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멋진 형아가 될 거야 저학년이 좋아하는 책 18
이미애 지음, 임수진 그림 / 푸른책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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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딸 중의 막내딸인 나는 형이나 언니가 된다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자라면서 언니들과 싸워 본 경험도 없어서 솔직히 수퍼남매가 매일 투닥투닥 싸우는 게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다만 수퍼남매를 보면서 누나가 된다는 것과 동생으로 평생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가에 대해 간접적으로 느낄 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박형동이 동생에 대해 가지는 반감 또한 내가 가르친 아이들 중에 형동이처럼 터울이 많이 나는 동생 때문에 힘들어하던 아이들로 인하여 조금씩 알게 되었고 그 아이들을 곁에서 바라보면서 형이 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인생의 큰 전환점이자 시련기임을 알게 되었다.

 

어떤 학자는 동생을 맞이하는 형이나 누나의 마음을 이렇게 대변하기도 하였다. 그것은 마치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과 같은 강도의 느낌이라는 것이다. 이 정도의 설명이면 동생을 맞이한다는 것이 한 아이의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큰 사건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터울이 많다고 그 강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주변인들의 말을 들어 보니 오히려 터울이 많이 나는 형동이 같은 경우가 부모를 더 애 타게 한다고 한다. 터울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형아들은 자신에게로만 향하던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동생이란 조그만 아이에게 뺏겼다는 그 피해의식 때문에 상상 이상으로 괴롭고 힘들다는 것을 부모를 비롯한 주변 어른들이 먼저 인정해야 할 듯하다. 동생의 탄생을 당연히 받아들인다는 것부터가 무리인 것이다. 내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것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인정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부모가 먼저 동생 탄생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야 하고, 큰 아이가 치를 정서적 변화 등을 다그치지 말고 이해하고 보듬어 줄 필요가 있다.

 

형동이는 1학년때는 아주 행복한 아이였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매일 환하게 웃으며 반겨 주던 엄마가 있었기에 형동이의 하루하루는 행복하였다. 하지만 어느 날 엄마 배가 불러 오고, 임신 중독증으로 인하여 엄마는 거대한 달팽이가 되어 가면서 자신에게 관심조차 없는 걸 보고 형동이는 임신한 엄마도, 엄마 배 속에 있는 동생이란 녀석도 다 미워진다. 이제 2학년이 된 형동이는 전혀 행복하지 않은 아이다. 동생이란 녀석 때문에 이렇게 하늘과 땅처럼 달라질 수가!!!  부모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저학년 시기에 이렇게 늦둥이 동생이 태어나게 되면 아이들이 참 힘들어 하고 정서적으로 불안해 하며, 학교 생활을 잘못 하는 경우를 나도 몇 번 목격하였다. 이런 때일수록 부모는 첫째 아이에게 더 관심과 사랑을 보여 줘야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동생을 긍정적으로 맞이할 준비도 하게 되며, 학교 생활도 적극적으로 잘할 수 있다. 반대로 동생에게 치중하다 보면 첫째 아이가 엇나가기 쉽고, 학교 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부모도 주변 어른들도 이성과는 달리 본능적으로 자꾸 둘재 아이에게 눈길이 가고, 관심이 가곤 한다. 그 눈길을 보는 큰 아이의 마음은 또 질투심에 휩싸이고.... 따라서 부모가 현명하게 행동해야 한다.

 

형동이 같은 경우에는 엄마가 임신중독증까지 걸려 엄마의 목숨도 위태로운 상태라서 더 동생이 미워졌는지도 모른다.하루하루가 우울하고, 슬프고, 외롭던 형동이에게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고 하며  한 꼬마가 나타난다. 형동이 눈에만 보이는 그 꼬마 덕분에 형동이는 학교에서도 자신감을 회복하고, 꼬마와 함께 즐거운 일도 많이 하게 된다. 부모의 관심에서 멀어져서 많이 우울했던 형동이가 저만 바라보고 저만 따라하는 꼬마를 통해 서서히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이 즐겁게 그려지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 온 꼬마를 통하여 동생이란 것이 꽤 쓸만하단 것을 깨달아 가는 형동이가 진짜 동생 또한 천사 꼬마처럼 사랑하게 되는 따뜻한 이야기이다.  동생이 태어난다는 것에 대하여 불안을 느끼는 형아들과, 큰 아이가 동생에 대하여 어떻게 반응할 지 몰라 두려운 부모들이 함께 읽어 보면 딱인 책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선물은 형제를 만들어 주는 거라고 한다. 이번 주 회식이 3건이나 있어서 놀토인 오늘 못 일어나고 이불 속에 있는데 수퍼남매가 레고 가지고 노는 소리가 잠결에 들렸다. 다시 한 번 '둘을 낳아서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생각하였다.  형제가 있어야 형제와의 생활 속에서 인성적인 면도 바르게 자랄 수 있는데 지금 우리 나라 상황이 둘 낳아 기를 상황이 안 되니 그게 문제다. 신혼 부부들이 자녀 양육비 때문에 하나 낳는 것도 버거워하니 말이다. 이제는 아예 애 안 낳고 살겠다는 부부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하니....울 학교도 보면 6학년은 10반인데 1학년 신입생반은 고작 7반이다. 기하급수적으로 아이들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건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요즘 아이들이 개인적이고, 이기적이고, 양보심이 적고, 배려가 없는 것은 형제 관계에서 치러야 할 전쟁(?)들을 치르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들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들도 아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게 형제자매란 것을 왜 모르겠는가? 현실적으로 그게 안 되니 하나 또는 무자를 이야기할 수 밖에..... 아이를 맘 놓고 낳아 기를 수 있는 복지 사회가 어서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야 멋진 형아가 될 기회가 주어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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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6명의 아이들이 결석하였다.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리던 해도 이렇게 많은 수가 결석한 적은 없었다.

이유는 지난 주 연이은 한파로 인한 독감 때문이다.

유독 우리 반만 감기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듯하다.

한 명이 걸리면 아무래도 단체 생활을 하기 때문에 감기가 번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땐 집에서 좀 쉬게 하면 좋으련만....

학교에 꼭 가야 한다는 부모님의 말씀 때문에 억지로 와서 힘들게 앉아 있는 아이들 보면 참 딱하다.

맞벌이 부부는 아이가 아픈데도 불구하고,어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열이 나도 해열제를 먹여서라도 학교를 보내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러다 보면 본인도 힘들고, 다른 아이들에게 전염되고, 구토를 하게 되는 경우 담임도 힘들다.

 

이제 7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하루 빨리 아이들이 건강해져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한다.

이번 주 또 한 차례의 한파가 있다고 하는데

종업식 날까지 나도, 아이들도 잘 견뎌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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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일까? 열두 살 슬기의 철학놀이 1
손석춘 지음, 정민아 그림 / 느림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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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일까?" 책 제목에서부터 철학적 향기가 풍겨 나온다.

"철학" 하면 일단 머리가 아프고, 말장난 같기도 하고, 비실용적인 듯하여 삶에서 잊혀지기 쉬운데 이 철학 동화 시리즈는 철학 이란 기초 학문을 아주 쉽게 접근하고 있어서 좋았다. 아직도 "철학"하고 친하게 지내지는 않지만 철학이 모든 학문의 근본이고, 곧 인간의 존립의 이유란 것에는 동의한다.  나 어릴 적에 이렇게 생활에서부터 철학을 쉽게 설명해 주는 슬기 삼촌 같은 분이 내 옆에도 있었다면 철학과 친해질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니 지금의 어린이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이렇게 철학을 쉽게 설명해 주는 동화책이 나와 있으니 말이다. 이 시리즈 말고도 다른 출판사에서도 철학 동화들이 많이 나온 걸로 알고 있다. 다른 책들은 많이 읽어 보지 못해서 뭐라 말할 것은 없고, 이 책은 일단 쉽고, 재미있다. 어른인 나도 "철학" 하면 머리부터 무거워지는데 일단 아이들에게 철학이 머리 아프고, 지루하면 안 되니깐 그 점에서 합격이다.

 

삼촌이 초5인 조카 슬기에게 철학에 대해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 주고 있어서 독서력이 있는 저학년 어린이들도 차근차근 곱씹으며 읽으면 충분히 소화할 만한 내용이다. 가장 먼저 철학이란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바로 생활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요즘 어린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인간이 지금까지 존재하고,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생각하는 힘"에서 출발하였음을 확인시켜 준다.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가 98.6% 일치하는데 나머지 1.4%차이  때문에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고 그건 바로 생각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삼촌은 말해 준다. 그런데 요즘 들어 어린이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TV, 컴퓨터, 휴대폰 등등으로 인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그 힘이 약해지고 있다. 철학은 바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씨앗이다. 그 씨앗은 저절로 싹을 틔울 수가 없다. 물도 주고, 햇빛도 알맞아야 하며, 영양분도 있어야 한다.  싹을 틔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독서라고 작가는 말한다. 나도100% 동감한다.

 

철학의 기본 명제인 " 나는 누구인가?" 로부터 출발한 여행은 다른 맹수들에 비해 취약한 신체 구조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다스리는 존재가 될 수 있었던 인간만이 가진 힘, 바로 " 생각하는 힘" 설명해 주며, 더 나아가 나 또한 그런 귀중한 존재로 이 세상에 존재함을 깨닫게 해 준다. "나"의 탄생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신비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무려 3억개의 정자 중에서 단 하나의 정자와 난자가 만나 탄생한 "새로운 인간"이 바로 " 나 "임을 자각한 순간, 나의 존엄성 및 타인의 존엄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깨달음이야말로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고, 타인에 대한 존중감을 길러 줄 것이다. 내가 소중한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어린이들 스스로 알고 있다면 학교 폭력은 상당수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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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볼 수 없는 지도 높새바람 27
정승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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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은 귀한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일곱 가지 이야기들을 펼쳐 놓고 있다. 꿀꺽 하고 삼키기에는 이야기들이 그렇게 가볍지 않다. 단맛 보다는 쓴맛이 많이 나는 그런 책이다. 그렇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다 보면 나 말고 다른 이들도 이런 고통 속에서 살고 있구나! 하며 위안을 얻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서 얻은 위안은 내가 처해 있는 슬픔이나 고통을 견뎌낼 힘을 주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이들은 저마다 상처를 가지고 있다.  갑자기 집안이 가난해져 신문조차 끊는 바람에 신문 가져 오라는 숙제를 하지 못해 절절 매는 아이, 교통사고로 인하여 부모님을 잃고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며 그림 지도를 그리는 아이, 교통사고로 인하여 죽음의 강을 건넌 후 이제는 아이를 진정으로 기다리는 부부에게 환생하려고 기다리는 아이, 구닥다리 휴대폰을 가졌다고 놀림을 당하던 차에 우연히 신식 휴대폰을 습득하고 마음의 갈등을 느끼는 아이, 늦둥이 동생의 탄생으로 인하여 관심 밖으로 물러나서 엄마도 갓 태어난 아이도 다 미운 상태로 혼자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 임대 아파트에 산다고 무시를 당하여 자신들을 무시하고 욕을 한 아이에게 복수하고자 현관문에 낙서를 하고 전전긍긍하는 아이, 일곱 살에 미아가 된 형 때문에 매해 형이 사라진 날에 형을 찾아 사라진 장소를 배회하는 아이.

 

일곱 아이들의 삶을 들여다 보니 아이들의 삶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엄마의 자궁 밖으로 나오는 태아도 그 순간 만큼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여 사투를 벌이는 것이라고 하니 이 세상의 어느 인생이 쉽다고 할 수 있겠는가! 저마다 깊은 상처를 가진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 대로 그 문제들과 부딪히며 살아 가고 있다.  어떤 아이는 자신 보다 더 가난한 할아버지를 위하여 폐지를 양보하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자신을 놀린 아이를 향해 복수를 하기도 한다.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불안하고, 때로는 억울하고, 때로는 힘들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닥친 고통을 상대로 때로는 묵묵하게 때로는 용감하게 맞서 싸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섯째 번 이야기 <소금 기둥>에서 "아들 아들" 바라시는 할머니 때문에 40이 넘어 늦둥이를 생산한 엄마가 또 딸을 낳는 바람에 할머니에 구박을 받을 때 엄마 대신 수지가 할머니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장면을 읽을 때는 내가 속이 시원하였다.  <소금 기둥>에서 죽염이 탄생되는 과정을  우리 인생과 연결 짓는 부분이 가슴에 와닿는다.  죽염처럼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겉은 다 타버렸지만 꿋꿋하게 남아 있는 알맹이. 보랏빛 소금 기둥"이  된다는 말은 지금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어린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적지 않은 위로가 될 법하다.

 

어제 <세상에 이런 일이>를 봤는데 40대에 뇌경색을 앓아 반신불수가 되신 아저씨가 8년을 하루도 쉬지 않고 성하지 않은 몸으로 속리산 등산을 하는 것이었다. 3000번 등산을 목표로 세우고 몇 번을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서 등산을 완수하시는 것을 보고 정말 의지가 대단하신 분이구나! 생각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크고 작은 고난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린이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럴 때 힘들다고 주저앉아 버리지 말고 조금만 용기를 내고, 끈기와 인내심을 가지고 그 고통을 견디면 멋진 보랏빛 소금 기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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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2반 오마리 외교관 되다 직업체험동화 1
김유리 지음, 송진욱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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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개학을 하였다. 하지만 2주 정도 공부를 하고 나면 종업식을 하게 된다. 그러면 아이들은 이제 한 학년 진급을 하게 되고, 새 담임과 새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새로운 만남에서 반드시 거치는 절차가 바로 자기 소개인데 빠지지 않는 항목이 바로 " 나의 꿈"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꿈은 직업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데 미래에 자신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막연할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무런 꿈이 없는 것보단 어릴 때부터 자신이 무슨 일을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고, 그 꿈 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아주 간혹 가다 " 꿈이 없어요" 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긴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다 야무져서 일학년 아이들에게 물어 봐도 자신의 꿈을 정확하게 말한다. 꿈이 바뀌어도 상관 없다. 나도 어려서부터 교사가 꿈이지는 않았다. 어른들 중에서도 다른 직업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으니 여러 번 바뀐다고 해서 이상하 게 전혀 없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어린이들이 입에서 나오는 꿈의 종류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과 꿈도 유행을 탄다는 점이다. 월드컵 열기가 뜨거울 때는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아이가 여럿 나오고,  해리포터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마법사가 된다는 아이가 여럿 있었다.  요즘은 가장 많이 나오는 게  연예인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의 꿈을 하나하나 듣고 있노라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부모에 의해 세뇌된 흔적이 보일 때가 있다. 자신의 재능과 관심과는 별개로 소위 잘 나가는 직업들을 말하는 걸 볼 때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 한다. 어제 신문에서도 어떤 학부모가  자녀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가 보니 어떤 영상물을 보여 주는데 7할 정도의 아이들이 의사가 되어 돈 많이 벌어 편하게 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랐다는 기사를 봤다. 누가 우리 어린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바로 돈돈돈 하는 어른들 때문이 아니겠는가? 부디 어린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서 열심히 나아가길 바란다. 무엇보다 꿈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으며 , 그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오마리" 라는 5학년 아이가 세 개의 직업을 체험해 보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꾸며져 있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오는 일과 사람 시리즈에서는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다큐멘터리처럼 밀착 취재하여 그 분들이 하는 일들을 소상하게 설명해주는 반면, 이 책은 오마리라는 어린이가 꿈 이라는 가상 현실에서 그 직업인이 되어 자신이 직접 체험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로 꾸며져 있다. 두 책의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둘 다 다양한 직업들에 대해 미리 조망해 보면서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어서 진로 교육 차원에 있어서 아주 좋은 자료라고 생각한다.

 

5학년 2반 오마리는 자신과 같은 반에 있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 알리가 친구들에게 폭력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알리를 구해 준다.  알리의 집에  가게 된 마리는 알리가 태어난 "오만" 이라는 나라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고, 알리로부터 오만에서 가져온 예쁜 주전자를 선물로 받는다. 그 날 밤, 알리가 준 주전자를 문지르자 놀랍게도 오마리는 그 순간, 오만으로 파견된 우리나라 외교관이 되어 있다. 외교관과 비서로서 조우한 마리와 알리는 오만과 대한민국과의 협력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음 직업 체험지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소말리아로, 오마리는 국제기구종사자가 되어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 주고, 소말리아의 재건을 위해 프로젝트를 짜기도 한다. 자신과는 다른 처지에서 목숨이 위태롭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목격하면서 마리는 점점 성장한다. 여기서 마리는 그들을 동정하고, 무작정 물질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 그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의지를 일깨워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단 걸 깨닫게 된다.

 

마지막 마리가 간 곳은 다이아몬드가 많이 묻혀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난한 나라 "시에라리온"으로 이 곳에서 마리는 NGO로 활동한다. 요즘 뉴스에 NGO활동이 가끔 소개되어 어린이들도 NGO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리의 말처럼 다이아몬드가 많이 묻혀 있는데도 가난하게 사는 게 정말 이해가 안 가지만. 그게 바로 거짓말 같은 이야기였다. 이 마지막 에피소드를 읽을 때는 저 밑바닥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하기 보다 총칼을 들고 싸울 수 밖에 없는 나라. 어린이들은 꿈 조차 꾸지 못하고, 배우려는 생각조차 해 보지 못하며 자신의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스스로 총칼을 짊어지고 전쟁터로 향한다. 소년병들이 도망가기 못하도록 그들의 손과 발목을 잘라버리는 극악무도한 사람들의 행태를 읽을 때는 마음이 진정되지 못했다. 마리는 이런 곳에서 아이들이 배움의 꿈을 키우도록 학교를 짓고, 그 어린이들에게 총칼 대신 연필을 쥐어 주려고 노력하였다.  마리가 한 소년병을 학교에 오라고 설득하는 말이 귀에 쟁쟁거린다.

"총은 결코 다시 들어서는 안 돼. 총이 가져다 주는 모든 것들은 결국 다른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해서 빼앗는 거잖아. 하지만 배움은 달라.  다른 사람에게 총칼을 겨누지 않고도 네가 열심히 공부하면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

나도 이 말이 진리임을 믿고 싶다. 간절히.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 말이 공허하게 들리기도 하다. 지금 당장 굶어 죽게 생긴 아이들에게 이 말이 먹혀 들어갈까 싶기도 하다. 정말 열심히 공부하면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걸까? 요즘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안 통한다고 하지 않는가! 되물림 되는 가난의 고리를 벗어던질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하여튼 이 책에서는 대부분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므로 이 이야기는 일단 접기로 한다.

 

마리는 비록 꿈이었지만 세 직업을 체험해 보면서 더 넓고 깊게 보게 되었다.마리가 외교관, 국제기구 종사자. NGO로 활동하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통해 마리는 아마 예전과는 다른 직업관이 생겼으리라고 생각한다. 직업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내가 행복하고 남이 행복하며 그래서 다같이 행복할 수 있는 그런 매개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아무리 다른 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가진 자라고 하여도 그 직업을 통해  자신이 행복하지 않거나 다른 이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면 그건 올바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리는 알리가 준 요술 주전자를 통해 세 가지 직업을 미리 체험해 보았지만 어린이들은 이런 좋은 책들을 통하여 간접 경험을 함으로써 다양한 직업 세계애 대해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럼으로써 어떤 일이 나의 적성과 잘 맞을 지도 스스로 탐색해 나갈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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