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초등학교 독서교육 담당자 연수가 방배동 서울특별시교육연수원에서 있었다. 금일 다른 샘들은 모두 문화연수가 잡혀 있는 날이라서 출장이 있는 걸 알고 무지 실망하였다가 강사가 바로 (사)행복한아침독서 한상수 이사장님이라서 기쁜 마음으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웬걸? 하교지도 하는데 갑자기 돌풍이 불더니 날씨가 급강하 하는게 아닌가? 추위를 워낙 잘 타서 조금 걱정이 되긴 하였지만 그 먼 곳까지 함께 가는 길동무가 있어서 도란도란 대화 나누면서 가니 추위도 잊고 거리감도 잊어버렸다. 길동무는 다름 아닌 우리 학교 수석교사신데 상담을 전공하신 분이시다. 이 쪽 분야에서 꽤 유명하시다. 평소에 샘께서 어떻게 상담을 하시게 되었는지 무지 궁금했었는데 개인적인 대화를 할 기회가 없어 물어보지 못하고 있다가 지금이 딱이다 싶어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물어 보게 되었다. 수석교사님이 상담을 공부하시게 된 것도 우연히 아드님이 한국교원대 부속 고등학교에 전학을 가고 싶다고 하여 아들과 함께 있기 위해서는 대학원을 가야 되는 상황이어서 대학원 공부를 하게 되었고 그게 바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하신다. 한상수 이사장님도 자녀에게 책 읽어주는 아빠가 되겠다고 결심하시고 그 일을 하다 보니 회사도 관두고 지금의 (사)행복한아침독서를 운영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수석교사님과 이사장님의 인생 스토리를 듣다 보니 두 분 모두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무슨 일을 하게 될지 결정하시고, 한눈 팔지 않고 그 길로 쭈욱 정진하신 분들이셨다. 그리고 그 일들을 통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잘 감당하고 계시니 귀감이 될 만하다. 두 분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나 또한 도서관담당자 연수에 다녀온 이후 아침독서를 알게 되고 독서교육에 나머지 내 교육 인생을 바치겠다 결심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니 수석교사님과 길동무를 하게 된 것도 이사장님의 강의를 들은 것도 우연이 아닌 듯하다.

2년 전 도서관 담당자 연수가 독서교육에 입문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면 이번 연수는 그 분야에 있어서 어떻게 철저하게 전문가가 될 것인지 도전의식을 심어 주었다. 이사장님의 강의는 일목요연하고 목소리가 워낙 좋아서 쏙쏙 귀에 잘 들어왔다. 아침독서 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주시고, (사)행복한아침독서는 현장교사들의 서포터즈라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그 말에 마음이 든든해졌다.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바로 양질의 학급문고를 구비하는 일인데 그 일부분을 (사)행복한아침독서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 참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교과부나 기업들이 학급문고를 지원해 주는 일에 많은 투자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우리 반 같은 경우는 학년 초에 한 아이당 4권씩의 책을 사서 학급문고를 마련하였고, 내가 가지고 있는 책에다 도서실에서 내려온 책들, 얼마 전 담임이 쓸 수 있는 학급운영비로 책을 사서 현재 300권 정도의 책이 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독서에 흥미를 가지게 하기 위해서 새 책을 계속 공급해 줘야 하는데 그 길이 막혀 있다. 그래서 학급문고 마련은 근본적으로 나라에서 지원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침독서는 독서력이 좋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뒤쳐진 아이들- 독서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목적으로 하여 이뤄져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한다. 독서력이 좋은 아이들은 가정환경이 좋은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이런 아이들은 솔직히 담임이 아니더라도 부모가 알아서 독서교육을 시킨다. 하지만 반대편 아이들은 학교가 아니면 좋은 책을 읽을 기회가 전혀 없다. 그런 아이들을 우선으로 하여 독서교육을 계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행복한아침독서에서 하는 <희망의 책나눔 행사>는 그런 의미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전해 주는 아주 훌륭한 행사라고 생각한다. 우리 반 친구들 중에도 그 혜택을 2명이나 받았다. 책을 받고 얼마나 좋아하던지....

아침독서 4대 원칙 중에서 나 또한 첫째 <모두 읽어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두 속에는 어린이도 포함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사가 함께 읽는 것. 그게 바로 아침독서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교사 자신은 읽지 않은 채로 아이들에게만 책을 읽어라고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반면 교사가 아이들 보는 앞에서 아이들 책을 읽어 보이면 아이들도 선생님이 무슨 책 읽으시나 궁금해 하면서 자신들도 책을 읽기 시작한다. 이사장님 한 분의 실천이 아침독서운동을 일으키고 각 학교와 각 학급에 아침독서를 실천할 수 있는 단초가 되었듯이 한 사람의 변화는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 사람이 희망이다 ” 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 또한 그런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내가 매년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 한 명이라도 나를 통하여 책과 친구 맺기를 하게 된다면 미국의 사상가 에머슨의 말처럼 그게 성공한 인생이 아닌가 싶다.

끝으로 이사장님의 말씀처럼 책은 평생의 멘토가 될 수 있는데 그런 귀중한 멘토를 만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책과 만남의 기회를 주는 게 바로 앞으로 내가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안타까운 것은 이 좋은 아침독서를 학교차원에서 전체적으로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는데..... 내가 경영자가 아니라서 말이다. 경영자는 학부모 말을 더  귀담아 듣는다. 아침독서의 효과를 톡톡히 맛본 학부모들이 계시다면 적극적으로 학교 경영자에게 건의하는 게 학교 전체적으로 아침독서를 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내 아이의 새로운 담임에게도 적극적으로 건의를 하는 것도 아침독서가 확산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학년 초에 가정환경조사서 같은 것을 써오라고 하는데 건의사항 란에 <꼭 아침독서10분을 해 주세요>라고 다수의 학부모가 쓴다면 담임선생님들도 재고를 해 보시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한 명 한 명을 설득하다 보면 행복한아침독서가 민들레 홀씨처럼 널리널리 퍼져 나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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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4 14: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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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4 21: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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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창 세일! 엄마 아빠 팔아요 신나는 책읽기 29
이용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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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 엄마, 아빠 팔아 버리고 싶어." 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어떨까?  아마 "내가 너를 그동안 어떻게 키웠는데 키워놨더니 이제와 그런 몹쓸 소리나 해?" 하며 화를 버럭 내겠지. 이 이야기는 놀이 동산에 가기로 한 날, 잠에 취해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아빠와 엄마를 본 아들이 엄마와 아빠를 단돈 5만원을 주고 마녀에게 팔아버리는 이야기이다.  

뭐 이런 배은망덕한 아이가 다 있냐고?  그건 어른의 생각이고....아이들은 매일 매일 듣는 엄마의 시시콜콜한 잔소리와 심부름만 시켜 대고, 정작 본인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아빠에게 화가 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혹시 나 또한 이 책 속의 엄마, 아빠의 모습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아이들 입장에서는 " 맞어 , 맞어. 나도 그런 생각한 적이 있어." 내지는 가슴 속 후련함을 느끼게 해 준다.  

마지막 장면도 참 재밌다. 반성하고 난 뒤 다시는 잔소리 할 것 같지 않던 엄마, 심부름 시키지 않겠다던 아빠의 약속은 며칠이 지나자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예전으로 돌아간다.  이에 아들은 이번에는 <왕창 세일 엄마, 아빠 팔아요>란 광고를 외계인 상대로 하게 된다는 설정이 정말 웃기다. 엄마, 아빠의 버릇 또한 쉽게 고쳐지지 않는 모양이다. 

부모들이여! 우리 아이들이 호시탐탐 우리를 마녀나 외계인에 팔아 버릴 생각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 나쁜 인간들!" 이라고  욕하기 전에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자.  오늘 연수에게 이재복 작가님의 말씀처럼 걔들이 하는 언행이 이해할 수 없을 지라도 무조건 나쁘다고 치부하지 말고, 상징적 언어로 그들을 대하려고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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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1-11-24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반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책이에요. 저는 읽어 줬거든요. 5월경인가?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치로누푸 섬의 여우 담푸스 그림책 5
다카하시 히로유키 글.그림, 김난주 옮김 / 담푸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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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전쟁이 인간과 자연을 해치고, 피폐하게 만든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동물들의 입장에서 전쟁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이 책을 통하여 동물에게도 전쟁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리게 하고, 자신 또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어린이들도 이 책을 통하여 전쟁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무엇에게도 잔인한 것임을 느꼈으면 좋겠다.

배경이 되는 치로누푸 섬은 태평양 쿠릴 열동에 있는 작은 섬이라고 한다. 바야흐로 이 외딴 섬까지 총성이 울릴 정도로 전쟁이 격렬하던 때의 치로누푸 섬의 한 동굴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여우 가족의 이야기이다. 이 그림책을 보고 나니 예전에 봤던 <반딧불의 묘>가 생각난다. 그 영화가 남매가 겪는 전쟁의 고통을 그린 것이라면 이 그림책은 한 외딴 섬의 여우 가족이 겪는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있다.  <반딧불의 묘>를 보면서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 그림책도 읽고  나면 마음 한 구석이 찡하다.

 

 

 

 

 

 

그림책은 철저하게 흑백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여우 가족만 색깔을 입혔고 딱 두 장면만 배경색으로 칼라를 썼다. 전쟁이 주는 두려움과 고통은 칼라보다는  흑백으로 표현하는 게 더 설득력 있어서 그랬을 것이고, 전쟁의 고통을 겪는 주인공 가족은 유일하게 칼라로 채색하여 주인공의 고통을 독자로 하여금 절감하게 하였으며, 또 여우 가족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초록색 배경으로, 여동생 여우가 엄마 품에 안겨 죽어 가는 장면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게 베이지톤과 봄맞이 꽃이 지천에 깔린 모습으로 처리하여 다른 장면들과 구별하여 놓았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은 매년 이 섬을 찾아와 고기를 잡는 노부부와 전쟁이 격렬하던 때에 섬에 들이닥친 군인들 뿐이다. 노부부는 길 잃어버린 여동생 여우를 보살피고 다시 부모의 품으로 되돌려 보내는 친절을 베풀지만 군인들의 경우는 오빠 여우를 총으로 죽이고, 아빠 여우 마저 죽게 만들며 엄마 여우에게 총상을 입히고, 여동생 여우는 덫에 걸리게 하는 등 일가족을 몰살시키는 파괴자이다. 똑같은 인간이면서 여우에게 있어서 노부부는 은인이고, 군인들은 파괴자이다.   동물이나 자연에게 어떤 존재가 될 지는 결국 인간이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전쟁이 없었으면, 전쟁이 이 섬에까지 번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남매 여우들은 무럭무럭 자라 부모님께 사냥법을 배워 치로누푸 섬에서 은빛 털 휘날리며 사냥을 하고 다녔겠지. 전쟁은 여우 가족에게도 가족을 잃는 슬픔을 경험하게 만들며 행복했던 보금자리를 떠나 먼 하늘나라로 가게 만드는 그런 두려운 존재였던 것이다. 

여우 가족의 슬픈 이야기를 통해 전쟁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여운이 있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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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사총사 중에서 <돼지>내지는 <목사 아들>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김용민PD가 쓴 책이다. 나꼼수의 인기에 힘입어 그들이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데 나꼼수 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 권도 다 읽지 못했다. <달려라 정봉주>는 예약 주문해 놨다. 사인본 받으려고... 4총사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물은 바로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정봉주 전 의원이다. 난 역시 재밌는 사람을 좋아하나 보다. 

<닥치고 정치>는 예약판매할 때 사인본을 놓치다 보니 차일피일하다가 아직까지 책을 주문하지 못하고 있다. 나중에 겨울방학 되면 꼼꼼하게 읽으려고 아껴 두고 있다. 

이 책 중간까지 읽었는데 친절한 김용민 PD는 중요한 부분에다 서머리용으로 밑줄까지 아예 그어 놓았다. 밑줄에다 꼭지 끝날 때마다 요약 정리까지 되어 있어서 아주 술술 잘 읽힌다. 하지만 밑줄까지 그어 놓은 건 좀 심하지 않았나 싶다.   연구 결과 남이 밑줄을 그어 놓은 책을 보면 밑줄이 없는 경우와 비교하여 정작 당사자는 정독을 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인쇄할 때는 밑줄은 빼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읽는 사람이 스스로 정독하기 위해서 말이다.

모태 신앙에다 목사 아들인 김용민 씨, 보수 중의 보수일 수 밖에 없던 그가 어떤 사연으로 진보가 되었는지 그 인생 스토리도 재미있고,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보수를 알아야 다음 싸움에서 진보가 승리할 수 있다는 일념으로 보수에 대하여 낱낱이 파헤치고 분석해 주는 그의 보수 이야기 또한 흥미진진하다.   

<보수를 팝니다.>라는 말은 2개의 의미를 가졌다고 설명해 주는데 그 설명이 참 마음에 든다. 

하나의 의미는 말 그대로 SELL의 의미를 담고 있다.  보수를 판다는 의미.

나머지 하나는 DIG 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보수를 파헤친다는 의미. 

엄청 쉽게 쓰여져 있으면서도 핵심을 뚫고 있는 시사평론가 김용민 PD의 이 책 참 재밌고 유익하다.  

시사 내지 정치하면 어려울까 봐 겁부터 내는 나 같은 사람들이 계시다면 이 책 무지 쉽고 재밌으니 읽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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