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늦잠을 자서  큰일이다. 그제부터 후텁지근해서 잠을 깊게 못 자니 아침에 늦게 일어나게 된다.

일어나 보니 아들이 저 혼자서 어느새 책 한 권을 읽었다. 기특한지고

바로 이책이다.

글밥이 제법 많은 책인데 저 혼자 다 읽었단다.

<고래가 그랬어>를 통해 알게 된 소복이님.

만화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서 이름을 외우고 있던 터에

이 그림책이 나와서 무지 반가웠다.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강추하는 책이다.

책읽기를 게임하듯이 즐기라는 것이지.

방학 동안 아이들은 좀 더 게임을 하려고 하고, 엄마들은 책을 더 읽게 하려고 신경전이 벌어질텐데 함께 이 책을 읽어보고 나눠 보면 좋을 듯하다.

 

아들에게 책을 골라오라고 했다. 아들이 <알도>를 골라왔다.

"전에 읽지 않았니?"  하니 아들 왈

" 엄마 혼자 읽었잖아!" 한다. 그런가?

내가 무지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다.

<지각대장 존>으로 유명한 존 버닝햄의 작품으로서 외톨이 소녀와 토끼 친구의 우정에 대한

책이다.

 

 

 

 

 

그 다음 아들이 골라온 책은 겉표지가 좀 엽기적으로 보이는 찰스 키핑의 걸작 <창 너머>이다

이건 읽은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나도 처음인 책이다.

명성이 자자한 책들은 읽었다는 착각에 빠질 때가 간혹 있다.

이층에서 거리를 내려다 보는 제이콥의 모습이 굉장히 외로워 보인다.

이 소년은 왜 이렇게 2층에서 거리를 내다보고 있을까?

독특하게 그림을 그리는 찰스 키핑의 그림을 만끽할 수 있는 그런 그림책이다.

진짜 독특해서 어린이들에게는 쉽게 다가가지 못할 지도 모른다.

아들도 보면서 계속 " 무섭다" 를 연발한다. 마치 히치콕의 공포 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둘 다 영국을 대표하는 그림작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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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2-07-24 0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서 책을 읽다니 참으로 기특한 일이에요. 저는 방학인데도 학교에 내도록 가야 할 것 같아요. 아이들 방과후도 그렇지만 도서관 나들이를 꼬옥 하겠다고 하니 책 읽기 힘들어하는 (찬이에게는 재미있는 다른 일이 너무 많아요.ㅋㅋ) 찬이를 위한 특별 봉사로 데려다 주려고요.

수퍼남매맘 2012-07-24 10:48   좋아요 0 | URL
아들은 제가 생각해도 배려심이 많고, 착해요. 나중에 아마 아들이 커피도 끓여 주고, 설거지도 대신 해 줄 것 같아요. 성격이 누나와 정반대랍니다. 방학 동안에도 내내 출근도장 찍으시나 봅니다. 저도 어제 잠깐 학교 갔다 오긴 했어요. 방학 동안에는 제가 오히려 더 게으름을 피워서(화장 하기도 귀찮고)밖에 잘 안 나가요.
 

학기 중에 멈췄던 아들과 함께 책 읽기를 다시 시작하였다.

이번 방학 동안 지난 번 시공주니어에서 이벤트 당첨으로 받은 그림책 208권을 완독하기로 결심하고 오늘부터 실천!!!

하루에 2권씩 읽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들이 골라 온 책 2권은 이렇다.

퀸틴 블레이크 그림이라는 것에 무지 반가웠다. 

온실에 앵무새 열 마리를 기르시는 교수님이 있다.

매일 똑같은 교수님의 인사에 돌아버릴 것 같았던 앵무새들이 깨진 유리창으로 탈출한다.

앵무새를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교수님.

그림을 자세히 보면 교수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독자 눈에는 숨어 있는 앵무새들이 보인다.

처음엔 1마리, 그 다음 그림에는 2마리, 3마리, 4마리,,,,,,

아이들과 함께 점점 늘어나는 앵무새 수를 세어보면 더 재밌어 할 것이다.

 

 

 

 

 

지난 번 읽은 것도 같다고 하니

아들이

" 그 때는 나 혼자 읽었잖아!" 한다.

그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해지는 그런 그림책이다.

하얀 아이 토끼와 까만 아기 토끼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인데

재밌게 놀다가도 갑자기 슬픔에 잠기는 까만 토끼의 그 슬픔이 무엇일까 ?

화면 한 가득 하얀 토끼가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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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7-23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공주니어 에넥스 책장과 세트 도서 208권~ 완전 대박이네요!
저는 앵무새 열 마리만 있고, 토끼의 결혼식은 못 본 책이네요.
책읽어주는 행복한 시간 방학내내 계속되기를... ^^

수퍼남매맘 2012-07-23 13:16   좋아요 0 | URL
<토끼의 결혼식>은 부드러운 그림톤이 진짜 예쁜 그림책이에요. 앙증맞은 토끼들의 표정도 생생하고요. 방학 끝날 때까지 아들과 함께 읽기 잘 실천해야 할 텐데.....
 

어제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여름 방학식을 하였다. 이번 여름 방학은 예전에 비해 10일이나 줄어들어 아쉬움이 많다. 차라리 겨울 방학을 줄이지....

 

방학식 며칠 전부터 아이들이 들뜨기 시작하여 선생님들은  그런 아이들을 가라앉히느라 참 힘들어 하셨다. 울 반 아이들은 정말 온순해서 난 힘든 줄 몰랐지만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방학식 날까지 진도를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흥분의 도가니 상태에 있는 아이들을 앉혀서 이 더운 날에 진도를 나가야 하는 고충을 아실려나? 마지막 날, 그러니까 어제는 에어컨 까지 안 나와서 완전 찜통 교실이었단다. 쫓기듯이 공부한 것이 머리에 남을 리도 없고. 어찌 되었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학을 하였다.

 

이제 30일 동안 어린이들은 전적으로 부모님의 양육을 받게 된다. 학기 중에는 어느 정도 교사가 역할을 분담하여 맡았는데 방학은 100% 부모님의 양육에 달려 있다. 아이들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좀 더 성장하고, 행복한 방학이 될 수 있을까 한 번 쯤은 생각해 봤음 한다.

 

작년부터 <고래가 그랬어>란 잡지를 정기구독하고 있는데 거기에 실린 글을 보면서 '와, 우리 반 부모님들께 인쇄해서 드려야겠다' 했는데 무지 바빠서 할 수가 없었다. 방학하면 대부분 아이들이 이러이러한 것들을 지키겠다고 부모님께 약속을 하는데 반대로 이번에는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약속을 해 보는 것이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한 여름 방학을 보낼 수 있을지 한 번쯤 고민해 보는 것이다. 여기 7가지 약속이 조금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지금 행복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합니다.

 

2.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공부는 ' 마음껏 놀기' 입니다.

 

3.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게 성공입니다.

 

4. 아이와 노동자가 행복해야 좋은 세상입니다.

 

5. 교육은 상품성이 아니라 인간성을 키우는 일입니다.

 

6. 대학은 선택이어야 합니다.

 

7. 아이 인생의 주인은 아이입니다. 

 

<고래가 그랬어>와 경향 신문이 함께 하는 캠페인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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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탐정 민철이
고정욱 지음, 남현주 그림 / BF북스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진짜 올해는 개 풍년이다. 계속해서 걔와 관련된 책만 읽고 있다. 고정욱 작가님하면 먼저 장애를 가진 것이 떠오른다. 이 책을 보려고 책장을 넘겼는데 책에 QR코드 비슷한 것이 상단에 찍혀 있는게 보였다. voiceye란다. 즉 시각장애우들도 음성으로 이 책을 들을 수 있도록 한 배려이다. 장애우들도 보고 싶은 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이 세심한 배려야말로 장애우들이 독서하는데 있어서도 차별 대우 받지 않는 방법이라는 생각에 이 책이 갑자기 좋아졌다.

 

소심한 성격의 민철이와 전학을 온 뚱땡이 창식이가 친구가 되고, 둘은 벽보에 누군가 잃어버린 개를 찾는다는 광고를 보고 한 번 개탐정으로 나서보자고 의기투합한다. 아이들은 현상금 10만원 때문에 개탐정을 시작하였지만 겨우겨우 찾아낸 개가 두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정작 그 사실을 안 주인은 " 갖다 버려라" 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아이들은 장애개가 되었다고 해서 갖다 버리라고 쉽게 말하는 그 아줌마를 보며, 자신들이 데려와 키우겠다고 결심하고, 아줌마로부터 받은 돈 10만원도 고스란히 돌려 준다.

 

원래 주인은 뽀삐가 정상개일 때는 애지중지 사랑하였지만 장애를 갖게 되자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갖다 버리라고 한다. 반면 개탐정 민철이와 창식이는 용돈 때문에 뽀삐를 찾아나섰지만 다친 뽀삐를 동물병원에 데려와 수술을 받게 하고 갖다 버리라는 주인의 말에 차마 갖다 버리지 않고 자신들이 기르려고 한다. 그렇다면 개의 입장에서 누가 반려인간일까?

 

"저는 개도 식구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식구가 다쳤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떻게 내다 버릴 수가 있어요?"

 

민철이와 창식이가 장애개가 된 뽀삐를 버리고 도망가는 아줌마를 향해 외치는 분노의 말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개를 좋아한다. 그래서 한 마리쯤 기르고 싶어 한다. 딸도 개를 엄청 기르고 싶어 했다. 그런데 개와 관련된 동화를 읽고 조금 달라졌다. 개를 기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곱씹어 보면서 마음에 부담을 가지게 되었다. 집에 있는 식물 하나도 물 주기를 제대로 안 해서 죽이는 우리 가족이 동물을 기른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 엄마는 그런 죄를 저지르고 싶지 않아"라고 딸에게 말했다. 식물이 죽어도 미안하고 마음이 아픈데 내가 잘 보살펴 주지 못해 개가 엉망이 된다면 그건 더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는 기른다는 것이 아니고 가족으로 맞이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딸에게 덧붙였다. 그건 다시 말해 개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뻐하는 마음만 앞세워 덜컥 개를 집에 들였다가 책임 지지도 못하면 그 개의 인생은 어떻게 되겠는가? 내가 개의 반려 인간으로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고, 그 개의 인생을 책임질 마음의 각오가 되어 있을 때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해 줬다. 개는 사람보다 수명이 짧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람이 개의 죽음을  지켜 봐야 하고, 장례도 치러야 한다.  중간에 병 들고,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가지게 된다고 하여 이 아줌마처럼 쉽게 포기하고, 양심의 가책도 없이 내다버리라고 말할 거라면 시작도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전에는 솔직히 자신을 개 엄마, 개 아빠로 부르는 사람들이 영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개와 관련된 책들을 보다보니 이해가 조금 된다. 자신을 개 엄마, 아빠로 부르는 사람들은 개를 단순히 애완동물로 기르는 게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해서 그렇게 부르는가 보다 싶다. 고 작가님의 말처럼 개는 우리 인간과 가장 오랜 기간 동안 함께 해 온 반려동물이라서 그 느낌이 다른 동물들과는 다른 것 같다. <개님전>에 보면 진도 사람들은 개가 명을 다하면 밭에 묻어 주었다고 한다. 옛날부터 개를 반려 동물로 생각해온 듯 하다.

 

한 해 동안 버려지는 유기견수가 10만 마리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그 중 1/4은 입양되지 못 해 안락사당한다고 한다. 개를 비롯한 동물도 사람처럼 자연의 일부분인데 인간이 그들을 그렇게 유기하고, 학대하고, 안락사시킬 권리를 누구로부터 부여받은 것일까?  유기견 입양 캠페인에서 외치는 슬로건이라고 한다. " 사지 말고 입양해 주세요 " 이제는 좀 더 다른 시각으로 개를 바라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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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2-07-22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네도 얼마전에 유기견을 데려다 키운다고 하네요. 기특한 친구... 저는 어릴 때 고양이를 키운 경험이 있어서 개보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맘이 좀 있어요.

수퍼남매맘 2012-07-22 12:03   좋아요 0 | URL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 가정도 유기묘를 키운다고 하네요. 아파트에서는 개보다는 고양이가 낫다고 그러시면서요. 생명을 들이는 일이라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하시더라고요. 전 어릴 때 개와 고양이 다 키워봤어요. 우리 애들한테도 그런 경험을 하게 하고 싶긴 한데 함부로 결정할 일은 아닌 듯해요."사지 말고 입양해 주세요" 란 말이 가슴에 콕 박히더라고요.
 

방학식을 하기 전에 그래도 빼먹지 않고 꼭 하는 행사가 바로 장기 자랑이다. 올해부터 전면 놀토가 실시되는 바람에 고학년은 아직도 교과서 진도를 다 나가지 못해 하루에 국어3시간, 수학 2시간 등을 공부하느라 교사와 아이들 모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저학년은 좀 덜하지만 예년에 비해 여유가 없는 건 사실이다. 학기말에 가면 좀 널럴하게 하고 싶은 행사도 하고, 아이들과도 좀 여유있게 보내곤 했는데 이젠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난 진도가 다 끝나서 나에게 주어진 재량 시간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어제는 학급 음악회와 장기 자랑을 하였고, 오늘은 <마당을 나온 암탉>애니를 봤다.

 

매년 학급 잔치 즉 책거리 행사로 장기 자랑를 한다고 하면 남자 아이들은 주로 태권도, 여자 아이들은 노래나 악기 연주만 해서 다양성이 부족한 듯하여 이번에는 아예 음악회를 따로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메뉴가 좀 더 다양해지겠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1주일 전부터 학급 음악회가 있다고 예고를 하고 연습을 숙제로 내 주었다. 막판에 장기 자랑도 같이 하게 되었다. 방송반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동영상 촬영도 했다. (삼각대 위에 디카를 설치해 놓았다.)

 

순서 정하기는 제비 뽑기로 정하였다. 순서가 정해지고 나자 한 명씩 차례대로 무대로 불렀다. 나는 반대편에서 촬영을 하고....

리코더를 하는 아이, 노래를 하는 아이, 소고 치며 노래 부르는 아이,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아이, 멜로디언을 치는 아이, 바이올린을 켜는 아이 등등 그래도 다양한 음악회가 되었다. 디카로 찍으면서 보니 자신 있게 하는 아이와 안절부절 못하는 아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아이들 일기장을 살펴 보니 많이 긴장되었다고 썼다. 그것도 무대이니 당연히 떨리겠지.

 

지난 학교는 강당 같은 곳이 있어서 피아노 연주도 가능했는데 여기는 아직 내가 시설들을 다 파악하지 못해서 그냥 교실에서 하였다. 피아노 연주가 불가능해서 자신이 휴대할 수 있는 악기로 한정지었다. 그게 좀 아쉽다.   교장 선생님이 노래나 악기 연주를 좋아하셔서 1인 1악기 다루는 것이 학교 교육 목표에도 명시되어 있고, 나 또한 악기를 한 가지씩 다룰 수 있으면 인생을 좀 풍요롭게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 악기 하나씩은 다루는 게 좋다고 종종 말하곤 한다. 그리고 일단 악기 잘 다루는 사람은 폼도 나고, 사회 생활할 때 후한 점수를 받는다. 또 스트레스 해소에도 아주 좋다. 요즘 딸을 보니 스트레스 좀 받는 싶으면 피아노 연주를 하더구만. 그래서 정서 안정면에서 악기 하나는 연주할 수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고등학교 다닐 때 내 단짝 친구의 남친이 정말 바이올린을 잘 켰다. 공부는 잘했지만 키가 작아서 좀 볼품이 없던 아이였는데 어느 날 기차 안에서 그 아이가 바이올린으로 뽕짝(트로트)을 연주했다. 함께 있던 여자 아이들 모두 입을 쩌억 벌리고 감탄을 하며 "오빠, 오빠"를 외쳤다. 그 때 느낀 건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아야 돼.' 이거였다.

 

아직 1학년이라서 연주가 서투르지만 제법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아이들이 더러 있었다. 2학기에는 더 나은 실력을 보여 줄 거라고 믿는다. 작년 아이들은 나에게 실로폰을 배워서 실로폰 연주하는 아이들도 여럿 있었다. 내가 독서를 좋아하기 전에는 음악을 참 좋아했었다. 지금도 물론 음악을 좋아하지만서도.  악기를 못 다루는 아이들은 대부분 노래를 부르는데 목소리가 일단 작고, 고른 노래가 신선하지 못한 게 좀 아쉬웠다. 곡 선정도 중요한데 말이다. 그래도 한 학기에 한 번 하는 학급 행사인데 이럴 때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도록 부모님께서도 물심양면 도와주시면 아이의 기도 살리고, 친구들에게 관심도 받고 좋다.

 

학급 행사를 한다고 하니 나도 모르게 간식을 아이 편에 보내주신 몇 분의 학부모님이 계셔서 아이들은 축제의 날이 되었다. 빼빼로에 아이와 엄마가 직접 만든 쿠키, 요구르트, 거기다 막대사탕까지. 뜻하지 않은 간식에 아이들은 비명을 지를  정도로 좋아했다. 쉬는 시간에 간식을 먹고 이어서 장기 자랑을 하였다. 음악회는 일 주일 전에 예고를 해서 준비가 그런 대로 됐는데 장기 자랑은 예고를 3일 전에 해서 미처 준비를 못 하고 나온 아이가 몇 명 보였다. 즉흥적으로 하는 게 눈에 보였다. 그 순발력은 칭찬할 만하다.  한 명은 결국 아무 것도 못했다.

 

장기 자랑은 말 그대로 자신의 장기를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 선보이는 것이다. 숨겨져 있는 기를 재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평소에 모르던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되는 수가 제법 있다.   태티서의 "트윙클"을 춰 준 여자 아이 6명, 격파까지 선 보인 무술단 3명, 태권도를 선 보인 남자 아이 세 명, 마술, 풍차 돌리기 (급조한 티가 남), 노래 등등이 있었다. 역시 연습을 해 오고 준비물도 철저히 해 온 아이들이 자신감 있게 잘하고 친구들에게도 박수를 많이 받았다. 송판 격파를 하자 난리가 났다. 아이들도 열심히 준비하고 연습해 온 아이들의 무대에 호응도가 높았다.  일기를 보니 어제 있었던 음악회와 장기 자랑에 대해 자세히 잘 썼다. 생각과 느낌 쓰란 말을 안 했어도 알아서들 자신들의 생각과 느낌을 쓴 걸 보고 "아이들에게 억지로 생각과 느낌을 쓰라고 강요할 필요가 없다"는 윤태규 선생님의 말씀이 맞다는 걸 확인했다. 체험을 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알아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쓴다. 친구가 전학갔을 때는 슬프다는 느낌을 ,장기 자랑을 할 때는 떨리면서도 재밌었다는 느낌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잘 썼다.

 

모든 행사를 다 마치고 음악회 분야만 금, 은, 동메달을 투표로 뽑았다. 포스트 잇을 나눠 주고 자기 빼고 잘한 친구들 세 명의 이름을 적어 보라고 했다. 전에 투표를 해 본 아이들은 이번에는 실수 없이 잘했다. 비밀 투표이니 무덤에 갈 때까지 비밀로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말해 줬다. 하지만 벌써 저 쪽에서 " 나 @@@ 적었는데......" 하며 비밀을 발설하는 어린이가 있었다.

 

칠판에 누가 몇 표를 받았는지 써 줬다. 마지막 순서에 나와서 바이올린을 연주한  @@가 금메달, 멜로디언을 양손으로 연주한 차 ##가 은메달, 오카리나를 연주한 **가 동메달을 수상하였다. 1학년이긴 해도 정확하게 누가 잘했는지 아는 게 기특하다. 점점 심사하는 실력도 좋아지고 있는 울 반 친구들이다.

 

그런데 이런 행사를 하고 느끼는 것은 요즘 아이들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뭐든지 잘한다. 그만큼 욕심이 있어서인가 보다. 다른 샘들도 한결같이 그 말씀을 하신다. 공부 잘하는 애가 운동도 잘하고, 악기도 잘 다루고, 그림도 잘 그리고, 춤도 잘 추고.....한 마디로 엄친아들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에 대하여 어떤 학자는 그게 바로 무엇인가를 성취했을 때 우리 몸에서 나오는 물질 "도파민" 때문이라고 한다. 도파민이라는 물질은 내적 동기 부여를 해 주어서, 무슨 일이든지 도전하게 하고, 적극적으로 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런데 성취감을 경험해 보지 못한 아이들은 도파민이 나오지 않고, 따라서 도전을 무서워하며, 계속 소극적인 상태로 지내게 되어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공부 시간에 소극적인 아이들은 이런 행사에도 항상 소극적이다. 고학년은 이런게 고착회되어 교사나 부모가 도와주기 어렵다. 하지만 저학년은 이런 행사 계획이 있을 때 부모님이 옆에서 적극적으로 거들어서  이번 기회에 성취감을 맛보게 해 주면 자신감을 회복하고 "도파민"이 분비되게 할 수 있는데 어제 촬영하다 보니 안타까운 아이가 몇 있다.

 

지난 학교에서 내가 참 존경하는 선배님께서 말씀하시길  본인은 꼭 학기말에 학급 장기 자랑을 하신다고 하셨다. 그래야 애들이 성장한다고 말이다. 맞는 말씀이다.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노력해 보는 거야 말로 아이들을 성장시킨다. 작년에 딸이 학급 장기 자랑 때문에 며칠씩 기타 연습을 하고, 연주회를 위해 피아노를 계속 연습하는 걸 보니 이런 행사들이 아이들에게  연습의 기쁨을 맛보게 해 주고,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방학식 날까지 교과서 진도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담임이 이런 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이들이 국어와 수학 공부 한 것은 기억 안 나도, 이런 행사는 오래 기억할 것이다. 수업일수가 줄어들면 당연히 공부의 양도 대량 축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이들은 이런 행사를 스스로 준비하고, 실제로 무대에 서 보면서 성장한다. 이게 바로 자기주도학습 아니겠는가!

아이들이 한 학기에 한 번이라도 이런 행사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수업 시수 좀 줄여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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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7-19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장기자랑시간이라....전 별다른 장기가 없어서 장기 자랑시간이면 항상 맨뒤에 숨어있던 기억이 나네요ㅜ.ㅜ

수퍼남매맘 2012-07-21 11:57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도 뒤에 숨는 아이였는데 지금은 아닌 것처럼... 아이들도 변화의 가능성을 봐야겠네요.

희망찬샘 2012-07-22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번째 쓰는 댓글이에요. 쓰다 날아가고 쓰다 날아아고... ㅜㅜ (이거 쓰는데 3일 걸렸네요.)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시간을 선물하셨네요. 저학년이랑 생일잔치할 때는 장기자랑에 열심히 참여하던데...
그래서 1학기와 2학기 연주 솜씨가 달라진 거 보고 아이들은 이렇게 성장하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뿌듯했는데, 고학년들은 장기자랑 하라니 부끄럽다는 이유로 시시껄렁한 농담 따먹기나 하려고 해요. 학기를 마무리하는 장기자랑 시간은 참 근사하네요. 우리랑 방학식이 같으니 개학도 비슷하겠네요. '즐방' 보내세요. ^^

수퍼남매맘 2012-07-22 12:00   좋아요 0 | URL
저학년은 뭐든지 열심히 하고, 고학년 갈수록 뭐든시 시시해 하고.... 개학식은 8월 20일이에요. 10일이나 짧아졌어요.희망찬샘도 알찬 방학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