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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졸업 송언 초등학교 ㅣ 웅진책마을 53
송언 지음, 유승하 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2월
평점 :
송언 작가님의 답장을 메일로 받고 나서 즉시 2권의 책을 주문하였다. 하나는 <축 졸업 송언초등학교>이고 다른 하나는 <딱 걸렸다 임진수>이다.
6년 동안 선생님을 찾아왔다는 제자의 이야기가 무지 궁금해서 이 책부터 서둘러 읽기 시작하였다. 아침독서10분 시간에 읽는데 재미있어서 키득키득 웃음이 나왔다. 아마 내 모습을 몰래 훔쳐보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면 ‘ 선생님이 이상해!’ 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같은 초등학교 교실 상황이라서 이해가 쏙쏙 잘 되었고, 순간순간 그 상황이 진짜 웃기기도 하다.
초등학교 입학식날! 온갖 기대와 설레임을 가지고 어떤 분이 우리 담임이 될까 엄마와 함께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이승민 어린이는 갑자기 어떤 털보 할아버지 선생님이 오는 걸 보고 완전 실망한다. 다른 반 선생님들은 입학식 끝나고 도란도란 뭔가를 말씀해 주시는데 할아버지는 선생님은 입학식 끝났으니 집에 가라고 한다. 며칠이 지나 드디어 교실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할아버지 선생님은 “교실은 집”이라는 거다. 이에 승민이가 손을 들어 질문한다. “ 왜 교실을 집이라고 해요? ” 라고 말이다. 주인공 승민이는 어떻게 보면 참 당돌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참 똑똑한 아이인 것 같다. 1학년이 그렇게 질문할 수 있다니 말이다. 선생님은 가끔 승민이의 약간 당돌한 질문과 무리한 부탁에도 참 친절하게 대답해 주신다.
할아버지 선생님과의 만남은 그렇게 처음엔 실망으로 시작되었지만 점점 승민이는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고, 1학년 종업식 날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해 주시던 말씀 “ 너희들은 나의 첫 제자이고, 나는 너희들의 첫 스승이니 오래오래 잊지 말자. ” 라는 말씀을 가슴에 새긴다. 그래서 2학년이 되어 선생님과 다른 학년, 다른 반이 되었어도 선생님을 찾아 간다.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보통 아이들이 아무리 전담임을 좋아했어도 한두번 찾아오다 마는데 승민이는 그렇지 않았다. 그것도 1학년 때 담임을 찾아 온다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고학년 정도 되면 모를까! 매일 할아버지 선생님 교실을 방문하는 승민이. 그런 승민이가 걱정되기도 하고, 혹시 선생님이 귀찮아 하실지도 몰라 방문을 하지 말라고 엄마가 협박도 해 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승민이가 방문할 때마다 막대 사탕이든, 초콜릿을 꼭 주시는 선생님. 물론 승민이가 그런 먹을 걸 바라고 오는 건 절대 아니었다. 선생님이 그리워서, 선생님이 좋아서였다. 나에게도 2년 전 제자 둘이 금요일마다 방과후 학교 끝나고 교실에 찾아오곤 하는데 나는 송언 선생님처럼 그렇게 반갑게 맞이해 주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달라져야지. 먹을 걸 사다 놨다 주기도 해야겠다. 찾아오는 그 마음이 정말 갸륵한 건데 말이다. 승민이의 선생님 교실 방문은 2학년, 3학년, 4학년 때까지 계속된다. 선생님 입장에서 굉장히 귀찮을 수도 있는데 선생님은 단 한 번도 얼굴을 찌푸리거나 그런 적이 없으셨다. 정말 대단하시다. 4학년 때는 겨우겨우 선생님을 설득하여 같은 학년이 되었지만 결국 다른 반이 되어 더 서운하기도 했고, 선생님반 아이들이 승민이의 교실 방문을 허락하지 않아 참 슬픈 시간이기도 하였다. 어쩔 때는 아이들이 더 냉정하고 무섭다니깐. 하지만 승민이에게 더 슬픈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셔야 한다는 것이다. 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질 때도 있는 법이지만 승민이는 할아버지 선생님이 짐을 싸시는 걸 보고 결국 울음이 터져 버린다.
이제 더 이상 선생님을 볼 수 없단 말인가! 승민이와 선생님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고 마는 걸까? 그 뒷이야기는 직접 보시길.... 오래도록 기억되는 선생님과 제자가 있다는 것은 큰 보물을 얻은 것만큼 값진 것이다. 스승과 제자이기보다는 갈수록 교사와 학생이라는 관계로만 국한되는 삭막한 요즘 세대에서 송언 선생님과 이승민 어린이가 보여 주는 사제간의 정은 보는 내내 온기를 느끼게 해준다. 끝으로 이승민 어린이는 앞으로 자신의 꿈 두 가지, 하나는 선생님의 책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선생님이 주례를 서주는 일 또한 꼭 이룰 거라고 생각한다. 승민이의 소원대로 승민이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가 이렇게 나왔듯이 말이다. “ 축 졸업 송언초등학교” 가 상징하는 것이 크다. 승민이는 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 뿐만이 아니라 6년을 줄기차게 송언 선생님을 찾아왔으므로 “송언초등학교”를 졸업한 것이다. 한결같이 선생님을 좋아하는 제자를 가진 송언 선생님과 송언 선생님처럼 마음 따뜻한 분을 스승으로 가진 승민이가 참 부럽다.