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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나답게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13
김향이 지음, 김종도 그림 / 사계절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답게는 개구쟁이 남자 아이의 이름이다. 다섯 살 때 교통사고로 엄마를 하늘 나라에 보냈고, 아빠는 그 사고로 인하여 다리를 절룩거리게 되었다. 나답게 살라고 나답게라고 이름을 지어 주었다는 아빠와 나답게는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고모부, 사촌 형, 사촌 누나와 함께 씩씩하게 살고 있다. 엄마 대신 다른 가족들이 있어 엄마의 빈 자리를 채워주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 아니 자주 엄마가 그리울 때가 있다.
작년에 울 반은 아니었지만 다른 반에 나답게 같이 초등학교에 들어오기 직전에 엄마를 잃은 여자 아이가 있었다. 담임 선생님이 그 아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할 때가 많았다고 동학년에서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가 없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안 간다. 지금 이렇게 나이가 들었는데도 친정 어머니가 이 세상에 없다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울컥한데 어린 나이에 엄마와 헤어진 아이들은 그 슬픔이 어떨까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 여자아이가 어느 날 공부 시간에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다면서 울었다는 말씀을 전해 주시면서 가끔씩 슬픈 표정을 짓는 그 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찡 하곤 했다고 하셨었다. 엄마를 잃은 슬픔 때문인지 또래보다 조숙했던 그 아이가 책을 읽고 썼던 한 줄의 문구-지금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를 들려 주셨는데 얼마나 엄마가 그리웠으면 1학년이 이런 글귀를 썼을까! 하며 마음이 먹먹해졌던 기억이 이 책을 보면서 다시 떠올랐다.
평소에는 씩씩하고 그 또래의 여느 남자 아이들처럼 개구지고, 장난도 심한 나답게도 문득 엄마가 그리워질 때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거나 할머니의 빈 젖을 빨곤 한다. 다섯 살 때니 엄마에 대한 기억도 거의 없는 편이지만 " 엄마 "라는 그 낱말만 들어도 가슴이 찌릿해지는 그리움의 실체를 몰라 나답게는 콜라맛에 비유하기도 한다. 오죽 엄마가 그리웠으면 어버이날 같은 것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까! 요즘 들어 한부모 가정이 늘어나면서 나답게 처럼, 엄마가 또는 아빠가 없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아이들이 나답게나 그 여자 아이처럼 어느 순간 울컥해질 수가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말 한 마디 한 마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든다.
작년에도 한부모 가정이 여럿 있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 우리 엄마 아빠 이혼했어요." 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는 반면, 가족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표정이 어두워지는 아이가 있기도 하였다. 그래서 교육과정에서도 예전과는 달리 여러 가지 가졍의 형태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래저래 가족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면 아이들이 상처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바생, 슬생, 즐생 3단원이 <가족은 소중해요.> 단원인데 이 책을 함께 읽고 부모님이 다 있는 가정 뿐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은연 중에 알게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답게처럼 꿋꿋하게 씩씩하게 사는 게 중요하단 것을 아이들 스스로가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