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부터 아이들에게 읽어 주는 책 <욕 시험>은 경상도 사투리가 나온다.

집에서 내가 읽고 있는 책 <개님전>은 전라도 사투리가 나온다.

 

두 책 덕분에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의 매력에 흠뻑 취하고 있다.

 

두 책을 보다보니 표준어로 글을 쓰는 것 보다

사투리로 글을 쓰는 게 더 어렵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오늘 아이들에게 <욕 시험>일부분을 읽어 줬는데

사투리가 나와서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읽어주자마자 도서실 가서 똑같은 책을 빌려 온 아이들이 있다.

<욕 시험>주제도 참 마음에 든다.

야야처럼 소심한 아이들이 읽으면 딱인 책이다.

욕이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선입견부터 가지지 마시길.....

 

<개님전>도 진짜 재밌다.

이건 청소년 문학이라서 초딩들에게는 좀 어렵다. 하지만 내용이 그닥 어렵지는 않아서 고학년은 소화가 가능하기도 하겠다.

어제 한 부분을 수퍼남매에게 읽어 줬더니 배꼽 잡고 웃어댔다.

" 개놈이 아니라 개님이라 부르랑게"

한 동안 책이 어디 꽂혀 있는지 몰랐다가 얼마 전 찾았다.강렬한 겉표지가 무지 마음에 든다.

이 책의 화자는 사람이 아니라 개님이다.

진도에 사는 개 즉 진돗개는 생을 다하면 밭에 묻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개님들이 아기가 똥 눈 후 아기 똥과 아기 사타구니를 싹싹 핥아 먹는 이야기도 나온다.

진짜 있었던 일이니까 책에 나오겠지.

수퍼남매는 그 이야길 듣고선

"윽~ 비위생적이야!" 한다. 내가 생각해도 그건 좀 심하지 않았나 싶은데.........

면역력이 약한 아이의 똥꼬를 개가 핥다니....

아무튼 끝까지 읽어보고 다시 말하자.

 

경상도는 경상도대로

전라도는 전라도대로

각각의 사투리가 참 매력 있다.

예전에 교대 다닐 때는

교사는 아이들 앞에서 반드시 표준어로 말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꼭 그게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 서울에서 근무하시는 교사 분들 중에서도 사투리를 진하게 사용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는데

옆에서 듣는 나는 참 정겹다. 장난 삼아 따라하기도 한다.

가끔 희망찬샘이 교실에서 있던 에피소드를 입말로 쓰시는 걸 보면 진짜 재밌다.

 

혹 국어 시간에 사투리 공부할 기회가 있으면

이런 책들 인용하면 효과 만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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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2-07-18 0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기분~ 완전 공감. 아이들이 똑같은 책 빌려왔다고 자랑할 때, 읽어주고 있는 책 몰래 와서 들춰 볼 때... 정말 좋지요.

수퍼남매맘 2012-07-18 15:50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마치 제가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이 어깨가 으쓱해져요. ㅋㅋㅋ
 

솔직히 작년까지는 아이들 일기장에 코멘트를 달아 주질 않았다.

별 도장만 세 개, 두 개, 한 개 이런식으로 찍어 줬었다.

글씨도 엉망이면 다시 쓰라고 하였다.(일기가 국어 지도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했었다. )

 

하지만 금년, 한 권의 책이 나를 변화시켰다.

바로 이 책이다.

 

책은 어마어마한 마력을 가지고 있어서 이렇게 사람을 변화시킨다.

이번 아이들과는 그 책에 나온 대로 일기 지도를 해 보자고 결심하였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원칙을 정했다.

첫째 맞춤법과 띄어쓰기 안 보기(그건 예전에도 그랬다.)

둘째 생각과 느낌을 쓰라고 강요 안 하기

셋째 글씨를 좀 못 쓰더라도 용납하기( 이 부분이 좀 어렵다. 적어도 읽을 수 있게는 써와야 되지 않나? 나중에 자신이 쓴   일기를  읽을 수 있을까 싶은 아이가 두서너명 있다.)

다섯째 아이들 일기 밑에 코멘트 달아 주기

나름대로 작년과 비교해서 참 헐렁해졌고 열심히 코멘트를 달아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이 책 읽기까지는 즐겁게 하는데 일기 쓰기는 수퍼남매도 즐겨 하지 않는다.

교육경력 19년에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여럿 봤어도 일기 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아직 못 봤다.

그래서 이번 아이들과 한 번 책에서 가르쳐준대로 해 보고 아이들의 변화를 관찰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의 결심과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얄미운 아이들이 몇 있다. 그나마 수가 많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새발 글씨를 써와서 알아 보지 못하게 하는 아이와

무지 간단하게 써서 써 줄 코멘트가 없게 만드는 아이이다.

진짜 마음 같아선 그냥 사인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몽실몽실 피어난다.

윤태규 작가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예전에 내가 했던 일기 지도와 비교해 보면 참 허용적이고, 나름대로 열심히 코멘트도 달아주고 있는데

1-2명의 아이의 일기글에는 도대체 해 줄 말이 없다. 너무 짧아서 말이다.

글씨도 도대체 알아 볼 수가 없다. 나보고 안경 위에다 또 안경을 쓰라는 건가?

선생님이 노력하시는만큼그 아이들도 노력을 좀 해 줬음 좋겠다.

 

물론 내가 달아주는 코멘트와 일기 지도가 긍정적인 효과를 끼친 아이도 몇 명 있다.

그 아이들 때문에 웃는다. 보람도 느낀다.

자기네들끼리 내가 써 준 말들을 서로 읽어 주기도 하고, 무슨 말이 써져 있는지 몰래 보는 아이들도 있다.

 

오늘 코멘트를 달아 주다 보니 어떤 아이가 지난 주말에 매일매일 일기를 쓴 것이  발견되었다.

엄마가 시켜서 썼는지 자기 스스로 쓴 건지 확인할 길 없고,

진짜 일기가 쓰고 싶어서인지 일기장 2로 넘어가면 받는 쿠폰이 탐나서인지 알 길 없지만

어떤 이유인들 어떠랴!

일기를 자주 쓰는 아이들이 생겨 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2명의 아이들은 벌써 일기장을 한 권 다 쓰고 2권으로 넘어갔다.

 

교사가 똑같은 걸 지도해도

잘 쫒아오는 아이들과 못 쫒아오는 아이들이 항상 존재한다.

교사는 후자 아이들에게 더 마음을 써야 한다는 그 기본을 또 한 번 실감하는 요즘이다.

의원은 건강한 자에게가 아니라 아픈 자에게 필요하다는 진리 말이다.

 

아주 간단히, 그리고  글씨를 엉망으로 써 온 일기장을 다시 들여다 봤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머리를 쥐어 짜서 댓글을 달아 줬다.

윽~ 예전의 나라면 상상도 못할 아량이다.

걔들은 선생님이 이렇게 고생하고 있단 걸 알기는 할런지.....

생각해 보니 할 말이 없는 자신들이 더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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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7-17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이 써주시는 일기장 댓글은 정말 동기부여를 해주는데 큰몫을 합니다.
특히 저학년인 경우에는 더 그러한 것같아요.^^
아이들 일기 쓰는 것, 정말 싫어하더라구요.
헌데 선생님의 댓글 한 줄에 처음엔 신기해하다가,나중엔 선생님과 대화를 하고 있다라는 착각을 하고 선생님의 댓글을 받으려 일기를 쓰는 것같더라구요.ㅋㅋ
물론 엄마인 저도 그것이 신기하여 몰래 몰래 아이의 일기를 훔쳐보기도 하구요.ㅎㅎ
아들같은 경우엔 1학년때 선생님은 댓글을 달지 않으시고 그냥 도장만 찍어주셨어요.
아이는 그런가보다~ 했지만 저는 좀 섭섭하더라구요.
그러다 2학년때는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재밌었겠구나!'란 짧은 댓글이 달렸을땐 아이와 전 신기하더라구요.
작년 3학년땐 일주일에 세 번 써가면 마지막 날에 선생님이 항상 글을 꼼꼼하게 써주셨는데
아이보다 제가 더 감동이었어요.연세가 있으셔서인지 삶의 관록이 묻어나는 글들이 많아 선생님의 인격과 관심이 느껴져 새삼 선생님을 다시 보게 되고,저 또한 존경심이 일더라구요.^^
아들녀석도 그런 감동을 느꼈는지 이젠 선생님과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고,은근 선생님의 댓글을 기대하고 있어요.
올해는 일주일에 네 번 일기를 써야 하는데 선생님은 그 중 두 세개의 일기란에 짧은 댓글을 남겨 주시는데 그것도 다 정성이라고 생각하니 감동이더라구요.

선생님들은 참 귀찮으시겠지만,일기 쓰기 싫은 아이들에겐 일기를 쓰고픈 의욕이 생기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되는 것은 맞아요.우리 아이만 봐도 말이지요.^^

수퍼남매맘 2012-07-17 15:26   좋아요 0 | URL
예. 저도 초임때는 고학년 아이들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일기에 댓글을 주고받았는데 시간이 서서히 흐르면서 귀찮아지더라고요. 그러다 딸 아이 일기장에 담임 선생님께서 댓글을 달아 주시는 걸 볼 때면 저도 감동을 먹곤 했었죠. 역시 짧은 댓글 하나에도 아이와 학부모는 이렇게 감동을 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올해는 결심한 대로 아무리 간단한 일기글에라도 댓글을 달아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님 중에서도 자녀의 일기장에 댓글을 적는 분도 계세요. 그분들 역시 그 책을 읽으신 거죠. 부모와 교사가 함께 하면 교육적 효과는 가속도가 붙습니다. 나무님도 자녀 일기장에 댓글을 달아줘 보세요.
아무튼 나무님 말씀 들어 보니 담임 샘의 댓글 달기가 아이들의 일기 쓰는데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 건 맞나 봅니다.

2012-07-18 0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18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19 0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무 친구 이야기 길벗어린이 저학년 책방 11
강경선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2년 7월
절판


얼마 전 보았던 이세 히데코의 투명 수채화가 연상되는 그림책을 만났다. 작가 이름이 강경선이라서 ' 설마? 곽노현 교육감의 친구 그 강경선 교수?'라고 잠시 선 긋기를 해 보았지만 여지없이 예상이 빗나갔다.

투명 수채화가 마음을 산뜻하게 해 주는 그런 그림책이었지만 이야기의 느낌은 좀 슬프고 아련하다. 자기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있었던 나무 친구가 이제 더 이상 제 힘으로 버티고 설 수가 없어서 잘려 나가고, 어린 시절 친구가 되어 주었던 소중한 나무에게 이별을 고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림책은 나무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분명하도록 일부러 비슷한 장면을 배치하여 대조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나무 친구가 있을 때와 나무 친구가 사라지고 난 후의 그림의 차이를 살펴보면서 그림책을 보면 그 쓸쓸함이 더 커진다.

인디언들은 모든 자연물들도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여 이름을 지어서 불러준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나'도 그렇게 나무와 친구가 되었다. '나'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나무와 친구 처럼 지냈던 기억은 이렇게 밑동만 남아 있어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사라진 것들은 함께했던 모습 그대로 마음속에 머문다"는 작가의 말처럼 말이다.

이 책을 보고나서 나도 수퍼남매가 태어났을 때 나무 한 그루씩 심어줄걸 그랬다 하는 후회가 들었다. 나무 친구와 이야기도 하고, 속마음도 털어 놓고, 나무 친구 자라는 모습 보면서 자신도 자라고 있음을 깨닫기도 하고.... 제제와 밍기뉴처럼 말이다.

이런 느낌의 그림책 좋아하는데 비 오는 날 읽으니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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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차 아저씨를 만나러 갈 테야
김솔미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2년 6월
절판


엊그제 딸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어떤 아저씨 한 분이 딸에게 아는 체를 하시는 거다. 지난 번 살던 곳에서부터 알고 있었다면서.... 그 아저씨가 내리고나서 " 딸, 아는 분이야?" 하자 딸이 갸우뚱 거린다. 옆에 계시던 다른 아저씨 한 분이 " 장사꾼들 다 그런 줄 알아야지. 장사하려고 다 아는 척 하는 거라고. 치킨 배달하는 거 같던데..." 그러고 보니 아저씨 손에 치킨 상자가 들려 있었다. 아뿔사! 우리가 속았구나! 또 한 번 딸에게 어떤 어른들이 아는 척해도 절대 속아넘어가지 말라고 단단히 교육을 시켰다.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씁쓸했다.

요즘에는 이웃들이 우리 아이들을 아는 체 하면 반가운 마음보다 경계하는 마음이 먼저 앞선다.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 이웃 사촌이 아니라 이웃 조심이다.

이 책은 지금 현실과는 다르게 쿵쿵이와 둥둥이가 차차차 아저씨를 좋아하고, 찾아가서 놀아도 안전하며,아저씨와 재밌게 노는 정겨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자녀에게 이웃 아저씨를 믿어도 되며 집에 놀러 가도 된다고 말할 수 있는 부모가 있을까? 이 그림책은 그런 현실의 안타까움을 역으로 나타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쿵쿵이는 아침부터 차차차 아저씨를 만나러 갈 생각에 잔뜩 부풀어 있다.

그건 둥둥이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쿵쿵이와 둥둥이가 차차차 아저씨를 만나러 가는 데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다름 아닌 무시무시한 물고기가 나타나 이들을 잡아 먹으려고 한다. 그 순간 차차차 아저씨가 나타나서 둘을 구해 주고, 아이들을 위협했던 물고기마저 집으로 들어오라고 초대를 한다.

도대체 차차차 아저씨는 왜 그리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걸까? 아저씨 집에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장난감도 많고,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아저씨만의 특별한 비법으로 만든 해초 주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이들이 차차차아저씨를 좋아하는 건 자신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에 나온 차차차아저씨를 보니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 나오는 제제의 친구 뽀르뚜가 아저씨. 정 붙일 데 없어서 천방지축 날뛰는 제제를 한없이 감싸안고 제제 그 자체를 인정하고 늘 사랑해주던 뽀르뚜가 아저씨 말이다. <키다리 아저씨>도 마찬가지였지. 가족에게조차 하지 못하던 속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었던 뽀르뚜가 아저씨와 키다리 아저씨가 있었기에 제제도 주디도 힘든 현실을 잘 견뎌낼 수 있었다.

이 그림책을 보고나니 이웃을 경계해야만 하는 현실이 더 슬프게 다가온다. 그림책을 함께 읽은 어린이들에게 "이웃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집에 놀러가도 된단다"라고 말할 수 없다는 현실이다. 학교에서도 더 이상 '이웃에게 친절하자"라고 가르치기 보다 어떻게 하면 낯선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지를 가르치는 게 우선이 되어버렸다. 이제 "이웃사촌"이라는 말은 사전에만 있는 낱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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뒹굴뒹굴 짝짝 둥둥아기그림책 7
백연희 글, 주경호 그림 / 길벗어린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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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그림책을 진짜 오랜만에 봤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아기 그림책을 볼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생겨 아기 그림책을 다시 보게 되니 아이들 키울 때 생각이 절로 난다.

따뜻한 파스텔 느낌의 그림에 글씨도 딱 한 줄씩. 반복되는 언어. 귀여운 아이과 동물의 표정. 바로 아기 그림책들의 공통점이 아닐런지.....

울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던 그림책은 <달님 안녕>이란 일본 작가의 그림책이었다. 큰 아이도 작은 아이도 이 책을 정말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누나한테 사 준 책은 누나가 무지 많이 봐서 헤어져서 다시 사 줬고, 둘째도 무지 애용해서 너덜너덜 해졌다.

말도 못하고, 당연히 글씨도 모르던 아이지만 엄마가 무릎에 앉히고 읽어 주면 마치 아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나중에는 박자 맞춰 같이 따라 하기도 했었다.

큰 아이가 좀 더 자라서 머리를 푹 숙이고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내밀면 어른들은 동생을 본다며 좋아하시고들 하신다. 우리 집 큰 아이도 이런 동작을 했던 기억이 난다. 머리가 무거워서 바닥에 찧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였지만 신기하게도 그 무거운 머리를 잘 버텼다.

유난히 걸음마가 느렸던 큰 아이. 별 걱정 안 하던 나와는 달리 친정 어머니께서는 어디 병원이라도 가 봐야 되지 않겠냐며 한걱정을 하셨지만 15개월이 넘자 드디어 첫 걸음을 떼었다. 그러나 걸음을 늦게 한 반면 잘 넘어지진 않았다. 어른들 말씀에 조심스러운 아이들이 걸음을 늦게 걷고, 그만큼 잘 넘어지지 않는다는 말씀이 맞았다. 작은 아이도 돌 지나서 걸었다. 수퍼남매는 걸음은 느린 반면 말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빨랐다. 아기 엄마, 아빠들은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린 것은 아닌가 매번 노심초사하는데 둘을 키워 보니 느린 게 있으면 빠른 게 있으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는 수 백 번 넘어지고 일어난 후 드디어 자기 발로 걸음을 걷는데 성공한다. 말도 마찬가지다. 1년 내내 아니 태아 시절까지 따지면 2년 가까이 가족들이 하는 말만 들으며 수없이 속으로 연습을 거친 후에 " 엄마 "라는 한 마디를 시작한다. 그렇게 한 걸음 걸었을 때, 엄마라는 말을 해 주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서 "짝짝" 손뼉을 쳐 주었던 것처럼 지금 수퍼남매가 성취하는 작은 일들에도 엄마가 "짝짝" 손뼉 쳐 줄게.

엄마의 초심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계기가 된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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