 모습과 겹쳐져 있었다. 그래서 더욱 작은 나무를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그런 상처를 가졌지만 그것을 딛고 일어나 강한 비바람에도 훌륭히 친구의 알을 보호하기를 바랐다. 그렇게 아이들도 이 못난 선생님의 잘못에 기죽지 말고 훌륭하게 성장해 주기를 염원했다. 이러한 나의 반성까지 있었기에 나중에 받은 감동이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말은 때로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우리는 그것을 너무나 잘 알지만 여전히 말을 쉽게 할 때가 많다. 남에 대한 판단 역시도 그러하다. 아이에게 잠재된 가능성을 제대로 헤아리지도 않고 단순히 드러난 결과만을 놓고 아이의 전부를 판단하는 어리석음을 얼마나 쉬이 저지르는지 모른다.

  오늘 오전만 해도 그렇다. 딸 아이가  수학문제를 잘 못 풀길래 답답해서 " 넌 왜 그리 수학을 못하니? 그것도 나눗셈을 말이야. 매번 못 해요. "라는 말을 아이가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해버렸다. 그저 내 답답함을 풀어보려고 상처를 입힌 것이다. 못났다. 참으로 못났다. 이 책은 그렇게 나를 더욱 더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 보다도 부모들에게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자식을 키워보니 알겠는데 부모는 아이들에 대해 조급증이 있다. 농작물도 1년의 시간을, 그것도 아주 정성들여 가꿔줘야 비로소 결실을 맺는데 부모들은 아이들을 마치 3분이면 완료되는 인스턴트 식품처럼 다룰 때가 참 많다. 밥도 뜸을 들여야 하는데 아이들은 이상하게 이 '뜸'이라는 게 용납이 안된다. 그래서 부모가 원하는 속도에 아이가 맞추지 못하면 답답하고 결국 그것을 일방적으로 상처 입히는 것으로 풀고야만다. 그걸로 나는 속이 편해질지 모르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종종 되묻는다. '왜 잔소리를 하냐고?' 그럴 때 우리 부모들은 늘 모범답안이 있다. '다 네가 잘 되기 위해서라고' 정원사는 때로 멀쩡한 가지를 자르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도 다 나무가 제대로 자라게 하기 위함이다. 잔소리나 야단도 그런 것이라 부모는 아이에게 말한다. 하지만 솔직해져 보자. 그렇게 가지를 쳐 줄 때, 과연 나는 아이의 입장을 보고 있었을까? 꾸준히 자신의 속도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아이의 속도에 대해서 과연 생각하고 있었을까?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율은 OECD 국가 중 1위라고 한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그림책의 작은 나무처럼 스스로 가지를 꺾어 버렸던 까닭은 우리의 다그침 속에 아이의 속도를 배려하기 보다는 부모의 속도만을 강요하는 비중이 훨씬 많았음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듯 하다.

 

 동물을 키울 때나 화초를 키울 때, 우리들은 언제나 동물의 속도 그리고 화초의 속도에 나를 맞추려 하지 나의 속도에 그들을 맞추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소중한 우리 아이들에 있어서는 왜 그럴까? 왜 자꾸 나의 속도대로 맞추고 싶은 조바심이 나는 것일까? 그 차이가 비단 동물이나 화초가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조바심이 나는 결정적인 이유는 거기에 나의 욕심이 끼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내 뜻대로 아이를 완성시키고 싶다는 욕심 말이다. 부모는 아이를 뒷 좌석에 태우고 운전대는 자신이 잡아 자기가 원하는 속도와 방향으로 운전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누구나 다 알듯이 인생의 운전대란 누가 대신 잡아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게 하면 아이만 점점 더 자기 인생의 방관자로 만들 뿐이다. 아이에게 바람직한 부모의 모습은 그래서 정비사가 아닐까 생각된다. 철저하게 현재 차의 상태가 어떤지 차의 모든 것을 중심으로 관찰하고 좀 더 자신이 낼 수 있는 속도로 최대한 잘 달릴 수 있게 도와주는 정비사 말이다. 결국 동물을 키우는 자세나 화초를 키우는 자세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아이의 속도를 인정하고 그것에 맞추어 아이들에게 잠재된 가능성을 더욱 잘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의미다.

 

  이제야 깨닫는다. 나의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이제부터라도 아이들이 가진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눈을 기르고 그것을 최대한 존중하는 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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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의서재 2013-01-13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성합니다. 오늘도 자신의 속도로 자라는 아이를 생각하지 않은 채 제 욕심만 채우려 했음을.ㅠ.ㅠ 좋은 그림책인 것 같아요. 잘 보고 갑니다~^^

수퍼남매맘 2013-01-13 13:35   좋아요 0 | URL
저도 매일매일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부모에게 더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순오기 2013-01-15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 가득한 페이퍼네요.^^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게 쉽지 않지요~ 함께 노력할게요.

수퍼남매맘 2013-01-15 23:3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덕분에 좋은 책 만나서 기뻐요.
저도 제 욕심대로 아이들을 끌어당기지 않도록 노력할래요. 줏대 부모 화이팅!!!
 
비정규 씨, 출근하세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더작가) 지음 / 사계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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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서울 강남 모 아파트에서 경비로 일하시는 한 분이 부당 해고에 항의하기 위하여 혹한에도 불구하고 굴뚝에서 시위를 하는 뉴스가 있었다. 관리비 절감을 위해 아파트측에서 경비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다행이 일이 잘 타결되어 굴뚝에서 내려오셨지만 이처럼 잘 다니던 직장에서 느닷없이 해고 통보를 받는 일이 흔해도 너무 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북유럽처럼 재취직이 수월하다거나 사회보장이 전반적으로 확충되어 있어서 해고 이후에도 생활의 안정적인 지속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더욱 직장에 가족의 전 생계를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해고는 살인이다'하는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하는 구호가 아닌 것이다. 혹한의 바람을 무릅쓰고 굴뚝에 올라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생존의 동아줄인 것이다. 바로 그 절박함이 굴뚝 위에 서게 했던 것이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어쩌다 이리도 쉽게 다니던 사람을 단칼에 자를 수 있게 되었을까? 요즘은 그래도 말로 통보해주는 것만 해도 양반이란다. '내일 안 나오셔도 됩니다.'라는 문자 하나로 끝내는 것도 허다하다고 한다. 잘려진 자의 절박함은 아랑곳하지 않는 자르는 자의 무심함. 이것이 잘려진 자의 앞에 놓여진 인생을 더욱 아득하게 하는 것임을 알기는 아는 것일까?

 

 

 그런데 이 비정규직이라는 말. 생각해보면 듣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 난 93년에 처음 직장을 가졌는데 그 때만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러한 비정규직이 생겨났던 것일까? 일부러 찾아보니 1997년. 그러니까 IMF 이후였다. 그 IMF를 해결하느라 갑작스럽게 경기 부양에 집중하게 된 정부가 훗날의 여파는 제대로 고려하지도 못하고 비정규직을 만들었던 게 사단이었다. 그 당시에도 노동계나 시민단체들이 앞다투어 거센 반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공적 자금을 받고도 여전히 이대로라면 '이익을 낼 수가 없다'고 앓는 소리를 해대던 대기업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바람에 생겨난 것이었다. 국민들은 자신이 가진 금붙이 하나라도 더 내어 함께 살아가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살리려 했지만 그 피같은 국민들의 돈을 흡혈한 대기업들은 그러한 순간에도 오로지 자신들의 주머니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정규직은 헌법상 보장되는 노동3권을 보호해주지 않아도 되니 더욱 적은 비용으로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은 일대로 시켜놓고 정식으로 절차를 밟지 않고도 얼마든지 쉽게 자를 수 있다는 것을 '노동의 유연화'란 말로 포장하고 '힘든 시기이니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다 어느정도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애국심에 호소하여 비정규직은 온갖 우여곡절을 거쳐 뿌리를 내렸고 그렇게 15년이 지났다.

 

 

 이제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전체 근로 인구 절반을 넘어선다. 일하는 사람들 두 명 중 한 명은 비정규직인 셈이다. 대선이 있을 때마다 비정규직 문제는 커다란 이슈였다. 모든 대선 후보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었으나 그것이 허울좋은 말뿐이었음은 작금의 상황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5년마다 존재했던 정부들은 비정규직을 줄이겠다고 천명해왔다. 하지만 지금도 정규직으로의 전환은 채 10%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 있어 직장은 가족의 생계 유지를 위한 유일한 동아줄인 경우가 많다. 거기에 있어 비정규직이란 여기저기 좀이 쓸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동아줄이라 할만하다. 다시 말해 생존이 위태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기업은 '경기가 좋이 않아서', '아직은 더 성장해야할 때라서' 등등의 이유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미적거리고 있다.  2012년의 한국 경제 규모는 세계에서 15위라고 한다. 그러나 상시 해고 위협에 시달리고 회사로부터의 근로 복지와 처우 개선은 기대도 할 수 없으며 더구나 법정 근로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늘 초과 근무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비율은 세계 최고다. 이 정도로도 부족하다면 도대체 얼마나 성장해야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문제는  비정규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그들은 근로자를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 같다. 오로지 경제 변수로만 취급하는 것 같다. 한 사람의 노동자에게 결부된 가정 역시도 바라보지 않는 것 같다.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사태에서 보듯이 해고는 가정의 파탄까지 불러올 중차대한 일이다. 하지만 해결할 수 있는 그들에게는 단지 통계 상의 숫자 하나에 불과한 것 같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비정규직이라는 것이 그냥 경제의 한 변수가 아니라 삶의 문제, 그것도 생존의 문제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도 지금 우리가 비정규직이 아니라고 해서 강건너 불구경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비율을 보아서도 알 수 있듯이 언제 우리 역시 그 중 한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문제로 여기고 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절박성을 느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에게도 이 비정규직 문제를 솔직히 이야기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이대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의 아이들 중 하나는 자신의 당면한 문제가 될 것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비정규직이 사실은 바로 우리 삶의 문제라는 것을 어떻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 이 책, '비정규 씨 출근하세요?'는 그러다 만나게 된 책이었다.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은 이 책의 지은이들 때문이었다. 이 책은 한 사람이 쓴 것이 아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 책 작가'들의 모임인 '더-작가'의 소속 작가들이 모여 십시일반을 하듯이 쓴 책이다. 이 모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희망버스'를 위해 사인회를 열었을 때였는데 그 후로도 용산참사, 4대강 사업, 쌍용자동차 해직 노동자 지원 등 꾸준히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어 어린이 책 작가들도 이런 일을 하는구나 하고 내심 놀랐고 그래서 관심있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비정규직 이야기라서 더욱 신뢰가 갔다.

 

 

 여러 작가가 모여 만들었기 때문에 이 책의 표현 형식은 참 다양하다. 아이가 쓴 그림일기의 형식도 있고 그림책 스타일도 있으며 만화나 동화 형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림은 그림대로 글은 글대로 다양한 작가들의 개성이 다채롭게 빛을 발해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종종 이러한 다양한 변화는 자칫하면 산만해져서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경우가 있다. 작가들도 그런 위험을 예상했는지 설정을 통해 이러한 다채로운 변화들이 하나로 잘 묶여 조화될 수 있도록 했다. 그 모든 변화들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비정규직이 있는 가정 하나하나의 모습으로 만든 것이다. 이 책은 여러 가정이 모여있는 다세대 연립주택을 배경으로 한다. 

 

 

101호 유정이네- 간병인 할머니, 대학 시간강사인 엄마, 프리랜서 방송작가인 이모,

102호 해준이네- 정리해고 당한 아빠

103호 김태희 씨- 생활고에 찌든 말라깽이 남자 대학생

201호 우혁이네- 갑자기 해체된 오페라합창단 이모

202호 은수네- 마트 판매직원인 엄마, 편의점 알바생인 대학생 오빠, 화물운전사인 아빠

301호 해단이메-공무원 아빠, 프리랜서 편집디자이너 엄마, 기공소 배달원 할아버지

301호 옆 쪽문- 해담이 삼촌으로 자칭 일본어 번역가인 강대희 삼촌

옥탑방-인형 디자이너 미미 씨

 

 

 이렇게 그 모든 가정에서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비정규직들이 있으며 바로 그들의 애환 하나하나를 각 작가가 맡아서 자신의 스타일로 풀어간 것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비정규직의 만화경이라 할 만하다. 작가들은 비정규직이 왜 문제인지 설명하기 보다는 비정규직 사람들의 삶을 충실히 담는다. 독자 스스로 그들의 삶과 함께 하면서 그들이 삶이 가지는 애환과 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비정규직의 오해 같은 것들을 느끼게 해주고자 함이다. 이를테면 첫 머리에 나오는 울산과학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김순자 할머니의 에피소드가 그렇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는 중에 어떤 남자 아이가 소변을 누면서 할머니에게 묻더란다.

 " 할머니, 공부 못 했어요?"

 아니, '할머니 공부 많이 했는데' 대답해주고는 나중에 동료 직원들에게 그 얘기를 들려주며 한참 웃었단다. 하지만 씁쓸하거나 서글픈 웃음은 아니었단다. 세상이 어떤 눈으로 청소노동자를 바라보는지 잘 알고 있있기 때문이다. 아이 역시도 그렇게 물어 본 것은 어른들의 영향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할머니의 고백은 왜 우리가 비정규직의 문제를 우리 자신의 문제로 느끼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것 같다. '비정규직 = 공부 못하는 사람'의 공식은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절대 비정규직이 되지는 않을꺼야 하는 생각과도 통한다. 그렇게 우리가 그들을 어떤 편견으로 선 바깥에 놓아두고 있었기 때문에 비정규직이 바로 우리의 삶과도 직결된 문제인데도 그들의 문제일 뿐이라는 식으로 강건너 불구경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작가들은 비정규직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이들의 삶과 우리의 삶이 그리 다르지 않음을 보여 그들의 문제가 바로 우리의 문제일 수 있음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더욱 아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비정규직 문제가 자꾸 수수방관 되는 이유가 바로 우리가 가진 비정규직에 대한 편견에 기인한 탓도 있으니 아이들만이라도 하루빨리 그런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편견은 비단 직장 차원에만 있지 않다.

 

 

  과연 삶 그자체를 바라보는 시각엔 어떤 편견도 없을까?  우리가 지금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삶'의 모습도 사실은 어떤 편견이지 않을까? 이 책의 작가들은 아울러 여기까지 짚어간다. 왜냐하면 그들에 대한 우리의 편견 역시도 천편일률적으로 통하는 '좋은 삶'이라는 모습에 우리가 너무 길들여져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을 알아보는 다큐멘터리에서 조사해 보니 한국인들이 바라는 삶의 모습은 똑같다고 나왔다. 예외없이 모두 부자가 되기를 원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보다 경쟁이 훨씬 치열한 것도 그만큼 바라는 모습의 삶이 똑같아서라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확고한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들을 평가한다.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편견 역시도 바로 여기에 기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곧잘 말한다. 사람들의 개성은 다 다양하다고. 일란성 쌍생아조차 개성과 원하는 것이 다 다르다고 하니 여기에 다른 말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 그렇게 다 다른데 왜 원하는 삶의 모습은 똑같은 것일까? 그게 과연 자기가 바라는 삶이긴 한 것일까? 혹시 남들이 다 그것을 원하니까 덩달아 자기도 따라서 원하는 것은 아닐까? 이건 저마다 다른 다양한 개성과 한결같이 똑같은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 가지는 모순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떠올리게 되는 의문이 아닐까?

 

 

 작가들이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도 그것이다. 모두에게 다 다른 개성이 있는만큼 모두에게 어울리는 삶의 모습 또한 다르다는 것 말이다. 이 책이 무지개 빛깔처럼 저마다 다른 다양한 개성들로 넘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각 자에겐 각 자의 색깔이 있다는 것. 그것을 잊지말자는 의도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 역시도 그렇다. 어른들이 주입한 삶이 아닌 각자의 개성으로 충만한 삶을 꿈꾸고 거기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두 편, '강대희'와 '미미씨'의 이야기는 주목할만하다. 이 이야기들은 일종의 대안과 같다. 다른 삶의 방식을 살면서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중 한 이야기의 주인공 강대희씨는 자칭 일본어 번역가이지만 월수입은 겨우 4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 중 월세로 10만원을 내고 아버지의 집 방 한 칸을 빌려서 산다. 수입이 있다고 하나 이런 처지이기 때문에 그는 거의 백수나 다름없다. 같은 다세대 주택의 사람들도 그렇게 여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처지에 전혀 주눅들지도 않고 당당하게 자신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높은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늘 고된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며 우울한 대학생 김태희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자기 최면에 빠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강대희씨는 진심이다. 그는 왜 자신이 행복한지 김태희에게 이렇게 들려준다. 

 

 

"백수라기보다는 자발적 취업 거부자 라고 할까나! 나는 사람을 돈의 노예로 만드는 자본주의 시스템과는 안 맞는 사람이야. 그래서 최대한 그 안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지. 나는 최소한의 노동을 하고, 최소한의 소비를 하며, 최대한의 행목을 누리고 살고 있어. 중략 나는 불행한 돈의 노예보다는 행복한 게으름뱅이의 삶은 선택한 거야, 난 가난뱅이이지만 행복해"

" 가난한데 어떻게 행복해요?"

" 돈 없어도 행복한 나라가 있더라고. 돈 없어도 행복한 나처럼"

" 말도 안 돼! 그런 나라가 어디 있어요?"

"  바로 부탄이라는 나라야,  강대국인 중국과 인도 사이에 끼어 있는 아주 조그마한 나라인데 국민총생산도 고작 6000달러 정도밖에 안 돼.  하지만 행복지수는 세계 1위를 차지했어. 웃기지 않아? 몇 만 달러의 강대국들이 당연히 행복지수가 높아야 하는 거잖아. (중략) 물질의 풍요보다는 정신의 풍요를 내세워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다는 거야." 

 

(본문 138-139쪽 인용)

 

 

 강대희씨의 이 말은 우리가 얼마나 경마장의 말처럼 한 곳만 보고 달리는지 깨닫게 한다. TV 프로그램 중에 '힐링 캠프'도 있듯이 요즘 우리 사회는 '힐링' 열풍이다. 책들도 온통 위로를 주는 것들이 대세다. 자살율도 이제 명실공히 세계 1위라고 한다. 왜 다들 힐링을 찾는지 저절로 이해되는 부분이다. 다들 아프고 우울하다. 우리는 부탄 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인데도 왜 그럴까? 그것도 역시 경마장의 말처럼 눈마다 옆에 세워둔 칸막이로 가려져서 하나의 결승점 밖에는 못 보아서 그러는 게 아닐까?

왜냐하면 대부분 우울과 아픔의 원인들은 '남보다 뒤쳐졌다'하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모두 다 같은 곳을 항하여 레이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나보다 앞서는 사람들만 눈에 들어오고 내가 얼마나 뒤쳐져 있는지만 각인되는 것이다. 서로가 각자 자기가 가진 개성에 어울리는 삶을 향하여 달리면 어떻게 앞과 뒤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강대희씨가 정말 들려주는 것은 이 말이다. 우리 주위에 많은 가능성들이 널려 있으며 그 가능성들을 찾고 싶다면 단순히 한쪽만 보게 만드는 칸막이만 치워버리면 된다는 것이다. 강대희씨의 말이 김태희가 생각하는 대로 자기 합리화가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 생각에 지금 우리들 삶의 우울은 대부분 '눈'으로 부터 나오는 것 같다. 어디를 보고 있는가, 무엇을 보고 있는가가 결국 우리의 우울과 고통을 낳는 게 아닐까? 그래서 더욱 이상하다. 왜 그렇게 우울하고 아파하면서도 왜 유독 그런 것만 바라보게 되는 것인지, 혹시나 우리의 눈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지 않는게 말이다. 강대희씨의 말은 바로 거기에 대해 우리 스스로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말하자면 이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고 인식의 전환을 넌지시 권하는 것이다. 그렇게 강대희씨나 미미씨의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의 저자들은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 전환 못지 않게 우리 삶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그러한 인식 전환이 비정규직을 오로지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편견을 제거해 줄 것이며 또한 그런 편견을 낳도록 만드는 마치 공장에서 규격화되어 만들어진 제품처럼 똑같은 우리들이 추구하는 삶의 모습에 있어서도 그것만이 정답이 아님을 일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 책이 소중하지 않을까 싶다. 부모는 언제나 아이들의 행복을 바란다. 하지만 그럴 때 조차 어쩌면 우리들은 은연중 오로지 남에게만 맞춰진 행복의 기준을 그들에게 강요하고 있을 지 모른다. 행복이 성적 순이 아니듯 행복의 기준치는 저마다 주관적인 것으로 매우 다르다. 강대희씨는 강대희씨만의, 미미씨에겐 미미씨만의 행복이 있듯이.  아이들에게 이런 행복이 최고인거야 일러주기 보단 어떤 게 정말 네가 생각하는 행복이라고 생각하니 먼저 물어야 되지 않을까? 우리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귀기울여 들여야 하듯이 말이다. 그렇게 부모와 아이가 서로 정말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일까 같이 생각하고 나누는 데 있어서도 이 책은 정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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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1-15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대회 참가하려고 했지만 예전에 읽고 다시 읽지 못해서~ ㅠ

수퍼남매맘 2013-01-15 23:34   좋아요 0 | URL
이 책 내용이 무지 좋아서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해요. 아이도, 학부모도, 교사도, 다른 이들도...

희망찬샘 2013-01-16 0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척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아이들이 이런 책 읽어야 한다에 한 표!!!

수퍼남매맘 2013-01-16 15:44   좋아요 0 | URL
교실에 꼭 놔두고 읽히고 싶은 책이었어요.
이런 추세로라면 우리 아이들 중 하나는 비정규직이 된다는 말인데...
엊그제 tv를 보니 네덜란드는 비정규직이 상당수를 차지하는데도 불구하고,정규직과 거의 대등한 대우를 받더라고요. 역시 복지 국가는 다르다는 생각에 엄청 부럽더군요.
 

순오기님 서재에 가니

그 해 들어온 책 리스트를 만들어 놓으셨다.

나도 필요한 것 같아 얼른 따라해 본다.

 

금일 두 권의 책이 나에게로 왔다.

두 권 모두 후다닥 아니 꼭꼭 씹어서 읽었다.

 

희망찬샘이 본인 서재 댓글 달기 1위를 했다고 하여 보내주신 선물이다.

하루만에 다 읽었다.

이 분도 초등교사(대학도 같음)이신데

독서교육에 <고전>이란 것을 끌어들인 게 신선하고, 충격적이었고, 그리고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사, 학부모, 고학년 이상 꼭 읽어보면 좋겠다.

 

 

 

 

 

 

알라딘 12기 신간평가단 서평책으로 온 책이다.

수퍼남매와 함께 읽었는데

그림책이 무지 이쁘다.

꼬마가 무지 귀엽다.

내용도 무지 좋다.

거기다 내가 좋아하는 수국까지 겉표지에 나오고...

읽고 싶은 책이 서평단책으로 오게 되어 무지 반갑다.

 

 

 

 

 

초등학교교사들 카페인 <인디스쿨>에서 서평책으로 받았다.

보고 싶었던 책인데 당첨이 되어 나에게 이 책이 늦은 크리스마스 선물인 셈이다.

크리스마스가 한참 지났지만 그 감동은 계속된다.

새해에는 전쟁이 없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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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1-11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늘어나는 책 권수를 확인해야 돼서 리스트로 작성했지만,
페이퍼로 작성하니 더 좋으네요.^^

수퍼남매맘 2013-01-11 01:02   좋아요 0 | URL
리스트로 작성할 줄 몰라 페이퍼로 올린 건데 칭찬을 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희망찬샘 2013-01-11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초등고전읽기혁명을 정독하며 읽었습니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와 아울러, 고전을 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게 만드는 책이었어요. 고전 읽기 힘들어요. ㅜㅜ 그래도 도전장을 내게 하니 좋았어요.

수퍼남매맘 2013-01-11 20:07   좋아요 0 | URL
<리딩으로 리드하라>도 체험판 봤더니 끌려서 조만간 사서 읽어야겠어요.
우리 집에는 쌓여 있는 게 고전인데 그동안 일부러 외면을 했는데
올해는 힘들여 고전에 한 번 도전해봐야겠어요.

희망찬샘 2013-01-16 06:08   좋아요 0 | URL
쌓여있는게 고전~ 우와 보기만 해도 배 부르겠어요.

수퍼남매맘 2013-01-1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전까지는 보기만 해도 질렸었지요. ㅋㅋㅋ
 

알라딘도 아니고 나에게 택배가 올 리가 없는데 택배 상자 하나가 배달되었어요.

이건 뭐지? 열어 보니....

내가 후원하고 있는-월 1만원 밖에 안 되어 말하기도 좀 거시기하지만서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보내온 것들이었어요.

예상도 못 했는데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고 놀라기도 하였고, 감동도 받았습니다.

공동대표 두 분의 편지, 에코백, 소책자 3권이 들어 있었습니다.

작년에 이 단체에 가입을 하고 후원을 하게 되었어요.

<아깝다 학원비>란 책을 접한 지는 몇 년 되었는데 회원가입은 작년에서야 했네요.

그런데 그 작은 후원금에 이렇게 큰 선물을 보내주시다니....

예상보다 살림살이가 커져서 재정이 어렵다고 알고 있는데 말이에요.

갑자기 저 밑에서 뭉클한 것이  느껴졌어요.

그냥 난 단지 아이들이 사교육에 너무 몰려서 자신을 잃어가는 것이 안타까워 아주 적은 돈을 기부한 것일 뿐인데....

 

 

 

얼마 전 시사 인 잡지 서문에 편집장이 쓴 글귀가 기억납니다..

한두 명의 생각이 달라진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겠어? 라고 우린 종종 자조섞인 소리를 하곤 하는데

결국 세상이란 것이 그 한 명 한 명이 모여서 이뤄진 것이라고.

그러니 한 명 한 명의 가치관과 생각이 달라지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말입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학부모치고 사교육이 우리나라 교육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라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부모의 등골을 휘게 만드는 엄청난 교육비, 그 교육비 중에서도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용이 상당합니다.

우리 나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조기영어 교육을 해대고

줏대를 가지고 사교육 없이 공교육만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사회제도 및 교육제도는 사교육을 부추기고

내 소신껏 인성교육에 전념하다가 혹시 우리 아이만 뒤쳐질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모든 학부모가 대동소이하게 느끼는 부분들일 것입니다.

 

그렇게 학부모들이  어쩌지 어쩌지 고민만 하다가

옆집 @@네 엄마가 하는 대로 따라하다가

내 아이만 뒤쳐질까 봐 사교육에 편승하다가

스펙을 쌓는 게 중요하다며 사교육에 올인하다가

우리 나라는 학생들이 가장 불행한 나라가 된 것은 아닐런지....

<2013학교>를 보면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학생들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한 두 명이 달라진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라고 미리 비관하지 말고,

새해에는

내가 그 한 사람이 되어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한 미래의 발판을 마련해 주는 그런 멋진 부모가 되어 보면 어떨까요?

의외로 어렵지 않습니다.

부모의 가장 큰 자질 중의 하나가 " 줏대 "라고 하더군요.

옆집 아줌마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어떻게 하는 것이 정말 내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 한 번 생각해봤음 좋겠습니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금방 답이 나오지 않나요?

적어도 사교육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리는 것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부모가 결심하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오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죠.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확실한 현재를 불행하게 사는 것은 맞는 걸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현재를 행복하게 사는 아이가 미래도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줏대를 가지고  내 갈  길로 가더라도 부조리한 세상과 부딪히면 마구 흔들리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나도 늘 그렇습니다.

어떤 선배님이 그러시더군요. 그러니까 흔들리지 않으려면 소모임을 만들어야 한다구요.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대화하고, 고민을 나누고, 함께 행동하면 흔들리다가도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러니 흔들린다 싶으면 모임을 하면 됩니다.

나이가 먹으니 가치관이 같은 사람과 만나는 것이 가장 즐겁고 행복합니다.

그건 그들로부터 힐링을 받기 때문이고,

이 지리하고 외로운 싸움을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두 분의 대표의 편지가 저에게는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흔들리는 나를 다잡아 주고, " 그래, 다시 일어서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나 혼자가 아니구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지만 곳곳에 존재하는구나!

그래 그렇담 열심히 세상과 싸워 보도록 하자.

내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말이다.

 

<2013학교>에 나오는 정인재(장나라), 강세찬(최다니엘)교사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우린 어떤 교사가 훌륭한 교사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정인재처럼 하는 게 진정한 교사인 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려고 합니다. 왜일까요?

힘든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정인재는 그렇게 아이들을 사랑했는데도 결국 아이들에게 버려지잖아요.

그런 결과가 뻔히 보이는 거라서 아예 상처 받을까 봐 시작도 안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훌륭한 교사가 되기가 힘들고 어렵다고 해서 포기하고 만다면

강세찬처럼 지식만 전달하는 강사가 되는 것입니다.

정인재때문에 강세찬이 본래 되고 싶었던 참교사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것처럼

주변에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 있으면 힘을 얻습니다. 본질을 회복합니다.

아이들에게 거절당한 교사는 이미 교사가 아니라고 절규하는 정인재도

강세찬의 마지막 말에 다시 용기를 얻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인재 혼자 하는 싸움은 백전백패이겠지만

둘이 하는 싸움은 조금 더 나이지지 않겠습니까?

정인재 같은 교사들이 하나 둘 많아진다면 학생들과 학교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제가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많지는 않지만 아직도 이 세상 어딘가에

정인재 같은 교사가 존재하고, 그런 교사가 되고자 매일 현실 속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교사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도 매번 갈등하는 교사 중의 한 명이고요.

 

부모도 교사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부모가 훌륭한 부모인지 우린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다만 불안 때문에 실천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 힘든 첫걸음을 옮기게 해 줄 책을 추천합니다.

 

 

옆집 @@ 네 엄마도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해보면 어떨까요?

저는 작년에 학부모들께 빌려 드리곤 했습니다.

나만 사교육을 안 시키면 불안하지만 옆집 아줌마도 안 시키면 덜 불안해지지 않을까요?

일명 물귀신 작전!!!

저도 그런 맥락으로 이 페이퍼를 작성합니다. ㅎㅎㅎ

 

 

 

 

 

 

 

 

 

다른 책들도 있는데 아직 못 읽어 봤지만 소개해 봅니다.

(박원순 시장님의 이름도 보이네요.)

 

 

 

홈페이지 구경해 보세요.

http://cafe.daum.net/no-w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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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01-10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깝다 학원비.
절대 동감인 제목입니다. 그리고 말이죠, 슈퍼맘님의 이 페이퍼 자체에 절대 공감 중이랍니다.

"줏대", 넵, 저두여, 저두요.

수퍼남매맘 2013-01-11 01:05   좋아요 0 | URL
저도 줏대가 없고 팔랑귀인 편이라서 좋은 사람을 옆에 두려고 노력해요.
그래야 흔들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거든요.
줏대 있는 부모가 되자에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ㅎ

순오기 2013-01-11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줏대 있는 학부모~ 알라딘에서 소모임 해보면 어떨지요?^^

수퍼남매맘 2013-01-11 01:10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는 줏대 있는 학부모들이 많으셔서 가능하리라고 보지만
이런 모임은 얼굴 보면서 하는 게 최고인데....
'나' 가 아니라 '우리'만 되어도 조금 든든할 거라 믿어요.

희망찬샘 2013-01-11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귀신 작전에 빵~
엄마없는 시간을 학원이 메워줘서 감사할 때도 있어요.
지금 우쿨렐레 연수 중인데, 내년 울 학교 방과후에 들어온다해서 희망양 배우게 하면 좋겠다고 했다가 언니에게 한소리 들었습니다. "야, 이제 5학년인데, 악기를 두 가지 할 시간이 어딨노? 한 가지만 해라, 한 가지만!!!"
여기서 말하는 사교육의 의미는 영어, 수학... 뭐 이런 것만을 이야기 하는 건가요? 피아노, 미술, 태권도도 포함???

수퍼남매맘 2013-01-11 20:06   좋아요 0 | URL
저희 딸은 악기 두 가지 해요.자기가 원하는 거라서 계속 하게 할 거예요.(피아노, 기타)
기본적으로 예체능은 불포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어제 뉴스에 보니 딱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해요. (유아들 스포츠 과외가 성행한다고)
학습지만 해도 아이들은 너무 싫어하는데 과도하게 시키는 경우도 있잖아요.
울반 아이들도 학원은 안 다니지만 여러 개의 학습지를 하는 아이들이 있더라고요. 당연 아이들이 버거워하죠.
 

5학년 겨울 방학을 맞이한 딸.

권정생 선생님 말씀이 너무 많은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일 년에 30권 정도 읽으면 족하다고 하셨던 것 같다.

그건 다독에 연연해 하지 말라는 의미일 거라고 생각하고,

그 나이에는 가장 우선 순위가 " 놀기 "라는 것이기도 하다.

하여 나도 딸에게 무리한 독서 계획을 내세우지 않았다.

1주일에 한 권은 읽으라고 주문을 했다.

읽은 책은 그래도 독서감상문을 써서 생각이 깊어지게 정리를 해 두라고 했지만

그건 잘 안 지키고 있다. 겨우 한 편을 썼다. 에궁

언제쯤 스스로 독서감상문을 쓸 지....

 

그나마 칭찬 거리를 찾자면

책을 들면 엄청 집중해서 읽기는 한다.

엊그제 아빠가 읽어준다고 가져왔던

<피노키오>를 집어들더니

어제와 오늘 이틀 걸려 다 읽었다.

다 읽고나서

" 엄마, 원작은 많이 다르다. 없던 등장 인물들도 나오고 그래" 이게 끝이다.

스스로 독서감상문을 쓸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이럴 때 학교 숙제라도 있으면 억지로라도 할 텐데...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숙제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학부모로서 해 본다.

학교 숙제가 없으면 우리 딸 같은 아이는 너무 논다.

내일 써보라고 해야지. 어차피 일기 쓰는 날이니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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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1-08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아이들이 숙제가 없다면 스스로 뭔가 하는 어린이는 별종이거나 희귀종이겠죠.ㅋㅋ

순오기 2013-01-08 22:26   좋아요 0 | URL
오늘 책선물 잘 받았어요~ 고맙습니다, 잘 읽을게요!

수퍼남매맘 2013-01-09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 내일은 잘 구슬려 독서일기를 쓰게 해야죠.

책이 도착했군요. 즐독하시길...
제가 늘 고맙습니다.

희망찬샘 2013-01-10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방금 책 선물 받았습니다.
예쁜 말이 담긴 카드까지!!! 황송합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만난 이 소중한 인연들, 제게 너무나도 큰 기쁨입니다.
우리는 더욱 더 동병상련~ 뭐 그런 거로 공감대가 넓은 것 같지요?
2013도 재미있게 보내요, 우리!!!

수퍼남매맘 2013-01-10 15:12   좋아요 0 | URL
저도 오늘 희망찬샘이 보내주신 책이 도착했어요.
열심히 밑줄 그으며 읽고 있어요. 내 책이깐 누구(?) 눈치 안 보고.....
다 읽고나서 딸도 읽어보라고 해야겠어요. 내용이 참 좋네요.
순오기님과 희망찬샘을 알라딘서재에서 만난 것은 저에게는 "넝쿨째 굴러온 복"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