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일의 방학이 번개처럼 지나가 버렸다.
아이들만 방학이 아쉬운 게 아니라 대부분의 교사들도 나처럼 개학증후군을 앓고 있을 것이다.
겨우 이틀 남았다.
그제는 딸 아이 교실에 청소를 하러 갔다. 나에게는 첫 경험이었다.
딸이 회장이라서 회장, 부회장 어머니 4분이 함께 모여 교실 청소를 하였다.
매번 청소 도움을 받는 입장이었는데 역지사지 해 보니 그 느낌도 색달랐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개학하자마자 먼지 날리는 책상에서 공부 안해도 되니 그게 제일 흐뭇하다.
어제는 출근을 했다. 2시간 동안 교육과정 연수를 받았다.(무지 지루했다.)
올해부터 주5일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수업 시간 조정이 필요하긴 한데
그래도 우리 나라 수업 시수가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많다.
근로자 주당 근무 시간도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주 5일 수업이 시작되면 아이들과 많은 체험학습을 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을 것 같다. 벌써부터 설렌다.
진작 그렇게 됐어야 하는데....
점심 먹고, 신입생 예비 소집 업무를 하였다.
2시가 약속 시간이었는데 미리 와서 대기하시는 분들이 많아 10분 일찍 시작하였다.
취학통지서를 꼭 가져와야 하는데 분실하거나 안 가져온 불성실한(?) 학부모들이 간혹 있다. 해마다 말이다.
또한 아이와 동행하여야 하는데 어디서 들었는지 학부모만 와서 접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사정상 안 올 수도 있지만 그래도 첫 예비 소집인데 이왕이면 이날 학교에 와서 미리 둘러 보는 게 좋다.
어떤 아이들은 이 날 미리 책가방을 메고 오는 경우도 있다. 이 날 공부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초등학교에 빨리 들어와서 공부를 하고 싶은 의욕이 넘치는 친구들이다. 부디 끝까지 그런 마음 변색하지 않기를 바란다.
입학식 날도 책가방, 신주머니를 신주 단지 모시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입학식날 그냥 와도 된다.
오히려 책가방, 신주머니가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첫 아이를 입학시키는 학부모들은 모든 것이 낯설어서 학부모들도 1학년처럼 행동한다.
나 또한 첫 아이와 둘째 아이 입학식 하는 마음이 많이 다르다. 한결 여유로와졌다고 할까.
통계까지 내고 나니 3시 30분! 하루가 다 갔네.
이날 아니면 미장원 갈 날이 없을 듯하여 미장원으로 갔다. 퍼머까지 할 시간은 없어서 앞머리를 약간 자르고, 염색만 하였다. 새치가 뭉터기로 보여서 엄청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있었는데 새치가 안 보이니 한결 마음이 업된다.
기분이 한결 좋아져 집에 왔는데 저녁에 갑자기 아들이 토를 하는 거다. 토를 잘하는 아이가 아닌데....
점심에 누나랑 핫도그, 식빵을 먹자마자 컴퓨터를 햇다고 하니 혹시 체했나 싶었다.
내려가라고 매실 먹이고, 배 쓸어주고 해서 좀 나아졌다 싶어 죽을 쑤어 먹였다.
그런데 자다 말고 또 토를 하여서 이불이 다 엉망진창이 되었다. 두번씩이나 토를 하다니... 단단히 탈이 났다 싶었다.
겨우 잠들긴 하였는데 미열도 나고 해서 해열제 먹이고 계속 옆에서 간호를 하였다.
새벽 4시 정도쯤 열이 잡히는 것 같아 그때 잠깐 눈을 붙였다.
그리고 오늘,
죽 써서 아침 먹이고 나서 병원에 데려 갔더니 병원은 인산인해였다.
한참을 기다려 진찰을 받았더니 인후염으로 인하여 토를 한 것이라고 하시며 토를 더 할 수 있고,열도 날 것이라고 하셨다.
주말 동안 꼼짝 없이 집에만 있어야 한다.
에구구!!! 그나마 개학하고 나서 아픈 게 아니라 개학 전에 아픈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쥐!
그동안 개학이 얼마 안 남았다면서 수퍼남매가 늦게까지 안 자고, 놀더니 이렇게 방학 막바지에 탈이 났네 그려.
그러길래 엄마가 일찍 자라고 했잖아!!!
아들이 안 아팠으면
오늘 딸과 함께 건축박람회 가려고 하였는데....
오늘 따라 TV에 자꾸 " 건축 박람회" 광고가 나오네. 가고 싶었는데....
39일 동안 하루도 나 혼자만을 위해 보낸 날이 없어서 급 우울해지려고 한다.
영화도 한 편 못 봤다.<부러진 화살>보고 싶었는데.
원래 어제 작년 동학년 샘들과 철원으로 1박 2일 여행을 가기로 하였는데 못 가게 되어 심통이 났었다.
남편이 심통 난 내 맘을 알아채고 <완득이>를 보여 줘서 좀 나아졌는데
갑자기 아들이 아프고, 건축박람회도 못 가게 되니 다시 DOWN!
방학동안 에너지 재충전을 해야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데....
그래도 이렇게 한 바탕 넋두리를 하고나니 좀 낫다.
그래 2주 있으면 또 봄방학이니 그때는 단 하루 만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가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