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 날이 되면 이 땅의 교사들은 기뻐하지도 떳떳하지도 당당하지도 못하다.
그렇게 우리 사회가 만들어 버렸다고 생각한다. 특히 일부 언론들이....
그 동안 언론이 이 날만 되면 이 땅의 교사들을 싸잡아서 파렴치한으로 몰아부치는 통에
교사들은 더 이상 <스승의 날>에 행복하지도, 기뻐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이제는 스승의 날에 꽃을 어떻게 처리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부담스런 선물을 보내오면 어떻게 되돌려 보낼까 더 이상 고민할 필요조차 없다.
알림장에 꽃과 선물 안 가져 오기 라고 써 줄 필요도 없다.
그야말로 깨끗한 스승의 날이다.
반면 교사들은 지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위하여 어떤 수고를 하였는가?
교사들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위해서
해마다 소체육대회 준비를 해야 하고,
어린이날 선물을 준비하고,
어버이날을 위해 카네이션 접기와 편지 쓰기를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스승의 날에 정작 존중 받고 주인공이 되어야 할 교사는 마치 죄인처럼 숨 죽여 지내야 한다.
하도 사회에서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으니 일부에서는 <스승의 날>을 2월로 옮기자느니 차라리 없애자느니 의견이 분분하다.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교사가 수행하는 학생과 학부모 상대 서비스(?)질은 높아지는데 상대적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게 보내는 존경심과 신뢰는 현격하게 낮아지고 있는 상태이다.
여러 가지 예들이 많지만 입에 담고 싶지 않다.
교사들만 더 비참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말이다.
오늘 교직에 평생 몸 담으신 대 선배님의 교실에 들어가 봤다.
그 흔한 카네이션 한 송이가 없었다.
내가 민망해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다.
철없는 1학년 아이들 가르치시느라 고생하신 담임 선생님을 어쩌면 그렇게 대우할 수 있는지....
그것도 1학년인데....
이런 사회 분위기를 언론이 조장한 탓도 있지만
요즘 젊은 학부모들 마인드 자체가 정말 예전과는 다르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다.
예전에 가난하던 시절에는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더 예의가 있었고, 정감이 있었다.
내가 젊었을 때 가르쳤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그랬었다.
학교에서 체벌이 있던 시절인데도 오히려 지금보다 교사를 더 대우해 주셨다. 교권을 인정해 주었다.
요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교사에게 바라는 것은 더 많으면서 교사에 대한 대우는 아주 낮다.
교사들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위해 준비한 시간들의 절반이라도 들여
카네이션을 만들고, 편지를 쓰는 정성을 이제는 찾아 보기 힘들다.
교사가 그들에게 촌지와 비싼 선물을 바라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최소한 이 날만이라도 교사로서 대우를 해 달라는 게 아닌가!
이런 상황을 교장님도 잘 아시는지
교육동지들만이라도 의기투합해서 작은 기념행사를 가지자고 하셨다.
전 교직원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대선배님들이 행진곡에 맞춰 입장을 하시고,
저경력 교사들이 선배님들께 선물을 선사하는 순서를 가졌다.
후배들이 아니면 이제 누가 그 분들을 챙겨 줄까?
일부 학생들과 학부형들은 고경력 교사가 담임이 되면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그건 모르시는 말씀. 고경력 교사야말로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데.....
이어서 교장선생님께서 교사 한 분 한 분에게 손수 쓰신 편지와 함께 선물을 주셨고,
각학년별로 준비된 케잌을 커팅하고, 다과를 먹었다.
우리끼리만이라도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축하해 주고, 격려해 주는 분위기가 좋았다.
이제 더 이상 사회는 교사를 존경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스승의 날>은 천덕꾸러기 같은 날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런데 그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