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교실 - 여희숙 선생님의 독서.토론 길잡이
여희숙 지음 / 파란자전거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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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 지도"란 말도 없던 시절, 30년 전부터 교실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그러다 보니 반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되고, 그렇게 20여년 교직 생활을 하다, 교직을 관두시고, 11년 전부터는 독서운동가로 눈부신 활약을 하고 계시는 여희숙 선생님! 이런 분들을 아마 선각자라고 해야 되겠지. 30년 전이라 하면 나 또한 국민학교에 다니고 있던 시절인데 그 때 학교에서 책은 구경도 못해 봤고, 그러니 교실에 학급문고가 있을 리 만무했고, 독서 지도를 하시는 선생님은 내 학창 시절 12년을 통들어 한 분도 만나보지 못했다. 다만 고1 담임 선생님께서 언제나 책을 끼고 다니시는 걸 보고 책을 많이 읽어야 저렇게 유식하구나! 하고 막연한 동경을 했었다. 그런 시절에 여 선생님은 어쩌면 무작정 좋은 선생님이 되어 보겠다는 그 마음 하나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묵묵히 그 길을  20년 동안 가고, 나처럼 독서 교육을 갓 시작한 후배들에게 등불 같은 역할을 해 주시는 정말 보배 같은 분이다.

 

그동안 여기 저기에 실린 단편적인 글로만 만나뵙다가 이번 독서동호회 모임과 전교직원 연수 때문에 여 선생님의 책을 한 번 정독을 해야 되겠다 마음 먹고 읽게 되었다. 일단 도서실에서 빌려 읽었는데 다 읽고 난 느낌은 책을 소장하고 널리 퍼뜨려야겠다는 각오가 생겼다. 빌린 책이라서 마음대로 줄을 긋지 못하여 제대로 정리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다. 내 책이 되면 공감되는 부분에 밑줄을 팍팍 긋고 인용도 팍팍 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수 때 들었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떠올리면서 읽으니 어떤 마음으로 독서 지도를 하셨는지 선생님의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책 읽는 교실이 된 사연은 모든 일이 그렇듯이 별거 아니게 시작되었다.  여자 아이 두 명이 용돈을 모아 선생님께 책 한 권을 선물했단다. 그 책을 쉬는 시간에 잠시 읽었는데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책 속에 빨려 들었다고 한다. 시작종이 울리고 몇 분이 지났어도 선생님은 책에 풍덩 빠진 채 그대로였다고 한다. 시작종이 울려도 항상 소란하던 아이들은 그런 선생님이 하도 이상해서 스스로 조용해지고, 선생님은 왁자지껄해야 할 아이들이 너무나 조용한 게 이상해 고개를 드셨고, 그제서야 시작종이 울린 지 한참이 지난 줄 아셨다고 한다. 책에 심취한 선생님과 그런 선생님이 신기해서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그 순간, 아이들은 선생님이 그토록 재밌게 읽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고, 선생님은 " 책 " 이라고 답해 주셨단다. 책을 구경하기 힘들던 그 시절, 그 아이들은 계속해서 궁금한 듯 선생님께 내용을 물어 봤고, 선생님은 아이들과 게임을 하듯이 아이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아끼고 아끼면서 책을 조금씩 읽어 주셨다고 한다. 그 사건이 선생님을 지금의 선생님으로 만든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선생님은 그 때부터 아이들에게 읽어 줄 책을 한 권 두 권씩 사기 시작하셨고, 20여 년 후에는 무려 1000여 권의 개인 소장책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신다. 선생님반이 된 아이들은  처음엔 그 많은 책에 놀라서 볼멘 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선생님과 함께 하는 동안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로 변해 갔다고 한다. 왜 안 그렇겠는가? " 책 읽어라!" 가 아니라 " 책 읽어줄까?" 하는 선생님이신데.... 독서 교육이 볼모지였던 그 때와는 달리 지금은 많은 교사들이 독서 교육이 중요하다고 공감하고, 열정을 가지고 지도하려고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바로 이 학급문고이다. 아이들이 항상 생활하는 공간인 교실에 좋은 책들이 넘쳐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게 좋은 독서환경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학교 도서실은 그동안 괄목한 만한 성장을 하였지만 아직까지 학급문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자각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서 학부모의 도움을 받든지 아님 여 선생님처럼 선생님 개인이 책을 구매한다든지 아님 그냥 교실에 있는 허접한 책들로 대충 시늉만 하든지 식으로 학급문고가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나는 2년 전에 여 선생님이 개인 소장책을 모으시고, 그걸로 학급문고를 운영하셨다는 글을 읽고 마음이 쏠깃했었다. 자비로 학급문고를 마련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기에 뒷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십일조를 하듯이 선생님이 하나 하나 사 모은 책들로 학급문고를 마련하고, 그걸로 독서교육을 하시는 그 모습이 기부천사를 떠올리게 하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학교 차원에서 예산을 책정하여 학년 수준에 맞는 학급문고가 교실마다 비치되어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건 예전에는 각자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지만 지금은 무상급식이 이뤄지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필요한 책 또한 나라에서, 교육지원청에서, 학교에서 지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학부모, 어떤 교사 한 명이 담당해야 할 몫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한 복지국가라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쳐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그 때까지 독서 교육을 안 할 수는 없기에 궁여지책으로 학급문고를 마련하기 위해 학부모 도움을 받거나 개인이 책을 구매하거나 등등의 방법이 동원되는 것일 게다. 나처럼 독서 지도를 꾸준히 지도하고자 하는 사람은 학급문고가 필수품이다. 학급문고 없이 독서지도를 할 순 없다.  그래서 나도 작년부터 부지런히 나만의 학급문고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해서 여전히 학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긴 하지만 500권 정도 모아지면 나도 여 선생님처럼 개인 도서관을 운영하도록 할 것이다. 적어도 교실에 한 아이당 20 권 정도의 책은 있어야 한다고 독서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500권 이상이 필요하다. 그것도 상, 중, 하 레벨로 골고루 섞여 있어야 한다.자비로 반 아이들을 위해 책을 사모으시는 선생님들을 보면 진짜 존경심이 생긴다. 학교 차원에서 학급문고가 지원되기 전까지는 학부모와 교사가 학급문고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되는 게 지금의 안타까운 실정이다.

 

여 선생님의 독서 교육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 책 읽어라" 로 출발한 게 아니라 " 책 읽어줄까?" 로 출발하였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교사와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 책 읽어라!" 라는 말은 하지만 교사와 학부모가 먼저 " 책 읽어줄까?" 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예전의 나도 그랬다. 그런데 여 선생님은 30년 전에 그 일부터 하신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독서 교육의 노하우가 쌓였고, 20년 간 아이들과 함께 해 온 독서교육의 흔적들이 이 책에 모두 담겨 있다. 읽는 내내  ' 정말 열심히 독서 교육을 하셨구나!' '어쩜 그리 여린 몸으로 이 수많은 일들을 다하셨을까!' ' 선생님은 24시간을 마치 48시간인 듯 사용하셨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열심히 사셨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이 책은 책이라기보다 20년 간 교직 생활의 기록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여 선생님이 아이들을 사랑한 기록들 말이다. 그 기록들이 나처럼 이제 막 독서교육의 한 발을 내딛는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에게 길라잡이가 되어준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충분하다. 독서 교육까지는 그런대로 흉내 낼만한데 전혀 감이 오지 않던 토론 부분도 이 책에 들어 있어서 얼마나 반가웠던지..... 지금은 저학년이라서 시도를 못해 보지만- 여선생님은 저학년도 할 수 있다고 하셨지만서도- 이 다음에 중학년 이상을 맡게 되면 꼭 도전해 보리라 다짐하였다.

 

20여 년 동안 여 선생님의 학생으로 인연을 맺은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내가 여 선생님의 학생이었다면 학부모였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상상해 본다. 선생님으로 인해 책이 그렇게 흔하지 않던 시절에 책과 여러 가지 여행을 경험하였으니 그 인생이 얼마나 풍요로왔을까!  주변인 중에서 평생독자인 사람들을 보면 어린 시절, 책 읽어주는 부모님이 있었거나 책 읽어 주는 선생님이 있었거나 하는 것을 자주 본다. 나는 둘 다 해당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렇게 책과 멀게 지냈었나 보다. 지난 번 시민단체 독서운동가 한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그 분은 한 교사당 1000명 아이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하며 교사 한 분 한 분의 마인드가 정말 소중하다고 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교사가 한 해 맡은 아이들을 요즘 추세로 일 년 당 30명 잡고, 재직 기간을 33년 잡으면 대략 990명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셈이다.  그러니 한 교사에게 1000명의 아이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한 부모에게는 많아 봤자 2-3명의 자녀의 미래가 달려 있지만, 교사에게는 1000명의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 있다. 하지만 학부모는 그 아이의 평생을 책임 지는 교육이기에 장기적이고, 교사는 기껏해야 1년 짜리이기에 단기적이다. 그래서 교육은 교사와 학부모가 상호 보완하면서 이뤄나가야 할 공동 책임인 듯하다. 

 

여 선생님이 말씀이 자신이 1년 동안 열심히 독서 지도하여 진급하여 보내지만 독서 외에 다른 것들을 강조하는 선생님을 만나면 그 아이들이 금방 독서를 까먹는 걸 보고 많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이건 나도 경험한 내용이다. 이 이야기는 아마 독서 교육을 해 본 선생님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독서의 끈을 놓치 않는 상위 10%의 아이들은 어떤 환경에 놓이더라도 스스로 독서를 하는 습관을 잊어 버리지 않는다. 그런 아이들은 대부분 어려서부터 좋은 독서환경에서 자랐고, 유전적으로 그렇게 태어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남편 같은 사람들이다. 한 마디로 인간이 아니지. 인간은 원래 책을 좋아할 수 없는 뇌구조를 타고 났다고 한다.-나머지 50-60%는 부동층이다. 담임과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돌변하는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은 교사가 공략하기가 쉬운 편이다.  가장 어려운 상대는 바로 하위 20-30%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좋은 독서환경에서 자라지 못하고, 책과 가까이 할 기회가 없었으며 그랬기에 스스로 책이 싫다고 굳게 믿고 있는 아이들이다. 교사는 바로 이런 하위그룹 아이들을 목표로 삼아 독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아픈 사람에게 의원이 필요하듯이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교사가 필요한 것이지.

 

이런 하위 그룹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만들고, 평생 독자가 될 수 있게 끊임없이 연구하고, 독서 환경을 마련하고, 그 아이에게 적당한 책들을 추천해 주는 일들을 해야하는 게 바로 교사와 부모의 몫이라는 것이다. 연구 결과 평생독자가 되냐 안 되냐를 결정짓는 것이 바로 0-15세 까지의 독서 습관이라고 한다. 태아 때부터 중3 때까지 지속적으로 독서 교육을 받았을 때 그 아이가 평생독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말이다. 무엇을 배우는 데 결정적 시기라는 것이 있지 않는가! 독서는 0-15세 15년 동안이 바로 결정적 시기라고 한다.  그런데 여 선생님 말씀이 초등학교 시기야말로 유아기 때 벌어진 간극을 좁혀줄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하셨다. 이 때 간극을 줄여 주지 않으면 이 하위 그룹 아이들은 평생 책과 담을 쌓은 채로 지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교사가 한 아이를 15년 간 지도하는 예는 없다. 한 아이를 지속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부모이다.  따라서 학교 교육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 해야 할 역할이 막중하다는 것을 이 연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책을 읽을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학교 교육에다 사교육까지 아이들은 책 읽을 시간이 없다. 또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생각해 보라.  먹고 사는 것이 힘든 부모가 어떻게 독서 교육을 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공교육에서만이라도 독서 교육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까도 말했듯이 경제적으로 윤택한 집, 부모가 알아서 독서 교육을 잘하는 집의 아이들은 상위 10% 아이들이다. 우린 하위  그룹의 아이들을 목표로 두고 독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보편적 복지 아니겠는가! 학교에서만큼이라도, 교실에서만큼이라도 다른 아이들과 동등하게 똑같이 좋은 책을 읽을 권리를 누리는 것. 그것이야 말로 아이들에게 발전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본다.  

 

 

끝으로 올해가 2012년 국민독서의 해이다.

2012! 하루에 20분씩 책을 매일 읽어 일 년에 12권의 책을 읽자라는 의미가 있다. (성인책 기준)

그런데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국민 독서의 해로 정해만 놓고, 예산도 없고, 홍보도 안 하는 나라이다. 이 나라가....

작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일 년 동안 책 한 권도 안 읽는 성인이 10명당 3-4명 꼴이라고 한다.

한 달이 아니라 일 년이다. 이 수치도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EBS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작년에 쓰나미가 지나가서 폭삭 주저앉은 일본의 한 마을을 취재한 내용이었다.

그 마을 주민들이 가장 먼저 세운 가건물이 바로 서점이라고 한다.

마을과 집이 불타고, 가족을 잃은 그 슬픔 속에서도 그들이 애타게 책을 찾은 이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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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이솝우화 나는 1학년 2
이솝 지음, 마술연필 엮음, 김미은 외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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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이란 작가가 기원전 6세기경에 살았고, 그의 신분이 바로 노예였다는 걸 아는 어린이들이 몇 명이나 될까? 부끄럽게도 나 자신도 이솝의 출신에 대해 잘 몰랐다. 그런데 그의 출신을 알고 나서 보니 이 우화들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기원전" 이란 시대도 그렇거니와 그가 노예의 신분으로서 이런 이야기들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충격이었다. 이솝이 뛰어난 이야기 솜씨와 지혜 덕분에 노예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은 꿈을 꾼다는 것이, 즉 상상력과 창의력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반증해 주는 결과라고 본다. 따라서 이솝이 기원전 6세기에 만들어낸 이 우화들이 오늘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볼 때 마다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빨간 머리 앤이, 소공녀 사라가 자신의 처한 상황을 절망 속에서 보내지 않고, 무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지어 내고, 주변인들에게 들려 주었던 것처럼 이솝도 노예라는 절망을 딛고, 그 속에서 이렇게 아름답고 훌륭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자극제가 될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1학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이솝의 우화들만 골라 모았다. 모두 16작품이 실려 있는데 어디선가 한 번은 들어봄직한 이야기들로 엮어져 있다.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나면 정리 차원에서 "교훈과 풀이말"이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왜 굳이 들어가야 할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왜냐하면 아이들 스스로 느끼면 되지 않나 싶어서 말이다. 뭔가 정형화된 교훈을 정리해 놓으면 아이들 스스로 사고하는 힘이 생기지 않을 것 같은 우려가 생겼다. 하지만 1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써 진 책이므로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바른생활 시간에 한 편씩 읽어주고 같이 생각해 보면 딱이겠다 싶다.

 

16편의 우화 중에서 가장 내 맘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여우와 신 포도>이야기였다. 이 우화는 개정되기 전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던 우화인데 지금도 실려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 2학년 교과서였던 걸로 기억한다.  내용은 배가 몹시 고픈 여우가 우연히 포도밭을 발견하고 몰래 들어가서, 포도를 따 먹으려고 갖은 노력을 해 보지만 딸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고, 포기하고 나서는 

 

 

" 저 포도를 땄어도 먹지 못했을 거야. 아직 다 익지 않아 너무 시었을 거야. "

 

하며 혼자 중얼거렸다는 것이다.

 

이야기 뒤에 실린 교훈은 바로 " 내가 얻을 수 없는 것을 무시하는 건 쉽다." 라고 되어 있다.

풀이말에는 " 불가능해 보인다고 노력도 하지 않고 뭐든 쉽게 포기하는 건 옳지 않아요. 그리고 자신이 포기했다고 해서 그 가치를 함부로 깎아내리는 것도 좋지 않은 태도랍니다. " 라고 설명해 주고 있다.

 

나를 비롯해서 사람들은 여우와 같은 태도를 자주 취한다. 바로 "자기 합리화"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노력해도 안 되는 것에 대해서 깎아내리고, 비하하고, 어떤 경우에는 아예 노력조차 하지 않고 가치를 평가절하하곤 한다. 그런 것에 대해 이 이야기는 정곡을 찔러 주고 있다. 반 아이 중에서도 가끔 여우와 같은 태도를 취하는 아이들을 간혹 보게 된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 아이들에게 나의 잔소리 100마디 보다 이솝의 한 편의 우화가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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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마타 공작실 -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장난감 만들기
전승일.이석연 지음 / 길벗어린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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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마타" 말이 생경하였다. 책을 보니 " 오토마타" 란  한 마디로 " 기계 인형 놀이"라고 할 수 있단다. 이 책은 오토마타에 대한 소개와 함께 직접 오토마타를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친절하게 도안이 부록으로 덧붙여져 있다.  처음엔 수퍼남매와 함께 직접 오토마타를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를 찍어서 포토리뷰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그래서 리뷰가 늦어졌다- 요즘 완전 절망 모드라서 만들기는 추후에 하기로 하고, 더 늦기 전에 책 소개를 하고자 한다. 책에서는 정말 간단하게 오토마타를 만들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어서 집에 철사와 펜치- 우리 집에 펜치가 없다.-만 있으면 지금 당장 뒤에 있는 부록을 활용하여 만들 수 있게 되어 있다.

 

오토마타는 크게 나누어  기계장치와 인형 , 이렇게 두 부분이 합해져서 이루어진다. (본문6쪽)

오토마타는 " 여러 가지 기계 장치로 움직이는 인형이나 조형물" 을 뜻하는 말로써 " 스스로 동작하다" 라는 라틴어에서 나온 말이다. (본문 10쪽)

 

기원전 250년 무렵, 그리스 과학자 크테시비오스는 톱니바퀴와 펌프 장치 따위로 작동하는 자동 물시계 클렙시드라를 발명하였는데, 이 장치에 부착된 인형이 움직이면서 시간을 가리켰다.  이 클렙시드라가 최초의 오토마타라고 할 수 있다. (본문 10쪽)

 

 

오토마타의 기원을 보니 대강 이해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오토마타가 있는데 바로 장영실이 만든 물시계(자격루)가 그렇다고 한다. 그러니 오토마타란 말이 생경할 뿐이었지 실제로 오토마타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오늘날 오토마타에 가까운 " 움직이는 인형" 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런 후 18세기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현재 외국 작가들은 나무를 깎아서 만든 인형을 움직이는 오토마타를 제작하는데 이 책에서는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피자 박스를 이용한 종이 인형을 가지고 오토마타를 만들고 있다. 재료가 구하기 쉬워서 그게 참 마음에 들었다. 항상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하는 생각이 구하기 쉬운 재료가 아니라 백화점 아니면 구하기 힘든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불만이었는데 이 책은 재료 자체가 아주 현실적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거기다 부록에 도안까지 들어 있어서 정말 집에 펜치와 철사만 있으면 지금 당장 아이와 함께 제작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고학년 아이들은 펜치의 안전사용법만 제대로 숙지하면 얼마든지 혼자서 만들 수 있을 듯하다.

 

8가지 작품이 실려 있는데 무엇보다 내가 직접 만드는 나만의 장난감이라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자녀수가 줄어들면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양의 장난감을 사 주는 것과 완제품의 장난감을 사 주는 게 아이에게 별로 좋지 않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장난감은 아이가 직접 만들어 사용할 때 더 애착이 가고, 창의성도 길러지고, 소중함도 깨닫게 된다. 오토마타를 만드는 기본 원리와 기능을 숙지하고 여기 책에 실린 도안 대로 따라하다 보면 스스로 자신이 도안을 하고, 자신만의 오토마타를 만드는 데까지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수퍼남매와 직접 만들어 보지 못했지만 기운을 추스리면 꼭 만들어 보리라.

 

오토마타 제작 과정

 

 

 

여러 가지 유형의 오토마타

 

 

부록에 있는 도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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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 방울토마토 두 그루(?)가 있다.

워낙 식물을 잘 죽이는 나는 너무 미안해서 웬만해선 화분을 꺼려 한다.

그런데 이번 교실은 해가 무지 잘 들어서 식물 키우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다.

아이들도 식물을 보고 있으면 정서적으로 좋을 듯하여

식물을 기증받았는데

거기에 아기방울토마토가 끼어 있었다.

 

지난 화요일 선거 하루 전날,

퇴근하면서 물을 줄까 말까 하다가 안 주고 퇴근하였다.

너무 자주 주면 오히려 죽는다는 말을 들어서....

 

선거 다음 날 , 출근을 해 보니

한 그루가 벌써 고개를 푸욱 떨군 채 죽기 직전이었다.

마음이 두 배, 세 배 안 좋았다.

너무 미안했다.

물을 줄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오면서 혹시 하는 마음으로 얼른 물을 주었다.

 

아이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 주면서 기도하라고 했다.

식물도 말을 알아 들으니

토마토에게 " 어서 힘을 내. 어서 일어나, 건강해라. 살아라 !!!" 등등의 말을 해 주라고 하였다.

물을 주긴 하였지만 1교시 쉬는 시간에 보니 토마토 줄기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채 힘겨워 하고 있었다.

 

2교시 후, 아이들과 함께 도서실에 대출을 하러 가려고 줄을 서는데

여자 아이 몇 명이서

고개 숙인 토마토에 몰려 들더니

뭐라뭐라 격려의 말을 해주는 게 들렸다.

참 이쁜 녀석들!!!

제발 죽지 않았으면....

 

천사들의 응원을 들었을까?

신기하게도

3교시 끝나고 조금 고개를 들더니

퇴근 전에 보니 완전히 꼿꼿해졌다.

정말

놀라운 기적이었다.

 

 

오늘 퇴근 전 다시 보니

그렇게 힘들게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던 토마토가 노란 꽃까지 피우고 있었다.

나도 절망을 딛고 일어서야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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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신  히 버티었다.

참 하루가 길다.

48시간처럼 느껴진다.

 

희망이 없는

날은

정~ 말 길다.

 

피아노 조율해 주신

피아노 대리점 사장님의

따스한 음악이 있었기에

마음을 조금 추스렸다.

 

지금은

딸이 자기 방에서

기타를 치며 날 위로해 준다.

 

희망이 없다는 건

정말 견디기 힘들다.

 

2012년 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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