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번지 유령 저택 1 - 옥탑방에 유령이 산다! 456 Book 클럽
케이트 클리스 지음, M. 사라 클리스 그림, 노은정 옮김 / 시공주니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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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매번 좋아하는 이야기는 뭐가 있을까요? 가만 살펴 보면  똥, 귀신, 방귀 등등은 매번 이야기나 영화의 소재로 나와도 나올 때마다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하는 소재인 듯 해요. 이번에 시공사에서 아주 재미있는 유령 이야기가 나왔어요. 유령 이야기하면 으시시 무서워야 한다고 소개를 해야 하는데 재밌다고 소개하는 걸로 봐서 벌써부터 시시하다고요? 유령 이야기가 반드시 무서워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저처럼 무서운 걸 싫어하는 사람도 일단 겁 먹지 말고, 책장을 한 번 넘겨 봐요. 그럼 금방 이 책이 전혀 무섭지 않으며 아주 재밌고, 그러면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 될 거예요. 유령 이야기라서 아주 으시시한 걸 기대한 친구들은 " 으~ 하나도 안 무서워! "살짝 실망할 지도 모르지만 책을 몇 장 넘겨보면 금방 재미를 느끼게 될 거예요.

 

등장 인물의 이름부터가 벌써 내 맘을 확 끌어당겨요. <부루퉁> 작가님에 <다파라 세일>부동산업자, <드리미 호프>어린이, <올드미스>유령, <김팍새니>부부 등등 그 사람의 성격에 맞는 이름들이 나올 때마다 볼 가득 웃음이 번지곤 한답니다. 옮긴이 후기를 보니 영어 이름을 이렇게 맛깔나게 옮기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하네요. 고생하신 보람이 있으세요. 이름들을 보면서 정말 기발하다고 생각했거든됴. 그 이름들을 하나하나 따라하다 보면 내 성격에는 어떤 이름을 지어 볼까? 우리 가족들에게는 어떤 이름이 딱 어울릴까 하며 나도 모르게 창의력을 발휘하게 된답니다.

 등장인물 소개- 이름이 기막혀요.

 

이 이야기는 이름 그대로 항상 부루퉁한 추리소설가 부루퉁씨가 유령이야기 13번째를 집필하기 위해서 빅토리아 시대-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하던 시대로 1837년~1901년을 일컬음- 건물인  43번지 저택에 오게 되고 그 곳에서 여러 가지 사건들을 겪으면서 비로소 진정한 작가로 성장(?)하는 일종의 성장 소설이라고 하면 될 것 같아요. 책을 읽어 보면 이게 왜 동거하는 꼬마 드리미 호프가 아닌 부루퉁씨의 성장 소설인지 금세 깨닫게 된답니다.

 

빅토리아 시대 저택의 구조

 

 

조용하게 집필을 하고자 했던 작가님은 자신이 부모에게 버려진 꼬마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엄청 분노하죠. 그리고 그들은 그들만의 의사소통을 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편지예요. 나중에는 유령도 이 편지놀이를 하게 된답니다. 이 책은 서로 주고받는 편지로 이뤄져 있어요. 그래서 책을 보다보면 나도 막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등장인물에 따라 글씨체도 가지가지라서 참 흥미롭답니다. 요즘은 이렇게 편지 쓸 일이 드물잖아요. 대부분 문자를 하거나 메일로 보내지 손으로 쓴 편지를 보내본 것은 까마득하네요. 이 책은 그런 편지에 대한 추억도 떠돌리게 해 준답니다.

 

 

 

 

 

 

 

 

 

 

 

 

 

 

 

 

 

 

 

 

부루퉁의 편지

 

 

 

 

 

 

 

 

 

 

 

 

 

 

 

 

 

 

 

 

 

드리미와 올드미스의 편지

 

끝으로 책에서 흥미로왔던 것은 중간중간에 신문이 나오는데 이게 또 읽을거리를 줘요. 요즘 들어 신문 보는 일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데-인터넷이 대신하고 있죠-그런 것까지 작가님이 다 계산해 넣으셨는지 이 책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와 필요성 내지 고마움을 느끼게 해 주네요. 빅토리아 시대 건물, 편지, 신문 그리고 작가의 초심 말이에요. 계속해서 시리즈로 출간되어 나온다니 어느덧 유령을 사랑하게 된 부루퉁 씨의 뒷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요.

 

겁나라 빨리 신문

 

 

 

 

그 동안 "작가의 벽"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던 부루틍씨를 작가의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든 이 유령의 저택 43번지에 놀러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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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 그러니까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부터 학교재량휴업일에 들어갔다. 그래서 이번 추석 연휴는 무려 6일이나 쉬게 되었다. 그야말로 작은 방학이다. 시댁에 내려가야 하나 열차표를 구하지 못하여 내려 가지 못하는 바람에 우리 가족들은 이번 기회에 서울 투어를 하기로 하였다.

 

연휴 첫째 날은 집에서 빈둥대며 쉬었다. 그 전날까지 학교가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던 터라 이 날은 정말 게으름뱅이처럼 빈둥댔다.둘째 날은 수퍼남매를 데리고 북촌 한옥 마을과 인사동을 다녀왔다. 북촌에 한 번 가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닿지 않다가 날씨도 좋고, 사람들도 많이 빠져 나가 별로 붐비지 않을 듯하여 아이들과 함께 가 봤다. 남편은 "별로 볼 거 없어서 실망할 텐데 "하였지만 막상 가 보니 전통 한옥들이 제법 밀집해 있어서 운치가 있었다.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 딸은 시종일관 " 나도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 고 노래를 불렀다. 외국인들도 많고, 여기 저기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출사를 한 사람들도 더러 보였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분들이 북촌을 애용한다고 들었다.아이들은 뭐니뭐니 해도 체험하는 게 남는거다 싶어서 매듭으로 휴대폰줄을 만든는 체험을 했다. 아들이 하기에는 좀 힘들다 해서 누나만 했다. 옆에서 외국인 한 분이 엄청 어려워 보이는 매듭을 쓱쓱 잘하시더라!

 

다른 공방에도 들어가서 체험을 해 보고 싶었으나 역시 대목이라 휴업하는 집들이 많았다. 옛날에 지체 높은 양반들이 모여 살았다는 북촌 마을, 요즘 한옥이 다시 인기를 끌어 아파트를 팔고 이 곳에 와서 사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그래도 서울 시내에 이런 전통 가옥들이 남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것마저도 없었더라면 500년 조선의 도읍지였다는 것은 그저 문헌 속에서만 있는 사실이고, 실제로 이렇게 내 눈으로 보고, 만져 보지는 못했을 텐데 말이다.  북촌까지 택시 타고 오면서 미아리 고개를 넘어가는데 기사분이 성곽이 남아 있다고 하여 그 곳을 보니 정말 성곽이 남아 있었다. 그 길을 정말 여러 번 다녔는데도 한 번도 눈여겨 보지 않았는데 기사님 말씀을 듣고 올려다 보니 그 곳에 성곽이 남아 있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나 보다. 이렇게 그냥 모르는 체 지나치는 게 얼마나 많을까!

 

 

 

 

 

 

 

 

 

 

 

 

 

 

 

 

 

 

 

 

 

 

 

북촌 한옥 마을(뒤에 보이는 산은 인왕산이 아닐까 싶다.)

  

길을 건너 반대편으로 가니 좀 느낌이 다르다.평창동 같은 커다란 저택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해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고르곤졸라 피자와 토마토스파게티를 시켜서 먹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니 먹어야지. 이번에는 먹기 전에 꼭 사진을 찍으라는 아이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예쁜 음식의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먹고 나니 좀 힘이 생긴다는 아들의 말에 으싸으싸 걸어서 인사동을 가기로 하였다. 내려 오다 보니 <정독도서관>도 보였다. 참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 휴관일이라서 들어가보진 않았고, 전에 학교도서실 지원하러 오신 사서샘들 말씀이 봄이 가장 예쁘다고 하니 내년 봄에 와야겠다.  그런데 가을에 단풍 들어도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

 

인사동에 들어서니 북촌과는 달리 상점들이 거의 문을 열고 있어서 구경할 게 많았다. 보이는 것 마다 사달라는 딸 때문에 " 안 돼 " 라는 말을 여러 번 해야만 했다. 딸은 보이는 것마다 먹어야 하고, 사야 하는 스타일이다. 하나는 기념으로 사줘야 할 것 같아서 머리끈과 아들의 가방고리를 하나 샀다. 거리의 음악인도 있어서 구경도 했다. hang drum이란 악기로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드럼으로 고음 저음이 나오는게 참 신기했다. 조금 더 내려가자 아이들에게 꼭 보여 주고 싶은 게 드디어 나왔다. <꿀타래>였는데 친절한 오빠들이 재밌는 노래에 맞춰 꿀타래 만드는 시연을 해 주셨다. 하나의 꿀덩이가 머리카락 보다 가는 16384가닥이 되는 과정에 수퍼남매 눈이 커졌다. 또 먹어야 하는 딸 때문에 꿀타래 패키지를 사서 쉴 겸 <경인미술관>으로 갔다. 인사동에 가면 꼭 이 곳에 들러야지 인사동에 다녀온 기분이 확실히 든다. 고가를 개조하여 미술관과 찻집을 운영하는 곳인데 이 곳에 앉아 있으면 절로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대학생 때부터 인사동 가면 꼭 가는 곳이다. 자신한건데 인사동의 멋을 200%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오미자차와 세작을 주문해서 마시며 아픈 다리를 쉬고 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외국인들이 많았다. 그 중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왔다. 정말 이젠 어딜 가나 중국인들이 가장 많은 것 같다. 따뜻한 차를 마시니 피로가 쫘악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수퍼남매는 아기 고양이를 발견하고는 뜰에 나가서 고양이와 숨바꼭질을 했다.  아기 고양이가 갇혀서 못 나온다면서 나한테 도와달라고 하는데 알고 보니 애들이 있어서 안 나오고 버티는 거였다. 고양이를 보자 딸은 또 " 마당 있는 집에서 고양이 키우며 살고 싶어" 노래를 다시 부른다.  '그래 엄마도 삭막한 아파트 보다는 흙을 밟을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이 좋긴 한데......'  북촌도 멋스러워 보였지만 주차장도 그렇고, 겨울에는 많이 춥다고 한다. 나 같이 추위 많이 타는 사람은 음~~그래서 마당 있는 집에 산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란다.

 

인사동 거리

 

 

 

경인미술관

 

아들이 안국역으로 가는 길에 검을 파는 곳을 보고 사고 싶어 해서 목검을 하나 사줬다. 목검을 사 주자  집에서부터 가져 온 플라스틱 칼은 나한테 주고, 그걸 가지고 지팡이도 했다가 닌자 흉내도 냈다가 하며 엄청 좋아했는데 집에 와서 내가 휘청거리다 밟아서 칼이 부러졌다. 얼마나 미안하던지.... 그래도 안 울고, 용서해 준 울 아들, 고맙다!

 

한 나라의 500년 도읍지였던 서울, 4대문 안에도 그 흔적들이 많이 사라져서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잘 보존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다음에는 수퍼남매와 궁궐 나들이를 가기로 하였다. 궁궐 갈 때는 미리 공부를 많이 해가야 제대로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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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발명가 앤드루의 모험 비룡소의 그림동화 85
도리스 번 지음, 이원경 옮김 / 비룡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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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초록색 표지가 마음까지 설레게 하는 그림책 한 권을 만났다. 1965년에 미국에서 발간되어 반세기 동안 사랑받고 있는 그림책이라고 하는데 책장을 넘겨 보니 펜으로만 그린 흑백 그림이 가을과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만화풍 같은 그림에 세밀한 펜선이 충분히 오랜 기간 사랑 받을 만하다고 생각되었다.

 

 

형제 다섯 중에 가운데에 끼인 앤드루는 누나는 누나들끼리, 동생은 동생들끼리 어울리고, 자신은 혼자지만 전혀 외롭거나 심심하지 않다. 왜냐하면 앤드루는 요리조리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발명가이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앤드루의 발명품 때문에 심사가 뒤틀리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앤드루의 발명품은 연일 이어진다. 하지만 결국 가족들의 푸대접에 앤드루는 장비들을 자루에 담아 모험을 나선다. 한 마디로 가출이지.

 

 

마땅한 곳에 자신만의 연구소를 차린 앤드루에게 뜻하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다. 앨리스라는 이쁜 여자 아이였다. 앨리스 또한 앤드루처럼 가족들에게 이해받지 못하여 모험을 떠나 온 것이었다. 앤드루는 앨리스가 원하는 집을 뚝딱뚝딱 만들어 준다. 가족과는 달리 앨리스는 앤드루가 지어 준 집에 아주 만족해 한다. 그렇게 하나 둘 앤드루와 같이 가족들에게 이해 받지 못한 아이들이 앤드루의 숲에 모여 들기 시작한다.

앤드루는 자신을 찾아온 아이들의 특성에 맞는 집들을 맞춤으로 지어준다. 그렇게 하여 아홉 채의 집들이 완성되었다. 가족에게 온갖 잔소리로 시달렸을 아이들에게 이 곳이야말로 천국이었을 것 같다.

 

 

한편 앤드루를 비롯한 아이들의 집에서는 아이들이 사라져서 발칵 뒤집히고, 앤드루의 행방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개가 그들이 사라진 장소로 가족들을 안내해 준다.

 

우리 집도 앤드루 비슷한 아이가 있어서 집안을 온통 들쑤시고 있는데 부모 입장에서는 그게 참기 힘든 일이긴 하다. 그래도 수퍼남매는 앤드루에 비하면 참 양호한 편이다. 그림으로 보면 앤드루의 발명품이 장난이 아니다. 아이들 중에는 앤드루처럼 독특하고, 유달리 창의적이서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아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그림책은 그런 아이들조차도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고 감싸 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제안을 하는 것 같다. 내가 겪어 본 아이들도 창의적인 아이들은 정리정돈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창의성도 좋고, 정리도 잘하길 부모는 바라지만 그게 양립하기가 힘든 듯하다. 그렇다고 창의성을 포기하라고 하면 부모는 허락할까? 아닐 것이다. 그렇담 부모나 다른 가족들이 기다려 주고, 이해해 주는 게 가족의 화목을 이루는 길이 아닐까 싶다.

 

앤드루의 발명품의 변화도 눈여겨 볼 만하다. 초반 앤드루의 발명품은 오로지 자신을 위한 것들인 반면에 숲에서 친구들을 위해 만들어 주는 집이나, 가정으로 돌아온 후 만들어 내는 발명품은 상대방을 위한 발명품이란 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가족이 앤드루의 모험으로 인하여 앤드루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면 앤드루 또한 모험을 통하여 많이 성장하였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되었다.

 

오랜만에 흑백으로만 된 그림책을 보니 참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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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나랑 궁합이 잘 맞는 아이도 있고, 그렇지 못한 아이도 있기 마련이다.

샘들은 해걸이를 한다는 말로 위안을 삼곤 하는데

어떤 해는 그 반이 통째로 나랑 잘 맞기도 하다가 어떤 해는 잘 안 맞는 해가 있기도 하다.

 

이번에 담임한 아이들은 그런 의미에서 나랑 참 궁합이 잘 맞다.

아니 잘 맞아가고 있는 것 같다.

저학년을 하더라도 참 힘든 해가 있고, 고학년을 하더라도 수월한 해가 있음은

바로 아이들과 교사의 궁합 때문일 것이다.

 

오늘, 병원놀이를 하기로 한 날이다.

1학년 담임을 여러 번 하면서 가장 하기 싫은 게 바로 이 병원놀이다.

아이들은 참 좋아하는데 교사는 참 힘들다.

준비할 게 진짜 많다.

교과서 수업 시간은 그리 많지 않지만

병원놀이를 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준비하는 것을 따지면 교과서상의 수업 시간을 훨씬 초과한다.

교사가 혼자서 이것들을 다 준비하려면 벅차긴 하다.

그래서 매번 학부모님 지원을 받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학부모들 도움을 빌리지 않고, 병원놀이를 해 보기로 하였다.

 

나에게 약간은 조잡한 병원놀이 세트도 있겠다

다른 것들은(보험증, 처방전, 약봉투 등등)은 아이들과 짬짬이 만들면 되었다.

남은 것은 바로 약, 약이 문제다.

매번 어머니들께 부탁 드려 맛있는 약들을 준비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준비해 보기로 했다.

 

지난 일요일 마트에 가서 초콜릿, 마이쮸, 캔디를 샀다.

아이들이 만든 약봉투에 그것들을 하나씩 넣자 아들이 도와준다고 왔다.

역시 울 아들 이뻐~  누나는 열심히 런닝맨을 보고 있었쥐

도와주는 아들에게도 마이쮸를 주니 아들이 더 신이 나서 잘 도와줬다.

 

금일 3-4교시 가 팀과 나 팀으로 나눠 병원과 환자 팀을 정하고 병원놀이를 시작하였다.

3군데 병원을 다녀 오는 것이 오늘의 미션이다.

그래야 약국에 가서 맛있는 약을 타서 먹을 수 있다.

4교시에는 역할을 바꿔서 했다.

아이들이 병원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니 미래의 의사, 간호사, 약사들이 보였다.

제대로 하는 아이들 때문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특히 치과와 안과는 아이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환자를 치료하는지.... 진짜 같았다.

물론 당연히 시끄러웠지만 나만 참으면 애들은 즐겁다.

마음껏 소리 지르라고 내버려 두었더니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병원놀이를 하는 아이들. 아이들은 그렇게 커야 하는 것 같다.

 

역할놀이를 다 끝내고 약 세 봉지를 먹는 시간을 주었는데

다 먹는 아이, 아까워서 못 먹는 아이, 부모님 보여 드린다는 아이 가지각색이었다.

" 얘들아, 이 약은 선생님이 너희들이 아침독서 잘해서 선물로 주는 약이에요" 라고 말해 주었다.

우리 반은 그동안 아침독서를 무지 잘해서 선물을 받을만하다.

 

다음 5교시에는 실로폰을 연주하는데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지난 주 내내 집에서 5번씩 연습하라고 하긴 했지만

이렇게 실력이 향상되었을지는 몰랐다.

우리 반 아이들이 이쁜 것이 바로 이 점이다.

노력한다는 것.

지난 번 처음 실로폰을 가르칠 때는 실력이 형편 없었는데

매일 내 준 숙제를 성실히 하여 이렇게 향상되어 온다는 게 교사로서 정말 흐뭇하고 보람되다.

그 뒤에 교사를 믿어 주고, 교사와 함께 같은 방향으로 아이들을 지도해 주시는 학부모님들이 계셔서 더 든든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설문지 제출하는 게 있었는데

100% 제출이다.  다른 반 물어보니 10여 명이 미제출이란다.

교사 생활하면서 이렇게 100%수합하는 게 참 드물다.

며칠 내내 수합하다보면 짜증 나고, 그게 곧 잔무가 된다.

우리 반은 안 그렇다.

담임 샘 힘들지 않게 학부모님들이 많이 도와주신다.

역시 우리 반은 명품반이다. ㅋㅋㅋ

 

평소에도 우리 반 아그들이 이쁘지만

오늘은 정말 정말 더 예쁘다.

얘들아, 알라뷰~~

 

내일은 가짜 송편 만들자.

이번 주는 연일 신 나는 일들만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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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2-09-2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재미있게 한 기억이 새록새록~
1학년 아이들 너무 재미있었어요.
 

헐~  내일 우리 동네에 공지영 작가가 오셔서 북 콘서트를 한다고 하는데....

(노원구청  6층 7시 30분)

실물도 직접 보고, 사인도 받고, 인증샷도 찍고 싶은데

왜 하필이면 내일이냐고?

제일 바쁜 날인데.......

딸  기타 레슨 가야지

또 친정에 들러야지

이 좋은 기회를 그냥 놓쳐야 하다니 ㅠㅠ

 

얼마 전에도 <고래가 그랬어>의 편집자 김규항 님이 오셔서 강연을 하였는데

그것도 못가서 많~ 이 아쉬웠는데

이번에도 또 놓치다니

진짜 아 깝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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