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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폭탄 대결투 - 은지와 호찬이 2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54
심윤경 지음, 윤정주 그림 / 사계절 / 2011년 10월
평점 :
고집불통 은지의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 오후에 책을 집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겉표지에 방귀 뀌는 장면이 있어서 방귀 뀌는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바로 편식 대장 은지의 편식 탈출기가 내용이었다.
울 반도 매일 급식 시간마다 편식대장들 때문에 나의 잔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일단 편식대장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밥을 늦게 받으려고 한다. 받고나서도 집중하여 먹질 않고 계속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다. 집에 갈 시간이 다 되어도 1칸도 못 먹는다. 이런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두자니 교육자의 양심상 그렇고, 매일 잔소리를 하자니 정말 내가 스트레스가 쌓이고.... 1년이 다 되어가도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 지 항상 고민이다. 내버려 두면 나는 편하지. 근데 음식 버리게끔, 편식하게끔 내버려 두면 그게 교육인가 싶다. 교육이 그렇게 무관심과 방치로 가면 되나? 급식 지도는 저학년에게 굉장히 중요한 생활지도의 한 항목인데 말이다. 더구나 환경 오염과 관련해서도 말이다.
은지의 편식도 장난이 아니다. 이 아가씨는 불고기와 소시지를 가장 좋아한다. 채소는 당연히 싫어한다. 시금치 당근이 들어가서 김밥도 잘 안 먹는다. 흰 우유는 비린 내가 난다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버리는 얄미운 얌체족이다.(집이 아니라 교실에서 말이다. )은지네 집의 식사 시간은 은지에게 이것 저것을 먹이느라 할아버지, 할머니,엄마, 아빠가 모두 나서서 밥상 머리 교육을 하지만 은지에게는 오로지 잔소리로만 들리고 오히려 " 매운 김치를 왜 어린이에게 먹이려느냐?" 며 따진다. 역시 기 죽지 않는 은지 답다.
그러던 어느 날 호찬이가 자기 고모가 분식집을 오픈해서 공짜로 실컷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친구들과 가게 됐는데 거기서 "소시지를 먹으면 죽을 수 있다"는 지수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은지가 김밥을 맛있게 먹다가 갑자기 토할 것 처럼 하는 지수를 보며" 지수 죽어요~" 라면서 난리를 치는 바람에 호찬이 고모 분식집은 쓰나미가 지나간 것처럼 되어 버리고, 지수를 비롯한 은지 친구들은 오물을 뒤집어 쓴다.
그 자리에 함께 계셨던 할아버지는 집에 와서 자초지종을 할머니께 말하고 그때부터 할머니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그때 마침 은지의 구세주 이모가 나타나서 은지 편을 들어주는데 이게 오히려 역효과를 내어 은지는 내키지도 않는 흰 우유를 먹다가 그만 이모 옷에 와락 쏟고 만다. 다음 날 다시 오기로 식구들 앞에서 우유를 원샷으로 마신 은지는 학교에서 내내 배에 개구리가 합창을 하는 듯한 느낌에 평소보다 힘이 없다. 그 모습을 그냥 지나칠 리 없는 말썽쟁이 호찬이. 배에서는 계속해서 개굴개굴 개구리가 합창을 해 대고, 얄미운 호찬이 녀석은 자꾸 놀리고, 고집 세고 자존심 강하고 여장부 같은 은지는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 나갈까?
<토마토 절대 안 먹어>의 롤리 같은 구석이 있는 은지. 롤리의 편식 습관을 재미 있는 이야기로 고쳐 주었던 찰리 오빠. 이 책에서는 은지의 잘못된 편식 습관을 어떻게 고쳐낼까? 끝까지 읽어 보면 그 방법을 알 수 있다. 고집 센 아가씨들은 부모의 잔소리보다 그게 더 좋은 방법일 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은지는 모범생은 아니다. 우유도 선생님 몰래 버리지, 알림장도 안 쓰지, 제 맘대로 연극에서 강아지 역할을 하겠다고 고집 부리지... 실제로 은지 같은 캐릭터가 교실에 있다면 선생님은 당연히 힘들 것이다. 내용상 잔머리도 잘 굴리는 것 같아 선생님이 보기에 예쁜 아이는 아니다. 고집은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고, 자존심 엄청 세고,거기다 편식 대장까지.... 하지만 어린이들은 은지 시리즈를 읽으면서 굉장한 쾌감을 맛볼 것 같다. " 아! 나만 이런 문제가 있는 게 아니구나! " 하면서 동질감도 느끼고, 은지가 기 죽지 않고 어른들에게 당당하게 대 드는 모습에서 일종의 짜릿함도 느낄 것 같다. 부모는 부모대로 우리 아니는 그래도 은지보다는 덜하다고 느낄 수도.. 실제로 나도 읽으면서 안도감을 느꼈다.
동화가 어떤 교훈을 주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같은 문제를 가진 주인공을 만남으로써 독자가 즐겁고, 감정이입의 경험을 맛보는 것도 동화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가 재밌을 거라는 이야기가 진짜 맞다. 재밌다.
울 반 편식대장들에게 추천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