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 동화 보물창고 38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찰스 로빈슨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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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는<비밀의 화원>의 주인공이다. 이기적인데다 예절, 인성은 커녕 폭력적이기까지 해서 한 마디로 구제불능인 아이이기도 하다. 부모의 무관심 속에 버려져 있던 터라 더욱 그랬다. 그런데 그랬던 메리가 콜레라로 인해 고아가 되어 영국 요오크셔에 있는 고모부 집으로 오고 나서는 그와 전혀 다른 아이로 변하게 된다. 그러니까 아주 긍정적인 아이로 말이다. 말하자면 <비밀의 화원>은 지금 하는 말로 하면 과잉행동장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메리가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의 이야기이다.

 

  요즘의 아이들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 얼마전에 잇달아 일어난 중학생들의 자살 소식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경향신문에서는 다시금 불안과 좌절에 시달리는 10대들의 삶을 세밀하게 취재한 기획 탐사 보도를 연일 싣고 있는데 내가 봐도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참으로 힘겨운 삶을 그 어린 몸들이 어깨로 등으로 지고 살고 있었다. 1면에 나온 한 기사 제목이 유독 눈에 들어왔는데, '이제 가정은 그냥 가정이 아니라 대학입학을 위한 프로젝트 팀이 되었다' 라는 제목이었다. 아마도 아이들이 이토록 불안과 고통 가운데 힘겨운 날들을 보내게 된 것은 더 이상 가정이 그들의 쉼터가 되지 않고 오로지 좋은 대학만 강요하는 일종의 사육장이 되어버린 데에도 있지 않을까 싶다. 점점 가속화되는 신자유주의 속에 개인과 개인 간의 경쟁은 더욱 가열차지지만 거기에 비해 사회적 안전망은 턱없이 부족해 대열에서 이탈하면 생존마저도 위태로운 우리나라 실정상 좀 더 잘 싸울 수 있는 안정적인 무기라 여겨지는 좋은 대학은 그래서 자식들의 보다 안정된 삶을 위해 부모가 해 주어야 하는 일종의 책임 같은 것으로 여기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아무리 생존이 절박하고 안정이 중요하다해도 보듬어주고 지켜주어야 할 그들의 영혼이 파괴된다면 그래서 스스로 삶마저 포기할 생각을 한다면 무리한 강요는 피해야 하지 않을까?  

 

  <비밀의 화원>은 이 번이 두번째다. 작년에 한 번 읽었었는데 이번엔 그 때 느낌과 많이 달랐다.그 때는 메리와 콜린이 비밀의 화원을 통하여 밝고 명랑하고 긍정적인 아이들로 변하는 것이 신기하고 덩달아 나까지 유쾌해지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을 때는 메리와 콜린이 그토록 힘들어 하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가 더 먼저 그리고 많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최근에 벌어진 학생들의 자살 소식들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비밀의 화원>을 읽으면서는  '가정의 역할'을 가장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벌어지는 일련의 학교 폭력이 가정의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본다. 아이들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또는 다른 아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라고 해도 만일 가정이 원래 본연의 역할을 다 하고 있었다면 이러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을까 하고. 경향신문의 기사 제목에도 나왔지만 오늘날 가정은 프로젝트팀 같은 성격이 정말 강해졌다. 그 아이가 문제아일지라도 가정은 그 아이를 마지막까지 감싸주고, 격려해 주고, 훈육해야 하며, 사랑해 줘야 하는 마지막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가정은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한지 오래 되었다. 메리와 콜린이 왜 그런 포악한 괴물이 되었던가? 메리의 엄마는 메리를 낳자마자 유모에게 맡기며 메리를 돌보지 않은 채 사교계에만 관심이 있었다. 콜린의 아버지는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인하여 콜린을 마주하기 조차 힘들어하며 10년을 방황하며 보냈다. 그렇게 둘의 부모는 아이들을 방치해 놓았다. 그건 바람직한 가정의 모습은 아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를 거절당한 채 10년을 보내 왔다. 그런 아이들은  급기야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점점 더 포악해져 갔다. 그 상황이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전혀 양육하지 않은 부모 밑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제발 나를 봐 주라고 떼를 쓰고 난동을 부리는 것일 수밖에.

 

  그런 괴물 같았던 메리와 콜린이 어떻게 치유되었던가? <비밀의 화원>의 저자는 바로 그 치유의 방법을 "자연과 사랑의 힘"이라고 일깨워 주고 있다.  메리와 콜린은 요오크셔에 불어 오는 황무지의 냄새를 맡으며, 비밀의 화원에 들어가 흙을 만지고, 씨를 뿌리고, 나무를 가꾸면서 땀을 흘렸다. 자연과 호흡했다. 그러자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진정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했던 이들은 자신들을 사랑해 주는 주변 사람들 덕분에 굳게 닫혔던 마음의 빗장문을 열고 비로소 그들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 여기에 바로 마법의 힘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

 

 

  금일 경향신문에 일진회였던 아이의 이야기가 실렸다. 아이는 친구들의 돈을 갈취한 죄로 경찰서에 불려가 취조를 받는데 그동안 자신이 만나본 경찰관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버러지 취급했는데 그 날 만난 경찰관은 다정하게 " 힘들지?" 하고 말을 건네시며 " 이런 데 오지 마" 하셨다고 한다. 그 경찰관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마음이 녹아내렸다고 한다. 그 순간 자신이 그동안 무슨 짓을 하고 있었나 반성이 되며 어머니께 돈을 달라고 해서 돈을 빼앗긴 아이들에게 되돌려 주고 일진회를 탈퇴하였다는 내용이었다.  난 지금 우리 나라 학생들 모두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그들에게 말도 안 되는 폭력을 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너희의 미래를 위해서 12년만 눈 딱 감고 참아 봐" 하며 그들을 속이는 것 자체가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그 속에서 현재를 저당잡힌 채 살고 있는 아이들은 처한 상황이 버겁고, 숨이 막히며, 뛰쳐 나가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때로는 일탈로, 때로는 폭력으로, 때로는 자살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그 경찰관 아저씨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다정하게 " 힘들지?" 하며 말을 건넬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어른부터 가졌으면 한다. 메리와 콜린이 그 난동을 부렸을 때 소노비, 디콘, 마사가 가졌던 그 이해심과 배려를 어른들이 먼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정이 가정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여 바른 인성을 가진 아이로 성장시키는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른 인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비밀의 화원>이 그 해답을 알려 주고 있다. 자연과 사랑의 힘! 그것이야말로 아이를 바르게 성장시키는 자양분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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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독서운동, 우리 교육의 희망이 되다

학교에서 매일 아침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책을 읽으며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자는 소박한 아침독서운동이 2005년에 처음 시작되었으니 올해로 벌써 8년째를 맞는다. 아침독서운동은 책이 가진 힘을 믿고 아이들에게 책을 친구로 만들어주는 일이 그 아이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은 몇 사람이 우직하게 진행해왔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진지한 제안을 많은 교사들이 받아들여 함께 했고 학교에 책 읽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교실을 바꾼 아침독서 10분』은 지난 7년간 아침독서운동이 가져온 의미 있는 변화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집이다. 292쪽으로 제작된 사례집에는 아침독서운동이 처음 시작된 2005년부터 7년 동안 아침독서를 통해 희망을 꿈꾼 교사와 아이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침독서로 학교와 마을을 바꾼 시골 초등학교 사례부터 입시 경쟁이 치열한 서울의 인문계 고등학교 사례가 함께 담겼다. 교장선생님과 뜻이 맞아 함께 아침독서운동을 일군 사례도 있고, 학교에서 틀어주는 영어방송을 참아가며 아침독서시간을 만들어간 사례도 있다. 갓 교직생활을 시작한 햇병아리 교사의 글도 있고, 20년 넘은 베테랑 교사의 글도 있다. 아침독서운동의 주인공인 학생들 글도 있고, 교육청의 독서교육 담당 장학관 글도 있다.

이 책에 실린 사례들은 결코 화려한 성공 사례가 아니다. 오히려 아침독서운동에 대한 시행착오 사례라 할 수 있고, 매년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아침독서가 가진 매력을 알기에 끊임없이 노력하는 교사의 숙명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렇기에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을 먹게 하는 만만한(?) 사례들이다. 다양한 사례를 모아 이 책을 낸 이유도 교사들에게 바로 이러한 마음을 갖게 하려는 것이다. 아침독서를 계속 한 베테랑 교사도 학교나 아이들 성향에 따라 잘 안 되기도 하는 게 아침독서의 솔직한 모습이다. 그래도 아침독서의 재미를 맛본 교사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계속하는 중독성이 있다. 한 교사는 복직을 하면서 아침독서를 다시 할 수 있어 설렜다고 고백한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도 교사들을 다시 아침독서의 길로 나서도록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사례집에 실린 사례들을 꼼꼼히 읽길 바란다. 분명한 것은 소박한 아침독서운동이 가져온 변화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책과 멀어졌던 아이들에게 책을 친구로 만들어주는 아침독서운동이 가진 매력과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행복하게 하는 아침독서운동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이 책이 많은 교사들에게 아침독서운동에 대한 이해를 돕고, 새롭게 참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윗글은 (사)행복한아침독서에서 인용함.

 

2012년, 각 학급에서 아침독서10분의 기적을 맞이하는 교사와 학생들이 더 많아지길 소원해 봅니다.

우리 아이들을 가장 빠르고, 쉽게 책과 친구를 맺어 주는 방법이 바로 이 아침독서10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도 힘 닿는 한 열심히 전도하도록 할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 교육의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끄럽지만 제가 쓴 원고도 이 책에 들어 있구요. 잘 아시는 희망찬 샘 원고도2 개 들어 있습니다.

추천사에 쓰신 것처럼 중독성 강한 아침독서10분!!!

그 마법 같은 힘을 경험한 사람은 자꾸자꾸 주변인들에게 아침독서10분을 강조하게 됩니다.

저 또한 우리 수퍼남매의 담임 선생님께도 간곡히 건의 드리려고 합니다. 제발 아침독서10분을 해 주시라고 말이죠.

학부모님들도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서 새 담임 선생님께 정중하게 건의해 보세요.

연일 뉴스에 나오는 학교 폭력도 이 아침독서가 전국적으로 실시된다면 많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녀가 12년 동안 아침독서를 꾸준히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바른 인성이 길러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럼 당연히 학교 폭력이 줄어들겠죠.

 

 

" 책 읽는 아이가 희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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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1-13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에 수퍼남매맘님의 글도 실렸네요. 축하합니다~~ 짝짝짝!!
희망찬샘 글도 있고요~ ^^

수퍼남매맘 2012-01-13 22:30   좋아요 0 | URL
예, 제 글은 아주 형편 없구요 희망찬 샘 글은 정말 귀감이 되는 사례입니다. 저는 햇병아리잖아요. 지금 보면 어쩜 저렇게 못썼을까 싶은데...저같이 부족한 사람도 아침독서10분으로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에서 다른 분들도 (특히 교사들)용기를 가지고 한 번 도전해 보시라는 차원에서.....
 

2년 전 어린이책에 관심을 가지면서 가장 먼저 서평단 활동의 기회를 안겨 준 곳이 바로 푸른책들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서평단 활동을 하고 있어서 친정 같이 푸근한 곳이기도 합니다.

다른 츨판사들과는 다르게 한 번 함께 한 가족은 웬만해서는 해고하지 않는 너그러움을 가진 곳이어서

 더 정이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푸른책들과 함께 하면서 정말 좋은 책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좋은 신형건 사장님 (시인이심), 좋은 작가분들, 좋은 서평단 동지를 알게 되어 더욱 내 삶이 풍성해졌습니다. 푸른책들을 통해서 더 넓고 깊은 세계를 알게 되었죠.

 

그 풍성함을 다른 분께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친정 같은 푸른책들에서 14기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왔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도전해 보시라고 안내를 합니다.

 

 

 

 

http://www.bookfamily.or.kr/html/index.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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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3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3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배달부 키키 1 - 홀로서기를 시작한 키키 마녀배달부 키키 1
가도노 에이코 지음, 하야시 아키코 그림, 권남희 옮김 / 소년한길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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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크리스마스 때 딸이 산타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책 5권 중에서 <마녀 배달부 키키1>이 들어 있었다.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작이기도 해서 궁금하던 터에 얼씨구나 잘 됐다 싶어 딸에게 빌려 읽었다. 1-6권까지 나와 있던데 산타 할아버지는 왜 1권만 주셨을까? 이 책이 마음에 든 딸은 2권-6권까지도 읽고 싶다고 한다. 딸아, 나머지는 상금 탄 걸로 사거라.

 

마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백설공주에 나오는 딱 그 마녀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여기에 나오는 마녀는 전혀 다르다. 사람처럼 평범하고 오히려 사람들을 도와 주는 착한 마녀이다. 마녀가 나온 책을 여러 권 봤지만  이렇게 착하고 사랑스럽게 마녀를 묘사한 책은 보지 못했다.

 

열세 살 된 주인공 키키는 마녀의 딸이다. 마녀의 딸들은 열살 정도가 되면 마녀가 될지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살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단다. 키키는 마녀가 되기로 결심을 굳히고 엄마 고리키로부터 마녀 수업을 받는데 마녀의 세력이 약해진 터라 고리키 또한 부릴 수 있는 마법이래 봤자 고작 두 개이다.  재채기약 만드는 것과 빗자루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이다. 키키는 그 두개 중에서도 하늘을 나는 마법 밖에는 배우지 못한 채 마녀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홀로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홀로서기"란 13세 생일이 지나면 자기 집을 떠나 마녀가 없는 도시나 마을을 찾아서 혼자 살기 시작하는 일을 뜻한다.

13세에 홀로서기를 하다니.... 그것도 혼자서 외딴 곳을 찾아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하다니 말 그대로 홀로서기네. 수퍼남매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고향 마을과 고리코 마을>

 

보름달이 뜬 날, 키키는 자신이 13년을 살아온 고향을 떠나 빗자루, 지지, 아빠가 준 라디오만 가지고 홀로서기할 미지의 장소를 찾아 떠난다. 키키가 홀로서기할 곳으로 정한 곳은 바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바다가 있는 고리코 마을이었다. 할 수 있는 마법이라곤 하늘을 나는 것 밖에 없는 키키가 자급자족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해 낸 일은 바로 " 마녀 택배 " 였다. 마음씨 착한 오키노 아줌마 빵집에 세 든 키키는 " 마녀 택배" 라는 간판을 붙이고, 본격적으로 일을 착수한다. 초반에는 고리코 사람들이 환영해 주지 않아 서운한 마음도 있었지만  키키가 바닷가에서 어린이를 구출하는 사건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과 키키의 관계는 친밀해진다. 키키가 무엇을 배달하냐면  고무젖꼭지를 배달하기도 하고, 설날을 배달하기도 하고, 봄이 오는 소리를 배달하기도 한다. 그렇게 배달하고 나서 받는 사례는 돈이 아니라  빵, 복대, 어떤 경우에는 경험 그 자체가 사례라고 말하는 키키. 욕심 부리지 않고 최소한의 의식주만 해결하고 사는 키키의 모습이 인간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홀로서기를 떠나는 키키                 마녀 택배를 시작하는 키키

 

    (1) 바닷가에서 아이를 구하는 키키     (2)   빗자루에 빨랫줄을 걸어 빨래를 말려 주는 키키

    (3) 봄의 소리를 배달하는 키키            (4)  복대를 한 고양이 지지

 

먼저 이 책을 읽은 딸에게 어떤 배달이 가장 기억에 남냐고 물어 보니 봄이 오는 소리 즉 악기를 배달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마치 영화 미션 임파서블 같다고 하였다. 연주자들이 기차에 놔두고 내린 악기들을 배달해 주라는 어려운 부탁을 받은 키키가 달리는 기차 지붕 위에 뛰어 내려 악기를 빗자루에 매달아 배달하는 에피소드는 정말 스릴 있다.

 

난 키키의 평생 친구인 고양이 지지가 복대를 한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읽다가 푸하하 웃고 말았다. 뜨개질을 아주 잘하는 할머니가 부탁한 배달 품목은 아주 큰 복대였다. 그걸 선장인 아들에게 전해 달라는 거였다. 온갖 물건과 사람에게 복대를 해 주는 할머니 덕분에 지지도 복대를 하게 되는데 복대를 한 검정 고양이라니!  도대체 그 큰 복대는 어디에 쓰일고? 상상에 맡긴다.

 

그림 작가 이름이 낯익어서 책을 찾아 보니 <이슬이의 첫 심부름>의 작가였다. 역시......내 눈이 정확해!!! 귀엽고 사랑스러운 마녀 배달부 키키를 정말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마녀하면 섬뜩하고 나쁘다고만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 우리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이웃집 친구 같은 사랑스러운 마녀도 있다는 것을 아주 재미 있고 유쾌한 에피소드를 통하여 보여 주고 있다.  키키의 홀로서기를 읽는 어린이 독자들도 나름대로 홀로서기를 준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그게 키키처럼 부모 곁을 떠나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상관 없다. 지금 당장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것 하나를 정하여 꾸준히 실천하는 것, 그것 또한 홀로서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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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3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3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채채의 그림자 정원
이향안 지음, 호랑 그림 / 현암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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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역사 동화를 또 만났다. 우선 반갑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쁘고, 감동적인 이야기에 또 한 번 가슴이 뭉클해진다. 작가님 또한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 <광모 짝 되기>를 쓰신 분이란 걸 알고 더 반가웠다.

 

채채라니?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사람 이름이다.  어머니께서 책을 많이 읽으라는 뜻에서 "책책" 으로 지었다가 부르기 쉬운 채채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천한 신분으로 태어난 데다 조실부모하여 책 근처에는 가 보지 못했다. 행색을 보니 남자 아이일 거라고 상상이 되겠지만 여자 아이이다. 지금은 산 속에서 오라버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채채의 부모님은 억울하게 양반들에게 매를 맞고 돌아가셔서 이 오누이는 누구보다도 양반을 싫어한다. 그런 채채가 자주 가는 비밀의 장소가 있는데 바로 내장산 용굴이란 곳이다.

 

이 날도 용굴에 놀러 갔다가 그만 이상한 것들을 보게 된다. 사람들이 뭔가 궤짝을 여러 개 옮기는데 양반 할아버지가 진두지휘하면서 수십 개의 궤짝을 채채의 비밀 장소인 용굴에 옮기는 것이다. '이 난리통(임진왜란)에 저렇게 많은 궤짝을 옮기는 걸 보니 필시 보물 상자인 게 분명해' 매일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탓에 채채의 오라버니 풍이는 호시탐탐 이 보물 상자를 노려 보지만 양반 할아버지의 눈에 채채가 그만 발각되고 만다. 양반 할아버지로부터 먹을 것을 얻어 먹으면서 알게 된 진실은 그 궤짝 안에 보물이 들어 있는 게 아니라 책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무슨 책이냐 하면?  " 조선왕조실록" 이란다. 에게게?  겨우 책을 지키려고 양반 할아버지는 좋은 집 놔두고 동굴에서 생활한단 말이야? 양반 할아버지는 그 책들을 자신의 목숨보다 더 귀하게 생각하시는 듯하다.  채채와 양반 할아버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양반을 웬수로 생각하는 오누이와 목숨보다 책을 더 귀하게 생각하는 할아버지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겪으면서 신분, 나이를 뛰어 넘어 그 책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뜻을 지닌 동지가 된다.

 

조선왕조실록은 4군데에 나눠 보관되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3군데 있던 실록은 모두 소실되었고 오직 전주사고에 보관되었던 실록을 두 명의 양반이 겨우  내장산 용굴에 옮겨와서 번을 서가면서 지켰다고 한다. 여기에 나온 양반 할아버지는 그 중의 한 면을 모델로 삼은 듯하다.  그렇게 1년 여 넘게 동굴 생활을 하다 왜군의 눈을 피해 나중에 임금이 도피한 황해도 해주까지 옮겨 간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이 역사 동화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작가는 이 동화를 쓰기 위해 직접 내장산 용굴에 찾아갔다고 한다.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 낼까 고민하던 중에 채채와 풍이, 양반 할아버지라는 인물을 창조해 냈다고 한다.

 

실제로 그 많은 양의 실록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황해도 해주까지 옮겨졌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이야기는 그런 거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민초들의 힘이 컸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난리가 나자 임금은 백성을 버리고 한양을 벗어나 해주로 피난 갔지만 백성은 온 몸으로 왜적과 맞서면서 실록을 지켜 내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양반 할아버지 한 명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결국 실록을 지키는 일은 백성들의 마음에 간절한 소망이 되어 채채, 채채의 오라버니 풍이, 그리고 그 마을에 살던 민초들 모두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 하지 않고 거사에 합세하기에 이르른다.

 

그림자 정원은 바로 그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용굴 앞에 하나하나 쌓아 올렸던 돌탑의 그림자를 보고 채채가 지어낸 말이다. 그림자 정원, 참 운치 있다.  다음에는 어떤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질까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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