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귀는 귀가 참 밝다 동심원 21
하청호 지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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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인데 동장군의 기세가 대단하다.  그런데 이 동시집을 읽는 순간만큼은 포근한 봄 내음이 물씬 풍겨나서 조금은 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읽기는 예전에 다 읽었는데 리뷰를 쓰려고 하니 동시집이 어디에 있는 지 몰라 이제서야 리뷰를 쓰게 된다. 새해에는 정리 좀 잘하고 살아야지 다짐해 본다. 기필코....

 

시인이 사는 곳은 1200미터가 넘는 팔공산 자락이라고 한다. 그래서 시들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상당 부분 쓰고 있어 낯설기도 하지만 신선하게 다가오고, 시인의 말대로 아름다운 우리말이 곳곳에 사용되어 시를 읽으면서 한 번씩 읊조려 보게 만든다.  시인이 평소에 보는 소박한 것들과 아름다운 우리말, 그리고 산뜻한 그림이 어우려져 봄 내음이 폴폴 풍겨져 나온다.

 

겉표지에 활짝 핀 꽃은 "뻐꾹채"라고 한단다. 국화과에 속하는 꽃으로 아마 팔공산 자락에 가면 볼 수 있는 꽃인가 보다.  처음 들어 본 이름이다.  뻐꾸기 울음/ 뚝/뚝/ 떨어진 곳에/     핀 꽃이라고 하는데 들꽃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엉겅퀴를 닮아 보인다. 이렇듯 시인은 보기 드문 들꽃에 대한 시를 여러 편 들려 주고 있다.   으아리꽃에 대한 동시도 있는데  으아! 큰 꽃이다/아기 손바닥보다 크다/ 어머니, 이 꽃 이름이 무엇이에요?/ 방금 네가 말했잖아     하는 시에서 유머가 느껴진다. 으아리 꽃이 그렇게 큰가!  이런 희귀한 꽃들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시인이 부럽기마저 하다. 

 

지난 겨울에 비해 올 겨울에는 눈이 참 안 와서 아이들이 좀 섭섭할 터인데 그래서 눈에 관한 동시를 하나 뽑아 보았다. 눈에 대해서 이런 저런 창의적인 표현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1학년 교과서에도 윤동주 님의 동시가 하나 실려 있는데 의외로 아이들이 그 시를 참 좋아하는 것을 보고,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아이들에게 꾸준히 동시를 소개해 주고 외우게 하면 정말 감수성, 창의성 개발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동주 님은 눈을 "이불" 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하청호 시인은 하얗게 덮인 눈을 보고  꿰맨 실 자국 하나 없이/ 크고 환한 천으로 푹 덮었다/ 라고 표현하고 있다. 눈에 대한 동시를 여러 개 살펴 보고 눈이 각각 어떻게 비유되었는지 찾아 보면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어 할 것 같다.  개학이 일 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거리가 되게 딱 한 번 함박눈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올 겨울 수퍼남매도 한 번도 눈놀이를  못해 봤네.

 

개인적으로 참 창의적 표현이다 싶었던 시는 " 어머니의 군불" 이라는 시였다.  노을 한 자락이/ 아궁이에 들어와/ 장작과 함께/ 활활 타고  있습니다. 물론 한 번에 영감이 떠오를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표현을 쓰기 위해 시인이 얼마나 깊은 생각들을 했을까 싶었다.  이 싯귀 하나로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깊은 울림을 주던 시는 " 에움길" 이라는 시였다. "에움길" 이라는 말 자체도 참 예쁘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이 공감이 간다.  살아 있는 것들이 다니는 길은/ 굽어져 있는 길/ 에움길이다. 새해가 시작되었다. 희망찬 새해를 열어 보지만 새해도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정리를 잘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오랫동안 잘 지켜질지 나 자신을 믿을 수 없을 뿐더러, 세상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것을 우린 익히 잘 알고 있다. 직선 코스로 쭈욱 내달리고 싶지만 굽이굽이 에움길이다. 하지만 지레 겁먹지 말고, 실망하지 말고, 좌절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목표를 향해 천천히 나아갔으면 한다. 아자! 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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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생활 문화재 학교 - 박물관으로 간 조상들의 살림살이 재미있게 제대로 시리즈
이재정 지음, 신명환 그림 / 길벗어린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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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설 연휴가 시작되었다. 미리 고향에 다녀온 우리 가족은 한가롭게 연휴를 보내고 있다. 고향 오고 가는 KTX안에서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읽고 나서 시댁에 있는 물건을 찬찬히 보니 이 책에서 본 물건들이 있어 얼마나 반갑던지.... 책 읽은 보람이 있었다. 내가 시댁에서 본 물건은 다름 아니 "궤"와 "장"이었다. 어린이들도 이번 설에 조부모님댁에 가면 한두 가지 정도 옛물건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얼른 이 책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진다.

 

이 책은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즉 생활에 쓰였던 물건들을 아주 친절하게 그림과 함께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역사" 하면 지루하다고 생각하거나 다 외워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지레 겁부터 먹을 수 있는데 아마 이렇게 생활에서 흔히 쓰이고 볼 수 있으며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물건들부터 공부하다 보면 " 역사" 라는 것이 친근하게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 12가지의 물건들에 대해 소개해 주고 있다.  한옥, 장과 농, 궤와 함, 서안과 탁자, 문방사우, 책, 병풍, 한복, 관모, 장신구, 소반, 식기. 그야말로 조상들의 의식주 생활에서 빠져서는 안 될 물건들을 우선적으로 소개해 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알고 있었던 지식들도 물론 있지만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과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무지 많았다. 책을 보고 나서 사극을 보니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진실인 듯하다.

 

 

가장 먼저 한옥. 사진에 보이는 한옥은 조선 시대 재상이었던 류성룡의 충효당으로써 보물 414호로 지정된 곳이란다. 한옥은 이렇게 행랑채,사랑채,안채로 크게 나뉘어져 있단다. 옆 사진은 우리가 관용어구처럼 쓰는 "초가삼간"에서 삼간의 뜻을 알려 주는 사진이다. 1간은 네 개의 기둥 안에 들어가는 네모난 공간을 뜻하는 것으로 삼간은 기둥과 기둥 사이의 공간이 세 개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아래 두 사진은 농과 장을 보여 주는 사진이다. 여자가 시집갈 때 꼭 해가야 할 가구 중의 하나가 바로 장농이었다. 지금까지 농이 하나의 가구를 뜻하는 줄 알았는데 엄연히 다른 물건이었다. 왼쪽에 있는 것이 "농"으로써 농은 옆에 손잡이가 붙어 있고 그래서 여러 개를 겹쳐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장"은 겹쳐 올릴 수 없으며 넣는 물건에 따라 의장, 약장, 찬장 등으로 나뉜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좌식 생활을 하였기에 이렇듯 가구들이 높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에 시댁에 내려가서 본 반가운 물건 중의 하나가 바로 장이었다. 

 

 

궤와 함도 장과 농처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을 가진 가구이다. "궤"는 조선 시대 가장 많이 쓰인 가구라고 한다. 일명 반닫이라고 하는데 반쪽만 열린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시댁에서 본 나머지 물건 하나가 바로 이 반닫이였다.  "함"은 반닫이에 비해 더 고급스러우며 활짝 열리게 만들어진 물건으로 주로 귀중품을 보관하는 것이라고 한다. 보석함을 생각하면 되겠다.

 

 

서안과 탁자를 보면서는 조상들의 슬기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서안" 즉 책상은 주로 선비가 공부하던 사랑방에 있던 가구이다.두루마리로 되어 있는 불교 경전을 읽다 보면 흘러내릴 수가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양끝을 약간 올려서 만든 서안을 경상이라고 한단다.  불편함을 참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창의성이 출발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경상을 만든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놀랍기 그지 없다. 또 하나 "사방탁자"라는 것이 있는데 그러고 보니 이 탁자를 사극  볼 때 마다 많이 본 것 같다. 그동안 정확한 이름과 용도를 모르고 있었던 터에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사방이 트여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문방사우. 조상들의 생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문방사우는 들어봤을 것이다. 왜냐하면 초3때부터 붓글씨가 나오기 때문이다. "문방사우"는 붓, 벼루, 먹, 종이를 뜻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한지가 왜 중국, 일본의 종이보다 질이 우수한 지를 알려 주고 있는데 그건 바로 재료의 차이이다. 중국의 종이는 삼과 대나무로 만드는 반면 한지는 닥나무로 만들어 종이가 질기고, 윤기가 나며 오래 되어도 변색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만하면 자랑할 만하지 않는가! 예전에 대학 다닐 때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기계지가 아니라 인사동에서 파는 제대로 된 한지를 사서 붓글씨를 쓰던 그 첫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다르다. 재료의 차이가 실력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을 그때 직접 경험하였다.

 

책. 한자로 冊 이라고 쓰는데 책의 기원이 대나무나 옥을 쪼개서 거기다 글을 쓴 것에 유래하여 그 모습을 본떠 이 한자가 만들어진 거라고 한다. 그런데 왕비, 세자빈을 책봉한다는 말도 바로 이것과 관계가 깊은데 왕비, 세자빈을 봉할 때 그들의 업적을 책에 써서 함께 주었기에 책봉한다는 말을 쓰는 것이라고 하니 하나하나에 다 깊은 뜻이 들어 있어서 또 한 번 놀랐다.

 

병풍. 제사나 차례 지낼 때, 칠순 잔치 같은 것 할 때 그나마 자주 보게 되는 것이 병풍인데 2폭에서부터 10폭 병풍까지 있단다.얼마 전 " 뿌리 깊은 나무 " 할 때 세종이 거처하던 곳에 있던 "책가도"가 나와 있어서 반가웠다. 행사에 따라서 사용되던 병풍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장례식 때는 흰 종이만 발라서 사용하였는데 이를 소병이라고 한단다. 병풍은 고려 시대 이전부터 사용되었는데 온돌이 널리 사용되기 전이라 추위를 막을 목적으로 병풍을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지금은 추위를 막는 목적

이외에도 여러 가지로 사용되고 있는 병풍. 미적인 목적도 무시 못하지.

 

다음은 한복.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것에서 빠지지 않는 한복. 설날에는 한복을 입고 세배를 드리는 가정들이 많을텐데... 지금 입는 한복은 조선 시대 한복을 본 뜬 것이란다. 한복은 유(저고리), 고 (바지), 포(두루마기), 상(치마)로 나뉜다. 여자들이 치마 속에 갖춰 입는 속옷은 자그마치 일곱 가지나 된다고 한다.이걸 다 입고 치마를 입으면 모두 여덟 가지. 우~  이 상태로 소피가 마려우면 윽~ 끔찍하다. 지금 우리처럼 양장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한복이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한복은 좀 커도, 좀 작아져도 입을 수 있어서 경제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양장은 조금만 살이 쪄도 금방 못 입게 된다. 한복 입어본 지가 언제던가! 명절 때라도 가끔 입어야 하는데 통 안 입게 되네!

 

 

관모. 머리에 쓰는 걸 통들어 관모라고 하는데 관, 건, 모, 립으로 세분화된다. "관"은 주로 양반들이 쓴느 것으로써 사진에 보면 왕이 쓰던 익선관도 보인다. "건"은 머리카락을 정리할 때 쓰는 것이다. "모"는 머리 전체에 눌러 쓰는 것으로 관리들이 주로 쓰던 것이 이에 속하고 마지막으로 "립"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챙이 있는 모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양반들이 쓰는 흑립,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쓰던 패랭이들이 여기 속한다. 지금은 모자가 패션의 하나이지만 조선 시대에는 "의관"이라고 해서 모자도 꼭 써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모자가 곧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물이 되던 시대였던 것 같다.  옆에 있는 물건은 하도 신기해서 찍어 보았다. 의자와 지팡이인데 조선시대에는 나라에 공을 많이 세운 신하들 가운데 일흔 살이 넘은 사람에게 임금이 지팡이와 의자(교의)를 하사하고 잔치를 베풀었다고 한다. 좌식 생활을 하는 조선 시대에 의자는 흔하지 않은 가구였기에 아주 귀중한 물건이었을 것 같다.

 

장신구. 예나 지금이나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마음은 똑같은 듯하다. 도포를 묶을 때 사용되던 가느다란 허리끈을 세조대라고 한다는 것과 신분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제부터 사극을 볼 때 자세히 봐야겠다.

 

소반과 유기는 지금도 자주 사용되는 물건으로 알고 있다. 각 가정에 소반이 없는 집이 없고, 유기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사를 지내는 가정에는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특히 방짜 유기의 제작과정은 그 과정이 복잡하고, 11명이 한 조가 되어 밤새워 작업을 한다고 한다. 아쉽게도 이런 장인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본만 해도 이런 귀중한 기능을 보유한 장인들은 나라에서 책임지고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줘서 그 기술이 가업으로 이어지는 예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예전에 자개농을 만드시는 어떤 장인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경제형편이 너무 안 좋아서 자식에게 물려 주고 싶은 마음이 별로 생기지 않는다는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인간문화재의 형편도 마찬가지였다. 생계도 나라에서 책임을 져주지 않는데 어느 누가 그 힘든 고난의 길을 자식에게 가라고 하겠는가!  대대손손 가업으로 여기며 소중한 일들을 하며 보람있게 살 수 있도록 나라에서 그분들의 생계를 철저히 보장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 나라 문화 유산이 보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도 여러 가지 장인들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나왔는데 그런 일들을 문화재를 보존한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여유롭게 할 수 있도록 나라에서 꼭 그분들의 복지를 책임져 주면 좋겠다.

 

 

 

마지막 두 장의 사진은 이제까지 알아 본 12가지 생활 문화재들을 한눈에 보여주는 그림들이다. 가족들과 함께 퀴즈 형식으로 풀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위는 사랑방이고, 아래는 안방이 되겠지!  올 설 연휴에는 이 그림에 있는 생활 문화재들이 친가나 외가에 혹시 있는지 두 눈을 크게 뜨고 찾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같다. 아마 한 두 가지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임금, 귀족, 양반들이 사용하던 물건들만 문화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살았던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던 물건들이 바로 문화재가 된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면 따분하고 지겹게만 느껴지던 문화재나 역사가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올 것 같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들게 만드는 그런 고마운 책이었다. 그건 바로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물건들도 후대에는 박물관에 전시될 문화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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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조부모님댁에 다녀온 뒤라 어제는 긴장이 풀려서 저녁부터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엄마가 누워 있는 동안 수퍼남매는 누나가 작은 아빠로부터 선물로 받아 온 레고를 함께 만들어 놀고 있었다.

 

난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오는데 딸은 어제부터 그걸 만들고 싶어서 안달을 부리더니

 

내가 아픈 틈을 타서 드뎌 다 완성을 하였다.

 

완성된 레고를 가지고 둘이 사이 좋게 노는 걸 들으면서 비몽사몽 잠이 들었었다 보다.

 

언뜻언뜻 들려 오는 소리 중에  아들의 " 여보~~" 이런 소리도 들렸다. 아마 소꿉놀이를 하나 보다 생각했다.

 

잠깐 잠이 깬 사이,

 

아들은 누나 레고만 사준 게 조금은 서운했던지 " 나도 레고 갖고 싶은데...."라며 작게 말하며 속내를 드러냈다.

 

누나 레고는 너무 단계가 높아서 자기가 만들기엔 역부족이므로 자기만의 레고가 갖고 싶었나 보다.

 

그럴 만도 하지. 집에 있는 장난감 대부분은 모두 누나 것이니깐.

 

엄마 :  그럼 엄마가 너 입학 선물로 하나 사 줄게.

아들 : 그때까지 기다려야 되잖아?

엄마:  응, 꾹 참고 기다려야지.

아들 : 누구랑 가서 사?

아빠 : 엄마랑 가서 골라야지.

아들 : 엄마는 " 여보~  이거 괜찮지 않아요?" 라고 하는 거지.

아빠, 엄마 : 하하하, 호호호

 

아들의 그 말에 빵 터졌다. 아픈 것도 나은 듯하였다.

울 아들은 언어 재능이 있나 보다. 

그래 레고는 아빠랑 가서 골라야지. 네 말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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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된 게으름뱅이 비룡소 전래동화 19
김기택 글, 장경혜 그림 / 비룡소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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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 게으름뱅이가 살았다. 게으름뱅이가 하는 일이라곤 밥 먹고 똥 싸기, 방 안에서 뒹굴기, 방귀 뀌기, 코 후비기, 코 골면서 낮잠 자기 뿐이었다. 어느 정도 게으름뱅이인지 알겠지? 언젠가는 가뭄이 들어 마을 사람들이 물을 퍼나르느라 땀을 뻘뻘 흘리는데도 게으름뱅이는 방 안에만 앉아 있었다. 보다 못한 아내가 잔소리를 좀 해대자 그 길로 게으름뱅이는 베 두필을 챙겨 가출을 하였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것을 모르시나 보지. 그렇게 고개를 올라가다 어떤 노인이 소머리탈을 만드는 걸 보게 된다. " 일하기 싫은 사람이 쓰면 아주 좋은 일이 생긴다" 는 노인의 말을 듣고 얼씨구나 하며 그 소머리탈을 써 본다.



그런데 소머리탈을 쓴 순간, 탈이 갑자기 얼굴에 처억 하고 달라붙더니 진짜 소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음메 음메" 소리만 날 뿐. 노인은 소가 된 게으름뱅이를 데리고 장터에 팔러 나간다.


어떤 농부에게 팔린 게으름뱅이 소는 죽어라 일만 하게 된다. 사람일 때와는 정반대 신세가 돼버린 것이지. 그러길래 사람일 때 덜 게으름 피우지..... 하도 일을 해서 코뚜레에서 피가 나고, 발굽에서도 피가 나고, 온 몸은 멍이 들고. 게으름뱅이는 너무 힘들던 차에 노인이 농부에게 당부 했던 말 " 이 소에게 절대 무를 먹이면 안 되오. 무를 먹으면 죽게 된다오 ." 하던 말을 기억하게 된다. 이러고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어 농부 몰래 무밭에 가서 무를 먹어 치운다. 게으름뱅이 소는 과연 어떻게 될까? 그대로 죽게 되는 걸까?


왜 소였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 본다. 농경사회에서 소는 굉장히 중요한 일손이었다. 소만큼 쉴 새 없이 일하는 동물이 과연 있을까! 죽어서도 소는 하나도 버릴 게 없지 않는가! 어떻게 보면 참 불쌍한 동물이다. 따라서 게으름뱅이의 나쁜 버릇을 고쳐 주기에 딱 맞는 역할은 바로 소였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 그림책이 주는 즐거움이 하나 더 있다. 산신령 같은 모습의 노인이 책 구석구석에 숨은 그림처럼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 4장면에서 노인을 한 번 찾아 보시라. 아이들은 이런 숨은 그림을 참 좋아한다. 서로 먼저 찾으려고 난리가 난다. 이런 숨은 그림은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장치라고 생각한다.

또한 노인이 내내 게으름뱅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어 게으름뱅이가 소가 되는 것이 단순히 벌이라기 보다는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일종의 가르침임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게으름뱅이가 죽을 각오로 무를 먹어 치우는 순간,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다는 설정은 따지고 보자면 새로운 자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전의 자아가 죽어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새 사람이 된다는 것은 옛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물론 이것은 물리적인 죽음이 아니라 정신적인 죽음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먹는 '무'는 그 정도의 각오로 과거와 결별해야지만 완전히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에둘러 말하고 있는 듯 하다.

단순해 보이는 옛이야기 속에서도 이렇게 하나하나 생각해 볼 거리들이 많다는 게 새롭고,주제가 확실해서 아이들에게는 인성교육 차원에서 옛이야기를 자주 활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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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돌이와 용감한 여섯 친구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7
여을환 글, 김천정 그림 / 길벗어린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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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돌이" 란 이름은 어릴 적 자주 불렀던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 갑돌이와 갑순이는 한 마을에 살았더래요. 둘이는 서로서로 사랑을 했더래요. 그러나 둘이는 마음 뿐이래요. 겉으로는 흠흠~~ 안 그런 척 했더래요. "  이렇듯 갑돌이란 이름은 나에게는 그 노래 속의 갑돌이로 각인되어 있었는데 이 책을 보고나서는 마음씨 착한 그림책의 주인공 갑돌이가  먼저 떠오를 것 같다.

 

책의 중간 부분을 넘어가면서 "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인데?"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얼마 전 아들에게 읽어 주었던 바로 "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와 내용이 흡사한 것이었다.  갑돌이가 말을 타고 가는데 풍뎅이 한 마리가 붕붕붕 날아 오더니 " 아저씨, 아저씨, 나도 태워 주세요. "한다. 갑돌이는 풍뎅이를 태우고 말을 타고 간다. 얼마쯤 가자 밤 한 톨이 데구르르 굴러와 " 아저씨, 아저씨, 나도 태워 주세요. " 한다. 갑돌이는 풍뎅이와 밤을 태우고 길을 간다. 이렇게 여섯 친구를 태우고 갈 길을 가는 갑돌이의 이야기는 그 전개 방식이 동짓날이면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게 될 할머니가 푸욱 푸욱 한숨을 쉬며 팥죽을 쑤고 있자, 팥죽 한 그릇만 주면 할머니를 도와 주겠다고 약속하는 "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에 나오는 친구들과 닮아 있었다.  그림책을 끝까지 읽고 해설부분까지 읽어 보니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갑돌이와 여섯 친구는 "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의 다른 버전이라는 해설이었다. 옛이야기의 특징이 바로 이 두 이야기처럼 약간씩 변형된 형태로 전해지는 게 많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생겨난 걸로 추정되는데 그림형제의 이야기 속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고, 일본에도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1)말에 태워 달라는 풍뎅이                      (2)풍뎅이의 대사에 풍뎅이가 그려짐.

(3)말에 태워 달라는 알밤                         (4)쇠똥을 태우려고 하자 말의 표정이 압권임.

 

아마 이 그림책을 처음 대하는 독자들은 모두 나처럼 " 이거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인데 ?" 하는 느낌이 팍 들 것이다. 두 그림책을 비교하면서 읽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내친 김에 비교를 해 볼거나?  편의상 할머니와 갑돌이라고 하도록 하겠다.

 

할머니 이야기 속에서는 일곱 친구가 등장한다. 갑돌이에서는 여섯 친구가 등장한다. 겹치는 것은 알밤과 자라이고 개똥이 쇠똥으로 변하고, 나머지 물건들은 다르다. 각각의 친구들은 그림책을 보면서 직접 확인하는 게 더 흥미로울 것 같아 건너뛴다. 할머니 이야기 속에서 아가씨는 등장하지 않고 갑돌이 이야기 속에서만 등장한다.  아마 갑돌이가 총각이기 때문에 아가씨가 등장하지 않았을까 싶다. 할머니 이야기 속에서 친구들은 팥죽을 얻어먹는 댓가로 할머니를 도와 주고, 갑돌이 이야기 속에서는 말을 태워 준 댓가로 위험에 빠진 아가씨를 도와 준다. 둘 다 무시무시한 호랑이를 물리치는 방법은 거의 비슷하다. 선방을 날리는 것은 아궁이 속에 숨어 있던 알밤이고, 결정적으로 호랑이를 쓰러뜨리는 한 방을 날리는 것은 절구와 맷돌이다. 해설을 보니 아궁이와 절구, 맷돌도 나름 숨겨진 의미가 있어서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 속에 감춰진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두 이야기다 호랑이를 물에 빠뜨리는 결말이 똑같은데 수퍼남매와 읽으면서  " 왜 호랑이 가죽을 팔지 않고, 그냥 물에 던졌을까? " 질문하자 딸이 " 욕심이 없어서요" 이런 답을 한다.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할머니도 갑돌이도 정말 욕심이 없는 인물인 것 같다. 옛날에는 호랑이를 잡아 가죽을 팔면 살림살이에 많은 보탬이 되었을 텐데 그걸 그냥 물에 빠뜨리는 것을 봤을 때 전혀 재물에 욕심을 부리지 않은 주인공의 모습을 담아 내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런 심성을 가졌기에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아량을 베풀며, 쇠똥도 말에 태우는 여유를 가졌겠지 싶다. " 갑돌이와 여섯 친구"를 "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와 비교하며 읽으니 더 재미있다.

 

(5) 여섯 친구를 모두 태운 갑돌이

(6) 저 멀리 외딴 집에 불빛이 보임.

(7) 아가씨를 구하기 위해 각자 위치로!!!

 

이 그림책의 그림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명료하다. 하지만 여섯 친구를 만날 때마다 매번 달라지는 말의 표정까지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갑돌이가 쇠똥을 태운다고 할 때 말의 표정이 압권이다. 갑돌이 뿐만 아니라 말의 표정까지 신경 쓴 작가의 세밀함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거기 뿐만 아니라 여섯 친구가 갑돌이를 향하여 " 아저씨, 아저씨 나도 태워 주세요. " 말할 때는 친구들의 캐릭터를 넣어 대사를 써 준 그 섬세함까지 있어서 어린 독자들은 말의 표정과 여섯 친구의 캐릭터를 찾는 재미도 솔솔할 듯하다. 무엇보다 반복되는 대사와 함께 흉내 내는 말이 정말 많이 들어 있어서 초1, 초2 국어 부교재로 딱이다. 1-2학년 때 반복되는 말, 재미 있는 말, 흉내 내는 말 등을 학습하는데 이 책을 함께 읽어 보며 공부하면 아이들의 이해가 빠를 것 같다.  붕붕붕, 또각또각, 쿵쿵쿵, 데굴데굴, 엉금엉금, 겅중겅중, 따가닥따가닥, 뭉그적뭉그적, 뚝뚝 등 진짜 많다. 끝으로 저학년 아이들이 독후활동으로 역할극을 하면 참 좋을 듯하다. 대사가 간단해서 아주 잘 표현할 것같다.

 

(8) 맷돌의 한 방으로 가버린 호랑이의 모습- 아이들은 이런 모습 무척 좋아함.

(9) 마침 도서관에서 빌려온 "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가 있어서 비교함.

 

아직 이 책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익히 알고 있는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와 비교하여 읽어 보면 옛이야기의 특징도 이해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던 물건과 동물들이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호랑이를 물리치는 것에서 용기도 얻게 되고, 국어 공부도 하고, 역할 놀이도 하는 등 일석사조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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